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786화

Author: 김원호
그녀뿐만 아니라 백경재와 대스타 은설아도 똑같이 깜짝 놀라서 굳어버렸다.

정태웅만 유일하게 미간을 찌푸리고 진지하게 말했다.

“저하는 지금 형수님을 살리고 계십니다!”

“무슨 뜻이야?”

사람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정태웅을 바라봤다.

정태웅이 설명했다. “사실대로 말씀드릴게요. 저하께서 예전에 말씀하시기를, 형수님을 살릴 방법은 저하가 수련한 ‘구양진용결’뿐이라고 하셨어요. 하지만 이 기이한 공법은 오직 저하만 할 수 있어요. 그래서 형수님을 살리려면 저하는 자기의 피를 쓸 수밖에 없어요!”

이 말을 들은 연규비, 백경재와 대스타 은설아는 모두 멍하니 서있었다.

윤구주가 자기의 피로 소채은을 살리려 하다니!

이런 마음에 그들은 감동했을 뿐만 아니라 부러워했다.

특히 대스타 은설아는 눈을 깜빡이며 문틈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마음 깊이 감동했다.

“만약 이 세상에 나한테 이렇게 하는 남자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은스타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시간은 일분일초 흘러갔다.

그렇게 30분 정도 지나자, 윤구주가 방에서 나왔다.

그가 나오자마자 모두 서둘러 다가와 물었다.

“구주 씨, 채은 씨는 좀 어때요?”

“저하! 형수님은 어떠세요?”

“선배님, 채은 씨는 언제쯤 나을 수 있나요?”

이들의 질문에 윤구주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채은이 체내의 시독은 현재로서는 억제만 할 수 있을 뿐, 없애지는 못해!”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그럼...채은 씨는 계속 혼수상태인 거야?” 연규비가 걱정스레 물었다.

“혼수상태는 아니야! 다만 몸이 점점 허약해질 거야!”

“구주 씨, 그럼 다른 방법은 없는 건가요?”

“사실 저도 연예계에서 몇 년 동안 있으면서 국내외의 유명한 의사들을 알게 되었어요. 지금 그분들께 연락해서 채은 씨를 치료할 수 있는지 물어볼까요?” 은설아가 물었다.

윤구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필요 없어!”

은설아가 더 말하려는데 옆에 있던 정태웅이 입을 열었다. “은스타님, 마음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다만, 저하께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구주, 왕의 귀환   제787화

    정태웅은 욱했지만,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연규비도 긴 한숨을 내쉬었다.대스타 은설아만 이들의 말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그녀는 마음속으로 의문이 생겼다.(정태웅은 왜 윤구주에게 저하라고 하는 거지?)그리고, 기린 화독?문 씨 세가?그녀는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했다.“됐어! 채은이 일은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내가 잘 보살필 테니까!”윤구주가 말했다.사람들도 윤구주 외에 아무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들은 조용히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윤구주는 모두 자리를 떠난 뒤에야 방으로 돌아와서 계속해서 소채은을 보살폈다.방 안에는 소채은이 침대에서 의식 없이 누워있었다.구양진용혈을 마신 뒤, 백지장처럼 하얗던 얼굴이 드디어 혈색이 조금 돌아왔다.하지만 보기에 여전히 창백했다.윤구주는 그렇게 그녀의 곁을 지켰다.날이 어두워질 때쯤이 되어서야 소채은의 의식이 돌아왔다.“채은아, 드디어 깼네!”자신의 사랑하는 사람이 의식이 돌아오자, 윤구주는 얼른 그녀를 부축했다.“구주야, 나 또 시독이 발작한 거야?”윤구주가 “응”하고 대답했다.“걱정시켜서 미안해!” 소채은이 말했다.“바보, 왜 나한테 미안하다고 하는 거야?”“내가 자꾸 너 걱정시키니까 그러지!” 소채은이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윤구주는 마음이 아파서 그녀를 품에 꼭 안았다.“바보, 그런 말 하지 마! 너는 내 여자야, 내가 걱정하지 않으면 누가 걱정하는데?”소채은은 눈물을 닦고 몸을 일으켜 아름다운 눈으로 윤구주를 보며 말했다.“구주야, 하나만 물어볼 게, 솔직하게 대답해 줄래?”“뭔데?” 윤구주가 물었다.“혹시, 내 시독은 나을 수 없는 거야?”이 말을 들은 윤구주는 재빨리 대답했다. “아니!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낫게 할거야!”하지만 소채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구주야, 솔직하게 말해줘!”“난 사실대로 말했어!” 윤구주가 말했다.“아니! 넌 지금 날 속이고 있어!”“내 몸속에 있는 시독이 악화하고 있는 걸 느낄 수

