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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7화

Author: 김원호
윤구주를 알아본 설국 제사장은 공포에 떨었다.

“내가 누구인지 알았으니 너도 이제 죽어야 할 것이다.”

윤구주는 손을 가볍게 휘둘렀다. 천지의 기운에 짓눌린 파마 제사장은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윤구주의 손바닥에 맞아 핏덩이로 변했다.

설국 제사장을 죽인 윤구주는 차가운 눈빛으로 국경을 향해 바라보았다.

“설국, 네놈들이 자멸을 재촉하는구나!”

화진의 진국지왕으로 윤구주는 백성들을 수호하는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여겼다.

그런데 미천한 설국이 감히 화진의 무학 정수를 훔쳐 병사들을 훈련시키다니! 화진의 호국 군신으로서 윤구주가 어찌 이를 용납할 수 있겠는가?

“6년이다! 설국이 스스로 멸망을 택했으니 내 다시 한번 그들을 도륙할 것이다!”

윤구주는 살기등등하게 말하고 설국으로 가려고 했다.

그는 현재 화진의 수도를 걱정하지 않았다.

마씨 가문을 쓸어버렸으니 제자백가가 아무리 불만이 있을지라도 감히 그와 대적할 자는 없을 것이다.

더욱이 공수이와 그의 형제들이 수도를 지키고 있으니 걱정할 것이 없었다.

지금 그가 해야 할 일은 흑여산맥을 거쳐 설국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집안일은 뒤로 미룰 수 있으나 나랏일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었다.

하물며 화진의 인왕으로서 나라를 지키는 것은 그의 책무였다.

다만 설국에 가려면 반드시 흑여산맥을 지나야 했다.

방금 윤구주는 파마에게서 현재 흑여산맥을 지키는 자가 설국의 세나스 장군이라고 들었다.

한쪽 눈이 없는 그 노장은 설국에서 군신으로 불리는 자였으나 육 년 전 윤구주에게 패배한 적이 있었다.

“세나스? 흥! 먼저 그놈부터 죽이고 설국을 쓸어버릴 것이다!”

윤구주는 차갑게 말하며 흑여산맥으로 떠날 채비를 했다.

다만 흑여산맥으로 가기 전, 그는 수도에 있는 형제들에게 연락해야 했다.

윤구주는 전자 기기를 휴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기에 도시로 가서 전화를 빌려야 했다.

그는 요성 쪽을 바라본 후, 순식간에 몸을 날려 요성으로 향했다.

...

요성.

조금 전에 있었던 지진 여파에도 불구하고 요성은 빠르게 원래의 활기와 번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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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주, 왕의 귀환   제1408화

    개코라고 불린 불량배는 입에 담뱃대를 물고 목에는 금 도금된 굵은 구리 목걸이를 걸치고 있었다.그도 이홍연을 보자 눈빛이 반짝였다.“대박, 진짜 끝내주네! 홍이 노래방의 마돈나보다 백 배는 더 예쁘잖아!”“그러니까 말이야!”“봐봐, 저 여자 완전 연예인 아니냐? 아니, 연예인보다 더 예쁜 것 같은데?”“맞아 맞아!”“야, 이 바보들아, 뭐 해! 빨리 가서 꼬셔 봐! 오늘 밤 우리 셋 뜨겁게 놀 수 있을지도 몰라!”세 명의 불량배는 음흉하게 웃으며 이홍연에게 다가갔다.거리 모퉁이 음식점.이홍연은 자리에 앉자마자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주문하려 했다.바로 그때, 세 명의 음흉한 그림자가 그녀 앞에 나타났다.“안녕, 예쁜 아가씨! 혹시 이름이...?”이홍연은 고개를 들어 그들을 쳐다보았다. 불량스럽게 옷을 걸친 세 명의 불량배들이었다.황성에서 자라며 사회의 밑바닥과 교류할 일이 거의 없었던 이홍연이었지만 그들의 차림새를 한 번 스윽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상황을 바로 파악할 수 있었다.그녀는 그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단호히 말했다.“여기서 귀찮게 하지 말고 꺼져!”이홍연의 냉정한 반응에 불량배들은 물러나기는커녕 오히려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아가씨, 성격도 끝내주네!”“배낭을 들고 있는 거 보니 우리 요성에는 처음이지?”목에 굵은 금목걸이를 두른 개코가 음흉하게 웃으며 그녀의 가방을 힐끔거렸다.“니들이랑 무슨 상관인데?”이홍연이 차갑게 받아쳤다.그러나 개코는 여전히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아가씨, 우리 요성에는 볼 것도 많고 재밌는 곳도 많은데 우리가 안내해줄까? 요성을 제대로 경험하게 해줄게.”옆에 있던 두 불량배도 거들며 말했다.“맞아!”“다시 한번 말하지만 썩 꺼져! 안 그럼 가만 안 둬!”이홍연이 싸늘하게 말했다.“오호? 설마 우리를 때리려고? 하하!”개코가 비웃으며 웃음을 터뜨리던 바로 그 순간, 짝하는 소리와 함께 손바닥이 그의 얼굴에 꽂혔다!운이 나쁘게도 개코는 이홍연의 싸대기에 순간 몇 개의 앞니

