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294화

Author: 잔영
염구준은 광사가 무슨 의도를 가지고 이런 명령을 내렸는지 알아차렸지만, 굳이 막으려 들지 않고 수안을 불렀다.

“먼저 사람들을 구한 다음에, 저 쓰레기들을 치우자!”

두 사람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천무산 사람들이 빠르게 쓰러져 갔다.

“아악!”

끊이지 않는 비명, 살아남은 이들은 완전히 전투 의욕을 잃은 채 산으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오라버니, 쫓아갈까요?”

수안이 염구준에게 다가와 물었다.

“쫓아가. 그리고 전부 다 죽여버려!”

천무산 사람이라면 이제 지긋지긋했다. 한 놈도 살려 두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도망친 인원들도 차례차례 죽음을 맞이했다.

제정도도 둘을 돕고 싶었지만, 서심고에 당해 힘을 쓸 수 없었다.

그렇게 서서히 숲은 다시 고요함을 찾아갔고, 천무산 사람들은 광사를 제외하고 모두 전멸당했다.

그는 소란스러운 틈을 타, 몰래 한쪽 구덩이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부하들에겐 맞서 싸우라고 지시했지만, 이미 실력차이를 실감한 터라 정면승부가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 그는 누구보다 잘 알았다. 광사는 부디 들키지 않기를 기도하며 숨죽였다.

“넌 또 뭐야? 거북이야? 숨는다고 내가 못 찾아낼 줄 알아?”

이때, 위에서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광사가 가장 두려워했던 염구준이 나타났다. 이 따위 야비하고 얕은 수단이 통할 거라 생각한 것 자체가 잘못이었다.

피할 수 없다면, 맞설 수밖에! 광사는 공격하기 위해 마지막 힘을 끌어냈다. 그런데 두려움에 자신이 지금 구덩이 속이라는 것을 잊고 영역을 펼친 탓에 제대로 된 실력을 펼치지 못했다. 오히려 자신이 펼친 공격에 스스로 타격을 입는 아주 치명적이고 초보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허허, 이런 멍청한 놈이….”

그 모습을 보고 염구준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자기 전신 영역에 자기가 당하는 모습은 그도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젠장!”

입안 가득 흑먼지를 먹은 광사가 침을 뱉으며 다시 염구준을 향해 공격을 날렸다. 하지만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 공격이라 허점이 많이 보였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군신의 귀환   제1295화

    “뭐야? 닥치고 있으면 있던 일이 없던 일이 돼? 그리고 라크, 너가 그랬지? 이나라의 고충을 반드시 가져오겠다고. 하지만 지금 어떻게 됐지? 한번 설명해보지 그래?”라크라 불린 남자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그는 당장이라도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으나, 산주가 콕 집어 압박하자 어쩔 수 없이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죄송합니다, 산주님. 제가 보낸 인원들이 모두 연락이 끊겼습니다. 도중에 뭔가 일이 생긴 게 분명합니다.”라크가 조심스레 돌려 임무가 실패했음을 시인했다. 산주는 화가 나면 물불 안 가리는 인물로, 가능한 최대한 자극하지 말아야 했다.하지만 현충은 그의 말을 듣고 더 분노에 차올랐다.“그건 네 사정이지. 임무 기간은 끝났고, 난 결과만 본다. 넌 실패했어, 아니야?”라크는 그의 말 속에 담긴 위협을 느꼈다. 정말 죽을지도 몰랐다. 그는 다급히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기 시작했다.“산주님, 제발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십시오. 제가 직접 팀을 꾸려 가서 물건을 찾아오겠습니다.”하지만 현충의 반응은 냉랭했다.“늦었어! 끌어내, 법규에 따라 처리해버려.”라크는 공포에 질린 채 계속해서 애원했지만, 결국 밖으로 끌려 나가 즉결 처형당했다. 회의장은 깊은 침묵에 빠졌다. 모두들 산주 눈치를 보느라 바빴다. 그 모습을 보며 현충은 몰래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본보기가 되었을 테니, 당분간 이 긴장된 분위기가 풀어질 일은 없을 것이다. 이건 일종의 경고였다. “이런, 이런. 오자마자 피비린내 나는 광경이라니, 기운이 좋지 않군요.”이때, 갑자기 문 밖에 낯선 목소리가 들려오며 조용한 분위기를 깼다. 대부분 알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산주, 현충만큼은 그를 단번에 알아봤고 현충의 얼굴에 경멸이 담겼다. “네가 여긴 무슨 일이지?”흑풍존주가 뒷짐을 진 채 오만한 표정으로 회의장 안으로 들어왔다. “염구준과 대적하려 한다는 얘기를 듣고 도와주러 왔습니다.”“용건이 그게 다야?”현충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하하, 오랜

