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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Author: 만보운단
배진운은 이번에 주서용의 말을 끊어버렸다.

“누이, 말도 안 돼. 그동안 조모와 나, 그리고 진연까지 인삼을 그렇게 먹어도 누이처럼 코피를 흘린 적 없었어. 이건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해.”

어찌 됐든 지금까지 인삼을 먹고 코피가 나는 것은 처음 보았으니, 김희영이 주서용을 질투해 인삼에 독을 뿌렸다고 단정했다.

둘째 숙모 유 씨가 뭔가 알아챈 듯 눈빛을 반짝거리며 한마디 끼어들었다.

“서용 아가씨는 참 착해요. 본인이 다쳤는데도 부인의 편을 들어주다니.”

셋째 숙모 이 씨는 눈을 감은 채로 조용히 있고, 나머지는 둘째 숙모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러게요. 서용 아가씨는 정말 착해요.”

“가여워라.”

“이런 식으로 괴롭히면 쓰나요?”

분위기는 순식간에 김희영을 몰아세우며 그녀의 잘못으로 몰고 가기 시작했다.

주서용은 입술을 깨물고 더는 나서서 설명하지 않았다.

지금 상황이 본인에게 불리하지 않으니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마음이 급한 옥정이 눈물을 뚝뚝 흘렸다.

“저희 부인은 서용 아가씨를 해치지 않았어요. 이건 모욕이에요!”

고개를 숙이고 아픈 손목을 어루만지던 김희영의 눈가에 차가운 빛이 스쳤다.

그동안 녕국공 저택 내외를 관리하면서 그녀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었다.

게다가 식구들이 아무 걱정 없이 편하게 지내도록 기존 생활비에 별도로 돈을 추가해서

도와주기까지 했다.

원래 녕국공 저택은 이름뿐이라 창고는 진작에 거덜나서 텅 비어있는 상태였다.

처음 몇 해는 김희영이 갖고 온 혼수를 보태다가, 최근에 배진휘가 조정에서 자리를 잡고 은자가 많이 들어오면서 창고에 재산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 그녀의 혼수로 모든 식구를 먹여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게 정말 진심으로 시댁 식구들을 챙겨주었는데 주서용이 돌아오자마자 자신을 남처럼 여기고 몰아세울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녀의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것이 간사한 사람의 마음일지도. 예전에 내가 멍청했어.’

분위기가 점점 통제되지 않자 노부인은 마음이 조급하여 배진운에게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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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이 갑자기 조용해졌다.그 누구도 주서용이 갑자기 배진휘의 품에 안길 줄은 예상치도 못한 것 같았다.김희영은 눈에 거슬리는 장면을 보고 코웃음을 쳤다.비록 웃음소리가 크지 않았지만 옆에 앉은 배진휘는 똑똑히 들었다.‘왜 웃지?’그녀의 웃음소리가 귀에 거슬렸다.배진휘는 주서용을 밀치고 담담하게 설명했다.“서용이 넘어질 뻔한 걸 내가 부축한 것뿐이오. 또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시오.”그 말에 김희영이 웃음을 거두었다.‘또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라고?’그녀는 마치 자신이 오해하여 일을 크게 만들고는 트집을 잡는 소인배처럼 말했다.김희영이 차갑게 대답했다.“쓸데없는 생각하지 않았고 오해한 적은 더더욱 없어요.”두 사람이 어르신이 계시는 앞에서 부끄러운 줄을 모르고 치근덕거리는데,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이런 행동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것은 예전에도 주서용과 배진휘는 남녀 사이에 아무런 방어도 하지 않고 선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을 설명했다.하긴 주서용은 지금까지 그가 가슴속에 간직한 유일한 사랑인데 지금 당장 합방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충분히 절제한 것인지도 몰랐다.그에 비하면 오늘 이렇게 껴안는 행위는 아주 작은 것에 불과할 것이다.김희영은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평소 엄격하던 저택의 규칙들은 주서용이 나타나서부터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먼저 배진운과 배진연이 제대로 학당에 다니지 않더니, 지금 주서용은 아무런 명분도 없이 매일 배진휘와 치근덕거리며 껴안고 있으니, 녕국공 저택의 규칙들은 그저 장식에 불과할 뿐이었다. 주인들이 본보기가 되지 않고 흐트러졌으니 하인들의 마음도 덩달아 흔들리기 시작했다.그것을 눈치챈 노부인은 두통이 밀려와 얼른 염 어멈에게 주서용을 부축하라 일렀다.“술을 마시지 말라는데 고집을 쓰더니. 참.”노부인은 그저 탄식만 할 뿐, 탓하지 않고 하인에게 해장국을 끓여오라 지시했다.주서용은 아직도 술 기운에 볼이 빨개져서는 염 어멈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의자에 앉았다.그러자 순간 은은한

