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세가! 이 세 명의 세가 대표 모두 절정 고수다!비록 제자백가 중에서 제일 이름있는 세가는 아니지만, 그렇다 한들 그 온축과 실력은 문벌 따위가 감히 비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눈앞의 꼬마 스님이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이 세 명의 세가 대표를 죽이는 데 10수면 된다고 큰소리 치는것이 아닌가? “그래, 그럼 너한테 맡길게!” 윤구주는 말을 끝내고 뒤로 물러섰다. 그는 굳이 시간과 정력을 이들한테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그럴 가치조차 못 느꼈기 때문이다. 윤구주의 명령이 떨어지자, 공수이가 실실 웃으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최윤성, 권우섭 그리고 마지막에야 모습을 드러낸 세가 절정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야!”“너희 셋 소승의 말 똑똑히 새겨들어! 감히 내 형님한테 무례하게 굴어? 소승 오늘 너희를 죽이지 않으면 법호를 바꿀거다.” “그래서 너흰 지금 자결할 거냐? 아니면 소승이 직접 너희를 제도해 줄까?” 꼬마 스님은 눈앞의 세가 대표들한테 욕설을 퍼부었다. 명색이 세가의 절정 고수인데 대놓고 걸어오는 시비를 어떻게 그냥 넘어갈 수가 있으랴? 화진 무술 3대 서열에서 문벌이 서열의 끝이고 세가는 그 중간이다! 수천 년이란 시간동안 이어져 온 세가이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실세란 소리다! 그런데 지금 이 꼬마 스님이 그들보고 알아서 자결하라니? “어디에서 튀어나온 꼬마냐, 살기 싫은가 보구나!” 먼저 나선 사람은 최씨 가문의 최윤성이었다. 그는 방금 꼬맹이의 검 한방에 뒤로 튕겨나서 그의 가슴속은 지금 분노로 들끓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갑자기 튀여나온 꼬마 스님이 감히 그들 세가보고 자결하라니? 이런 수모를 겪고 어떻게 참을 수가 있겠는가! 손을 휘두르니 최윤성 몸속 절정의 기운이 순식간에 들끓기 시작하였다! 혼탁하고 두터운 기운은 마치 비구름처럼 그의 온몸을 휘감았다! 그는 기운을 손바닥에 끌어모아 최씨 가문의 이름난 무공인 진산장을 선보였다! 내공이 절정 삼중천
“가주님!” 최윤성이 피를 뿜으며 쓰러지는 모습에 최씨 세가 성원들 모두가 경악하였다.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권씨 세가의 권우섭과 방금의 그 중년 절정까지, 모두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절정 삼중천인 최윤성이 한방 만에 널브러질 줄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다! 모두가 고개를 돌려 두려움에 찬 눈길로 꼬마 스님을 바라보았다. 그들한테 꼬마 스님은 마치 괴물처럼 보였다. “덤벼! 겁먹지 말고! 계속!” 꼬마 스님은 싱글벙글 웃으며 권우섭과 그 중년 절정을 바라보았다. “너, 너, 너 도대체 누구야?” “오늘은 우리 제자백가가 모여서 회의하는 날이다. 그런데 네가 제자백가를 향해 선전 포고라도 하겠단 거냐?” 우람진 몸매의 권우섭이 말하였다. 이 자의 내공은 그저 절정 이중천일 뿐이지만 그는 심리전에 능하였다. 최윤성이 한방 만에 쓰러지자, 그는 제자백가를 들먹이며 공수이를 누르려고 하였다. 예상과는 다르게, 권우섭이 말을 꺼내자마자 공수이는 땅에 가래를 뱉었다.“칵 퉤!” “너희 같은 쓰레기들이 감히 제자백가로 나를 누르려고 해? 마씨, 배씨, 반씨 가문 놈들 다 나와보라고 해. 그들이 간이 부었다고 감히 날 건들려고 할까?” 공수이는 그대로 맞받아쳤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공수이의 진짜 신분은 공씨의 세자이다! 공씨 가문과 맹씨 가문이 바로 제자백가의 대표이다. 천하의 유생 중 십중팔구는 다 공씨에서 유래되었다! 그런데 지금 감히 제자백가로 이 공씨 가문 세자를 누르려고 하다니, 간땡이가 부었나? “건방지기 짝이 없구나!” “꼬마야, 너의 뒷배경이 대단한가 보구나! 하지만 오늘 제자백가를 건드린 이상 너는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야!” 중년의 세가 절정이 근엄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공수이는 더는 그들과 말싸움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손을 휙 저으며 말했다. “말이 참 많네. 도대체 싸울 거야 말 거야? 안 싸우면 내가 먼저 공격한다! 구시렁구시렁 시끄러워 죽겠네!”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공수이는 공
