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빨간 그림자가 번개처럼 빠르게 길우빈에게로 날아갔다.길우빈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신급밖에 안 되는 게 감히 내 앞에서 까불어?”이렇게 말하며 그는 손을 휘둘렀다. 수많은 기운이 모여져서 허공에 거대한 손자국이 생겼다. 그 손자국이 소리를 내며 바로 재이에게로 돌진했다.재이는 위험을 감지하고 다시 뒤로 피하려 했다.‘쿵!’무시무시한 손자국이 재이 앞까지 다가왔고 그 기운도 소용돌이치며 재이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재이는 공중에서 뒤로 튕겨 나가며 열몇 걸음 물러나서야 겨우 멈춰 섰다.입가에는 붉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길우빈은 준절정 강자다답게 한 방에 재이를 상처 입혔다.상처를 입었지만 재이의 눈에 담긴 살기는 점점 더 강해졌다.“늙은 자식, 다시 한번 해봐!”재이가 다시 공격하려 할 때, ‘쿵’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재이 앞에 섰다.꼬맹이 남궁서준이었다.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길우빈을 바라보았다.“제가 하죠.”이 말과 함께 남궁서준은 천하를 뒤엎을 검의 기운을 내뿜어 그를 감쌌다.길우빈은 준절정 강자로 문씨 가문 같은 대단한 인물이었다.그는 200년 가까이 살았으나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남궁서준의 검기에 눈이 휘둥그레졌다.검도에 재능이 있는 남궁 세가의 사람으로서 그는 사람을 죽이는 데 말을 아끼는 편이었다.누군가가 형님을 막기만 하면 그 사람을 죽이는 게 남궁서준의 방식이었다.상대가 절정이든 아니든 아무 상관 없었다.그에게는 검을 한 번 휘두르는 것으로 끝나는 일이었다.“감히 우리 형님을 막으려 하다니...”말을 끝낸 그가 손을 쓰려고 했다.그가 번개처럼 빠르게 움직이자 검의 기운이 사방을 둘러쌌다.남궁서준이 손가락을 살짝 들어 올리자, 황금색 검이 그의 손에서 날아올랐다.검을 쥔 그의 기세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그가 손에 든 검은 그저 일반 형태의 검이었다. 남궁서준은 그 검으로 스킬을 썼다.하지만 그 한 번의 스킬은 번개보다, 천둥보다 더 빨랐다.무시무시한 빛과 함께 검이 길우빈을
창을 손에 든 준절정 강자의 기운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손에 든 창도 그의 기운에 따라 일렁였고 창끝이 허공을 찌르자 패기 넘치는 기운이 천둥의 빛으로 변했다. 몇 줄기의 빛이 유성처럼 남궁서준에게로 날아갔다.준절정 강자다운 실력이었다.이 패원창만으로 많은 신급을 무너뜨릴 수 있을 정도였다.빛은 천둥과도 같이 무섭게 남궁서준의 주변을 향하더니 그대로 폭발했다. 남궁서준은 그 빛들에 에워싸여 완전히 삼켜졌다.“서준아!”남궁서준이 폭발에 휘말리는 것을 본 정태웅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외쳤다.비록 정태웅은 평소에 남궁서준을 놀리는 걸 좋아하긴 했지만 그가 위험에 처한 것을 보니 그 누구보다 걱정이 되었다.“걱정 마. 내 동생은 괜찮을 거야.”이 말을 들은 윤구주는 웃으며 남궁서준을 바라보았다.윤구주의 말에 정태웅도 잠깐 멍하니 서 있다가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연기와 먼지가 걷혀지자 15살에 불과한 녀석이 그 자리에 당당히 서 있었다.폭발로 인해 주변은 깊은 구덩이로 변했지만 윤구주가 말한 대로 남궁서준은 전혀 다치지 않았다.이 장면에 준절정의 길우빈조차 안색이 어두워졌다.‘방금 스킬은 내가 무조건 이길 수 있는 스킬이었는데 15살짜리 어린애가 막아냈다고?’‘진짜 괴물 아니야?’“꼬맹아, 더 이상 실력을 숨기지 마!”그때 윤구주가 갑자기 말했다.그 말을 들은 남궁서준은 순진한 표정으로 윤구주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형님!”그러고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준절정 강자인 길우빈에게로 돌진했다.“남은 스킬 다 써보세요! 전 스킬로 반드시 당신을 죽일 거예요!”남궁서준의 차가운 목소리가 200년 가까이 산 준절정 강자의 귀에 들어갔다.이를 들은 길우빈은 눈꺼풀이 격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말도 안 돼, 아직 실력을 숨기고 있다니? 진짜인가? ’길우빈은 자신이 방금 들은 말을 믿기 어려웠다.문씨 가문에서 훈련된 준절정 강자인 길우빈은 100년 전에 이미 신급에 도달했으나 그의 재능에는 한계가 있었다. 나머지 100년 동
