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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6화

Author: 김원호
과거 국방부에는 윤구주의 4대 살신이 있었다.

그 4대 살신은 각각 청룡, 백호, 주작, 현모였다.

네 사람은 윤구주의 가장 가까운 형제이자 그의 오른팔과 왼팔이었다.

전해지는 데 따르면 네 명 모두 신급 강자라고 한다.

게다가 다른 나라에서는 그들 한 명이 군대 하나와 맞먹는다고 했다.

특히 그중 대장인 청룡은 엄청난 실력을 지녔고 윤구주 바로 다음의 작은 인왕이라고 일컬어졌다.

그러나 윤구주가 세상을 뜬 뒤 네 사람은 잇달아 국방부를 떠났다.

청룡은 윤구주의 복수를 하기 위하여 혼자 설국으로 갔다고 한다. 그러나 결과가 어땠는지는 알지 못했다.

민규현은 지금 이 순간 청룡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세상에, 정말로 청룡 형이에요...”

천현수도 눈이 휘둥그레져서 손발이 묶인 청룡을 바라보았다.

청룡은 엄청난 인물이었다.

민규현, 천현수마저 그를 만나게 되면 형님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4대 살신은 윤구주와 전우였고 그중에서도 청룡은 모두가 인정하는, 윤구주와 가장 친한 동생이었다.

두 사람은 지금 이 순간 오랫동안 실종되었던 청룡을 이곳에서 만날 줄은 몰랐다.

“정말로 청룡 형님이야!”

민규현도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청룡을 바라보았다.

“청룡 형님, 왜 여기 있는 겁니까?”

민규현은 목이 메어 청룡을 불렀다.

하지만 눈앞의 손발이 사슬로 묶인 청룡은 무표정했다. 그의 텅 빈 눈동자에서는 그 어떤 파문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눈앞의 민규현을 알아보지 못하는 듯 말이다.

“청룡 형님?”

민규현이 다시 한번 그를 불렀다. 청룡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민규현은 벌게진 눈으로 눈앞의 흑백무상을 바라보았다.

“이 자식들, 우리 청룡 형님을 어떻게 한 거야? 왜 우리 형님이 이렇게 된 거야?”

백무상은 악랄하게 웃으며 말했다.

“민규현 지휘사, 너무 흥분하지 마! 얘기한다는 걸 깜빡했네. 이분은 과거 화진에서 유명하셨던 살신이야. 이젠 우리 편이 되었어!”

그들 편이라고 하자 민규현과 천현수의 안색이 돌변했다.

“이 개자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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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주, 왕의 귀환   제907화

    “청룡 형님! 정신 차리세요. 저 민규현이에요!”민규현은 청룡을 깨우고 싶었다.그러나 살기등등한 청룡은 이성을 완전히 잃은 상태였고 마치 꼭두각시가 된 듯했다.“형님, 큰일이에요! 저 빌어먹을 놈들이 청룡 형님의 정신을 조종하고 있는 것 같아요!”천현수가 말했다.“뭐라고? 조종한다고?”“네! 그렇지 않으면 청룡 형님이 저희를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잖아요!”민규현은 그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당시 윤구주를 따랐을 때 그들은 친형제와 다름없었다. 그러니 청룡이 그를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었다.청룡이 조종당한다는 생각에 민규현의 몸에서 호마의 기운이 다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는 핏빛 눈동자로 눈앞의 다친 흑백무상을 바라보았다.“너희 둘, 죽여버리겠어!”호통과 함께 호마 형태로 변한 민규현이 손을 썼다.그는 유명전의 흑백무상을 죽여서 청룡의 복수를 할 생각이었다.그러나 민규현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흑백무상을 공격하려는 순간, 쿵 소리와 함께 혈기를 내뿜는 극도로 위험한 남자가 흑백무상의 앞에 섰다.청룡이었다.청룡은 팔을 뻗어 민규현의 팔뚝을 잡았다.‘어?’“청룡 형님...”이성을 잃고 자신을 공격하는 청룡을 본 순간, 민규현은 당황했다.눈앞의 청룡은 이미 완전히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그에게는 파괴와 살육의 의지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인간의 감정은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민규현이 반응하기도 전에 청룡의 철권이 민규현의 가슴팍을 강타했다.쿠구궁!호마 형태를 갖춘 민규현도 청룡의 철권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는 주먹을 맞고 날아가서는 입에서 피를 토했다.“형님!”민규현이 다친 걸 본 천현수는 서둘러 그에게 달려가서 그를 살펴봤다.민규현은 입가를 닦으며 말했다.“난 괜찮다.”“저 자식을 죽여버려! 다른 놈들도 모조리 잡아 죽여!”백무상의 잔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살기를 띤 청룡이 민규현과 천현수 등을 공격했다.한때 형제였던 그들이었기에 민규현은 청룡의 실력이 얼마나 강한지 잘 알고

  • 구주, 왕의 귀환   제9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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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주, 왕의 귀환   제9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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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주, 왕의 귀환   제910화

