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도미닉은 침대 곁에 가만히 서서, 은은한 핏빛으로 물든 하얀 시트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커튼 사이로 들어온 아침 햇살이 방 안 벽면에 얇은 선을 그리고 있었지만, 그 빛으로도 그의 굳어버린 얼굴을 밝히기엔 역부족이었다.
레나타는 침대 끝자락에 앉아 여전히 숨을 죽이고 있었다. 온몸이 굳어진 채 가슴까지 올려 쥔 이불만이 그녀를 보호해 주는 마지막 위태로운 방패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무언가 잘못되고 있음을 직감했다—도미닉의 차갑다 못해 잔혹하기까지 한 눈빛에서 그것을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이해가 안 되는군.” 도미닉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적막한 방 안에 서늘하게 울려 퍼졌다. “당신… 아직 처녀였어?”
레나타는 고개를 숙인 채 손가락으로 이불 끝자락을 자꾸만 내리쥐었다. 목소리가 거의 새어 나오지 않았다.
“숨기려던… 게 아니었어요, 교수님. 난 그저…”
“그 말은 알면서도 그대로 날 방치했다는 뜻인가?” 도미닉이 말을 날카롭게 자랐다.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있는 분노가 그의 낮게 떨리는 음성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날 무슨—”
그는 말을 멈추었다. 턱관절이 억세게 솟아올랐다. 오른손을 꽉 쥔 채 솟구치는 화를 억누르려는 듯 관자놀이를 강하게 짚었다.
레나타는 고개를 들었다.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두려웠어요, 교수님. 사실대로 말씀드리면 교수님이—”
“—도와주지 않을까 봐?” 도미닉이 한 옥타브 높아진 목소리로 다시 말을 끊었다. “그래서 나한테 거짓말을 하기로 선택했다는 건가?”
숨 막히는 침묵이 내려앉았다. 서로를 구원하길 거부하며 물속으로 가라앉는 두 사람처럼, 거칠고 불규칙한 숨소리만이 공간을 채웠다.
결국 도미닉이 돌아서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겨우 두 걸음을 떼었을 때, 그는 벽을 향해 주먹을 세게 꽂아 넣었다. 쿵 하는 둔탁한 소리에 레나타가 흠칫 놀라 몸을 떨었다.
“이런 걸 두고 거짓말을 해… 이게 별 일 아닌 것 같았나?” 그가 거칠고 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당신한테 화를 내야 할지… 아니면 나 자신한테 화를 내야 할지조차 모르겠군.”
레나타는 후들거리는 무릎을 이끌고 황급히 침대에서 내려왔다. “교수님, 죄송해요… 정말 그럴 생각은 아니었어요… 전 그저 제 동생이 낫길 바랐을 뿐이에요. 교수님의 도움을 잃고 싶지 않아서, 저는—”
도미닉이 붉게 핏발이 선 눈으로 그녀를 쏘아보았다. 단순히 화가 난 것만이 아니었다—단순한 분노보다 훨씬 깊은 실망감이 서려 있었다.
“입 다물어!”
단호한 일갈이 공기를 갈랐다. 레나타는 입술을 떨며 말을 멈췄다.
도미닉은 단순히 솟구치는 화보다 훨씬 무게감 있는 무언가를 참아내듯 거친 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당신은 신뢰가 뭔지도 모르는군, 레나타. 내가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이딴 식으로 취급당할 이유는 없어.”
레나타는 고개를 숙였고, 눈물이 대리석 바닥 위로 툭툭 떨어졌다. “죄송해요…”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였다.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몰랐어요.”
도미닉은 답하지 않았다. 시트에 묻은 핏자국을 다시 한번 바라보더니, 깊고 긴 숨을 내쉬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 당신에게 손을 댔다는 사실만으로 나한테 죄책감을 느끼게 만드는군.”
그 한 마디는 그 어떤 고함보다도 거세게 그녀를 후려쳤다.
