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없다고 했잖아. 귀가 먹은 거야? 아니면 내 말을 못 알아들은 거야?”탁천수가 버럭 화를 내자 부하는 곧바로 말했다.“네, 네...”그는 곧바로 나갔다.“멍청한 것들!”탁천수는 욕지거리를 한 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임기석, 오늘 자선 파티 책임자에게 얘기해. 난 파티에 참석하지 않을 거라고.”옆에 있던 안경을 낀 부하는 곧바로 말했다.“네, 회장님!”탁천수는 말을 마친 뒤 곧장 룸 안의 비밀 문을 열고 안쪽으로 들어갔다.그 비밀 문 뒤에는 밀실이 하나 있었다.밀실 안에는 키 작은 도인 한 명과 도포를 입은 백발이 성성한 노인 한 명이 제단을 준비하고 있었다.두 사람은 탁천수가 거액을 들여 모셔 온 향문의 주술사 진구양과 그의 제자 명재경이었다.탁천수가 안으로 들어오자 명재경은 곧바로 그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회장님.”탁천수는 명재경을 무시하고 진구양을 바라보며 말했다.“진 선생님, 제 아들을 죽인 그 자식을 죽여줄 수 있습니까? 돈은 얼마든지 드릴 수 있습니다.”진 선생님이라고 불린 향문의 주술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회장님, 솔직히 말하자면 이번에는 그냥 포기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그게 무슨 말씀입니까?”탁천수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소문을 들어 보니 현상금으로 10억 달러를 걸었는데 킬러들이 전부 서남에서 살해당했다면서요? 제 예상이 맞다면 이번에 회장님께서 건드린 분은 아마도 신급 강자일 겁니다.”진구양은 그렇게 말하면서 한숨을 쉬었다.“신급 강자요? 그렇게 대단한 겁니까?”탁현수는 무도를 수련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무도의 경지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진구양은 쓴웃음을 지었다.“회장님은 일반인이라 신급 강자가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모를 겁니다. 간단히 말씀드릴게요. 나뭇잎 하나로 사람을 죽이는 광경을 들어본 적 있습니까?”탁천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생각만으로 천리 밖에서 사람을 죽이는 걸 본 적 있으십니까? 혼자서 백만 군대를 홀로 막아내는 사람은요? 총알과 대포를 맞아도 멀쩡
“그렇다면 선생님 말씀은, 제 아들을 죽인 놈을 그냥 가만히 놔두자는 겁니까? 제 아들이 그냥 이렇게 헛되이 죽게 내버려두란 말입니까?”탁천수는 용납할 수 없었다.진구양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회장님, 만약 아드님이 정말로 엄청난 신급 강자를 건드렸다면 회장님도 얼른 숨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네? 제가 숨어야 한다고요?”탁천수가 말했다.“네, 만약 상대가 정말로 신급 강자라면 아무리 많은 사람이 회장님을 보호한다고 해도 절대 회장님을 지키지 못할 겁니다. 신급 강자가 회장님을 죽이려고 마음먹었다면 이 세상 끝까지 도망친다고 해도 절대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할 테니까요.”진구양은 솔직히 말했다.그 말을 들은 순간 탁천수는 몸을 흠칫 떨었다.그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눈앞의 진구양을 바라보았다.“그렇다면 진 선생님은요? 진 선생님은 절 지킬 수 있습니까?”진구양은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만약 상대가 반보 신급 강자라면 아마도 그럴 수 있을 겁니다.”그 말을 들은 탁천수는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는 갑자기 진구양을 향해 한쪽 무릎을 꿇었다.“진 선생님, 꼭 저를 지켜주세요. 진 선생님께서 절 지켜주신다면 10억 달러를 전부 드리겠습니다.”진구양은 그 말에 눈을 빛냈다.비록 그가 한 말은 진짜였지만 사실 본질만 따지자면 탁천수에게 겁을 주기 위해서였다.화진에 신급 강자가 과연 몇 명이나 되겠는가?그래서 그렇게 말한 것이다.그런데 탁천수가 갑자기 10억 달러를 전부 주겠다고 하니 진구양은 매우 기뻤다.그러나 그는 겉으로 티 내지 않고 태연하게 말했다.“회장님, 그게 정말입니까?”“그럼요, 당연하죠! 절 지켜주신다면 겨우 10억 달러쯤이야 얼마든지 드릴 수 있습니다.”진구양은 그 말을 듣더니 호쾌하게 웃었다.“걱정하지 마세요, 회장님. 제가 있다면 상대가 신급 강자라고 해도 지켜드리겠습니다!”탁천수는 기쁘게 말했다.“감사합니다, 선생님!”탁천수는 경영자였다. 그것도 엄청난 재력을 가진 경영자였다.돈