  • 군신의 귀환   제1296화

    “꺼지라고 했다.”현충이 끈질기게 구는 흑풍존주를 노려보며 손을 뻗어 장풍을 날려 멀리 날려 보냈다. 생각지도 못한 공격에 그는 제대로 한방 맞고 기혈이 뒤틀리며 입에서 피를 쏟아냈다.“커걱, 망할 늙은이!”결국 흑풍존주는 나지막한 욕설과 함께 더 이상 천무산에 있지 못하고 뒤꽁무니 빠지게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회의장은 안엔 다시 침묵이 찾아왔고, 이때 현충이 입을 열었다.“지나간 일은 다시 묻지 않겠다. 하지만 똑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면 목숨 내놓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그의 말이 떨어지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 모두 일제히 한쪽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산주는 한번 뱉은 말은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었다. 현충은 반짝 긴장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흡족하게 웃었다. “삼장로, 지금 하던 거 모두 중지하고, 모든 인원을 천무산으로 불러들여.”“이장로, 무산채 쪽도 모두 포기하고 철수해라.”“대장로, 삼장로랑 이장로가 돌아오는 대로 즉시 산을 봉쇄하고 경계 수준을 최고치로 올려라.”이유 모를 위기감를 느낀 현충은 만반의 준비를 시켰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직접 움직일 예정이었기에, 따로 더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천무산엔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긴장과 압박감이 흘렀다. 무산채. 이곳은 꽤 거금을 들여 만든 천무산 소유 휴양지였다. 하지만 그들이 철수하고 나자 외부인들의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이곳에 있는 이들의 목적은 하나, 어떻게든 옥패를 빼앗는 것, 그것뿐이었다. 무산채 입구, 한 남녀가 나타났다. 바로 염구준과 수안이었다. “오라버니, 저희 바로 천무산으로 가는 거 아니었나요?”수안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여기까지 오긴 했지만, 우린 정보가 부족해. 일단 상황파악부터 하고 움직이자.”염구준은 딸이 걱정되었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이, 확실한 결과를 얻기 위해선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지금 당장 전신전 전주로서 천무산쯤 멸문시키는 건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쌍두성사였다.

  • 군신의 귀환   제1297화

    그렇게 수안을 희롱하려 들었던 남자는 죽음을 맞이했다. 그러나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이년이, 당장 거기 서!”한 남자가 큰 소리로 외치자, 옆에 있던 네 명도 함께 움직이며 염구준과 수안을 둘러쌌다. “당장 너희들을 저놈처럼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할 거야, 당장 꺼져!”수안이 도도한 표정으로 조금의 동요도 없이 남자들에게 말했다. 그녀가 부드럽게 변하는 건 오직 염구준 앞뿐이었다. “움직여! 남자는 죽이고 여자는 모텔로 데려간다!”처음 입을 열었던 남자가 우두머리였는지, 나머지 사람들에게 지시했다. 비록 둘째라 불린 남자가 죽는 모습을 보긴 했지만, 단순히 방심해서 당한 것이라 여겼다. 펑! 하지만 이들은 제대로 한 발 내딛기도 전에 무형의 기운에 맞아 멀리 날아가더니, 즉사해버렸다. 전신 경지 강자를 희롱하려던 대가를 치른 것이다. 그런데 몇몇이 행인들 앞에 나가떨어진 바람에 여기저기에서 불맨 소리가 들려왔다.“제길, 어떤 놈이야?”그러나 곧 수안이 풍기는 무서운 기세에 곧바로 꼬리를 내리며 조용해졌다. 사람이 죽었지만, 그 누구도 나서지 않고 갈 길을 갔다. 여기선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 놀랄 게 없었기 때문이다. 남자들을 처리한 후, 염구준과 수안은 계속해서 안쪽으로 들어가며 상황을 살폈다. 정말 혼란 그 자체였다.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어서 그런지 더 질서가 없었다. 여기저기에서 대놓고 물건을 뺏고, 싸우고, 별의 별일이 다 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좀 괜찮다는 장소는 모두 강자들에게 점령당한 것 같았다. 염구준은 대충 눈에 보이는 호텔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여기, 먹을 것 좀 있어요?”“있죠. 돈만 지불하시면 뭐든 다 있어요.”유니폼을 입은 한 젊은 남자가 다가왔다. “돈은 충분히 있으니, 일단 먹을 것 좀 준비해줘요. 그리고 방 두 개도요.”염구준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상대가 무슨 의도를 갖고 있든, 자신에게 피해만 안 끼치면 그만이었다. 두 사람을 본 직원이 잠시 망설이

