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0화

윤구주는 미소를 지으며 문 앞에 서서 세상에서 공격성이 제일 강한 견종인 마스티프를 쳐다봤다.

마스티프는 낮은 소리로 으르렁댔다. 음침한 두 눈은 언제든 윤구주를 덮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윤구주는 꼼짝하지 않고 그저 실눈을 뜨고 마스티프를 지켜봤다. 그러자 보이지 않는 기운이 윤구주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 기운이 나타나자 방 전체가 갑자기 흔들렸다. 그러자 세상에서 공격성이 제일 강한 마스티프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거대한 몸체를 자기도 모르게 뒤로 빼기 시작했다.

마치 무서워하는 것 같았다.

“까망아, 무서워하지 마.”

“나는 널 해치지 않아.”

윤구주는 마스티프가 무서워하자 미소를 지으며 걸어갔다.

그러자 마스티프는 너무 놀라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온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머리도 쳐들지 못했다.

윤구주는 마스티프의 목덜미를 살살 주무르며 말했다.

“가자, 산책 좀 하자.”

이렇게 윤구주는 마스티프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소채은이 샤워하고 핑크색 츄리닝을 입고 나왔다.

윤구주가 얌전히 집에 있을 줄 알았는데 나오자 윤구주가 보이지 않았다.

“기억도 잃은 사람이 어디 갔대?”

“설마, 길 잃은 건 아니겠지?”

윤구주가 아직 기억을 잃은 상태기도 했고 낯선 곳에 금방 왔으니 소채은은 냉큼 밖으로 뛰쳐나가 윤구주를 찾았다.

밖으로 나가자마자 어이없는 장면이 소채은의 눈앞에 펼쳐졌다.

햇빛 아래 그녀가 반년을 넘게 길들인 까망이가 온순한 양처럼 윤구주의 발밑에 엎드려 있었다.

윤구주는 단지에 설치한 정자 안에 앉아 즐겁게 볕 쪼임을 하고 있었다.

‘미친 거 아니야?’

이 광경을 목격한 소채은은 자기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그렇게 사납고 공격성이 강하던 까망이가 기억을 잃은 사람 발밑에 엎드려 있다니, 말도 안 되었다.

“윤구주 씨!”

소채은이 재빨리 달려와 윤구주를 향해 크게 소리를 질렀다.

소리를 들은 윤구주가 잘생긴 얼굴을 돌려 소채은을 향해 웃어 보였다.

“기억도 잃은 사람이 이렇게 막 나오면 어떡해요?”

“말해봐요. 만약에 당신 잃어버리면 어떡해요?”

소채은은 윤구주를 보자마자 호되게 한 소리 했다.

윤구주는 소채은이 이렇게 자기를 관심하자 마음이 따듯해졌다.

“그리고 까망이는 왜 데리고 나왔어요? 까망이 마스티프인 거 몰라요? 세상에서 공격성이 제일 강한 견종이라고요. 그러다 물리면 어떡하려고요.”

소채은이 계속 잔소리를 퍼부었다.

윤구주는 코를 긁적이더니 이렇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요. 나는 못 물어요.”

이 말에 소채은은 어이가 없었다.

“뭐라고요? 우리 까망이가 지금 당신을 못 문다고 한 거예요? 정신 놓은 거죠? 말해두는데 우리 까망이 순수 몽골 마스티프에요. 사자도 무서워하지 않는데 당신을 두려워한다고요?”

소채은이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진짜 나는 못 물어요. 못 믿겠으면 봐요.”

윤구주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더니 이내 바닥에 엎드린 까망이의 머리를 톡톡 건드렸다.

머리를 맞은 까망이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가만히 있었고 짖지도 않았다.

이 광경을 목격한 소채은은 자기 눈이 잘못된 게 아닌지 의심했다.

“까망아, 까망아?”

소채은은 다급하게 마스티프를 불렀다.

불쌍한 마스티프는 고개를 들어 소채은을 뚫어져라 쳐다봤지만 감히 다가가지는 못했다.

이 모습을 보자 소채은은 더 어이가 없었다.

“이런 독한 사람을 다 봤나. 우리 까망이 어떻게 한 거예요? 왜 갑자기 애가 이렇게 된 거죠?”

윤구주는 억울했다.

“내가 뭘 했다고 그래요. 그냥 데리고 나와서 햇볕 쪼임 좀 한 건데.”

소채은이 반박했다.

“안 믿어요. 우리 까망이 전에는 완전 사나웠어요. 근데 왜 지금 이렇게 순둥순둥해진 거냐고요?”

윤구주가 속으로 씁쓸하게 웃으며 생각했다.

‘나 진짜 아무 짓도 안했는데.’

소채은은 얼른 마스티프에게로 달려가 그를 끌고 별장안으로 돌아갔다.

별장으로 돌아와서도 소채은은 까망이를 계속 옆에서 보살폈다.

오히려 윤구주만 혼자 심심하게 앉아 있었다.

이때, 고급 승용차 몇 대가 소채은의 별장 앞에 멈춰 섰다.

차창 너머로 보이는 얼굴에 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렸다.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