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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2화

Author: 김원호
“됐어요. 이제 그만 가요.”

“천수진, 철수!”

그의 손가락이 검으로 변해 땅을 향해 휘두르는 순간 어둠을 밝히던 검은 빛을 빠르게 거둬들이면서 성스러운 빛을 지닌 백옥으로 된 보검이 칼집으로 돌아갔다.

검이 칼집으로 들어가서야 그 사람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략 40세로 보이는 그는 한창 젊은 나이였다. 생김새는 평범했고, 얼굴이 지나치게 빨간 것이 술주정뱅이 코를 가지고 있었고, 눈빛은 흐릿한 것이 온몸에서 진한 술 냄새가 풍겼다.

그는 말하면서 다시 술병을 집어 들어 한 모급 마셨다. 이어 입에 담배를 물었는데 안타깝게도 라이터가 바닥나서 불이 켜지지도 않았다.

그는 담배를 피울 수 없어 답답하기만 했다.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가자고요. 어떻게 왕궁에 편의점도 없어. 일단 불 좀 빌려올게요.”

소채은은 어이없었다.

‘내가 언제 시간을 지체했다고 저러시지?’

“선배님! 저한테 라이터 있어요!”

소채은은 라이터를 꺼내 그의 담배에 불을 붙여주었다.

한 모금 깊게 들이마시고는 내뱉은 연기를 다시 흡입하는 그 황홀한 표정은 그야말로 짜릿해 보였다.

담배 냄새를 참기 힘들어하는 소채은은 자기도 모르게 코를 찡그렸다.

‘담배를 너무 자주 피우는 거 아니야?’

“뭘 보고 있어요? 그리고 라이터는 어디서 났어요? 어린 나이에 좋은 것만 배울 것이지 담배는 왜 피우는 거예요?”

소채은 깜짝 놀라서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에요. 선배님, 저는 담배를 안 피워요.”

“그런데 왜 라이터를 가지고 있는 거예요?”

“그게... 사실은 도화선을 이용해 폭탄을 터뜨릴 계획이었어요. 점화가 늦어질까 봐 다른 방법으로 바꿨지만요.”

소채은은 설명하면서 그제야 몸에 폭탄이 묶여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런데 폭탄을 해체할 틈도 없이 그녀를 데리고 하늘로 날아가는 것이다.

임정설은 멍하니 그 사람이 소채은을 데리고 하늘로 날아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나의 수련은 아직 멀고도 멀었네. 구오 지존은 시작일 뿐이야. 설령 언젠가 황도에 이를 수 있다고 해도 선배와는 거리가 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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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주, 왕의 귀환   제2340화

    “하하하! 윤인황, 방금 그거 뭐야? 꽤 대단한걸? 깜짝 놀랐잖아!”“7만 년 전의 나라면 분명 그 칼날 아래 죽었겠지. 하지만 지금 네 앞에 선 나는 무려 7만 년을 견뎌낸 존재다. 내 동력은 네가 상상도 못 할 만큼 높은 경지에 이르렀다고!”“진정한 고통을 겪은 자만이 정점에 오를 자격이 있지! 이게 너의 마지막 관문이다. 내가 지난 7만 년 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직접 느끼게 해주마!”삼안 여황제의 이마 한가운데에 있던 세 번째 눈이 번쩍 뜨였다. 괴이한 광휘를 내뿜는 그 요안의 힘은 공간마저 일그러뜨렸고 온 세상을 미친 듯이 흔들기 시작했다.쿠우웅!찰나의 순간에 무거운 압력이 윤구주의 원신을 짓눌렀다. 그 진동은 그의 존재 자체를 흔들어 놓을 정도로 강력했다.그리고 임홍연이 두 눈을 의심할 정도로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삼안 여황제의 세 번째 눈이 원신에서 이탈하더니 이내 하늘로 솟구쳐 올라가 해와 달과 별을 대신한 거대한 혈동으로 변모한 것이다.그 혈동은 붉은빛만 머금고 있지 않았다. 다채로운 오색 빛이 반사되어 나왔고 그 빛은 세상의 원래 색채를 완전히 뒤엎었다. 그 세계에선 생명을 가진 것이 오히려 흑백으로 보여지게 된다.“젠장! 이건 삼안 요괴가 창조한 금단의 섭혼술이야! 혼술을 수련하는 자라면 누구나 갈망하는 궁극의 경지지!”“만화경이 열리면 모든 자들의 목숨은 더 이상 자기 것이 아니게 돼. 이 경계 안에서는 삼안 요괴가 곧 신이나 다름없다고!”김도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긴 세월 동안 수련자들의 세계에서 살아남은 노련한 고수였고 생사의 갈림길도 수없이 겪어본 사람이었지만 오늘처럼 뼛속까지 두려움을 느껴본 적은 처음이었다.“흥, 무지한 놈 같으니. 이건 혈기은월이다.”삼안 여황제는 냉소 섞인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무슨 은월이든 간에 널 베어버리면 그만이지!”김도현은 낮게 포효하며 인검합일이 되어 만법귀일의 기세로 검을 삼안 여황제에게 날렸다.“만화경이 펼쳐진 순간 이미 너희 운명은 끝났다고 봐도 무방해.

