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의 숨겨진 여자

교수님의 숨겨진 여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8
By:  Author GrangerCompleted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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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금 박탈과 동생의 희귀병 치료비로 절망에 빠진 레나타. 그런 그녀에게 차갑고 권력 있는 교수 도미닉이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건넨다. “내 숨겨진 여자가 돼. 성적과 생활비는 보장해 줄 테니까.” 동생과 미래를 위해 그의 연구실 문을 두드린 순간, 레나타의 삶은 irreversible하게 뒤흔들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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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1]

“내 비밀스러운 여자가 되어줘. 똑똑할 필요는 없어. 그저 예쁘고, 말 잘 듣고, 내가 필요할 때 언제든 곁에 있어주면 돼. 그 대가로 네 성적과 생활비는 내가 책임질게.”

레나타 아세가프는 눈앞의 남자를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며 그대로 굳어버렸다. 강의실도 아닌 교수실에서 나오기에는 너무나도 노골적인 말이었다. 손에 들고 있던 서류철을 움켜쥔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방 안의 공기는 어느새 무겁게 가라앉아 폐를 짓누르는 듯했고, 숨을 쉬는 것조차 뜨겁고 답답하게 느껴졌다.

차갑고 누구에게도 쉽게 다가가지 않는 분위기로 유명한 젊은 교수, 도미닉 싱클레어는 아무렇지도 않게 책상 뒤에 앉아 있었다. 마치 평범한 제안이라도 한 것처럼 태연한 모습이었다. 표정은 침착하다 못해 무표정에 가까웠지만, 그의 회색 눈동자에는 상대를 확실히 움켜쥐고 있다는 듯한 통제의 빛이 선명하게 어려 있었다.

“네?” 레나타의 목소리가 거칠게 갈라졌다. “비밀스러운 여자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네 장학금이 취소된 건 알고 있어.” 도미닉이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입꼬리를 희미하게 끌어올렸다. 불쾌할 정도로 섬뜩한 미소였다. “그래서 오늘 날 찾아온 거잖아? 도움을 청하려고.”

잠시 말을 멈춘 그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그녀를 바라봤다.

“그러니 내가 제안하지. 사랑이나 감정 같은 건 상관없어. 거래라고 생각해. 네 성적은 완벽하게 만들어주고, 네게 필요한 건 전부 마련해줄게. 그 대신 넌 내 정부 역할을 제대로 해. 그냥… 슈가 베이비 관계라고 생각하면 돼. 어때?”

“세상에…….” 레나타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미쳤어요. 저, 저는 그런 건 못 해요, 교수님. 완전히 비윤리적인 일이잖아요!”

“윤리 따위는 집어치워. 난 네게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주는 거야.”

“교수님, 전 절대로—”

“선택은 네 몫이야. 강요할 생각은 없어. 하지만 네 목숨을 구할 수도 있는 제안을 거절하기 전에 신중하게 생각해.”

레나타의 머릿속이 뒤엉켰다. 한마디라도 더 꺼내기도 전에 도미닉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느긋하고 일정한 걸음으로 다가오더니, 그녀의 바로 앞에서 멈춰 책상 위에 명함 한 장을 내려놓았다.

“솔깃하면서도 충격적이라는 건 알아.” 그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 “그래도 대답하기 전에 충분히 생각해보는 게 좋을 거야. 여기, 내 명함이야. 마음이 바뀌면 연락해.”

레나타는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명함을 바라봤다. 미스터 도미닉 싱클레어라는 이름 위로 대학 로고가 희미하게 빛났다. 세상이 그녀를 중심으로 기울어지는 것 같았다. 대체 무엇이 더 두려운 건지 알 수 없었다. 이 파렴치한 제안 자체인지, 아니면 이 남자가 자신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한 사실인지.

레나타가 복도로 나오자 공기가 평소보다 차갑게 느껴졌다. 걸음이 자꾸만 흐트러졌고, 머릿속은 온갖 생각이 충돌하며 뒤죽박죽이었다. 도미닉의 말이 계속해서 귓가에 맴돌았다.

완벽한 성적, 생활비, 내일이 마감.

그 순간 주머니 속 휴대폰이 갑자기 진동했다. 엄마, 사만다였다.

“엄마?”

