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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이혼 서류

작가: 라이사
그날 아침, 공기는 유난히 차가웠다.

평소처럼, 셀렌은 디리안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이제는 익숙했다. 그는 집에 머무는 일이 거의 없었다.

한때의 셀렌은 그가 성의 업무로 바쁘다고 믿으려고도 했었지만, 진실을 알고 난 지금 남은 것은 혐오뿐이었다. 마음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지만, 셀렌은 시간이 자신을 더 강하게 만들 거라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러나 그날 아침은 더 무거웠다.

공작 저택에 그녀의 아버지, 모로 백작이 예고 없이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비베니에에게 무슨 말을 한 거냐?”

백작의 목소리는 압박적이었고 비난적이었다.

“내가 뭐라 했는데? 뭐라고 일렀길래?”

셀렌의 답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백작은 잠시 말문을 닫고 긴 숨을 들이켰다.

“셀렌… 비베니에와 공작은 어릴 적부터 친구였고, 서로 약혼까지 했던 사이다. 가까운 건 당연하지 않겠어? 네가 조금만 양보하면…”

셀렌은 웃음이 터질 뻔한 입술을 꾹 눌렀다.

“백작님.”

그녀의 부름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백작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자신의 친딸에게 ‘아버지’ 대신 ‘백작’이라 불린 것이다.

“나는 이미 공작에게 비베니에와 결혼하라고 했어요. 이 정도면 내가 충분히 양보한 거 아닌가요?”

셀렌의 시선이 정면으로 그를 찌르고 파고들었다.

“그게 아니라, 나는…”

“이제 와서 그저 친구라고요? 친구가… 한 침대에서 자나요?”

셀렌의 말은 따귀처럼 날카로웠다.

백작은 말문이 막혔다. 반박할 수 없었다.

“모르는 줄 아셨나요?”

셀렌의 음성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오늘 이곳에 온 이유가 뭔가요. 친딸을 책망하며, 의붓딸을 두둔하려고요?”

“셀렌…”

“궁금하네요.”

셀렌은 미세하게 고개를 기울였다.

“비베니에가 정말 의붓딸이 맞나요? 아니면… 당신의 진짜 딸인가요?”

“셀렌! 도가 지나쳤다!”

백작이 소리쳤다.

셀렌은 길게 숨을 토해냈다.

눈에는 슬픔과 피로, 그러나 꺾이지 않는 결의가 공존하고 있었다.

“어머니가 살아 계실 땐 그러지 않았겠죠. 하지만 당신께서는… 결국 어머니의 딸을 버렸어요.”

그 말은 비수였다. 백작의 표정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한 번이라도… 나의 감정을 생각해 보셨어요? 아버지.”

셀렌의 목소리는 낮지만 깊게 파고들었다.

백작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내 인생에서 마땅히 내 것이어야 했던 모든 것은 언제나 비베니에에게 넘어갔어요. 그걸로도 부족해서… 남편까지 양보하길 바라나요?”

목소리는 떨렸고, 씁쓸함이 스쳤다.

“그건 내가 의도한 게 아니야. 그리고… 네가 먼저 양보했잖니.”

백작이 변명하듯 말했다.

셀렌은 비웃었다.

“내가 양보하지 않았으면, 다락방에 갇혀 바닥에 자며 쥐와 음식을 나눠 먹었겠죠. 기억 안 나세요?”

“셀렌…”

“돌아가세요, 아버지.”

셀렌은 차갑게 일어섰다. 그녀의 목소리는 결정을 내리는 칼처럼 날카로웠다.

“오신 이유가 의붓딸 감싸는 거라면,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세요.”

백작은 더 이상 아무 말도 못했다. 셀렌은 그를 두고 걸어 나갔다.

그리고, 문 건너편에서 디리안이 모든 대화를 듣고 있었다. 가슴이 답답하게 막혀왔다. 셀렌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기 때문에 셀렌은 이렇게 바뀐 것이었다. 차갑고 단단해졌으며, 더 이상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누가 알려준 걸까? 어떻게 알게 된 거지?’

혼란이 디리안의 뇌를 휘감았다.

단 하나 확실한 건, 셀렌의 상처는 생각보다 훨씬 깊다는 것이었다. 아버지에게서도, 자신에게서도.

……

같은 날 오후, 셀렌은 문서를 들고 디리안의 서재를 찾았다. 디리안은 멍한 시선으로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서명해줘요.”

셀렌은 담담히 말하며 서류를 책상 위에 내려놨다.

디리안은 놀란 듯 서류를 바라봤다.

“급한 건가?”

“아니요. 필요 없으면 안 해도 돼요.”

셀렌은 서류를 다시 챙겨 들고 돌아설 듯 움직였다.

“내일.”

디리안이 갑자기 말했다.

셀렌은 멈춰 서서 그를 바라보았다.

“내일 저녁...식사 자리 있어. 할머니도 오실 거고.”

그는 마치 이해를 구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난 아직 회복도 안 됐어. 그러니까 꾸며대지 말고, 그냥 솔직하게 말해.”

셀렌은 차분하게 말했다.

디리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명할게.”

셀렌은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다.

조용히 문서를 건네자, 디리안은 한 장, 또 한 장 서명했다. 마지막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으려는 순간, 그는 읽지도 못하고 숨만 삼켰다. 쓰라렸지만 되돌릴 수 없었다.

“셀렌...”

그녀가 돌아서려 할 때 디리안이 불렀다.

“왜?”

“괜찮아…?”

조심스러운 질문이었다.

그 말에 셀렌의 심장이 아렸다. 죽음의 순간에도 그는 묻지 않았었다. 눈물이 맺혔지만, 셀렌은 삼켰다.

“괜찮아. 걱정 마.”

그녀는 조용히 말하고 떠났다.

그날 이후, 디리안의 마음은 계속 불안했다. 머릿속에 셀렌의 모습이 떠나지 않았다. 온순하던 여인은 사라지고, 지금의 셀렌은 단단하고 차가워졌다.

창가에 선 디리안은 넋을 잃고 정원을 보았다. 셀렌이 두 시녀와 함께 걷고 있었다. 석양빛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며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다웠다.

역설적으로, 지금의 그녀는 더 아름답고 매혹적이었다. 비베니에보다 성숙하고, 기품 있고, 강했다. 하룻밤을 보낼 때도, 의무가 아니라 은밀한 기쁨이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비베니에에게 있었다.

은혜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 몰락하던 그의 집안을 구해준 은인의 딸. 그 빚 때문에, 디리안은 비베니에에게 더 많은 것을 주었고, 셀렌은 그 그림자 속에 살았다.

“공작님.”

스벤이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비베니에 양이 편지를 보냈습니다. 언제 오시냐고 묻습니다.”

디리안은 피곤하게 숨을 내쉬었다.

“오늘과 내일은 못 간다. 할머니가 오시니까… 그렇게 전해라.”

“알겠습니다.”

스벤이 물러가려 했다.

“잠깐.”

디리안이 다시 불렀다.

“스벤.”

“예, 공작님.”

“의사를 불러라… 부인을 진찰하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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