문씨 일가의 신급 절정 강자가 죽임을 당했을 때 정찬형과 다른 신급 고급 강자 은석현의 얼굴에 절망이 드리워졌다.세 사람은 윤구주를 제압하라고 보내졌다.그런데 지금 윤구주는 손을 쓰지도 않았고 꼬맹이 한 명이 혼자서 신급 강자 절정과 비슷한 수준의 실력을 갖춘 사람을 죽였다.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이젠 두 사람 차례예요!”눈이 까맣게 변해서 온몸에서 살기를 내뿜는 남궁서준은 길우빈을 죽인 뒤 살벌한 눈빛으로 정찬형과 은석현을 바라보았다.두 사람은 순간 겁에 질렸다.그들뿐만 아니라 그들의 뒤에 있던 사람들도 무서웠다.금지술 칠성!공격 한 방에 신급 절정과 엇비슷한 수준의 실력을 갖춘 사람을 죽였는데 무섭지 않을 수가 없었다.“꼬맹아, 넌 일단 물러나.”이때 윤구주가 갑자기 걸어왔다.“형님, 이 사람들은 안 죽일 겁니까?”꼬맹이는 검을 들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윤구주는 웃으며 말했다.“물어야 할 것을 다 묻고 죽여도 늦지 않아!”“알겠습니다, 형님!”꼬맹이는 말을 마친 뒤 윤구주의 뒤로 물러났다.윤구주의 횃불 같은 눈빛으로 정찬형과 은석현을 바라보았다.“말해. 내 형제 민규현은 지금 어디에 갇혀 있지? 얘기한다면 살려줄 수도 있어.”윤구주는 덤덤히 말했다.오늘 의수 감옥에 온 이유는 민규현 때문이었다.윤구주는 자신을 막는 사람들을 전부 죽일 생각이었다.상대가 몇 명이든, 강하든 약하든 전부 죽일 것이다.민규현이라는 말에 신급 고급 강자인 은석현의 얼굴에 경련이 일었다.“우리들은 구주왕을 막으라는 명령을 받고 왔습니다. 민규현에 관해서는 전혀 모릅니다!”“말하지 않겠다? 그러면 죽어!”윤구주는 그와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손가락으로 허공을 가리키자 일그러진 속박의 힘이 은석현을 감쌌다.신급 고급 강자인 은석현은 윤구주의 기운에 속박당하자 경악했다. 그는 서둘러 온몸의 내공을 끌어와서 윤구주의 공격을 막으려고 했다.“신급 절정과 엇비슷한 실력을 갖춘 사람을 보내면 날 막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한 거야
그러나 그 방어막이 나타나자마자 윤구주는 백옥 같은 손으로 방어막을 만졌다.“술현지, 열천!”쿠궁!봉왕팔기 중 다섯 번째 술현지에는 세 가지 기술이 포함되었다. 윤구주는 처음 서울에 왔을 때 그것으로 8명의 문벌 신급 강자를 해치웠다.당시 그가 썼던 것은 술현지의 반산과 진해였고, 지금 윤구주가 쓴 것은 술현지의 열천이었다.열천이 나타나자마자 방어막에 닿은 윤구주의 손바닥에서 굉음이 나면서 방어막이 폭발했다. 그것은 마치 폭탄처럼 어마어마한 여파를 일으키며 주위를 휩쓸었다.주변에 있던 십여 명의 신급 강자들이 전부 충격에 날아갔을 뿐만 아니라 정찬형의 앞에는 3m 정도 되는 거대한 구덩이가 생겼다.그 공격은 하늘과 땅을 가를 수 있는 대단한 공격이었다.연기가 흩어졌다.신급 절정과 엇비슷한 수준의 실력을 갖춘 정찬형은 가엽게도 온몸의 구멍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고 오장육부가 파괴되어 구덩이 안에서 비참한 말로를 맞이했다.눈 깜짝할 사이에 윤구주를 막으라고 보냈던 세 고수 모두 살해당했다.그 광경에 의수 감옥 문 앞의 남은 수십 명의 검은 복면을 쓴 고수들은 전부 두려워졌다.어쩔 수가 없었다.신급 절정과 엇비슷한 수준의 강자를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죽이는 사람을 누가 감히 막을 수 있겠는가?윤구주는 세 고수를 죽인 뒤 천천히 고개를 들어 어둠을 바라보았다.“이래도 안 나올 건가?”그 말과 함께 어둠 속에서 갑자기 노인의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역시 천하무적의 구주왕답군요!”그 말과 함께 어둠 속에서 불길 하나가 반짝이며 천천히 나타났다.그것은 도깨비불처럼 녹색이었다.녹색 도깨비불과 함께 구부정한 노인이 나타났다.노인은 뼈만 남은 것처럼 앙상했고 언제든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모습이었다.그는 지팡이를 짚으면서 절뚝거리며 도깨비불과 함께 나타났다. 그의 시선이 윤구주에게 닿았다.진정한 절정이 나타났다.“문벌 길영삼, 구주왕을 뵙습니다!”앙상하게 마른 노인은 윤구주를 향해 무릎을 꿇으며 예를 갖추었다.그와 동시에 어둠 속에서
자신의 앞에 무릎 꿇고 있는 다섯 명의 신급 절정 강자들을 본 윤구주는 갑자기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문씨 일가가 참 일을 크게 벌였군. 단번에 5대 고대 문벌을 전부 불러내다니 말이야!”제일 처음 도깨비불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던 뼈만 앙상한 길영삼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저는 나이가 들어 썩은 나무와 다름없습니다. 저승에 반쯤 발을 들인 사람이죠. 만약 저하께서 세간의 문벌을 전부 처리하겠다고 고집을 부리지 않으셨다면 저희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 겁니다.”“하하, 문벌이 정치에 간섭하는 것은 대역죄지! 나 윤구주가 그들을 죽인 것이 잘못되었다는 말인가?”윤구주는 당당하게 말했다.