    소채은은 시독이 발작한 후 주세호의 윈워터힐스로 옮겨져서 보살핌을 받고 있었다.윈워터힐스라면 주세호가 국내 최고의 의료진들을 모셔 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현재 병실 안에서 소채은은 여전히 혼수상태였다.소채은의 부모님은 그녀를 살뜰히 챙겼다.거실 안.노인 백경재, 주세호, 정태웅, 그리고 동산까지 전부 거실에 있었다.“정태웅 지휘사님, 암부가 정말로 국방부에 의해 수배된 겁니까?”질문한 사람은 백경재였다.정태웅은 주먹을 쥐고 고개를 끄덕였다.“말도 안 됩니다. 국방부에서 왜 갑자기 암부를 겨냥하는 거죠? 암부는 화진의 최고 정보 부문인데 왜 그런 짓을 하는 거죠?”백경재는 이해할 수 없었다.“문아름 그 지독한 여자가 벌인 짓이 틀림없어요!”정태웅의 두 눈에서 불길이 뿜어져 나올 것 같았다.“이황왕 문아름 말입니까?”“맞아요. 그 지독한 여자는 처음부터 우리 암부를 없애고 싶어 했어요. 그녀는 우리 암부가 저하께서 직접 설립한 곳이고 자신에게 굴복할 리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죠.”백경재는 그 말을 듣고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알겠습니다. 자기 편이 아닌 사람들을 다 없애 버려서 독재하려는 속셈이군요!”옆에 있던 주세호는 고개를 들어 정태웅을 바라보며 물었다.“그러면 이제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서울로 돌아가려고요?”정태웅이 말했다.“돌아가야죠. 당연히 돌아갈 겁니다. 하지만 소채은 씨가... 걱정이 되네요.”암부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게 된 후로 정태웅은 3대 지휘사로서 지금 당장 서울로 돌아가고 싶었다.그는 민규현과 천현수가 걱정되었고 서울에 있는 암부원들이 걱정되었다.하지만 소채은은 현재 시독이 발작한 상태였고 그 때문에 마음 놓고 떠날 수가 없었다.“소채은 씨는 걱정하지 말아요. 제가 잘 보살필게요. 정말로 서울로 돌아갈 생각이라면 제가 비행기를 준비해 줄게요. 하지만 현재 서울이 어떤 상황인지 알지 못하는데 돌아갔다가... 위험해질까 봐 걱정이 되네요.”주세호는 솔직히 말했다.정태웅도 주세호의 마음을 알고

  • 구주, 왕의 귀환   제911화

    정태웅은 흥분해서 말하더니 바닥에 널브러진 검은 복면을 쓴 시체들을 가리켰다.“조금 전 이 겁 없는 놈들이 이 근처에 숨어있는 걸 보았어. 그래서 죽였어.”윤구주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사실 윤구주는 비행기에서 뛰어내린 뒤 곧바로 강성으로 돌아갔다.하지만 용인 빌리지에 도착했을 때 그곳은 텅 비어 있었고 그래서 곧바로 주세호의 윈워터힐스로 왔다.윤구주가 이곳에 도착했을 때 그는 우연히도 주변에 매복하고 있던 검은 복면을 쓴 킬러들을 발견했다.윤구주가 간단히 상황을 설명하자 세 사람은 곧바로 깨달았다.“저하, 드디어 오셨군요. 저하가 정말 너무 보고 싶었다고요!”정태웅은 감격한 나머지 눈시울까지 빨개졌다.윤구주는 웃으며 정태웅의 어깨를 두드렸다.“채은이는?”소채은을 묻자 세 사람의 안색이 살짝 달라졌다.그들의 표정 변화를 본 윤구주는 서둘러 물었다.“왜 그래? 채은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야?”“저하, 저하께서 떠나신 뒤 소채은 씨는 갑자기 발작하셨습니다... 지금은 혼수상태예요.”주세호는 한숨을 쉬면서 대답했다.소채은의 시독이 발작했다는 말에 윤구주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얼른 날 채은이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 줘.”“네!”세 사람은 서둘러 윤구주를 데리고 소채은을 보러 갔다.병실 안.주세호 일행은 윤구주를 데려왔고 소청하는 윤구주를 발견했다.“구주야, 드디어 돌아왔구나!”소청하는 흥분해서 윤구주의 곁으로 달려갔다.“아버님, 죄송합니다. 제가 채은이를 잘 돌보지 못했어요. 걱정 많으셨죠?”윤구주가 말했다.“아냐, 어떻게 네 탓을 하겠니? 그런데 그동안 어딜 갔었던 거야? 왜 이제야 돌아온 거야?”소청하는 윤구주가 부성국에 갔다는 걸 몰랐기에 궁금해서 물었다.윤구주는 그에게 설명해 줄 여유가 없어서 말했다.“아저씨, 그건 다음에 설명해 드릴게요. 지금은 채은이를 먼저 보고 싶어요!”“그래, 그래. 채은이 여기 있어!”소청하는 그렇게 말하면서 서둘러 윤구주를 데리고 침대 곁으로 다가갔다.침대 위에는 창