  • 구주, 왕의 귀환   제233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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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주, 왕의 귀환   제2337화

    “소채은, 걱정 마라. 봉황의 심장이 있다면 봉황은 반드시 불 속에서 다시 태어난다. 그리고 매번 되살아날 때마다 더 높은 곳으로 날아오르지.”염황이 나직이 말했다.봉황 즉 불사조는 불 속에서 다시 태어난다.소채은의 세계관은 또 한 번 뒤집히게 되었다. 화진의 오래된 신화는 진실이었다. 봉황 즉 불사조는 정말 죽지 않는 존재였다.“그렇다면 지금 봉황의 심장은 어디에 있는 거죠?”소채은은 다급히 물었다.봉황의 심장만 찾으면 인황은 사슬을 끊고 그 요괴 같은 여인, 삼안 여황제를 윤구주와 함께 반드시 처단할 수 있을 터였다.“바보 같으니라고. 봉황의 심장은 바로 여기 있어. 네가 바로 잃어버린 그 심장이란다.”우우웅!소채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몸이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내가 봉황의 심장이라고? 그렇다면 나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그 요녀는 봉황의 육신은 길들였지만 봉황의 심장은 손에 넣지 못했다. 이 세상 그 누구도 봉황의 심장만은 길들일 수 없어.”“봉황이 죽지 않는다는 건 단지 전설일 뿐이야. 봉황이 불 속에서 한 번 부활할 때마다 그것은 한 번 죽은 것과도 같단다. 새로 태어난 봉황은 지난 봉황의 모든 힘을 물려받지만 결코 그 존재 자체는 아니지. 마치 인간 세상의 윤회처럼 한 번의 윤회가 시작되면 전생의 연과 원은 모두 끊어지는 법이다.”염황은 천천히 설명했다.“그럼 제가 봉황의 전생을 이어받은 윤회의 화신이라는 말씀인가요?”소채은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그래. 그렇게 생각해도 좋아. 과거 봉황의 육체가 사로잡히자 봉황의 심장은 천상 구역을 벗어나 수없이 많은 윤회를 거쳤단다. 그 7만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너는 어쩌면 신령한 풀 한 포기였을 수도 있고, 몇 번이나 맹수가 되었을 수도 있으며, 혹은 한 그루의 나무였을 수도 있지. 그렇게 수없이 거듭난 끝에 이번 생에서 마침내 인간이 된 거야.”“고대 화진의 전설에 따르면 새로운 인황이 세상에 나타나면 봉황 또한 사람으로 윤회한다고 하지. 나 역시 그렇게