  • 구주, 왕의 귀환   제788화

    소채은이 진짜 그렇게 어리숙할까?진짜 아무것도 몰랐을까?그 답은 당연히, ‘아니다’이다.강성에 나타난 주 회장, 민규현, 천하회, 그리고 창용 부대 박창용의 출현으로 소채은은 윤구주가 기억이 돌아왔다는 걸 눈치채고 있었다.그렇지 않다면, 그의 형제들이 왜 하나같이 대단하겠는가?심지어 창용 부대 총사령관과 강성 갑부 주 회장님조차도 그에게 굽신거리다니?하지만 소채은은 이 모든 것에 관심이 없었다.그녀는 윤구주가 누구인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그녀가 원하는 건, 그저 그가 그녀를 사랑하는 것이었다.그녀는 윤구주의 신분에 관심이 없었다.그가 예전에 무슨 일을 했는지도 관심이 없었다.그녀가 신경 쓰는 건 오직 하나, 그가 그녀의 구주면 된다.소채은의 말을 듣고 있던 윤구주는 깊이 감동했다.그는 소채은이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그녀는 이미 오래전부터 모든 걸 알고 있었다.비록 소채은은 자기의 남자가 천하무적의 화진 제일 군왕이라는 사실은 알지 못하겠지만, 윤구주가 어떤 신분이든지 소채은은 신경 쓰지 않았다.“채은아, 진짜 내가 누군지 알고 싶지 않아?”윤구주는 눈앞의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보며 물었다.소채은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내가 말했잖아, 네가 누구인지 중요하지 않다고! 중요한 건, 네가 나의 구주라는 거야!”그 말을 들은 윤구주는 심장이 요동쳤다.“구주야, 나 좀 피곤해. 쉬고 싶어. 내 옆에 있을 필요 없어!”소채은이 침대에 누우며 말했다.“그래!”“난 옆방에 있을 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불러!”“응!”그렇게 소채은은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했고 윤구주는 방에서 나왔다.윤구주가 방에서 나간 뒤, 소채은은 힘겹게 다시 일어나서 자리에 앉았다.그녀는 윤구주가 나간 걸 확인한 뒤, 겉옷을 입고 연규비의 방으로 향했다.똑똑똑!방에 있던 연규비는 갑작스러운 노크소리에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누구세요?”“저예요, 규비 씨!”밖에서 소채은의 허약한 소리가 들려왔다.“채은 씨

  • 구주, 왕의 귀환   제789화

    네?그녀의 질문에 연규비는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연규비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소채은을 바라보며 말했다. “채은 씨, 저와 구주 씨는 사실 그저 친구 사이일 뿐이에요! 생각하시는 그런 관계 아니에요!”그러자 소채은이 대답했다. “규비 씨, 긴장할 필요 없어요. 저는 그저 가볍게 물어본 거예요.”“사실, 같은 여자로서 규비 씨가 우리 구주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그러자 연규비가 다급히 말했다. “저는...”하지만 소채은이 먼저 연규비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규비 씨, 숨길 필요도 없고 설명할 필요도 없어요! 사실 전 규비 씨가 우리 구주를 좋아하기를 바라요.”“규비 씨, 내가 왜 갑자기 찾아왔는지 알아요?” 소채은이 갑자기 고개를 들고 연규비를 보며 말했다.연규비가 고개를 저었다.“왜냐하면... 규비 씨가 저를 대신해서 우리 구주를 보살펴달라고 부탁하려고요.”뭐?보살핀다고?이 말을 들은 연규비는 어리둥절했다.“네! 구주를 보살펴달라고요!”“규비 씨한테는 숨기지 않고 말할게요. 제 시독은 나을 수 없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제 팔다리는 점점 더 저려오기 시작했어요. 감각이 없어요! 제가 언제 죽을지도 모르고 언제 갑자기 세상을 떠날지도 몰라요. 그래서 떠나기 전에 규비 씨한테 우리 구주 부탁하려고요!”이 말을 들은 연규비는 순간 감동했다.그녀는 그제야 소채은이 갑자기 자기를 찾아온 이유를 깨달았다.알고 보니, 그녀는 이미 자기가 중독된 시독이 점점 심각해지는 걸 느끼고 있었다.“비록 전 옛날의 구주에 대해 모르지만, 분명 많이 힘들었고 큰 상처를 받았었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원래는 제가 평생 구주 옆에서 보살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시독에 중독될 줄은 생각지 못했어요...”소채은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걸렸다.하지만 곧 그녀는 다 내려놓았다.“그래도 구주 옆에 이렇게 좋은 형제들이 있고 규비 씨 같은 여사친도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에요!”소채은은 계속 눈을 깜빡이며 연규비를 쳐다봤다. “규비

  • 구주, 왕의 귀환   제790화

    윤구주는 방에 잠깐 있다가 소채은이 걱정되어서 다시 그녀를 돌보러 방으로 돌아갔다.그런데 소채은의 방에 와보니, 그녀는 방에 없었다.“채은이는?”윤구주는 깜짝 놀라서 그녀를 찾으러 나갔다.막 방문을 나서던 그때, 허약한 소채은을 부축한 채 걸어오는 연규비가 보였다.“채은아?”“너 왜 나왔어?”윤구주가 소채은을 보고 얼른 뛰어왔다.소채은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잠깐 규비 씨랑 얘기 좀 나눴어.”“얘기?”윤구주는 의아한 눈으로 연규비를 바라봤다.연규비는 감히 윤구주의 눈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응, 방금 채은 씨랑 얘기 좀 나눴어!”말을 마친 연규비가 소채은을 보며 말했다. “채은 씨, 어서 가서 쉬어요. 그럼 난 먼저 들어갈게요.”연규비가 자리를 뜨자, 윤구주는 그제야 소채은을 부축해서 방으로 돌아갔다.몸이 너무 허약한 탓에 소채은의 행동이 좀 불편했다.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침대에 누웠다.윤구주는 소채은의 옆에 앉아서 차가운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 “채은아, 넌 이제 막 깨어났으니 무조건 푹 쉬어야 해. 막 다니지 말고, 알겠지?”“응!”소채은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본 윤구주는 그녀의 옆을 지켰다.그녀가 잠이 든 뒤에야 윤구주는 아쉬워하며 그녀의 방을 나왔다.방 입구 쪽.윤구주는 나오자마자 정태웅과 백경재를 보았다.“저하, 형수님이 깨어났다던데요?”“응, 채은이가 깨어났어.” 윤구주가 대답했다.“잘됐네요! 형수님은 착하고 좋은 사람이니 하늘이 도왔네요.” 정태웅이 기뻐하며 말했다.“가, 나랑 같이 규비한테 가자.”윤구주가 갑자기 말했다.네?“갑자기 왜 규비 여신님을 만나러 가시는 거죠?” 정태웅이 어리둥절해서 물었다.“방금 채은이가 깨어나자마자 규비랑 얘기를 나눴어. 그리고 두 사람 눈빛을 보니, 뭔가 심상치 않은 것 같아.” 윤구주가 앞으로 걸어가며 말했다.“네? 그런 일이 있었어요?”정태웅은 혼잣말하며 재빨리 뒤따라갔다.잠시 후, 윤구주는 정태웅을 데리고 연규비를 찾아왔