  • 구주, 왕의 귀환   제912화

    그 자리에 있던 정태웅을 제외하면 윤구주가 전성기 실력을 회복했다는 것이 뭘 의미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그건 화진의 무적이었던 남자가 돌아왔다는 걸 의미했다.그리고 10개국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살신이 드디어 돌아왔다는 걸 의미했다.하지만 백경재와 주세호는 이러한 것들을 몰랐다.그들은 그저 놀란 얼굴로 윤구주를 바라볼 뿐이었다. 윤구주는 며칠 만에 사람이 달라진 듯했다.“됐어. 다들 나가보세요. 전 채은이 몸에 있는 시독을 없애야 해요!”윤구주는 말을 마친 뒤 소채은을 부드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정태웅, 백경재, 주세호, 소채은의 부모님은 윤구주의 말을 듣고 방에서 나갔다.방에서 나갈 때 천희수는 답답한 심정으로 물었다.“여보, 구주가 우리 딸을 치료할 수 있을까요?”“구주가 치료할 수 있다면 치료할 수 있는 거야.”소청하는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주 회장님이 데려온 그 많은 의료진도 우리 딸의 병을 치료하지 못했잖아요. 그런데 윤구주가... 치료할 수 있겠어요?”천희수는 의심이 들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이 세상에서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희 저하는 반드시 믿으셔야 합니다. 두고 보세요. 형수님은 곧 나을 겁니다!”정태웅은 가슴팍을 치면서 장담했다.천희수는 더욱 어안이 벙벙해졌다.우선 그녀는 왜 그들이 윤구주를 저하라고 부르는지, 왜 소채은을 형수님이라고 부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에게 있어 윤구주는 그저 기억을 잃은 녀석일 뿐이었다.그런데 왜 갑자기 신분이 하나 더 많아진 것일까?하지만 정태웅은 당연히 그녀에게 이런 것들을 설명할 수가 없었다.“정태웅 지휘사님, 주 회장님. 저하께서... 부성국에 한 번 다녀오시더니 사람이 좀 달라진 것 같지 않아요?”백경재가 갑자기 말했다.윤구주의 문기지인 백경재는 꽤 오랫동안 윤구주의 곁을 지켰다.갑자기 돌아온 윤구주는 외모도, 기운도 아주 많이 달라졌고 백경재는 그 점이 의아했다.“하하하하! 백경재 씨, 우리 저하께서는 전성기 실력을 회복하셨는데 달라지지 않을 수가

  • 구주, 왕의 귀환   제913화

    정태웅은 차갑게 코웃음 치면서 말했다.“맞아요. 바로 그 잡놈들이에요!”“영문의 사람들이 왜 여기 나타난 거죠? 게다가 저희를 감시하다뇨?”주세호는 이해를 할 수 없었다.정태웅은 잠깐 고민한 뒤 말했다.“영문 놈들이 국방부에 붙은 것 같아요!”“국방부요?”“네! 영문 놈들은 돈이라면 환장해요. 아마도 국방부에 매수되어 우리를 상대하려는 걸 수도 있어요.”그 말을 들은 주세호는 침묵했다....방 안, 윤구주는 정태웅 등 사람들을 내보낸 뒤 소채은의 시독을 없애기 시작했다.천시 고충은 군형의 가장 기이한 독이었다.사실 이 독에 당하고 살아남은 사람은 없었다.하지만 마침 윤구주가 수련한 구양진용결로 이 시독을 억누를 수 있었다.전에 윤구주는 기린화독 때문에 순수한 혈액을 사용하여 소채은을 치료할 수 없었는데 지금은 달랐다. 윤구주는 전성기 실력을 회복했고 체내의 기린화독까지 없앴기에 소채은을 치료할 수 있었다.병상 위 소채은을 본 윤구주는 부드럽게 소채은의 창백한 뺨을 쓰다듬었다.“채은아, 내가 곧 시독을 없애줄게. 조금만 기다려줘!”말을 마친 뒤 윤구주는 곧바로 봉왕팔기 중 소생술을 시전했다.“소생술!”윤구주가 두 손으로 수인을 맺자 녹색의 생명의 빛이 그의 손바닥에서 나왔다.이 소생술은 사람을 기사회생시킬 수 있다고 한다.녹색의 생명의 빛이 나타나는 순간 윤구주는 두 손으로 소채은의 등을 눌렀다. 에너지가 천천히 소채은의 체내로 흘러 들어갔다.소생술로 치료하는 것은 시간이 조금 걸렸다.약 한 시간 뒤, 소채은의 몸에 드디어 반응이 생겼다. 그녀의 창백하던 얼굴에는 혈색이 돌기 시작했고 사지에 생겼던 시반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시독이 이미 온몸으로 퍼져나갔기 때문에 당장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오직 내 구양진용결만이 채은이를 치료할 수 있겠어!”윤구주는 그렇게 말한 뒤 결연한 눈빛을 해 보였다.그는 반드시 소채은을 치료할 생각이었다.그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두렵지 않았다.그 순간 윤구주는 손가