“넌, 넌 누구야? 감히 내 룸 안에 들어와? 심지어 내 술을 마셔?”탁천수는 자신의 자리에 앉아서 자신의 8억짜리 로마네 꽁띠 와인을 마시고 있는 잘생긴 남자를 바라보면서 버럭 화를 냈다.향문 출신의 주술사 진구양은 음산한 눈빛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8억짜리 와인을 들고 있는 남자는 다름 아닌 구주왕 윤구주였다.그는 로마네 꽁띠 와인을 흔들면서 말했다.“술은 괜찮네. 그런데 사람은 너무 멍청해.”윤구주가 자신을 욕하자 탁천수는 화가 났다.그가 반박하려는데 옆에 있던 키 작은 도인 명재경이 갑자기 눈을 둥그렇게 떴다.“스승님... 바로 저놈이에요!”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겁에 질린 얼굴로 윤구주를 짚었다.옆에 있던 지구양은 그 말을 듣자 눈빛이 달라졌다.“뭐라고?”“저... 저... 저놈이 바로 탁시현 씨를 죽인 놈이에요!”쿵!그 말을 듣자 진구양의 안색이 돌변했다.옆에 있던 탁천수는 윤구주가 자기 아들을 죽였다는 말을 듣자 얼이 빠졌다.그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잘생긴 얼굴에 남다른 분위기.하지만 윤구주는 너무도 젊었다.게다가 그는 어떻게 그의 크루즈로 들어온 걸까?게다가 어떻게 그의 부하들을 전부 죽인 걸까?탁천수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윤구주는 로마네 꽁띠를 한 잔 다 마신 뒤 와인잔을 살짝 내려놓았다.“난 줄 안다면 얘기를 좀 나눠야겠네.”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면서 천천히 탁천수를 바라보았다.“당신 아들은 내가 죽였어. 당신이 10억 달러를 현상금으로 걸어서 날 찾아왔던 백여 명 넘는 킬러들도 다 내가 죽였지. 뭐 비장의 카드라도 있으면 어디 한번 꺼내 봐. 오늘 밤이 지나면 영영 쓸 기회가 없을 테니까 말이야.”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면서 미소 띤 얼굴로 탁천수를 바라보았다.덤덤한 말이었지만 탁천수는 그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천음 엔터 회장인 그는 윤구주의 말에 숨조차 쉬기 어려웠다.그는 겁에 질린 얼굴로 윤구주를 바라보면서 뒷걸음질 치다가 옆에 있던 향문의 주술사 진구양에게 말했
윤구주가 오늘 당신은 반드시 죽을 거라고 하자 진구양은 눈빛이 점점 더 차가워졌다.“참으로 거만하군요. 어린 나이에 감히 절 죽이겠다고 하다니. 우리 태현문은 향문에서 수백 년의 명맥을 이어왔지만 당신처럼 거만한 사람은 처음입니다.”윤구주는 웃으며 말했다.“태현문으로 내게 겁을 주려고? 미안하지만 그건 내게 안 먹혀. 오늘 태현문의 조상들이 이 자리에 있었다고 해도 당신은 죽어야 해.”윤구주의 말을 들은 진구양은 단단히 화가 났다.그는 실력이 아주 뛰어났다.그런데 윤구주가 감히 그를 죽이겠다고 한 것이다.“참으로 건방지군요. 그렇다면 어디 오늘 한번 그 대단한 실력 좀 봅시다!”진구양은 버럭 소리를 지르더니 과감히 공격했다.윤구주를 처음 봤을 때부터 진구양은 주술을 시전하기 시작했다.하지만 그 주술은 전혀 티가 나지 않았다.진구양은 소리를 지르면서 두 손으로 수인을 맺은 뒤 윤구주의 앞을 가리켰고 그 순간 쿵 소리와 함께 윤구주의 주변에 기괴한 붉은색의 안개가 나타났다.붉은색 안개가 나타나자 팔뚝만큼 굵은 붉은색 쇠사슬이 독사처럼 갑자기 나타났다.“주술, 창용박!”진구양은 끊임없이 손으로 기괴한 수인을 맺었다.수인을 맺자 쇠사슬들이 사면팔방에서 나타나 윤구주의 두 팔과 두 다리를 묶었다.“하하, 어떻습니까? 제 창용박에 당해버렸군요! 이래도 거만 떨 수 있겠습니까?”진구양은 미친 듯이 웃으며 말했다.붉은색 쇠사슬이 사지를 속박했음에도 윤구주는 꼼짝하지 않고 덤덤히 말했다.“이게 당신 술법이야?”“그래요. 잘 들어요. 난 당신을 처음 봤을 때부터 주술을 읊었습니다. 하지만 거만한 당신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더군요! 이제 제 창용박에 당했으니 반보 신급 강자라고 해도 벗어날 수 없을 겁니다!”향문 태현문 출신인 진구양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윤구주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는 오늘 치열한 전투가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일찌감치 주술을 읊었다.창용박은 태현문의 무시무시한 주술이었다.그 주술은 시전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리기
