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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1화

Author: 김원호
용!

금빛용이다!

용이 나타나자, 진구양은 그만 절망하고 말았다!

그 공포스러운 용은 한입에 화염을 띤 검을 삼켜버리고는 진구양을 향해 덮쳐왔다.

이 재수 없는 향문 주술사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몸은 금빛용에 의해 삼켜졌다.

만약 윤구주가 자신의 가장 강력한 <구양진용결>을 시전했다는 사실을 진구양이 알게 된다면, 마음속으로 어떤 생각을 할지 모르겠다.

용은 나타났다가 재빨리 공간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진구양의 몸이 금빛용에 의해 삼켜지면서 그는 뼛가루도 남지 않았다.

쾅!

무언가가 땅에 떨어지는 맑은소리에 자세히 보니, 그것은 진구양 손에 들려있던 춘신도였다.

춘신도가 땅에 떨어진 후, 윤구주는 손을 들어 춘신도를 흡수했다.

“이 검 괜찮네! 아쉽게도 잘못된 곳에 사용했네!”

윤구주는 이렇게 말하며 춘신도를 품에 넣고는 고개를 돌려 아직 숨이 붙어있는 작은 도인 명재경과 탁천수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진구양이 죽기 전, 뼛조각도 남지 않았을 때, 철퍽 주저앉아버렸다.

특히 주 회장은 바짓가랑이가 축축해져서 다리 사이에서 지린내가 진동했다!

그는... 놀라서 바지에 지린 것이다!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다시는 복수하지 않을게요! 진짜예요! 앞으로 절대로 귀찮게 하지 않을게요!”

“살려만 주시면, 뭐든지 드릴게요... 참, 저 돈 많아요! 재산이 20조예요! 원하신다면 다 드릴게요!”

깜짝 놀라서 바지에 오줌을 지린 탁천수는 윤구주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를 빌었다.

그는 죽음을 두려워했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모두 죽기를 두려워했다.

탁천수도 예외는 아니었다.

고생스럽게 평생을 바쳐 이렇게 큰 기업을 일구었는데 이제 와서 죽고 싶지 않았다.

윤구주는 그를 담담히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당신을 죽이든 살리든, 어차피 당신 재산은 내 거야.”

이 말을 들은 탁천수는 멍해졌다.

“그리고 당신은 수많은 악행을 저지르고 수많은 잘못을 저질렀으니, 죽어서도 그 벌을 다 받지 못할 거야!”

말을 마친 윤구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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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주, 왕의 귀환   제782화

    오늘 아침 신문.연예계에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20조의 몸값을 자랑하는 연예계 황제, 탁천수가 어젯밤 11시, 개인소유의 크루즈에서 사망했다.알려진 얘기로는, 어젯밤 탁천수는 자선 파티에 참석하기로 되어있었다.하지만 지금, 20조 회장님은 아이러니하게도 크루즈에서 목숨을 잃었다.이 소식은 마치 역병처럼 각종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했을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했다.서남 백화궁.이른 아침.정태웅도 이 뉴스를 보았다.뉴스를 보자마자 그는 신이 나서 대 스타 은설아를 찾아갔다.그때까지도 은설아는 연예계에 벌어진 엄청난 사건을 모르고 있었다. 천음엔터에 미움을 산 이후로 그녀는 모든 공연과 일정이 끊겨버렸다.지금 그녀는 조용히 방에 앉아 책을 보고 있었다.옆에 놓인 휴대폰은 꺼져있었다.그때, 쾅 쾅 쾅 하는 문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들려왔다.그녀는 궁금해하며 물었다. “누구세요?”그녀는 곧장 일어나서 문을 열었다.딸깍.방문이 열리자 정태웅의 얼굴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당신이...?”정태웅을 마주한 은설아는 멍해졌다.“히히, 대 스타님, 나 몰라요?”정태웅은 웃으며 말했다.“아니요...전 그저...당신이 갑자기 절 찾아올 줄 몰랐어요!”은설아가 말했다.그러자 정태웅이 대답했다.“제가 온 건 엄청난 좋은 소식을 알려주기 위해서예요!”은설아가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 “무슨 좋은 소식인데요?”정태웅이 은설아에게 휴대폰을 건네며 말했다. “직접 봐요!”은설아는 어리둥절했지만, 고개를 숙여 휴대폰을 봤다. 정태웅 휴대폰에 나온 연예계 황제 탁천수가 어젯밤 사망했다는 소식을 본 은설아는 아! 하며 비명을 질렀다.그녀는 작은 입을 막으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뭐라고요? 탁천수가... 죽었다고요?”이 뉴스를 본 은설아는 멍해 있었다.정태웅이 웃으며 말했다. “어때요? 이거 대 스타님한테는 좋은 소식이죠?”은설아는 너무 놀라서 할 말을 잃었다.그녀는 한참 동안 받아들이지 못했다.그녀 마음속에서 천음엔터 회장

