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실력이 부족한 걸 누굴 탓해.”염구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공격할 자세를 취했다. ‘설마 그럼 아까 그 희미한 그림자?’라모의 머리속에 한 장면이 스치고 지나갔다.“온다, 다시 공격해!”“빨리 대진을 꾸려!”라모의 부하들은 모두 전투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었기에 알아서 반격할 준비를 했다. 그러나 그들이 만난 건 전신전 전주, 수많은 전투를 단 하나의 패배도 없이 승리한 자, 어떤 반격을 해도 모두 무용지물이었다. 염구준의 손바닥에서 무형의 기운이 마치 파도처럼 그들을 덮쳤다. 몇 차례의 공격이 오가고 결국 대다수 죽어 라모와 무성 경지 부하 두 명만 남게 되었다. “이게… 설마, 전신 경지…?”염구준의 공격에 놀란 라모가 중얼거렸다. 눈 깜빡할 사이, 수많은 정예 부하들이 죽었고,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다.“알아차렸다면, 얌전히 사람을 넘겨라.”염구준은 길게 설명하기 귀찮아 대충 말했다.“넘기라고? 내 부하들을 이렇게 많이 죽여놓고, 쉽게 네 뜻대로 될 것 같으냐?”라모가 미친 사람 보듯 염구준을 바라보며 다시 공격태세에 들어갔다.“분명 경고했다. 듣지 않은 건 너야.”염구준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헌납!”라모의 외침에 남은 두 사람이 자신들의 본명충을 라모의 본명충에게 먹히도록 했다. 그러자 라모의 본명충이 와구와구 그것들을 씹어먹으며 기력을 보충했다. 라모의 본명충 몸이 점점 커지더니 전신 경지에 있는 강자만큼 강한 기운을 내뿜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이 순식간에 이루어졌다.“와라, 네가 설령 전신 경지라 할지라도 소용없다.”자신의 본명충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기운을 느끼며 라모는 다시 자신감을 얻었다. 펑하고 허공에 두 사람의 공격이 맞닿았다. 그 순간, 라모는 자신의 판단이 잘못 됐음을 깨달았다. “으윽, 너 전신 경지 이상이구나!가슴이 뻥하고 뚫리며 피가 철철하고 흘러나왔다. 라모는 그제야 염구준의 강함을 알아차렸지만, 이미 때는 늦은 후였다. 이제 남은 건 죽음뿐이었다. 부하들의 헌신에도
염구준은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저 놈 붙잡아 다리 부러뜨려! 어디서 감히!”염구준이 대답이 없자 경비원들은 그가 겁먹은 줄 알고 더 기세등등해서 말했다. 하지만 강자에겐 말이 필요 없다는 것을 이들은 모르고 있는 듯했다.염구준은 덤덤히 앞으로 나아가면서 몸에서 폭발적인 기운을 뿜어냈다. 경비원들은 순식간에 그 힘에 제대로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날아갔다. 그에겐 이들은 개미보다도 연약한 존재, 걸림돌조차 되지 못했다.“악!”경비원들이 바닥을 뒹굴며 고통에 몸부림쳤다. 한 번만에 이들은 치명적이 부상을 입었다.“아이고, 몰라봐서 죄송합니다. 누굴 찾는지 알려주시면, 바로 연락 넣겠습니다.”멀리서 상황을 관망하고 있던 경비원들이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겁먹은 목소리로 말했다.“용필이라는 사람을 찾고 있다. 아는 거 있나?”염구준이 평온한 목소리로 물었다.“살려줘! 그, 그 사람이다!”그 말을 들은 경비원들이 부상자들을 포함해 모두 기겁한 표정을 지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염구준의 얼굴을 알아보는 이들은 별로 없었으나, 용필을 찾고 있는 악마의 소식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왜 저렇게 겁먹었지?”염구준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별장 내부에 라모와 비슷한 기운을 뿜는 자들이 기척에 잡혔는데, 유달리 한 기척이 신경이 쓰였다. 휘이익! 이때, 양옆 우거진 숲 속 어디선가 피리 소리가 들려왔다. 이어서 어마어마한 양의 독전갈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목표는 단 하나, 염구준이었다!“어리석긴!”염구준이 가볍게 웃으며 몸을 말렸다.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마치 순간이동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목표물이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지자, 피리 불던 사람이 놀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나 찾아?”그런데 이때, 뒤에서 염구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악!”얇은 비명소리가 수풀 사이에 울려퍼졌다. 피리를 불던 사람은 여자였다. 그녀는 놀란 나머지 손에 들고 있던 초록빛을 띠고 있던 피리가 바닥에 떨어지
