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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소채은은 “베프” 서란과 통화를 마치고는 윤구주를 데리고 스카이가든으로 향했다.

이 곳은 소채은이 세를 들어 지내고 있는 곳이었다.

어릴 때부터 가족의 미움을 받고 지내던 그녀는 진작에 이사를 나와 자취하고 있었다.

“드디어 돌아왔네.”

소채은은 단지 안까지 운전해 한 별장 앞에 세우고는 차에서 내렸다.

윤구주도 따라서 내렸다. 눈앞에 우뚝 솟은 단독 별장을 보고는 괜찮은 집이라고 생각했다.

“저기, 기억 잃은 윤구주 씨, 잘 들어요. 집에 아직 남자를 들인 적이 없어요.”

“그러니 이따 들어가면 아무데나 돌아다니면 안돼요. 알았죠?”

윤구주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소채은은 그렇게 짐가방을 들고 윤구주와 별장으로 들어갔다.

별장의 도어락을 열자마자 거대한 검은 그림자가 소채은을 향해 덮쳤다.

윤구주는 순간 표정이 변했고 손을 쓰려는데 소채은이 그 까만 물건을 안으며 즐겁게 불렀다.

“까망아, 나 왔다.”

소채은이 안고 있는 건 단단하고 날카로운 이를 가진 체형이 거대한 검은 강아지였다.

아니, 까만색 마스티프였다.

마스티프는 소채은의 품에 안겨 머리를 부비적대더니 멍멍 짖기까지 했다.

이 사나운 마스티프가 소채은에게만은 매우 친절하다는 걸 보아낼 수 있었다.

“까망아, 두날이나 못 봤는데 나 안 보고 싶었어?”

소채은은 마스티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승냥이보다도 사납다는 마스티프는 지금 소채은의 품에 안긴 채 온순한 장난감 같았다.

하지만 소채은의 뒤에 서 있는 낯선 남자를 발견하고는 갑자기 성질을 내며 낮은 소리로 으르렁대더니 매서운 눈빛으로 윤구주를 노려봤다.

까망이가 윤구주를 향해 으르렁대자 소채은이 재빨리 그를 당겼다.

“까망아, 안돼. 저 사람은 우리 친구야. 알았지?”

이 마스티프는 사람 말을 꽤 알아듣는 것 같았다. 주인이 이렇게 말하자 다시 차가운 눈빛으로 윤구주를 노려보더니 낮은 소리로 으르렁대며 머리를 숙였다.

소채은은 조금 더 까망이와 놀아주다가 그의 머리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됐어. 이제 알아서 놀아.”

이렇게 말하자 마스티프가 몸을 돌려 다른 곳으로 갔다. 가기 전에 윤구주를 향해 날카로운 이을 드러내는 걸 잊지 않았다. 마치 윤구주를 협박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기억 잃은 윤구주 씨, 무서워하지 마요. 까망이가 겉으로는 사나워 보이지만 사실 되게 좋은 애예요. 전제는 까망이를 건드리지 않는다는 것, 나도 건드리면 안 돼요.”

소채은이 웃으며 윤구주에게 말했다.

윤구주는 멀어져가는 마스티프를 보며 물었다.

“여자가 왜 이렇게 큰 마스티프를 길러요?”

“잉?”

“기억 잃은 윤구주 씨, 까망이 품종도 알아볼 줄 아네요.”

소채은이 의문스레 물었다.

윤구주는 다시 어이가 없어지려 했다.

‘기억을 잃은 것뿐이지 바보가 된 건 아니잖아.’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사실 혼자 있으면 너무 외롭고 무서워서 친구한테 까망이를 사달라고 부탁했어요.”

“솔직히 말해서 까망이만 있으면 저녁에 잠잘 때 더 이상 무섭지 않더라고요.”

소채은이 말했다.

윤구주는 그제야 소채은이 왜 마스티프를 키우는지 알게 되었다. 혼자서 큰 별장에서 지내는 게 두려워서 일부러 큰 마스티프를 키우는 것이었다.

가족의 미움을 받으면서 가족의 핍박을 못 이겨 억지로 결혼한다니 윤구주는 그런 그녀가 조금 불쌍해 보였다.

“됐어요. 아무 데나 찾아서 앉아요. 나는 좀 들어가서 씻어야겠어요.”

“기억해요. 아무 데나 돌아다니지 마요. 까망이가 물 수도 있으니까.”

“미리 말해드리지만, 까망이는 승냥이도 물어 죽이는 애예요.”

소채은은 좋은 뜻으로 귀띔하고는 씻으러 들어갔다.

윤구주는 혼자서 웃었다.

고작 마스티프 한 마리가 위풍당당한 구주왕에게 위협이 되기는 어려웠다.

그때 윤구주 옆을 지키는 4대 장군 중 한 명인 박창용을 따르는 백호는 앞발로 철을 찢었고 대가와 싸울 만큼 강했다.

그래도 윤구주를 보면 고분고분 고양이처럼 잘 따랐다.

추억을 떠올리자 윤구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는 걸음을 옮겨 아까 마스티프가 향한 곳으로 걸어갔다.

마스티프는 단독으로 한 칸을 차지하고 있었다. 윤구주는 들어가자마자 피비린내를 맡았고 자세히 보니 마스티프는 거대한 까만 철제 우리안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고깃덩어리를 물어뜯고 있었다.

사람이 다가오는 걸 느끼고 7, 8킬로는 족히 되는 놈이 바로 으르렁댔다. 앞발은 조금 구부린 채 피범벅으로 물든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며 윤구주를 노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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