  • 구주, 왕의 귀환   제783화

    그가, 진짜로 방에 있었다!“구주 씨...”은설아는 방에 들어온 뒤,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깜빡이며 윤구주를 바라봤다.윤구주가 몸을 돌려 은설아를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대 스타님이 오늘은 웬일로 이렇게 일찍 일어나셨어요?”은설아가 대답했다. “할 일이 없어서 일찍 일어났어요!”말을 마친 그녀는 의아한 표정으로 윤구주를 바라보며 물었다.“구주 씨, 어젯밤에 어디 안 나갔죠?”“아니요, 왜요?” 윤구주가 대답했다.“아, 아무것도 아니에요.”은설아는 원래 탁천수를 죽였냐고 묻고 싶었다.하지만 윤구주가 방에 있는 모습을 보자, 그녀는 점점 더 궁금해졌다.왜냐하면 그녀가 보기에, 윤구주는 하룻밤 사이에 사람을 죽이고 이렇게 일찍 돌아올수 없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윤구주와 간단히 몇 마디 하고 방으로 돌아왔다.은설아가 떠난 뒤, 정태웅은 그제야 윤구주 옆으로 와서 말했다. “저하, 이 대 스타가 보기보다 똑똑하네요! 탁천수가 죽은걸 보자마자 저하가 대 스타를 위해서 한 일이라는 걸 알아채다니요!”윤구주가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하겠지!”“저하, 왜 대 스타한테 사실대로 말하지 않으세요? 만약 말씀하시면 이 대 스타는 아마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릴 텐데요. 심지어 몸을 허락할 수도 있을걸요!” 정태웅이 말했다.윤구주는 정태웅 머리에 밤송이를 찧었다.“뭘 허락한다는 거야!”밤송이를 맞은 정태웅은 머리를 감싸며 억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 그저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에요!”알고 보니, 윤구주는 어젯밤 세기호 크루즈에서 살인을 한 뒤, 헬기를 타고 돌아왔다.그렇기에 은스타는 이 모든 일을 윤구주가 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뚱땡아, 가서 백 선생을 불러와.”윤구주가 갑자기 말했다.정태웅이 대답했다. “네!”그러고는 백경재를 찾으러 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백경재가 급히 뛰어왔다.그동안 백경재는 계속 열심히 수련하고 있었다.그의 말에 따르면, 만약 자기가 수련하지 않으면 윤구주의 문지기를

  • 구주, 왕의 귀환   제784화

    “저하...이건 법기인가요?”윤구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오, 보는 눈이 있네. 이걸 알아보다니! 맞아, 이건 춘신도야. 이건 아마 수법 상품 법기일 거야!”수법 상품 법기라는 말을 들은 백경재는 흥분하여 하마터면 자리에 주저앉을뻔했다.“상품법기...세상에! 이 늙은이는 태어나서 한 번도 이런 보물을 본 적이 없습니다!”백경재는 이렇게 말하며 조심스럽게 춘신도를 만졌다.한참을 만진 뒤, 백경재가 뭔가 생각난 듯 눈을 크게 뜨고 윤구주를 보며 물었다.“저, 저하, 방금 이 보물을 저에게 주신다고 하셨나요?”“그래. 왜?” 윤구주가 가볍게 대답했다.그 말을 들은 백경재는 하마터면 무릎을 꿇을 뻔했다.고개를 숙여 손에 든 춘신도를 바라보던 백경재는 흥분되어 윤구주의 발밑에 꿇어앉아 말했다.“감사합니다. 저하!”“저한테 이렇게 잘 해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저하!”“저하는 이 늙은이의 가장 큰 복일뿐만 아니라 이 늙은이의 두 번째 부모님이십니다! 앞으로 저하의 말씀이라면 이 몸이 부서져도 마다하지 않을 겁니다!”이 늙은이가 무릎을 꿇고 자신에게 감사 인사를 하자 윤구주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이제 그런 말은 하지 않아도 돼. 이 춘신도의 위력이 작지 않으니 일단 천천히 알아가며 사용하고 혹시 이해되지 않는 것이 있으면 뚱땡이한테 물어보거나 나를 찾아와!”“네, 네!”그렇게 윤구주는 향문 태현 문중의 상품 법기를 백경재에게 줬다.춘신도를 백경재에게 준 뒤, 윤구주는 소채은과 시간을 보내러 갔다.조용한 규방 안.소채은이 트렁크를 정리하고 있었다.그녀는 집이 그리워서 강성으로 돌아가고 싶었기 때문이다.혈충 고독에 중독된 후부터 소채은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집을 떠난 지 오래되었으니 당연히 집에 가고 싶었다.소채은이 짐을 싸고 있던 그때, 윤구주가 들어왔다.소채은은 윤구주를 보자마자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달려갔다. “구주야, 내 짐은 어느 정도 다 정리했어. 우리 언제 강성으로 돌아갈 수 있어?”윤구주가 소채은의 손을