  • 구주, 왕의 귀환   제1409화

    두 불량배가 나가떨어지는 것을 본 이홍연은 차갑게 웃으며 개코를 바라보았다.“너도 더 맞고 싶냐?”개코는 이홍연이 싸움을 잘하는 걸 보고 겁먹었다.그는 서둘러 음식점 밖으로 뛰쳐나가 이홍연을 가리키며 소리쳤다.“너 이년, 어디 두고 보자!”말을 마친 그는 부하들을 데리고 황급히 도망쳤다.불량배들이 사라지자 이홍연은 다시 음식을 주문하기 시작했다.그때, 음식점 주인아주머니가 주방에서 나와 이홍연에게 말했다.“아가씨, 어서 이곳을 떠나세요.”이홍연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왜요?”“저 불량배는 요성에서 유명한 깡패예요. 게다가 패거리도 많으니 분명히 다른 놈들을 데리고 올 거예요!”주인아줌마가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이홍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염려해 주셔서 고마워요. 근데 걱정 마세요. 저런 쓰레기들은 아무것도 아니니까.”화진 황실의 육 공주인 이홍연이 깡패들한테 겁먹을 리가 없었다. 그런 모습을 다른 이들이 본다면 웃음거리가 될 게 뻔했다.이홍연의 태도를 본 주인아주머니는 더 이상 만류하지 않고 말했다.“그래요, 알겠어요. 어쨌든 말할 건 다 했으니 알아서 하세요.”말을 마친 주인아주머니는 다시 주방으로 가서 하던 일을 이어갔고 이홍연은 식사를 계속했다.십여 분쯤 지났을까.멀리서부터 갑자기 오토바이 엔진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그 소리는 개조된 대형 배기량 오토바이에서 나는 굉음이었고 소리가 가까워지면서 마침내 스무 대가 넘는 오토바이가 식당 앞까지 도착했다.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은 각자 손에 강철 파이프, 쇠사슬, 야구 방망이를 들고 있었다.“백호 형! 그년 지금 저기 식당에 있어요!”선두의 개조된 오토바이에서 방금 얻어맞은 개코가 대머리 놈한테 말했다.백호라고 불리는 사내는 우람한 체격에 얼굴에는 흉터가 가득했다.요성에서 백호의 악명을 모르는 자는 없었다.그는 무예에 능통했고 한때 남쪽에서 한 가닥 했다는 놈이었다.지금 요성의 유흥가 절반은 모두 백호가 봐주고 있었다.“못난 놈! 계집 하나도 제대로 처

  • 구주, 왕의 귀환   제14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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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주, 왕의 귀환   제1411화

    진역 결계가 나타나 불량배 무리를 단숨에 덮어버리는 순간 식당 안에는 절세의 한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바로 윤구주였다!갑작스럽게 나타난 윤구주를 바라보며 육공주 이홍연은 그대로 순식간에 얼어붙고 말았다.그녀는 아름다운 눈을 크게 뜨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외쳤다.“바보야?? 네가 여기에 웬일이야?” 윤구주는 미소를 지으며 매혹적인 이홍연을 한 번 바라보고는 말했다.“네 기운이 느껴져서 한번 와봤지.”그 말을 들은 이홍연은 기쁨에 차서 말했다.“바보야! 빨리 이 쓰레기들 혼쭐내 줘! 감히 본 공주를 괴롭히다니? 당장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해!”이홍연은 결계에 갇혀 꼼짝 못 하는 불량배들을 향해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윤구주는 간단히 한마디만 했다.“좋아!” 그는 팔을 한 번 휘둘렀다.쾅!거센 기류가 폭발하더니 스무 명이 넘는 불량배들은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윤구주의 한 번 휘둘림에 모두 날아갔다.윤구주가 가볍게 손을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불량배들이 모두 나가떨어지는 모습을 본 이홍연은 그제야 안심하고 윤구주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그녀는 윤구주를 힘껏 껴안았다.“바보야! 보고 싶었어!”이홍연은 그를 꼭 끌어안고는 눈가가 붉어지며 말했다.윤구주는 미세하게 미간을 찌푸렸다!그는 이 황실 육공주가 이곳에 나타날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조금 전. 그는 마궁 방향에서 오던 길이었고 전화로 서울에 있는 형제들에게 소식을 전하려던 순간 신념술로 이홍연의 기운을 감지했다!그래서 마침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 현재, 황실의 육공주에게 꽉 안겨 있는 상황에 그는 다소 난감해졌다.“홍연아, 너 여긴 어쩐 일이야?”윤구주는 부드럽게 이홍연을 자신에게서 밀어내며 물었다.이홍연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말했다.“너 찾으러 온 거지!”“날 찾으러?”윤구주는 잠시 당황했다.“그래! 윤 아저씨께서 네가 기산의 마궁에 있다고 해서 바로 달려왔어!”이홍연은 자신이 황성을 몰래 빠져나온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윤구주에게 모두 털어놓았다.