레나타는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어깨를 격렬하게 떨며 오열했다. 반면 도미닉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스스로조차 설명할 수 없는 분노와 실망, 그리고 상처를 안은 채.
레나타는 차가운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있었다. 마치 주위의 온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듯했다—아무런 소리도, 공기도 느껴지지 않았고, 오직 미친 듯이 뛰는 심장 소리와 죄책감만이 목을 조르고 있었다.
“교수님… 제발 제 말 좀 들어주세요.” 목소리가 갈라지고 기운이 없어 거의 새어 나오다시피 했다. “속이려던 게 아니었어요. 그저 무서웠어요… 알레아를 위한 교수님의 도움을 잃게 될까 봐 두려웠어요. 변명이 될 수 없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그만.” 도미닉이 그녀를 차갑게 노려보았지만, 목소리의 날은 이전보다 조금 무뎌져 있었다. 그는 구두 소리를 내며 천천히 걸어와, 여전히 무릎을 꿇고 있는 레나타의 바로 앞에 멈춰 섰다.
“겨우 그런 이유로 거짓말을 했단 말인가?” 그가 낮게 물었다. “그 의미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걸 팔아치우면서?”
레나타는 흐느끼며 고개를 저었다. “팔아치운 게 아니에요, 교수님. 난… 그저 이게 알레아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어요. 아이가 살 수만 있다면 뭐든 견뎌낼 각오가 되어 있었어요.”
“날 봐.” 도미닉이 나지막이 명령했다.
레나타는 망설였지만 결국 시선을 올렸다—그 회색 눈동자는 더 이상 폭풍우처럼 휘몰아치지 않고, 실망과 동정이 얽힌 한층 더 어두운 빛을 띠고 있었다.
“용서를 구하는 건가?” 그가 낮게 물었다.
레나타가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교수님. 정말 죄송해요. 어떻게 사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제가 전부 잘못했어요, 정말이에요. 뭐든 할 테니 제발—”
“됐어.” 도미닉이 말을 잘랐다. “알맹이 없는 약속 따위는 필요 없어.”
도미닉은 거실의 큰 통유리창 앞에 서 있었다. 무미건조한 목소리였지만 공기를 팽팽하게 긴장시켰다.
“우리의 계약은 여기서 끝내는 게 맞겠군, 레나타.”
레나타의 심장이 쿵 떨어져 내리는 듯했다. 그녀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한 걸음 다가섰다. “안 돼요, 도미닉 교수님. 제발, 그러지 마세요.”
“당신은 규칙을 위반했어. 더 이상 관계를 지속할 이유가 없지.”
레나타는 입술을 떨며 고개를 숙였다.
“제가 잘못했다는 거 알아지. 하지만… 여전히 교수님의 도움이 필요해요. 다시는 이런 일 없다고 약속할게요. 제발 부탁드려요.”
도미닉이 천천히 돌아서서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꿰뚫어 보듯 날카롭고 계산적이었다.
“여전히 내 도움이 필요한가?” 그가 담담하게 물었다.
레나타는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필요해요. 간절히 필요해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도미닉은 분노와 실망, 그리고 확실하게 자신에게 돌아온 주도권을 가늠하며 그녀를 오랫동안 내려다보았다.
“내가 용서해 주길 바라나?”
“네,” 레나타가 속삭였다. “이대로 끝내지만 않으신다면 뭐든 할게요.”
도미닉이 한 걸음 다가왔다. 그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레나타는 숨을 쉬기가 더욱 힘겨워졌다.
“좋아.” 마침내 그가 차갑고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용서해주지. 하지만 대가 없이는 안 돼.”
레나타는 간절함이 가득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제가 뭘 하면 될까요?”
도미닉이 몸을 숙여, 거의 속삭이듯 나지막이 말을 내뱉었다.
“내일… 미니스커트를 입고 학교에 나와.” 숨결이 닿을 듯한 거리에서 도미닉이 덧붙였다. “속옷은 입지 말고.”