  • 구주, 왕의 귀환   제914화

    윤구주가 구양진용결을 시전한 순간, 윈워터힐스 전체에 금빛이 감돌았다.소채은의 방 위쪽에는 9개의 금색 빛기둥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세상에, 뭔 일이래요? 여보, 저것 좀 봐요...”마당에 있던 천희수는 소채은의 방에서 9개의 금색 빛기둥이 치솟는 순간 겁을 먹고 비명을 질렀다.소청하도 금색 빛줄기를 보고 놀라서 입을 떡 벌렸다. 그는 완전히 넋이 나갔다.다들 놀라워하고 있을 때 정태웅이 갑자기 흥분해서 9개의 빛줄기를 바라보았다.“저하께서 구양진용결을 시전하셨어! 소채은 씨 살 수 있겠어!”옆에 있던 사람들은 그 말을 들었고, 주세호가 가장 처음 반응했다.“구양진용결이요?”“맞아요. 이 세상에 천시 고충을 해결할 수 있는 건 저하의 구양진용결뿐이에요!”정태웅이 다시 말했다.크엉!이따금 용의 울음소리가 소채은의 방 안에서 들려왔다.하늘 높이 치솟은 9개의 금색 빛기둥과 금빛에 둘러싸인 윈워터힐스를 본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시간은 천천히 흘렀다.금빛으로 뒤덮인 방 안에서, 윤구주와 소채은 두 사람 또한 금빛에 둘러싸여 있었다.이때 윤구주는 구양진용결을 사용해 소채은의 시독을 없애고 있었다.한 시간이 지났고, 두 시간이 지났다.치료는 밤 11시까지 이어졌다.거의 밤 12시가 되어서야 검은색의 코를 찌르는 악취를 풍기는 피가 소채은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그것은 시독이었다.검은 시독이 입에서 뿜어져 나와 바닥에 닿는 순간, 바닥이 치직 소리를 내면서 부식되었다.마치 황산처럼 말이다.연달아 10번 넘게 독을 토한 소채은은 드디어 안색이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시독을 뱉은 뒤 그녀의 몸에 생겼던 시반은 전부 사라졌고, 감각이 없던 사지도 조금씩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같은 시각, 윤구주의 금빛 눈동자에서 신념이 뿜어져 나왔다. 그는 소채은의 몸을 살펴보기 시작했다.그는 신념을 이용해 소채은의 몸을 엑스레이 검사를 한 것처럼 똑똑히 보았다.소채은의 몸을 확인해 본 윤구주는 결국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드디어 시독을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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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한 계단씩 갈수록 더욱 어려워지는 난관들도 이 평범한 사람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만약 윤구주와 맞서야 하는 적의 입장이었다면 지금 이렇게 차분히 계단을 오르는 윤구주는 마치 깊은 심연 그 자체였을 것이다.그의 강력함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고 오히려 그가 올라올수록 위에 있는 사람들은 엄청난 압박감에 휩싸였다.검종의 검객들이 잠시 정신을 놓은 사이 윤구주는 이미 사백 계단까지 올라와 있었다.하지만 사백 계단쯤으로는 아무도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화진의 또 다른 황자 구주왕의 후계자였으니까.윤구주가 오백 계단을 밟는 순간 모든 이들은 숨을 죽이고 그를 응시했다.눈길을 떼지 못한 채 그의 오름을 지켜보았다.오백일…… 오백이십! 오백오십! 오백구십구!“마침내 구구관에 도달했다.”“칠구는 수겁이요 구구는 극히 넘기기 어려운데.”진정한 고수들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과연 윤구주가 이 한 걸음을 쉽게 넘을 수 있을지 모두가 궁금해했다.윤구주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산 아래를 바라보았다.그가 본 것은 단순한 산이 아니라 마치 화진의 온 세상 같았다.한눈에 화진의 대지와 산천이 모두 담겼다.눈앞에 펼쳐진 화진의 아름다운 대지는 숨 막히는 광경이었다.하지만 동시에 이 끝없는 강산 곳곳에 묻혀 있는 수많은 해골도 함께 보였고 그의 마음은 순식간에 비장함과 슬픔으로 가득 찼다.윤구주의 내면을 감지한 서요산 검종 종주의 법신이 곧바로 그의 곁에 나타났다.“구주야 화진의 산천을 잘 살펴봐! 천하의 용맥은 모두 화진에서 비롯되었고 이 한 획 한 획은 백성의 척추와 같다! 눈에 비치는 물의 맑고 흐림은 중요하지 않아. 지나치게 눈 부신 빛은 우리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고 너무 어두운 밤은 희망을 앗아가기 마련이지. 하지만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화진의 이 산천은 영원히 굳건히 서 있을 거야. 왜냐하면 푸른 산마다 묻혀 있는 충신의 뼈와 넋들이 이 나라를 지켜주고 있으니까.”서요산 검종 종주는 윤구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그 온

