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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장. 가짜

Author: 라이사
오데트의 목소리는 너무도 우렁차서, 디리안은 그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어머니에게 감히 맞설 수 없었다.

“이렇게 멍청한 자식을 두다니, 내 팔자도 참 사납구나!”

오데트는 그렇게 소리치고는 디리안과 할머니를 남겨둔 채 떠나버렸다.

할머니가 조용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일에 대해서만큼은, 나도 네 어머니 말에 동의해. 너는 이렇게 행동해서는 안 됐다.”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뜻은 분명했다.

“할머니…”

디리안이 조심스럽게 불렀다.

할머니는 그를 바라보았다.

“사람의 마음은 억지로 가질 수 없는 거란 걸 알고 있습니다.”

디리안이 말했다.

할머니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언젠가 알게 될 거다. 잘못된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온 마음으로 사랑을 받는 편이 훨씬 낫다는 걸.”

그 말은 디리안의 가슴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는 할머니의 말이 옳다는 걸 알고 있었다. 셀렌과 비베니에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고, 그는 그 사실을 줄곧 외면해 왔다.

이내 할머니도 자리를 떠났고, 디리안은 혼자 남았다.

……

성 밖에서, 셀렌과 비베니에는 나란히 서 있었다.

해질녘의 공기는 무겁고, 하늘은 붉은 금빛으로 물들어 있었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얼음 같은 냉기가 감돌았다. 경비병들은 이미 거리를 두고 물러나 있었다.

“어머니는 성격이 강하고,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는 분이야.”

셀렌이 담담히 말했다.

비베니에는 상처가 남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셀렌을 바라보았다.

“나한테 경고하는 거야?”

“그냥 알려주는 거야.”

셀렌은 차분했다.

“적어도 대비는 할 수 있잖아.”

비베니에가 눈을 가늘게 떴다.

“마치 언니가 해낼 수 있었던 것처럼 쉽게 말하네.”

셀렌은 짧게, 그러나 씁쓸하게 웃었다.

“난 그 아들의 마음조차 얻지 못했어. 그런데 어머니 마음을 얻는 게 가능했겠어?”

비베니에는 턱을 치켜들고 비웃듯 웃었다.

“그래도 분수는 아는 모양이네.”

셀렌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디리안을 온 마음으로 사랑한 건 오직 자신뿐이었고, 그는 한 번도 진심으로 그녀를 돌아보지 않았다는 걸.

“이제 알겠지?”

비베니에의 목소리는 낮고 독했다.

“나와 디리안의 관계가 어떤지.”

셀렌은 아무 말없이 옅게 웃었다. 그 눈빛만으로도 비베니에는 깨달았다. 셀렌은 이미 모든 걸 알고 있었다.

“숨길 건 없어.”

비베니에가 한 발짝 더 다가왔다.

“디리안은 언제나 내 거야.”

셀렌은 흔들리지 않았다.

“난 아직 그 사람의 아내야. 이 성의 공작 부인이고. 모두의 눈에 난 여전히 레벤티스 공작 가문의 성을 다스리는 사람이야. 그러니 난 계속 그 사람의 곁에 있을 거야.”

비베니에는 차갑게 웃었다.

“네가 뭘 가졌는데, 언니? 난 이미 언니 아버지, 언니 재산, 그리고 디리안까지 모두 빼앗았어. 전부 내 거라고.”

셀렌은 거의 연민에 가까운 미소를 지었다.

“그래. 보니까 이런 쓰레기 같은 것들은 나보다 네가 더 필요한 모양이네.”

비베니에의 웃음이 끊겼다. 미소는 분노로 바뀌어 얼굴을 뒤덮었다.

“처음부터 이런 얼굴을 했어야지! 그래야 다들 네가 얼마나 증오로 가득한지 알았을 텐데!”

“난 아무것도 숨긴 적 없어.”

셀렌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날카로웠다.

“너처럼은 아니지.”

비베니에의 몸이 굳었다.

“무슨 뜻이야?”

셀렌은 살짝 몸을 숙여, 낮게 속삭였다.

“나한테 잘하는 게 좋을 거야. 내가 네 비밀을 폭로하기 전에. 우리 둘만의 비밀 말이야.”

비베니에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몸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셀렌은 미소를 띤 채 한 발짝 더 다가갔다.

“난 이미 아버지도, 재산도, 디리안마저 다 줬어. 그 정도면…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비베니에의 입술이 떨렸다. 몸이 미세하게 경련하듯 흔들렸다.

셀렌은 비베니에의 귀에 입술을 가까이 대고, 심장을 찌르는 말로 속삭였다.

“어릴 적 디리안을 구한 사람이 나라는 걸 들키지 마. 네가 아니라, 나야. 내 행세를 하는 네 같은 가짜가 아니라.””

비베니에는 완전히 얼어붙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

셀렌은 낮게 웃었다.

“궁금하네… 디리안이 그 사실을 알게 되면, 널 버릴까?”

셀렌은 한 걸음 물러서며, 승리자의 미소를 지었다.

“가짜.”

짧고도 치명적인 한 단어였다.

그녀는 몸을 돌려 성 안으로 들어갔다.

비베니에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창백하게, 가면이 산산이 금이 간 얼굴로 남았다.

……

밤이 깊어지고, 성은 고요해졌다.

할머니와 오데트는 각자의 방에서 식사를 했고, 디리안은 서재에 틀어박혀 있었다.

셀렌은 그가 비베니에를 집까지 데려다 줄 거라 생각했지만, 그는 그녀를 혼자 돌려보냈다.

목욕을 마치고 잠옷으로 갈아입었을 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모나가 문을 열자, 일라드 집사가 서 있었다.

“공작님 방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업무가 끝나는 대로 오실 겁니다.”

일라드 집사가 말했다.

셀렌은 고개를 끄덕이고, 얇은 가운을 걸친 채 그를 따라갔다.

“안으로 들어가서 기다리시면 됩니다.”

디리안의 방 앞에서 일라드 집사가 말했다.

셀렌은 방 안으로 들어섰다. 짙은 남자의 향기가 단번에 그녀를 감쌌다. 어둡고 넓은 방은 차갑지만 위엄이 있었고, 그 어디에도 비베니에의 흔적은 없었다.

그녀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그 향기에 잠시 몸을 맡겼다. 닿을 듯 닿지 않는, 디리안의 따뜻하면서도 먼 면모를 느끼듯이.

끼익.

문이 열리며 디리안이 들어왔다. 머리는 약간 흐트러져 있고, 눈은 붉지만 차갑게 빛나며 묘하게 매혹적이었다.

“잠깐 씻고 올게.”

셀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디리안은 잠시 멈춰 그녀를 바라봤다.

“같이 갈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

셀렌은 옅게 웃었다. 그들은 이미 너무 많은 밤을, 아무런 경계 없이 함께해 왔다.

디리안은 와인 한 병과 잔 두 개를 집어 들었다.

“자.”

그가 말했다.

“같이 씻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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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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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MA LEE
내말이 다들 말하면 죽는 병걸렸나
goodnovel comment avatar
happyhomejoa
구해준 걸 왜 비밀로 해? 거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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