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규현을 본 소청하는 서둘러 그에게 달려가서 낮은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저번에 용인 빌리지에서 윤구주의 실력을 알게 된 뒤로 소청하는 겁을 단단히 먹었다. 그리고 오늘 민규현을 보게 되자 소청하는 진심으로 두려웠다.민규현은 소청하를 같잖게 생각했기에 그저 짧게 대꾸했다.“밖에 나가려는 겁니까?”민규현은 소채은도 따라 나온 걸 보자 소청하에게 물었다.“아뇨, 아뇨. 저희는 그저 저희 소씨 일가의 친척을 마중 나온 것뿐이에요. 채은이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특별히 해외에서 돌아온 제 친척 누나예요!”소청하가 서둘러 말했다.소채은의 결혼식을 축하해주러 온 사람이라는 말에 민규현은 가만히 있었다.햇빛 아래, 소청하는 천희수와 소채은을 데리고 문 앞에서 기다렸다.잠시 뒤 검은색 BMW 5시리즈가 먼 곳에서 달려왔다.“왔나?”소청하는 차가 소씨 저택을 향해 오자 서둘러 앞으로 나갔다.천희수와 소채은도 시선을 들어 앞을 내다보았다.차가 멈춘 뒤 먼저 차에서 내린 건 짙은 화장에 선캡을 쓴, 외국인인 척하는 소지영이었다.해외에서 거의 10년을 산 소지영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국내의 공기는 견딜 수 없다는 듯이 손수건으로 코를 막았다.“누나!”소청하는 소지영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단번에 그녀를 알아보고 흥분해서 그녀에게 달려갔다.천희수도 뒤에서 인사를 건넨 뒤 소채은을 데리고 다가갔다.“채은아, 빨리 고모한테 인사해야지!”소채은은 그녀를 힐끗 본 뒤 덤덤한 어조로 말했다.“안녕하세요, 고모.”차에서 내린 소지영은 소청하 등 사람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차갑게 말했다.“어머, 소씨 저택이 원래 이랬던가? 난 또 어떻게 변했나 했네! 천홍, 소진, 너희도 차에서 내려!”소지영의 말에 차 문이 다시 한번 열렸고, 소씨 일가에서 내쫓겼던 소천홍 부자가 차에서 내렸다.“어? 여, 여, 여긴 어떻게 왔어요?”소천홍 부자의 갑작스러운 출현에 소청하의 안색이 달라졌다.소채은의 표정 또한 순식간에 굳었다.차에서 내린 소천홍은 소지영의 곁에 서서 말했다.
“저 사람들이 예전에 저한테 무슨 짓을 했었는지 잊었어요?”소채은이 분통을 터뜨렸다.“채은아, 이미 지나간 일이니 그만 얘기해. 어쩌면 네 결혼을 축하하러 온 걸지도 모르니 말이야.”천희수가 옆에서 설득했다.“제 결혼을 축하하러 왔다고요? 저 사람들에게 그런 양심이 있겠어요?”소채은이 매섭게 말했다.“됐어, 됐어.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무슨 상황인지 지켜보자. 만약 두 부자가 예전처럼 군다면 내가 바로 집에서 내쫓을게.”결국 소청하의 설득 끝에 그들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소청하 일가가 집 안으로 들어가자 암부 구성원 한 명이 참지 못하고 민규현의 곁으로 다가갔다.“지휘사님, 조금 전에 왔던 사람들 때문에 소채은 씨 심기가 불편하신 것 같은데 저희가 나설까요?”민규현은 이미 마당 안으로 들어간 소청하 등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됐어. 그들 집안일인 것 같으니 말이야.”“네!”민규현이 말을 마치자마자 그의 등 뒤에서 두 목소리가 들렸다.“형님!”어느샌가 정태웅과 천현수가 그곳에 와 있었다.“정태웅? 천현수? 너희가 여긴 웬일이야?”민규현은 두 사람을 보자 흥분해서 달려갔다.뒤에 있던 암부 부하들은 정태웅과 천현수를 보자 곧바로 외쳤다.“정태웅 지휘사님, 천현수 지휘사님, 안녕하십니까!”