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합차에서.서울 암부에서 온 지휘사는 태블릿을 손에 들고 자료를 읽고 있었다.“지휘사 님, 방금 본부에서 보낸 홍월 경매사에 관한 소식입니다. 소식에 따르면 홍월 경매사는 줄곧 판인국에서 가장 큰 블랙 첩보 조직이었으며 오랜 시간 동안 판인국 군부대를 위해 돈을 긁어모았다고 합니다. 사기도 치고 정말 나쁜 일이란 나쁜 일은 다했네요!”오소룡은 말하면서 자료를 건넸다. 지휘사는 자료를 받아본 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빌어먹을 놈!”“10국 전쟁 이후에 이런 땅강아지 같은 나라가 감히 우리 화진 내부에 침투하다니! 정말 쳐 죽일 새끼들이네!”“내 명을 전해. 강성 모든 암부 팀원을 소집시켜 홍월 경매사 자식들을 모조리 잡아 처넣어!”“기억해, 한 명도 놓치면 안 돼!”“반항하는 즉시 죽이는 거야!”지휘사는 엄청난 카리스마를 뿜기며 살의가 들끓어 올랐다. 오소령이 대답했다.“네!”“당시 우리 화진이 십 국을 상대로 싸웠고 파인국 같은 보잘것없는 나라는 아예 시쳇더미가 수두룩했고 나라 전체가 피바다로 되였어. 그랬던 땅강아지가 감히 우리 화진에서 이런 짓을 꾸미고 다닐 줄이야!”“만약 내 상사였던 구주 전신이 여기 있었더라면 그 자식들은 감히 숨도 크게 쉬지 못했을걸?”이 지휘사는 암부 3대 지휘사 중 한 명으로 불린다. 그는 호존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고 그의 진짜 이름은 민규현이었다!암부에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이 세 사람의 존재를 알 것이다!3대 지휘사는 각각 호랑이, 곰, 늑대라는 별명이 있다.호존: 민규현!백곰: 정태웅!늑대: 천현수!이 세 사람은 암부 십만 정예 부대를 거닐고 있다!또한 이들은 구주 전신이 최고로 믿고 아끼는 부대였다.하지만 구주 전신이 몰락한 후 암부에는 약간이 변화가 생겼다!민규현의 명령이 떨어지자 옆에 있던 암부 다른 팀원이 빠른 걸음으로 달려와 말했다.“지휘사 님, 강성에서 온 긴급 소식입니다! 홍월 경매사는 이틀 전에 산산조각이 났다고 합니다. 그중 해외 간첩 한 명은 현장에서 즉살되었고
오소룡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잘못을 인정하고 휴대전화를 빨리 껐다!같은 시각.소씨 저택.천희수는 몇 년 동안 만나지 못한 둘째 조카 오소령에게 전화하려고 했지만 ‘뚜뚜뚜’ 소리만 들려왔다!“어때? 통했어?”소청하는 천희수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궁금해서 물었다.그러자 천희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소룡이가 전화를 끊은 것 같은데요!”“뭐?”“아 자식이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이모 전화도 끊어? 빨리 다시 한번 걸어봐!”소청하가 재촉했다. 그래서 천희수는 다시 통화를 시도해 봤지만, 이번에는 상대방 전화가 꺼져있었다!“꺼져있는데요...”그녀는 무척 당황했다. 전화기가 꺼져있다는 소식을 들은 소청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너무 하는 거 아니야? 당신 전화도 안 받는다고? 여보, 쟤가 출세했다고 당신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천희수는 얼른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아니에요! 소룡이는 어릴 적부터 착했어요. 그렇게 배은망덕한 일을 하지 않을 거예요.”“그럼 왜 전화를 받지 않는데?”소청하가 되물었다. 천희수는 고민하다가 대답했다.“임무 수행 중이겠죠. 바쁜가 보죠.”소청하는 화를 내면서 중얼거렸다.“됐어. 저녁에 몇 번 더 전화해 봐!”천희수는 한숨을 내쉬었다.소채은은 이틀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침대 위에서 점점 더 초췌해져만 갔다! 하지만 윤구주는 이 모든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이때 윤구주는 가부좌를 틀고 용인 빌리지 뒷산에 앉아 있었다. 그는 찬란한 금색 빛을 뿜어내며 내력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자 그의 몸안에서 으르렁거리는 용의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무섭게 생긴 용 한 마리가 윤구주의 머리 위를 에워싸며 돌았다.총 아홉 마리였다!이 아홉 마리 용이 나타나는 순간 천지가 흔들렸고 용인 빌리지는 마치 지진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헐. 지진이다. 도망가!”윤구주의 때문에 용인 빌리지가 뒤흔들리고 있을 때 손에 막대 사탕을 들고 비명을 지르며 뛰어나오는 한 소녀가 있었다.바로 두씨 가문