  • 구주, 왕의 귀환   제785화

    소채은의 천시 시독이 발작하자마자 그녀는 기절하고 말았다.“채은아!”“채은아!”사랑하는 여인이 시독이 발작한 모습을 보며 윤구주의 가슴은 찢어질 것처럼 아팠다.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윤구주는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소생술을 시작했다.백화궁.소채은이 기절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연규비, 정태웅, 백경재 등 사람들이 모두 달려왔다.아쉽게도, 윤구주가 소채은을 치료하고 있어서 그들은 문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어떻게 이럴 수 있죠? 최근 들어 채은 씨 상태가 아주 좋았잖아요? 왜 갑자기 시독이 발작한 거죠?”연규비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그러게요. 저하께서도 지난번에 시독을 억제했다고 말하지 않았나요?”백경재도 이렇게 말했다.“이런! 다 그 빌어먹을 군형 삼마 때문이야! 그 세 녀석만 아니었어도 우리 형수님이 이런 고통을 겪지 않으셔도 되는데!”정태웅은 이렇게 욕을 하며 주먹을 꽉 쥐었다.지금 군형 5대 가족이 다 죽지 않았다면 그는 정말 5대 가족을 다시 한번 죽이고 싶었다.혈충 고독.비록 윤구주가 소채은의 고독을 치료했지만, 그 시독은 배출하지 못했다.최근 들어 소채은이 손발이 저렸던 이유도 이것 때문이었다.하지만 시독이 갑자기 발작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채은 씨한테 무슨 일 있어요?”그때, 대 스타 은설아도 소채은이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와서 물었다.“채은 씨 체내의 시독이 발작했어요!” 연규비가 대답했다.“네? 중독이요? 채은 씨 다 낫지 않았어요? 중독이라니요?” 은설아가 이해되지 않는 듯 물었다.연규비가 은설아에게 간단히 상황을 설명했다. 은설아는 소채은이 군형 고독에 중독되었다는 말을 듣자, 깜짝 놀라서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그녀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닫혀있는 방문을 바라보며 두 손을 맞잡고 기도했다.“하늘이시여! 채은 씨는 아주 좋은 사람입니다. 그러니 제발 그녀를 지켜주세요.”모든 사람이 소채은을 관심하고 있을 때, 방안에서는 윤구주가 소채은을 치료하기 위해 봉왕팔기 중

  • 구주, 왕의 귀환   제786화

    그녀뿐만 아니라 백경재와 대스타 은설아도 똑같이 깜짝 놀라서 굳어버렸다.정태웅만 유일하게 미간을 찌푸리고 진지하게 말했다. “저하는 지금 형수님을 살리고 계십니다!”“무슨 뜻이야?”사람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정태웅을 바라봤다.정태웅이 설명했다. “사실대로 말씀드릴게요. 저하께서 예전에 말씀하시기를, 형수님을 살릴 방법은 저하가 수련한 ‘구양진용결’뿐이라고 하셨어요. 하지만 이 기이한 공법은 오직 저하만 할 수 있어요. 그래서 형수님을 살리려면 저하는 자기의 피를 쓸 수밖에 없어요!”이 말을 들은 연규비, 백경재와 대스타 은설아는 모두 멍하니 서있었다.윤구주가 자기의 피로 소채은을 살리려 하다니!이런 마음에 그들은 감동했을 뿐만 아니라 부러워했다.특히 대스타 은설아는 눈을 깜빡이며 문틈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마음 깊이 감동했다.“만약 이 세상에 나한테 이렇게 하는 남자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은스타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시간은 일분일초 흘러갔다.그렇게 30분 정도 지나자, 윤구주가 방에서 나왔다.그가 나오자마자 모두 서둘러 다가와 물었다.“구주 씨, 채은 씨는 좀 어때요?”“저하! 형수님은 어떠세요?”“선배님, 채은 씨는 언제쯤 나을 수 있나요?”이들의 질문에 윤구주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채은이 체내의 시독은 현재로서는 억제만 할 수 있을 뿐, 없애지는 못해!”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그럼...채은 씨는 계속 혼수상태인 거야?” 연규비가 걱정스레 물었다.“혼수상태는 아니야! 다만 몸이 점점 허약해질 거야!”“구주 씨, 그럼 다른 방법은 없는 건가요?”“사실 저도 연예계에서 몇 년 동안 있으면서 국내외의 유명한 의사들을 알게 되었어요. 지금 그분들께 연락해서 채은 씨를 치료할 수 있는지 물어볼까요?” 은설아가 물었다.윤구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필요 없어!”은설아가 더 말하려는데 옆에 있던 정태웅이 입을 열었다. “은스타님, 마음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다만, 저하께

  • 구주, 왕의 귀환   제787화

    정태웅은 욱했지만,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연규비도 긴 한숨을 내쉬었다.대스타 은설아만 이들의 말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그녀는 마음속으로 의문이 생겼다.(정태웅은 왜 윤구주에게 저하라고 하는 거지?)그리고, 기린 화독?문 씨 세가?그녀는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했다.“됐어! 채은이 일은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내가 잘 보살필 테니까!”윤구주가 말했다.사람들도 윤구주 외에 아무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들은 조용히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윤구주는 모두 자리를 떠난 뒤에야 방으로 돌아와서 계속해서 소채은을 보살폈다.방 안에는 소채은이 침대에서 의식 없이 누워있었다.구양진용혈을 마신 뒤, 백지장처럼 하얗던 얼굴이 드디어 혈색이 조금 돌아왔다.하지만 보기에 여전히 창백했다.윤구주는 그렇게 그녀의 곁을 지켰다.날이 어두워질 때쯤이 되어서야 소채은의 의식이 돌아왔다.“채은아, 드디어 깼네!”자신의 사랑하는 사람이 의식이 돌아오자, 윤구주는 얼른 그녀를 부축했다.“구주야, 나 또 시독이 발작한 거야?”윤구주가 “응”하고 대답했다.“걱정시켜서 미안해!” 소채은이 말했다.“바보, 왜 나한테 미안하다고 하는 거야?”“내가 자꾸 너 걱정시키니까 그러지!” 소채은이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윤구주는 마음이 아파서 그녀를 품에 꼭 안았다.“바보, 그런 말 하지 마! 너는 내 여자야, 내가 걱정하지 않으면 누가 걱정하는데?”소채은은 눈물을 닦고 몸을 일으켜 아름다운 눈으로 윤구주를 보며 말했다.“구주야, 하나만 물어볼 게, 솔직하게 대답해 줄래?”“뭔데?” 윤구주가 물었다.“혹시, 내 시독은 나을 수 없는 거야?”이 말을 들은 윤구주는 재빨리 대답했다. “아니!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낫게 할거야!”하지만 소채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구주야, 솔직하게 말해줘!”“난 사실대로 말했어!” 윤구주가 말했다.“아니! 넌 지금 날 속이고 있어!”“내 몸속에 있는 시독이 악화하고 있는 걸 느낄 수