중년 절정의 큰 검은 공수이의 주먹에 산산조각 나였고 절정 또한 그 위력에 뒹굴어 떨어졌다. 단 한방 만에 세가의 두 절정을 물리치다니! 이 장면에 세가 성원들 모두가 하나같이 얼이 빠졌다.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이 꼬마 스님이 이리도 대단할 줄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제길!” “이 자식 왜 이렇게 강한 거지?” 권우섭은 피를 토하면서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공수이를 쳐다보았다! “이 자식의 내공은 아마도 사상을 넘은 것 같아... 오악 절정이야!”“그럴 리가? 아직 이리도 어린데 어떻게 오악일 수가 있겠어?” “오늘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우리 셋이 반드시 저 자식을 죽여야 해! 안 그러면 우리 세가의 체면이 깎이고 말 거야!” 이때 최윤성, 권우섭 그리고 큰 검을 거머쥔 그 절정까지, 모두의 시선이 공수이를 향했다! 셋이 연합하여 공수이를 대적하려 한다. 두 명의 절정을 물리친 공수이는 손가락을 접으면서 중얼거렸다. “이미 2번 공격했으니까 아직 8번 남았네. 그 후엔 소승이 너희를 제도할 거야!” 공수이가 말을 끝내자마자 셋이 동시에 공격해 왔다.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 지금 그들은 체면 따위를 고려할 여유가 없었다. 그저 눈앞의 공수이만 죽인다면 아직 모든 것을 만회할 기회가 있다. 하지만 그들은 공수이를 너무 얕잡아보았다. 셋이 동시에 공격해 오자 공수이의 입가에는 요사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곤륜을 떠난 이래 이토록 맘껏 싸우기는 처음이야.” 말하는 사이, 그는 순식간에 최윤성의 곁으로 날아가 그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그러나 최윤성은 감히 이 주먹을 맞받아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는 온몸의 절정 기운을 밖으로 내뿜었다. 이 공포스러운 기운은 하나의 커다란 혈색 장영으로 응축되었다! 세 개의 혈색 장영이 바람을 가로지르며 연이어 공수이를 향해 공격해 왔다! 공수이는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그의 공격을 손쉽게 피한 뒤 괴이하게 웃었다. “공격 끝난 거야? 그럼 이젠 내 차례야!” 공수이는 오른손을 번
“계속 덤벼! 너희 둘 겁먹지 말고!” 공수이는 이 두 절정한테 계속 시비 걸었다. 가엽게도 이 둘은 죽음의 두려움에 겁이 났지만, 뒤로 물러날 수조차 없었다. 뒤에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수많은 세가 성원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 뒷걸음질 쳤다간 오늘의 치욕은 평생토록 잊히질 않을 것이다. “대머리 녀석, 목숨을 내놓거라!” 손에 커다란 검을 든 중년 절정이 더는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그의 온몸에서 절정의 기운이 마치 화산 폭발하는 것처럼 뿜어져 나왔다. 요동치는 절정의 기운이 한 자루의 큰 검으로 응축되었다! 그 커다란 검은 짙은 검은색을 띠었다. 그 중년 절정은 이미 목숨을 내놓고 싸울 각오를 한 듯 하였다. 죽으려고 아등바등하는 사람의 소원을 공수이가 어찌 무시할 수 있을까? 번쩍임과 동시에 공수이는 순식간에 중년 절정의 코앞에 다가왔다. 그 절정이 검을 휘두르기도 전에 공수이는 오른손을 들어올리고 말했다. “사!” 한줄기의 금빛이 그의 손끝에서 흘러나와 그 중년 절정의 미간을 관통하였다. 그 중년 절정은 마치 귀신을 본 듯한 얼굴로 공수이를 뚫어지도록 바라보았다. 미간이 관통당한지 몇 초 후 그는 더는 버티지 못하고 땅바닥에 꼬꾸라졌다! 죽었다! “자 덤벼, 너 하나 남았어!” 공수이는 중년 절정을 해치운 뒤 눈웃음을 치며 권우섭을 바라보았다! 권우섭은 죽음의 공포에 휩싸였다! 공포감에 커다란 땀방울이 그의 이마를 타고 흘러 내려왔다. 그는 죽기 싫다! 그 누구보다도 죽는 것을 두려워한다! 지금 3대 절정 중 2명이 바로 그의 눈앞에서 공수이한테 살해당하였다. 그는 공포감에 말조차 제대로 꺼내지 못하였다. “뚱보야 겁 내지 마! 나한테 제도 당하는 건 너의 크나큰 행운이야!” 공수이는 웃으며 권우섭한테 다가갔다. 권우섭은 뒷걸음질 치며 귀신이라도 본 듯한 창백해진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오지 마... 오지 말라고...”“네가 오지 말란다고 소승이 너한테 안 다가갈까?” 말이 끝남과 동시에