윤구주의 소리가 들려오자 백경재는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네. 저하!”그리고 그는 허겁지겁 달려오더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윤구주 주위에 있던 식물들은 모두 말라 죽고 바위들은 모두 깨져있었다. 이곳은 마치 포탄에 맞은 것처럼 수백 미터 반경 내는 처참하기에 그지없었다.“저하! 죄송합니다! 제가 저하의 수련을 방해하지 말았어야 했는데!”백경재는 얼른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하지만 윤구주는 손을 흔들며 고개를 돌려 백경재를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백 선생은 지금 통현경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은데?”백경재는 흠칫 놀랐다. 윤구주가 갑자기 이렇게 물을 줄은 몰랐다.“네! 솔직히 말하면 제가 우둔해서 30년 넘게 술법을 수련하고 있는데 통현 경지를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술법에는 네 개 등급이 있다. 입문, 통현, 귀선, 태허!술법은 무도와 다르다. 천재적인 재능뿐만 아니라 깨달음도 필요하다.즉 공자가 말했듯이 아침에 깨달음을 얻으면 저녁에 죽더라도 여한이 없다는 그런 마음가짐 말이다!이 모든 것의 핵심은 깨달음이다!술법을 수련하는 어떤 자들은 평생 한 단계 더 나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백경재처럼 말이다.백경재가 그렇게 말하자 윤구주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귀선 경지에 들어서고 싶어?”응?백경재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저하?”“그저 물어보는 거야. 네가 정말 원한다면.”윤구주가 묻자 백경재는 떨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당... 당연히 원하죠!”“좋아! 네가 원한다면 나를 따르는 것을 봐서 내가 단약을 하나 줄게. 그걸 먹고 이변이 없다면 3일 이내에 귀선 경지에 들어갈 수 있을 거야!”윤구주는 덤덤하게 말하면서 품에서 반짝이는 단약 한 알을 꺼냈다. 윤구주가 그 단약을 꺼내는 것을 보자 백경재는 감격의 눈물이 날 지경이였다.“이 약의 이름은 한기단이다! 비록 이것은 치료용 단약이지만 내가 선천강화를 안에 넣었어. 그래서 복용 후 곧 귀선 경지에 들어갈 수 있을 거야.”그
새로 들어온 암부원이 조심스럽게 오소룡에게 물었다.“네가 뭘 잘 몰라서 그러는데. 이곳이 어떤 곳인 줄 알아?”오소룡은 앞바다를 가리키며 말했다.“그저 바다잖아요?”“그래! 바다지! 하지만 이 바다가 어디로 통하는지 알아?”오소룡이 다시 물었다.“그건 잘...”“내가 알려줄게. 이곳은 죽음으로 향하는 바다야!”뭐?“죽음의 바다!”이 단어를 듣자 부하의 얼굴색은 갑자기 어두워졌다. 그도 분명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다.“그래! 이 바다의 끝자락에서 우리 화진이 10개국 연합군에게 패배했어!”오소룡은 고개를 들어 일망무제한 바다를 바라보며 말했다.“그 싸움으로 바다는 빨간색이 되고 시체들이 둥둥 떠다녔어! 그리고 그 싸움으로 인해 10개국은 국경 수천 리까지 쫓겨났고 심지어 그 당시 최고 신급 경지에 이른 고수 6명을 잃게 되었어! 또 그 싸움 때문에 우리 화진의 구주 전신이...”여기까지 말하자 오소룡은 목이 멨다. 그는 결말을 말하지 않았지만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은 누구나 다 알고 있었다.당대 최고의 구주 전신이 이 바다에서 사망했다.신화 같던 인물이 여기서 죽었다!이 바다를 바라보며 모두 침묵에 잠겼다!이때 제일 앞에 서있던 암부 3대 지휘사인 호존 민규현이 파도가 철렁거리는 바다를 바라보며 울부짖었다.“당신과 같은 시대에 태어난 걸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세월은 야속하게만 흘러가네요. 제가 제일 존경하는 저하, 잘 계시는지요. 어쩌면 인생은 이렇게 한바탕 취하다가 가는 거겠죠!”“저하! 소인 민규현 살아서는 이제 저하와 함께 싸울 수 없지만 죽어서는 저하를 따라 지하 세계에서 천하를 제패하고 싶습니다! 제가 한 잔 따라드리겠습니다. 저하!”3대 지휘사인 민규현은 술잔을 들고 단숨에 다 마셨다! 독한 술을 삼키더니 그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얘들아!”“네!”모든 사람은 차렷 자세로 민규현을 기다렸다.“술을 가져와!”그러자 그들은 일제히 술 한 잔을 따랐다. 민규현이 독술을 들고 우렁차게 외쳤다.“우