  • 군신의 귀환   제1298화

    지금이다!해골당 쪽 사람들이 잠시 다른데 신경이 쏠린 틈을 타, 독비가 손에 들려 있던 뱀을 던졌다. 쉑쉑-뱀이 공중에서 크게 입을 벌리며 독을 가득 품은 앞니를 드러냈다. 보통 사람이 한번 물리면 죽을 수 있는 치명적인 독이었다. “해보자 이 거지?”하지만 해골당도 물은 아니었는지, 곧바로 공격을 눈치채고 날아오는 뱀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사실 좀 전의 빈틈은 그가 유도한 것이었다. 망했다! 독비는 아차했지만, 되돌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렇게 싸움이 시작되었다. 엎치락뒤치락, 두 세력은 아주 치열하게 서로를 상대했다.한편, 식사를 하며 상황을 지켜보던 수안이 물었다.“오라버니, 누가 이길 것 같아요?”염준은 음식에 열중하고 있었다. 뻔하고 보잘것없는 싸움, 보지 않아도 충분히 예상됐다. “지루하게 저런 쓰레기들의 싸움은 구경할 가치도 없어.”반보천인인 그에겐 저들의 무력은 정말 하찮았다. 그리고 잠시 뒤, 드디어 승패가 갈렸다. 독비의 패배였다. 그는 해골당 깡마른 사내에게 어깨를 깊게 베어 완전히 전의를 상실하게 되었다. 거기에 주 전력인 독사까지 잃은 상태였다. 이빨 빠진 호랑이나 다름없었다.“하하, 나한테 안 된다는 거, 뼈저리게 느꼈겠지?”깡마른 남자가 말했다. 사실 겨우 이긴 거였지만, 부하들 앞이라 허세를 부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부하들이 대단하다며 남자를 추켜세우기 시작했다. “역시 대장님, 이기실 줄 알았어요.”“하하, 앞으로 여긴 우리 해골당 거네요!”“독비도 대장님한텐 아무것도 아니네요.”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 호텔 안이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그들이 그러던 말던, 식사를 마친 염구준은 쉬기 위해 방으로 향했다. 이런 분쟁은 그의 관심거리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어이, 거기 둘!”이때, 아까 있었던 일로 앙심을 품은 해골당 대장이 염구준과 수안을 불러 세웠다. “응? 나한테 한 말이야?”염구준이 뒤 돌아서며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럼 너 말고 여기 누가 더 있