  • 구주, 왕의 귀환   제791화

    연규비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채은 씨가 자기는 낫지 못할 거라고 그러더라. 혹시라도 자기한테 문제가 생긴다면 나한테 널 부탁하고 싶다면서...”그 말을 들은 윤구주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옆에 있던 정태웅도 그 말을 듣자 가슴이 아팠다.“소채은 씨... 정말 너무 착하신 거 아닌가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죠?”연규비가 말했다.“채은 씨는 꼭 나을 거라고 그렇게 설득해 봤는데 채은 씨는...”연규비는 거기까지 말한 뒤 다시 눈시울을 붉혔다.윤구주는 그 말을 듣자 바보 같은 소채은이 더 애틋해졌다.그녀가 한 모든 일을 그를 위해서였기 때문이다.“바보 같긴.”윤구주는 쓰게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정태웅, 구주령을 전해.”윤구주가 갑자기 말했다.정태웅은 윤구주가 갑자기 구주령이라고 하자 표정이 확 돌변하더니 한쪽 무릎을 꿇으면서 말했다.“저하의 구주령을 받들겠습니다!”“암부의 모든 구성원, 그리고 창용 부대, 천하회의 모든 사람에게 천년초를 찾으라고 해! 이제 하나만 더 있으면 난 다시 전성기 때로 돌아갈 수 있어. 내 실력이 전성기 때로 돌아간다면 채은이 체내의 독도 해결할 수 있어!”윤구주의 명령을 들은 정태웅은 곧바로 말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지금 당장 명령을 전하겠습니다!”그 순간부터 윤구주는 그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반드시 세 번째 천년초를 찾을 생각이었다.예전에는 세 번째 천년초를 찾기 위해 큰 소동을 일으킬 생각이 없었다.그러나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소채은이 나을 수만 있다면, 그녀가 마음을 놓을 수만 있다면 윤구주는 모든 걸 다 할 수 있었다.그 뒤 이틀 동안 소채은의 몸은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고 이젠 걸을 수도 있게 되었으나 두 손과 두 다리가 종종 저렸다.그리고 그동안 윤구주는 소채은의 옆에 꼭 붙어 있었다.셋째 날이 되자 소채은은 집에 돌아가고 싶었고, 윤구주는 예전에 소채은과 약속한 적이 있었기에 곧바로 승낙했다.백화궁.커다란 대전 안에는 연

  • 구주, 왕의 귀환   제792화

    그렇게 작별 인사를 나눈 뒤 윤구주는 사람들을 데리고 백화궁을 떠났다.그들은 암부 쪽에서 마련해준 전용기를 타고 강성으로 돌아갔다.크고 럭셔리한 전용기 안.윤구주와 정태웅, 소채은, 백경재, 시괴 동산, 그리고 은설아까지 모두 전용기를 타고 있었다.천음 엔터는 원래 은설아를 겨냥했었는데 탁천수가 죽은 뒤로 몇몇 엔터테인먼트에서 곧바로 그녀에게 손길을 내밀었다.게다가 광고 등 각종 수익이 천음 엔터에 있을 때보다 몇 배는 더 높았다.그 말은 곧 은설아가 완벽히 복귀했다는 걸 의미했다.그러나 그녀는 소채은의 몸 상태가 걱정되어 우선 소채은과 함께 강성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게다가 엔터에서 결정한 스케줄 가운데 콘서트가 있었는데 그 콘서트가 바로 강성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그래서 은설아는 윤구주, 소채은과 강성으로 향했다.비행기 안에서 윤구주는 허약한 소채은의 옆에 있었다.이제 곧 강성에, 집에 도착할 거라는 생각에 소채은은 무척 행복했다. 그래서 혈색도 전보다 훨씬 나아졌다.다른 한편, 정태웅은 비행기에 오른 뒤 돼지처럼 쿨쿨 잤다.백경재는 윤구주가 준 춘신도를 두 손으로 꼭 쥔 채로 자세히 살피고 있었다.그것은 태현문의 상급 법기였다.백경재의 내공으로는 전력을 다한다 해도 겨우 두 번 정도 휘두를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그마저도 내공 자질이 뒤떨어지는 그와 같은 사람에게 있어서는 충분했다.백경재는 춘신도를 얻고 아주 기뻤다. 심지어 잠을 잘 때도 춘신도를 꼭 쥐고 잤다.다들 각자의 일로 바쁠 때 윤구주는 고민하고 있었다.그에게는 이미 천년초가 두 뿌리 있었고 이제 딱 하나만 필요했다.그러나 애석하게도 천년초는 아주 보기 드문 것이었다.하지만 소채은의 몸 상태를 위해서 윤구주는 어쩔 수 없이 구주령을 사용하여 암부, 천하회, DH 그룹, 창용 부대에게 최선을 다해 천년초를 찾으라고 했다.그 명령은 비밀리에 전달되었다.윤구주는 아직 자신의 정체를 외부에 밝힐 수 없었기 때문이다.화진 국방부에서 윤구주가 살아있다는 걸 알게