잠시 고민하던 수안이 사람들을 향해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대장로님, 몇몇을 데려가 뒷산에 폐관 수련 중이신 전 문주님을 모셔와요. 이장로님, 사람들을 시켜 그 용필이라는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고 찾는 즉시 데리고 와요. 저는 그동안 여기서 시간을 끌도록 할게요. 전갈문 운명이 걸린 일이니, 모두 한 마음 한 뜻으로 협동하길 바라요.”꽤나 그럴싸한 명목이었지만, 사실 수안은 속으로 자신만의 계산을 하고 있었다. “네, 문주님!”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그녀가 딴 생각하고 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염구준은 별장 깊은 속으로 들어가며 점점 더 강한 기세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거의 저항할 틈도 없이 당하거나 도망치기 일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기어이 전갈문 고위층들이 모여 있는 건물에 도착했다. 하지만 모두 떠난 듯, 그 사이에 모두들 떠나 보이지 않았다. 염구준은 눈을 감고 서서히 기운을 주변으로 퍼트렸다. 그러자 여기저기 뿔뿔이 흩어진 강한 기운들이 느껴졌다. 그 중에서 녹지대 쪽에서 가장 강력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것은 금색 빛을 띤 한 독총이었다. 저들도 염구준이 최소 전신 경지에 있다는 것을 알 텐데, 독충을 꺼내 들다니, 의아했다. 그는 더 가까이로 다가가 확인하기로 했다. 그러자 인기척을 느낀 것인지 독충, 아니 독전갈이 어딘가로 빠르게 도망치는 것이 느껴졌다. “재밌네. 날 유인하려 들어?”염구준은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독전갈을 따라갔다. 전갈이 향한 방향은 바로 뒷산, 전 문주가 폐관 중인 곳이었다. 수안은 시간을 벌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오히려 염구준을 유인해 전 문주가 있는 곳까지 데려다 주었다. 잠시 후, 염구준은 전갈의 안내에 따라 뒷산, 대나무가 우거진 숲에 도착했다. 그 숲 가장 깊은 곳, 대장로는 몇몇 사람들을 데리고 돌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저희 만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적이 왔습니다. 전 문주님, 부디 도와주십시오.”사람들이 간절히 외쳤지만, 돌문
연달아 주먹이 세번 내리쳐지자, 돌문이 쩌저적 갈라지며 사방으로 파편들이 튀었다. 그리고 펼쳐진 광경은 예상했던 대로 아수라였다. 뒤섞인 사람과 짐승들의 시체, 사방을 돌아다니는 벌레들, 토가 치밀어 오를 정도로 역겨운 냄새, 그리고 살기… 동굴 속 노인은 산 사람과 짐승들을 이용해 벌레들을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양을. “큭큭, 그렇게 죽는 것이 소원이라면, 들어주지.”전 문주가 뼈만 남은 듯한 기괴한 몸을 들어내며 섬뜩하게 웃었다.“겨우 자기 자신을 강하게 만들려고 다른 사람을 희생하다니, 정신 나갔군.”염구준이 살기어린 목소리로 차갑게 말했다. 분노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밀어 올랐다.“정의를 지키고 싶다면, 그럴만한 능력부터 갖춰야지. 어디 한번 네 실력을 보여봐라!”전 문주의 신형이 흐릿해지더니, 순식간에 염구준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망설임없이 쏘아진 일격!쾅하고 주먹과 주먹이 부딪혔다. 전 문주가 아무리 빨라도 결코 염구준과 비교할 수는 없는 법! 그의 공격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염구준은 그가 반응할 틈도 주지 않고 발목을 부여잡았다. 그리고 연달아 쾅쾅쾅, 포대를 내리치듯 전 무준를 바닥에 패대기쳤다. 전 문주는 반격하고 싶었지만, 염구준은 전혀 그에게 기력을 모을 틈을 주지 않았다. 전신 경지에 있는 고수가 이토록 허무하게 당하기만 하다니, 전 문주는 이 상황이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상대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한 대가였다. 염구준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전 문주를 허공으로 던졌다. 그리고 동시에 높이 뛰어올라 양손을 굳세게 마주잡으며 전 문주의 등을 강하게 내리쳤다. 전 문주는 바닥에 깊은 구덩이가 생길 정도로 처박히며 온 몸이 갈가리 찢기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쿨럭!”옆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대장로가 놀라 얼굴에 경련을 일으켰다. 비록 지금 자리에 물러난 상태였지만, 전 문주는 오랫동안 무리안을 휘어잡고 있던 강자였다. 그런데 이토록 허무하고도 처참하게 당하다니, 믿기지 않았다. ‘