  • 군신의 귀환   제1299화

    “쿨럭쿨럭, 너 도대체 정체가 뭐야?”깡마른 남자가 떨면서 고통스럽게 말했다.“전갈문, 수안이다!”수안이 당당히 자신의 이름과 소속을 밝혔다. ‘수안?’“설마 그 전갈문 문주, 전신 중기 강자라고?”남자가 충격 받은 표정이 되더니, 안 그래도 안 좋던 안색이 더 어두워졌다. ‘오늘 아침부터 일진이 사납던 이유가 있었어!’“나를 아는 눈치구나? 이제 왜 너 보고 쓰레기 같다고 했는지 알겠지?”수안이 다시 젓가락을 집어 들며 냉정하게 말했다. “없습니다! 보고도 알아보지 못하고, 제가 어리석었습니다!”목숨이 걸린 일이었기에 남자는 넙죽 엎드렸다. 그 전갈문 문주가 우대하는 남자라면, 염구준은 더 한 강자이리라!“꺼져!”염구준은 짧게 축객령을 내린 뒤, 방으로 올라갔다. 겨우 목숨을 부지하게 된 깡마른 남자는 허겁지겁 부하들을 데리고 호텔을 도망쳐 나왔다. 한편, 독비는 잃어버릴 뻔했던 호텔을 다시 되찾게 되어 크게 기뻐했다. “녀석들, 두 분이 이곳에 머무는 동안 요구하는 것이 무엇이든 모두 들어줘라! 불만이 나오면 다 죽여버리겠다!”“사장님, 그럼 비용은 어떻게 하나요?”어리석은 부하 한 명이 물었다.“멍청한 놈, 이런 대단한 분들을 우리가 대접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 줄 몰라?”독비가 얼간이 같은 부하를 노려보며 호통쳤다. 해질 무력, 천무산 산기슭.하루 푹 쉬며 몸을 최상의 상태로 끌어올린 염구준은 수안을 데리고 천무산으로 향했다. 거사를 치르기 전에 먼저 사전 조사하는 것은 그의 오랜 습관이었다. 천무산 문, 산에 들어가기 위해선 필수로 지나가야 하는 통로,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 앞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모두 얼굴에 실망이 가득했다. “천무산이 봉쇄되면, 이제 어떡하지?”“아니, 느닷없이 산을 봉쇄해버리면 다야? 난 올라가야 한다고! 못 올라가게 하면 강제로라도 뚫고 갈 거야!””“조용히 해. 네가 전신 경지 강자라도 저들에겐 안 돼!”천무산은 옥패를 미끼로 수많은 사람들을 이

  • 군신의 귀환   제1300화

    그런데 이때, 이변이 발생했다. 쉭쉭 거리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수많은 벌레들이 기어 나오더니 두 종사를 둘러쌌다. 모두 풍기는 기운이 범상치 않는 벌레들이었다. 천 번째 관문, 만고탈혼이었다.“빨리 처리하고 여기를 벗어나자!”두 종사가 도망치며 공포에 질린 창백한 얼굴로 소리쳤다. 이들의 공격은 강력했지만, 벌레들의 수가 너무 많아 아무리 죽이고 죽여도 끝이 보이질 않았다. “안 돼!”결국 두 사람이 빈틈을 보인 순간이 왔고, 벌레들은 그 순간을 귀신같이 놓치지 않고 덮쳤다. 둘은 그렇게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세상에서 살아졌다. 침입자를 처리한 벌레들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땅굴로 들어갔다. 주변이 이 처참한 광경을 목격한 사람들 모두 침을 꼴깍 삼키며 공포를 억눌렀다. 만약 분위기에 휩쓸려 저들처럼 천무산을 쳐들어갔더라면, 자신들도 똑같은 처지가 되었으리라! 이들은 다시금 열 여덟 관문의 두려움을 실감했다. “별거 아니네.”하지만 염구준에겐 다르게 비춰졌다. 까다롭긴 하지만 그에겐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는 공격들이었다. 한차례 소란이 지난 뒤, 다시 흥미를 잃어버린 염구준은 수안을 데리고 돌아섰다. 그런데 몇 걸음 떼기도 전에, 한 남자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상황을 보니 수안과 안면이 있는 것 같았다.“문주님, 여기서 뵙게 될 줄은 생각지 못했네요.”수안도 남자를 알아보았으나, 별 다른 친분이 있었던 건 아니었기에 시큰둥했다. “만 회장님이네요. 상인이 여긴 어쩐 일인가요?”남자는 이 지역에 무역으로 유명한 사람이었지만, 전혀 무공을 수련하지 않은 일반인이었다.“하하, 옥패에 무공뿐만 아니라, 희귀병도 치료할 수 있는 비법이 있다는 얘기가 있어서요.”그 말과 함께 만 회장이 옆에 있는 두 사람을 가리켰다. 한 명은 전신 경지 초기에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무성 지상 경지에 있는 사람이었다. 만 회장은 옥패를 얻기 위해 두 사람은 꽤 거액을 주고 고용한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며 수안은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