  • 구주, 왕의 귀환   제793화

    “할아버지, 그렇다면 제게 그를 이길 기회가 생긴 건가요?”문아름은 고개를 돌려 들뜬 눈빛으로 허상을 바라보며 말했다.문아름이 말한 ‘그’는 다름 아닌 화진의 예전 왕 윤구주였다.허상이 말했다.“아직은 부족해. 네 혈맥의 힘은 이제야 각성했으니 말이야. 하지만 시간이 흘러서 네가 우리 문씨 일가 혈맥의 힘을 완벽히 자기 것으로 만든다면 그를 직접 죽일 수 있을지도 몰라. 잊지 마. 그의 몸에는 여전히 우리 문씨 일가의 기린화독이 있다는걸!”“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 저 꼭 열심히 수련해서 우리 문씨 일가 혈맥의 힘을 제 것으로 만들게요!”문아름은 주먹을 꽉 쥐면서 말했다.그녀가 윤구주를 얼마나 미워하는지 아무도 몰랐다.문아름은 윤구주가 죽기를 바랐다.특히 윤구주가 다른 여자를 좋아한다는 걸 알았을 때, 문아름은 그가 미워 죽을 것 같았다.그녀는 윤구주도 미웠지만 소채은이 더 미웠다.“아름아, 네가 그를 계속 미워했다는 건 알아. 하지만 그는 우리 화진의 왕이었어. 절대 만만히 봐서는 안 돼! 게다가 현재 암부는 그가 살아있다는 걸 알고 있어. 예상대로라면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소식이 전국에 알려질 거야.”허상이 말했다.문아름은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눈빛이 서늘하게 번뜩였다.“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 전 절대 그에게 그럴 기회를 주지 않을 거예요! 암부라고 하셨죠? 절 믿으세요. 전 그들에게 제게 미움받으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가르쳐 줄 거예요!”그 말을 들은 허상이 말했다.“암부를 상대할 생각이라면 유명전을 보내는 게 좋을 거야. 암부의 3대 지휘사는 전부 신급 강자니까!”“유명전이요? 할아버지, 겨우 암부 때문에 우리 문씨 일가의 히든카드를 보낼 필요가 있을까요?”문아름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허상이 말했다.“암부를 얕보지 마. 당시 암부는 윤구주가 직접 창립한 조직이었어. 3대 신급 강자가 지휘사가 됐을 뿐만 아니라 대가 5품 이상의 여단장 64명이 있으니까. 그 외에도 그들은 각지에 수십만 명의 정예 부대

  • 구주, 왕의 귀환   제794화

    “야나가와 류이치? 부성국의 신검이라 불리는 그 늙은이 말이야?”허상이 물었다.“네!”문아름이 대답했다.“당시 10개국 간의 전쟁에서 야나가와의 스승은 우리 화진 땅에서 목숨을 잃었었지. 그런데 그 늙은이가 다시 우리 화진으로 온다고? 죽는 게 두렵지 않나 봐!”허상이 음산한 목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 전 야나가와 류이치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야나가와 류이치가 상대하려는 건 윤구주이기 때문이죠. 게다가 야나가와 류이치를 제외하고 향문 태현문에서도 고수를 파견해서 윤구주를 상대한대요!”‘음?’허상은 그 말을 듣자 살짝 당황했다.“윤구주 그 자식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향문의 태현문에서도 사람을 보냈다고?”문아름이 말했다.“구체적으로 무슨 짓을 한 건지는 모르겠어요. 며칠 전 연예계의 한 거물이 동경에서 죽었대요. 그 범인이 바로 윤구주인 것 같아요!”허상은 그 말을 듣더니 호탕하게 웃었다.“이 자식 정말 사고뭉치네. 향문의 태현문까지 건드리다니 말이야.”문아름이 대답했다.“할아버지, 향문의 태현문이 그렇게 강한가요?”“강하지, 그럼. 강하고말고!”허상은 말을 마친 뒤 한마디 보탰다.“태현문은 동남아에서 가장 큰 대종이야. 내가 알기엔 창립된 지 천 년은 됐어. 태현문은 주요하게 주술과 진법을 수련하지. 태현문은 동남아에 수많은 분파를 두고 있어. 심지어 강두술과 귀무술 모두 태현문에서 진화된 거야. 수십 년 전, 우리 문씨 일가는 태현문과 접촉한 적이 있어. 하지만 태현문은 당시 국내와는 교류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냥 흐지부지 끝나게 되었어. 그런데 몇 년이 지난 지금 태현문이 다시 나타날 줄이야.”그 말을 들은 문아름의 입가에 지독한 미소가 피어올랐다.“할아버지 말씀은 태현문이 나선다면 윤구주가 죽을 거란 뜻인가요?”허상이 말했다.“그건 잘 모르겠어. 태현문의 실력은 나도 아는 바가 거의 없거든. 내가 알기엔 태현문에 전씨 성을 가진 괴물이 한 명이 있어. 당시 곤륜전쟁에서 팔문음양진으로 두 명의