“레나타… 알레아야. 상태가 위독해!” 어머니의 목소리는 다급하게 떨리고 있었다. “의사 선생님이 상태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대! 치료비가 당장 필요하대!”

“알레아가 또 입원한 거야?” 레나타가 숨을 들이켰다.

“응.”

“세상에…… 알레아.”

레나타는 복도 한가운데에서 멈춰 섰다. 세상의 모든 색이 빠져나간 듯했다. 학생들이 그녀의 곁을 스쳐 지나갔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점점 멀어지더니 이내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장학금은 사라졌다. 모아둔 돈도 바닥났다. 알레아는 위독했다. 그리고 이제는—이런 제안까지.

역겨웠다. 분명 그랬다. 하지만 어쩌면…… 자신에게 남은 유일한 탈출구일지도 몰랐다.

그녀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명함을 꽉 움켜쥐었다. 종이 한 장이 믿을 수 없을 만큼 무겁게 느껴졌다. 아직 저지르지도 않은 죄의 무게가 고스란히 실려 있는 것 같았다. 복도 끝에서 들려오는 시계 초침 소리가 점점 더 크게 울렸다.

내일, 정확히 오후 세 시. 그때가 마감이었다.

“제발, 우리 딸.” 전화 너머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떨렸다. “더 이상 누구한테 돈을 빌려야 할지도 모르겠어. 제발, 방법을 찾아줘.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을게.”

“알겠어, 엄마. 여기서 어떻게든 도움을 찾아볼게.”

“그래. 몸 잘 챙기고 공부도 열심히 해. 네가 더 열심히 일하면 착한 사장님이 돈을 빌려주실지도 모르잖니.”

레나타는 천장을 올려다봤다. 눈가가 뜨겁게 젖어 들었다. 누구를 더 미워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도미닉인지, 운명인지, 아니면 자기 자신인지.

왜냐하면 마음 깊은 곳에서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아르바이트 자리마저 잃었다는 것을.

장학금도 없고, 일자리도 없고, 다른 선택지도 없었다.

남은 건 단 하나뿐이었다.

내일 오후 세 시…… 그녀의 인생은 다시는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옳은 선택을 하고 있는지 여전히 확신할 수 없었던 레나타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봤다. 거울에 비친 여자는 마치 낯선 사람 같았다. 창백한 피부, 밤새 울어 퉁퉁 부은 눈, 피로가 깊게 패인 다크서클. 평소 단정하게 정돈하던 검은 머리카락은 대충 묶여 있었고, 그마저도 얼굴에 새겨진 피로를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악몽도 없이, 병원 기계에서 울려 퍼지는 끊임없는 삑삑거리는 소리도 없이 마지막으로 편히 잠든 게 언제였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그녀가 세 들어 사는 방은 비좁았다. 겨우 가로세로 삼사 미터 남짓한 공간이었다. 벽지는 군데군데 벗겨져 있었고, 공기는 눅눅하고 퀴퀴했다. 지붕 한쪽에서는 물까지 샜다. 비가 올 때마다 빗물이 옷과 책 위로 뚝뚝 떨어졌다.

그곳이 바로 그녀가 살아남아 온 곳이었다. 교육과 꿈을 좇으며 버텨온 삶.

하지만 이제 그 꿈은 잔인한 농담처럼 느껴졌다.

“옳든 그르든…… 이게 유일한 방법이야.”

그녀의 속삭임은 마치 죄를 고백하는 것처럼 들렸다. 레나타는 천천히 가방을 집어 들고 도미닉의 명함을 안쪽 주머니에 넣었다.

자신을 구원으로 이끌 수도, 완전히 파멸시킬 수도 있는 열쇠처럼.

다시 휴대폰이 진동했다. 화면에는 엄마에게서 온 문자가 떠 있었다.

[의사 선생님이 알레아에게 수혈을 한 번 더 해야 한대. 제발, 우리 딸……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네 동생을 살려줘.]

레나타는 한참 동안 그 문자를 바라봤다. 가슴이 조여 오다 못해 아플 정도였다.

알레아는 심각한 재생불량성 빈혈을 앓고 있었다. 골수가 혈액 세포를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희귀 질환이었다.

살아 있기 위해 매주 수혈을 받아야 했다. 연약한 몸은 조금만 무리를 해도 쉽게 기절했고, 아무리 작은 상처라도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불어난 병원비에 어머니는 집에 남아 있던 것들을 거의 모두 팔아치웠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결혼반지까지도.