  • 군신의 귀환   제1301화

    이때, 노파 뒤에서 굉장히 외모가 출중한 한 여인, 리아가 요염하게 걸어 나오며 군중들을 향해 말했다.“천무산에 맞서 옥패를 빼앗아 오려면, 결코 혼자만의 힘으로는 안 된다는 거 다들 아실겁니다. 오늘 스승님께서 이 모임을 주최한 이유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결코 여러분들께 손해가 아닐 테니, 다들 협조 바랍니다. 저희가 오늘 정해야 할 거는 두가지입니다. 첫째, 동맹을 이끌어줄 대표를 선출하는 것, 둘째, 천무산을 어떻게 공격할지 계획을 세우는 것입니다.”눈길을 사로잡는 미모에 사람들의 얼굴이 점점 몽롱해졌다. 모두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자신만 바라보고 있자 리아는 말없이 싱긋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 이제 저희 동맹 대표를 선출해 볼까요? 저희를 천무산까지 이끌어 공격을 주도해줄 분!”그제야 사람들도 정신을 차리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아름다운 여자라도 동맹 대표 자리보단 중요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동맹 맺는 걸 반대하는 건 아닙니다만, 천무산을 점령하게 되면 그 배분은 어떻게 할 겁니까?”한 젊은 남자가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핵심을 찌르는 질문이었다. 뱀 지팡이를 들고 있는 노파, 사우가 무표정한 얼굴로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참 질문이 어리석군. 강호 초행인가? 이익은 각자 알아서 챙겨야지, 동맹은 천무산을 공격할 때만 해당된다.”능력만능주의, 이것이 마로 무리안의 규율이다.“알겠습니다.”그러자 질문을 한 남자를 포함해 주변에 있던 사람들 모두 하나 둘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한 표정을 지었다. 한편, 이 소란속에서도 한쪽에 유유히 차를 마시고 있는 남녀가 있었다.“오라버니는 대표 자리에 관심이 없나요?”수안이 장난스레 물었다.“관심 없어. 아니, 있다고 해도 이 자리를 만든 사람이 있을 텐데, 과연 대표 자리를 남한테 넘겨줄까?”염구준이 차를 한 모금 마시며 홀 중앙에 있는 노파를 바라봤다. 여기 있는 대부분, 이 모임에 응한 순간 노파의 계략에 휘말린 거나 마찬가지였다. “동맹 대표로 내가

  • 군신의 귀환   제1302화

    이때, 누군가가 기다렸다는 듯이 군중들 속에서 말했다. 노파가 사람들을 움직이기 위해 미리 심어둔 스파이들이었다.그러자 동요하기 시작한 사람들이 하나 둘 동조하기 시작했고, 점점 지지하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처음 완고히 거부하던 사람들 마저도 대세가 기울어지니, 어쩔 수 없이 찬성을 들었다. 어찌 되었든 혼자서는 얻을 이익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수안님도 동맹에 동참하시겠습니까?”리아가 수안이 말이 없자 공손히 물었다. 수안은 오늘 모인 인원들 중에도 손꼽히는 강자로서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오라버니?”수안이 옆에 있던 염구준에게 의견을 묻듯 불렀다.“급할 거 없어. 상황이 끝난 다음에 결정해도 늦지 않아.”염구준이 평온하게 답했다.어리석게도 이들은 지금 자신이 무슨 상황에 처해 있는지 알지 못했다.리아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 채 그의 말 뜻을 되물으려던 찰나였다.“죽여! 한 명도 남기지 말고!”갑자기 누군가가 외쳤다. 그러자 홀 곳곳에서 사람들이 무차별한 공격을 쏘아붙이기 시작했다. 무력이 약했던 자들은 정말 반응할 틈도 없이 죽었다.“모두 죽여라!”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갑자기 홀 문이 열리더니, 한가득 무장한 사람들이 쳐들어왔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동맹은 날아가고 사람들의 얼굴이 배신감만이 가득 찼다. 그렇게 각자도생, 서로가 서로의 적이 되었다.“크흑!”염구준이 자신을 향해 칼을 들어 올린 남자의 목을 단단히 비틀어 올렸다.천무산은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이제 막 전투가 본격적으로 시작했을 뿐인데, 사람들은 기세만으로 밀리기 시작했다.“오라버니, 저희도 나서야 할까요?”수안이 주변을 경계하며 물었다.“아니, 우리를 노리고 온 사람도 아니니, 굳이 끼어들 필요 없어.”염구준이 주변을 관찰하며 답했다. 방 안은 혼란스러웠고, 비명과 욕설 그리고 피비린내로 가득 찼다.그리고 멀지 않은 곳, 십여 명이 되는 천무산 강자들이 노파를 향해 달려드는 모습이 보였다. 전장에서는 적장의 우두머리를 잡는 것만큼