  • 구주, 왕의 귀환   제1412화

    윤구주는 마가의 지하 창고와 설국 사람들에 대한 일을 모두 털어놓았다.윤구주의 말을 들은 이홍연은 그 자리에서 바로 분노를 드러냈다. 그녀는 화진 황실의 육공주로서 적국과 내통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당연히 잘 알고 있었다.그것은 바로 반역이었다! 원래 이홍연은 마가가 멸문당한 것이 다소 잔인하지 않은지 생각했다.하지만 그들이 설국과 내통했다는 사실을 듣자 그녀의 주먹은 분노로 꽉 쥐어졌다.“이 죽일 놈의 마가가 설국과 내통을 했다고? 십 국 전쟁 때 설국 역시 십 국 중 하나였다는 것을 그들이 모르기라도 했단 말이야?”“게다가 그 설국 놈들은 우리 화진의 무고한 백성들을 학살한 적도 있잖아.”이에 대해 윤구주는 말했다.“바로 그래서 내가 마가를 완전히 없애버린 거야.”“잘했어!”“적국과 내통한 이 반역자들! 만약 아바마마께서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반드시 그들의 구족을 멸하실 거야!”이홍연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대하 사람이라면 누구나 조국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알고 있을 것이다!하지만 수천 년을 이어온 제자백가가 설국과 내통하다니 이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마가가 적국과 내통한 건 결코 단순한 일이 아니야! 내 추측이 맞다면 설국이 이렇게 대놓고 나오는 것은 단지 나 윤구주가 죽었다고 믿기 때문일 거야!”차가운 말이 윤구주의 입에서 나왔다.이홍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맞는 말이었다.윤구주의 사망 소식은 이미 십 국에 널리 퍼져 있었다!그렇지 않았다면 누가 감히 이 금지된 선을 넘을 수 있었겠는가?누가 화진의 일인 왕을 두려워하지 않겠는가?“그때 나는 혼자 군을 이끌고 십 국을 물리쳤어!”“십 국이 땅을 내주고 배상금을 물게 하며 국경을 수만 리 후퇴시켰지!”“하지만 지금. 이 나라들은 나 윤구주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감히 첩자를 통해 우리 화진을 다시 침략하려고 해!”“그렇다면 이번에는 십 국을 멸망시킬 거야.” “이로써 야심을 품는 자들에게 알게 해줄 거야. 화진을 얕보는 자는 반드시

  • 구주, 왕의 귀환   제1413화

    윤구주의 말을 들은 이홍연은 잠시 침묵에 잠겼다. 윤구주가 한 말이 모두 사실이라는 것을 그녀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전을 시작한다는 것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 이건 나라와 나라 간의 대전쟁이다! 잠시 생각에 잠기던 이홍연은 갑자기 윤구주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바보야. 내가 너랑 같이 설국을 치러 갈게!” 윤구주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필요 없어! 내가 말했잖아. 나 혼자면 충분하다고! 게다가 네가 따라오면 너를 신경 쓰느라 오히려 정신이 더 분산될 거야!” 이홍연은 자신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정말로 윤구주를 따라 설국으로 간다면 오히려 그의 발목을 잡게 될 거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홍연은 한숨을 쉬며 물었다. “그럼 설국으로 언제 출발할 건데?” “지금 바로!” 윤구주는 단호하게 답했다. “이렇게 빨리?” 이홍연은 얼굴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서두르지 않을 수 없지! 설국 놈들이 우리 화진의 무학을 공공연히 훔쳤다니. 반드시 그 벌레 같은 놈들에게 우리 화진을 건드리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되는지 보여줘야 해!” 윤구주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이홍연은 그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이렇게 냉혹하게 말하는 것을 들은 이홍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네가 이미 결정했다면 나는 네 결정을 지지할게!” “걱정하지 마. 내가 황성으로 돌아가면 바로 아바마마께 소식을 전할게. 군을 보내 너를 도울 수 있도록 할게!” 윤구주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하찮은 설국 따위에 군을 보낼 필요는 없어!” “홍연아, 황성으로 돌아가면 국주께 이렇게 전해줘. 내가 설국을 멸하러 가는 건 귀신조차도 나를 막을 수 없을 거라고!” 윤구주의 그 압도적인 말에 이홍연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내 형제들에게도 전해줘. 날 걱정할 필요 없다고!” 윤구주는 덧붙였다. 이홍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걱정하