  • 구주, 왕의 귀환   제2027화

    진인들은 말했다. 임정설이 만약 집념을 내려놓는다면 육백 계단까지도 오를 수 있을 거라고.장인 대진인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하지만 그가 진정으로 집념을 놓는다면 더 이상 화진의 국주가 아니지. 바로 이런 끈질긴 의지가 있기에 그분이 화진 백성을 다스릴 수 있는 것이다.”다른 진인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운명이란 그런 법이다. 아마도 집념을 놓았다면 임정설은 오백 계단조차 오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이때 임정설은 아직 남아 있는 절반의 계단을 바라보며 씁쓸히 미소 지었다. “어쩌면 여기서 멈춰야겠구나.”임정설은 다시 뒤를 돌아 윤구주를 바라보았다. 그가 자기 자식이자 동료처럼 여기는 윤구주가 과연 몇 계단을 오를지 궁금했다.깊은 생각에 잠긴 임정설이 곧바로 말을 꺼냈다.“구주야 이제 네가 올라서 봐! 화진의 구주왕다운 실력을 보여줘! 적어도 나보다는 못하면 안 되지 않겠냐?”아래에 서 있던 윤구주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원래 그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국주의 바람이라면 흔쾌히 도전할 마음이었다.“명 받들겠습니다!” 윤구주는 말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계단을 밟아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기 시작했다.구주왕이 등천로에 도전했다는 소식에 서요산 검종 전체가 술렁였다.검객은 물론이고 잡일을 돕는 제자들까지 모두 금정에 모여들어 그의 모습을 보고자 했다.심지어 하늘 위 어둑한 구름 사이에서도 한 쌍의 법안이 열렸다. 바로 서요산 검종 종주의 법신 환영이었다.임정설이 먼저 정상에 올랐고 장인 대진인을 포함한 일곱 진인과 서요산의 모든 제자들은 화진의 황자를 향해 몸을 숙여 예를 갖추었다.“모두 일어나시오. 그대들이 없었다면 화진은 이미 혼란 속에 빠졌을 것이오. 진정 국가와 화진을 위해 헌신한 것은 바로 그대들입니다.” 임정설은 화진의 모든 백성을 대표할 순 없지만 왕실을 대표하여 임 씨 일족의 지도자로서 서요산 검종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표했다.“국주께서 과찬입니다. 우리는 그저 각자의 방식대로 묵묵히 힘썼을 뿐입니다. 화진의 백

  • 구주, 왕의 귀환   제2026화

    일곱 진인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그들은 국주가 이미 등황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사백 계단은 쉽게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과연 그들의 예상대로 임정설은 멈추지 않고 계속 오르며 오백 계단을 가볍게 밟아 올랐다. “오백 계단을 밟으면 등황의 경지에 오를 수 있습니다. 우리 일곱 진인 중에서도 오직 장인 대진인께서만 과거에 오백 계단에 오르셨고, 현재 서요산에 살아계신 유일한 오백 계단 수련자이십니다. ” 한 진인이 감탄하며 말했다.이 말을 듣자 옆에 있던 백호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선임 도사님 그러면 그 도사님도 황자란 말씀입니까? ”“하하! 우리 서요산에서는 외부의 그런 칭호를 쓰지 않아요. 우리 사이에서는 그를 반신이라고 부릅니다.” 진인들이 웃으며 말했다.청해가 옆에서 덧붙였다. “서요산 검종에서 말하는 반선이 황자를 뜻하는 거야. 근데 그 서요산 반선 진짜 어마어마하게 강한 인물이거든. 예전에 곤륜 구역에서 귀한 영약 찾으러 들어왔다가 우리 빙신전 전주랑 빙황 두 명이 같이 상대했는데도 둘 다 거의 죽을 뻔했어. 결국 아사 신전한테까지 도움 요청해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지.”“뭐라고?”백호는 놀라서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진짜 그렇게 강한지 의문이 들었다.일곱 진인 중 가장 나이 많은 그 진인은 백호의 단순한 반응에 웃음을 터트렸다. 사실 그가 바로 그 반선이었다. 다만 백호가 워낙 세상 물정에 둔감하여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저 놀라기만 하고 있었다.그사이 임정설은 이미 오백오십 계단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이 단계에 이르자 임정설도 거의 극한에 도달했다.“역시 직접 올라와 봐야 이 압력을 제대로 실감하는구나! 오백사십 계단까진 무리 없었는데 오백오십 계단에서 도저히 버틸 수가 없구나.”지금 임정설을 압박하는 것은 단순한 술도의 압력만이 아니었다.과거의 온갖 기억들이 마장이 되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일곱 진인은 모두 임정설의 기운이 혼란스러워진 것을 느꼈다.“장인 사형, 국주님께서 심마에 걸리셨군