공수이는 살짝 놀랐다! “흥!” “난 마씨 가문 제3대 집법 대장로다! 너희 공씨 가문과도 백 년간의 친분이 있지! 오늘은 네 공씨 가문의 선조들과의 친분을 고려해 그냥 넘어가 주지만, 네가 이곳에서 계속 행패를 부린다면 그땐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니라!” 그 마씨 노인이 노여움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겁주는 거야?” “영감탱이가 한번 해보든가?” 공수이는 상대가 누군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의 형님을 욕보인 사람은 그 누구든지 다 목숨값을 치러야 한다! 마씨 가문 노인이 공수이의 태도에 눈 돌아갈 뻔한 찰나, 정교한 옷차림의 마동한이 앞으로 나섰다. “공씨 가문 세자라고요? 소생 마동한, 마씨 가문의 세자입니다!” 마동한이 자기소개를 하였다. 마동한이 말을 꺼내기 무섭게 꼬마 스님은 퉤하며 가래를 땅바닥에 뱉었다.“너 같은 것도 마씨 가문 세자라고 자칭하고 다니냐? 쯧쯧, 마씨 가문 기세가 기울어 점점 갈수록 별로라는 소문이 사실이었다니!” 꼬마 스님이 마동한을 비꼬았다. 공수아가 자신을 이리도 능멸하니 아무리 성격이 좋은 마동한도 참지 못하였다. “망할 자식, 감히 네가 나를 능욕해?” 공수이는 헤헤 웃으며 말했다.“소생은 그저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거든! 인정하기 싫어? 그러면 나랑 맞짱 뜨던가?” “너...”마동한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랐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참아냈다! 방금 공수이가 최윤성과 중년의 절정을 손쉽게 죽이던 모습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다. 눈 깜짝 안 하고 살인을 저지르는 악마 같은 꼬마를 상대하려니 그는 솔직히 살짝 겁이 났다. “왜? 자신 없어? 그러면서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공수이는 그를 비웃었다. 주변의 세가 성원들은 하나같이 화가 치밀었지만, 그 누구도 감히 앞으로 나서지 못하였다. 공씨 가문은 제자백가 중 제1대 가문이니 말이다. 그 누구도 감히 그를 건드릴 엄두를 내지 못하였다. “화진에서 명성을 떨치던 구주왕이 공씨 가문 밑에 숨어들다니! 정말 생각지도 못
“감히 우리 세가의 사람을 죽여?” 염수천이 검으로 그 세가 노인의 목을 자른 모습에 나머지 사람들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터져 나왔다. 그러나 염수천은 추호의 두려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염수천은 강철로 주조된 검을 들고 무심하게 서서 말하였다. “너희를 죽이는 게 뭔 큰 일이라고. 난 금위군 통령 염수천! 죽는 게 두렵지 않은 놈은 나한테 덤벼도 좋아.” “금위군?” “이 자식이 바로 황성 금위군 통령 염수천이라고?” 염수천의 말에 세가 성원들의 안색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였다. 황성 금위군이 국주의 친위군임을 모르는 이가 없다. 그들은 선참후계 및 격살물론의 특권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국주 단 한 사람한테만 충성한다. 30만의 금위군을 거느리는 금위군 통령이 지금 이 시각 윤구주의 편에 서 있다니, 상상도 못 한 일이다. “염수천 나리, 금위군 통령으로서 우리 세가의 일에 끼어드는 건 좀 타당치 않다고 봅니다만.” 마동한의 안색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내가 굳이 끼어들겠다면 어쩔 건데?” “잘 들어라, 구주왕은 나 염수천의 왕이다! 내가 살아있는 한 누가 나의 왕한테 무례를 범한다면 그놈의 명줄은 내가 끊어놓을 것이다!” 이 말이 나오자 모든 세가 성원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염수천 나리의 기세는 참으로 대단하지만 아쉽게도 구주왕은 더 이상 우리 화진의 왕이 아닙니다! 게다가 오늘 우리 세가들은 내각 8명의 장로의 지시로 이 자리에 모인 것입니다! 일개 금위군 통령이 감히 내각 나리의 명령을 거스르겠다는 겁니까?” 마동한이 말했다. “내각으로 날 짓누를 생각은 말아! 딱 한 마디만 더 한다. 설사 은성구가 온다 해도 똑같이 베여버릴 거야!” 이 한마디에 마동한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 (제길! 어쩌면 윤구주의 주변에는 나사 풀린 인간들만 모여있는 건지! 먼저는 공씨 가문의 공수이가 시비를 걸더니 이젠 금위군 통령 염수천이 난리를 피우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허허!” “염수천 나리가 작정하
외팔 절정의 말에 모든 사람이 흠칫 놀랐다. 이 기괴한 절정들이 다 윤구주와 아는 사이라고? 무슨 상황이지? 민규현, 정태웅 그리고 천현수조차 얼굴에 깊은 곤혹감으로 가득하였다. 외팔 절정의 물음에 윤구주는 차갑게 웃었다. “6년 전에 너희를 죽이지 않고 살려두었더니 지금 다시 기여 나와서 죽음을 자초하는구나!” 6년 전? 쿵! 이 말에 모든 사람이 얼 빠졌다! 전에 본 적 없는 이 절정들이 다 6년 전 사람이란 말인가! “하하하”“그렇네! 벌써 6년이 지났어!” “내 팔이 인왕한테 잘리고 난 후로 난 인왕을 단 하루도 생각 안 한 날이 없었네.” 외팔 절정의 얼굴에는 살기가 어렸다. 원래 이들은 6년 전 윤구주가 곤륜에서 왕으로 칭할 때 그의 칼날에서 살아남은 세가 절정이었다. 이 외팔 노파의 이름은 채청화, 채씨 가문 세가 사람이다. 