도미닉은 침대 곁에 가만히 서서, 은은한 핏빛으로 물든 하얀 시트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커튼 사이로 들어온 아침 햇살이 방 안 벽면에 얇은 선을 그리고 있었지만, 그 빛으로도 그의 굳어버린 얼굴을 밝히기엔 역부족이었다.레나타는 침대 끝자락에 앉아 여전히 숨을 죽이고 있었다. 온몸이 굳어진 채 가슴까지 올려 쥔 이불만이 그녀를 보호해 주는 마지막 위태로운 방패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무언가 잘못되고 있음을 직감했다—도미닉의 차갑다 못해 잔혹하기까지 한 눈빛에서 그것을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이해가 안 되는군.” 도미닉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적막한 방 안에 서늘하게 울려 퍼졌다. “당신… 아직 처녀였어?”레나타는 고개를 숙인 채 손가락으로 이불 끝자락을 자꾸만 내리쥐었다. 목소리가 거의 새어 나오지 않았다.“숨기려던… 게 아니었어요, 교수님. 난 그저…”“그 말은 알면서도 그대로 날 방치했다는 뜻인가?” 도미닉이 말을 날카롭게 자랐다.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있는 분노가 그의 낮게 떨리는 음성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날 무슨—”그는 말을 멈추었다. 턱관절이 억세게 솟아올랐다. 오른손을 꽉 쥔 채 솟구치는 화를 억누르려는 듯 관자놀이를 강하게 짚었다.레나타는 고개를 들었다.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두려웠어요, 교수님. 사실대로 말씀드리면 교수님이—”“—도와주지 않을까 봐?” 도미닉이 한 옥타브 높아진 목소리로 다시 말을 끊었다. “그래서 나한테 거짓말을 하기로 선택했다는 건가?”숨 막히는 침묵이 내려앉았다. 서로를 구원하길 거부하며 물속으로 가라앉는 두 사람처럼, 거칠고 불규칙한 숨소리만이 공간을 채웠다.결국 도미닉이 돌아서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겨우 두 걸음을 떼었을 때, 그는 벽을 향해 주먹을 세게 꽂아 넣었다. 쿵 하는 둔탁한 소리에 레나타가 흠칫 놀라 몸을 떨었다.“이런 걸 두고 거짓말을 해… 이게 별 일 아닌 것 같았나?” 그가 거칠고 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당신한테 화를 내야 할지… 아니면 나 자신한테 화를 내야 할지조차
도미닉: [내가 손댈 수 있을 때까지, 생리 중인 누군가를 도대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지?] 레나타: [아마도… 일주일 정도요?] 도미닉: [젠장. 너무 길어] 레나타: [걱정 마세요, 교수님. 생리가 끝나면 말씀드릴게요] 도미닉: [아주 기대하고 있겠어]심장이 여전히 미친 듯이 뛰고 있었기에, 레나타는 서둘러 도미닉과의 대화를 마무리지었다. 그러고는 짐을 싸기 위해 아파트를 나와 예전 자취방으로 향하는 택시를 불렀다. 문득 깨달은 것인데, 그녀는 몸에 걸친 옷가지 외에는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은 상태였다.일주일이 지난 후, 레나타는 아파트에 불쑥 찾아온 도미닉을 보고 흠칫 놀라고 말았다. 하필이면 레나타는 막 수업을 마치고 돌아와 샤워를 끝낸 참이었다. 심지어 몸에는 하얀 가운 형태의 샤워 타월만 걸치고 있었다.레나타는 숨을 죽였다.잠금장치가 무색하리만큼 문이 소리 없이 열렸다. 단추 두 개를 풀어헤친 검은 셔츠 차림의 도미닉이 걸어 들어왔고, 알싸한 애프터쉐이브 향이 습기 찬 공기를 찔렀다. 그의 시선은 곧바로 레나타의 몸을 감싸고 있는, 여전히 젖어 살결에 들러붙은 하얀 샤워 타월로 고정되었다.“교수님…” 레나타의 목소리가 잠겨 나왔고, 그녀의 발이 반 걸음 물러섰다.도미닉은 답하지 않았다. 그가 다가왔고, 뒤이어 판사의 망치 소리처럼 묵직한 찰칵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 단 2초 만에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사라졌다.도미닉이 손을 올려 손가락으로 레나타의 턱을 쥐고, 강제로 얼굴을 들어 올리게 했다. 그의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목덜미에 닿았다.“이제 끝났다고 했잖아.” 그가 낮게 속삭였다. “난 기다리는 건 질색이야.”레나타가 무어라 말을 하려 했으나, 도미닉의 입술이 이미 그녀의 입술에 닿아 있었다. 거칠게. 강압적으로. 그의 혀가 틈을 타 파고들어 침범하고 요구했다. 샤워 타월이 레나타의 왼쪽 어깨에서 흘러내려 반쯤 벗겨지며, 여전히 더운 김이 서린 가슴 곡선을 드러냈다.도미닉은 한 손으로 허리를 감싸고, 다른 한 손으로는 등