그렇게 마지막 한방과 함께 전 문주는 온몸이 넝마가 된 채 멀리 날아갔다. 하지만 그래도 죽지 않고 피를 토해내며 말도 안 된다며 끊임없이 중얼거렸다.“당신, 반보천인이었군요.”이때, 한 연인이 나타났다. 바로 자취를 감췄던 현 문주, 수안이었다. “스승님,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좋다. 너와 내가 힘을 합친다면 반드시 저 놈을 몰아낼 수 있을 것이다.”전 문주가 주름이 가득한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하지만 속으론 아무리 둘이 힘을 합친다고 해도 반보천인에겐 안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가 이렇게 말한 건 수안을 방패삼아 도망칠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였다.정말 교활하기 짝이 없는 계략이었다.염구준은 수안 어깨에 올려져 있는 벌레는 보고 곧 모든 상황을 이해했다. 수안이 바로 그를 이쪽으로 이끈 그 전갈의 주인이었다. 하지만 그는 티 내지 않고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수안은 몇 번 신호흡한 뒤, 천천 전 문주에게 다가가 손을 뻗었다. “스승님, 괜찮으세요?”“괜찮….”전 문주가 하던 말을 멈추고 허리춤을 바라봤다. 어느 사이 그의 허리에 비수가 깊게 꽂혀 있었다. 범인은 수안이었다. 이어서 그녀는 연달아 몇 번 더 그에게 칼침을 놓았다. 전 문주는 뜻밖에 상황에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수안을 바라봤다. 이제 그에겐 반격할 기력이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이때, 장도들도 상황을 눈치채곤 충격 받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문주님, 이게 무슨 일입니까?”“복수다!”수안이 담담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녀는 오직 이 날을 위해 모든 치욕을 견디고 또 견뎠다. “설마, 기억난 거야?”전 문주가 곧 끊어질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기억나냐니? 나는 처음부터 기억 잃은 적 없어. 그저 네 놈한테 속아넘어가는 척 연기한 것뿐이지.”수안이 후련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 어린 나이에 감쪽같이 날 속이다니, 대단하구나.”전 문주가 감탄하는 듯하더니, 이내 비꼬았다. “그럼 나랑 잘 때도 꽤 고통스러웠겠네?”“죽어!”수
수안이 모질게 행동한 것은 일부러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널 죽일 이유는 없다. 난 그저 사람을 찾으려는 것이다."염구준은 손을 쓰지 않았다.그는 용하국의 수호신였기에 무리안의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나에게는 손을 쓰기조차 더럽다는 건가요?"수안은 자신의 몸이 싫어질 때가 종종 있었다."살아남았으면 새롭게 태어났다고 생각하고 잘 살도록 해."염구준은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렸다.이토록 협박을 받으면서도 전갈문이 사람을 내놓지 않는 것을 보니 용필은 여기에 없는 듯했다."선생, 제가 어떻게 불러야 할까요?"수안이 깍듯하게 물었다."염구준이다!""염 선생, 만약 제가 용필에 대해 알게 된다면 즉시 알릴 겁니다."염구준의 한마디에 살 용기를 얻은 수안은 감격했다.-"거봐! 크게 배팅하라고 했는데 고집 부리더니 졌구먼!""하하, 오늘은 좀 되는 날인가 보네. 많이 땄어!""이 봐! 동생! 돈 필요하지 않아? 50만 원 혹은 100만 원이라도 뒤집을 수 있어."여기는 ‘필승’, 무리안에서 큰 규모를 자랑하는 도박장이었다.장 내에는 다양한 사람들로 섞여 있어 정보 수집에는 최적의 장소였다. 염구준은 바로 이점을 노렸다."거슬리게 굴지 말고 게임 하지 않을 거면 빨리 꺼져." 한 건달이 욕설을 퍼부으며 염구준에게 다가왔다.건달은 한 시간 동안 그를 관찰하고 있었다. 염구준은 한 푼도 쓰지 않고 여기저기 기웃거리기만 했기 때문이다.염구준은 그를 무시하며 대꾸하지 않았다.무시당했다!화가 난 건달은 손에 든 막대기를 들어 염구준의 머리를 향해 세게 내리쳤다.분명히 살의를 담은 한방이었다.현장의 다른 사람들은 태연하게 바라보면서 강 건너 불구경만 했다.이런 상황은 ‘필승’에서 너무나 흔했고 한 사람 정도 시체가 되어 나가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닌 것 같았다.쾅!막대기가 내려꽂히는 순간, 하나의 실루엣이 휙- 하고 내동댕이쳐졌다. 그것은 벽에 부딪혀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누군가를 죽이려 했다면, 똑같이 당할 각오도 했어야지