수십 대의 차량이 굉음을 내며 강성 한복판에서 달리며 한 건물로 들어섰다. 이 건물은 강성 암부 본부였다. 널찍한 사무실에는 서울에서 온 3대 지휘자 중 한 명인 민규현가 자료를 보고 있었다.“지휘사 님, 강성 제36부대 대장이 급히 지휘사님을 만날 일이 있다고 합니다!”오소룡이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말했다.“들어오라고 해!”민규현은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했다.“네!”그러자, 양복 차림을 한 남자가 방 안에 들어섰다.“제36부대 안영훈이라고 합니다. 지휘사 님께 인사를 올립니다!”안영훈은 들어오자마자 꼿꼿이 정자세로 서있었다.“무슨 일인데?”민규현은 계속 고개를 들지 않았다.“지휘사 님께 아뢰옵니다. 판인국 홍월 경매사에 관한 소식입니다. 저희가 철저히 조사해서 이들이 판인국 블랙 첩보 조직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우리 쪽 사람들은 이미 홍월 경매사의 모든 거점을 장악했고 모조리 잡았습니다.”그제야 민규현은 고개를 끄덕이었다.“그리고 조사한 바에 의하면 죽은 판인국 노인은 블랙 첩보 조직의 B급 첩보원이었습니다.”“B급?”고개를 숙이고 있던 민규현은 드디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블랙 첩보 조직은 판인국 군사첩보조직으로 내부 분업이 명확하고 계급이 분계선이 명확했는데ABC 세 개 등급으로 나뉘어져 있다!이 세 등급에 들어갈 수 있는 첩보원들은 모두 막강한 인물이다. 이들은 암살과 염탐에 능할 뿐만 아니라 막강한 무도 실력을 가지고 있다. 민규현을 놀라게 했던 점은 이런 B급 첩보원이 강성 이 작은 곳에서 쉽게 살해당했다는 사실이다.“B급 첩보 고수를 이렇게 쉽게 죽였다고? 게다가 우리 암부 사람도 아닌데 말이야. 이거 정말 재밌는 일이네! 그런데 누가 한 짓인지 알아냈어?”민규현은 고개를 들고 안영훈을 바라보며 물었다.“네. 알아냈습니다. 조사에 의하면 그 사람은 강성 제일 갑부 주세호와 함께 있었습니다. 이름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CCTV에 찍힌 흐릿한 사진 한 장이 있습니다! 이걸 보세요!”안형훈은 민규현에게 사진을 건
노정연은 빙긋 웃으면서 말했다.“좋아요!”“마 선생은 대가가 정말 소중한 인재라는 걸 잘 아시겠죠! 저런 무서운 실력을 사람이 우리 천하회 사람이 된다면 우리한테는 날개를 달아준 셈이죠.”“하지만 그 사람은 너무 무섭고 또 너무 젊어서 응하지 않을까 봐 걱정입니다.”마 선생이 대답했다.“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사람이 되지 않더라도 친구로 지내고 싶네요. 안 그래요?”노정연이 이렇게 말하자 마 선생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리무진은 계속 달려 용인 빌리지에 거의 도착했다. 천하회 노정연 등인이 도착할 즈음, 골목 쪽에 검은색 지프차 세 대가 먼저 정차했다.차 문이 열리자 깔끔하게 옷을 입은 사람들이 우르르 차에서 걸어 내려왔다. 그들을 보자 노정연과 마 선생은 미간을 찌푸렸다.“이렇게 많은 무인들이 여기에 웬일로?”마 선생이 말이 끝나자 지프차에서 우람진 체격의 한 남자가 내렸다. 그 사람을 보자 마 선생은 갑자기 긴장하면서 경계했다. 그 남자에게서 범상치 않은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왔다.“강한 카리스마입니다! 당주님, 저 사람 보통 인물이 아니네요!”마 선생은 그 남자를 뚫어지게 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노정연은 예쁜 눈을 부릅뜨고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그를 쳐다보았다.“빌어먹을! 저 사람은 천하를 뒤흔드는 암무 3대 지휘사 중의 한 명인 호존 민규현인것 같은데?”호존, 민규현!이 이름을 듣자 천하회 사람들은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다.“저 사람이 바로 호랑이, 범, 늑대 중에 첫째, 호존 민규현입니까?”마 선생은 깜짝 놀라면서 되물었다.“맞아요! 분명 민규현입니다. 틀림없어요!”노정연은 깊은숨을 들이마시면서 말했다.“수년 전 서경에서 설국 반역 조직이 우리 화진에 쳐들어왔는데 바로 저 민규현이 칼을 한번 휘두르면 한 명을 죽였어요. 제가 똑똑히 기억합니다. 설국 천여 명의 반역자를 모두 머리가 없는 시체로 만들어 버렸어요! 그래서 그날부터 민도살이라는 별명을 가졌죠. 도살자!”그 말을 듣자 마 선생의 두 눈을 초점을