  • 구주, 왕의 귀환   제788화

    소채은이 진짜 그렇게 어리숙할까?진짜 아무것도 몰랐을까?그 답은 당연히, ‘아니다’이다.강성에 나타난 주 회장, 민규현, 천하회, 그리고 창용 부대 박창용의 출현으로 소채은은 윤구주가 기억이 돌아왔다는 걸 눈치채고 있었다.그렇지 않다면, 그의 형제들이 왜 하나같이 대단하겠는가?심지어 창용 부대 총사령관과 강성 갑부 주 회장님조차도 그에게 굽신거리다니?하지만 소채은은 이 모든 것에 관심이 없었다.그녀는 윤구주가 누구인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그녀가 원하는 건, 그저 그가 그녀를 사랑하는 것이었다.그녀는 윤구주의 신분에 관심이 없었다.그가 예전에 무슨 일을 했는지도 관심이 없었다.그녀가 신경 쓰는 건 오직 하나, 그가 그녀의 구주면 된다.소채은의 말을 듣고 있던 윤구주는 깊이 감동했다.그는 소채은이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그녀는 이미 오래전부터 모든 걸 알고 있었다.비록 소채은은 자기의 남자가 천하무적의 화진 제일 군왕이라는 사실은 알지 못하겠지만, 윤구주가 어떤 신분이든지 소채은은 신경 쓰지 않았다.“채은아, 진짜 내가 누군지 알고 싶지 않아?”윤구주는 눈앞의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보며 물었다.소채은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내가 말했잖아, 네가 누구인지 중요하지 않다고! 중요한 건, 네가 나의 구주라는 거야!”그 말을 들은 윤구주는 심장이 요동쳤다.“구주야, 나 좀 피곤해. 쉬고 싶어. 내 옆에 있을 필요 없어!”소채은이 침대에 누우며 말했다.“그래!”“난 옆방에 있을 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불러!”“응!”그렇게 소채은은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했고 윤구주는 방에서 나왔다.윤구주가 방에서 나간 뒤, 소채은은 힘겹게 다시 일어나서 자리에 앉았다.그녀는 윤구주가 나간 걸 확인한 뒤, 겉옷을 입고 연규비의 방으로 향했다.똑똑똑!방에 있던 연규비는 갑작스러운 노크소리에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누구세요?”“저예요, 규비 씨!”밖에서 소채은의 허약한 소리가 들려왔다.“채은 씨

  • 구주, 왕의 귀환   제789화

    네?그녀의 질문에 연규비는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연규비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소채은을 바라보며 말했다. “채은 씨, 저와 구주 씨는 사실 그저 친구 사이일 뿐이에요! 생각하시는 그런 관계 아니에요!”그러자 소채은이 대답했다. “규비 씨, 긴장할 필요 없어요. 저는 그저 가볍게 물어본 거예요.”“사실, 같은 여자로서 규비 씨가 우리 구주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그러자 연규비가 다급히 말했다. “저는...”하지만 소채은이 먼저 연규비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규비 씨, 숨길 필요도 없고 설명할 필요도 없어요! 사실 전 규비 씨가 우리 구주를 좋아하기를 바라요.”“규비 씨, 내가 왜 갑자기 찾아왔는지 알아요?” 소채은이 갑자기 고개를 들고 연규비를 보며 말했다.연규비가 고개를 저었다.“왜냐하면... 규비 씨가 저를 대신해서 우리 구주를 보살펴달라고 부탁하려고요.”뭐?보살핀다고?이 말을 들은 연규비는 어리둥절했다.“네! 구주를 보살펴달라고요!”“규비 씨한테는 숨기지 않고 말할게요. 제 시독은 나을 수 없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제 팔다리는 점점 더 저려오기 시작했어요. 감각이 없어요! 제가 언제 죽을지도 모르고 언제 갑자기 세상을 떠날지도 몰라요. 그래서 떠나기 전에 규비 씨한테 우리 구주 부탁하려고요!”이 말을 들은 연규비는 순간 감동했다.그녀는 그제야 소채은이 갑자기 자기를 찾아온 이유를 깨달았다.알고 보니, 그녀는 이미 자기가 중독된 시독이 점점 심각해지는 걸 느끼고 있었다.“비록 전 옛날의 구주에 대해 모르지만, 분명 많이 힘들었고 큰 상처를 받았었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원래는 제가 평생 구주 옆에서 보살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시독에 중독될 줄은 생각지 못했어요...”소채은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걸렸다.하지만 곧 그녀는 다 내려놓았다.“그래도 구주 옆에 이렇게 좋은 형제들이 있고 규비 씨 같은 여사친도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에요!”소채은은 계속 눈을 깜빡이며 연규비를 쳐다봤다. “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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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주, 왕의 귀환   제2032화