Latest chapter

  • 군신의 귀환   제2511화

    염구준은 피식하며 비웃을 뿐, 두려운 기색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수백 명의 무리는 그런 염구준을 멍청이를 보는 것처럼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이렇게 많은 깡패들이 모였는데 한 명이 한 대만 쳐도 상대방을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헤르빈은 단단히 뚜껑이 열렸다.평소 타인이 벌벌 떠는 모습을 제일 좋아했는데 염구준이 그를 무시해서 몹시 불쾌했다.“저놈의 사지를 잘라내고 숨만 쉬게 만들어!”“사지를 잘라!”한 무리 오합지졸이 고함을 지르며 기세등등하게 몰려왔다.순식간에 벌떼처럼 달려들자 부두와 선박에서 지켜보던 행인들이 수근거리면서 탄식했다.“에휴, 저 병신은 뭐 하러 건드렸어.”“이 부두에서 또 망령이 한 명 늘어났네.”“헤르빈에게 용감하게 맞서는 걸 봐서 이따가 시체를 수습해 주자.”이런 상황에서 누구도 염구준이 살아남지 못한다고 확신했다.왜냐면 염구준이 움직이지 않고 기운도 끌어올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곧 도착하겠네.”쿵!그 순간, 갑자기 여러 사람이 무리에서 튀어나와 닥치는 대로 깡패들을 공격했다.최전방에 나서서 공을 세우려던 깡패들은 어느 하나 살아남지 않았다.“한 발짝만 나오면 바로 죽는다!”“감히 염 선생을 공격해? 죽고 싶어?”몇몇 무술인이 염구준의 앞을 막으며 단번에 상황을 통제했다.만약 그들이 협박하지 않고 진짜로 싸운다면 이 깡패들은 한 명도 살아남지 않을 것이다.“때마침 잘 오셨어요.”염구준은 앞에 나타난 일행을 보며 한마디했다.뜻밖에도 아타와 노신기 외에 대어당, 안설홍, 레온의 가주까지 나설 줄은 몰랐다.솔직히 그들과 친한 사이도 아닌데 나선 것이 조금 의아했다.“염 선생, 부디 우리 가문을 위해 복수해 주십시오!”일행은 갑자기 돌아서서 무릎을 꿇었다.염구준은 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증오가 가득한 것을 보았다.“스텔라성이 공격했어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유동심연에서 스텔라성이 큰 손해를 보았지만 우두머리 성주가 나타나지 않았다.노신기는 두 눈을 붉히며 주먹을 꽉 쥐