민규현은 말을 마치고 부하들을 데리고 용인 빌리지로 걸어 들어갔다. 그런데 산길 입구에 다다르자 이상한 구름과 안개가 허공에 나타나 모두의 시선을 막았다.“지휘사 님, 이 안개가 조금 이상한데요!”한 부하가 경계하며 말했다. 그러자 민규현은 차가운 시선으로 안개를 훑어보더니 말했다.“이 작은 강성에 이런 고수가 있을 줄이야. 이런 진법을 보게 된다니! 모두 뒤로 물러가!”민규현의 명령이 떨어지자 암부 부하들은 일제히 물러섰다. 그리고 그는 안개를 훑어보고는 두 손을 모았다. 그러자 몸에서 강한 회오리 기파가 뿜어져 나왔다.무서운 기파가 터져 나오면서 주위의 공기마저 진동하여 소리를 냈다.역시 암무 3대 지휘자 호존!그리고 그는 손을 크게 휘두르더니 “열려라!”라는 구호를 외쳤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기파들은 순식간에 광풍으로 변해 안개 쪽을 향해 달려갔다.우르릉거리는 소리와 함께 자욱한 안개 사이로 길이 생긴듯하였다. 민규현이 기파로 안개를 두 조각으로 깨부수었다. 안개가 갈라지면서 산길이 나타났다.민규현은 맹호처럼 뚜벅뚜벅 걸어갔다.용인 빌리지에 발을 내디디려는 순간.뒷산.백경재와 윤구주는 가부좌를 틀고 꿈적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백경재는 윤구주가 준 한기단을 복용한 후 근래 내공이 비약적으로 향상했다! 그리고 바로 오늘 아침, 백경제는 단숨에 통현의 한계를 극복하고 정식으로 귀선 경지에 들어섰다!귀선 경지에 들어선 백경재는 더 이상 예전의 이류 수련자가 아니다!술법을 아는 사람은 백경재를 이제는 백 거장이라고 불러야 한다!두 사람이 수련하고 있을 때 ‘운산 대진’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귀선 경지에 이른 백경재가 갑자기 두 눈을 뜨더니 그의 눈동자에서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어느 죽일 놈이 감히 우리 구역에 침입해! 저하, 제가 가서 살펴보겠습니다. 도대체 어떤 자식들인지!”윤구주는 눈을 감은 채 그러라고 대답만 했다.휙!백경재는 눈 깜짝할 사이에 그쪽으로 날아갔다.산길 위.민규현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민규현은 더 길게 말하지 않고 그저 웃었다.“못 알아들어도 상관없어! 3일 전에 홍월 경매사에서 주최한 경매에 참가했지?”백경재는 흠칫 놀라면서 대답했다.“그래! 그게 뭐 어때서?”“참가했으면 바로 너일 거야!”민규현은 첩보원을 죽인 사람을 백경재로 착각했다. 백경재는 민규현을 쳐다보고 또 그 뒤에 있던 암부원들을 훑어봤다.“어이, 너희들은 도대체 뭐 하는 자식들이야? 왜 우리 용인 빌리지에 함부로 들어와?”민규현이 웃으면서 대답했다.“우리가 누군지 당신은 알 필요가 없어! 지금 우리랑 같이 본부로 가자. 물어볼 것이 있거든.”따라오라는 말을 듣고 백경재는 피식 웃었다.“씨발, 정말 웃기는 새끼네. 함부로 우리 구역에 침입한 것도 모자라 나더러 너희 따라 어딜 가라고? 지금 내가 만만하다고 생각하는 거야?”백경재는 코웃음을 치더니 부적 세 개를 내던졌다. 그러자 그 부적들은 갑자기 폭발하면서 검은 안개가 순식간에 사방을 뒤덮었다. 그리고 그가 주문 두 개를 외우자 검은 안개 속에서 귀신이 울부짖으며 엉엉 우는 소리가 들렸고 해골 두 개가 갑자기 튀어나와 민규현을 향해 돌진했다!민규현은 백경재의 술법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 그리고 모든 내력을 왼손으로 모아 손바닥을 앞으로 밀었다! 그러자 엄청난 기파가 일면서 쿵쿵거리는 소리와 함께 해골 두 개가 허공에서 폭발했다.“어허! 이렇게 강하다고? 그럴 리가!”백경재는 민규현이 손쉽게 자기의 술법을 풀자 이를 악물며 다시 내력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귀선 경지에 들어서고 난 후 백경재는 처음으로 진정한 강자를 만났다. 그는 두 손을 움켜쥐고 주문을 외우자 음기가 온몸을 뒤덮었다.백경재의 두 손은 빠르게 허공에 기괴한 주문을 그렸다. 그리고 손을 들어 검은 안개를 누르는 듯했다!“눌러!”분노의 외침과 함께 검은 안개는 거대한 귀신의 손으로 변했다. 귀신의 손은 무서운 기세로 민규현을 향해 덮쳐갔다. 그러자 민규현은 기파를 모으더니 두 주먹으로 귀신의 손을 깨부쉈다. 막을 수 없는 막강한 기세를