    “저하,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그를 죽여야 합니까? 저자의 기운이 이토록 흉악한데 성수의 혈기로 진압할 순 없습니까?” 백호는 이미 싸우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안 된다. 너희 네 명이 함께라면 잠시나마 억누를 수는 있겠지만, 너희는 그저 성수의 정혈을 가졌을 뿐이니 마인을 완전히 없애려면 성수가 직접 나타나야 한다. 지금 이 세상에 성수가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스럽다.”윤구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말을 마친 윤구주는 곧장 진요탑 쪽으로 향했다.백호와 임정설, 청해가 함께 가서 돕고자 했으나 장인 대진인이 그들을 가로막았다.“이 마인은 오직 구주만이 상대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중요한 임무가 있습니다. 국주님, 곧 전투가 시작될 터인데 서요산의 진법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이 호법의 중임을 몇 분께 맡기겠습니다.”장인 대진인이 임정설에게 경건하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좋다. 오늘 이 자리에서 목숨을 바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저 마인을 죽이고야 말겠다.” 임정설은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황자의 위엄을 한껏 드높였다.화진의 존망이 걸린 일이라면 임정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하지만 마기가 몰려와 서요산 전체를 뒤덮고 세상이 오직 흑백 두 가지 색깔만으로 변해버리며 그 끔찍한 살기가 강림했을 때 임정설마저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떨렸다.“이 마인의 기운이 이렇게까지 무서울 줄이야.” 임정설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마기로 가득 찼고 윤구주마저 그 기세에 눌리고 있었다.진요탑에서 흘러나온 마기는 실체가 되어 넘쳐흘렀다. 마기가 나타나자 서요산을 지키는 모든 검종 제자의 얼굴이 어두워졌고 어떤 제자는 순간적으로 십여 년을 늙어버렸다.수련이 부족하면 수명으로라도 채워야 하는 참혹한 상황이었다.웅웅.하늘에는 먹구름이 밀집했고 그 안에서 요괴의 번개가 끊임없이 터졌다.“이젠 영기조차 요기로 변하고 있다. 풍수 비술로 보건대 머지않아 이곳에서 요마가 출현하겠구나.” 임정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서요산 외부에서 짙은 요기

  • 구주, 왕의 귀환   제2031화

    도가는 인연이라는 두 글자를 대단히 중히 여긴다.그의 한 번의 인연, 한 번의 생각은 곧 만백성의 생사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윤구주가 정상에 오르자 앞서 온 다른 이들과는 달리 서요산 검종의 모든 이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여 깊은 존경을 표했다. 그들이 경배한 대상은 단순한 한 인간이 아니라 구주의 저하, 화진의 인황, 오방 천지의 주재자였다.“모두 일어나십시오. 제가 오늘 서요산에 온 이유는 오직 진요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입니다. 진요탑 안의 마인을 제거하지 않는 한 문 씨 세가의 역심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오직 마인을 죽여야만 문 씨 세가의 야심도 함께 근절할 수 있습니다.”윤구주는 서요산 검종의 모든 제자를 향해 엄숙하게 말했다.이번 서요산 행차의 목적은 바로 문 씨 세가의 역심을 뿌리째 뽑는 것이었다.검종 제자들이 앞장서 일행을 이끌었고 모두가 금정을 지나 뒷산으로 향했다.뒷산에 막 들어서자마자 음산한 기운이 얼굴을 스쳤다.후산 중앙에는 높이 오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산이 서 있었는데 그 산은 무려 구백구십구 개의 쇠사슬로 단단히 봉인되어 있었다.이 쇠사슬은 그저 평범한 사슬이 아니었다. 절반은 땅속의 지맥과 연결되어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하늘 높이 떠올라 천지의 영기를 끌어모으고 있었다.이런 수준의 봉인이라면 설령 윤구주 자신이 여기에 갇혀 있다고 해도 빠져나가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처럼 견고한 고진마저 지금은 마인의 사기로 조금씩 부식되어 가고 있었다. 본래는 영기가 흘러넘치는 명산이었으나 지금은 온 서요산이 마인의 기운에 물들어 음침하고 괴이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이 강렬한 악기운을 바라보며 서요산 검종의 제자들은 모두 얼굴을 찌푸렸다.솟구치는 사기를 바라보며 서요산 검종의 검객들은 하나같이 얼굴을 찌푸렸다.최근 몇 대에 걸쳐 입종한 서요산의 제자들은 이런 마인의 사기와 요마의 위협 속에서 수련해야 했다.천지의 영기조차 마인의 기운에 오염되어 수련에 큰 지장을 주었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남은 현