“저는 저하의 말씀에 반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세상일이 어떻게 변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저하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전국에 파다하게 퍼졌었죠. 세가도, 종문도, 문벌도 전부 저하께서 돌아가신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런 선택을 한 것이죠.”길영삼은 묵묵히 말했다.“그래서 당신들은 내가 죽었다고 생각해 멋대로 설쳤다는 말인가? 그래서 문씨 일가의 편에 서서 기회를 틈타 정치에 참여하여 내 형제까지 죽이려고 했고?”윤구주는 그렇게 말한 뒤 무시무시한 살기를 내뿜었다.그의 말에 길영삼은 침묵했다.당시 윤구주가 곤륜에서 왕이 되었을 때 그는 봉선의식에서 자신이 있는 한 종문, 세가, 문벌은 정치에 간섭할 수 없고, 정치에 간섭한 자들은 그 일족까지 모조리 죽일 거라고 했었다.무인이 정치에 간섭하는 것은 금기였기 때문이다.무인이 정치에 간섭하면 조정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천하의 질서도 어지럽혀질 수 있었다.그러나 윤구주가 죽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문벌들은 곧바로 문씨 일가의 편에 서서 정치에 간섭했을 뿐만 아니라 공공연히 사람들을 데리고 윤구주의 암부 형제들을 죽였다.천하무적의 윤구주로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윤구주가 말을 끝맺기 무섭게 천희준이 유유히 앞으로 나섰다.“저하, 암부는 반역죄를 저질렀습니
그는 입가에서 피를 흘리며 겁에 질린 표정으로 살기를 내뿜는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윤구주가 손을 쓰자 다른 네 명은 일제히 입을 열었다.“저하... 노여움을 가라앉히세요! 저희 문벌은 저하와 적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저하, 부디 화진 무도에 전란을 일으키지 말아 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저희 화진의 무도에 큰 영향이 미칠 것입니다.”화진 무도는 종문을 필두로 세가, 문벌을 두었다.천하의 무도에는 문벌이 가장 많았고 천하의 무인 중 7할은 세속 문벌에서 나왔다.문벌 출신의 노인들 말대로 만약 오늘 윤구주가 전쟁을 일으킨다면 천하의 모든 문벌과 적이 되는 셈이었다.그것은 화진 무도에서 금기시되는 일이었다.그러나 윤구주가 그런 걸 신경 쓸 리가 없었다.윤구주는 칼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현장에 있는 문벌 출신의 신급 절정 강자 다섯 명을 바라보았다.“6년 전, 난 곤륜에서 왕이 되었을 때 봉왕팔기로 종문, 세가, 문벌을 제압하여 화진 무도의 통합을 이룩했어. 그때로부터 겨우 6년이 지났는데 문벌은 감히 공공연히 나서서 반역을 저지르려고 해? 오늘 난 말했어. 당신들이 화를 자초한다면 내가 다시 한번 그때처럼 도륙해 주지!”윤구주는 그 말을 할 때 온몸의 살기가 극에 달했다.화진의 왕으로서 윤구주가 가장 용납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자신과 생사를 함께한 형제들이 자기 사람 손에 죽는 것이었다.그런데 그것이 현실이 되었다.문벌이 소란을 피우려 한다면 윤구주는 다시 한번 그들을 처단할 생각이었다.“저하, 저희 문벌은 비록 3대 서열 중에서 말단이지만 설마 저희 천만 문벌을 정말 다 처단할 생각입니까? 그리고 세상 사람들은 저하께서 이미 돌아가신 줄 압니다. 심지어 종문, 세가 대부분이 국방부의 편에 섰습니다. 저하, 충고 하나 하겠습니다. 저하께서 포기하신다면 저희 문벌은 저하를 존경하고 저하를 존귀하게 여길 것입니다.”가장 처음 도깨비불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던 길영삼이 입을 열었다.그런데 윤구주가 갑자기 미친 듯이 웃었다.“종문, 세가를 언급
모두의 시선이 윤구주에게로 향했다.꼬맹이 남궁서준을 포함해 다들 그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다.남궁서준은 겨우 15살이었으나 그는 조금 전 길영삼이 한 말의 뜻을 잘 알고 있었다.윤구주가 문벌을 적으로 돌린다면 대전을 치러야 할 것이다.다들 윤구주가 대답하기를 기다렸다.고대 문벌 출신의 신급 절정 강자 5명도 마찬가지였다.윤구주는 검은 밤하늘 아래 당당히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난 그런 말을 했었어. 이번 생에는 이 천하를, 형제들을 저버리지 않겠다고. 문벌은 멋대로 설치고 다니면서 내 형제들을 해쳤지. 오늘 난 신급 절정 강자인 당신들의 피로 그들을 기릴 거야!”그렇게 외치자 하늘이 변했다.그 순간, 형언하기 어려운 엄청난 살기가 윤구주의 몸에서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그가 드디어 답을 내놨다.천만 문벌이라면 뭐 어떤가?천하를 적으로 돌리면 뭐 어떤가?윤구주는 그런 것들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윤구주는 자신이 했던 말처럼 형제를 해친 자들을 절대 가만두지 않을 생각이었다.