  • 구주, 왕의 귀환   제1414화

    비록 마음속으로 답답함이 가득했지만 이홍연은 결국 참을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다! 그녀는 황실의 육공주, 품위가 중요한 여인이었다! 비록 가식일지라도 품위를 지키지 않으면 안 되었다! 밤이 고요히 찾아왔다. 두 사람이 호텔의 스위트룸에 들어간 후 이홍연은 답답함에 사로잡혔다. 그녀의 스위트룸과 윤구주의 방은 단지 얇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다. 지금 그녀는 방 안에서 답답한 마음에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생각했다. “어떡하지?” “어떡하냐고?” “이 멍청한 바보, 나한테 관심이 조금도 없는 것 같잖아? 설마 오늘 밤 정말 각자 방에서 따로 자야 하는 거야?” “말도 안 돼! 그럴 거면 내가 뭐 하러 이 바보를 붙잡고 같이 있으라고 했겠어?” “아아! 진짜 열 받아!” 생각할수록 이홍연은 더 답답해졌다. 그녀가 생각한 건 오늘 밤 윤구주와 마주 앉아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껴안고 잠드는 것이었다. 그래야 진정한 행복이 아니겠어! 윤구주라는 나무토막 같은 남자는 스위트룸에 들어간 뒤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이 상황은 이홍연을 굉장히 난처하게 만들었다. “설마 본궁이 한밤중에 그의 방을 두드려야 한단 말이야?” “안 돼, 안 돼! 그건 너무 창피해!” “나는 여자란 말이야! 게다가 황실의 육공주인데! 어떻게 남자 방문을 두드릴 수 있겠어?” 이홍연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고민에 빠졌다. 시간은 점점 흘러가고 있었다. 물론. 윤구주가 오늘 밤 여기에 남아 있기로 했지만 지금 같은 상황은 그가 떠나버리는 것보다 더 이홍연을 괴롭게 만들고 있었다. 벽에 걸린 수정 시계가 끊임없이 째깍거리며 움직이는 것을 바라보며 이홍연은 당장이라도 윤구주의 방으로 뛰어 들어가 그를 마구 두들겨 패고 싶었다. “어쩌지? 어떻게 하지? 정말 본궁이 그의 방으로 쳐들어가서 늙은 술꾼이 말한 대로 그를 첫 경험에서 벗어나게 만들어야 한단 말인가?” “하지만 이건 뭐랄까. 좀 그렇잖아

  • 구주, 왕의 귀환   제1415화

    윤구주는 이홍연에게 이끌려 방 안으로 들어오자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이홍연은 이제 더는 가면을 쓰지 않았다!숙녀다운 체면이든 조신한 태도든 이제 상관없었다!이번에 그녀는 먼 길을 달려 서울에서 기산까지 찾아왔다.그저 그녀가 이생에서 가장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기 위해서였다!이제야.둘만의 시간을 겨우 가지게 된 이 순간.이홍연은 이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바보야, 하나만 묻자. 너나 좋아해?”갑자기.이홍연은 방문을 닫고 윤구주를 쳐다보며 치명적인 질문을 던졌다!그녀의 눈은 촉촉하게 빛났고 윤구주를 향한 시선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했다.그 말을 들은 윤구주는 잠시 멍해졌다.“뭐라고?”“내가 묻잖아. 너나 좋아하냐고?”이홍연은 다시 물었지만 윤구주는 혼란스러운 얼굴로 대답하지 못했다.어릴 적 두 사람은 함께 자란 소꿉친구였다.누구나 그들이 평생을 함께할 것이라고 믿었다.그러나 세상사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16년 전, 윤구주와 그의 어머니가 윤씨 일가에서 쫓겨난 이후로 윤구주는 더 이상 이 화진국의 육 공주를 만날 수 없었다.그로부터 긴 세월이 흘러 두 사람은 다시 만나게 되었다.하지만 이홍연의 갑작스러운 질문은 윤구주를 곤란하게 만들었다.잠시 침묵이 흐른 후 윤구주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말했다.“홍연아, 왜 갑자기 이런 걸 묻는 거야? 너도 알잖아. 내 마음속에서 넌 늘 가족 같은 존재였다는 걸.”“난 가족 같은 거 싫어! 지금 묻는 거야. 너나 좋아하냐고?”이홍연의 목소리는 점점 떨려왔고 그녀의 눈가에는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듯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 눈물은 마치 영롱한 진주처럼 빛났다.그녀는!화진국 황실의 육 공주로서 신분과 지위는 감히 비교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윤구주 앞에서 모든 자존심을 버리고 비참하게 사랑을 갈구하고 있었다.이홍연의 거듭된 물음에 윤구주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어 그녀를 마주 보았다.“진실을 듣고 싶어? 아니면 거짓말이라도 괜찮아?”“당연히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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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주, 왕의 귀환   제2036화

    단 한 걸음,그 한 걸음만 넘기면, 그는 곧 성급 바로 직전 경지에 이른다.그리고 그 마지막 문턱을 박살내는 순간 반쯤 성인이 된 경지, 반성급이다!지금 이 자리, 그 반성급 경지에 선 자는 바로 인마라고 불리는 무명이었다.“과연... 화진의 인황, 구주왕이라 불릴 자격은 있군. 하지만 너도 알겠지. 지금 네 수준으론 몸을 직접 이 판에 던지지 않는 이상 나랑 맞붙을 자격조차 없어. 네가 그 잘난 원신출체를 어떻게 하겠다는지 구경이나 해보자고. ”무명이 입꼬리를 비틀며 코웃음쳤다.팔기귀일에 도달한 윤구주의 전투력은 이미 황의 지경을 뛰어넘었다.하지만 무명과의 경지 차이는 여전히 너무 컸다.실력은 분명 엄청났지만 격이 다르였다.지금 상태로도 보통의 황자의 경지까지 초월한 상태지만 무명을 상대하긴 아직 한참 부족했다.심지어 무명이랑 싸울 실력은커녕 참마검조차 손에 제대로 못 잡는 게 현실이었다.“팔기로 부족하다면... 제구기는 어때? 구기:적선!”부우우우웅!윤구주의 온몸을 하얀 선기가 감싸는 순간 방금 전까지만 해도 비웃고 있던 무명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뭐라고? 이건 네 따위가 쓸 수 있는 기술이 아니잖아! ”그 순간, 무명조차 숨을 삼켰다.이건 상식의 틀을 깨부수는 광경이었다.근대에 들어서면서 도에 대한 수련는 사실상 약해졌다.그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세상에 흐르는 천지영기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봉신전쟁 당시, 상상을 초월하는 영기가 소모됐고 그 전쟁이 끝난 후 곤륜구역은 세상의 영기 90%를 신계에 봉인해버렸다.거기서 마음껏 영기를 탕진한 것도 모자라 바깥의 산수들까지 무분별하게 빨아들인 탓에세상의 영기는 걷잡을 수 없이 줄어들고 말았다.결국 세상은 고위 수련자가 태어나기 어려운 구조가 되었다.그래서 화진에선 500년에 한 번 황자가 나올까 말까 할 정도이고 황자의 경지에 도달하는 건 지독하게 어려운 일이었다.임정설이 황자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처음부터 그가 강해서가 아니라 윤구주를 돕기 위해 왕