  • 구주, 왕의 귀환   제2025화

    청해의 눈길이 자주색 도포를 입은 진인에게로 향했다.서요산검종에서 종주를 제외한 나머지 일곱 명의 진인이 가장 높은 수련을 가지고 있으며 평소 종문 내의 모든 일은 이들 일곱 명이 책임지고 있다.기세는 마치 대강의 파도가 넘실대듯 깊고 끝이 보이지 않는 산과 숲처럼 무한히 이어져 있었다. 그의 수련은 깊이가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서요산 7대 진인의 수련이 극 신급 절정이라고 들었는데 지금 보니 그 말이 너무 가볍게 들리네요. 귀하의 수련은 적어도 극 신급 절정 후반에 다다랐군요.”청해는 세 명의 진인에게 경의를 표하며 몸을 굽혔다.“서요산의 전통은 천 년을 자랑하며 그 깊이는 변함없이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반면 곤륜 구역은 스스로 신을 자처한 이후로 계속해서 내분을 일으켰습니다. 수련을 통해 세상을 떠난 후 도를 깨닫는다는 말처럼 곤륜 구역은 천하의 영기와 천물을 흡수했지만 제 생각에는 도를 얻지 못한 곳입니다. 지금 당신이 화진에게 올바른 수를 두는 것은 맞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노력하면 극 신급 절정 후반도 절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한 진인이 답례하며 말했다.그때 몇몇 사람들은 서요산 검객들의 함성에 이끌려 사방을 살폈다. 백호가 사백 계단을 올라갔다는 소식이었다.“대단한데요. 서요산이 전성기였을 때도 사백 계단을 오른 이는 드물었어요. 우리 몇몇 진인들도 입문 시에 사백 계단을 넘은 적은 없었죠.”몇몇 진인들이 칭찬했다.이는 백호가 미래에 매우 큰 가능성을 지녔음을 의미했고 적어도 극 진경 후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극 진경 후반은 곤륜 구역에서 신전의 전주가 될 수 있는 실력이다.지금 사백 계단에 오른 백호는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 완전히 의지로 버티며 강력한 정신력으로 계속해서 오르고 있었다.그러나 아무리 강한 운명을 지녔다 해도 천지의 이치를 막을 수는 없다.사백오십 계단에 도달했을 때 백호는 결국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의식을 잃은 것은 시험이 끝났다는 신호였고 백호는 곧 깨어났다.“겨우 사백오십 계단이라니

  • 구주, 왕의 귀환   제2024화

    서요산 검객들이 모두 그 무인의 정체를 궁금해하자 진인도 더 이상 뜸 들이지 않고 말했다.“저분은 구주왕 휘하의 화진 군신이자 국방부 대장 백호 장군이시다.”검객들은 모두 입이 벌어진 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군신의 명성은 당연히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보호하는 영웅이었으니까.“정말 구주왕 휘하의 군신이라니!”“역시 저런 굳센 의지가 그냥 나온 게 아니었어! 수많은 전장을 누빈 명장다운 모습이다!” 서요산 검객들은 백호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현재 백호는 이미 삼백이십 계단을 돌파한 상태였다. 백호가 혼자 주목을 독차지하는 걸 본 청해도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고 계단에 발을 내디뎠다.처음 백 계단은 청해도 육신의 힘으로 버텼다. 하지만 백 계단을 넘자 육체만으로는 견디기 어려워졌다. 그는 술법으로 대응하려 했지만 평소 쓰던 빙신전의 신술이 계단 위 술법에는 통하지 않았다.“역시 화진의 서요산 검종은 보통이 아니구나. 이 등천로에선 일반 술법이 먹히지 않으니 천지 영기에 대한 깨달음으로 맞설 수밖에 없겠어.” 청해는 몸을 감싸고 있던 현빙을 거두고 오로지 자신의 속성 영기로만 버티며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막상 올라 보니 이 등천로가 얼마나 어려운지 제대로 실감했다. 이백 계단쯤 오르자 벌써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계단마다 한계를 시험하는 느낌이었다. 올려다보니 백호는 여전히 계단 위로 나아가고 있었다. 청해도 질 수 없다는 마음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서요산 검객들도 청해의 수준을 알아보고 속삭였다. “저 이역인은 정말 대단한 내력의 소유자다! 기운이 이미 진인 급에 가까워! 극 신급 절정의 수련자임이 분명해!”이에 대해 진인은 신비롭게 꾸미지 않고 솔직히 말했다. “저자는 곤륜 구역 빙신전의 부 전주 청해다. 경지가 매우 높지. 지금 빙신전은 우리 화진에 귀속되었고 청해 역시 구주왕 휘하의 부하가 되었다. 얼마 전 서울 방어전에서 청현과 목숨까지 걸고 사투를 벌인 끝에 죽을 고비를 넘겼으