정태웅은 통통한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인사는 됐어. 여기서는 그렇게 예의 차릴 필요 없어!”“정태웅, 천현수, 너희 둘이 여긴 웬일이야? 저하는 만났어?”민규현이 웃는 얼굴로 다가가서 물었다.“형님, 저하는 이미 뵙고 왔습니다!”천현수가 말했다.“그러면 저하랑 같이 있지 여긴 왜 온 거야?”민규현이 물었다.“전부 이 정태웅 때문입니다!”천현수가 정태웅을 향해 눈을 흘겼다.“정태웅?”민규현은 당황했다.“맞습니다, 형님. 사실 정태웅이 저하가 곧 결혼한다는 걸 알고 나서 저하와 결혼하는 소채은 씨를 꼭 보고 싶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새벽부터 절 끌고 여기까지 온 겁니다.”천현수가 상황을 설명했다.“그리고 마침 형님도 보
“천현수, 저기 봐!”말하는 사이 그는 다시 날아올랐다.눈 깜짝할 사이, 공처럼 뚱뚱한 몸을 가진 그는 이미 소씨 저택 거실의 지붕 위에 서 있었다.천현수가 곧 그를 뒤따랐다.소씨 저택 거실 안.이제 막 해외에서 돌아온 소지영은 온몸에 명품을 걸치고 거만한 태도로 거실 중앙의 의자에 앉아있었다.짙은 화장을 한 얼굴은 이기적이고 막무가내인 듯한 느낌을 줬다. 마치 해외에서 돌아와서 몸에 금이라도 한층 두른 것 같았다.소천홍 부자는 그녀의 양쪽에 나뉘어져 앉아있었다.안으로 들어온 소청하 가족은 아래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다.지붕 위에서 거실 안을 가득 채운 사람들을 바라보던 정태웅이 중얼거렸다.“저하의 약혼녀는 어디 있지?”“바보야? 저기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 보이지 않아?”천현수는 그렇게 말하면서 소채은을 가리켰다.정태웅은 아름다운 소채은을 본 순간 눈을 반짝였다.“세상에, 저분이 바로 저하의 약혼녀야? 너무 아름다운데?”천현수는 웃으며 말했다.“당연한 소리! 우리 저하는 세상에 둘도 없는 대단한 분이야. 심지어 잘생기셨지. 그러니 약혼녀도 당연히 훌륭하지 않겠어?”“그렇지, 그렇지. 아름다워! 정말 너무 아름다워! 난 마음이 고운 사람들은 얼굴은 예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 정말 놀라워! 우리 저하의 약혼녀는 정말 엄청난 미인이야. 문아름 그 지독한 여자보다 만 배는 더 아름다워!”정태웅이 흥분해서 말했다.그의 말대로 소채은은 확실히 아주 아름다웠다.비록 평범하디 평범한 원피스를 입고 있었지만 아름다운 얼굴은 감출 수가 없었다.백옥 같은 피부에 오뚝한 코, 여신처럼 아름다웠다.소채은을 바라보던 정태웅은 넋을 반쯤 놓고 있었다.그는 한참을 바라보다가 말했다.“우리 저하 약혼녀 집에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 거지?”“손님 아닐까?”천현수가 말했다.“아아!”두 사람은 계속 지붕 위에서 그들의 마음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채은을 훔쳐보았다.거실 안.소지영은 명품 가방 안에서 길고 가느다란 숙녀용 담배를
해외에서 돌아온 소지영은 그 말을 듣고 말했다.“둘째야, 확실히 네가 좀 선을 넘었다. 어찌 됐든 천홍이는 네 형이야. 너랑 같은 소씨 일가 피가 몸에 흐르고 있어. 그런데 어떻게 네 형을 집안에서 내쫓을 수 있어?”소청하는 차갑게 웃었다.“누나, 형의 편을 들어주려고 할 필요 없어요. 형은 예전에 우리 가족을 구렁텅이로 밀어 넣으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이제 와서 다시 따지고 들려 한다니, 절대 용납할 수 없어요!”그 말에 소지영은 차갑게 코웃음쳤다.“설마 내가 한 말도 소용없다 이거야?”“맞아요!”소청하가 강하게 말했다.“이 자식!”소지영은 탁자를 내리쳤다.그녀가 보기에 소청하는 유약하고 우유부단한 성격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왜 이렇게 성질을 내는 걸까?