  • 구주, 왕의 귀환   제2035화

    마기가 검종 제자들의 혼백에 침투하자 그 순간 제자들의 몸에서 시커먼 마기가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이를 목격한 장인 대진인은 망설임 없이 즉시 결단을 내렸다. 오염된 제자들을 그 자리에서 곧바로 정화해 버린 것이다.“모든 제자들아, 입문 첫날 내가 분명히 말했을 것이다. 서요산은 찬란한 성지 화진 정통의 계승지다. 정은 사악함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정은 사악함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말은 바로 서요산 제자들이 평생 가슴에 새기며 살아가는 도의였다.입문과 동시에 깨달음을 얻은 그들은 언젠가 반드시 도의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바칠 각오가 되어 있었다. 그저 화진 정통의 수호자가 되기 위해서였다.그 순간 진요탑 외곽에서는 7대 진인을 중심으로 전 종문 제자들이 목숨을 걸고 진요탑을 사수하고 있었다.하늘을 뒤덮을 듯한 마기의 기세는 점점 거세져 어느새 검종의 경내 전역을 삼켜버렸다.검종 제자들은 마기를 막아내면서도 동시에 진요탑의 결계를 유지해야 하는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정도를 지키는 일은 그만큼 고통스럽고 힘든 투쟁이었다.산 아래 상황도 마찬가지로 치열했다.온갖 요괴와 귀신들이 들이닥치는 가운데 임정설은 황운을 등에 업고 이씨 가문의 국운을 모두 모아 홀로 수백만 마기를 막아서고 있었다.백호는 마인으로 완전히 변신해 광란의 충격 속으로 몸을 던졌고, 스스로 마를 품은 채 적진을 난도질했다.청해는 천뢰신술을 펼쳐 수만 개의 천뢰를 무기로 변환시켜 온갖 사도와 악귀를 쓸어내기 시작했다.그 무렵 진요탑 내부에서 풍무극의 기세는 이미 한계에 도달해 있었다.“구주야, 내 한계에 도달했다. 이제 내 500년 수련의 혼을 너에게 바치겠다."”풍무극의 준비는 이미 완료되었다.그는 미리 준비해 둔 제천 법기를 꺼냈고 전법이 발동되는 순간 그의 육신은 산산조각 부서졌다.그의 정기와 천지 정기를 모두 품은 찬란한 진신 영혼은 한 자루의 참마검으로 변해 윤구주 앞에 떠올랐다.“풍 종주...” 윤구주는 입술을 깨물었다.슬프고 아쉬

  • 구주, 왕의 귀환   제2034화

    윤구주가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새로운 국운의 기운이 그의 발밑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그가 진요탑의 문에 도달했을 무렵 모든 국운이 윤구주에게 집중되었다.윤구주의 주변으로는 천인신광이 펼쳐져 있었다.이 순간만큼은 그가 천지의 주재자 화진의 영겁을 관통한 유일한 존재였다.윤구주는 홀로 진요탑 안으로 들어섰다.겉보기에 거대한 산 같았던 진요탑의 내부는 참혹한 말세의 풍경이었다. 땅은 끝없이 펼쳐진 용암으로 뒤덮여 있었고 하늘에서는 강줄기가 거꾸로 흘러내리고 있었다.불과 물이 충돌할 때마다 하늘과 땅을 뒤흔드는 격렬한 폭발이 일어났다. 그리고 거꾸로 흐르는 강물 위에 한 노인이 앉아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백발이 성성한 그 인물은 다름 아닌 서요산 검종의 종주였다.밖에서 보이던 강건한 중년의 모습은 단지 화신에 불과했으며, 본체는 수백 년 전부터 이 진요탑에서 마인을 봉인해 왔다.서요산 검종 종주는 극도로 지쳐 있었고 이제는 마지막 호흡으로 버티고 있었다.“드디어 왔구나.” 서요산 검종 종주는 허약한 전음으로 말을 건넸다.“오백 년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종주님.” 윤구주는 고개를 숙였다.풍무극은 현 서요산의 종주이자 당대 최고의 영웅, 화진 제일 검으로 불리던 남자였다.원래는 풍속을 다루는 수련자로 젊은 시절엔 검 하나로 화진을 호령한 사내로 알려졌다.그의 검은 아무도 궤적을 볼 수 없었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였다.하지만 500년 전 마인이 봉인되고 서요산의 조사가 승천한 후, 풍무극은 서요산의 거자로서 종주의 자리를 이어받았다.그날 이후 진요탑에 몸을 묻고 마인과의 싸움을 500년간 지속해 왔다.풍을 다루던 그였지만 지속적인 봉인을 위해 익숙하지 않은 수속까지 수련하며 지금까지 버텨왔다.그가 마도에 빠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미 기적이었다.“그래도 괜찮다. 다행히 이 시대에 또다시 인황이 나왔으니. 화진은 연달아 두 명의 인황을 배출했다. 임정설이 인황에 등극한 지금 쇠락하던 이씨 가문의 국운이 다시 살아났다. 그가 천지의