얼굴에 지네 같은 흉터를 가지고 있는 장영록 역시 기북의 장씨 가문 세가 사람이다. 6년 전 윤구주는 자신의 주먹으로 천하를 얻었다! 그의 앞길을 막는 자는 모조리 베여버렸다! 눈앞의 장영록이든 채청화든 모두 6년전 세가의 잔당들이다! 채청화의 끊어진 한쪽 팔과 장영록 얼굴의 그 칼날자국 모두 윤구주가 남긴 것이다. 당시 윤구주가 천하의 왕으로 된 후 그들의 목숨은 살려주었다! 하지만 6년 전 윤구주의 앞길을 막아섰던 세가의 잔당들이 또다시 이곳에 모습을 드러낼 줄이야! 채청화, 장영록과 그 뒤에 서 있는 십여 명의 세가 잔당을 바라보며 윤구주가 말했다. “나를 대적하기 위해 꽤 머리를 쓴 것 같구나! 그렇다면 나머지 놈들도 다 기여 나오거라!” 외팔 노파가 깔깔 웃어대며 주위를 향해 소리쳤다. “인왕이 이렇게까지 말하니 더는 숨지 말고 나오거라!” 외팔 절정의 말이 끝나자 잠긴 목소리가 서쪽에서 전해져 왔다. “주씨 가문, 인왕을 뵙니다!” 말소리와 함께 백발의 한 노인이 휠체어에 탄 채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뒤에도 역시 7, 8명의 절정이 서 있었다. 그들은 모두 통일
먼저 말문을 연 사람은 배씨 가문의 세자 배도천이였다! 제자백가 중의 배씨 가문 인원으로써 배도천은 이제껏 중립을 유지했다. 윤구주의 변태 같은 실력을 직접 목격했었기 때문이다. 곁에 서 있던 배씨 가문 붉은 얼굴의 절정 노인이 생각 많아 보이는 눈길로 그들을 훑으며 답했다. “세자는 모르겠지만 이 자들 모두 6년 전 살아남은 세가의 잔당들이야!” “6년 전이요?” 배도천은 깜짝 놀랐다. “그래!” “당시 인왕이 곤륜에서 왕으로 칭하고 무력으로 천하를 얻었지. 하지만 자네는 모를걸세. 왕으로 칭하기 전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의 앞을 막아섰고,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때문에 목숨을 잃었는지를 말이야.” 배씨 가문 절정이 유유히 말했다. “셋째 장로님의 뜻은 이들 모두 당시 윤구주를 막아 나섰던 사람들이란 겁니까?” 배도천이 재차 물었다. “그렇고말고!” “저기 휠체어에 앉아 있는 늙은 괴물 보이나? 저 자는 주형권이라고 주씨 가문의 선조일세! 주씨 가문은 북방에 웅거하고 있지. 비록 제자백가의 이름난 대표는 아니지만 주씨 가문의 음양진은 도문중에서 명성이 자자하지! 심지어 예씨 가문도 주씨 가문 현문진법의 위력을 인정하였어!” “바로 윤구주가 이 주씨 가문 선조의 두 다리를 베여버렸어!” 이 말에 배도천은 오금이 저려났다. “그리고 저 나호봉의 사도인!” “나호봉은 우리 세가 서열에 속하여 있지 않아. 나호봉은 악행을 서슴지 않는 철저하게 나쁜 종문이지. 나호봉 사람들은 사람의 정기와 피를 빨아먹으며 사악한 무술을 연마해! 사도인은 6년 전 윤왕의 손에 죽었다고 들었는데. 이 자들이 아직도 살아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네!” 배도천은 눈앞의 절정 강자들을 쓱 훑어보았다. 방금 모습을 드러낸 새 얼굴의 절정만 하여도 30여 명이 넘었다! 그리고 이곳에 있는 세가의 절정도 합하면 50명은 족히 넘는다! “망했어!” “이렇게 많은 절정이 인왕 하나를 죽이기 위해 모인 거라니! 큰 심혈을 기울였네!” 배도천은 놀라워하며 말하였다
“저하,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그를 죽여야 합니까? 저자의 기운이 이토록 흉악한데 성수의 혈기로 진압할 순 없습니까?” 백호는 이미 싸우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안 된다. 너희 네 명이 함께라면 잠시나마 억누를 수는 있겠지만, 너희는 그저 성수의 정혈을 가졌을 뿐이니 마인을 완전히 없애려면 성수가 직접 나타나야 한다. 지금 이 세상에 성수가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스럽다.”윤구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말을 마친 윤구주는 곧장 진요탑 쪽으로 향했다.백호와 임정설, 청해가 함께 가서 돕고자 했으나 장인 대진인이 그들을 가로막았다.“이 마인은 오직 구주만이 상대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중요한 임무가 있습니다. 국주님, 곧 전투가 시작될 터인데 서요산의 진법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이 호법의 중임을 몇 분께 맡기겠습니다.”장인 대진인이 임정설에게 경건하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좋다. 오늘 이 자리에서 목숨을 바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저 마인을 죽이고야 말겠다.” 임정설은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황자의 위엄을 한껏 드높였다.화진의 존망이 걸린 일이라면 임정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하지만 마기가 몰려와 서요산 전체를 뒤덮고 세상이 오직 흑백 두 가지 색깔만으로 변해버리며 그 끔찍한 살기가 강림했을 때 임정설마저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떨렸다.