Latest chapter

  • 구주, 왕의 귀환   제2028화

    하지만 한 계단씩 갈수록 더욱 어려워지는 난관들도 이 평범한 사람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만약 윤구주와 맞서야 하는 적의 입장이었다면 지금 이렇게 차분히 계단을 오르는 윤구주는 마치 깊은 심연 그 자체였을 것이다.그의 강력함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고 오히려 그가 올라올수록 위에 있는 사람들은 엄청난 압박감에 휩싸였다.검종의 검객들이 잠시 정신을 놓은 사이 윤구주는 이미 사백 계단까지 올라와 있었다.하지만 사백 계단쯤으로는 아무도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화진의 또 다른 황자 구주왕의 후계자였으니까.윤구주가 오백 계단을 밟는 순간 모든 이들은 숨을 죽이고 그를 응시했다.눈길을 떼지 못한 채 그의 오름을 지켜보았다.오백일…… 오백이십! 오백오십! 오백구십구!“마침내 구구관에 도달했다.”“칠구는 수겁이요 구구는 극히 넘기기 어려운데.”진정한 고수들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과연 윤구주가 이 한 걸음을 쉽게 넘을 수 있을지 모두가 궁금해했다.윤구주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산 아래를 바라보았다.그가 본 것은 단순한 산이 아니라 마치 화진의 온 세상 같았다.한눈에 화진의 대지와 산천이 모두 담겼다.눈앞에 펼쳐진 화진의 아름다운 대지는 숨 막히는 광경이었다.하지만 동시에 이 끝없는 강산 곳곳에 묻혀 있는 수많은 해골도 함께 보였고 그의 마음은 순식간에 비장함과 슬픔으로 가득 찼다.윤구주의 내면을 감지한 서요산 검종 종주의 법신이 곧바로 그의 곁에 나타났다.“구주야 화진의 산천을 잘 살펴봐! 천하의 용맥은 모두 화진에서 비롯되었고 이 한 획 한 획은 백성의 척추와 같다! 눈에 비치는 물의 맑고 흐림은 중요하지 않아. 지나치게 눈 부신 빛은 우리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고 너무 어두운 밤은 희망을 앗아가기 마련이지. 하지만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화진의 이 산천은 영원히 굳건히 서 있을 거야. 왜냐하면 푸른 산마다 묻혀 있는 충신의 뼈와 넋들이 이 나라를 지켜주고 있으니까.”서요산 검종 종주는 윤구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그 온

  • 구주, 왕의 귀환   제2027화

    진인들은 말했다. 임정설이 만약 집념을 내려놓는다면 육백 계단까지도 오를 수 있을 거라고.장인 대진인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하지만 그가 진정으로 집념을 놓는다면 더 이상 화진의 국주가 아니지. 바로 이런 끈질긴 의지가 있기에 그분이 화진 백성을 다스릴 수 있는 것이다.”다른 진인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운명이란 그런 법이다. 아마도 집념을 놓았다면 임정설은 오백 계단조차 오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이때 임정설은 아직 남아 있는 절반의 계단을 바라보며 씁쓸히 미소 지었다. “어쩌면 여기서 멈춰야겠구나.”임정설은 다시 뒤를 돌아 윤구주를 바라보았다. 그가 자기 자식이자 동료처럼 여기는 윤구주가 과연 몇 계단을 오를지 궁금했다.깊은 생각에 잠긴 임정설이 곧바로 말을 꺼냈다.“구주야 이제 네가 올라서 봐! 화진의 구주왕다운 실력을 보여줘! 적어도 나보다는 못하면 안 되지 않겠냐?”아래에 서 있던 윤구주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원래 그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국주의 바람이라면 흔쾌히 도전할 마음이었다.“명 받들겠습니다!” 윤구주는 말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계단을 밟아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기 시작했다.구주왕이 등천로에 도전했다는 소식에 서요산 검종 전체가 술렁였다.검객은 물론이고 잡일을 돕는 제자들까지 모두 금정에 모여들어 그의 모습을 보고자 했다.심지어 하늘 위 어둑한 구름 사이에서도 한 쌍의 법안이 열렸다. 바로 서요산 검종 종주의 법신 환영이었다.임정설이 먼저 정상에 올랐고 장인 대진인을 포함한 일곱 진인과 서요산의 모든 제자들은 화진의 황자를 향해 몸을 숙여 예를 갖추었다.“모두 일어나시오. 그대들이 없었다면 화진은 이미 혼란 속에 빠졌을 것이오. 진정 국가와 화진을 위해 헌신한 것은 바로 그대들입니다.” 임정설은 화진의 모든 백성을 대표할 순 없지만 왕실을 대표하여 임 씨 일족의 지도자로서 서요산 검종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표했다.“국주께서 과찬입니다. 우리는 그저 각자의 방식대로 묵묵히 힘썼을 뿐입니다. 화진의 백