  • 구주, 왕의 귀환   제2030화

    이 말을 듣자 모든 이들은 천 년 전 마지막으로 나타난 그 성인이 바로 서요산 검종에서 나왔음을 깨달았다.“짐은 서요산 검종의 선대 종주께서 우화등선하셨다고만 들었는데 그저 떠도는 신화 속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더니 은 성인의 경지에 이르신 것이었군.” 임정설이 깊은 감탄과 함께 말했다.구백 계단 윤구주는 이미 전설을 써 내려가고 있었다.하지만 그 전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구백삼십 계단 사십 계단을 오르면서 윤구주의 발걸음은 오히려 더욱 가벼워졌고 그가 세우는 기록은 사람들의 상식을 계속해서 뒤흔들었다.구백팔십 계단을 지나 정상까지 겨우 십여 계단만 남은 그 순간 윤구주의 발걸음이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구백구십구 계단에 이르러 결국 완전히 멈추었다.드디어 한계에 도달한 것인가?모두가 숨을 죽이고 윤구주를 지켜봤다. 이 마지막 한 걸음은 분명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시험일 터였다.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린 채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십여 분을 견뎌냈다. 사람들은 그가 언제 다시 계단을 오를지 초조하게 기다렸다.마침내 윤구주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됐습니다. 이 마지막 한 걸음은 넘지 않겠습니다. 여기서 시험을 포기하지요.”말을 마치고 계단에서 내려서는 순간 청석 계단 아래에서 강력한 영기가 하늘을 찌를 듯 솟구쳤고 곧바로 서요산을 감싸던 어둠의 기운을 깨끗이 몰아냈다.오랫동안 음울했던 서요산 상공은 순식간에 환해졌고 수백 킬로미터에 걸쳐 맑은 하늘이 펼쳐졌다.서요산의 모든 이들은 충격에 빠져 넋을 잃었다.그제야 그들은 윤구주가 왜 그토록 여유롭게 올라올 수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는 처음부터 서요산의 청석 계단이 가진 진법의 힘을 계속해서 억누르고 있었다.“참으로 대단하신 신위군요! 우리 서요산의 청석 진법마저 제압하셨다니! 마지막 한 걸음을 분명 넘으실 수 있었을 텐데 혹시 강제로 넘었다가 진법이 견디지 못해 영기가 새 나가고 진법이 무너져 진요탑까지 영향을 미칠지 걱정하신 건 아닌가요?” 장인 대진인이

  • 구주, 왕의 귀환   제2029화

    도법의 깊이는 워낙 심오해서 임정설조차 제대로 가늠할 수 없었다.“쉽게 말씀드리자면 구주는 천지의 운기를 완전히 장악한 데다가 하늘이 직접 영광을 내리신 거죠.” 장인 대진인이 말했다.임정설은 이 말을 듣고 비로소 이해한 듯 말했다.“대진인의 말은 윤구주가 바로 하늘이 점지한 사람이라는 뜻인가?”“맞습니다. 우리 화진 사람들은 운명의 갈림길에 서면 본심에 따라 도법을 선택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깁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사는 다하고 하늘의 뜻을 따르라는 말의 의미입니다. 윤구주는 분명 큰 복을 타고났지만 그 엄청난 복을 감당할 힘도 필요합니다.”대진인이 설명했다.말이 끝날 무렵 윤구주는 이미 육백삼십 계단을 거뜬히 올라와 있었다.한 걸음도 멈추지 않고 더욱 확고한 걸음으로 계속 전진했다.그의 발걸음마다 천지의 기운이 응축되었다.어느 순간 서요산의 계단조차 윤구주의 기세를 가두지 못했다. 그는 마치 천지를 밟으며 오르는 듯했다.곧이어 그는 칠백 계단마저 돌파했다.칠백 계단이란 천 년 전 서요산의 전성기에도 극소수만이 도달할 수 있었던 경지였다. 지금 만약 윤구주가 구주왕이 아니라 일반 수련자였다면 이 기록만으로 서요산 전체가 들썩였을 것이다. 만일 윤구주가 서요산에 입문을 원했다면 서요산은 모든 자원을 쏟아부어 그를 키웠을 것이며 서요산 검종의 다음 종주 자리는 당연히 그에게 돌아갔을 것이다.그러나 이미 칠백 계단에 이르렀음에도 윤구주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칠백오십 계단 팔백 계단 팔백오십 계단!그는 끊임없이 정상의 기록을 깨며 전설을 써 내려갔다.서요산 검종의 제자들은 윤구주 앞에 당장이라도 무릎을 꿇을 것 같았다. 이쯤 되자 장인 대진인조차 감히 그를 함부로 평가할 수 없었다.왜냐하면 자신도 과거에 겨우 칠백 계단에 그쳤으니 팔백 계단을 오른 사람을 감히 평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윤구주는 멈추지 않고 계속 올라갔다. 마치 천지를 흔들어 이 강산을 뒤엎어버리겠다는 기세였다.그리고 마침내 구백 계단에 이르렀다.“구백

