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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Auteur: 월야
last update Date de publication: 2026-10-23 00:06:08

이안은 기석을 끌어안고 바위 뒤로 몸을 던졌고, 뜨거운 파편 하나가 그녀의 목덜미를 스치며 지나갔다.

기석이 짧은 신음을 흘렸다.

이안이 그의 얼굴을 확인했을 때, 입가에서는 이미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기석아, 나 봐. 정신 놓지 마.”

그는 힘겹게 이안의 팔을 붙잡았다.

“본부…… 통신 기록…….”

“알았어. 내가 챙길 테니까 말하지 마.”

“지우면…… 안 됩니다…….”

그 말을 끝으로 기석의 손이 힘없이 떨어졌다.

이안은 그의 어깨를 흔들었지만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목 아래로 손을 넣어 맥박을 확인했을 때도 손끝에 잡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준호는 멍하니 기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형…….”

그때 아래쪽 사면에서 다시 총성이 터졌고, 선두의 정태식이 다급하게 외쳤다.

“대위님! 적이 퇴로까지 올라왔습니다!”

이안은 기석의 인식표 하나와 통신 장비를 거둔 뒤 준호의 어깨를 붙잡았다.

“김준호, 나 봐.”

준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여기서 멈추면 우리까지 죽어. 기석이가 지키려던 기록도 가져가지 못해.”

준호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안은 그를 일으켜 세운 뒤 승필의 시신을 옮기던 대원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포탄이 떨어진 곳과 불과 몇 걸음 떨어진 자리였다. 시신을 감싼 방수포는 파편에 찢어져 있었고, 대원 두 명은 부상자를 부축하느라 더 이상 들것을 붙잡을 수 없었다.

이안은 잠시 승필을 내려다보았다.

그를 끝까지 데리고 가고 싶었다. 그러나 적은 이미 아래쪽 길을 막기 시작했고, 포탄이 한 발만 더 떨어져도 살아남은 대원들까지 잃을 수 있었다.

그녀는 승필의 군복을 여며 준 뒤 방수포를 다시 덮었다.

“미안하다, 승필아. 반드시 다시 찾으러 올게.”

정태식이 대원들에게 이동 신호를 보냈다.

이안은 마지막까지 뒤를 돌아보았지만, 빗줄기와 흙먼지에 가려 승필의 모습은 금세 보이지 않게 되었다.

기석의 시신 역시 적의 사격이 집중되는 경사면에 남겨 둘 수밖에 없었다. 이안은 그의 위치를 머릿속에 새기고 통신 장비를 전투복 안쪽에 단단히 고정했다.

두 사람을 데려오지 못했다는 사실이 가슴을 짓눌렀지만, 그녀는 더 이상 멈추지 않았다.

***

새벽 네 시 십이 분, 흑랑은 산허리에 버려진 폐광에 도착했다.

입구에는 녹슨 철제 지지대가 비스듬히 기울어 있었고, 안쪽으로는 오래된 갱도가 깊숙이 이어졌다. 천장에서는 지하수가 끊임없이 떨어졌으며, 바닥 곳곳에 발목까지 차오르는 물웅덩이가 형성되어 있었다.

썩은 목재와 젖은 흙 냄새가 뒤섞인 공기 속에서 대원들은 부상자를 안쪽으로 옮겼다.

열두 명으로 출발한 흑랑 가운데 살아 있는 사람은 이제 열 명뿐이었고, 그중 세 명은 중상을 입은 상태였다.

정태식이 남은 탄약을 확인하며 이안에게 다가왔다.

“대위님, 탄약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적이 밀고 들어오면 오래 버티기 어렵습니다.”

박민재 역시 부상자를 살피던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최 상사 출혈이 다시 시작됐습니다. 당장 후송하지 못하면 위험합니다.”

이안은 무전기를 켜고 본부를 호출했다.

“흑랑 하나. 전사자 두 명, 중상자 세 명. 긴급 철수 요청한다.”

한동안 잡음만 들리다가 마침내 강도윤의 목소리가 돌아왔다.

“이안아, 지금 어디야?”

“폐광 내부입니다. 좌표 전송하겠습니다.”

“그래. 정확한 위치부터 보내.”

이안은 좌표를 입력하고 수신 확인 표시가 뜨는 것을 지켜보았다.

“전송 완료했습니다. 구조기 출발했습니까?”

“지금 상부에서 검토 중이야.”

“강 중령님, 저희는 더 기다릴 수 없습니다. 적의 추격이 계속되고 있고 부상자 상태도 악화되고 있습니다.”

“조금만 버텨. 내가 방법을 찾고 있어.”

이안은 무전기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구조 요청은 승인됐습니까?”

도윤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뒤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안아, 나 믿지? 내가 책임질 테니까 지금 위치에서 움직이지 마.”

그때 기석이 남긴 통신 장비에서 짧은 신호음이 울렸다.

이안은 수신 기록을 확인하다가 손을 멈췄다.

화면에는 새로운 작전 정보가 표시되어 있었다.

**항공 타격 구역 확정.**

**지상 아군 병력 없음.**

**타격 승인.**

이안은 마지막 문장을 다시 읽었다.

지상 아군 병력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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