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타는 아파트 문이 열리며 도미닉이 모습을 드러내자 좀처럼 믿을 수가 없었다. 흐트러지고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여전히 같은 흰 셔츠를 입고 있었고, 소매는 팔꿈치까지 걷어 올려져 있었다. 머리카락은 살짝 흐트러져 있었으며, 걸음은 느렸지만 망설임이 없었다. 마치 이곳에 오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듯한 모습이었다. 반면 렌타는 그의 눈과 마주친 순간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왜 그렇게 쳐다봐?” 그의 목소리는 낮고 무덤덤했지만, 미세한 진동처럼 그녀의 가슴을 울렸다.“왜, 왜 여기 오셨어요, Sir?”“렌타.” 도미닉은 어이없을 만큼 태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여기도 내 아파트라는 걸 잊었어?”렌타는 눈을 깜빡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입술만 살짝 벌렸다. 좋아, 인정하자. 지금 자신은 완벽하게 바보처럼 보이고 있었다.도미닉은 벽에 기대어 그녀를 바라봤다. 그 시선은 한결같이 흔들림 없고 속내를 읽을 수 없었다. “그리고 하나 더.” 그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이었다. “우리 둘만 있을 때도 왜 계속 나를 Sir라고 부르는 거지? 다른 이름을 쓰라고 하지 않았나?”“그럼… Daddy요?”“맞아. 벌써 치매라도 걸린 건가?”렌타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젠장. 저렇게 깊숙이 눈을 맞춰 오는데 어떻게 태연할 수 있겠는가?“S—Sir—아니, Daddy. 그렇게 쳐다보지 말아 주시면 안 돼요?” 그녀는 말을 더듬으며 시선을 돌리려 했지만, 어쩐지 그 목소리가 묘하게… 수줍게 들렸다.도미닉이 한 걸음 다가왔다. 모든 동작은 느긋했지만 확신에 차 있었다. “어떻게?”그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 매끄러우면서도 위험한 음성이 두 사람 사이의 공기를 스쳤다.“그게… 마치 저한테 뭔가 하려는 것처럼—”“오늘 오후에 끝내지 못한 걸 마저 하려는 것처럼?”그가 차분하게 말을 끊었지만, 그 말에는 숨길 수 없는 의미가 배어 있었다.렌타는 마른침을 삼켰다. “저, 저는 방금 먹으려고 했어요. 그러니까… Daddy가 배고프시면 제가—”
Last Updated : 2026-08-1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