심지어 그녀의 말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둘째야, 네 딸이 지금 소씨 일가 가업을 장악하고 있다고 해서 네가 대단하다고 착각하지 마! 흥, 겨우 소씨 일가가 1년에 돈을 얼마나 번다고 그래? 너희 소씨 일가의 모든 재산을 다 더해도 해외에서의 내 연봉보다 낮아.”소지영은 담배를 피우면서 거드름을 피웠다.옆에 있던 소천홍이 이때 말을 보탰다.“그러니까. 감히 누나랑 비교하려 들다니, 그건 닭과 봉황을 비교하는 것과 다름없지. 그리고 네 딸이 이번에 결혼하는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서 그래? 그 남자 정말 별 볼 일 없던데. 직장도 없고 돈도 없고 심지어 예전에 무슨 일을 했었는지도 모를, 기억을 잃은 쓸모없는 사람이랑 딸을 결혼시키려 하다니. 하하, 우리 소씨 일가 선조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아마 너 때문에 화가 단단히 나실 거야.”소천홍의 말에 소청하는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입 다물어요! 감히 한 번 더 내 사위를 모욕한다면 그 입 찢어버릴 거니까요!”소천홍이 같잖다는 듯이 말했다.“난 사실만 말했을 뿐이야.”소천홍과 소청하가 거실에서 크게 싸우고 있을 때, 지붕 위에 있던 정태웅이 미간을 잔뜩 구겼다.“천현수! 저 빌어먹을 자식이 우리 저하를 욕한 거지?”
“창피하다면서 왜 돌아왔는데요? 외국물 좀 먹었다고 정말 외국인이라도 된 것 같아요? 참! 배꼽 빠지는 소리를 하고 있네요.”소청하는 버럭 화를 내면서 말했다. 그는 지금 안중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 누가 감히 윤구주에게 무례하게 굴면 그는 끝까지 달려들 것이다.그러자 소지영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소청하! 뭐라고? 감히 어디서 그런 말을.”그런데 소청하는 더 당당하게 말했다.“한 번 더 말해줄까요? 명품 입고 담배를 한 대 물었다고 정말 자기가 외국인 된 줄 아나 봐요. 퉤! 제기랄! 우리 소씨 가문은 당신들 같은 쓰레기는 환영하지 않아요!”소청하는 마구 욕을 퍼부으면서 소지영을 내쫓았다.“너, 감히 나를 내쫓아?”소지영은 팔짝 뛰면서 말했다.“내쫓지 못할 건 없잖아요! 지금 소씨 사람들은 우리 딸 말을 들어야 해요!”소청하는 다시 큰 소리로 말했다.“여봐라, 이 쓰레기들을 집에서 쫓아내!”그의 명령에 하인 몇 명이 빠르게 뛰어 들어왔다. 그러자 소지영과 소천홍 부자는 겁을 먹었다.“좋아! 소청하, 딱 기다려! 나중에 가만두지 않을 거야. 천홍아, 가자!”화가 나서 얼굴이 일그러진 소지영은 결국 소천홍을 데리고 소청하의 집에서 쫓겨났다. 멀어져 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더니 소채은은 소청하 곁으로 빠르게 달려와 그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아빠, 잘했어요!”그러자 소청하도 배시시 웃으면서 말했다.“그럼! 쓰레기들 주제에 감히 우리 사위를 뭐라 해? 그들의 입을 찢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생각해야지.”“역시, 우리 아빠!”소지영과 소천홍 부자가 떠난 후 옥상에 서 있던 정태웅과 천현수는 화가 나서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정태웅은 엄하게 말했다.“X발! 저 쓰레기들이 감히 우리 저하를 욕해? 정말 참을 수가 없네! 현수야, 너는?”그러자 얌전하기만 하던 천현수의 눈에서는 살의가 맴돌았다.“참을 수 없으면 우리가 손 좀 써야지. 안 그래?”“하하! 같은 생각이군! 가자! 이 자질구레한 새끼들에게 본때를 보여주자!