지금 그 반지는 전당포에 놓여 있었다.

레나타가 떨리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머릿속에 알레아의 얼굴이 떠올랐다. 창백한 뺨에 부드러운 미소를 짓던 여덟 살 소녀. 작은 두 팔은 수없이 맞은 주사 자국과 멍으로 뒤덮여 있었다.

다시 눈을 뜬 레나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지만, 그 시선만큼은 흔들리지 않았다.

“알레아를 위해서.”

그녀는 방을 나섰다.

저녁 하늘은 잔뜩 흐려 있었고, 공기에는 곧 비가 쏟아질 듯한 무거운 습기가 배어 있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발걸음은 점점 더 무거워졌지만, 머릿속에는 오직 하나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알레아의 병원비.

자신에게는 절대로 감당할 수 없는 수억 루피아였다.

장학금도 없다.

일자리도 없다.

시간도 없다.

마침내 도미닉이 평소 강의를 하던 단과대 건물에 도착한 레나타는 걸음을 멈췄다. 숨이 가빠졌고, 가방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3시 5분.

5분이나 늦었다.

그래도 그녀는 왔다.

멀리서 검은 차 옆에 서 있는 남자가 보였다. 도미닉은 먼저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그리고 차갑고 회색빛인 그의 눈동자가 레나타를 찾아냈다.

“결국 왔군.”

그의 목소리는 태연했다. 마치 그녀가 어떤 선택을 할지, 그녀 자신보다 훨씬 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했다.

레나타는 힘겹게 침을 삼켰다.

“……생각해봤어요.”

도미닉이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입술 끝이 미묘하게 올라갔다.

다정한 미소가 아니었다.

승리를 확신한 사람의 미소였다.