“이 마인의 기운이 이렇게까지 무서울 줄이야.” 임정설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마기로 가득 찼고 윤구주마저 그 기세에 눌리고 있었다.진요탑에서 흘러나온 마기는 실체가 되어 넘쳐흘렀다. 마기가 나타나자 서요산을 지키는 모든 검종 제자의 얼굴이 어두워졌고 어떤 제자는 순간적으로 십여 년을 늙어버렸다.수련이 부족하면 수명으로라도 채워야 하는 참혹한 상황이었다.웅웅.하늘에는 먹구름이 밀집했고 그 안에서 요괴의 번개가 끊임없이 터졌다.“이젠 영기조차 요기로 변하고 있다. 풍수 비술로 보건대 머지않아 이곳에서 요마가 출현하겠구나.” 임정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서요산 외부에서 짙은 요기
도가는 인연이라는 두 글자를 대단히 중히 여긴다.그의 한 번의 인연, 한 번의 생각은 곧 만백성의 생사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윤구주가 정상에 오르자 앞서 온 다른 이들과는 달리 서요산 검종의 모든 이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여 깊은 존경을 표했다. 그들이 경배한 대상은 단순한 한 인간이 아니라 구주의 저하, 화진의 인황, 오방 천지의 주재자였다.“모두 일어나십시오. 제가 오늘 서요산에 온 이유는 오직 진요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입니다. 진요탑 안의 마인을 제거하지 않는 한 문 씨 세가의 역심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오직 마인을 죽여야만 문 씨 세가의 야심도 함께 근절할 수 있습니다.”윤구주는 서요산 검종의 모든 제자를 향해 엄숙하게 말했다.이번 서요산 행차의 목적은 바로 문 씨 세가의 역심을 뿌리째 뽑는 것이었다.검종 제자들이 앞장서 일행을 이끌었고 모두가 금정을 지나 뒷산으로 향했다.뒷산에 막 들어서자마자 음산한 기운이 얼굴을 스쳤다.후산 중앙에는 높이 오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산이 서 있었는데 그 산은 무려 구백구십구 개의 쇠사슬로 단단히 봉인되어 있었다.이 쇠사슬은 그저 평범한 사슬이 아니었다. 절반은 땅속의 지맥과 연결되어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하늘 높이 떠올라 천지의 영기를 끌어모으고 있었다.이런 수준의 봉인이라면 설령 윤구주 자신이 여기에 갇혀 있다고 해도 빠져나가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처럼 견고한 고진마저 지금은 마인의 사기로 조금씩 부식되어 가고 있었다. 본래는 영기가 흘러넘치는 명산이었으나 지금은 온 서요산이 마인의 기운에 물들어 음침하고 괴이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이 강렬한 악기운을 바라보며 서요산 검종의 제자들은 모두 얼굴을 찌푸렸다.솟구치는 사기를 바라보며 서요산 검종의 검객들은 하나같이 얼굴을 찌푸렸다.최근 몇 대에 걸쳐 입종한 서요산의 제자들은 이런 마인의 사기와 요마의 위협 속에서 수련해야 했다.천지의 영기조차 마인의 기운에 오염되어 수련에 큰 지장을 주었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남은 현
이 말을 듣자 모든 이들은 천 년 전 마지막으로 나타난 그 성인이 바로 서요산 검종에서 나왔음을 깨달았다.“짐은 서요산 검종의 선대 종주께서 우화등선하셨다고만 들었는데 그저 떠도는 신화 속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더니 은 성인의 경지에 이르신 것이었군.” 임정설이 깊은 감탄과 함께 말했다.구백 계단 윤구주는 이미 전설을 써 내려가고 있었다.하지만 그 전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구백삼십 계단 사십 계단을 오르면서 윤구주의 발걸음은 오히려 더욱 가벼워졌고 그가 세우는 기록은 사람들의 상식을 계속해서 뒤흔들었다.구백팔십 계단을 지나 정상까지 겨우 십여 계단만 남은 그 순간 윤구주의 발걸음이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구백구십구 계단에 이르러 결국 완전히 멈추었다.드디어 한계에 도달한 것인가?모두가 숨을 죽이고 윤구주를 지켜봤다. 이 마지막 한 걸음은 분명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시험일 터였다.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린 채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십여 분을 견뎌냈다. 사람들은 그가 언제 다시 계단을 오를지 초조하게 기다렸다.마침내 윤구주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됐습니다. 이 마지막 한 걸음은 넘지 않겠습니다. 여기서 시험을 포기하지요.”