  • 군신의 귀환   제2510화

    맨 앞에 선 남자는 눈 한쪽만 안대를 하고 왼손에 쇠고리를 낀 흉악하게 생긴 털북숭이였다.“헤르빈! 담배 한 대 피우시죠.”그 남자를 본 선장은 흠칫 놀라더니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담배를 건넸다.이곳의 부두는 크지 않지만 헤르빈의 말이라면 아무도 반항하지 않았다.“형님, 벌써 돌아왔어? 큰 돈을 벌 좋은 일이 생겼나 보네. 나도 껴줘.”헤르빈은 담배를 받으면서 다정하게 불렀다.솔직히 말해서 중간에서 이득을 챙기려는 수작이었다.“무슨 말씀입니까? 선박이 고장 나서 수리하려고 일직 돌아왔어요. 정말 재수없기도 하죠.”촤아악!그런데 선장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헤르빈이 뺨을 날리는 것이었다.그는 가식적인 웃음을 거두고 싸늘하게 협박했다.“영감탱이, 좋게 말할 때 다 불어. 절반씩 이윤을 나누면 용서해 줄게. 아니면… 흥!”이 구역은 각 세력들이 관리하고 있기에 제도나 규칙 같은 것은 없고, 주먹이 강한 것이 일인자였다.헤르빈이 날뛰고 있을 때 누군가 앞에서 짜증스럽게 말했다.“비켜. 길을 막았잖아!”“이 자식이 죽고 싶어? 감히 헤르빈 님한테 그 따위로 말해?”청자켓을 입은 부하가 칼을 들고 염구준을 찌르려고 달려들었다.그들은 평소 나약한 어부들을 괴롭히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이 부두에서 자신들이 일인자이고 자신들의 말이 법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반보천인 무술인 앞에서 이렇게 나댄다면 바로 모가지가 날아갈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쿵!아니나 다를까, 칼이 닿기 전에 염구준은 기운을 발사해 상대방을 살해했다.“헤… 헤르빈 님, 이 자식 죽었어요.”다른 부하가 앞으로 나와 살펴보더니 벌벌 떨며 소리를 질렀다.지금까지 온갖 횡포를 일삼던 그들은 처음으로 살해당하자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짝!“무슨 개소리야?”헤르빈은 부하의 뺨을 쳐서 경고하고는 염구준을 바라보며 고개를 쳐들었다.“내 사람을 죽였으니까 10억 달러 배상하고 한쪽 손을 잘라.”그는 눈앞의 남자가 전주라 확신하고 노골적으로 협박했다.염구준이 시큰둥하게 대답

  • 군신의 귀환   제2509화

    염구준은 검갑을 메고 우두머리에게 다가갔다.그의 몸에서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데 방금 어떻게 복면인을 죽였는지 누구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다, 당신은 누구야?”우두머리는 버벅거리며 물었다.분명 상대방에게서 아무런 기운도 없는데, 압도적인 기세에 눌려 저절로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알 거 없고, 했던 말은 다시 반복하지 않아.”염구준이 주변을 빙 둘러보며 복면인을 째려보았더니, 대장 외에 전부 주먹질만 할 줄 아는 평범한 사람이었다.“비켜. 아니면 바로 죽일 거야.”우두머리는 떨리는 손으로 칼을 로사의 목에 겨누었다.“하.”쿵!염구준은 피식 웃고는 갑자기 기운을 발사해 복면인들을 살해했다.뒤로 날아간 우두머리는 무공 실력이 조금 있다고 간신히 목숨이 붙어 있었다.“당신 반보천인이야?”이제야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운을 감지한 우두머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맞아. 나 반보천인이야!”솔직히 염구준은 그들과의 싸움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가볍게 대처했을 뿐이었다.원래 기운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복면인들이 기어코 죽음을 자초했다.“악!”중상을 입은 우두머리는 갑자기 충격을 먹고 기절했다.난생 처음으로 반보천인을 봤는데 그것도 괜히 건드려서 죽음을 당했으니 심정이 참 아이러니했다.염구준이 손도 대지 않았는데 복면인들은 전부 죽고 싸움은 끝났다.선장과 선원들은 대체 무슨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여기 정리하세요.”염구준은 태연하게 뱃머리 쪽으로 올라가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부두를 쳐다보았다.곧 육지에 오르게 되니 더는 귀찮은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랐다.로사는 고통을 참으며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선배님, 감사합니다!”아직 무술계에 발을 들이지 않아 반보천인이 어떤 레벨인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지켜본 결과 아주 강하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내 이름은 염구준이야. 용하 청해에 살아.”방금 소녀의 절묘한 싸움 실력을 보고 염구준은 자신의 이름을 알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다.만약 무술계에서 성장한다