  • 구주, 왕의 귀환   제2033화

    마인이 출현하면 곤륜 구역조차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서요산 검종의 진요탑은 이미 오백 년 동안 그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이는 곧 그 마인이 오백 년 동안 진요탑 안에 봉인되어 있었음을 의미했다.“우리가 가진 유일한 이점은 저 마인이 지난 오백 년간 수련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그 오백 년 동안 분명 무언가를 '깨달았을' 가능성도 있겠지요. 정도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사도가 존재하는 법입니다. 만약 그가 이곳을 벗어나 다시 한번 돌파에 성공하여 진정한 성인의 경지에 오른다면… 그 누구도 그를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예전 우리 종문의 선대 종주께서 이 마인을 직접 봉인하셨습니다. 하지만 선대 종주께서는 진요탑만으로는 그를 완전히 봉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일찍이 아셨지요. 그래서 마침내 구천으로 비상하셔서 바깥 세계에 존재한다는 신기를 찾기 위해 떠나신 것입니다.”장인 대진인이 비밀을 털어놓자 임정설은 왜 그 옛날 서요산 검종을 창립한 선조가 갑자기 사라졌는지 이해했다.“구천을 비상했다고? 전설 속 그 이야기 설마 전부 사실이었단 말인가? 이 세상 위에 더 위대한 세계가 있다는 건가?” 임정설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을 이었다.“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들은 바로는 성인이란 육지에서 신선이 된 자를 이르는 말이고 준성은 그보다 한 단계 아래 반쯤 신선이 된 존재라 하더군요. 우리보다 더 풍부한 영기의 세계가 과연 존재하는지는 이 몸 역시 감히 짐작할 수 없습니다.” 장인 대진인은 고개를 저었다.그때였다.진요탑이 거칠게 흔들렸고 모든 호법 제자의 얼굴이 딱딱해졌다.수련이 부족한 제자 몇몇은 그 자리에서 마기의 침식으로 피를 토했다.“모든 제자에게 고한다. 나와 함께 현문을 수호하라.” 장인 대진인이 친히 자리에 앉아 온 종문의 기운을 모아 마인을 억제하기 시작했다.마인은 일시적으로 제압되었지만 산 밖의 요괴들과 악귀들은 마기의 부름을 받아 사방팔방에서 서요산으로 몰려들고 있었다.임정설은 이제 자신이 이곳에 온 진짜 이

  • 구주, 왕의 귀환   제2032화

    “저하,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그를 죽여야 합니까? 저자의 기운이 이토록 흉악한데 성수의 혈기로 진압할 순 없습니까?” 백호는 이미 싸우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안 된다. 너희 네 명이 함께라면 잠시나마 억누를 수는 있겠지만, 너희는 그저 성수의 정혈을 가졌을 뿐이니 마인을 완전히 없애려면 성수가 직접 나타나야 한다. 지금 이 세상에 성수가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스럽다.”윤구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말을 마친 윤구주는 곧장 진요탑 쪽으로 향했다.백호와 임정설, 청해가 함께 가서 돕고자 했으나 장인 대진인이 그들을 가로막았다.“이 마인은 오직 구주만이 상대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중요한 임무가 있습니다. 국주님, 곧 전투가 시작될 터인데 서요산의 진법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이 호법의 중임을 몇 분께 맡기겠습니다.”장인 대진인이 임정설에게 경건하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좋다. 오늘 이 자리에서 목숨을 바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저 마인을 죽이고야 말겠다.” 임정설은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황자의 위엄을 한껏 드높였다.화진의 존망이 걸린 일이라면 임정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하지만 마기가 몰려와 서요산 전체를 뒤덮고 세상이 오직 흑백 두 가지 색깔만으로 변해버리며 그 끔찍한 살기가 강림했을 때 임정설마저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떨렸다.“이 마인의 기운이 이렇게까지 무서울 줄이야.” 임정설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마기로 가득 찼고 윤구주마저 그 기세에 눌리고 있었다.진요탑에서 흘러나온 마기는 실체가 되어 넘쳐흘렀다. 마기가 나타나자 서요산을 지키는 모든 검종 제자의 얼굴이 어두워졌고 어떤 제자는 순간적으로 십여 년을 늙어버렸다.수련이 부족하면 수명으로라도 채워야 하는 참혹한 상황이었다.웅웅.하늘에는 먹구름이 밀집했고 그 안에서 요괴의 번개가 끊임없이 터졌다.“이젠 영기조차 요기로 변하고 있다. 풍수 비술로 보건대 머지않아 이곳에서 요마가 출현하겠구나.” 임정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서요산 외부에서 짙은 요기