그리고 지금은 그 시작이었다.윤구주의 말을 듣자 정태웅, 천현수, 남궁서준 모두 흥분해서 눈이 빨개졌다.천하를 위해, 형제를 위한 일이었다. 윤구주는 아무도 두렵지 않았다.윤구주가 뿜어대는 무시무시한 살기에 신급 절정 실력의 길영삼이 제일 처음 큰 소리로 외쳤다.“큰일이군! 우리를 죽일 생각이야!”길영삼이 깜짝 놀라 외치는 순간, 윤구주는 갑자기 천천히 허공에 떠 올랐다.그의 두 눈에서 눈부신 금빛이 발산되었고 연꽃 불꽃이 그의 동공에서 뿜어졌다.그는 마치 신과 같았다.머리가 흩날리며 허공에 떠 오른 윤구주는 발 아래 다섯 명의 신급 절정 강자를 바라보면서 무자비한 살기를 드러냈다.“백 년 전 곤륜에서 절정은 세상에 나오면 안 된다는 명령을 내렸지. 그런데 당신들은 간이 배 밖으로 나와서 금지령을 무시했어. 원래도 죽어 마땅하지. 그런데 심지어 문씨 일가를 등에 업고 천하의 문벌을 들먹이며 날 협박했어. 오늘 당신들에게 보여주지. 6년 전, 무력으로
마지막에는 30m가 넘는 거대한 검으로 변했다.거대한 검이 나타나자 길영삼을 필두로 한 다섯 명의 신급 절정 강자들은 전부 공격을 시전했다.그들의 나이를 다 합치면 천 살이 넘었다.절정에 오르게 되면 수명은 500살로 늘어난다.다섯 사람은 천 년 정도 되는 내공을 합쳐서 공격을 퍼부었다.엄청난 강기는 하늘을 뚫을 듯했고 어마어마한 기운은 구름층까지 뚫을 듯했다.기운들이 섞이면서 그곳은 완전히 생지옥이 되어버렸다.그러나 그 다섯 명이 윤구주의 금지술 천주를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윤구주가 손바닥으로 대지를 눌렀다.“멸!”쿠구궁!30m 넘는 거대한 검이 하늘에서 내려와 파멸의 힘을 띤 채 다섯 사람을 내리눌렀다.그러나 다섯 사람도 그렇게 만만하지는 않았다.게다가 다섯 명의 내공을 하나로 합치니 그 힘은 아무나 상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쿵!거대한 빛이 다섯 사람의 머리 위에 나타났다. 그 빛은 나타나자마자 쿵쿵 소리와 함께 윤구주의 거대한 검과 부딪혔다.대지가 흔들렸다.주변의 오래된 나무들은 엄청난 충격파로 인해 부러졌다.옆에 있던 정태웅, 천현수, 재이 등 사람들은 전부 충격을 받고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그러나 그 공격을 다섯 명의 신급 절정 강자들이 막아냈다.“막았어! 우리가 그의 금지술을 막았어!”다섯 명 중 한 명인 금인후가 흥분하여 크게 웃으며 말했다.길영삼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그런데 다섯 사람이 마저 기뻐하기도 전에 어두운 하늘 아래 서 있던 윤구주가 갑자기 눈에서 눈부신 금빛을 뿜어대면서 중얼댔다.“팔기지, 뇌왕인!”팔지기.윤구주가 드디어 두 번째 공격을 시전했다.뇌왕인이 나타나자 쾅쾅 소리와 함께 어두운 하늘 위에 천둥, 번개가 나타났다.사람 팔뚝만 한 벼락이 하늘을 미친 듯이 누볐다.뇌왕인이 나타나자 조금 전까지 흥분했던 금인후는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젠장, 왜 또 한 번 공격하는 거죠? 소문에 따르면 봉왕팔기는 이 세상의 금지술이라 다 쓸 수는 없다고 했잖아요.”조금 전까지
“저하,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그를 죽여야 합니까? 저자의 기운이 이토록 흉악한데 성수의 혈기로 진압할 순 없습니까?” 백호는 이미 싸우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안 된다. 너희 네 명이 함께라면 잠시나마 억누를 수는 있겠지만, 너희는 그저 성수의 정혈을 가졌을 뿐이니 마인을 완전히 없애려면 성수가 직접 나타나야 한다. 지금 이 세상에 성수가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스럽다.”윤구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말을 마친 윤구주는 곧장 진요탑 쪽으로 향했다.백호와 임정설, 청해가 함께 가서 돕고자 했으나 장인 대진인이 그들을 가로막았다.“이 마인은 오직 구주만이 상대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중요한 임무가 있습니다. 국주님, 곧 전투가 시작될 터인데 서요산의 진법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이 호법의 중임을 몇 분께 맡기겠습니다.”장인 대진인이 임정설에게 경건하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좋다. 오늘 이 자리에서 목숨을 바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저 마인을 죽이고야 말겠다.” 임정설은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황자의 위엄을 한껏 드높였다.화진의 존망이 걸린 일이라면 임정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하지만 마기가 몰려와 서요산 전체를 뒤덮고 세상이 오직 흑백 두 가지 색깔만으로 변해버리며 그 끔찍한 살기가 강림했을 때 임정설마저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떨렸다.