  • 구주, 왕의 귀환   제2026화

    일곱 진인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그들은 국주가 이미 등황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사백 계단은 쉽게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과연 그들의 예상대로 임정설은 멈추지 않고 계속 오르며 오백 계단을 가볍게 밟아 올랐다. “오백 계단을 밟으면 등황의 경지에 오를 수 있습니다. 우리 일곱 진인 중에서도 오직 장인 대진인께서만 과거에 오백 계단에 오르셨고, 현재 서요산에 살아계신 유일한 오백 계단 수련자이십니다. ” 한 진인이 감탄하며 말했다.이 말을 듣자 옆에 있던 백호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선임 도사님 그러면 그 도사님도 황자란 말씀입니까? ”“하하! 우리 서요산에서는 외부의 그런 칭호를 쓰지 않아요. 우리 사이에서는 그를 반신이라고 부릅니다.” 진인들이 웃으며 말했다.청해가 옆에서 덧붙였다. “서요산 검종에서 말하는 반선이 황자를 뜻하는 거야. 근데 그 서요산 반선 진짜 어마어마하게 강한 인물이거든. 예전에 곤륜 구역에서 귀한 영약 찾으러 들어왔다가 우리 빙신전 전주랑 빙황 두 명이 같이 상대했는데도 둘 다 거의 죽을 뻔했어. 결국 아사 신전한테까지 도움 요청해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지.”“뭐라고?”백호는 놀라서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진짜 그렇게 강한지 의문이 들었다.일곱 진인 중 가장 나이 많은 그 진인은 백호의 단순한 반응에 웃음을 터트렸다. 사실 그가 바로 그 반선이었다. 다만 백호가 워낙 세상 물정에 둔감하여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저 놀라기만 하고 있었다.그사이 임정설은 이미 오백오십 계단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이 단계에 이르자 임정설도 거의 극한에 도달했다.“역시 직접 올라와 봐야 이 압력을 제대로 실감하는구나! 오백사십 계단까진 무리 없었는데 오백오십 계단에서 도저히 버틸 수가 없구나.”지금 임정설을 압박하는 것은 단순한 술도의 압력만이 아니었다.과거의 온갖 기억들이 마장이 되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일곱 진인은 모두 임정설의 기운이 혼란스러워진 것을 느꼈다.“장인 사형, 국주님께서 심마에 걸리셨군

  • 구주, 왕의 귀환   제2025화

    청해의 눈길이 자주색 도포를 입은 진인에게로 향했다.서요산검종에서 종주를 제외한 나머지 일곱 명의 진인이 가장 높은 수련을 가지고 있으며 평소 종문 내의 모든 일은 이들 일곱 명이 책임지고 있다.기세는 마치 대강의 파도가 넘실대듯 깊고 끝이 보이지 않는 산과 숲처럼 무한히 이어져 있었다. 그의 수련은 깊이가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서요산 7대 진인의 수련이 극 신급 절정이라고 들었는데 지금 보니 그 말이 너무 가볍게 들리네요. 귀하의 수련은 적어도 극 신급 절정 후반에 다다랐군요.”청해는 세 명의 진인에게 경의를 표하며 몸을 굽혔다.“서요산의 전통은 천 년을 자랑하며 그 깊이는 변함없이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반면 곤륜 구역은 스스로 신을 자처한 이후로 계속해서 내분을 일으켰습니다. 수련을 통해 세상을 떠난 후 도를 깨닫는다는 말처럼 곤륜 구역은 천하의 영기와 천물을 흡수했지만 제 생각에는 도를 얻지 못한 곳입니다. 지금 당신이 화진에게 올바른 수를 두는 것은 맞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노력하면 극 신급 절정 후반도 절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한 진인이 답례하며 말했다.그때 몇몇 사람들은 서요산 검객들의 함성에 이끌려 사방을 살폈다. 백호가 사백 계단을 올라갔다는 소식이었다.“대단한데요. 서요산이 전성기였을 때도 사백 계단을 오른 이는 드물었어요. 우리 몇몇 진인들도 입문 시에 사백 계단을 넘은 적은 없었죠.”몇몇 진인들이 칭찬했다.이는 백호가 미래에 매우 큰 가능성을 지녔음을 의미했고 적어도 극 진경 후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극 진경 후반은 곤륜 구역에서 신전의 전주가 될 수 있는 실력이다.지금 사백 계단에 오른 백호는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 완전히 의지로 버티며 강력한 정신력으로 계속해서 오르고 있었다.그러나 아무리 강한 운명을 지녔다 해도 천지의 이치를 막을 수는 없다.사백오십 계단에 도달했을 때 백호는 결국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의식을 잃은 것은 시험이 끝났다는 신호였고 백호는 곧 깨어났다.“겨우 사백오십 계단이라니

  • 구주, 왕의 귀환   제2024화

    서요산 검객들이 모두 그 무인의 정체를 궁금해하자 진인도 더 이상 뜸 들이지 않고 말했다.“저분은 구주왕 휘하의 화진 군신이자 국방부 대장 백호 장군이시다.”검객들은 모두 입이 벌어진 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군신의 명성은 당연히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보호하는 영웅이었으니까.“정말 구주왕 휘하의 군신이라니!”“역시 저런 굳센 의지가 그냥 나온 게 아니었어! 수많은 전장을 누빈 명장다운 모습이다!” 서요산 검객들은 백호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현재 백호는 이미 삼백이십 계단을 돌파한 상태였다. 백호가 혼자 주목을 독차지하는 걸 본 청해도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고 계단에 발을 내디뎠다.처음 백 계단은 청해도 육신의 힘으로 버텼다. 하지만 백 계단을 넘자 육체만으로는 견디기 어려워졌다. 그는 술법으로 대응하려 했지만 평소 쓰던 빙신전의 신술이 계단 위 술법에는 통하지 않았다.“역시 화진의 서요산 검종은 보통이 아니구나. 이 등천로에선 일반 술법이 먹히지 않으니 천지 영기에 대한 깨달음으로 맞설 수밖에 없겠어.” 청해는 몸을 감싸고 있던 현빙을 거두고 오로지 자신의 속성 영기로만 버티며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막상 올라 보니 이 등천로가 얼마나 어려운지 제대로 실감했다. 이백 계단쯤 오르자 벌써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계단마다 한계를 시험하는 느낌이었다. 올려다보니 백호는 여전히 계단 위로 나아가고 있었다. 청해도 질 수 없다는 마음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서요산 검객들도 청해의 수준을 알아보고 속삭였다. “저 이역인은 정말 대단한 내력의 소유자다! 기운이 이미 진인 급에 가까워! 극 신급 절정의 수련자임이 분명해!”이에 대해 진인은 신비롭게 꾸미지 않고 솔직히 말했다. “저자는 곤륜 구역 빙신전의 부 전주 청해다. 경지가 매우 높지. 지금 빙신전은 우리 화진에 귀속되었고 청해 역시 구주왕 휘하의 부하가 되었다. 얼마 전 서울 방어전에서 청현과 목숨까지 걸고 사투를 벌인 끝에 죽을 고비를 넘겼으