“그렇다면,” 그가 차 문을 열며 말했다. 목소리는 매끄럽고 여유로웠다. “좀 더 사적인 곳에서 조건부터 이야기해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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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비밀스러운 여자가 되어줘. 똑똑할 필요는 없어. 그저 예쁘고, 말 잘 듣고, 내가 필요할 때 언제든 곁에 있어주면 돼. 그 대가로 네 성적과 생활비는 내가 책임질게.”레나타 아세가프는 눈앞의 남자를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며 그대로 굳어버렸다. 강의실도 아닌 교수실에서 나오기에는 너무나도 노골적인 말이었다. 손에 들고 있던 서류철을 움켜쥔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방 안의 공기는 어느새 무겁게 가라앉아 폐를 짓누르는 듯했고, 숨을 쉬는 것조차 뜨겁고 답답하게 느껴졌다.차갑고 누구에게도 쉽게 다가가지 않는 분위기로 유명한 젊은 교수, 도미닉 싱클레어는 아무렇지도 않게 책상 뒤에 앉아 있었다. 마치 평범한 제안이라도 한 것처럼 태연한 모습이었다. 표정은 침착하다 못해 무표정에 가까웠지만, 그의 회색 눈동자에는 상대를 확실히 움켜쥐고 있다는 듯한 통제의 빛이 선명하게 어려 있었다.“네?” 레나타의 목소리가 거칠게 갈라졌다. “비밀스러운 여자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네 장학금이 취소된 건 알고 있어.” 도미닉이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입꼬리를 희미하게 끌어올렸다. 불쾌할 정도로 섬뜩한 미소였다. “그래서 오늘 날 찾아온 거잖아? 도움을 청하려고.”잠시 말을 멈춘 그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그녀를 바라봤다.“그러니 내가 제안하지. 사랑이나 감정 같은 건 상관없어. 거래라고 생각해. 네 성적은 완벽하게 만들어주고, 네게 필요한 건 전부 마련해줄게. 그 대신 넌 내 정부 역할을 제대로 해. 그냥… 슈가 베이비 관계라고 생각하면 돼. 어때?”“세상에…….” 레나타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미쳤어요. 저, 저는 그런 건 못 해요, 교수님. 완전히 비윤리적인 일이잖아요!”“윤리 따위는 집어치워. 난 네게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주는 거야.”“교수님, 전 절대로—”“선택은 네 몫이야. 강요할 생각은 없어. 하지만 네 목숨을 구할 수도 있는 제안을 거절하기 전에 신중하게 생각해.”레나타의 머릿속이 뒤엉켰다. 한마디라도 더 꺼내기도 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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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레나타 아세가프라는 학생의 장학금을 취소하도록. 성적이 세 번 연속으로 떨어졌다고 처리해.”“네, 교수님.”도미닉 싱클레어는 의자에 몸을 깊숙이 기대며 입꼬리를 희미하게 끌어올렸다. 애초에 레나타의 장학금을 취소하자고 제안한 사람이 바로 그였다. 우연이 아니었다. 교수실에서 입 밖으로 꺼내기에는 지나치게 사적이고, 지나치게 부적절한 이유 때문이었다.그는 두 사람의 첫 만남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 소녀는 마치 자신의 인생이 그 장학금 하나에 달려 있기라도 한 듯 다급한 얼굴로 찾아와 도움을 애원했다.아름답고, 순진하고, 절박했다.정확히 도미닉이 원하던 타입이었다.이제 모든 일은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리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오늘, 레나타가 제 발로 그를 찾아와 자신이라면 거절했어야 할 제안을 받아들였다.도미닉은 옆자리에 앉은 레나타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두 손을 무릎 위에 꼭 포개고 있었다.“그래서.” 도미닉이 태연하게 물었다. “정말 마음을 정한 건가? 아무도 강요한 건 아니고?”레나타가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교수님. 생각해봤어요.”그는 말없이 그녀의 얼굴을 살폈다. 날카롭고 집요한 시선이었다. 그녀가 지금 어떤 일에 발을 들이는지 정말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다시 한 번 묻지, 레나타.” 조용한 목소리였지만 권위가 실려 있었다. “이걸 받아들이는 순간, 되돌릴 수 없어. 나중에 후회한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군.”레나타가 힘겹게 침을 삼켰다.“알고 있어요.”도미닉의 시선이 떨리는 그녀의 손끝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얼굴로 돌아왔다.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지만 그 두려움 아래에는 분명한 결심이 자리하고 있었다.“좋아.” 마침내 그가 말했다. “오늘 밤부터 네 신분이 달라진다. 더 이상 장학생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내 일을 돕는 사람이 되는 거야.”레나타는 고개를 숙였다. 