새 아파트에 도착하자마자 레나타는 입을 멍하니 벌릴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도미닉 싱클레어가 제공한 이 새 아파트는 가히 엄청난 규모였기 때문이다. 가늠해 보건대, 그녀가 살던 다 쓰러져 가던 원룸보다 족히 열 배는 넓어 보였다.천장은 높았고, 벽면은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으며,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하얀 대리석 바닥 위로 부드러운 울림이 퍼졌다. 고급 인테리어 잡지에서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공간—모든 것이 모던하고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레나타는 어깨에서 작은 가방을 내려놓고, 회색 소파와 유리 상판의 티 테이블, 그리고 통유리창 너머로 펼쳐진 탁 트인 도시 전경을 둘러보며 거실 한가운데에 멍하니 서 있었다.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도리어 기묘하고 생소하게 느껴졌다.“어때? 마음에 드나?”레나타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이 모든 광경에 감탄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리라. 하지만 그 감탄도 잠시, 이 모든 것이 자신의 노력으로 얻은 결실이 아니라는 쓰라린 현실이 순식간에 그녀를 덮쳤다. 눈에 보이는 이 모든 화려함은 결국 자신의 자존심을 대가로 치른 것이었다.도미닉은 주변을 잠시 둘러보더니 레나타를 바라보았다. “좋아, 그럼 이제부터 당신이 이 아파트에서 지내도록 해. 시간이 날 때마다 들르지.” 그는 자신의 휴대폰을 가볍게 두드렸다. “아파트 비밀번호는 3132야.”레나타는 침을 꼴깍 삼켰다. “네, 교수님.”도미닉이 문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럼 난 이만 가지.”“잠시만요, 교수님!” 레나타가 황급히 그를 불렀다.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려 나왔다. “그… 돈 문제는—”도미닉이 걸음을 멈추고 한쪽 눈썹을 올린 채 돌아보았다. “아, 맞다. 미안하군, 하마터면 깜빡할 뻔했어.” 그는 몇 걸음 다가와, 레나타가 그의 강렬한 향수 내음을 맡을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섰다. “얼마나 필요한가?”레나타는 고개를 숙인 채 두 손을 꼭 쥐었다. “우선은… 2천만 루피아 정도면 될 것 같아요, 교수님. 동생이 이
“레나타 아세가프 학생의 장학금을 박탈해 주십시오. 학업 성적이 3회 연속으로 하락했습니다.” 도미닉이 무덤덤하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교수님.”도미닉 싱클레어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장학금 박탈을 처음 제안한 건 바로 그 자신이었다—우연이 아닌, 교수 연구실에서 입에 담기조차 부적절한 사적인 이유 때문이었다.그는 아직도 두 사람의 첫 만남을 기억하고 있었다. 장학금이 없으면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파랗게 질린 얼굴로 찾아와 도움을 청하던 그 여학생. 예쁘고, 순진하고, 절망에 빠진 모습. 정확히 도미닉이 원하던 그대로였다.이제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오늘 레나타가 거절해야 마땅할 그 제안을 받아들이기 위해 제 발로 그를 찾아올 줄이야.도미닉은 차 안, 제 옆자리에 앉은 레나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두 손을 무릎 위에 꼭 쥔 채 몹시 긴장한 기색이었다.