  • 구주, 왕의 귀환   제2023화

    백호는 아직도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어느덧 이백오십 계단까지 올라왔다. 이 단계부터는 실체화된 술법이 몸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계단 하나를 오를 때마다 바람, 불 번개와 같은 속성의 영기가 점점 강해졌다. 여기서부터는 육신 횡련의 수련자는 강력한 체질로 버티고 술도 재능이 뛰어난 수련자는 천지 영기를 다루는 능력으로 버텨야 했다. 한마디로 각자의 능력에 따라 갈리는 구간이었다. 어느 한 분야라도 특출나지 않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백호는 술도에는 재능이 없었기 때문에 오로지 강인한 육체 하나로 견디고 있었다.웅!성수의 피가 진동하며 백호의 몸을 지탱했다. 각종 속성의 영기가 몰아쳤지만 백호는 성수혈의 힘을 빌려 억지로 앞으로 나아갔다.수련자에게 있어서 성수의 혈맥이나 법보 등은 모두 신체 외적인 재능으로 간주하지만 그렇다고 이것들이 꼼수나 편법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천 가지 변화와 만 가지 신통력이 있어도 결국 만법은 한 가지로 귀결된다. 법기든 혈맥이든 이를 감당하는 것은 결국 본인의 몫이다. 천지 영기를 이용한 술법도 결국은 그 힘을 감당할 수 있어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며 감당하지 못하면 반드시 반작용을 맞게 된다. 따라서 수련의 길에는 애초에 편법이란 존재하지 않았다.성수 혈맥 같은 천지의 보물은 보통 사람이 함부로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윤구주의 도움을 받았다 하더라도 결국 이를 감당하는 건 백호 자신이었다. 성수 혈맥의 힘을 온전히 감당하며 백호는 결국 삼백 계단까지 올라섰다.계단의 꼭대기 근처에는 이미 서요산 검종의 검객들이 여럿 서 있었다. 서요산 검종은 근대에 들어 삼백 계단을 넘는 인재가 드물었다. 최근 백 년 동안 삼백 계단을 넘은 사람이 고작 열 명 남짓이었고 그중 대부분이 삼백여 계단에서 멈췄다. 그런데 지금 백호는 삼백이십 계단까지 올라선 것이다. 이 정도면 서요산 검종 전체가 떠들썩해질 만한 성과였다.이런 제자가 나타난다면 종문 전체가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래서 서요산의 진인들까

  • 구주, 왕의 귀환   제2022화

    “한 사람의 품성을 제대로 살피지도 않고 마구잡이로 그렇게 많은 수련자를 키워낸다면 결국 천하의 마인을 직접 만들어 내는 꼴이 아니겠어?”청현이 바로 그 실패한 예다. 서요산 검종 종주가 청현의 천재성을 아까워한 나머지 그의 인성을 무시하고 양성한 끝에 결국 역도를 만들어 낸 것이다.“그럼 저하 서요산에 입문한 무술 무인들은 평균적으로 몇 계단까지 오르는지 아십니까?” 백호가 호기심에 물었다. 윤구주는 잠시 생각한 뒤 입을 열었다.“무술 무인의 정확한 데이터는 모르지만 검종 종주와 잡담할 때 들어보니 검종 제자들의 수준이 갈수록 떨어져서 천 년 전만 해도 평균 삼백 계단 정도였는데 요즘엔 백 계단도 못 오른다고 하더구나. 가끔 삼백 계단을 오르는 자라도 나오면 검종 전체가 몇 년은 떠들썩할 정도라고 했어.”“구백구십구 계단까지 있는 시험인데 천 년 전 전성기에도 겨우 삼백 계단이요?” 백호는 입술을 삐죽이며 서요산 검종의 수준이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때 한 번 도전해 볼 생각이야?” 윤구주는 흥미롭게 백호를 바라보았다. 백호는 당장이라도 도전하고 싶은 마음에 윤구주의 허락을 구한 뒤 바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한 계단 두 계단... 오십 계단까지는 아무 어려움도 없었다. 백호는 오십 계단에 서서 사람들을 향해 서요산 검종이 별것 아니라며 놀려댔다. 하지만 육십 계단쯤 올랐을 때 처음으로 압력을 느꼈다. 마치 몸 위에 작은 차 한 대가 올라탄 듯한 느낌이었다. 물론 백호에게는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그는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백 계단에 도달하자 압력이 갑자기 커졌다. 등에 작은 승용차 대신 소형 트럭이 올라탄 듯한 느낌이었지만 아직 백호의 한계에도 가지 못했다.“근래 사람들의 평균이 백 계단도 못 넘는 이유가 이제야 이해가 되네요. 예전의 무인 횡련은 황제도 오를 수 있었지만 요즘 무인 횡련은 죽어라 노력해도 소형 트럭 하나 못 버티는 수준이니 말입니다.”백호는 농담을 던지며 계속해서 계단을 올라