  • 구주, 왕의 귀환   제2023화

    백호는 아직도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어느덧 이백오십 계단까지 올라왔다. 이 단계부터는 실체화된 술법이 몸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계단 하나를 오를 때마다 바람, 불 번개와 같은 속성의 영기가 점점 강해졌다. 여기서부터는 육신 횡련의 수련자는 강력한 체질로 버티고 술도 재능이 뛰어난 수련자는 천지 영기를 다루는 능력으로 버텨야 했다. 한마디로 각자의 능력에 따라 갈리는 구간이었다. 어느 한 분야라도 특출나지 않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백호는 술도에는 재능이 없었기 때문에 오로지 강인한 육체 하나로 견디고 있었다.웅!성수의 피가 진동하며 백호의 몸을 지탱했다. 각종 속성의 영기가 몰아쳤지만 백호는 성수혈의 힘을 빌려 억지로 앞으로 나아갔다.수련자에게 있어서 성수의 혈맥이나 법보 등은 모두 신체 외적인 재능으로 간주하지만 그렇다고 이것들이 꼼수나 편법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천 가지 변화와 만 가지 신통력이 있어도 결국 만법은 한 가지로 귀결된다. 법기든 혈맥이든 이를 감당하는 것은 결국 본인의 몫이다. 천지 영기를 이용한 술법도 결국은 그 힘을 감당할 수 있어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며 감당하지 못하면 반드시 반작용을 맞게 된다. 따라서 수련의 길에는 애초에 편법이란 존재하지 않았다.성수 혈맥 같은 천지의 보물은 보통 사람이 함부로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윤구주의 도움을 받았다 하더라도 결국 이를 감당하는 건 백호 자신이었다. 성수 혈맥의 힘을 온전히 감당하며 백호는 결국 삼백 계단까지 올라섰다.계단의 꼭대기 근처에는 이미 서요산 검종의 검객들이 여럿 서 있었다. 서요산 검종은 근대에 들어 삼백 계단을 넘는 인재가 드물었다. 최근 백 년 동안 삼백 계단을 넘은 사람이 고작 열 명 남짓이었고 그중 대부분이 삼백여 계단에서 멈췄다. 그런데 지금 백호는 삼백이십 계단까지 올라선 것이다. 이 정도면 서요산 검종 전체가 떠들썩해질 만한 성과였다.이런 제자가 나타난다면 종문 전체가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래서 서요산의 진인들까

  • 구주, 왕의 귀환   제2022화

    “한 사람의 품성을 제대로 살피지도 않고 마구잡이로 그렇게 많은 수련자를 키워낸다면 결국 천하의 마인을 직접 만들어 내는 꼴이 아니겠어?”청현이 바로 그 실패한 예다. 서요산 검종 종주가 청현의 천재성을 아까워한 나머지 그의 인성을 무시하고 양성한 끝에 결국 역도를 만들어 낸 것이다.“그럼 저하 서요산에 입문한 무술 무인들은 평균적으로 몇 계단까지 오르는지 아십니까?” 백호가 호기심에 물었다. 윤구주는 잠시 생각한 뒤 입을 열었다.“무술 무인의 정확한 데이터는 모르지만 검종 종주와 잡담할 때 들어보니 검종 제자들의 수준이 갈수록 떨어져서 천 년 전만 해도 평균 삼백 계단 정도였는데 요즘엔 백 계단도 못 오른다고 하더구나. 가끔 삼백 계단을 오르는 자라도 나오면 검종 전체가 몇 년은 떠들썩할 정도라고 했어.”“구백구십구 계단까지 있는 시험인데 천 년 전 전성기에도 겨우 삼백 계단이요?” 백호는 입술을 삐죽이며 서요산 검종의 수준이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때 한 번 도전해 볼 생각이야?” 윤구주는 흥미롭게 백호를 바라보았다. 백호는 당장이라도 도전하고 싶은 마음에 윤구주의 허락을 구한 뒤 바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한 계단 두 계단... 오십 계단까지는 아무 어려움도 없었다. 백호는 오십 계단에 서서 사람들을 향해 서요산 검종이 별것 아니라며 놀려댔다. 하지만 육십 계단쯤 올랐을 때 처음으로 압력을 느꼈다. 마치 몸 위에 작은 차 한 대가 올라탄 듯한 느낌이었다. 물론 백호에게는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그는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백 계단에 도달하자 압력이 갑자기 커졌다. 등에 작은 승용차 대신 소형 트럭이 올라탄 듯한 느낌이었지만 아직 백호의 한계에도 가지 못했다.“근래 사람들의 평균이 백 계단도 못 넘는 이유가 이제야 이해가 되네요. 예전의 무인 횡련은 황제도 오를 수 있었지만 요즘 무인 횡련은 죽어라 노력해도 소형 트럭 하나 못 버티는 수준이니 말입니다.”백호는 농담을 던지며 계속해서 계단을 올라