눈물이 소리 없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도미닉은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대시보드에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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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레나타가 새 아파트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그저 믿을 수 없다는 듯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도미닉 싱클레어가 그녀에게 마련해준 곳은 어마어마하게 넓었다. 예전에 살던 허름한 하숙방의 열 배는 족히 되어 보였다.천장은 높았고, 벽은 티 하나 없이 깨끗했다. 그녀가 내딛는 걸음마다 하얀 대리석 바닥 위로 발소리가 잔잔하게 울려 퍼졌다. 공간 전체가 고급 인테리어 잡지에서 그대로 오려낸 듯했다. 현대적이고, 완벽할 만큼 깔끔하며…… 이상할 정도로 고요했다.레나타는 어깨에 메고 있던 작은 가방을 내려놓고 거실 한가운데에 우두커니 서서 주변을 둘러봤다. 회색 소파, 유리 상판의 커피 테이블, 그리고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진 통유리창 너머로 펼쳐진 도시의 전경.모든 것이 완벽했다.어쩌면 그게 문제였다.너무 완벽했다.“그래서?” 침묵을 가르며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음에 들어?”레나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한다면 그게 오히려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감탄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씁쓸한 자각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이 모든 것이 자신의 노력으로 얻은 게 아니었다.눈앞의 모든 것은 자신의 자존심을 대가로 마련된 것이었다.도미닉은 잠시 방 안을 둘러본 뒤 다시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했다.“좋아. 그럼 이제부터 이 아파트는 네 거야. 난 가끔 들르지.”그가 휴대폰을 가볍게 두드렸다.“비밀번호는 3132야.”레나타가 힘겹게 침을 삼켰다.“네, 교수님.”도미닉이 문 쪽으로 몸을 돌렸다.“그럼 난 가보지.”“잠깐만요, 교수님!”레나타가 다급하게 그를 불렀다. 목소리가 떨렸다.“돈 말인데요…….”도미닉이 걸음을 멈추고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러더니 다시 그녀에게 다가왔다.“아, 맞다. 깜빡할 뻔했군.”그가 너무 가까운 곳에서 멈춰 섰다. 레나타의 코끝에 그의 짙은 향수 냄새가 선명하게 스쳤다.“얼마나 필요해?”레나타는 시선을 내리깔고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우선…… 이천만 루피아만 부탁드릴게요, 교수님. 이번 주부터 동생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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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도미닉: [여자가 생리를 끝낼 때까지 대체 얼마나 기다려야 다시 만질 수 있는 거지?]레나타: [아마…… 일주일 정도요?]도미닉: [젠장. 너무 긴데.]레나타: [진정하세요, 교수님. 끝나면 제가 말씀드릴게요.]도미닉: [그때까지 분 단위로 세고 있겠군.]도미닉과의 대화를 끝냈는데도 레나타의 심장은 여전히 세차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아파트를 빠져나와 택시를 잡아타고 짐을 싸기 위해 예전 하숙집으로 향했다. 그제야 문득 깨달았다. 새 집에 들어올 때, 입고 있던 옷 외에는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다는 사실을.일주일 후, 레나타는 문이 열리는 소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수업을 마치고 막 집에 돌아와 샤워를 끝낸 참이었다. 몸에는 아직 흰색 기모노 타월을 두르고 있었다.그녀는 숨을 죽였다.노크도 없이 문이 열렸다. 자물쇠 따위는 그저 형식적인 장치에 불과하다는 듯했다. 도미닉이 안으로 들어왔다. 검은 셔츠의 목깃은 단추가 풀려 있었고, 날카로운 애프터셰이브 향이 습한 공기를 가르며 퍼졌다. 그의 시선이 젖은 피부에 달라붙은 타월에 고정됐다.“교수님…….”레나타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녀는 반걸음 뒤로 물러났다.도미닉은 대답하지 않았다. 단 두 걸음 만에 거리를 좁힌 그는 문을 닫았다. 찰칵, 하고 닫히는 소리가 판결을 내리는 망치처럼 울렸다.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려 억지로 시선을 맞췄다. 따뜻한 숨결이 그녀의 목덜미에 닿았다.“기다리는 건 끝났다고 했잖아.”그가 낮고 거친 목소리로 속삭였다.“난 지체되는 걸 싫어해.”레나타가 입을 열어 무언가 말하려는 순간, 그의 입술이 거칠게 겹쳐졌다. 타월이 왼쪽 어깨에서 미끄러져 내려갔다.그는 그녀를 빈틈없이 끌어당겼다. 한 손은 허리를 감싸고, 다른 손은 허리를 받치듯 눌러 두 사람 사이에 틈을 남기지 않았다. 옷 너머로 전해지는 그의 뜨겁고 단단한 체온에 레나타의 몸이 굳었다.“교수님…… 잠깐만…….”