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MELDEN14년을 바친 지아비는 고아원 출신의 천박한 궁녀에게 미쳐 내 가문을 멸문시키려 했다. 국고 5천억 횡령의 누명과 암살의 위협 모든 것을 잃고 벼랑 끝에 내몰린 밤 피투성이가 된 짐승 같은 사내가 내 발밑에 엎드렸다. "마마께서 피를 묻히셔야 한다면, 기꺼이 제가 그 칼이 되겠습니다." 과거 황실에 부모를 잃은 수석 호위무사 김민혁 오직 나만을 위해 목줄을 푼 그와 함께 나는 부서진 화관 대신 피 묻은 가시관을 집어 들었다. 감히 주인을 문 개들의 목통을 비틀고 썩어빠진 제국을 무너뜨릴 황후의 잔혹하고 우아한 반격 과연 이 핏빛 사냥의 끝에서 살아남는 자는 누구일까?
Mehr anzeigen시간은 흐르고, 제국의 상처는 핏빛 진달래가 피고 지는 숱한 계절의 순환 속에서 서서히 아물어갔다.신아리의 참수 이후, 제국은 거짓말처럼 평온을 되찾았다.썩어빠진 반역자들의 피로 대지를 씻어낸 황후 민시은의 통치는 잔혹하리만치 무자비했으나, 역설적이게도 그 철권통치 덕분에 백성들의 삶은 그 어느 때보다 태평성대를 누리고 있었다.어느 화창한 봄날의 오후,거센 피바람이 불었던 자경전(慈慶殿) 앞마당에는 이제 따스한 햇살만이 가득했다."어마마마-!"봄바람을 가르며 들려오는 청아하고 앳된 목소리,올해로 다섯 살이 된 제국의 유일한 황태자, '윤(潤)'이 화려한 태자복을 펄럭이며 잔디밭을 가로질러 달려오고 있었다.테라스 상석에 앉아 여유롭게 차를 마시던 시은의 붉은 입술에 부드럽고 우아한 미소가 번졌다."뛰지 마시지요, 전하 그러다 옥체라도 상하시면 어쩌시려고 그럽니까.""어마마마께서 곁에 계시는데 제게 감히 무슨 일이 생기겠사옵니까! 어마마마께서 이 세상에서 제일 강하신 분인걸요!"시은의 품에 와락 안긴 어린 황태자는, 티 없이 맑은 눈동자로 자신을 품어준 세상 유일한 어미를 우러러보았다.신아리의 뱃속에서 태어난 원수의 핏줄 하지만 그 끔찍한 진실을 아는 자는 이제 이 궐 안에 아무도 없었다.
먹구름이 무겁게 짓누른 제국의 아침,밤새도록 미친 듯이 쏟아지던 짐승 같은 폭우는 멎었지만, 자경전(慈慶殿) 앞마당을 가득 채운 축축하고 비릿한 흙냄새는 금방이라도 피바람을 몰고 올 듯 음산하게 깔려 있었다.이른 새벽부터 황궁의 넓은 앞마당에는 제국의 모든 대신들과 종친들이 숨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도열해 있었다.그들의 시선이 향한 곳은 마당 한가운데에 높게 솟아오른 서늘한 단두대, 그리고 그 단두대를 굽어보는 가장 높은 상석에 자리한 거대한 옥좌였다.옥좌에는 황제의 상징인 흑룡포를 연상케 하는 압도적이고도 화려한 핏빛 적의를 두른 여제, 황후 민시은이 북해의 빙하처럼 차가운 얼굴로 앉아 있었다. 그녀의 등 뒤에는 거대한 사신(死神)처럼 칠흑 같은 제복을 입은 김민혁이 서늘하게 안광을 번뜩이며 버티고 서 있었다."죄인을 끌어내라"시은의 붉은 입술 사이로 떨어진 무자비한 하명,그와 동시에, 묵직한 북소리가 둥, 둥, 둥 하며 황궁의 적막을 찢어발기기 시작했다."아아아악! 놔! 놔란 말이야!! 내 아이! 내 아이를 돌려줘!!"내수사(內需司) 감찰 요원들에게 양팔을 붙들린 채 짐짝처럼 질질 끌려 나오는 한 여자,어젯밤 끔찍
황궁의 시간은 피도 눈물도 없이 무심하게 흘러갔다.거센 눈보라가 치던 혹독한 겨울이 지나고, 핏빛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봄을 거쳐, 다시금 숨 막히는 폭염이 제국을 덮칠 때까지. 그 기나긴 10개월의 시간 동안 황궁은 황후 민시은의 완벽하고도 서늘한 철권통치 아래 쥐 죽은 듯한 평정과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다.하지만 그 화려하고 평온한 정전(正殿)의 수십 미터 아래, 빛 한 줌 들지 않는 지하 특별 구금실의 시간은 오직 지독한 절망과 광기로만 점철되어 있었다."내 아이야...조금만 참으렴. 이 어미가 꼭 널 황제로 만들어 줄 테니까 으흐흐흑."만삭이 된 배를 부여잡고 거친 짚단 위에 웅크린 신아리의 모습은 이미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오직 '황태자 배양기'로서의 역할만 허락된 그녀에게, 내의전 상궁들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차가운 얼굴로 들어와 최고급 영양액과 순산약만을 강제로 입에 쑤셔 넣고 나갈 뿐이었다.단 한마디의 대화도, 한 줌의 따뜻한 온기도 없는 철저한 고독 이였다.아리는 불러오는 배를 쥐어뜯으며 하루에도 수십 번씩 미친 듯이 웃다가, 이내 짐승처럼 처절하게 오열하는 기괴한 발작을 반복하며 서서히 이성을 잃어가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검은 폭우가 쏟아지던 늦여름의 어느 짐승 같은 밤,
"내... 내 아이야! 내 배 속의 아이라고! 네년이 무슨 권리로 내 핏줄을 빼앗아!!"지하 구금실의 썩은 공기를 찢고 신아리의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승리의 단꿈에 젖어 있던 그녀의 오만방자했던 얼굴은 이제 짐승처럼 흉측하게 일그러져 있었다.사지를 결박한 강철 쇠사슬이 살갗을 파고들어 피가 배어 나왔지만, 아리는 고통조차 잊은 채 미친 듯이 몸부림쳤다."이 악마 같은 년! 차라리 날 죽여! 날 당장 죽이라고! 내 아이가 널 어미로 부르게 두느니 차라리 내 손으로 이 배를 갈라버릴 테다!!"아리가 악귀처럼 눈을 까뒤집으며 결박된 손으로 제 배를 내리치려 발악했다.그러나 그 하찮은 자해 시도조차 허락되지 않았다.시은의 턱짓 한 번에, 어둠 속에서 대기하고 있던 블랙 쉴드 요원들이 벼락처럼 달려들어 아리의 사지를 짐짝처럼 바닥에 짓눌러 완벽하게 제압했다."그 알량한 모성애마저도 참으로 역겹구나, 신아리."시은은 발밑에서 짐승처럼 헐떡이는 아리를 쓰레기 보듯 서늘하게 내려다보며 붉은 입술을 열었다."네년이 14년 전 황실에 기어들어 오기 위해 버렸던 첫 번째 핏줄은 기억조차 나지 않더냐?! 권력을 위해 제 자식조차 쓰레기통에 처박았던 네가! 이제 와서 황손이라는 권력의 동아줄을 빼앗기게 생기니 어미 흉내를 내는 꼴이 참으로 가소롭다.""아아아악! 민시은!! 널 저주해! 내 아이가 언젠가 네년의 목을 물어뜯을 거야!!""마음껏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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