“이 마인의 기운이 이렇게까지 무서울 줄이야.” 임정설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마기로 가득 찼고 윤구주마저 그 기세에 눌리고 있었다.진요탑에서 흘러나온 마기는 실체가 되어 넘쳐흘렀다. 마기가 나타나자 서요산을 지키는 모든 검종 제자의 얼굴이 어두워졌고 어떤 제자는 순간적으로 십여 년을 늙어버렸다.수련이 부족하면 수명으로라도 채워야 하는 참혹한 상황이었다.웅웅.하늘에는 먹구름이 밀집했고 그 안에서 요괴의 번개가 끊임없이 터졌다.“이젠 영기조차 요기로 변하고 있다. 풍수 비술로 보건대 머지않아 이곳에서 요마가 출현하겠구나.” 임정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서요산 외부에서 짙은 요기
도가는 인연이라는 두 글자를 대단히 중히 여긴다.그의 한 번의 인연, 한 번의 생각은 곧 만백성의 생사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윤구주가 정상에 오르자 앞서 온 다른 이들과는 달리 서요산 검종의 모든 이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여 깊은 존경을 표했다. 그들이 경배한 대상은 단순한 한 인간이 아니라 구주의 저하, 화진의 인황, 오방 천지의 주재자였다.“모두 일어나십시오. 제가 오늘 서요산에 온 이유는 오직 진요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입니다. 진요탑 안의 마인을 제거하지 않는 한 문 씨 세가의 역심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오직 마인을 죽여야만 문 씨 세가의 야심도 함께 근절할 수 있습니다.”윤구주는 서요산 검종의 모든 제자를 향해 엄숙하게 말했다.이번 서요산 행차의 목적은 바로 문 씨 세가의 역심을 뿌리째 뽑는 것이었다.검종 제자들이 앞장서 일행을 이끌었고 모두가 금정을 지나 뒷산으로 향했다.뒷산에 막 들어서자마자 음산한 기운이 얼굴을 스쳤다.후산 중앙에는 높이 오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산이 서 있었는데 그 산은 무려 구백구십구 개의 쇠사슬로 단단히 봉인되어 있었다.이 쇠사슬은 그저 평범한 사슬이 아니었다. 절반은 땅속의 지맥과 연결되어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하늘 높이 떠올라 천지의 영기를 끌어모으고 있었다.이런 수준의 봉인이라면 설령 윤구주 자신이 여기에 갇혀 있다고 해도 빠져나가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처럼 견고한 고진마저 지금은 마인의 사기로 조금씩 부식되어 가고 있었다. 본래는 영기가 흘러넘치는 명산이었으나 지금은 온 서요산이 마인의 기운에 물들어 음침하고 괴이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이 강렬한 악기운을 바라보며 서요산 검종의 제자들은 모두 얼굴을 찌푸렸다.솟구치는 사기를 바라보며 서요산 검종의 검객들은 하나같이 얼굴을 찌푸렸다.최근 몇 대에 걸쳐 입종한 서요산의 제자들은 이런 마인의 사기와 요마의 위협 속에서 수련해야 했다.천지의 영기조차 마인의 기운에 오염되어 수련에 큰 지장을 주었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남은 현
이 말을 듣자 모든 이들은 천 년 전 마지막으로 나타난 그 성인이 바로 서요산 검종에서 나왔음을 깨달았다.“짐은 서요산 검종의 선대 종주께서 우화등선하셨다고만 들었는데 그저 떠도는 신화 속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더니 은 성인의 경지에 이르신 것이었군.” 임정설이 깊은 감탄과 함께 말했다.구백 계단 윤구주는 이미 전설을 써 내려가고 있었다.하지만 그 전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구백삼십 계단 사십 계단을 오르면서 윤구주의 발걸음은 오히려 더욱 가벼워졌고 그가 세우는 기록은 사람들의 상식을 계속해서 뒤흔들었다.구백팔십 계단을 지나 정상까지 겨우 십여 계단만 남은 그 순간 윤구주의 발걸음이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구백구십구 계단에 이르러 결국 완전히 멈추었다.드디어 한계에 도달한 것인가?모두가 숨을 죽이고 윤구주를 지켜봤다. 이 마지막 한 걸음은 분명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시험일 터였다.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린 채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십여 분을 견뎌냈다. 사람들은 그가 언제 다시 계단을 오를지 초조하게 기다렸다.마침내 윤구주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됐습니다. 이 마지막 한 걸음은 넘지 않겠습니다. 여기서 시험을 포기하지요.”