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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와 혼인한 장군을 버렸다
공주와 혼인한 장군을 버렸다
作者: 기윤

제1화

作者: 기윤
쓰디쓴 약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지만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고, 추연화는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

"그럼 제가 맞은 것은요?"

"평양공주가 성격이 급해서 그렇다. 나를 걱정하는 마음에 손이 먼저 나간 모양이다."

방지혁은 말을 이어갔다.

"내가 이미 단단히 일러두었다. 당분간 아무 데도 가지 않고 보상의 의미로 네 곁만 지키마."

‘보상이라.’

추연화는 속으로 그 두 글자를 되뇌이며 문득 웃고 싶었지만, 이제는 웃을 힘조차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피곤하니 장군님께서는 이만 돌아가십시오."

"네가 잠들 때까지 곁에 있으마."

추연화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어둠 속에서 방지혁의 숨소리가 들렸고, 그에게서 풍기는 익숙한 나무 향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그녀가 직접 조향한 향이었다.

한때는 이 향기가 그녀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으나, 지금은 그저 비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인이 급히 보고했다.

"장군님, 공주님께서 심한 가슴 통증을 호소하시며 약도 드시지 않으십니다. 시녀장께서 어서 와달라고 하십니다!"

순간 침대 옆자리가 텅 비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추연화가 눈을 뜨자 방지혁이 급히 일어서는 뒷모습이 보였다.

그는 그녀를 단 한 번도 돌아보지 않은 채, 옷자락을 휘날리며 문밖으로 사라져 버렸다.

추연화는 꾹 참아왔던 눈물이 마침내 왈칵 쏟아져 베개를 적셨고, 지난 세월 동안 스스로를 속여온 마음까지도 적셔 버렸다.

"마님."

시녀가 붉어진 눈시울로 눈물을 닦아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장군님께서 너무하십니다. 마님이 엄연히 정식으로 혼인한 정실부인이신데, 어찌 다른 사람이 마님을 이렇게 모욕하도록 내버려 두신단 말입니까?"

"공주님을 좋아하신다면, 왜 마님 앞에서 이토록 지극한 사랑을 가장하신단 말입니까?"

"그만하거라, 다 소용없는 짓이다."

추연화는 시녀가 눈물을 닦아주도록 내버려 두었지만, 눈물은 아무리 닦아도 끝없이 흘러내렸다.

방지혁의 마음을 추연화는 잘 알고 있었고, 그저 마지막 체면을 차려주려는 것뿐이었다.

방지혁의 마음은 이미 변했다. 눈시울을 붉히며 그녀의 손을 꼭 쥐고 평생 그녀만을 사랑하겠다던 방지혁은 이제 세상에 없었다.

차가운 밤은 쓸쓸하고 찬 바람만 쌩쌩 불었다.

추연화가 오랫동안 앓아누웠으나 방지혁은 단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

그날의 일이 어떻게 소문이 났는지, 장군부(將軍府) 안의 시녀들이 옹기종기 모여 수군거렸다.

추연화가 질투가 심해 방지혁의 눈 밖에 났다는 이야기들이었다.

"너도 참 어리석구나. 평양공주도 지혁이의 사람인데, 함께 자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거늘 어찌 그리 질투를 하는 것이냐."

"네가 오랫동안 아이를 갖지 못했으니, 평양공주가 아이를 가진다면 이 또한 경사가 아니겠느냐?"

추연화는 시어머니 김정순의 위로를 들으며 마음이 한없이 차가워졌다.

마치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해 방씨 가문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전 재산이 몰수되었을 때, 추연화는 집안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눈보라를 무릅쓰고 사방으로 도움을 청하러 다녔다. 그때 그녀는 겨우 계례를 치른 나이였고, 돈이 될 만한 것은 모조리 전당포에 맡긴 뒤였다.

고열에 시달리면서도 약 한 첩 지어먹을 돈이 없어, 얇은 옷 한 벌만 걸친 채 눈보라 속에서 집집마다 문을 두드린 끝에 겨우 방지혁을 구해냈다.

이후 남은 여인들을 구하고 누명을 벗겨 가문을 다시 일으켜 세웠으며, 부부의 금슬도 화목했으니 분명 모든 일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나 평양공주가 나타났다.

"어명에 따라 평양공주가 혼인할 나이가 되었으니, 인품이 고결한 방지혁 장군과 평양공주를 혼인시키도록 한다."

그때 젊은 방지혁은 대문 앞에서 눈시울을 붉힌 채 추연화의 손을 꼭 쥐고 피를 토하듯 외쳤다.

"내 평생 너 한 사람뿐이다. 다른 사람은 결코 사랑할 수 없으니, 죽는 한이 있어도 평양공주와 혼인하지 않겠다."

말을 마친 그는 말에 올라타 황제에게 교지를 거두어달라 청하기 위해 궁으로 향하려 했다.

여인들이 울부짖으며 그를 말리려 했으나, 김정순이 가로막았다.

"연화야, 네 은혜는 우리 방씨 가문이 뼈에 새겨 잊지 못할 것이다. 네가 없었다면 우리는 진작에 죽은 목숨이었으니, 이 교지는 받지 않아도 된다."

어명을 거역하는 것은 목숨으로 갚아야 하는 일이었기에, 추연화는 방지혁이 죽는 것을 볼 수 없어 결국 타협하고 말았다.

김정순은 울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연화야, 우리가 이 은혜를 어찌 다 갚겠느냐. 너에게 빚진 것이 너무나도 많구나. 걱정 마라, 내 평생 며느리는 너 하나뿐이다."

당시의 그 고맙고도 애틋했던 눈빛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눈앞에서 자신을 위로하는 사람의 모습과 겹쳐 보이며 점차 시야가 흐려졌다.

"마님… 마님, 정신 차리십시오…"

울음 섞인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흐릿했던 시야가 맑아지자, 추연화는 피로 얼룩진 침상에 누워 있었고 곁에는 의원과 시녀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의원이 말을 망설이자, 추연화는 눈치를 채고 시녀를 먼저 밖으로 내보냈다.

방 안에 의원과 단둘이 남게 되자 의원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마님, 이번에는 너무나 위험했습니다. 그동안 몸을 제대로 돌보지 않으신 겁니까?"

추연화는 힘없이 고개를 저으며 짐작이 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의원이 다시 한번 깊은 한숨을 쉬었다.

"솔직히 말씀드리지요. 마님의 몸에 쌓인 한독이 이미 폐부까지 침투하여 거의… 약으로 고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다만 몸을 잘 돌보신다면 얼마간 더 사실 수는 있을 겁니다."

‘몸을 잘 돌보라니?’

추연화는 가슴 한구석이 아려왔다. 그 한마디는 지금 그녀에게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웠다.

"감사합니다… 의원님."

추연화는 간신히 손을 흔들어 시녀에게 의원을 배웅하게 했다.

사실 그리 많은 세월이 흐른 것도 아닌데, 고통스러웠던 시간은 마치 한 평생이 지나간 듯했다.

그녀는 늘 당신을 장군부에 갇혀 방지혁의 아내로, 장군부의 안주인으로 살아왔다.

그동안 키워준 은혜는 이제 다 갚았으니 더 이상 이곳에 머물고 싶지 않았고, 방지혁과 혼인을 끝낼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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