"당신 혹시 용하국 사람인가?"염구준이 한 번 더 확인했다."용하, 청해 사람입니다."익숙한 고향 말투에 여자는 재빨리 대답했다.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이 자비를 베풀어 그녀를 고향으로 데려가 주기를 바랐다.염구준이 뱉은 차가운 두 글자에 그녀는 희망을 가졌다."놔라!"건달은 염구준의 말을 곧잘 따랐다. 전갈문 전 문주를 죽인 사람이다. 그들이 감히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저기 선생, 저 여자가 내 돈을 빚졌어. 서로 지켜야 할 선은 지키자고."도규환의 얼굴이 어두웠다."선을 넘겠다면?"염구준은 도규환을 바라보며 도발했다."후!"숨이 가빠지고 온몸이 떨릴 정도로 화가 난 도규환이지만 손을 쓸 엄두는 내지 못했다.도규환이 움직이지 않자 염구준이 한 마디를 덧붙였다."이 여자가 얼마를 빚졌는지 말해봐. 내가 갚아줄게."그의 말에 분위기는 많이 부드러워졌다."20억, 네가 나섰으니, 한자리는 지워줄게. 2억만 주면 돼."도규환은 미소를 지으며 가격을 불렀다.돈만 받을 수 있다면 체면은 상관없었다.그들의 뻔한 수법을 잘 알고 있었던 염구준은 허를 찔렀다."원금을 말하는 거야.""800만 원이에요."여자는 급히 대답했다.이건 사채라고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약탈이었다.염구준은 500만 원을 건네며 모욕했다."여기 500만 원. 남는 건 팁이다."피를 빨아먹는 인간도 아닌 것들에겐 예의를 갖출 필요 없다."그래, 데려가. 그리고 다시는 내 구역에 오지 마."도규환은 꾹 참았다.오늘, 그의 체면은 완전히 구겨졌다.염구준은 전혀 개의치 않았고 떠날 생각도 없어 보였다. 그는 오히려 옆에 있는 여자에게 물었다."또 다른 용하국 사람들도 여기에 갇혔나요?""네. 약 오십 명 정도이고 모두 지하실에 있어요."여자는 작은 철문을 가리켰다.큰일이다!안 좋은 예감에 도규환은 부하에게 사람을 더 불러오도록 했다.한 명 정도는 별거 아니지만, 전부를 놓아주면 큰 손해였다.이들은 모두 돈줄이었기 때문이다."쳐다보고
실력은 부족했지만, 용기는 가상했다!염구준의 마음속으로 내린 평가였다.왜냐하면 이미 문밖에는 강한 기운을 뿜고 있는 두 사람이 가까워지고 있었고, 제만과 그 일행을 전멸시킬 수 있는 실력을 지녔기 때문이다."어라, 제만이네? 이제는 검을 빼 들고 사람을 베려 하는구나."한 남자가 음산한 기운을 풍기며 비꼬았다."흥, 대염무관 같은 이상한 생명체는 일찍 뿌리째 뽑아버렸어야 했어."그 남자 옆에는 마치 철탑처럼 큰 키를 자랑하는 또 다른 남자가 서 있었다.사람의 힘줄을 끊는 자, 소지.사람을 분해하는 자, 게이츠.두 사람은 여기에서 강력한 실력을 가진 악인이었다. 소지는 속도가 매우 빨라 순식간에 사람 손발의 힘줄을 끊을 수 있었고, 엄청난 힘을 진 게이츠는 사람을 두 동강 낼 수 있었다.상황이 불리하다는 것을 깨달은 제만은 급히 옆에 있는 사람에게 말했다."빨리, 무관 강자들에게 연락해!""이미 늦었어."소지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제만의 목을 향해 손톱을 세웠다.전혀 징조가 없었던 공격이었다.제만도 빠르게 반응하며, 검을 휘둘러 소지의 얼굴을 향해 내리쳤다. 그를 물러나게 하려는 것이었다.그러나 경험이 풍부했던 소지는 몸을 살짝 젖히면서 손쉽게 피했다. 그리고는 계속 공격을 이어갔다.가까이 붙으면 제만은 승산이 없었다.젠장!이 점을 알고 있었던 제만은 낮게 욕설을 뱉으며 장검을 버렸다. 단검으로 방어할 생각이었다.그러나 소지의 움직임은 놀라울 정도로 단단하여, 병기와 맞부딪히고도 제만을 찍어 누르고 있었다.기선 제압에 실패한 제만이라 패배는 시간문제였다."문주님!"함께 온 사람들이 위기를 감지하고 도와주려 했으나, 게이츠가 그들을 막아섰다. 그는 혼자서 모든 사람을 막아섰다.한쪽이 우세를 차지하자, 도규환이 더욱 거만해졌다."실력도 없으면서 영웅 행세나 하고 있으니 자살 행위밖에 더 돼?"슬그머니 도발하고 있는 그의 눈이 염구준을 향하고 있었다.염구준에 대한 것들은 전설일 뿐이라서 아무도 그의 얼굴을 본