화진에서 수행하는 무인들은 무도에 몸담은 사람으로 간주되며 윤씨 일가 역시 무문 출신이니 당연히 무도에 몸담은 사람이다. 그들의 말대로라면 윤구주가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얘기인데 그 둘은 윤구주의 반응을 보며 비웃고 있었다. 윤구주가 무릎을 꿇지 않더라도 망신을 당할 거라 확신하며 즐기고 있었다.하지만 윤구주는 되려 웃으며 말했다.‘곤륜 지역 이야기를 나에게 한다고?’“너희 혹시 곤륜 지역에서 수련하다 머리를 다친 거냐?”“나를 사신이라 부르는 것도 너희 곤륜 지역 아니더냐. 그 칭호는 내가 수많은 신을 학살하며 얻은 것이다. 아사 신전조차도 내 손에 멸망했는데 너희 같은 광대 둘이 내 앞에서 죽고 싶어 안달인 거냐?”“풋.”그 말에 흑절은 참지 못했고 백살도 얼굴을 찌푸렸다.“좋아, 윤구주. 왕이라 해도 우리 앞에선 개미나 다름없다. 너희 화진의 인황 따위가 뭐 대수냐? 제신들의 아래는 모두 개미일 뿐이다. 너도 마찬가지다.”백살이 낮은 목소리로 외쳤다.“더 말이 필요해? 바로 제압하자. 놈의 무릎뼈를 뽑아내서라도 무릎을 꿇리든 엎드리든 하게 해주겠다.”흑절의 귀기가 뿜어져 나오고 음산한 검은 안개가 수백 미터를 덮었고 음산한 귀기가 퍼지는 가운데 수많은 쇠사슬이 사방에서 몰려들었다.“윤구주! 이건 내 절기인 삼라쇄명결이다. 그 화진 무술의 최강자였던 좌맹주도 이 기술에 죽었다.”흑절의 광기 어린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동시에 쇠사슬이 윤구주의 몸을 꽁꽁 묶었다. 쓱.흑절은 만족스럽다는 듯 웃으며 다가갔고 백살은 뒤에서 음침한 미소를 지었다.“윤구주도 별거 아니군. 네가 아사 신전을 멸했다 해도 분명 화진의 금기 무기를 썼겠지. 너희 같은 하찮은 인간들이 그런 변태 같은 무기를 만들어낸 것부터 죽어 마땅한 일이다.”사실 그 무기는 화진만이 가지고 있는 게 아니었다. 화진은 단지 그 무기를 소유한 대국 중 하나일 뿐이며 그 무기를 사용하면 먼 거리에서 정밀한 타격이 가능해 누구라도 피할 수 없었다. 아무리 절정의 선경 대원만의
윤구주는 조심스럽게 묘비를 어루만지며 말했다.“편히 잠드세요. 왕이 반드시 당신들의 원수를 갚아드릴 겁니다.”바로 그때, 숲속에서 갑자기 짙은 안개가 피어올랐고 안개 너머로 검은 그림자들이 윤구주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원수를 갚겠다? 윤구주, 네 목숨은 이미 끝났어!”“이곳에 함께 묻히는 것도 나쁘지 않지. 편히 쉬게 될 것이다.”날카로운 웃음소리와 함께, 안개 속에서 검은색과 흰색의 두 그림자가 나타났다.그들은 큰 도포를 입었고 얼굴에 검은색과 흰색 가면을 쓰고 있었으며 한 명은 혼을 가두는 쇠사슬을 들었고 다른 한 명은 검은 지팡이를 쥐고 있었다.그들은 음산하고 기이한 분위기를 풍겼다. 귀신 같은 분위기와 음산한 안개가 어우러져 마치 저승사자가 목숨을 거두러 온 것 같았다.그 모습을 본 윤구주는 비웃으며 말했다.“누군가 했더니, 흑절과 백살이군.”흑절과 백살은 한때 화진 무술계에서 최고라 불렸던 자들이다.화진 무술계에는 무도 연맹의 총회장이라는 직위가 있었고 그 총회장은 국방부 직속의 강자였다.윤구주가 유명해지기 전에 세 명의 연맹 총회장이 있었는데 모두가 구오 지존의 고수였고 특히 마지막 총회장은 국주 임정설과도 사적으로 친구 사이였다.하지만 그 셋 모두 흑절과 백살 손에 죽었고 둘은 마지막 총회장을 암살한 이후 자취를 감췄다.사람들은 그들이 화진의 국방부와 왕실의 추적을 피해 도망친 줄 알았지만, 사실은 곤륜 지역으로 들어가 수련 중이었다는 것을 윤구주는 알고 있었다.이미 몇 년이 흘렀고 그들은 곤륜 지역에 들어갈 때는 중경 구오 지존이었지만 이제는 출관하여 극 신급 절정에 이르렀다.여전히 재능은 있었다.“윤구주! 넌 당연히 우리를 알 것이다. 오히려 우리에게 감사해야 할지 모르지. 우리가 그 국주 측근인 무도 총회장을 죽였기에, 국주가 너를 전력으로 키울 수밖에 없었을 테고 그렇지 않았다면 네가 구주왕이 될 수 있었겠어?”백살은 비웃으며 말했다.흑절은 더 나아가 윤구주에게 무릎 꿇고 두 선배에게 절하라고 명령했
청해는 임정설과 같은 곤륜 지역 출신이기에 그의 과거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윤구주라면 가능할지 몰라도 임정설은 절대 해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청해가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복수하겠다면서 굳이 본인이 직접 나설 필요가 있냐는 의문이 들었다. 어차피 목표는 원수를 죽이는 것인데 윤구주에게 부탁해도 될 일이었을 텐데 말이다.그에게는 임정설의 이번 행동이 단순히 죽기 위한 길처럼 보였다.“넌 또 움직이지 않겠지. 사람 인생은 어떤 일을 잊을 수도 있고 저버릴 수도 있어.우리 화진 사람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명예조차도 때로는 내려놓을 수 있어.하지만 단 하나, 선조들의 뜻만큼은 절대 저버려선 안 돼.”“국주가 가장 사랑했던 여인은 그 때문에 죽었지. 그 당시 국주는 국사 때문에 그녀를 저버렸어.”“그녀는 국주를 위해, 그리고 국주로 인해 죽었어. 그 일은 국주의 마음속 깊은 병이자 고통이 됐고, 그 고통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닥쳐올 시련을 맞이하는데 걸림돌이 될 거야. 그런 상황에서 국주가 생사를 신경이나 쓰겠어?”“이번 고비를 넘긴다면 국주에게도 살길이 조금은 열릴 것이다.”“세상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지. 