  • 국공 나리의 첫사랑   제29화

    본래 편하게 앉아 있던 배진연은 김희영이 나타나자, 인사도 건네지 않고 황급히 일어나 주서용의 뒤에 숨어버렸다.주서용은 그 이유를 모르고 대신 설명했다.“진연이 부끄러워서 그런 것이니 괜히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진연은 어려서부터 나랑 꼭 붙어 다니길 좋아했어요. 어쨌든 아직 어린애라서 우리 어른들이 무섭게 꾸짖으면 안 되잖아요, 그렇죠?”김희영이 코웃음을 쳤다.“그게 무슨 뜻인가요? 이 집에 시집온 후로 단 한 번도 막내 아가씨를 무섭게 꾸짖은 적이 없고 다른 뜻도 없어요. 오히려 서용 아가씨의 말이 왠지 이간질하는 것처럼 들리네요.”웃음을 머금고 얘기하던 주서용의 입가가 살짝 경직되었다. 사실은 무슨 말로 반박할지 몰라 말문이 막힌 것이었다.김희영은 겉으로 조용하고 다정한 인상을 주면서 입은 생각보다 거침없었다.“내가 생각 없이 말했으니 마음에 두지 마세요.”그때 노부인이 바둑알을 내려놓고는 염 어멈의 부축을 받으며 탁자에 다가왔다.“그저 한 말에 희영은 화를 내지 않아. 서용아, 음식들은 다 준비됐느냐? 배고프니까 어서 먹자.”주서용은 황급히 대답하며 아랫것들에게 나머지 요리를 올리라 지시했다.탁상에 여덟 가지 음식과 국 하나가 놓여 있었는데, 다양한 요리를 준비한 것 같아도 대부분 노부인과 배진휘가 평소 좋아하는 음식이었다.주서용은 열정적으로 김희영을 자리에 초대하고, 노부인은 그녀의 손을 잡아 자신의 오른쪽 자리에 앉히더니 반찬을 집어주면서 말했다.“희영아, 여기 앉아. 그동안 집안일을 처리하느라 고생했다.”김희영이 다정한 목소리로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배진휘가 그녀의 곁에 앉더니 국을 떠서 앞에 놓아주었지만, 그러든 말든 김희영은 보는 척도 하지 않고 무시했다.또 무시당한 배진휘는 이마에 핏줄이 튀어나왔지만 자신이 먼저 잘못했으니 김희영의 체면을 위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배진연이 눈동자를 굴리고는, 주서용을 배진휘의 다른 쪽에 앉혔다.“내가 조모랑 같이 앉을게. 오늘 서용 언니 음식을 준비하

  • 국공 나리의 첫사랑   제2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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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공 나리의 첫사랑   제27화

    ”흑흑, 저는 은혜를 갚고 싶었을 뿐인데 부인이 냉정하게 저를 팔아버렸어요. 서용 아가씨, 제발 저를 받아주세요...”안에 있던 주서용은 노부인에게 물을 따르다가 밖에서 들리는 소리를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마침 밖에서 들어온 염 어멈에게서 대충 상황을 듣고 눈빛을 반짝거렸다.이제 막 돌아와서 저택에 자리를 잡지 못했기에 주변에 도와줄 하녀가 필요했다.홍아라는 하녀는 예전에 주서용이 몸값을 주고 데려온 아이였다.만약 그런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홍아가 곁에서 시중을 들었을 것이다.본래 충성스러운 하녀인데, 이제 노비 장사꾼에게 팔려간 것 때문에 김희영을 죽도록 미워하게 생겼으니 이 장기말을 반드시 옆에 둘 것이다.“외조모, 저와 홍아한테도 주인과 하인으로서의 인연이 있어요. 홍아가 제 곁에서 시중을 들겠다는데 부인이 노비 장사꾼에게 팔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이게 대체 무슨 처사란 말이에요?”노부인은 그동안 집안일에 손을 떼고 전부 김희영에게 맡겼었다.예전에 그녀가 어떤 결정을 하든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았는데, 지금은 주서용과 관련된 일이기에 차마 두고 볼 수 없었다.“염 어멈, 집사한테 전하게. 홍아를 남겨서 서용의 시중을 들고, 다른 하인들도 월영헌에 보내라고. 이번에 희영은 너무 편파적으로 일을 처리했네. 하인들이 서용을 모시겠다는데 아무 말도 없이 팔아버리는 게 어디 있나? 이 말도 희영한테 전하게.”그래도 주서용은 왠지 불안했다.“그동안 외조모와 오라버니가 나만 감싸고 돌았다고 부인이 원망하는 건 아니겠죠? 그래서 오늘 무고한 하인들을 괴롭히고 화풀이한 게 아닐까요?”노부인이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그럴 리가 없다. 희영은 속 좁은 아이가 아니야. 네가 우리한테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고 있을 거다.”주서용이 입을 삐죽 내밀고 노부인의 어깨에 기대었다.“그건 모르는 일이죠. 저와 오라버니가 어려서부터 사랑한 사이인데, 혹시나 제가 오라버니를 뺏길까 봐 두려워서 그런 걸지도요.”그녀의 말에 노부인이 착잡한 표정으로