자신의 붉은 사슬이 윤구주로 인해 쉽게 부서지자 진구양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그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눈앞의 윤구주를 바라보았다.“당... 당신 정말 반보 신급 강자인가요?”윤구주는 설명하기 귀찮아서 웃기만 했다.“반보 신급 강자면 뭐 어떤가요? 오늘 우리 태현문의 저주를 보여주겠어요.”진구양은 이젠 목숨을 걸 수밖에 없었다.윤구주는 오늘 반드시 그를 죽일 거라고 했기 때문이다.진구양이 수인을 맺자 넘실대는 기운이 거대한 그물이 되었다.그 그물은 마치 물고기 그물처럼 윤구주를 향해 날아들었다.“주술, 혈금술!”그물과 함께 핏빛이 윤구주를 뒤덮었다.그 금술은 태현문을 유명해지게 하는 공법이었다. 이 주술은 무인의 힘을 억누를 수 있었고 수련자의 현기도 억누를 수 있었다.태현문에서 이 주술은 전투에서 주로 쓰이는 아주 중요한 술법이었다.핏빛이 윤구주를 뒤덮는 순간, 윤구주는 차갑게 웃었다.“날 막으려고? 그럴 실력은 있고?”윤구주는 말을 마치자마자 오른발을 내밀었고 쿵 소리와 함께 엄청난 기운이 번개가 되어 핏빛 그물을 향해 돌진했다.촤악.핏빛 그물은 대포에 맞은 것처럼 단숨에 재가 되어버렸다.“너... 너무 강한데?”진구양은 그제야 후회되었다.그는 눈앞의 윤구주가 반보 신급 강자가 아니라 진짜 신급 강자라는 걸 느꼈다.그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 너무도 두려웠다.“만약... 제가 지금 용서를 빈다면 살 기회가 있는 겁니까?”진구양이 뻔뻔하게 물었다.아무래도 생사가 걸린 일이니 말이다.누가 죽고 싶겠는가?윤구주는 슬쩍 웃었다.“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데?”진구양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승낙하지 않는다면 목숨 걸고 싸울 수밖에 없었다.“자비를 베풀 생각이 없다면 나도 어쩔 수 없이 싸워야겠군.”진구양은 그렇게 말한 뒤 오른손을 움직여 에메랄드빛 검을 꺼냈다.그 검은 아주 기괴했다.그 검을 꺼내자마자 사악한 기운이 느껴졌다.검날에는 일그러진 문양이 적혀 있었는데 바로 태현문의 유명한 춘신도였
쿵, 쿵, 쿵!화염을 내뿜는 검이 윤구주를 향해 날아들었다.그러나 윤구주가 훨씬 더 빨랐다. 눈으로는 쫓을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진구양은 수천억에 달하는 세기호 크루즈를 망가뜨릴 뻔했지만 윤구주는 상처 하나 없이 멀끔했다.심지어 진구양은 윤구주의 옷자락도 스치지 못했다.이러한 상황에 천음 엔터 회장 탁천수는 울고 싶었다.‘난 대체 어떤 괴물을 건드린 거야?’그는 무척 후회되었다. 탁천수는 다시는 윤구주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아들이 아니라 온 가족이 죽는다고 해도 절대 윤구주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이 자식, 피하지 마!”진구양은 몇 번이나 검을 휘둘렀지만 윤구주에게 상처 하나 남기지 못하자 윽박질렀다.그는 태허 초경이라 춘신도를 조종할 수가 없었다.그래서 조금 전 자신의 정혈을 대가로 겨우 시전한 것이었다.그런데 정혈이 거의 다 소모된 상태에서 윤구주에게 상처 하나 남기지 못하니 절망에 빠졌다.“내가 피하지 않길 원해?”윤구주는 갑자기 진구양의 앞에 멈췄다.“이 자식, 정말 실력이 있다면 어디 한 번 맞아봐! 감히 그럴 수 있겠어?”진구양은 눈을 부릅뜨고 물었다.윤구주는 싱긋 웃었다.“좋아, 당신 뜻대로 해주지.”“정말?”진구양은 윤구주가 농담하는 거로 생각했다.“그래, 하지만 절대 후회하지 마!”윤구주가 말했다.진구양은 그 말을 듣자 안색이 환해졌다.‘후회라니? 후회는 네가 하게 될 거야!’그가 들고 있는 무기는 태현문의 대단한 법기였다.태현문의 조상은 그 검으로 신급 강자도 베었었다.그런데 윤구주가 꼼짝하지 않고 그의 검에 베여주겠다니 너무 기뻤다.‘하하! 죽고 싶어서 환장했군!’진구양은 오른손으로 미친 듯이 수인을 맺으며 춘신도 위에 주술을 걸었다. 핏빛 화염을 내뿜는 춘신도는 주술을 걸자 그 기운이 더욱 강해졌다.무시무시한 기운이 눈앞의 공간을 전부 뒤덮을 듯했다. 그래서 눈앞의 모든 것이 핏빛이 되었다.“이 자식, 어디 한 번 견뎌봐!”진구양은 고함을 지르면서 춘신도를 휘둘렀다.