파악!곧이어 물기둥이 하늘로 솟구치며 거대한 향유고래가 염구준과 멀지 않는 곳에 떨어진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마치 떠나기 아쉬워하는 듯했다.촤악!염구준은 몸을 날려 향유고래의 머리 위로 뛰어오른 뒤, 세 척의 어선 쪽으로 진기를 날려 물보라 일게 했다.이에 향유고래는 곧장 방향을 틀고, 어선을 향해 빠르게 헤엄치기 시작했다.말이 통하지 않아 이런 방식으로 밖에 교류할 수 없었지만 별로 큰 문제는 없었다.그 시각, 1호 어선은 다른 어선보다 조금 더 시끌벅적했다.노대영은 배의 지휘권을 장악한 뒤, 끝까지 저항한 소수만을 제거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포로로 붙잡아두었다.물론 그가 자비로워서가 아니었다.그저 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어떻게 복수하는지 지켜보게 하기 위해서였다.“대영 문주님, 준비 완료됐습니다. 언제든 시작 가능합니다.”노대영에게 붙은 아첨꾼 하나가 다가와 공손하게 말했다. 이번에 출정한 천기문 문도 중 절반 이상이 이미 노대영 편이었다.쿵!노대영은 부도 갑옷을 입은 채로 웃으면서 팔을 휘둘러 노신기를 바닥에 내던졌다.“악독한 놈. 네가 내 아버지를 죽였으니 난 오늘 아버지의 복수를 할 거다.”며칠 전에 대의를 위해서라면 혈연관계는 얼마든지 끊을 수 있다는 그의 말은 그저 노신기를 안심시키기 위함에 불과했다. 그의 가슴 속에 맺힌 복수심은 한순간도 식지 않았었다.“하아...”노신기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의 창백한 얼굴엔 깊은 후회가 서려 있었다.‘그때 불쌍해 보인다고 해서 검은 머리 짐승을 거두는 게 아니었는데.’그는 생각했다. “모든 일은 내가 벌인 거니까 찢어죽이든, 뭘하든 나한테만 해.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 건드리지 말고.”지금 이런 상황에 이른 이상, 그는 더 도리를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전에 이미 노대영에게 그의 출신을 말해주며 그의 아버지가 눈 깜빡하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는 변태 악마라고 말해주었으나 그는 전혀 듣지 않았기 때문에 말해봤자 쓸모가 없다는 걸 알아서였다.스승과 제자의
염구준을 향해 날아오는 것은 엄청난 기운을 내뿜고 있는 금강 방망이 한 개 뿐이었다. 기운의 량으로 보아 세 명의 힘이 전부 들어있는 게 분명했다.이건 베르 일행이 전력을 건 최후의 일격이었다.쾅!한 자루의 검과 한 개의 방망이가 충돌하며 눈부신 불꽃을 일으켰다.폭발적인 에너지가 주변에 퍼져나가며 양측은 잠시 균형을 이루었다.세 사람의 실력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막았다! 얼른 보트 준비해, 후퇴한다!”베르의 창백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비틀거리며 일어나 부하들에게 소리쳤다.루카와 슈카 역시 서로 부축하며 일어섰다.이미 힘이 고갈된 지라 그들의 얼굴엔 혈색도 없었고, 기운조차 미약했다.더 이상의 싸움은 무리였다.“하압!”염구준은 팔에 힘을 주어 금강 방망이를 밀어내려 했지만, 방망이가 꼼짝도 하지 않는 걸 발견했다. 이 전법은 오묘했다. 상대방이 시전하고 조종하지 않아도 타겟을 쫓아 움직이는 것처럼 홀로 움직였으니까 말이다.이대로라면, 몸이 먼저 나가떨어질 판이었다.베르는 떠나기 전에 염구준을 보며 독한 말을 남겼다.“염구준, 자만하지 마라. 스텔라성은 아직 남아 있으니까. 돌아가서 강자들을 전부 불러와 널 죽여주지.”“돌아갈 수 없을 겁니다.”얼음처럼 차가운 염구준의 목소리에 모두가 몸을 살짝 떨었다.이미 흑풍의 사태로 배운 바가 있었기 때문에 염구준은 적을 쉽게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흥, 말은 누구나 하지. 하지만 나중에 지키지 못하면, 네 얼굴에 침 뱉는 꼴이 될 걸?”베르는 비웃으며 염구준의 말을 맘 속에 담아두지 않았다. 자신의 필살기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염구준은 검을 쥔 양손을 살짝 옆으로 움직이며, 손을 놓았다.우웅!그러자 구자검은 더 이상 금강 방망이와 대치하지 않고, 잔상을 남기며 쏜살같이 전방을 향해 날아갔다.같은 시각에 금강 방망이 역시 미친 듯한 속도로 염구준의 왼쪽 가슴을 향해 돌진했다.이건 자신의 목숨으로 적의 목숨을 바꾸는 방식이었다.꽈악!염구준
“염 선생님, 저희가 가서 막을까요?”노신기는 갈등하며 조심스레 물었다.비록 상대가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염구준 덕분에 얻은 것이 많았기에 돕고 싶어서였다.“아니요. 그냥 가만히 계시면 됩니다.”염구준은 단호하게 거절하며 대형 방패를 계속 내리쳤다.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연달아 울렸다.노신기 일행의 실력으로는 개입해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염구준은 잘 알고 있었다. 가봤자 죽을 게 분명하다는 것도 말이다.한편, 전장의 중심에 선 세 사람은 자신들이 고립무원의 상황에 처해있으며, 살려면 스스로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죽을 각오로 덤벼!”쾅!베르의 눈엔 살기가 가득했다. 손에 쥔 대형 방패는 마침내 한계에 도달하며 산산이 부서졌다.그의 피로 물든 두 손에는 어느새 짧은 단검이 들려 있었고, 그는 그것으로 염구준의 가슴을 향해 휘둘렀다.