그녀가 힘없이 그의 가슴을 밀어냈지만, 도미닉은 그녀의 손목을 붙잡아 머리 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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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도미닉은 침대 끝에 말없이 서 있었다. 그의 시선은 희미한 붉은 흔적이 남은 하얀 시트에 고정되어 있었다. 아침 햇살이 커튼 사이로 희미하게 스며들어 벽 위에 창백한 선을 그었지만, 그의 얼굴에 굳어가는 긴장감까지 누그러뜨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레나타는 침대 끝에 앉아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 있었고, 가슴에 꼭 끌어안은 담요는 자신에게 남은 마지막 연약한 방패처럼 느껴졌다. 무언가 끔찍한 일이 벌어질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도미닉이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차갑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으며, 무서울 만큼 침착했다.“이해가 안 되는군.”도미닉이 조용히 말했다. 숨 막히는 침묵 속에서 그의 목소리가 울렸다.“너…… 처녀였어?”레나타는 시선을 내리깔고 담요 끝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렸다. 목소리는 속삭임처럼 흘러나왔다.“저…… 숨기려고 했던 건 아니었어요, 교수님. 그저…….”“그럼 알고 있었다는 거군.”그가 날카롭게 말을 끊었다.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 간신히 억누르고 있는 분노가 떨림으로 묻어났다.“너도 알고 있었으면서, 내가 널 그렇게 대하도록 내버려뒀어…….”그는 말을 멈췄다. 턱에 힘이 들어갔다. 한 손을 꽉 움켜쥔 그는 마치 그렇게 하면 분노를 억누를 수 있기라도 한 듯 이마를 짚었다.레나타가 눈물을 머금은 채 고개를 들었다. 시야가 흐릿하게 번졌다.“무서웠어요, 교수님. 제가 사실대로 말씀드리면 교수님이…….”“……널 도와주지 않을까 봐?”도미닉이 다시 말을 가로막았다. 목소리가 높아졌다.“그래서 날 속이기로 한 거야?”침묵이 내려앉았다.두 사람의 불규칙한 숨소리만이 공간을 채웠다. 같은 폭풍 속에서 허우적대면서도 서로에게 손을 내밀기를 거부하는 두 사람 같았다.마침내 도미닉이 몸을 돌렸다. 두 걸음도 채 떼지 못한 순간, 그는 주먹으로 벽을 세게 내리쳤다.쾅!둔탁한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고, 레나타가 화들짝 몸을 떨었다.“이런 일을 숨기면서까지 거짓말을 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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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속옷을…… 안 입고요?”레나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도미닉의 요구에 충격받지 않았다고 한다면 거짓말이었다.“그래. 귀가 안 들리나?”그의 목소리가 살짝 높아졌다. 날카로운 말투가 공기를 가르며 그녀에게 남아 있던 얼마 안 되는 용기마저 움츠러들게 했다.레나타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허벅지에 손가락을 꼭 말아쥐었다.“교수님…… 그런 옷은 없어요.”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였다.도미닉이 짧고 날카롭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시선이 그녀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천천히 훑었다. 마치 그녀의 모든 것을 하나하나 살피는 듯했다.“없다니, 무슨 뜻이지?”“미니스커트도…… 교수님이 원하시는 것 같은 옷도 없어요.”레나타는 고개를 숙였다. 부끄러움에 뺨이 뜨겁게 달아올랐다.“제 옷장은…… 원래 별로 가진 게 없어요.”도미닉은 책상에 기대 팔짱을 꼈다.“그게 충분한 변명이라고 생각하나?”“아니요, 교수님. 저는 그저…….”“변명은 그만해, 레나타.”그의 말투가 그녀의 말을 잘라냈다. 화가 난 건 아니었다. 오히려 시험하는 듯했다. 그녀가 대체 어디까지 감히 나아갈 수 있는지 가늠하는 눈빛이었다.레나타는 더욱 깊이 시선을 내리깔았다. 따지고 들어봤자 상황만 더 나빠질 거라는 걸 알았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이상하게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정말 제가 미니스커트를 입길 원하신다면 입을게요.”그녀가 작게 속삭였다.“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걸 살 돈이 없어요.”그 말에 도미닉이 잠시 멈칫했다.몇 초 동안 그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봤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 마치 인정하고 싶지 않은 무언가를 저울질하는 것처럼.“돈이 없다니 무슨 소리지? 내가 이미 선불금까지 줬잖아.”“썼어요.”“어디에, 레나타?”그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변했다.“동생 치료비로요. 아픈 애예요.”도미닉이 코로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검은색 체크카드 한 장을 책상 위로 밀어 보냈다.