용!금빛용이다!용이 나타나자, 진구양은 그만 절망하고 말았다!그 공포스러운 용은 한입에 화염을 띤 검을 삼켜버리고는 진구양을 향해 덮쳐왔다.이 재수 없는 향문 주술사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몸은 금빛용에 의해 삼켜졌다.만약 윤구주가 자신의 가장 강력한 을 시전했다는 사실을 진구양이 알게 된다면, 마음속으로 어떤 생각을 할지 모르겠다.용은 나타났다가 재빨리 공간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진구양의 몸이 금빛용에 의해 삼켜지면서 그는 뼛가루도 남지 않았다.쾅!무언가가 땅에 떨어지는 맑은소리에 자세히 보니, 그것은 진구양 손에 들려있던 춘신도였다.춘신도가 땅에 떨어진 후, 윤구주는 손을 들어 춘신도를 흡수했다.“이 검 괜찮네! 아쉽게도 잘못된 곳에 사용했네!”윤구주는 이렇게 말하며 춘신도를 품에 넣고는 고개를 돌려 아직 숨이 붙어있는 작은 도인 명재경과 탁천수를 바라보았다.두 사람은 진구양이 죽기 전, 뼛조각도 남지 않았을 때, 철퍽 주저앉아버렸다.특히 주 회장은 바짓가랑이가 축축해져서 다리 사이에서 지린내가 진동했다!그는... 놀라서 바지에 지린 것이다!“살려주세요...”“제발... 살려주세요...”“다시는 복수하지 않을게요! 진짜예요! 앞으로 절대로 귀찮게 하지 않을게요!”“살려만 주시면, 뭐든지 드릴게요... 참, 저 돈 많아요! 재산이 20조예요! 원하신다면 다 드릴게요!”깜짝 놀라서 바지에 오줌을 지린 탁천수는 윤구주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를 빌었다.그는 죽음을 두려워했다.돈이 많은 사람들은 모두 죽기를 두려워했다.탁천수도 예외는 아니었다.고생스럽게 평생을 바쳐 이렇게 큰 기업을 일구었는데 이제 와서 죽고 싶지 않았다.윤구주는 그를 담담히 쳐다보며 말했다.“내가 당신을 죽이든 살리든, 어차피 당신 재산은 내 거야.”이 말을 들은 탁천수는 멍해졌다.“그리고 당신은 수많은 악행을 저지르고 수많은 잘못을 저질렀으니, 죽어서도 그 벌을 다 받지 못할 거야!”말을 마친 윤구주는
오늘 아침 신문.연예계에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20조의 몸값을 자랑하는 연예계 황제, 탁천수가 어젯밤 11시, 개인소유의 크루즈에서 사망했다.알려진 얘기로는, 어젯밤 탁천수는 자선 파티에 참석하기로 되어있었다.하지만 지금, 20조 회장님은 아이러니하게도 크루즈에서 목숨을 잃었다.이 소식은 마치 역병처럼 각종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했을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했다.서남 백화궁.이른 아침.정태웅도 이 뉴스를 보았다.뉴스를 보자마자 그는 신이 나서 대 스타 은설아를 찾아갔다.그때까지도 은설아는 연예계에 벌어진 엄청난 사건을 모르고 있었다. 천음엔터에 미움을 산 이후로 그녀는 모든 공연과 일정이 끊겨버렸다.지금 그녀는 조용히 방에 앉아 책을 보고 있었다.옆에 놓인 휴대폰은 꺼져있었다.그때, 쾅 쾅 쾅 하는 문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들려왔다.그녀는 궁금해하며 물었다. “누구세요?”그녀는 곧장 일어나서 문을 열었다.딸깍.방문이 열리자 정태웅의 얼굴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당신이...?”정태웅을 마주한 은설아는 멍해졌다.“히히, 대 스타님, 나 몰라요?”정태웅은 웃으며 말했다.“아니요...전 그저...당신이 갑자기 절 찾아올 줄 몰랐어요!”은설아가 말했다.그러자 정태웅이 대답했다.“제가 온 건 엄청난 좋은 소식을 알려주기 위해서예요!”은설아가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 “무슨 좋은 소식인데요?”정태웅이 은설아에게 휴대폰을 건네며 말했다. “직접 봐요!”은설아는 어리둥절했지만, 고개를 숙여 휴대폰을 봤다. 정태웅 휴대폰에 나온 연예계 황제 탁천수가 어젯밤 사망했다는 소식을 본 은설아는 아! 하며 비명을 질렀다.그녀는 작은 입을 막으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뭐라고요? 탁천수가... 죽었다고요?”이 뉴스를 본 은설아는 멍해 있었다.정태웅이 웃으며 말했다. “어때요? 이거 대 스타님한테는 좋은 소식이죠?”은설아는 너무 놀라서 할 말을 잃었다.그녀는 한참 동안 받아들이지 못했다.그녀 마음속에서 천음엔터 회장
“저하,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그를 죽여야 합니까? 저자의 기운이 이토록 흉악한데 성수의 혈기로 진압할 순 없습니까?” 백호는 이미 싸우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안 된다. 너희 네 명이 함께라면 잠시나마 억누를 수는 있겠지만, 너희는 그저 성수의 정혈을 가졌을 뿐이니 마인을 완전히 없애려면 성수가 직접 나타나야 한다. 지금 이 세상에 성수가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스럽다.”윤구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말을 마친 윤구주는 곧장 진요탑 쪽으로 향했다.백호와 임정설, 청해가 함께 가서 돕고자 했으나 장인 대진인이 그들을 가로막았다.