하지만 날카로운 칼날이 스쳐 지나간 자리에 남은 건 얕은 두 줄의 상처뿐, 역시 깊이 파고들지는 못했다.일반적인 공격은 염구준에게 통하지 않았다. 과거, 염구준이 육체의 한계를 돌파한 리아성전의 전주를 쓰러뜨린 것도 필살기와 정제된 진기 덕분이었었다. 심지어 한 번에 쓰러뜨린 것도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싸웠었다.육체가 극한으로 강해진 상대를 쉽게 이긴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염구준은 베르를 걷어차 밀어낸 뒤, 곧바로 루카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세 명을 상대할 때 가장 확실한 방식은, 하나씩 쓰러뜨리는 것이었다.“젠장!”염구준이 갑자기 타겟을 바꿀 줄 몰랐던 루카는 급히 막아섰지만 한 칼에 밀려났고 이어진 두 번째 공격에 부상을 입고 말았다.강자들의 승부는 한 수, 한 수가 치명상이라 조금의 방심도 용납되지 않았다. 자칫하다간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베르는 상황이 좋지 않음을 직감하고 이를 악물며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삼절진을 쓰자!”두 형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빠르게 베르 뒤로 이동한 뒤, 손을 그의 등에 얹었다.이 필살기에 승패가
베르 세 사람을 포함해 이 싸움을 지켜보던 반보천인들조차 염구준이 쓰는 게 무슨 전술인줄 몰라 어리둥절해졌다.방어를 완전히 포기하고 정면으로 달려드는 행위는 자살이나 다름없으니까 말이다.“건방지긴!”“내가 막을 테니 너희는 죽을 힘을 다해 공격해!”이에 베르의 일그러진 얼굴에는 약간의 기쁨이 섞였다. 그는 달려오는 염구준을 보며 포효하듯이 명령을 내렸다. 해저에서의 전투 경험에 의하면, 그는 자신이 특별히 제작한 대형 방패로 염구준의 공격을 최소 서른 번은 막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쾅!그러나 시작에 불과한 염구준의 첫 공격에 베르는 몇 걸음이나 밀려났고, 방패엔 반 치 정도 깊이의 칼자국이 선명히 새겨졌다.이 방패는 염구준의 공격을 막기 위해 베르가 특별히 주문 제작한 거라 다른 것보다 더욱 단단하고 두꺼웠다.텅텅!루카와 슈카도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동시에 염구준의 옆구리를 향해 칼을 박아넣었다.손목에 힘을 잔뜩 실은 터라 염구준의 호체진기를 가뿐히 뚫었지만 몸에는 옅은 상처밖에 내지 못했다.아무리 힘을 더 실어도, 더 깊숙이 찌를 수가 없었다.“육체의 극한까지 도달했다고?”싸움을 지켜보던 반보천인들은 일제히 감탄을 내뱉었다.두 명의 최강 반보천인의 공격을 오직 맨몸으로 버텼다는 것부터 염구준의 육체가 이미 극한까지 도달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쾅! 쾅!염구준은 루카 형제의 공격을 거의 무시한 채, 계속해서 베르에게 맹공을 퍼부었다.공격이 계속 되면서 방패에는 칼자국이 점점 더 많아졌고, 베르도 연달아 밀려났다. 이 엄청난 충격력에 그의 손바닥은 결국 찢어져 버렸고, 상처에서는 붉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 “공격 안 해? 밥 안 먹었어?”베르는 체내의 기혈이 요동치는 것을 느끼며 방패를 들고 소리쳤다.그제야 그는 그가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 했음을 깨달았다.‘방패가 30번의 공격을 버틴다고 해도 내가 버티지 못해.’염구준의 몸이 반보천인의 극한에 다다른 이후, 방어력 뿐만 아니라 힘도 강해져서 전보다 공격이
모두가 향유고래의 위를 보고 눈이 커졌다.기뻐하는 사람도,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었다.사람과 고래가 마음을 합쳐 수많은 고난을 뚫고 마침내 위험천만한 해저 심연에서 빠져나온 거다.그 과정의 험난함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노신기는 드디어 마음이 놓였다는 듯, 기뻐하며 입을 열었다. “염 선생님, 돌아가시지 않으셨군요?”말을 내뱉은 후, 그도 이상함을 느꼈지만, 이미 말을 마친 후라 뭐라고 바꿀 수도 없었다. “어... 네, 살아있긴 합니다.”염구준은 대수롭지 않게 답하며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냈다.솔직히, 좀 웃긴 질문이었다.조금 떨어진 곳에서, 완전히 멀쩡한 염구준을 본 베르는 숨이 턱 막혔다.“염구준, 너...”깊고 깊은 바다 밑에서 화산 폭발과 함께 대지진이 일어난 상황에, 잠수 장비도 없다는 건 그냥 죽음을 의미했다.하지만 염구준은 그 위기 속에서 향유고래를 몰아 드라마처럼 살아 돌아왔다.베르로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었다.