말을 마치고 계단에서 내려서는 순간 청석 계단 아래에서 강력한 영기가 하늘을 찌를 듯 솟구쳤고 곧바로 서요산을 감싸던 어둠의 기운을 깨끗이 몰아냈다.오랫동안 음울했던 서요산 상공은 순식간에 환해졌고 수백 킬로미터에 걸쳐 맑은 하늘이 펼쳐졌다.서요산의 모든 이들은 충격에 빠져 넋을 잃었다.그제야 그들은 윤구주가 왜 그토록 여유롭게 올라올 수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는 처음부터 서요산의 청석 계단이 가진 진법의 힘을 계속해서 억누르고 있었다.“참으로 대단하신 신위군요! 우리 서요산의 청석 진법마저 제압하셨다니! 마지막 한 걸음을 분명 넘으실 수 있었을 텐데 혹시 강제로 넘었다가 진법이 견디지 못해 영기가 새 나가고 진법이 무너져 진요탑까지 영향을 미칠지 걱정하신 건 아닌가요?” 장인 대진인이
도법의 깊이는 워낙 심오해서 임정설조차 제대로 가늠할 수 없었다.“쉽게 말씀드리자면 구주는 천지의 운기를 완전히 장악한 데다가 하늘이 직접 영광을 내리신 거죠.” 장인 대진인이 말했다.임정설은 이 말을 듣고 비로소 이해한 듯 말했다.“대진인의 말은 윤구주가 바로 하늘이 점지한 사람이라는 뜻인가?”“맞습니다. 우리 화진 사람들은 운명의 갈림길에 서면 본심에 따라 도법을 선택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깁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사는 다하고 하늘의 뜻을 따르라는 말의 의미입니다. 윤구주는 분명 큰 복을 타고났지만 그 엄청난 복을 감당할 힘도 필요합니다.”대진인이 설명했다.말이 끝날 무렵 윤구주는 이미 육백삼십 계단을 거뜬히 올라와 있었다.한 걸음도 멈추지 않고 더욱 확고한 걸음으로 계속 전진했다.그의 발걸음마다 천지의 기운이 응축되었다.어느 순간 서요산의 계단조차 윤구주의 기세를 가두지 못했다. 그는 마치 천지를 밟으며 오르는 듯했다.곧이어 그는 칠백 계단마저 돌파했다.칠백 계단이란 천 년 전 서요산의 전성기에도 극소수만이 도달할 수 있었던 경지였다. 지금 만약 윤구주가 구주왕이 아니라 일반 수련자였다면 이 기록만으로 서요산 전체가 들썩였을 것이다. 만일 윤구주가 서요산에 입문을 원했다면 서요산은 모든 자원을 쏟아부어 그를 키웠을 것이며 서요산 검종의 다음 종주 자리는 당연히 그에게 돌아갔을 것이다.그러나 이미 칠백 계단에 이르렀음에도 윤구주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칠백오십 계단 팔백 계단 팔백오십 계단!그는 끊임없이 정상의 기록을 깨며 전설을 써 내려갔다.서요산 검종의 제자들은 윤구주 앞에 당장이라도 무릎을 꿇을 것 같았다. 이쯤 되자 장인 대진인조차 감히 그를 함부로 평가할 수 없었다.왜냐하면 자신도 과거에 겨우 칠백 계단에 그쳤으니 팔백 계단을 오른 사람을 감히 평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윤구주는 멈추지 않고 계속 올라갔다. 마치 천지를 흔들어 이 강산을 뒤엎어버리겠다는 기세였다.그리고 마침내 구백 계단에 이르렀다.“구백
하지만 한 계단씩 갈수록 더욱 어려워지는 난관들도 이 평범한 사람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만약 윤구주와 맞서야 하는 적의 입장이었다면 지금 이렇게 차분히 계단을 오르는 윤구주는 마치 깊은 심연 그 자체였을 것이다.그의 강력함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고 오히려 그가 올라올수록 위에 있는 사람들은 엄청난 압박감에 휩싸였다.검종의 검객들이 잠시 정신을 놓은 사이 윤구주는 이미 사백 계단까지 올라와 있었다.하지만 사백 계단쯤으로는 아무도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화진의 또 다른 황자 구주왕의 후계자였으니까.윤구주가 오백 계단을 밟는 순간 모든 이들은 숨을 죽이고 그를 응시했다.눈길을 떼지 못한 채 그의 오름을 지켜보았다.오백일…… 오백이십! 오백오십! 오백구십구!“마침내 구구관에 도달했다.”“칠구는 수겁이요 구구는 극히 넘기기 어려운데.”진정한 고수들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과연 윤구주가 이 한 걸음을 쉽게 넘을 수 있을지 모두가 궁금해했다.윤구주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산 아래를 바라보았다.그가 본 것은 단순한 산이 아니라 마치 화진의 온 세상 같았다.한눈에 화진의 대지와 산천이 모두 담겼다.눈앞에 펼쳐진 화진의 아름다운 대지는 숨 막히는 광경이었다.하지만 동시에 이 끝없는 강산 곳곳에 묻혀 있는 수많은 해골도 함께 보였고 그의 마음은 순식간에 비장함과 슬픔으로 가득 찼다.윤구주의 내면을 감지한 서요산 검종 종주의 법신이 곧바로 그의 곁에 나타났다.“구주야 화진의 산천을 잘 살펴봐! 천하의 용맥은 모두 화진에서 비롯되었고 이 한 획 한 획은 백성의 척추와 같다! 눈에 비치는 물의 맑고 흐림은 중요하지 않아. 지나치게 눈 부신 빛은 우리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고 너무 어두운 밤은 희망을 앗아가기 마련이지. 하지만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화진의 이 산천은 영원히 굳건히 서 있을 거야. 왜냐하면 푸른 산마다 묻혀 있는 충신의 뼈와 넋들이 이 나라를 지켜주고 있으니까.”서요산 검종 종주는 윤구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그 온