  • 구주, 왕의 귀환   제2021화

    전에 임정설은 구오 지존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나라를 위해 힘쓰며 수모를 견뎌내고 살아남으려 했다.하지만 이제 황제가 된 그는 죽음을 생각하게 되었다.그 탓에 이번 관문 앞에서 그는 망설였다.살아 있는 자만이 통과할 수 있는 관문이었다.죽음을 마음에 품은 자는 절대로 넘어설 수 없는 관문이었다.그 자리에 있던 사람 중 청해만이 그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생각했다.‘황제가 되면 곤륜 구역에서 최고 경지에 도달하는 건데. 기뻐해도 모자랄 판에 왜 죽음을 택하려는 거지?’“저하, 국주는 아직도 풀리지 않은 듯합니다. 저하도 사랑하던 이에게 배신당했어도 결국 극복해 나갔잖습니까.”백호도 이해하지 못했다.그는 여전히 국주보다는 왕이 더 낫다고 여겼다.“네가 뭘 안다고 그런 말을 함부로 내뱉느냐.” 윤구주가 단호하게 말했다.백호는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그는 어리숙하고 말솜씨도 없기에 생각나는 대로 말했을 뿐이다.“내가 문아름에게 배신당한 건 억울한 일이지만 나는 그녀에게 잘못한 게 없다. 오히려 그녀가 날 배신한 거다. 하지만 국주는 그 반대였지. 그가 그녀를 저버린 거야. 정이 깊으면 오래가지 못하고 지혜가 지나치면 오히려 상처를 입는다. 이 세상에서 가장 쓰라린 후회는 가진 뒤 잃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생사를 달리하게 되는 것이다.” 윤구주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만약 소채은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자신도 제정신이 아닐 거라고 느꼈다.“그럼 복수하면 되지 않나요?” 백호가 어리둥절하게 물었다.이때 청해가 눈치를 채고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상대가 너무 강해서 못 이기는 거지. 황제에 오르기 전까진 제대로 맞붙을 힘도 안 돼. 오르고 나서도 이길 수 있을지 장담 못 하고.”윤구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딱 그 말이 맞았다.“그럼 우리가 국주님 대신 복수해 드리면 되잖아요? 국주님은 제 왕이기도 하지만 제 윗사람이기도 하잖아요.”백호가 고개를 갸웃했다.“하하! 만약 세상 사람들이 다 너처럼 솔직하다면 이런

  • 구주, 왕의 귀환   제2020화

    인간이 나쁜 짓을 거듭해 양심을 잃으면 부끄러움도 사라진다. 예전 같으면 아무렇지 않았을 테지만, 지금은 윤구주를 따라 명예심이 생기면서 죄책감도 느끼게 된 청해에게 이 원한의 전법은 고통스럽기만 했다. 물론 곤륜역 한 신전의 부전주로서 정신이 붕괴할 정도는 아니었다.네 사람은 이 원한의 전법도 가볍게 넘어섰다.이때 전법에 관심을 가졌던 임정설이 무언가를 눈치챘다.“구주야, 서요산의 전법은 우연히 들어온 자를 쫓아내는 동시에 수련자의 의지를 시험하는 것이었어. 서요산은 의지력이 확고한 자들만 끌어들인다는 것을 미리 들어 알고 있다. 이게 바로 서요산이 제자를 선발하는 방식인가 보구나.”“그렇습니다. 매년 화진 무도계 사람들이 서요산에 찾아오지만 성공한 자는 극히 드뭅니다. 실패자들 중 십중팔구는 산기슭에서 죽음을 맞이하죠. 어떤 문턱은 넘지 않는 것이 복이 될 때가 있습니다. 모르는 것이 약이죠. 현실을 알고도 바꾸지 못하는 것이 가장 괴로운 법이니까요. 이 관문을 넘는다고 해도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면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입니다.”윤구주의 말이 끝나자 세 번째 전법이 나타났다.첫 번째와 두 번째 전법은 이곳에 들어온 이들을 돌려보내려고 만든 것이지만 세 번째 전법은 달랐다. 이 전법은 살기로 가득 찬 죽음의 전법이었다.평범한 사람들은 여기까지 도달하지 못한다. 이곳까지 온 자들도 앞길의 위험을 보고 함부로 들어가려 하지 않을 것이다. 눈 앞에 펼쳐진 죽음의 길을 보고도 들어가는 자는 스스로 죽음을 원하는 자라서 그런 자들에게 죽음을 내리는 것은 오히려 덕을 쌓는 일이었다.하지만 무도로 도를 깨우치려는 수련자라면 이 관문을 넘기 위해 반드시 목숨을 걸어야 한다. 버텨내야만 수도의 길에 들 수 있고 실패하면 그 후과를 받아들여야 한다.전법 안은 살기로 가득했다. 생기와 영기가 세상을 이롭게 하지 못할지라도 살기와 죽음의 기운은 목숨을 앗아갈 것이 분명했다.진법 내부에는 수많은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무도계에 이름을 날렸던 강자들의 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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