“진정해, 나이도 있는데 괜히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와서 그 자리에서 죽으면 곤란하잖아.”염구준은 베르를 바라보며 말했다. 진짜로 열받아서 죽어버리길 바라는 눈치였다.서로 죽이려 드는 사이끼리 예의는 사치일 뿐이었다.“흥! 바다 밑에선 겨우 살아남았을지 몰라도, 여기선 끝이다.”“루카, 슈카! 저 녀석을 죽여라!”베르는 참지 못하고 이를 악물고 염구준을 가리켰다.휙휙.하지만 그 두 형제는 어깨를 으쓱이더니 빠르게 몸을 뒤로 빼며 보트를 밟고 전함 위로 훌쩍 올라가 버렸다.“부성주님, 저 녀석은 강하니 부성주님께서 직접 나서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입에 발린 소리로 한껏 띄워주니 베르도 그들에게 화를 낼 수 없었다.셋이 하나를 상대하는 상황임에도 정작 그의 마음속엔 불안감만이 가득했다.염구준의 강함이, 그에게 공포로 다가왔기 때문이다.염구준은 검을 들고 베르를 향해 겨누었다.“이제 끝을 보자.”이제 거의 모든 상황이 정리되었으니, 갚을 원한은 갚고, 끝낼 일은 끝낼 때였다.“
비록 인수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베르 일행이 드디어 수면 위로 올라왔다.여러 가문을 합쳐서 겨우 20명이 살아서 돌아오고 나머지는 심해에서 전사했다.신비한 생물체가 공격하는 바람에 또 한 번 참담한 손해를 보았다.“빨리 출발해!”베르는 선박에 올라오자마자 부하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다.지금 그의 안색은 보기 흉할 정도로 일그러졌다.정예병들을 잃고 강력한 조력자 세라까지 잃었는데, 고작 가짜 옥패를 찾다가 죽을 뻔했다.“출발해. 바다 화산이 곧 폭발할 거야!”“우리도 스텔라성이 복수하기 전에 이곳을 떠나야 한다!”다른 가문에서도 각자 선박과 잠수함을 타고 먼 곳으로 향했다.바다 밑의 움직임이 너무 커서 그들도 휘말릴까 봐 너무 무서웠다.지금 해수면에 남은 사람은 노신기와 아타의 선박뿐이었다.그들은 염구준이 살아서 돌아오길 기다렸다.저런 인간들도 살아서 돌아오는데 대단한 실력을 가진 염구준은 무조건 살아서 돌아올 거라 굳게 믿었다.“문주님, 소용돌이가 나타났어요.”선박에서 누군가 소리를 쳤다.“소용돌이?”모두의 시선이 그곳을 향했다.소용돌이가 점점 거세게 번지는데 이러다 선박 세 척까지 삼켜버릴 것 같았다.또 위기가 닥치자 그들은 안절부절하지 못했다.“아타 장로님, 저기…!”노신기가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뒷말을 흘렸다.솔직히 그도 염구준이 살아서 돌아오길 기다리고 싶지만 이러다가 백 명의 부하들이 전부 죽을까 봐 걱정되었다.“일단 철수하고 소용돌이가 사라지면 보트로 찾으러 오죠.”아타도 급속하게 퍼지는 소용돌이를 보고 일단 명령을 내렸다.해수면이 올라오면서 작은 섬들을 완전히 삼키고, 멀지 않은 곳에서 소용돌이가 미친듯이 주변을 삼켜 버리기에 이러다 정말 전멸할 것 같았다.노신기가 베르에게 다가가 나지막하게 물었다.“염 선생님은 어떻게 되었습니까?”“하하하, 당연히 내가 죽였지!”베르는 바다에 쩌렁쩌렁 울리도록 웃으면서 빌어먹을 허영심 때문에 또 허풍을 떨었다.당시 현장은 난장판이라 제대로 본 사람은 얼마되지 않
밖에서 보면, 절벽이 곧 무너질 것처럼 거세게 흔들렸다.게다가 바닥에서 진흙과 모래가 일면서 시야까지 가려, 앞에 무엇이 있는지 어느 방향인지 알아보기조차 힘들었다.“하하하, 염구준이 동굴에 묻혔으면 틀림없이 죽었을 거야.”이미 추동 장치로 수십 미터 올라간 베르가 유난히 신나게 웃고 있었다.염구준이 이곳에서 뼈가 부서지고 연기처럼 사라지길 바랬다.촤아아!그런데 기뻐한 지 10초도 되지 않아, 한 그림자가 혼탁한 바닷물을 뚫고 나타난 것이었다.염구준이 아니면 누구일까?“흥, 추동 장치도 없는데 수천 미터나 되는 심해에서 어떻게 올라오나 보자.”베르는 화가 나서 씩씩거리더니 더는 염구준을 상관하지 않고 위로 올라갔다.동굴 밖으로 나온 염구준은 마치 지옥에 온 것 같았다.검붉은 암장이 소용돌이치고 모래벌레들이 꿈틀거리며 사방을 헤엄치고 대왕 오징어도 균열을 뚫고 심연으로 빠져나왔다.이곳의 기괴한 생물체들도 도망치느라 인간을 봐도 공격하지 않았다.염구준은 동굴 밖에 나와서도 바다의 화산이 폭발하는 위기에 처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지금 잠수 장비와 추동 장치는 없고 산소통만 남는데 몇 숨만 쉬면 바닥날 것 같았다.갑작스러운 변고로 아래로 흡수하는 암류가 사라져서 올라가기 쉬웠지만 그래도 시간이 한참이나 필요했다.어쩌면 해수면으로 올라가기 전에 암장에 삼키거나 익사해 죽을 것 같았다.‘방법이 있어.’문뜩 좋은 방법이 생각난 그는 빠른 속도로 심해 모래벌레의 둥지로 향했다.그곳에 죽은 무술인들의 잠수 장비를 찾아볼 생각이었다.슈우웅!얼마 가지 못하고 지면이 점점 격렬하게 움직이며 대량의 암장이 사방으로 흘러나왔다.바다의 화산이 제대로 폭발한 것이다.분화점에서 가장 가까운 모래벌레 둥지는 순식간에 암장이 덮쳐버렸다.“뭐야. 나랑 해보자는 거야?”왠지 모든 불리한 요소들이 전부 염구준을 향하는 것 같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심해에서 알 수 없는 에너지에 의해 놀아나다가 죽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방금 전에 심해 눈물의 덕