“이 마인은 오직 구주만이 상대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중요한 임무가 있습니다. 국주님, 곧 전투가 시작될 터인데 서요산의 진법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이 호법의 중임을 몇 분께 맡기겠습니다.”장인 대진인이 임정설에게 경건하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좋다. 오늘 이 자리에서 목숨을 바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저 마인을 죽이고야 말겠다.” 임정설은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황자의 위엄을 한껏 드높였다.화진의 존망이 걸린 일이라면 임정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하지만 마기가 몰려와 서요산 전체를 뒤덮고 세상이 오직 흑백 두 가지 색깔만으로 변해버리며 그 끔찍한 살기가 강림했을 때 임정설마저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떨렸다.“이 마인의 기운이 이렇게까지 무서울 줄이야.” 임정설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마기로 가득 찼고 윤구주마저 그 기세에 눌리고 있었다.진요탑에서 흘러나온 마기는 실체가 되어 넘쳐흘렀다. 마기가 나타나자 서요산을 지키는 모든 검종 제자의 얼굴이 어두워졌고 어떤 제자는 순간적으로 십여 년을 늙어버렸다.수련이 부족하면 수명으로라도 채워야 하는 참혹한 상황이었다.웅웅.하늘에는 먹구름이 밀집했고 그 안에서 요괴의 번개가 끊임없이 터졌다.“이젠 영기조차 요기로 변하고 있다. 풍수 비술로 보건대 머지않아 이곳에서 요마가 출현하겠구나.” 임정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서요산 외부에서 짙은 요기
도가는 인연이라는 두 글자를 대단히 중히 여긴다.그의 한 번의 인연, 한 번의 생각은 곧 만백성의 생사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윤구주가 정상에 오르자 앞서 온 다른 이들과는 달리 서요산 검종의 모든 이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여 깊은 존경을 표했다. 그들이 경배한 대상은 단순한 한 인간이 아니라 구주의 저하, 화진의 인황, 오방 천지의 주재자였다.“모두 일어나십시오. 제가 오늘 서요산에 온 이유는 오직 진요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입니다. 진요탑 안의 마인을 제거하지 않는 한 문 씨 세가의 역심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오직 마인을 죽여야만 문 씨 세가의 야심도 함께 근절할 수 있습니다.”윤구주는 서요산 검종의 모든 제자를 향해 엄숙하게 말했다.이번 서요산 행차의 목적은 바로 문 씨 세가의 역심을 뿌리째 뽑는 것이었다.검종 제자들이 앞장서 일행을 이끌었고 모두가 금정을 지나 뒷산으로 향했다.뒷산에 막 들어서자마자 음산한 기운이 얼굴을 스쳤다.후산 중앙에는 높이 오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산이 서 있었는데 그 산은 무려 구백구십구 개의 쇠사슬로 단단히 봉인되어 있었다.이 쇠사슬은 그저 평범한 사슬이 아니었다. 절반은 땅속의 지맥과 연결되어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하늘 높이 떠올라 천지의 영기를 끌어모으고 있었다.이런 수준의 봉인이라면 설령 윤구주 자신이 여기에 갇혀 있다고 해도 빠져나가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처럼 견고한 고진마저 지금은 마인의 사기로 조금씩 부식되어 가고 있었다. 본래는 영기가 흘러넘치는 명산이었으나 지금은 온 서요산이 마인의 기운에 물들어 음침하고 괴이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이 강렬한 악기운을 바라보며 서요산 검종의 제자들은 모두 얼굴을 찌푸렸다.솟구치는 사기를 바라보며 서요산 검종의 검객들은 하나같이 얼굴을 찌푸렸다.최근 몇 대에 걸쳐 입종한 서요산의 제자들은 이런 마인의 사기와 요마의 위협 속에서 수련해야 했다.천지의 영기조차 마인의 기운에 오염되어 수련에 큰 지장을 주었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남은 현
이 말을 듣자 모든 이들은 천 년 전 마지막으로 나타난 그 성인이 바로 서요산 검종에서 나왔음을 깨달았다.“짐은 서요산 검종의 선대 종주께서 우화등선하셨다고만 들었는데 그저 떠도는 신화 속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더니 은 성인의 경지에 이르신 것이었군.” 임정설이 깊은 감탄과 함께 말했다.구백 계단 윤구주는 이미 전설을 써 내려가고 있었다.하지만 그 전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구백삼십 계단 사십 계단을 오르면서 윤구주의 발걸음은 오히려 더욱 가벼워졌고 그가 세우는 기록은 사람들의 상식을 계속해서 뒤흔들었다.구백팔십 계단을 지나 정상까지 겨우 십여 계단만 남은 그 순간 윤구주의 발걸음이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구백구십구 계단에 이르러 결국 완전히 멈추었다.