진인들은 말했다. 임정설이 만약 집념을 내려놓는다면 육백 계단까지도 오를 수 있을 거라고.장인 대진인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하지만 그가 진정으로 집념을 놓는다면 더 이상 화진의 국주가 아니지. 바로 이런 끈질긴 의지가 있기에 그분이 화진 백성을 다스릴 수 있는 것이다.”다른 진인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운명이란 그런 법이다. 아마도 집념을 놓았다면 임정설은 오백 계단조차 오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이때 임정설은 아직 남아 있는 절반의 계단을 바라보며 씁쓸히 미소 지었다. “어쩌면 여기서 멈춰야겠구나.”임정설은 다시 뒤를 돌아 윤구주를 바라보았다. 그가 자기 자식이자 동료처럼 여기는 윤구주가 과연 몇 계단을 오를지 궁금했다.깊은 생각에 잠긴 임정설이 곧바로 말을 꺼냈다.“구주야 이제 네가 올라서 봐! 화진의 구주왕다운 실력을 보여줘! 적어도 나보다는 못하면 안 되지 않겠냐?”아래에 서 있던 윤구주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원래 그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국주의 바람이라면 흔쾌히 도전할 마음이었다.“명 받들겠습니다!” 윤구주는 말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계단을 밟아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기 시작했다.구주왕이 등천로에 도전했다는 소식에 서요산 검종 전체가 술렁였다.검객은 물론이고 잡일을 돕는 제자들까지 모두 금정에 모여들어 그의 모습을 보고자 했다.심지어 하늘 위 어둑한 구름 사이에서도 한 쌍의 법안이 열렸다. 바로 서요산 검종 종주의 법신 환영이었다.임정설이 먼저 정상에 올랐고 장인 대진인을 포함한 일곱 진인과 서요산의 모든 제자들은 화진의 황자를 향해 몸을 숙여 예를 갖추었다.“모두 일어나시오. 그대들이 없었다면 화진은 이미 혼란 속에 빠졌을 것이오. 진정 국가와 화진을 위해 헌신한 것은 바로 그대들입니다.” 임정설은 화진의 모든 백성을 대표할 순 없지만 왕실을 대표하여 임 씨 일족의 지도자로서 서요산 검종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표했다.“국주께서 과찬입니다. 우리는 그저 각자의 방식대로 묵묵히 힘썼을 뿐입니다. 화진의 백
일곱 진인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그들은 국주가 이미 등황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사백 계단은 쉽게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과연 그들의 예상대로 임정설은 멈추지 않고 계속 오르며 오백 계단을 가볍게 밟아 올랐다. “오백 계단을 밟으면 등황의 경지에 오를 수 있습니다. 우리 일곱 진인 중에서도 오직 장인 대진인께서만 과거에 오백 계단에 오르셨고, 현재 서요산에 살아계신 유일한 오백 계단 수련자이십니다. ” 한 진인이 감탄하며 말했다.이 말을 듣자 옆에 있던 백호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선임 도사님 그러면 그 도사님도 황자란 말씀입니까? ”“하하! 우리 서요산에서는 외부의 그런 칭호를 쓰지 않아요. 우리 사이에서는 그를 반신이라고 부릅니다.” 진인들이 웃으며 말했다.청해가 옆에서 덧붙였다. “서요산 검종에서 말하는 반선이 황자를 뜻하는 거야. 근데 그 서요산 반선 진짜 어마어마하게 강한 인물이거든. 예전에 곤륜 구역에서 귀한 영약 찾으러 들어왔다가 우리 빙신전 전주랑 빙황 두 명이 같이 상대했는데도 둘 다 거의 죽을 뻔했어. 결국 아사 신전한테까지 도움 요청해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지.”“뭐라고?”백호는 놀라서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진짜 그렇게 강한지 의문이 들었다.일곱 진인 중 가장 나이 많은 그 진인은 백호의 단순한 반응에 웃음을 터트렸다. 사실 그가 바로 그 반선이었다. 다만 백호가 워낙 세상 물정에 둔감하여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저 놀라기만 하고 있었다.그사이 임정설은 이미 오백오십 계단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이 단계에 이르자 임정설도 거의 극한에 도달했다.“역시 직접 올라와 봐야 이 압력을 제대로 실감하는구나! 오백사십 계단까진 무리 없었는데 오백오십 계단에서 도저히 버틸 수가 없구나.”지금 임정설을 압박하는 것은 단순한 술도의 압력만이 아니었다.과거의 온갖 기억들이 마장이 되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일곱 진인은 모두 임정설의 기운이 혼란스러워진 것을 느꼈다.“장인 사형, 국주님께서 심마에 걸리셨군