신비한 생물체는 춤을 추듯 물속을 떠다니더니 공의 명령을 받았는지 우르르 몰려서 베르 일행을 공격했다.“공격을 멈추지 마세요!”두통이 밀려온 베르는 명령을 내리고 곧장 동굴로 도망쳤다.일부 무술인들도 그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각자 도망치기에 바빴다.생물의 정체와 아직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기에 일단 도망치는 것이었다.“살려줘요!”간신히 숨이 붙어 있는 세라는 베르가 도망치는 것을 보고 자신도 데려가길 바랐다.그런데 본인만 챙기느라 누구도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다.일단 한 걸음만 뒤처져도 바로 죽기 때문에 누구를 도울 여력이 없었다.“아악!”운이 나쁜 무술인들은 대량의 생물체에 공격당해 비명을 지르다 백골이 되어버렸다.그리고 몸에 한두 마리씩 들어간 무술인들은 경련을 일으키다 바로 기절했다.기괴한 생물체는 공격력은 약하지만 일단 몸에 닿으면 방어할 틈도 없이 살해했다.곧 도망친 사람들은 살아남고 늦게 움직이는 사람들은 전부 죽어버렸다.지금 심해에 염구준이 혼자 남았으니, 반투명한 생물체들이 모두 그에게 쏠렸다.“조금만 더!”염구준은 천천히 흐르는 심해의 눈물을 초조하게 바라보면서 여러 번이나 검기를 휘둘러 생물체를 제거했다.아무리 극한 반보천인이라고 해도 이름도 모르는 생물과 억지로 맞서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감당하지 못하면 백골이 되는 것은 한순간이니까.슈슈슝!신비한 생물체가 죽는 족족 살아 있는 생물체들이 계속 헤엄치며 다가왔다.염구준이 검을 휘둘러 죽일 때마다 더 많은 생물들이 나타나는 것 같았다.마치 그의 피와 살을 모조리 먹어 치울 기세였다.그래도 염구준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러 자신을 보호했다.그때 일부 생물체는 그가 방심한 틈을 타서 몸으로 스며들었다.“이것들이 정말 끈질기네.”염구준은 체내의 불 원소의 힘으로 몸 겉면에 황금색 화염을 형성했다.심해에서 불 원소의 힘은 압박을 받아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생물체를 제거하는 데는 효과가 있었다.치지직!그에게 접근한 생물체는 엄청
베르는 동시에 방어한다면 염구준의 공격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하나씩 파괴되는 것을 보고 괴성을 질렀다.“아아아악!”염구준의 검은 여전히 날카롭게 베르의 방어벽까지 쉽게 깨 부셨다.갑자기 대량의 에너지를 사용했더니 구자검이 전처럼 날카롭게 움직이지 않았다.“반격!”이때다 싶어 베르는 다섯 명과 함께 기운을 끌어올려 반격에 나섰다.쿵!맹렬한 공격으로 쌍방은 각자 뒤로 물러서고 그 충격으로 수중에 회오리바람을 만들어 동굴이 심하게 흔들렸다.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미처 방어벽으로 막지 못해 회오리바람에 휘말려 잠수 장비가 깨지고 심해의 수압에 경련을 일으키다 익사했다.그 장면을 본 일부 무술인들은 괜히 끼어들다 죽을까 봐 한참 뒤로 물러섰다.돌기둥에 돌아온 염구준은 아직도 심해의 눈물이 흐르는 것을 발견했다.이렇게 귀한 물건을 낭비할 수 없어, 다른 사람의 산소통을 빼앗아 검으로 자르고는 거기에 담기 시작했다.심해의 눈물이 워낙 밀도가 강해서 산소통의 물이 알아서 흘러나왔다.그때 전체 동굴이 심하게 흔들리더니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아아악!”또 갑작스럽게 닥친 변고에 다들 주변을 경계했다.베르의 표정은 가관이었다.눈앞의 강적도 죽이지 못했는데 또 알 수 없는 위험이 닥쳐서 미치고 팔짝 뛸 것만 같았다.“불꽃으로 비춰!”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몇몇 불꽃이 위를 비추었다.대부분 부하들은 가방에 보물을 하나라도 더 쑤셔 넣으려고 전등이나 불꽃을 만드는 장비를 전부 던졌다.불꽃이 이동할 때마다 주변을 비추었는데 위험한 생물체는 보이지 않았다.대신 아무런 상처도 없는 죽은 시체가 모두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그것을 본 순간 불길한 느낌이 몸을 감싸는 것 같았다.적의 정체를 모르니 아무리 힘이 있어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응?”염구준도 수상한 기운을 느끼다 갑자기 누군가 숨통이 끊어지는 것을 감지했다.죽은 모습은 전에 보물을 찾으러 왔던 무술인들의 시체와 증상이 똑같았다.‘엄청난 생명이 움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