내가 황제 자리에 오르고 성인의 경지에 도달했다 하지만 그 대가는 임씨 일가의 쇠퇴와 임정설 황제의 몰락이었다. 그러나 나는 화진의 옛 왕이며 현재는 황제이다. 얼마나 많은 선조가 지켜보고 있는가? 나라를 위한 대의, 화진의 부흥 앞에서는 개인의 영광과 치욕, 가문의 흥망도 모두 민족 앞에서는 물러서야 한다.”“하지만 다시 한번 말하자면 우리 화진은 의리와 정을 중히 여긴다. 큰 뜻도 중요하지만 작은 정과 의리 또한 반드시 지켜야 한다. 국주의 이번 선택은 자기 자신을 위한 길이었고 아주 조금은 사적인 욕망을 위한 것이었지. 나는 그의 제자로서 그 뜻을 깊이 이해하고 있다. 나 역시 개인적인 감정과 욕망이 있기에 그를 말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윤구주는 한숨을 내쉬었다.이것이 바로 화진인이다.살아
무명 마인이 처단된 지 한 달 후가 될 무렵 서요산의 수령대진은 오랜 침묵 끝에 마침내 반응을 보였다.자줏빛이 도는 붉은 광채가 마치 우산처럼 윤구주의 육체 위로 모이기 시작한 것이다.이 모습을 본 서요산 장인 대장인은 망설이지 않고 전력을 다해 영기를 지키며 윤구주의 진령을 지켰다.그 자줏빛 광채는 조금씩 윤구주의 몸속으로 스며들었고 마지막 한 줄기 미세한 빛까지 모두 들어가자 윤구주의 육체는 마침내 생기를 되찾았다.“윙!”윤구주는 마치 다시 태어난 것처럼 부활했다.윤구주가 눈을 뜨는 순간, 눈에서 나온 황금빛 광채는 화진의 경계 넘어까지 한눈에 꿰뚫어 보는 듯했다.하늘과 땅의 정수를 느끼고 천지의 조화를 거머쥐며 구중현천을 향해 비상한다.이것이 바로 전설 속의 성경이었다.“돌파한 겁니까?”장인 대장인은 놀랍고도 기뻤다.만약 윤구주가 정말로 돌파에 성공했다면 이는 화진에 또 하나의 성인이 탄생했다는 의미였다.고작 20년 남짓 수련한 수련자가 성인에 도달하고 또 게다가 육신으로 성인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이건 고금에 유례가 없는 일이다.그야말로 윤구주는 전무후무한 존재가 된 것이다.정신을 차린 윤구주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경지는 도달했지만, 아직 수련이 조금 부족해요. 아무래도 수련 기간이 너무 짧았으니까요. 충분히 축적할 필요가 있어요. 지금 저에게 필요한 건 제대로 된 수련이에요. 지금이라도 몇 년간은 수련을 할 수 있을 거예요.”윤구주는 분명히 돌파하긴 했지만, 성인의 문턱은 넘지 못했고 대원만 경지의 정점에 도달했으니 지금의 그는 최강의 황자라 불릴 만하다.윤구주의 원신이 육체로 돌아왔다는 소식은 곧바로 서울로 전해졌다.육도진은 윤구주가 1년 반 정도 지연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설령 원신이 몸으로 돌아왔다고 해도 출교를 이유로 다시 1년 반 정도 수련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었다.“하아... 윤구주가 출관했다면 이제는 국주를 막을 자는 없겠구나.”“국사는 국주가 감당해야 하는데.
선조가 구중현천으로 승천하고 종주였던 풍무극은 죽음을 맞이하며 도마저 끊겼다. 요마도 모두 제거되었으니 이제 서요산은 과연 존재할 필요가 있을까?서요산의 사람들이 방황하고 있을 때 윤구주가 진요탑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구주야!”장인 대장인과 서요산 제자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심하게 다친 몸을 이끌고서도 윤구주를 맞이하려고 했다.하지만 눈앞의 윤구주는 눈빛이 텅 비어, 마치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는 꼭두각시처럼 생기가 없었다. 만약 진인들이 신념으로 윤구주의 기운을 감지하지 못했더라면 이미 마인에게 빙의된 것으로 여겼을지도 모른다. “아마 전설 속의 원신출교를 쓴 것 같아.”그때 도착한 임정설은 그 모습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신출교는 성인의 경지에 이른 자만이 가능한 일이다.”장인 대장인의 표정이 굳어졌다. 수련이 부족한 사람이 억지로 원신출교를 하면 심각한 후유증이 따라오기 때문이다.바로 그때 윤구주의 양혼이 하늘 위로 떠 올랐고 수천 자에 달하는 양혼 성령의 기운이 화진의 절반을 덮었다.“장인 대장인, 지금은 고민할 때가 아닙니다. 당장은 서요산의 미래를 정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일단 지금은 진을 세워 저를 호위해주시고 제 원신을 육체로 돌아가게 한 뒤 얘기합시다. 운이 나쁘면 나중에 혼수에 들어가야 할 수도 있고, 아니면 그 무명 마인처럼 사도로 들어서야 할지도 모르니까요.”장인 대장인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서요산의 존재 여부는 나중에 다시 생각해 보기로 했다.“모든 제자는 들어라! 수령진을 세워 구주왕을 호위하라!”멀리서 이 말을 들은 백호는 윤구주가 죽은 줄 알고 울부짖으며 달려와 무릎을 꿇고 절을 하며 무덤이라도 파려는 기세였다.“이 자식! 그렇게 내가 죽길 바랐냐?”윤구주의 음성이 들려오자 백호는 또 깜짝 놀라서 얼어붙었다...그 후 며칠 동안 서요산은 윤구주를 보호하며 호법을 세웠다. 그 목적은 단 하나, 서요산의 영기 흐름을 안정시켜 윤구주의 원신이 무사히 육체로 되돌아가게 하기 위함이