찰칵.“가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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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다음 순간, 레나타는 심장이 가슴을 찢고 튀어나올 것만 같은 충격을 느꼈다.도미닉의 손은 이미 그녀의 몸에 밀착된 검은색 스커트 아래로 들어와 있었다. 손가락이 천천히 그녀를 스치며 애를 태우더니, 이내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레나타는 숨을 날카롭게 들이켰다. 그의 무릎 위에 앉은 몸이 딱딱하게 굳었고, 그녀의 손가락은 필사적으로 책상 가장자리를 움켜쥐었다.“선생님……” 애원하듯 새어 나온 목소리는 이내 가느다란 신음으로 부서졌다. “제발요.”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고개를 숙인 도미닉의 입술이 따뜻하고 집요하게 그녀의 목선을 스쳤고, 이내 피부를 살짝 깨물었다. 다른 손으로는 흰 블라우스의 단추를 하나씩 풀어헤쳤다. 그러자 얇은 검은 레이스 브래지어가 모습을 드러냈다.“착한 아이.” 욕망에 젖은 거친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아무것도 안 입었군. 역시 내 예상대로야.”레나타는 목구멍에서 올라오는 소리를 삼키려고 아랫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하지만 도미닉은 그녀에게 숨 돌릴 틈조차 주지 않았다. 그의 손길은 그녀를 더욱 몰아붙였고, 레나타의 몸은 본능적으로 움찔거렸다.“선생님…… 이제 그만……” 그녀가 흐느끼듯 중얼거리며 그의 팔뚝을 붙잡았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속도를 높였다.“아직 멀었어.” 뜨겁고 낮은 숨결이 귓가를 스쳤다. “네가 완전히 정신을 놓을 때까지 원해.”레나타는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온몸이 떨리고, 다리에 힘이 풀려갔다. 두 사람의 입술에 번진 붉은 립스틱은 엉망으로 번져 있었다.“도미닉 선생님……”“응, 자기야?” 그가 그녀의 목에 새로운 붉은 자국을 남겼다. “규칙 하나 더. 이런 순간에는 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마.”“그럼…… 뭐라고 불러요?”“대디라고 불러.”레나타는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관자놀이에는 땀이 맺혔다. 자신도 모르게 몸이 그의 손길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미닉은 그녀를 나무라기는커녕 더욱 집요하게 몰아붙였다.“착하지. 계속해.”“선생님—”“대디.”“대디……”그 순간 레나타의 몸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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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렌타는 캠퍼스 근처의 작은 카페에 앉아 종이 빨대를 손가락으로 구기작거리다 결국 손안에서 찌그러뜨리고 있었다. 맞은편에서는 셀리가 눈도 깜빡이지 않은 채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평소 따뜻함이 가득했던 눈빛은 온데간데없고, 공기를 천천히 베어 가르는 작은 칼날처럼 날카로운 기색만이 남아 있었다.“정말 확실해?” 셀리가 조용히 물었다. “너랑 도미닉 씨 사이에 아무 일도 없다는 거.”렌타는 마른침을 삼키며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말했잖아, 셀. 그냥 연구 때문에 그분한테 자문을 구하고 있는 거야. 학생들 과제 채점도 도와드리고 있고.”“연구.” 셀리가 그 말을 되풀이하며 입꼬리를 비틀었다. 얇고 비웃는 듯한 미소였다. “대체 무슨 연구를 하면 허벅지가 그렇게 되는 건데?”“말했잖아. 실수로 음료를 쏟았다고.”“거짓말쟁이.”“믿고 싶은 대로 믿어. 네가 상관할 일 아니잖아.”“렌타.” 셀리가 의자에 몸을 기대며 그녀를 똑바로 바라봤다. “난 네 가장 친한 친구야. 네가 거짓말할 때면 알아.”렌타는 고개를 숙였다. 엄지손톱이 손가락 살을 천천히, 의도적으로 파고들었다. 따끔한 통증이 느껴졌다. “거짓말 아니야.” 그녀가 중얼거렸다. “네가 그냥 오해하는 거야.”두 사람 사이로 침묵이 길게 늘어졌다. 커피 머신에서 새어 나오는 쉭쉭거리는 소리만이 공간을 채우며 렌타의 불규칙한 숨소리를 감췄다.셀리가 한숨을 내쉬더니 자신의 컵을 밀어냈다. “언젠가 솔직하게 말하고 싶어지면, 난 여기 있을게, 렌타. 널 판단하지 않을 거야. 난 그냥… 네가 감당할 수 없는 일에 휘말릴까 봐 걱정돼.”렌타가 고개를 들었다. 눈빛에는 죄책감과 함께 두려움이 스쳤다. “알아, 셀. 하지만 날 믿어… 나 혼자서도 잘할 수 있어.”셀리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다들 그렇게 말해. 그런데 가끔은 자기가 감당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가장 크게 무너지는 법이야.”렌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말이 조용한 일격처럼 가슴을 후려쳤다.마침내 셀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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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렌타는 아파트 문이 열리며 도미닉이 모습을 드러내자 좀처럼 믿을 수가 없었다. 