드디어 한계에 도달한 것인가?모두가 숨을 죽이고 윤구주를 지켜봤다. 이 마지막 한 걸음은 분명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시험일 터였다.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린 채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십여 분을 견뎌냈다. 사람들은 그가 언제 다시 계단을 오를지 초조하게 기다렸다.마침내 윤구주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됐습니다. 이 마지막 한 걸음은 넘지 않겠습니다. 여기서 시험을 포기하지요.”말을 마치고 계단에서 내려서는 순간 청석 계단 아래에서 강력한 영기가 하늘을 찌를 듯 솟구쳤고 곧바로 서요산을 감싸던 어둠의 기운을 깨끗이 몰아냈다.오랫동안 음울했던 서요산 상공은 순식간에 환해졌고 수백 킬로미터에 걸쳐 맑은 하늘이 펼쳐졌다.서요산의 모든 이들은 충격에 빠져 넋을 잃었다.그제야 그들은 윤구주가 왜 그토록 여유롭게 올라올 수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는 처음부터 서요산의 청석 계단이 가진 진법의 힘을 계속해서 억누르고 있었다.“참으로 대단하신 신위군요! 우리 서요산의 청석 진법마저 제압하셨다니! 마지막 한 걸음을 분명 넘으실 수 있었을 텐데 혹시 강제로 넘었다가 진법이 견디지 못해 영기가 새 나가고 진법이 무너져 진요탑까지 영향을 미칠지 걱정하신 건 아닌가요?” 장인 대진인이
도법의 깊이는 워낙 심오해서 임정설조차 제대로 가늠할 수 없었다.“쉽게 말씀드리자면 구주는 천지의 운기를 완전히 장악한 데다가 하늘이 직접 영광을 내리신 거죠.” 장인 대진인이 말했다.임정설은 이 말을 듣고 비로소 이해한 듯 말했다.“대진인의 말은 윤구주가 바로 하늘이 점지한 사람이라는 뜻인가?”“맞습니다. 우리 화진 사람들은 운명의 갈림길에 서면 본심에 따라 도법을 선택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깁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사는 다하고 하늘의 뜻을 따르라는 말의 의미입니다. 윤구주는 분명 큰 복을 타고났지만 그 엄청난 복을 감당할 힘도 필요합니다.”대진인이 설명했다.말이 끝날 무렵 윤구주는 이미 육백삼십 계단을 거뜬히 올라와 있었다.한 걸음도 멈추지 않고 더욱 확고한 걸음으로 계속 전진했다.그의 발걸음마다 천지의 기운이 응축되었다.어느 순간 서요산의 계단조차 윤구주의 기세를 가두지 못했다. 그는 마치 천지를 밟으며 오르는 듯했다.곧이어 그는 칠백 계단마저 돌파했다.칠백 계단이란 천 년 전 서요산의 전성기에도 극소수만이 도달할 수 있었던 경지였다. 지금 만약 윤구주가 구주왕이 아니라 일반 수련자였다면 이 기록만으로 서요산 전체가 들썩였을 것이다. 만일 윤구주가 서요산에 입문을 원했다면 서요산은 모든 자원을 쏟아부어 그를 키웠을 것이며 서요산 검종의 다음 종주 자리는 당연히 그에게 돌아갔을 것이다.그러나 이미 칠백 계단에 이르렀음에도 윤구주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칠백오십 계단 팔백 계단 팔백오십 계단!그는 끊임없이 정상의 기록을 깨며 전설을 써 내려갔다.서요산 검종의 제자들은 윤구주 앞에 당장이라도 무릎을 꿇을 것 같았다. 이쯤 되자 장인 대진인조차 감히 그를 함부로 평가할 수 없었다.왜냐하면 자신도 과거에 겨우 칠백 계단에 그쳤으니 팔백 계단을 오른 사람을 감히 평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윤구주는 멈추지 않고 계속 올라갔다. 마치 천지를 흔들어 이 강산을 뒤엎어버리겠다는 기세였다.그리고 마침내 구백 계단에 이르렀다.“구백
하지만 한 계단씩 갈수록 더욱 어려워지는 난관들도 이 평범한 사람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만약 윤구주와 맞서야 하는 적의 입장이었다면 지금 이렇게 차분히 계단을 오르는 윤구주는 마치 깊은 심연 그 자체였을 것이다.그의 강력함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고 오히려 그가 올라올수록 위에 있는 사람들은 엄청난 압박감에 휩싸였다.검종의 검객들이 잠시 정신을 놓은 사이 윤구주는 이미 사백 계단까지 올라와 있었다.하지만 사백 계단쯤으로는 아무도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화진의 또 다른 황자 구주왕의 후계자였으니까.윤구주가 오백 계단을 밟는 순간 모든 이들은 숨을 죽이고 그를 응시했다.눈길을 떼지 못한 채 그의 오름을 지켜보았다.오백일…… 오백이십! 오백오십! 오백구십구!“마침내 구구관에 도달했다.”“칠구는 수겁이요 구구는 극히 넘기기 어려운데.”진정한 고수들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과연 윤구주가 이 한 걸음을 쉽게 넘을 수 있을지 모두가 궁금해했다.윤구주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산 아래를 바라보았다.그가 본 것은 단순한 산이 아니라 마치 화진의 온 세상 같았다.한눈에 화진의 대지와 산천이 모두 담겼다.눈앞에 펼쳐진 화진의 아름다운 대지는 숨 막히는 광경이었다.하지만 동시에 이 끝없는 강산 곳곳에 묻혀 있는 수많은 해골도 함께 보였고 그의 마음은 순식간에 비장함과 슬픔으로 가득 찼다.