인간 세상에서의 수련은 백성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구주왕의 명성을 얻는 것이었고 이 모든 것은 인황번을 제작하기 위함이었다.그때부터 이미 윤구주의 스승들은 그에게 목표를 정해주었다.언젠가 윤구주가 혼자 힘으로 무명의 마인을 죽일 수 있게 되면 그때야말로 진정으로 출사의 날이 온 것이다.인황번은 백성들의 마음을 모아 인간계의 황제 기운을 더하고 ‘반드시 죽이고 반드시 이긴다.’는 굳건한 신념이 실체화된 에너지로 변하여 무명 마인을 향해 쏟아진다.일격으로 마를 처단하는 기술, 이 기술은 인간계에서 가장 강력한 절기라고 할 수 있다.무명의 마기가 무너지며 인황번은 바로 음신사체를 강타했다.만장의 무지갯빛이 무명 마인의 신혼을 단숨에 관통했다.이 모든 과정에서 막강한 반선인 무명은 아무런 반항도 할 수 없었다.“윤구주, 나는 인정 못 해. 왜 화진에서 너 같은 괴물이 나온 거냐. 하늘이 불공평하다.”무명 마인은 수백 년 동안 쌓은 도행을 믿고 있었기에 신혼이 관통당했음에도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다.그러나 그 마지막 포효가 끝난 후 신혼은 한순간에 무너졌다.윤구주의 말이 또 맞았다.무명은 끝내 도에 들지 못했고 따라서 ‘의지’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았기에 몸과 신혼이 무너지면서 의식도 함께 흩어졌다.한 줄기 바람이 불어와 신혼을 쓸어가듯 흩어지게 만들며 결국 티끌조차 남기지 않았다.“무명은 평생을 수련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구나.”서요산의 선조가 탄식하며 말했다.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대재앙이 오늘에서야 비로소 해결되었고 그로 인해 산조의 오래된 근심도 마침내 완전히 사라졌다.“선조 님, 정말로 ‘구중현천’이라는 게 존재하나요? 그 위에는 대체 뭐가 있죠?”윤구주가 호기심에 물었다.그 질문에 선조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피식 웃으며 말했다.“윤구주, 보아하니 이번 여정에 꽤 자신이 있었던 모양이군. 무명 같은 마인을 처단하는 그 큰 업적을 세우고도 오히려 구중현천이 더 흥미롭다니.”“무명을 죽이는 건 예정된 일이었어요.
그는 다시 한 번 서요산 검종의 선조에게 봉인당할 가능성이 있지만 윤구주의 손에 패배할 가능성은 절대 없었다.딱히 다른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수백 년 동안 수련해 왔는데 고작 윤구주 하나 제대로 제압하지 못한다면 애초에 수련 따위는 하지 않는 편이 낫다.“그래? 근본도 없고 이름도 없는 네가 날 죽이겠다고? 넌 자격 없어.”윤구주는 손가락을 펴 검을 형성했고 만법귀일하더니 선기가 검으로 응집되었다.그가 만들어낸 한 자루의 주선검은 허공을 가르며 떠올랐고 그 검의 날카로움은 서요산 선조조차 압도했다.무명의 마기는 검의 기세에 의해 모두 흩어져 사라졌다.마기가 사라지자 무명의 진면목이 드러났다.소위 반선이라는 자도 결국엔 그저 음신사체일 뿐이었다.예전에 윤구주와 싸웠던 그 사악한 사술들과도 본질적으로 다를 게 없었다.“너 같은 자가... 감히 신선이 되겠다고? 이 길은 너는 오를 자격이 없어.”윤구주가 검을 휘두르니 막강한 선력이 무명을 완전히 억눌렀다.이로써 승부는 분명해졌다. 무명은 잠시 놀라더니 갑자기 미친 듯이 웃어댔다.“네가 날 이긴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는데? 넌 날 죽일 수 없어!”“수련이 부족하다면 네가 아무리 선도를 미리 깨달았다 해도 경지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넌 날 죽일 힘이 없어.”“서요산 늙은이, 너도 날 다시 봉인하려는 생각은 접어. 내가 이 세상을 뒤엎지 못한다면 차라리 이 세상과 함께 죽어버리겠다.” 마기가 다시 한 번 폭발하듯 분출되고 위험을 감지한 서요산 선조는 즉시 나서려 했다.“윤구주, 저 녀석 지금 자폭하려 하고 있다. 만약 이 자가 자폭에 성공한다면 세상이 멸망하지 않더라도 우리 화진 9주 중 최소 세 개 주의 생명이 몰살될 것이다.”“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화진의 국운 역시 큰 타격을 입게 된다.”이에 소요산 선조도 더는 손을 놓고 있을 수 없게 되었다.“하지만 인간 세계의 시비는 나 윤구주가 직접 심판하겠다. 무명은 인간 세계의 마이니 반드시 내가 처단할 것이다.”윤구주의