  • 국공 나리의 첫사랑   제26화

    설화가 숨김 없이 당당하게 대답했다.“제가 노부인을 오랫동안 모시면서 절대 거짓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그래도 배진휘는 믿지 못하는지 눈살을 찌푸리며 하녀의 안색을 살펴보았다.설화는 조모가 가장 신뢰하는 하녀 중의 한 명이었다.평소 분수를 잘 알고 김희영과 별다른 친분도 없었기에 굳이 그녀를 위해 거짓말할 이유가 없었다.하지만 주서용이 김희영을 모함했다는 사실만큼은 믿기지 않았다.그의 마음속에 주서용은 항상 한결같고 순수한 사람이기에, 그런 더러운 수단을 사용할 리가 없었다. 그런데 설화가 한 말이니 또한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그는 머리가 아파져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어쩌면 노부인이 부부가 싸우는 것을 원하지 않아 시킨 거라고 생각될 수도 있었다.어찌되었든 김희영이 국공 부인이라는 것은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사실이니까.배진휘는 더는 어르신에게 걱정을 끼치기 싫어 일부러 믿는 척하고 설화와 옥정을 보냈다.그리고 자신의 창고에 들어가 보석 몇 가지를 골라 상자에 담고는 모운원으로 보냈다.김희영은 탁상 위에 놓인 보석을 물끄러미 쳐다보고는 여름에게 돌려보내라 지시했다.이제 배진휘가 아무리 귀한 물건을 보내도 절대 마음을 굽히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비단 상자에서 예전에 받았던 장신구 4개를 꺼내 옥정에게 던지며 팔라고 명령했다.그 뒤로 며칠은 노부인에게 문안을 드리는 것 외에 누구도 만나지 않았다.심지어는 며칠이나 문전박대를 당한 배진휘가 아무리 대문 앞에서 사과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결국 인내심이 바닥나자 배진휘는 더는 모운원에 찾아와 비위를 맞추며 사과하지 않고 또 소매를 뿌리치고 떠났다.한편 김희영은 그가 화를 내든 말든 치욕스러웠던 그날을 회상하지 않으려고 애썼다.모든 감정을 억누르고 차분하게 장부를 정리하고는 집안의 잡동사니를 정리했다.그리고 집사가 돌아다니면서 각 처소에 말을 전하고 옥정과 여름이 심부름을 해주었다.사흘이 되던 날, 창고를 관리하던 장 어멈이 우물쭈물하며 보고했다.이틀동안 창고에 있던 값진 물건들

  • 국공 나리의 첫사랑   제25화

    노부인은 배진휘를 서재로 끌고 가더니, 더는 참지 못한듯 큰손자의 뺨을 세게 내리쳤다.“너까지 멍청하게 왜 그러느냐? 어찌 희영에게 모질게 대할 수 있어? 제정신이냐?”배진휘는 조금 후회되었지만 입만은 살아 있었다.“희영이가 서용을 밀쳐서 화가 나서 그런 거예요. 저, 저는 그저 사과하라고 했는데… 오히려 고집을 피우면서 당당하게 말하길래… 예전에는 제가 하는 대로 다 따라주더니, 지금은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고집을 피울 때마다 너무 화가 나요…!”그 말에 노부인은 더욱 시퍼렇게 질린 채로 따지기 시작했다.“그렇다고 송이를 내세워 강제로 절을 시켜? 희영은 우리 녕국공 저택의 안주인이야. 이것이 소문이라도 나면 앞으로 어찌 이 가문을 관리하겠어? 진휘야, 예전에 네가 어떤 일을 당했는지 항상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거라. 왜, 서용이 돌아오니까 정신을 말아먹었냐? 자기 명성뿐만 아니라 우리 가문이 어떻게 다시 일어섰는지 잘 생각해 봐. 그동안 너도 나도 힘들게 살았다. 다시 5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으냐?”배진휘는 눈을 내리깔고 눈물 범벅인 김희영의 얼굴과 넋이 나간 눈동자를 떠올렸다.“조모, 앞으로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노부인이 한숨을 내쉬었다.“네가 아직 서용을 잊지 않은 걸 나도 안다. 게다가 이제 서용이 살아서 돌아왔으니 더는 내려놓을 수도 없겠지. 하지만 진휘야, 너는 반드시 알아야 한다. 지금 저택의 안주인은 김희영이라는 것을. 그동안 희영은 우리 가문을 위해 고생이 참 많았다. 게다가 너도 조정에서 김 태부의 영향을 받아 큰 공을 세운 덕분에 폐하의 신뢰를 얻고 지금 자리까지 올라오게 되었다.”“…”“지금 가문의 영광은 김희영의 희생과 연결되어 있으니 우리가 절대 배신하면 안 된다. 오늘 내가 확실하게 말해두마. 국공 부인은 김희영 외에 누구도 허락하지 않겠다. 그게 서용이라도 안 된다.”노부인은 주서용을 총애하긴 하지만, 가문의 영광에 비하면 개인적인 가족애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대세를 위해서 고려한다면 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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