말을 마치고 계단에서 내려서는 순간 청석 계단 아래에서 강력한 영기가 하늘을 찌를 듯 솟구쳤고 곧바로 서요산을 감싸던 어둠의 기운을 깨끗이 몰아냈다.오랫동안 음울했던 서요산 상공은 순식간에 환해졌고 수백 킬로미터에 걸쳐 맑은 하늘이 펼쳐졌다.서요산의 모든 이들은 충격에 빠져 넋을 잃었다.그제야 그들은 윤구주가 왜 그토록 여유롭게 올라올 수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는 처음부터 서요산의 청석 계단이 가진 진법의 힘을 계속해서 억누르고 있었다.“참으로 대단하신 신위군요! 우리 서요산의 청석 진법마저 제압하셨다니! 마지막 한 걸음을 분명 넘으실 수 있었을 텐데 혹시 강제로 넘었다가 진법이 견디지 못해 영기가 새 나가고 진법이 무너져 진요탑까지 영향을 미칠지 걱정하신 건 아닌가요?” 장인 대진인이
도법의 깊이는 워낙 심오해서 임정설조차 제대로 가늠할 수 없었다.“쉽게 말씀드리자면 구주는 천지의 운기를 완전히 장악한 데다가 하늘이 직접 영광을 내리신 거죠.” 장인 대진인이 말했다.임정설은 이 말을 듣고 비로소 이해한 듯 말했다.“대진인의 말은 윤구주가 바로 하늘이 점지한 사람이라는 뜻인가?”“맞습니다. 우리 화진 사람들은 운명의 갈림길에 서면 본심에 따라 도법을 선택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깁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사는 다하고 하늘의 뜻을 따르라는 말의 의미입니다. 윤구주는 분명 큰 복을 타고났지만 그 엄청난 복을 감당할 힘도 필요합니다.”대진인이 설명했다.말이 끝날 무렵 윤구주는 이미 육백삼십 계단을 거뜬히 올라와 있었다.한 걸음도 멈추지 않고 더욱 확고한 걸음으로 계속 전진했다.그의 발걸음마다 천지의 기운이 응축되었다.어느 순간 서요산의 계단조차 윤구주의 기세를 가두지 못했다. 그는 마치 천지를 밟으며 오르는 듯했다.곧이어 그는 칠백 계단마저 돌파했다.칠백 계단이란 천 년 전 서요산의 전성기에도 극소수만이 도달할 수 있었던 경지였다. 지금 만약 윤구주가 구주왕이 아니라 일반 수련자였다면 이 기록만으로 서요산 전체가 들썩였을 것이다. 만일 윤구주가 서요산에 입문을 원했다면 서요산은 모든 자원을 쏟아부어 그를 키웠을 것이며 서요산 검종의 다음 종주 자리는 당연히 그에게 돌아갔을 것이다.그러나 이미 칠백 계단에 이르렀음에도 윤구주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칠백오십 계단 팔백 계단 팔백오십 계단!그는 끊임없이 정상의 기록을 깨며 전설을 써 내려갔다.서요산 검종의 제자들은 윤구주 앞에 당장이라도 무릎을 꿇을 것 같았다. 이쯤 되자 장인 대진인조차 감히 그를 함부로 평가할 수 없었다.왜냐하면 자신도 과거에 겨우 칠백 계단에 그쳤으니 팔백 계단을 오른 사람을 감히 평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윤구주는 멈추지 않고 계속 올라갔다. 마치 천지를 흔들어 이 강산을 뒤엎어버리겠다는 기세였다.그리고 마침내 구백 계단에 이르렀다.“구백
하지만 한 계단씩 갈수록 더욱 어려워지는 난관들도 이 평범한 사람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만약 윤구주와 맞서야 하는 적의 입장이었다면 지금 이렇게 차분히 계단을 오르는 윤구주는 마치 깊은 심연 그 자체였을 것이다.그의 강력함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고 오히려 그가 올라올수록 위에 있는 사람들은 엄청난 압박감에 휩싸였다.검종의 검객들이 잠시 정신을 놓은 사이 윤구주는 이미 사백 계단까지 올라와 있었다.하지만 사백 계단쯤으로는 아무도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화진의 또 다른 황자 구주왕의 후계자였으니까.윤구주가 오백 계단을 밟는 순간 모든 이들은 숨을 죽이고 그를 응시했다.눈길을 떼지 못한 채 그의 오름을 지켜보았다.오백일…… 오백이십! 오백오십! 오백구십구!“마침내 구구관에 도달했다.”“칠구는 수겁이요 구구는 극히 넘기기 어려운데.”진정한 고수들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과연 윤구주가 이 한 걸음을 쉽게 넘을 수 있을지 모두가 궁금해했다.윤구주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산 아래를 바라보았다.그가 본 것은 단순한 산이 아니라 마치 화진의 온 세상 같았다.한눈에 화진의 대지와 산천이 모두 담겼다.눈앞에 펼쳐진 화진의 아름다운 대지는 숨 막히는 광경이었다.하지만 동시에 이 끝없는 강산 곳곳에 묻혀 있는 수많은 해골도 함께 보였고 그의 마음은 순식간에 비장함과 슬픔으로 가득 찼다.윤구주의 내면을 감지한 서요산 검종 종주의 법신이 곧바로 그의 곁에 나타났다.“구주야 화진의 산천을 잘 살펴봐! 천하의 용맥은 모두 화진에서 비롯되었고 이 한 획 한 획은 백성의 척추와 같다! 눈에 비치는 물의 맑고 흐림은 중요하지 않아. 지나치게 눈 부신 빛은 우리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고 너무 어두운 밤은 희망을 앗아가기 마련이지. 하지만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화진의 이 산천은 영원히 굳건히 서 있을 거야. 왜냐하면 푸른 산마다 묻혀 있는 충신의 뼈와 넋들이 이 나라를 지켜주고 있으니까.”서요산 검종 종주는 윤구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그 온