“그래서, 정말 결정을 내린 건가?” 그가 차분하게 물었다. “누구의 강요도 없이?”레나타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네, 교수님. 충분히 생각했어요.”도미닉은 그녀의 얼굴을 면밀히 살피며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자신이 어떤 판에 발을 들여놓는지 이 여자가 정말 제대로 알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레나타.” 그가 낮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이 제안을 승낙하는 순간, 물러설 길은 없어. 나중에 후회한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군.”레나타는 침을 꼴깍 삼켰다. “알아들었습니다.”도미닉의 시선이 무릎 위에서 떨리고 있는 레나타의 손가락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그녀의 얼굴로 향했다. 그녀는 겁에 질려 있었다—하지만 그 공포 밑바닥에는 필사적인 결의가 깔려 있었다.“좋아.” 마침내 도미닉이 입을 열었다. “오늘 밤부터 네 신분은 바뀐다. 더 이상 장학생이 아니라, 나를 위해 개인적으로 일하는 사람으로.”레나타는 고개를 숙였다. 침묵 속에서, 소리 없이 눈물이 떨어졌다.도미닉은 시선을 돌려 차량 대시보드에
“내 숨겨진 여자가 돼. 똑똑할 필요는 없어. 그저 예쁘고, 순종적이고, 내가 필요로 할 때 언제든 시간만 내면 돼. 그러면 성적과 생활비는 보장해 줄 테니까.”레나타 아세가프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앞에 선 남자를 바라보았다. 교수 연구실에서 꺼내기에는 지나치게 대담한 말이었다. 과제 파일이 들린 그녀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고, 방 안의 공기는 순식간에 숨이 막힐 듯 답답하고 뜨겁게 눌러왔다.차갑고 손에 닿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젊은 교수, 도미닉 싱클레어는 마치 별일 아닌 제안이라도 한 것처럼 책상 뒤에 편안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그의 얼굴은 차분했고 표정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으나, 오직 그 회색빛 눈동자만이 모든 상황을 완벽히 통제하고 있음을 비추고 있었다.“네?” 레나타의 목소리가 쉰 듯 갈라져 나왔다. “숨겨진 여자라니… 무슨 뜻인가요?”“대학 측에서 당신 장학금을 박탈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나를 찾아와 도움을 청하려는 거 아닌가요?” 도미닉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그의 입술 끝에 맴도는 옅은 미소는 전혀 안도감을 주지 않았다. “그러니 제안을 하나 하는 겁니다. 이건 사랑이나 감정 따위의 문제가 아니에요. 하나의 계약이라고 생각해요. 당신에게 완벽한 성적과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죠. 그 대가로 당신은 내 첩의 역할을 훌륭히 해내면 됩니다. 말하자면… 슈가 베이비랄까. 어때요?”“ 세상에.” 레나타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이건 미친 짓이에요. 저는… 교수님, 전 이런 짓 못 해요. 이건 명백히 윤리적이지 않잖아요!”“윤리적이든 아니든 상관없어. 확실한 건 내가 당신에게 즉각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는 거지.”“교수님, 하지만 전 절대로 그렇게 못 해요!”“선택은 당신 몫입니다. 강요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당신 인생을 구할 수도 있는 기회를 거절하기 전에 신중하게 생각해요.”레나타는 혼란스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으나, 다시 입을 열기도 전에 도미닉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