  • 구주, 왕의 귀환   제2031화

    도가는 인연이라는 두 글자를 대단히 중히 여긴다.그의 한 번의 인연, 한 번의 생각은 곧 만백성의 생사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윤구주가 정상에 오르자 앞서 온 다른 이들과는 달리 서요산 검종의 모든 이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여 깊은 존경을 표했다. 그들이 경배한 대상은 단순한 한 인간이 아니라 구주의 저하, 화진의 인황, 오방 천지의 주재자였다.“모두 일어나십시오. 제가 오늘 서요산에 온 이유는 오직 진요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입니다. 진요탑 안의 마인을 제거하지 않는 한 문 씨 세가의 역심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오직 마인을 죽여야만 문 씨 세가의 야심도 함께 근절할 수 있습니다.”윤구주는 서요산 검종의 모든 제자를 향해 엄숙하게 말했다.이번 서요산 행차의 목적은 바로 문 씨 세가의 역심을 뿌리째 뽑는 것이었다.검종 제자들이 앞장서 일행을 이끌었고 모두가 금정을 지나 뒷산으로 향했다.뒷산에 막 들어서자마자 음산한 기운이 얼굴을 스쳤다.후산 중앙에는 높이 오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산이 서 있었는데 그 산은 무려 구백구십구 개의 쇠사슬로 단단히 봉인되어 있었다.이 쇠사슬은 그저 평범한 사슬이 아니었다. 절반은 땅속의 지맥과 연결되어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하늘 높이 떠올라 천지의 영기를 끌어모으고 있었다.이런 수준의 봉인이라면 설령 윤구주 자신이 여기에 갇혀 있다고 해도 빠져나가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처럼 견고한 고진마저 지금은 마인의 사기로 조금씩 부식되어 가고 있었다. 본래는 영기가 흘러넘치는 명산이었으나 지금은 온 서요산이 마인의 기운에 물들어 음침하고 괴이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이 강렬한 악기운을 바라보며 서요산 검종의 제자들은 모두 얼굴을 찌푸렸다.솟구치는 사기를 바라보며 서요산 검종의 검객들은 하나같이 얼굴을 찌푸렸다.최근 몇 대에 걸쳐 입종한 서요산의 제자들은 이런 마인의 사기와 요마의 위협 속에서 수련해야 했다.천지의 영기조차 마인의 기운에 오염되어 수련에 큰 지장을 주었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남은 현

  • 구주, 왕의 귀환   제2030화

    이 말을 듣자 모든 이들은 천 년 전 마지막으로 나타난 그 성인이 바로 서요산 검종에서 나왔음을 깨달았다.“짐은 서요산 검종의 선대 종주께서 우화등선하셨다고만 들었는데 그저 떠도는 신화 속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더니 은 성인의 경지에 이르신 것이었군.” 임정설이 깊은 감탄과 함께 말했다.구백 계단 윤구주는 이미 전설을 써 내려가고 있었다.하지만 그 전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구백삼십 계단 사십 계단을 오르면서 윤구주의 발걸음은 오히려 더욱 가벼워졌고 그가 세우는 기록은 사람들의 상식을 계속해서 뒤흔들었다.구백팔십 계단을 지나 정상까지 겨우 십여 계단만 남은 그 순간 윤구주의 발걸음이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구백구십구 계단에 이르러 결국 완전히 멈추었다.드디어 한계에 도달한 것인가?모두가 숨을 죽이고 윤구주를 지켜봤다. 이 마지막 한 걸음은 분명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시험일 터였다.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린 채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십여 분을 견뎌냈다. 사람들은 그가 언제 다시 계단을 오를지 초조하게 기다렸다.마침내 윤구주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됐습니다. 이 마지막 한 걸음은 넘지 않겠습니다. 여기서 시험을 포기하지요.”말을 마치고 계단에서 내려서는 순간 청석 계단 아래에서 강력한 영기가 하늘을 찌를 듯 솟구쳤고 곧바로 서요산을 감싸던 어둠의 기운을 깨끗이 몰아냈다.오랫동안 음울했던 서요산 상공은 순식간에 환해졌고 수백 킬로미터에 걸쳐 맑은 하늘이 펼쳐졌다.서요산의 모든 이들은 충격에 빠져 넋을 잃었다.그제야 그들은 윤구주가 왜 그토록 여유롭게 올라올 수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는 처음부터 서요산의 청석 계단이 가진 진법의 힘을 계속해서 억누르고 있었다.“참으로 대단하신 신위군요! 우리 서요산의 청석 진법마저 제압하셨다니! 마지막 한 걸음을 분명 넘으실 수 있었을 텐데 혹시 강제로 넘었다가 진법이 견디지 못해 영기가 새 나가고 진법이 무너져 진요탑까지 영향을 미칠지 걱정하신 건 아닌가요?” 장인 대진인이