진인들은 말했다. 임정설이 만약 집념을 내려놓는다면 육백 계단까지도 오를 수 있을 거라고.장인 대진인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하지만 그가 진정으로 집념을 놓는다면 더 이상 화진의 국주가 아니지. 바로 이런 끈질긴 의지가 있기에 그분이 화진 백성을 다스릴 수 있는 것이다.”다른 진인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운명이란 그런 법이다. 아마도 집념을 놓았다면 임정설은 오백 계단조차 오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이때 임정설은 아직 남아 있는 절반의 계단을 바라보며 씁쓸히 미소 지었다. “어쩌면 여기서 멈춰야겠구나.”임정설은 다시 뒤를 돌아 윤구주를 바라보았다. 그가 자기 자식이자 동료처럼 여기는 윤구주가 과연 몇 계단을 오를지 궁금했다.깊은 생각에 잠긴 임정설이 곧바로 말을 꺼냈다.“구주야 이제 네가 올라서 봐! 화진의 구주왕다운 실력을 보여줘! 적어도 나보다는 못하면 안 되지 않겠냐?”아래에 서 있던 윤구주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원래 그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국주의 바람이라면 흔쾌히 도전할 마음이었다.“명 받들겠습니다!” 윤구주는 말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계단을 밟아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기 시작했다.구주왕이 등천로에 도전했다는 소식에 서요산 검종 전체가 술렁였다.검객은 물론이고 잡일을 돕는 제자들까지 모두 금정에 모여들어 그의 모습을 보고자 했다.심지어 하늘 위 어둑한 구름 사이에서도 한 쌍의 법안이 열렸다. 바로 서요산 검종 종주의 법신 환영이었다.임정설이 먼저 정상에 올랐고 장인 대진인을 포함한 일곱 진인과 서요산의 모든 제자들은 화진의 황자를 향해 몸을 숙여 예를 갖추었다.“모두 일어나시오. 그대들이 없었다면 화진은 이미 혼란 속에 빠졌을 것이오. 진정 국가와 화진을 위해 헌신한 것은 바로 그대들입니다.” 임정설은 화진의 모든 백성을 대표할 순 없지만 왕실을 대표하여 임 씨 일족의 지도자로서 서요산 검종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표했다.“국주께서 과찬입니다. 우리는 그저 각자의 방식대로 묵묵히 힘썼을 뿐입니다. 화진의 백
일곱 진인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그들은 국주가 이미 등황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사백 계단은 쉽게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과연 그들의 예상대로 임정설은 멈추지 않고 계속 오르며 오백 계단을 가볍게 밟아 올랐다. “오백 계단을 밟으면 등황의 경지에 오를 수 있습니다. 우리 일곱 진인 중에서도 오직 장인 대진인께서만 과거에 오백 계단에 오르셨고, 현재 서요산에 살아계신 유일한 오백 계단 수련자이십니다. ” 한 진인이 감탄하며 말했다.이 말을 듣자 옆에 있던 백호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선임 도사님 그러면 그 도사님도 황자란 말씀입니까? ”“하하! 우리 서요산에서는 외부의 그런 칭호를 쓰지 않아요. 우리 사이에서는 그를 반신이라고 부릅니다.” 진인들이 웃으며 말했다.청해가 옆에서 덧붙였다. “서요산 검종에서 말하는 반선이 황자를 뜻하는 거야. 근데 그 서요산 반선 진짜 어마어마하게 강한 인물이거든. 예전에 곤륜 구역에서 귀한 영약 찾으러 들어왔다가 우리 빙신전 전주랑 빙황 두 명이 같이 상대했는데도 둘 다 거의 죽을 뻔했어. 결국 아사 신전한테까지 도움 요청해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지.”“뭐라고?”백호는 놀라서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진짜 그렇게 강한지 의문이 들었다.일곱 진인 중 가장 나이 많은 그 진인은 백호의 단순한 반응에 웃음을 터트렸다. 사실 그가 바로 그 반선이었다. 다만 백호가 워낙 세상 물정에 둔감하여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저 놀라기만 하고 있었다.그사이 임정설은 이미 오백오십 계단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이 단계에 이르자 임정설도 거의 극한에 도달했다.“역시 직접 올라와 봐야 이 압력을 제대로 실감하는구나! 오백사십 계단까진 무리 없었는데 오백오십 계단에서 도저히 버틸 수가 없구나.”지금 임정설을 압박하는 것은 단순한 술도의 압력만이 아니었다.과거의 온갖 기억들이 마장이 되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일곱 진인은 모두 임정설의 기운이 혼란스러워진 것을 느꼈다.“장인 사형, 국주님께서 심마에 걸리셨군