  • 구주, 왕의 귀환   제2028화

    하지만 한 계단씩 갈수록 더욱 어려워지는 난관들도 이 평범한 사람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만약 윤구주와 맞서야 하는 적의 입장이었다면 지금 이렇게 차분히 계단을 오르는 윤구주는 마치 깊은 심연 그 자체였을 것이다.그의 강력함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고 오히려 그가 올라올수록 위에 있는 사람들은 엄청난 압박감에 휩싸였다.검종의 검객들이 잠시 정신을 놓은 사이 윤구주는 이미 사백 계단까지 올라와 있었다.하지만 사백 계단쯤으로는 아무도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화진의 또 다른 황자 구주왕의 후계자였으니까.윤구주가 오백 계단을 밟는 순간 모든 이들은 숨을 죽이고 그를 응시했다.눈길을 떼지 못한 채 그의 오름을 지켜보았다.오백일…… 오백이십! 오백오십! 오백구십구!“마침내 구구관에 도달했다.”“칠구는 수겁이요 구구는 극히 넘기기 어려운데.”진정한 고수들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과연 윤구주가 이 한 걸음을 쉽게 넘을 수 있을지 모두가 궁금해했다.윤구주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산 아래를 바라보았다.그가 본 것은 단순한 산이 아니라 마치 화진의 온 세상 같았다.한눈에 화진의 대지와 산천이 모두 담겼다.눈앞에 펼쳐진 화진의 아름다운 대지는 숨 막히는 광경이었다.하지만 동시에 이 끝없는 강산 곳곳에 묻혀 있는 수많은 해골도 함께 보였고 그의 마음은 순식간에 비장함과 슬픔으로 가득 찼다.윤구주의 내면을 감지한 서요산 검종 종주의 법신이 곧바로 그의 곁에 나타났다.“구주야 화진의 산천을 잘 살펴봐! 천하의 용맥은 모두 화진에서 비롯되었고 이 한 획 한 획은 백성의 척추와 같다! 눈에 비치는 물의 맑고 흐림은 중요하지 않아. 지나치게 눈 부신 빛은 우리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고 너무 어두운 밤은 희망을 앗아가기 마련이지. 하지만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화진의 이 산천은 영원히 굳건히 서 있을 거야. 왜냐하면 푸른 산마다 묻혀 있는 충신의 뼈와 넋들이 이 나라를 지켜주고 있으니까.”서요산 검종 종주는 윤구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그 온

  • 구주, 왕의 귀환   제2027화

    진인들은 말했다. 임정설이 만약 집념을 내려놓는다면 육백 계단까지도 오를 수 있을 거라고.장인 대진인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하지만 그가 진정으로 집념을 놓는다면 더 이상 화진의 국주가 아니지. 바로 이런 끈질긴 의지가 있기에 그분이 화진 백성을 다스릴 수 있는 것이다.”다른 진인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운명이란 그런 법이다. 아마도 집념을 놓았다면 임정설은 오백 계단조차 오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이때 임정설은 아직 남아 있는 절반의 계단을 바라보며 씁쓸히 미소 지었다. “어쩌면 여기서 멈춰야겠구나.”임정설은 다시 뒤를 돌아 윤구주를 바라보았다. 그가 자기 자식이자 동료처럼 여기는 윤구주가 과연 몇 계단을 오를지 궁금했다.깊은 생각에 잠긴 임정설이 곧바로 말을 꺼냈다.“구주야 이제 네가 올라서 봐! 화진의 구주왕다운 실력을 보여줘! 적어도 나보다는 못하면 안 되지 않겠냐?”아래에 서 있던 윤구주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원래 그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국주의 바람이라면 흔쾌히 도전할 마음이었다.“명 받들겠습니다!” 윤구주는 말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계단을 밟아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기 시작했다.구주왕이 등천로에 도전했다는 소식에 서요산 검종 전체가 술렁였다.검객은 물론이고 잡일을 돕는 제자들까지 모두 금정에 모여들어 그의 모습을 보고자 했다.심지어 하늘 위 어둑한 구름 사이에서도 한 쌍의 법안이 열렸다. 바로 서요산 검종 종주의 법신 환영이었다.임정설이 먼저 정상에 올랐고 장인 대진인을 포함한 일곱 진인과 서요산의 모든 제자들은 화진의 황자를 향해 몸을 숙여 예를 갖추었다.“모두 일어나시오. 그대들이 없었다면 화진은 이미 혼란 속에 빠졌을 것이오. 진정 국가와 화진을 위해 헌신한 것은 바로 그대들입니다.” 임정설은 화진의 모든 백성을 대표할 순 없지만 왕실을 대표하여 임 씨 일족의 지도자로서 서요산 검종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표했다.“국주께서 과찬입니다. 우리는 그저 각자의 방식대로 묵묵히 힘썼을 뿐입니다. 화진의 백

  • 구주, 왕의 귀환   제2026화

    일곱 진인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그들은 국주가 이미 등황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사백 계단은 쉽게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과연 그들의 예상대로 임정설은 멈추지 않고 계속 오르며 오백 계단을 가볍게 밟아 올랐다. “오백 계단을 밟으면 등황의 경지에 오를 수 있습니다. 우리 일곱 진인 중에서도 오직 장인 대진인께서만 과거에 오백 계단에 오르셨고, 현재 서요산에 살아계신 유일한 오백 계단 수련자이십니다. ” 한 진인이 감탄하며 말했다.이 말을 듣자 옆에 있던 백호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선임 도사님 그러면 그 도사님도 황자란 말씀입니까? ”“하하! 우리 서요산에서는 외부의 그런 칭호를 쓰지 않아요. 우리 사이에서는 그를 반신이라고 부릅니다.” 진인들이 웃으며 말했다.청해가 옆에서 덧붙였다. “서요산 검종에서 말하는 반선이 황자를 뜻하는 거야. 근데 그 서요산 반선 진짜 어마어마하게 강한 인물이거든. 예전에 곤륜 구역에서 귀한 영약 찾으러 들어왔다가 우리 빙신전 전주랑 빙황 두 명이 같이 상대했는데도 둘 다 거의 죽을 뻔했어. 결국 아사 신전한테까지 도움 요청해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지.”“뭐라고?”백호는 놀라서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진짜 그렇게 강한지 의문이 들었다.일곱 진인 중 가장 나이 많은 그 진인은 백호의 단순한 반응에 웃음을 터트렸다. 사실 그가 바로 그 반선이었다. 다만 백호가 워낙 세상 물정에 둔감하여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저 놀라기만 하고 있었다.그사이 임정설은 이미 오백오십 계단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이 단계에 이르자 임정설도 거의 극한에 도달했다.“역시 직접 올라와 봐야 이 압력을 제대로 실감하는구나! 오백사십 계단까진 무리 없었는데 오백오십 계단에서 도저히 버틸 수가 없구나.”지금 임정설을 압박하는 것은 단순한 술도의 압력만이 아니었다.과거의 온갖 기억들이 마장이 되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일곱 진인은 모두 임정설의 기운이 혼란스러워진 것을 느꼈다.“장인 사형, 국주님께서 심마에 걸리셨군