소천홍이 차를 몰고 달리고 있을 때, 검은 그림자 두 개가 마치 귀신처럼 갑자기 차 앞에 나타났다.“아버지, 조심하세요!”조수석에 앉아 있던 소진은 그림자가 나타나자 소리를 질렀다. 소천홍도 그림자를 본 뒤 오른발로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핸들을 꺾었지만 차의 속도가 너무 빨라 옆 가드레일에 쾅 하고 부딪혔다. 그러자 찌그러진 차 앞부분은 흰 연기를 내뿜었다. 하지만 차 안에 있던 소천홍 부자와 소지영은 다치지 않았다.소천홍의 차량이 가드레일을 들이박은 후,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현수야, 바로 이 세 쓰레기야. 아까 우리 저하를 욕하던 사람들.”방금 말을 한 사람 화진 암부 3대 지휘사중 한 명인 백곰 정태웅이었다.천현수는 고개를 끄덕이었다.“그럼 내가 먼저 가서 사람 됨됨이를 가르쳐줄게. 너는 여기서 잠시 기다려.”정태웅은 말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태웅아, 대충 해. 그래도 채은 형수님 친척인데.”천현수는 정태웅이 일을 크게 만들까 봐 귀띔해 주었다. 그러자 정태웅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깐 너는 지켜보기만 해!”그리고 그는 공처럼 불룩한 배를 비틀며 그쪽으로 걸어갔다.가드레일에 부딪힌 소천홍 부자는 소지영을 차에서 부축하여 내렸다.소진은 길을 막은 정태웅과 천현수를 보자 욕설을 퍼부었다.“X발! 어디서 튀어나온 뚱보야? 눈 감고 다녀? 차에 치여 죽고 싶어?”욕을 먹는 정태웅은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눈을 가늘게 뜨고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어이. 전에 당신들이 우리 저하를 욕했어?”응?“이 뚱보가 뭐라는 거야?”소진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소천홍과 소지영도 어리둥절해했다.“대답 안 해? 그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물을게. 너희가 우리 저하를 욕했어?”정태웅의 말을 듣자 소진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야, 뚱보! X발,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무슨 개뿔 저하야...”소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번쩍이는 빛과 함께 정태웅은 그의 목을 빠르게 찔렀다. 선현은 마치 분수처럼 소진의 목
말을 마친 정태웅은 손에 들고 있던 삼각칼을 집어 들고 소천홍을 가리켰다.“빨리 말해. 이 쓰레기야. 왜 우리 저하를 욕했어?”소천홍은 놀라서 오줌을 쌀 뻔했다. 그리고 눈이 휘둥그레졌다.“저하? 무슨... 저하?”“방금 소씨 저택에서 우리 윤 저하를 욕하지 않았어?”정태웅이 다시 한번 말했다. 윤씨 라는 성을 듣자 소천홍은 정신이 번쩍 들면서 윤구주를 떠올렸다.“네가 말한 저하는... 윤씨야? 윤구주???”소천홍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머, 이 쓰레기가 우리 저하의 이름까지 알고 있으니 이젠 죽을 때가 됐네!”말이 끝나자 정태웅은 삼각 칼로 소천홍의 심장을 빠르게 찔렀다. 그가 칼을 빼 드는 것을 지켜보던 천현수는 그를 말리려 했지만 아쉽게도 이미 늦었다. 정태웅의 칼은 너무 빨랐다. 번개보다 더 빨랐다!푸!삼각칼은 소천홍의 심장을 제대로 꿰뚫었다. 