흐트러지고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여전히 같은 흰 셔츠를 입고 있었고, 소매는 팔꿈치까지 걷어 올려져 있었다. 머리카락은 살짝 흐트러져 있었으며, 걸음은 느렸지만 망설임이 없었다. 마치 이곳에 오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듯한 모습이었다. 반면 렌타는 그의 눈과 마주친 순간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왜 그렇게 쳐다봐?” 그의 목소리는 낮고 무덤덤했지만, 미세한 진동처럼 그녀의 가슴을 울렸다.“왜, 왜 여기 오셨어요, Sir?”“렌타.” 도미닉은 어이없을 만큼 태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여기도 내 아파트라는 걸 잊었어?”렌타는 눈을 깜빡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입술만 살짝 벌렸다. 좋아, 인정하자. 지금 자신은 완벽하게 바보처럼 보이고 있었다.도미닉은 벽에 기대어 그녀를 바라봤다. 그 시선은 한결같이 흔들림 없고 속내를 읽을 수 없었다. “그리고 하나 더.” 그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이었다. “우리 둘만 있을 때도 왜 계속 나를 Sir라고 부르는 거지? 다른 이름을 쓰라고 하지 않았나?”“그럼… Daddy요?”“맞아. 벌써 치매라도 걸린 건가?”렌타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젠장. 저렇게 깊숙이 눈을 맞춰 오는데 어떻게 태연할 수 있겠는가?“S—Sir—아니, Daddy. 그렇게 쳐다보지 말아 주시면 안 돼요?” 그녀는 말을 더듬으며 시선을 돌리려 했지만, 어쩐지 그 목소리가 묘하게… 수줍게 들렸다.도미닉이 한 걸음 다가왔다. 모든 동작은 느긋했지만 확신에 차 있었다. “어떻게?”그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 매끄러우면서도 위험한 음성이 두 사람 사이의 공기를 스쳤다.“그게… 마치 저한테 뭔가 하려는 것처럼—”“오늘 오후에 끝내지 못한 걸 마저 하려는 것처럼?”그가 차분하게 말을 끊었지만, 그 말에는 숨길 수 없는 의미가 배어 있었다.렌타는 마른침을 삼켰다. “저, 저는 방금 먹으려고 했어요. 그러니까… Daddy가 배고프시면 제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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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레나타는 도미닉이 자신에게서 밤의 모든 것을 몇 번이나 잊게 만들었는지 이제는 셀 수도 없었다. 다만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온몸이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욱신거린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특히 몸 깊숙한 곳이 그랬다. 그리고 그녀가 미소 짓게 만든 첫 번째 것은 허리를 감싸고 있는 따뜻한 온기였다. 도미닉의 단단한 팔이 그녀의 배 위에 걸쳐져 있었다.레나타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도미닉은 여전히 깊이 잠들어 있었다. 흐트러진 머리카락, 살짝 벌어진 입술. 늘 차갑고 무심해 보이던 얼굴은 지금만큼은 평온했다. 어쩌면 다정해 보일 정도였다. 레나타는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몸을 기울여 그의 뺨에 살며시 입을 맞췄다. 짧은 입맞춤이었지만, 심장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천천히 그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얇은 잠옷은 구겨져 있었지만 신경 쓰이지 않았다. 발소리를 죽인 채 작은 주방으로 간 그녀는 간단한 아침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계란 프라이와 블랙커피였다. 이내 고소한 계란 냄새가 주방을 가득 채웠다.얼마 지나지 않아 침실 쪽에서 묵직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도미닉이 문간에 나타났다. 바지만 걸친 채였고, 눈은 아직 반쯤 감겨 있었다.“좋은 아침, 베이비.”잠에서 덜 깬 탓인지 그의 목소리는 낮고 허스키했다. 그는 그녀에게 다가오더니 아무 말 없이 뒤에서 팔을 둘렀다. 맨살의 가슴이 그녀의 등에 밀착됐다.도미닉은 고개를 숙여 옷감이 살짝 내려간 어깨에 입을 맞췄다.“너무 일찍 일어났네.”귓가를 스치는 그의 목소리는 낮고 따뜻했다.“배가 고팠어요.”레나타가 부드럽게 대답하며 팬 안의 계란을 뒤집었다.“그리고 음식 냄새만 나면 대디가 바로 일어날 거라는 것도 알았고요.”도미닉이 낮게 웃으며 그녀를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알잖아. 난 널 만지는 데 이유가 필요 없다는 거.”레나타는 못 들은 척했다. 하지만 입꼬리에 걸린 미소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커피 드릴까요, 차 드릴까요?”그녀가 결국 물었다.“커피. 언제나 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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