  • 구주, 왕의 귀환   제2029화

    도법의 깊이는 워낙 심오해서 임정설조차 제대로 가늠할 수 없었다.“쉽게 말씀드리자면 구주는 천지의 운기를 완전히 장악한 데다가 하늘이 직접 영광을 내리신 거죠.” 장인 대진인이 말했다.임정설은 이 말을 듣고 비로소 이해한 듯 말했다.“대진인의 말은 윤구주가 바로 하늘이 점지한 사람이라는 뜻인가?”“맞습니다. 우리 화진 사람들은 운명의 갈림길에 서면 본심에 따라 도법을 선택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깁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사는 다하고 하늘의 뜻을 따르라는 말의 의미입니다. 윤구주는 분명 큰 복을 타고났지만 그 엄청난 복을 감당할 힘도 필요합니다.”대진인이 설명했다.말이 끝날 무렵 윤구주는 이미 육백삼십 계단을 거뜬히 올라와 있었다.한 걸음도 멈추지 않고 더욱 확고한 걸음으로 계속 전진했다.그의 발걸음마다 천지의 기운이 응축되었다.어느 순간 서요산의 계단조차 윤구주의 기세를 가두지 못했다. 그는 마치 천지를 밟으며 오르는 듯했다.곧이어 그는 칠백 계단마저 돌파했다.칠백 계단이란 천 년 전 서요산의 전성기에도 극소수만이 도달할 수 있었던 경지였다. 지금 만약 윤구주가 구주왕이 아니라 일반 수련자였다면 이 기록만으로 서요산 전체가 들썩였을 것이다. 만일 윤구주가 서요산에 입문을 원했다면 서요산은 모든 자원을 쏟아부어 그를 키웠을 것이며 서요산 검종의 다음 종주 자리는 당연히 그에게 돌아갔을 것이다.그러나 이미 칠백 계단에 이르렀음에도 윤구주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칠백오십 계단 팔백 계단 팔백오십 계단!그는 끊임없이 정상의 기록을 깨며 전설을 써 내려갔다.서요산 검종의 제자들은 윤구주 앞에 당장이라도 무릎을 꿇을 것 같았다. 이쯤 되자 장인 대진인조차 감히 그를 함부로 평가할 수 없었다.왜냐하면 자신도 과거에 겨우 칠백 계단에 그쳤으니 팔백 계단을 오른 사람을 감히 평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윤구주는 멈추지 않고 계속 올라갔다. 마치 천지를 흔들어 이 강산을 뒤엎어버리겠다는 기세였다.그리고 마침내 구백 계단에 이르렀다.“구백

  • 구주, 왕의 귀환   제2028화

    하지만 한 계단씩 갈수록 더욱 어려워지는 난관들도 이 평범한 사람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만약 윤구주와 맞서야 하는 적의 입장이었다면 지금 이렇게 차분히 계단을 오르는 윤구주는 마치 깊은 심연 그 자체였을 것이다.그의 강력함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고 오히려 그가 올라올수록 위에 있는 사람들은 엄청난 압박감에 휩싸였다.검종의 검객들이 잠시 정신을 놓은 사이 윤구주는 이미 사백 계단까지 올라와 있었다.하지만 사백 계단쯤으로는 아무도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화진의 또 다른 황자 구주왕의 후계자였으니까.윤구주가 오백 계단을 밟는 순간 모든 이들은 숨을 죽이고 그를 응시했다.눈길을 떼지 못한 채 그의 오름을 지켜보았다.오백일…… 오백이십! 오백오십! 오백구십구!“마침내 구구관에 도달했다.”“칠구는 수겁이요 구구는 극히 넘기기 어려운데.”진정한 고수들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과연 윤구주가 이 한 걸음을 쉽게 넘을 수 있을지 모두가 궁금해했다.윤구주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산 아래를 바라보았다.그가 본 것은 단순한 산이 아니라 마치 화진의 온 세상 같았다.한눈에 화진의 대지와 산천이 모두 담겼다.눈앞에 펼쳐진 화진의 아름다운 대지는 숨 막히는 광경이었다.하지만 동시에 이 끝없는 강산 곳곳에 묻혀 있는 수많은 해골도 함께 보였고 그의 마음은 순식간에 비장함과 슬픔으로 가득 찼다.윤구주의 내면을 감지한 서요산 검종 종주의 법신이 곧바로 그의 곁에 나타났다.“구주야 화진의 산천을 잘 살펴봐! 천하의 용맥은 모두 화진에서 비롯되었고 이 한 획 한 획은 백성의 척추와 같다! 눈에 비치는 물의 맑고 흐림은 중요하지 않아. 지나치게 눈 부신 빛은 우리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고 너무 어두운 밤은 희망을 앗아가기 마련이지. 하지만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화진의 이 산천은 영원히 굳건히 서 있을 거야. 왜냐하면 푸른 산마다 묻혀 있는 충신의 뼈와 넋들이 이 나라를 지켜주고 있으니까.”서요산 검종 종주는 윤구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그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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