윤구주의 내면을 감지한 서요산 검종 종주의 법신이 곧바로 그의 곁에 나타났다.“구주야 화진의 산천을 잘 살펴봐! 천하의 용맥은 모두 화진에서 비롯되었고 이 한 획 한 획은 백성의 척추와 같다! 눈에 비치는 물의 맑고 흐림은 중요하지 않아. 지나치게 눈 부신 빛은 우리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고 너무 어두운 밤은 희망을 앗아가기 마련이지. 하지만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화진의 이 산천은 영원히 굳건히 서 있을 거야. 왜냐하면 푸른 산마다 묻혀 있는 충신의 뼈와 넋들이 이 나라를 지켜주고 있으니까.”서요산 검종 종주는 윤구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그 온
진인들은 말했다. 임정설이 만약 집념을 내려놓는다면 육백 계단까지도 오를 수 있을 거라고.장인 대진인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하지만 그가 진정으로 집념을 놓는다면 더 이상 화진의 국주가 아니지. 바로 이런 끈질긴 의지가 있기에 그분이 화진 백성을 다스릴 수 있는 것이다.”다른 진인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운명이란 그런 법이다. 아마도 집념을 놓았다면 임정설은 오백 계단조차 오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이때 임정설은 아직 남아 있는 절반의 계단을 바라보며 씁쓸히 미소 지었다. “어쩌면 여기서 멈춰야겠구나.”임정설은 다시 뒤를 돌아 윤구주를 바라보았다. 그가 자기 자식이자 동료처럼 여기는 윤구주가 과연 몇 계단을 오를지 궁금했다.깊은 생각에 잠긴 임정설이 곧바로 말을 꺼냈다.“구주야 이제 네가 올라서 봐! 화진의 구주왕다운 실력을 보여줘! 적어도 나보다는 못하면 안 되지 않겠냐?”아래에 서 있던 윤구주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원래 그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국주의 바람이라면 흔쾌히 도전할 마음이었다.“명 받들겠습니다!” 윤구주는 말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계단을 밟아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기 시작했다.구주왕이 등천로에 도전했다는 소식에 서요산 검종 전체가 술렁였다.검객은 물론이고 잡일을 돕는 제자들까지 모두 금정에 모여들어 그의 모습을 보고자 했다.심지어 하늘 위 어둑한 구름 사이에서도 한 쌍의 법안이 열렸다. 바로 서요산 검종 종주의 법신 환영이었다.임정설이 먼저 정상에 올랐고 장인 대진인을 포함한 일곱 진인과 서요산의 모든 제자들은 화진의 황자를 향해 몸을 숙여 예를 갖추었다.“모두 일어나시오. 그대들이 없었다면 화진은 이미 혼란 속에 빠졌을 것이오. 진정 국가와 화진을 위해 헌신한 것은 바로 그대들입니다.” 임정설은 화진의 모든 백성을 대표할 순 없지만 왕실을 대표하여 임 씨 일족의 지도자로서 서요산 검종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표했다.“국주께서 과찬입니다. 우리는 그저 각자의 방식대로 묵묵히 힘썼을 뿐입니다. 화진의 백
일곱 진인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그들은 국주가 이미 등황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사백 계단은 쉽게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과연 그들의 예상대로 임정설은 멈추지 않고 계속 오르며 오백 계단을 가볍게 밟아 올랐다. “오백 계단을 밟으면 등황의 경지에 오를 수 있습니다. 우리 일곱 진인 중에서도 오직 장인 대진인께서만 과거에 오백 계단에 오르셨고, 현재 서요산에 살아계신 유일한 오백 계단 수련자이십니다. ” 한 진인이 감탄하며 말했다.이 말을 듣자 옆에 있던 백호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선임 도사님 그러면 그 도사님도 황자란 말씀입니까? ”“하하! 우리 서요산에서는 외부의 그런 칭호를 쓰지 않아요. 우리 사이에서는 그를 반신이라고 부릅니다.” 진인들이 웃으며 말했다.청해가 옆에서 덧붙였다. “서요산 검종에서 말하는 반선이 황자를 뜻하는 거야. 근데 그 서요산 반선 진짜 어마어마하게 강한 인물이거든. 예전에 곤륜 구역에서 귀한 영약 찾으러 들어왔다가 우리 빙신전 전주랑 빙황 두 명이 같이 상대했는데도 둘 다 거의 죽을 뻔했어. 결국 아사 신전한테까지 도움 요청해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지.”“뭐라고?”백호는 놀라서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진짜 그렇게 강한지 의문이 들었다.일곱 진인 중 가장 나이 많은 그 진인은 백호의 단순한 반응에 웃음을 터트렸다. 사실 그가 바로 그 반선이었다. 다만 백호가 워낙 세상 물정에 둔감하여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저 놀라기만 하고 있었다.그사이 임정설은 이미 오백오십 계단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이 단계에 이르자 임정설도 거의 극한에 도달했다.“역시 직접 올라와 봐야 이 압력을 제대로 실감하는구나! 오백사십 계단까진 무리 없었는데 오백오십 계단에서 도저히 버틸 수가 없구나.”지금 임정설을 압박하는 것은 단순한 술도의 압력만이 아니었다.과거의 온갖 기억들이 마장이 되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일곱 진인은 모두 임정설의 기운이 혼란스러워진 것을 느꼈다.“장인 사형, 국주님께서 심마에 걸리셨군