청해의 눈길이 자주색 도포를 입은 진인에게로 향했다.서요산검종에서 종주를 제외한 나머지 일곱 명의 진인이 가장 높은 수련을 가지고 있으며 평소 종문 내의 모든 일은 이들 일곱 명이 책임지고 있다.기세는 마치 대강의 파도가 넘실대듯 깊고 끝이 보이지 않는 산과 숲처럼 무한히 이어져 있었다. 그의 수련은 깊이가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서요산 7대 진인의 수련이 극 신급 절정이라고 들었는데 지금 보니 그 말이 너무 가볍게 들리네요. 귀하의 수련은 적어도 극 신급 절정 후반에 다다랐군요.”청해는 세 명의 진인에게 경의를 표하며 몸을 굽혔다.“서요산의 전통은 천 년을 자랑하며 그 깊이는 변함없이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반면 곤륜 구역은 스스로 신을 자처한 이후로 계속해서 내분을 일으켰습니다. 수련을 통해 세상을 떠난 후 도를 깨닫는다는 말처럼 곤륜 구역은 천하의 영기와 천물을 흡수했지만 제 생각에는 도를 얻지 못한 곳입니다. 지금 당신이 화진에게 올바른 수를 두는 것은 맞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노력하면 극 신급 절정 후반도 절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한 진인이 답례하며 말했다.그때 몇몇 사람들은 서요산 검객들의 함성에 이끌려 사방을 살폈다. 백호가 사백 계단을 올라갔다는 소식이었다.“대단한데요. 서요산이 전성기였을 때도 사백 계단을 오른 이는 드물었어요. 우리 몇몇 진인들도 입문 시에 사백 계단을 넘은 적은 없었죠.”몇몇 진인들이 칭찬했다.이는 백호가 미래에 매우 큰 가능성을 지녔음을 의미했고 적어도 극 진경 후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극 진경 후반은 곤륜 구역에서 신전의 전주가 될 수 있는 실력이다.지금 사백 계단에 오른 백호는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 완전히 의지로 버티며 강력한 정신력으로 계속해서 오르고 있었다.그러나 아무리 강한 운명을 지녔다 해도 천지의 이치를 막을 수는 없다.사백오십 계단에 도달했을 때 백호는 결국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의식을 잃은 것은 시험이 끝났다는 신호였고 백호는 곧 깨어났다.“겨우 사백오십 계단이라니
서요산 검객들이 모두 그 무인의 정체를 궁금해하자 진인도 더 이상 뜸 들이지 않고 말했다.“저분은 구주왕 휘하의 화진 군신이자 국방부 대장 백호 장군이시다.”검객들은 모두 입이 벌어진 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군신의 명성은 당연히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보호하는 영웅이었으니까.“정말 구주왕 휘하의 군신이라니!”“역시 저런 굳센 의지가 그냥 나온 게 아니었어! 수많은 전장을 누빈 명장다운 모습이다!” 서요산 검객들은 백호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현재 백호는 이미 삼백이십 계단을 돌파한 상태였다. 백호가 혼자 주목을 독차지하는 걸 본 청해도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고 계단에 발을 내디뎠다.처음 백 계단은 청해도 육신의 힘으로 버텼다. 하지만 백 계단을 넘자 육체만으로는 견디기 어려워졌다. 그는 술법으로 대응하려 했지만 평소 쓰던 빙신전의 신술이 계단 위 술법에는 통하지 않았다.“역시 화진의 서요산 검종은 보통이 아니구나. 이 등천로에선 일반 술법이 먹히지 않으니 천지 영기에 대한 깨달음으로 맞설 수밖에 없겠어.” 청해는 몸을 감싸고 있던 현빙을 거두고 오로지 자신의 속성 영기로만 버티며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막상 올라 보니 이 등천로가 얼마나 어려운지 제대로 실감했다. 이백 계단쯤 오르자 벌써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계단마다 한계를 시험하는 느낌이었다. 올려다보니 백호는 여전히 계단 위로 나아가고 있었다. 청해도 질 수 없다는 마음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서요산 검객들도 청해의 수준을 알아보고 속삭였다. “저 이역인은 정말 대단한 내력의 소유자다! 기운이 이미 진인 급에 가까워! 극 신급 절정의 수련자임이 분명해!”이에 대해 진인은 신비롭게 꾸미지 않고 솔직히 말했다. “저자는 곤륜 구역 빙신전의 부 전주 청해다. 경지가 매우 높지. 지금 빙신전은 우리 화진에 귀속되었고 청해 역시 구주왕 휘하의 부하가 되었다. 얼마 전 서울 방어전에서 청현과 목숨까지 걸고 사투를 벌인 끝에 죽을 고비를 넘겼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