  • 구주, 왕의 귀환   제2025화

    청해의 눈길이 자주색 도포를 입은 진인에게로 향했다.서요산검종에서 종주를 제외한 나머지 일곱 명의 진인이 가장 높은 수련을 가지고 있으며 평소 종문 내의 모든 일은 이들 일곱 명이 책임지고 있다.기세는 마치 대강의 파도가 넘실대듯 깊고 끝이 보이지 않는 산과 숲처럼 무한히 이어져 있었다. 그의 수련은 깊이가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서요산 7대 진인의 수련이 극 신급 절정이라고 들었는데 지금 보니 그 말이 너무 가볍게 들리네요. 귀하의 수련은 적어도 극 신급 절정 후반에 다다랐군요.”청해는 세 명의 진인에게 경의를 표하며 몸을 굽혔다.“서요산의 전통은 천 년을 자랑하며 그 깊이는 변함없이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반면 곤륜 구역은 스스로 신을 자처한 이후로 계속해서 내분을 일으켰습니다. 수련을 통해 세상을 떠난 후 도를 깨닫는다는 말처럼 곤륜 구역은 천하의 영기와 천물을 흡수했지만 제 생각에는 도를 얻지 못한 곳입니다. 지금 당신이 화진에게 올바른 수를 두는 것은 맞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노력하면 극 신급 절정 후반도 절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한 진인이 답례하며 말했다.그때 몇몇 사람들은 서요산 검객들의 함성에 이끌려 사방을 살폈다. 백호가 사백 계단을 올라갔다는 소식이었다.“대단한데요. 서요산이 전성기였을 때도 사백 계단을 오른 이는 드물었어요. 우리 몇몇 진인들도 입문 시에 사백 계단을 넘은 적은 없었죠.”몇몇 진인들이 칭찬했다.이는 백호가 미래에 매우 큰 가능성을 지녔음을 의미했고 적어도 극 진경 후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극 진경 후반은 곤륜 구역에서 신전의 전주가 될 수 있는 실력이다.지금 사백 계단에 오른 백호는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 완전히 의지로 버티며 강력한 정신력으로 계속해서 오르고 있었다.그러나 아무리 강한 운명을 지녔다 해도 천지의 이치를 막을 수는 없다.사백오십 계단에 도달했을 때 백호는 결국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의식을 잃은 것은 시험이 끝났다는 신호였고 백호는 곧 깨어났다.“겨우 사백오십 계단이라니

  • 구주, 왕의 귀환   제2024화

    서요산 검객들이 모두 그 무인의 정체를 궁금해하자 진인도 더 이상 뜸 들이지 않고 말했다.“저분은 구주왕 휘하의 화진 군신이자 국방부 대장 백호 장군이시다.”검객들은 모두 입이 벌어진 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군신의 명성은 당연히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보호하는 영웅이었으니까.“정말 구주왕 휘하의 군신이라니!”“역시 저런 굳센 의지가 그냥 나온 게 아니었어! 수많은 전장을 누빈 명장다운 모습이다!” 서요산 검객들은 백호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현재 백호는 이미 삼백이십 계단을 돌파한 상태였다. 백호가 혼자 주목을 독차지하는 걸 본 청해도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고 계단에 발을 내디뎠다.처음 백 계단은 청해도 육신의 힘으로 버텼다. 하지만 백 계단을 넘자 육체만으로는 견디기 어려워졌다. 그는 술법으로 대응하려 했지만 평소 쓰던 빙신전의 신술이 계단 위 술법에는 통하지 않았다.“역시 화진의 서요산 검종은 보통이 아니구나. 이 등천로에선 일반 술법이 먹히지 않으니 천지 영기에 대한 깨달음으로 맞설 수밖에 없겠어.” 청해는 몸을 감싸고 있던 현빙을 거두고 오로지 자신의 속성 영기로만 버티며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막상 올라 보니 이 등천로가 얼마나 어려운지 제대로 실감했다. 이백 계단쯤 오르자 벌써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계단마다 한계를 시험하는 느낌이었다. 올려다보니 백호는 여전히 계단 위로 나아가고 있었다. 청해도 질 수 없다는 마음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서요산 검객들도 청해의 수준을 알아보고 속삭였다. “저 이역인은 정말 대단한 내력의 소유자다! 기운이 이미 진인 급에 가까워! 극 신급 절정의 수련자임이 분명해!”이에 대해 진인은 신비롭게 꾸미지 않고 솔직히 말했다. “저자는 곤륜 구역 빙신전의 부 전주 청해다. 경지가 매우 높지. 지금 빙신전은 우리 화진에 귀속되었고 청해 역시 구주왕 휘하의 부하가 되었다. 얼마 전 서울 방어전에서 청현과 목숨까지 걸고 사투를 벌인 끝에 죽을 고비를 넘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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