청해의 눈길이 자주색 도포를 입은 진인에게로 향했다.서요산검종에서 종주를 제외한 나머지 일곱 명의 진인이 가장 높은 수련을 가지고 있으며 평소 종문 내의 모든 일은 이들 일곱 명이 책임지고 있다.기세는 마치 대강의 파도가 넘실대듯 깊고 끝이 보이지 않는 산과 숲처럼 무한히 이어져 있었다. 그의 수련은 깊이가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서요산 7대 진인의 수련이 극 신급 절정이라고 들었는데 지금 보니 그 말이 너무 가볍게 들리네요. 귀하의 수련은 적어도 극 신급 절정 후반에 다다랐군요.”청해는 세 명의 진인에게 경의를 표하며 몸을 굽혔다.“서요산의 전통은 천 년을 자랑하며 그 깊이는 변함없이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반면 곤륜 구역은 스스로 신을 자처한 이후로 계속해서 내분을 일으켰습니다. 수련을 통해 세상을 떠난 후 도를 깨닫는다는 말처럼 곤륜 구역은 천하의 영기와 천물을 흡수했지만 제 생각에는 도를 얻지 못한 곳입니다. 지금 당신이 화진에게 올바른 수를 두는 것은 맞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노력하면 극 신급 절정 후반도 절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한 진인이 답례하며 말했다.그때 몇몇 사람들은 서요산 검객들의 함성에 이끌려 사방을 살폈다. 백호가 사백 계단을 올라갔다는 소식이었다.“대단한데요. 서요산이 전성기였을 때도 사백 계단을 오른 이는 드물었어요. 우리 몇몇 진인들도 입문 시에 사백 계단을 넘은 적은 없었죠.”몇몇 진인들이 칭찬했다.이는 백호가 미래에 매우 큰 가능성을 지녔음을 의미했고 적어도 극 진경 후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극 진경 후반은 곤륜 구역에서 신전의 전주가 될 수 있는 실력이다.지금 사백 계단에 오른 백호는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 완전히 의지로 버티며 강력한 정신력으로 계속해서 오르고 있었다.그러나 아무리 강한 운명을 지녔다 해도 천지의 이치를 막을 수는 없다.사백오십 계단에 도달했을 때 백호는 결국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의식을 잃은 것은 시험이 끝났다는 신호였고 백호는 곧 깨어났다.“겨우 사백오십 계단이라니
서요산 검객들이 모두 그 무인의 정체를 궁금해하자 진인도 더 이상 뜸 들이지 않고 말했다.“저분은 구주왕 휘하의 화진 군신이자 국방부 대장 백호 장군이시다.”검객들은 모두 입이 벌어진 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군신의 명성은 당연히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보호하는 영웅이었으니까.“정말 구주왕 휘하의 군신이라니!”“역시 저런 굳센 의지가 그냥 나온 게 아니었어! 수많은 전장을 누빈 명장다운 모습이다!” 서요산 검객들은 백호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현재 백호는 이미 삼백이십 계단을 돌파한 상태였다. 백호가 혼자 주목을 독차지하는 걸 본 청해도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고 계단에 발을 내디뎠다.처음 백 계단은 청해도 육신의 힘으로 버텼다. 하지만 백 계단을 넘자 육체만으로는 견디기 어려워졌다. 그는 술법으로 대응하려 했지만 평소 쓰던 빙신전의 신술이 계단 위 술법에는 통하지 않았다.“역시 화진의 서요산 검종은 보통이 아니구나. 이 등천로에선 일반 술법이 먹히지 않으니 천지 영기에 대한 깨달음으로 맞설 수밖에 없겠어.” 청해는 몸을 감싸고 있던 현빙을 거두고 오로지 자신의 속성 영기로만 버티며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막상 올라 보니 이 등천로가 얼마나 어려운지 제대로 실감했다. 이백 계단쯤 오르자 벌써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계단마다 한계를 시험하는 느낌이었다. 올려다보니 백호는 여전히 계단 위로 나아가고 있었다. 청해도 질 수 없다는 마음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서요산 검객들도 청해의 수준을 알아보고 속삭였다. “저 이역인은 정말 대단한 내력의 소유자다! 기운이 이미 진인 급에 가까워! 극 신급 절정의 수련자임이 분명해!”이에 대해 진인은 신비롭게 꾸미지 않고 솔직히 말했다. “저자는 곤륜 구역 빙신전의 부 전주 청해다. 경지가 매우 높지. 지금 빙신전은 우리 화진에 귀속되었고 청해 역시 구주왕 휘하의 부하가 되었다. 얼마 전 서울 방어전에서 청현과 목숨까지 걸고 사투를 벌인 끝에 죽을 고비를 넘겼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