청해의 눈길이 자주색 도포를 입은 진인에게로 향했다.서요산검종에서 종주를 제외한 나머지 일곱 명의 진인이 가장 높은 수련을 가지고 있으며 평소 종문 내의 모든 일은 이들 일곱 명이 책임지고 있다.기세는 마치 대강의 파도가 넘실대듯 깊고 끝이 보이지 않는 산과 숲처럼 무한히 이어져 있었다. 그의 수련은 깊이가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서요산 7대 진인의 수련이 극 신급 절정이라고 들었는데 지금 보니 그 말이 너무 가볍게 들리네요. 귀하의 수련은 적어도 극 신급 절정 후반에 다다랐군요.”청해는 세 명의 진인에게 경의를 표하며 몸을 굽혔다.“서요산의 전통은 천 년을 자랑하며 그 깊이는 변함없이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반면 곤륜 구역은 스스로 신을 자처한 이후로 계속해서 내분을 일으켰습니다. 수련을 통해 세상을 떠난 후 도를 깨닫는다는 말처럼 곤륜 구역은 천하의 영기와 천물을 흡수했지만 제 생각에는 도를 얻지 못한 곳입니다. 지금 당신이 화진에게 올바른 수를 두는 것은 맞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노력하면 극 신급 절정 후반도 절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한 진인이 답례하며 말했다.그때 몇몇 사람들은 서요산 검객들의 함성에 이끌려 사방을 살폈다. 백호가 사백 계단을 올라갔다는 소식이었다.“대단한데요. 서요산이 전성기였을 때도 사백 계단을 오른 이는 드물었어요. 우리 몇몇 진인들도 입문 시에 사백 계단을 넘은 적은 없었죠.”몇몇 진인들이 칭찬했다.이는 백호가 미래에 매우 큰 가능성을 지녔음을 의미했고 적어도 극 진경 후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극 진경 후반은 곤륜 구역에서 신전의 전주가 될 수 있는 실력이다.지금 사백 계단에 오른 백호는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 완전히 의지로 버티며 강력한 정신력으로 계속해서 오르고 있었다.그러나 아무리 강한 운명을 지녔다 해도 천지의 이치를 막을 수는 없다.사백오십 계단에 도달했을 때 백호는 결국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의식을 잃은 것은 시험이 끝났다는 신호였고 백호는 곧 깨어났다.“겨우 사백오십 계단이라니
서요산 검객들이 모두 그 무인의 정체를 궁금해하자 진인도 더 이상 뜸 들이지 않고 말했다.“저분은 구주왕 휘하의 화진 군신이자 국방부 대장 백호 장군이시다.”검객들은 모두 입이 벌어진 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군신의 명성은 당연히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보호하는 영웅이었으니까.“정말 구주왕 휘하의 군신이라니!”“역시 저런 굳센 의지가 그냥 나온 게 아니었어! 수많은 전장을 누빈 명장다운 모습이다!” 서요산 검객들은 백호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현재 백호는 이미 삼백이십 계단을 돌파한 상태였다. 백호가 혼자 주목을 독차지하는 걸 본 청해도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고 계단에 발을 내디뎠다.처음 백 계단은 청해도 육신의 힘으로 버텼다. 하지만 백 계단을 넘자 육체만으로는 견디기 어려워졌다. 그는 술법으로 대응하려 했지만 평소 쓰던 빙신전의 신술이 계단 위 술법에는 통하지 않았다.“역시 화진의 서요산 검종은 보통이 아니구나. 이 등천로에선 일반 술법이 먹히지 않으니 천지 영기에 대한 깨달음으로 맞설 수밖에 없겠어.” 청해는 몸을 감싸고 있던 현빙을 거두고 오로지 자신의 속성 영기로만 버티며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막상 올라 보니 이 등천로가 얼마나 어려운지 제대로 실감했다. 이백 계단쯤 오르자 벌써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계단마다 한계를 시험하는 느낌이었다. 올려다보니 백호는 여전히 계단 위로 나아가고 있었다. 청해도 질 수 없다는 마음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서요산 검객들도 청해의 수준을 알아보고 속삭였다. “저 이역인은 정말 대단한 내력의 소유자다! 기운이 이미 진인 급에 가까워! 극 신급 절정의 수련자임이 분명해!”이에 대해 진인은 신비롭게 꾸미지 않고 솔직히 말했다. “저자는 곤륜 구역 빙신전의 부 전주 청해다. 경지가 매우 높지. 지금 빙신전은 우리 화진에 귀속되었고 청해 역시 구주왕 휘하의 부하가 되었다. 얼마 전 서울 방어전에서 청현과 목숨까지 걸고 사투를 벌인 끝에 죽을 고비를 넘겼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