임정설과 청해는 하늘의 호천경 하나가 백만 마리의 요괴들을 모조리 빨아들이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이것이 바로 전설 속...”임정설의 지금까지 믿어왔던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신의 경지를 넘는 존재가 진짜로 존재한다고? 인간이 정말 신선이 될 수 있단 말인가?’서요산 검종의 장인 대장인과 제자들이 하늘을 향해 절을 올렸다.“서요산 선조님께 인사 올립니다.”백호는 제자리에서 얼어붙었다.늘 미치광이 같던 그에게 있어서는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 요괴들은 다 어디로 간 거지? 설마 저 거울이 재앙의 근원이었던 건가?”백호는 눈을 부릅뜨며 당장이라도 하늘로 솟아올라 거울을 부수려 했으나 청해가 간신히 그를 막았다.한편 진요탑에서는 서요산 선조의 법신이 강림하며 온몸에 감도는 선기로 무명을 억누르고 있었다.“서요산의 늙은이, 네놈 아직도 죽지 않았어? 구현천도 널 죽이지 못했단 말이냐!”무명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누가 알았겠는가, 이 결정적인 순간에 또다시 이 성가신 서요산의 늙은이가 나타날 줄이야.“나는 하늘과 함께 움직이며 하늘의 도를 대신해 정의를 집행한다.네가 죽지 않으면 하늘의 재앙이 끝나지 않는다. 너를 죽이지 않고서야 어찌 구현천도의 길로 들어설 수 있겠느냐!”선인의 목소리가 온 세상을 뒤흔들었다.그 선기는 무명을 억제하는 동시에, 이번에는 윤구주를 돕기 위한 것이 확실했다.“구주야, 마음껏 싸워라! 만약 네가 이 마귀를 죽이지 못하면 그때는 내가 나서겠다.”이보다 더 확실한 지원군이 있을까. 누구라도 이런 말 한마디면 충분할 것이다.그러나 윤구주는 하늘이 내린 영광을 지닌 자이자 천하의 구주, 오방의 통치자로서 절대적 존재이다.“선조님의 말씀 한마디면 충분합니다. 오늘 선조님께서 오지 않으셨어도 저는 아마 그를 반드시 죽였을 것입니다.”“저 윤구주가 어떻게 이 자를 베어버리는지 지켜보십시오.”윤구주의 기세 넘치는 말에 서요산 선조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임정설이 일으킨 이씨 가문의 기세조차 마물들에게 잠식당해 사라지고 있었다.청해는 말 그대로 처참한 상태였다. 이젠 자기 몸 하나 제대로 지킬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그나마 임정설이 죽을 각오로 지켜주지 않았다면 진작에 목숨이 끊겼을 터였다. 결국, 화진의 국주가 자신의 목숨을 지켜준 것이다. 이 순간만큼은 죽는다고 해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다음 생이 있다면... 화진 사람으로 태어나게 해줘. 그게 아니라면. 그냥 인간으로 태어나지 않게 해줘... ”청해는 하늘을 향해 처절하게 외쳤다. 임정설은 고개를 번쩍 들고 한 번 더 울부짖었다. 그 울음은 황자의 기운을 불러왔고 서요산 일대의 천기와 섞여 거대한 진룡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황도기운과 진룡을 하나로 모든 요마를 베어낸다! ”그 역시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대로 더는 버틸 수 없다면 풍무기처럼 자신의 마지막 의지를 국운에 녹여야 할 것이다. 진요탑 안. 이 일대 세계 전체가 마기에 잠식되어 만물은 스스로 죽음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런 데 무명은 더 이상 흥분할 수 없었다. “하하! 인황이 뭐라고? 도를 얻은 건 나다. 나는 이미 진정한 길의 끝을 보았다. 내 의지는 구천 현천을 관통한다. 하늘도 날 감당할 수 없어. ”그 순간 하늘과 땅이 동시에 울컥하며 뒤틀렸다. 무언가 말도 안 되는 존재가 깨어나는 기운이었다. 이 작은 진요탑 속 공간조차 그걸 담아낼 수 없어 흔들리기 시작했다. “뭐야? ”무명이 눈을 치켜떴다. “또 뭘 하려는 거야? 설마... 윤구주 너 나를 봉인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네 실력으론 날 봉인 못 해. 아니, 가능하다 쳐도 목숨을 걸어야만 가능하지. 하지만 지금 넌 그 목숨을 걸어도 겨우 나를 세 손가락만큼 다치게 할 수 있을 뿐이야. 그 정도 피해라면 기꺼이 감수하지. 와봐, 날 얼마나 벨 수 있나 보자고. 병이 오면 장수로 막고, 물이 오면 흙으로 막는 법이지. 그러니 한번 보자고 구주왕이라는 놈의 마지막 발악이 어떤지.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