  • 구주, 왕의 귀환   제2336화

    소채은은 인황의 인도를 따라 원신을 이끌고 요괴산으로 들어갔다.산속에 들어서자 그녀는 이곳이 마치 거대한 화로처럼 이글거리는 불꽃으로 가득 차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 한복판에서 염황은 맹렬한 화염에 둘러싸여 속절없이 몸을 태워지고 있었다. 그의 원신은 이미 극도로 쇠약해진 상태였다.“잘 보아라. 나를 태우는 이 불꽃은 보통의 화염이 아니야. 이건 나를 하나의 단약으로 간주하고 내게 깃든 인황의 기운을 조금씩 정련한 후 관곽 속으로 옮기고 있어.”염황의 목소리는 낮고 침착했지만 그 안엔 씁쓸함이 서려 있었다.“그 관곽은 천상 구역과 연결되어 있어. 그리고 그곳은 이 기운을 한 요녀에게 전승시켰다. 그녀는 내 기운을 빌어 하늘에 오르고 지금은 이미 소성오환의 경지에 올랐다. 단 한 걸음만 더 내디디면 대성으로 승격할 수 있지.”염황은 담담하게 설명을 이어갔다.“그렇다면 그녀가 대성으로 오르려면 윤구주의 희생이 필요하단 말씀이신가요?” 소채은이 물었다.“맞아. 윤구주가 자발적으로 그녀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면 그녀는 그의 기운을 흡수하여 대성에 이를 수 있다. 그리고 그녀가 대성이 되는 순간 곧바로 천장혼술이 발동될 것이다. 그 의도는 하나, 바로 이 세상 모든 문명의 기운을 빨아들이는 데 있지.”“다시 말해, 그 요녀는 자기 자신 하나를 완성시키기 위해 온 세상의 생명을 희생시키려는 것이다!”그 말을 들은 순간, 소채은은 모든 것이 퍼즐처럼 맞춰진다는 걸 느꼈다. 하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 하나 남아 있었다.“그렇다면 염황께서는 처음부터 스스로를 희생하신 건가요? 만약 자발적인 희생이 필요했다면 왜 지금 이렇게 갇혀 계신 거죠? 당신께서 원하지 않으셨다면 그녀도 당신의 기운을 강제로 가져가지 못했을 텐데요.”“물론이지. 그녀는 날 죽일 수는 있어도 내 의지를 꺾을 수는 없단다. 문제는 이 제사술의 봉헌은 반드시 정직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는 점이지. 나는 그 요녀가 꾸민 속임수에 걸려든 거야. 그녀의 거짓말에 속아 스스로 기운을 내어

  • 구주, 왕의 귀환   제2335화

    김도현은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자신의 목숨까지 내던지며 소채은을 위한 시간을 벌고 있었다.그러던 중, 삼안 여황제의 동력이 급격히 약해졌다. 이제는 김도현의 검기조차 견디지 못할 정도였다.“응? 이건 뭐지? 윤구주 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김도현의 검기도 윤구주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죽음의 기운을 감지했다.자신은 죽어도 괜찮았다. 하지만 윤구주만은 안된다. 윤구주가 죽는다면 그의 희생은 아무런 의미도 없게 된다.“윤구주, 당장 일어나! 세상이 널 버린다 해도 나는 널 절대 포기 못 해!”김도현은 검의 의지로 윤구주를 불러냈다. 같은 검술 수련자로서 윤구주는 그 간절한 부름을 뚜렷이 느꼈다.“윤구주! 제발 죽지 마! 같이 살고 같이 죽자는 말, 난 싫어!”“지금까지의 모든 게 다 환상인 거 알아. 난 그저 아버지께서 하셨던 말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야. 꼭 누군가가 죽어야 한다면 그게 나였으면 좋겠어!”임홍연은 윤구주를 와락 껴안고 놓으려 하지 않았다.“그래, 그렇다면 우리의 피로 길을 뚫어 나가자!”“응!”임홍연은 두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윤구주는 동력으로 환각의 진법을 강제로 무너뜨리고 검기로 전방에 길을 냈다. 그들은 전장을 향해 그 길을 뚫고 돌진했다.윤구주가 피로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그 순간, 소채은도 한 걸음, 또 한 걸음 요괴산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산에 가까워질수록 그녀의 가슴 속 어딘가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뜨겁게 불붙은 심장이 무언가에 이끌리듯 강한 열기를 토해냈다.“서요산 선조여... 당신은 내가 윤구주에게 도움이 될 거라 하셨죠. 그런데 어떻게 그를 도와야 하는 건가요? 이런 제가 무슨 도움이 될 수 있죠?”소채은은 자신이 없었다. 임홍연은 수련을 하지 않았음에도 출신이나 마음가짐, 그 어떤 면에서도 자신보다 나았다.애초에 윤구주와 어울리는 사람은 임홍연이었다.“나는 그저 스쳐 가는 인연인까, 아니면 그의 운명일까... 이 산이 내게 대답을 주겠지.”소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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