지지리 복도 없는 소천홍은 자기가 눈 깜짝할 사이에 죽을지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의 눈알은 튀어나와 있었고 몇 번 경련을 일으킨 후 피를 콸콸 흘리며 쓰러져 죽었다.“이 뚱보가!”천현수는 정태웅이 눈 깜짝할 사이에 또 한 사람을 죽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는 정태웅의 손에 든 칼을 낚아채며 말했다.“미쳤어? 왜 또 사람을 죽여?”칼을 뺏긴 정태웅은 히쭉거리며 말했다.“쓰레기 두 명을 죽인 것 가지고! 뭐 그렇게 화를 내? 알았어. 마지막 남은 저 늙은 여인은 너한테 맡길게. 네가 직접 죽여. 그러면 됐지?”정태웅은 말하면서 뒤로 물러섰다. 소지영은 소천홍 부자가 모두 피바다에 쓰러져있는 것을 본 순간 이미 겁에 질려 서 있지 못하고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살려주세요... 제발... 부탁드립니다!”정태웅은 소지영은 차갑게 노려보더니 천현수를 향해 말했다.“현수야, 이 늙은 여자까지 처리하자! 이 꼴을 봐봐. 쯧쯧.”그러자 천현수는 그를 째려보며 말했다.“그저 사람 죽일 줄밖에 몰라. 이걸 죽이고 저걸 죽이고. 누가 보면 살인마인 줄 알겠어.”정태웅
용인 빌리지.굳게 닫힌 방문 밖에는 군복 차림의 박창용과 천하회 원성일 그리고 강성 제일 갑부 주세호가 모두 긴장한 기색으로 서있었다.“박 사령관님, 태웅 지휘사님이 정말 또 사고를 쳤어요?”원성일이 물었다. 그러자 박창용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러게 말이야. 이 뚱보가 말을 안 들어. 말썽 좀 그만 피우라고 했는데 한사코 듣지 않으니! 강성에 도착하자마자 채은 형수님 직계 친척 두 명을 죽였지 뭐야. 돌겠네, 정말!”순간 원성일은 할 말을 잃었다. 옆에 있던 주세호가 입을 열었다.“그럼 이제 어떡합니까? 우리가 태웅 지휘사님을 대신해서 사정해 볼까요?”박창용은 굳게 닫힌 방문을 바라보며 말했다.“조금만 기다려보자. 너희도 저하의 성격을 알고 있으니. 만약 저하가 화를 낸다면 우리 누구도 막을 수 없어!”“아이고, 그럼 일단 기다려봅시다.”이때 정태웅은 마치 잘못을 저지를 어린애처럼 고개를 숙이고 얌전하게 서있었다. 그의 옆에는 늑대 천현수가 서있었고 두 사람 앞에는 어두운 표정의 윤구주가 있었다.정태웅이 소천홍 부자를 죽인 후 천현수는 정말 이 소식을 윤구주에게 전했다. 그들이 정태웅 손에 죽었다는 말을 듣고 윤구주는 시종일관 어두운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참 후, 정태웅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저하! 화내지 마세요. 사람은 이미 죽었습니다. 저 개자식들이 감히 저하를 욕했어요. 이렇게 무례하게 굴었기에 죽여 마땅합니다. 저는 조금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만약 저하가 저에게 벌을 내리시겠다면 저는 아무 불평도 없이 달게 받겠습니다!”그는 말을 마치고 윤구주 앞에 털썩 무릎을 꿇고 벌을 내리기를 기다렸다. 옆에 있던 천현수는 이 모습을 보고 나서서 말했다.“저하! 사실 모두 태웅이의 탓만은 아닙니다. 태웅이가 사람을 죽인 건 맞지만 그 부자는 정말 괘씸하기 짝이 없었어요. 저하를 욕했을 뿐만 아니라 형수님 가족도 업신여겼습니다. 그러니 저하께서 부디 태웅이를 너그럽게 봐주세요.”천현수는 비록 정태웅이 사람을 죽인 행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