  • 구주, 왕의 귀환   제2021화

    전에 임정설은 구오 지존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나라를 위해 힘쓰며 수모를 견뎌내고 살아남으려 했다.하지만 이제 황제가 된 그는 죽음을 생각하게 되었다.그 탓에 이번 관문 앞에서 그는 망설였다.살아 있는 자만이 통과할 수 있는 관문이었다.죽음을 마음에 품은 자는 절대로 넘어설 수 없는 관문이었다.그 자리에 있던 사람 중 청해만이 그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생각했다.‘황제가 되면 곤륜 구역에서 최고 경지에 도달하는 건데. 기뻐해도 모자랄 판에 왜 죽음을 택하려는 거지?’“저하, 국주는 아직도 풀리지 않은 듯합니다. 저하도 사랑하던 이에게 배신당했어도 결국 극복해 나갔잖습니까.”백호도 이해하지 못했다.그는 여전히 국주보다는 왕이 더 낫다고 여겼다.“네가 뭘 안다고 그런 말을 함부로 내뱉느냐.” 윤구주가 단호하게 말했다.백호는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그는 어리숙하고 말솜씨도 없기에 생각나는 대로 말했을 뿐이다.“내가 문아름에게 배신당한 건 억울한 일이지만 나는 그녀에게 잘못한 게 없다. 오히려 그녀가 날 배신한 거다. 하지만 국주는 그 반대였지. 그가 그녀를 저버린 거야. 정이 깊으면 오래가지 못하고 지혜가 지나치면 오히려 상처를 입는다. 이 세상에서 가장 쓰라린 후회는 가진 뒤 잃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생사를 달리하게 되는 것이다.” 윤구주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만약 소채은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자신도 제정신이 아닐 거라고 느꼈다.“그럼 복수하면 되지 않나요?” 백호가 어리둥절하게 물었다.이때 청해가 눈치를 채고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상대가 너무 강해서 못 이기는 거지. 황제에 오르기 전까진 제대로 맞붙을 힘도 안 돼. 오르고 나서도 이길 수 있을지 장담 못 하고.”윤구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딱 그 말이 맞았다.“그럼 우리가 국주님 대신 복수해 드리면 되잖아요? 국주님은 제 왕이기도 하지만 제 윗사람이기도 하잖아요.”백호가 고개를 갸웃했다.“하하! 만약 세상 사람들이 다 너처럼 솔직하다면 이런

  • 구주, 왕의 귀환   제2020화

    인간이 나쁜 짓을 거듭해 양심을 잃으면 부끄러움도 사라진다. 예전 같으면 아무렇지 않았을 테지만, 지금은 윤구주를 따라 명예심이 생기면서 죄책감도 느끼게 된 청해에게 이 원한의 전법은 고통스럽기만 했다. 물론 곤륜역 한 신전의 부전주로서 정신이 붕괴할 정도는 아니었다.네 사람은 이 원한의 전법도 가볍게 넘어섰다.이때 전법에 관심을 가졌던 임정설이 무언가를 눈치챘다.“구주야, 서요산의 전법은 우연히 들어온 자를 쫓아내는 동시에 수련자의 의지를 시험하는 것이었어. 서요산은 의지력이 확고한 자들만 끌어들인다는 것을 미리 들어 알고 있다. 이게 바로 서요산이 제자를 선발하는 방식인가 보구나.”“그렇습니다. 매년 화진 무도계 사람들이 서요산에 찾아오지만 성공한 자는 극히 드뭅니다. 실패자들 중 십중팔구는 산기슭에서 죽음을 맞이하죠. 어떤 문턱은 넘지 않는 것이 복이 될 때가 있습니다. 모르는 것이 약이죠. 현실을 알고도 바꾸지 못하는 것이 가장 괴로운 법이니까요. 이 관문을 넘는다고 해도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면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입니다.”윤구주의 말이 끝나자 세 번째 전법이 나타났다.첫 번째와 두 번째 전법은 이곳에 들어온 이들을 돌려보내려고 만든 것이지만 세 번째 전법은 달랐다. 이 전법은 살기로 가득 찬 죽음의 전법이었다.평범한 사람들은 여기까지 도달하지 못한다. 이곳까지 온 자들도 앞길의 위험을 보고 함부로 들어가려 하지 않을 것이다. 눈 앞에 펼쳐진 죽음의 길을 보고도 들어가는 자는 스스로 죽음을 원하는 자라서 그런 자들에게 죽음을 내리는 것은 오히려 덕을 쌓는 일이었다.하지만 무도로 도를 깨우치려는 수련자라면 이 관문을 넘기 위해 반드시 목숨을 걸어야 한다. 버텨내야만 수도의 길에 들 수 있고 실패하면 그 후과를 받아들여야 한다.전법 안은 살기로 가득했다. 생기와 영기가 세상을 이롭게 하지 못할지라도 살기와 죽음의 기운은 목숨을 앗아갈 것이 분명했다.진법 내부에는 수많은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무도계에 이름을 날렸던 강자들의 유해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