  • 군신의 귀환   제2508화

    선박이 부두에 도착할 무렵, 갑자기 검정 옷 차림에 복면을 쓴 일행이 갑판 위에 나타났다.염구준은 그들의 기운을 감지했다.가장 강한 우두머리는 종사 경지에 도달했는데 한 주먹거리도 안 되었다.이런 실력이라면 뒤에 있는 세력도 강하지 않을 것이다.“여러분, 저희 선박에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선장이 억지로 웃으면서 다가가 물었다.저들의 옷차림새만 봐도 좋은 일로 찾아온 것 같지 않아 감히 건드리지 못했다.스윽!복면인이 번쩍이는 칼을 선장의 목에 겨누면서 나지막하게 물었다.“암살녀는 어디 있어? 당장 내놔.”곁에 있던 염구준은 일단 나서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역시 그의 예상대로 일행은 로사를 찾으러 온 것이었다.“누구요?”선장은 처음 듣는 말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잔뜩 당황했다.“죽고 싶어?”일행은 더는 묻지 않고 칼로 선장의 목을 베려고 했다.위기의 찰나에 염구준이 나서려고 할 때, 마침 로사가 갑판에 나타나 소리를 질렀다.“나 여기 있어. 무고한 사람들은 해치지 마!”자발적으로 나서서 혼자 상대하려고 하다니, 염구준은 소녀의 용기에 속으로 감탄했다.우두머리는 목표물이 나타나자 단호하게 명령을 내리며 선장을 옆으로 내팽개쳤다.“저 년을 생포해!”열 명 넘는 남자가 몽둥이를 꺼내더니 서로 동선을 맞추며 빠른 속도로 공격했다.하지만 3분도 되지 않아서 로사의 손에 전부 살해당했다.소녀가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던 염구준이 한마디 평가했다.“무술인이 된다면 로사는 아마 무적의 존재가 되겠네.”거의 완벽한 소녀의 동작에 칭찬을 안 할 수가 없었다.“병신 같은 놈들!”뚜껑이 열린 우두머리는 욕을 하고는 직접 칼을 들고 공격했다.탁!하지만 강력한 남자의 힘으로 로사는 단번에 패배하고 말았다.일반인과 무술인은 힘부터 차원이 달랐다.잇따른 공격에 로사는 구석으로 몰려 피할 길이 없었다.“죽어!”로사가 갑자기 고함을 지르더니 몸을 특별한 모양으로 비틀고 맹렬하게 비수를 무찔렀다.그런데 비수는 우두머리의 가슴을

  • 군신의 귀환   제2507화

    스스로 조소하던 로사는 카트 아래에서 가운을 꺼내 몸을 감쌌다.상대방이 이런 취향이 아닌데 계속 이러고 있으면 오히려 반감만 생긴다.솔직히 처음으로 당당하게 남자를 유혹하려 하는데 단번에 거절당해서 매우 부끄러웠다.한참이 지나도 말을 하지 않자 염구준이 소녀의 생각을 추측했다.“내가 대신 복수해줘? 탈출시켜줘, 아니면 무공을 알려줘?”“전부 다요!”로사는 그가 전부 맞힐 줄은 상상도 못했다.염구준은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이 미리 쓴 원고를 던지며 말했다.“거기에 적힌 대로 하면 무공을 터득할 수 있어. 나머지는 너를 도와줄 의무가 없어.”그가 이렇게 호의를 베푸는 것은 소녀가 정말 무공을 배우기에 적합한 인재이기 때문이었다.로사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래도 강요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그럼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어요?”“말해.”마침 염구준도 시간이 있기에 로사의 말을 들어주고 나중에 복수하는 것을 포기시킬 생각이었다.그러면서 음식을 먹는 것을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로사는 일단 생각을 정리하고 조리 있게 말하기 시작했다.“난 고아예요. 아주 어릴 때 고아원에 들어갔었죠. 그곳은 낙원일 줄 알았는데 원장이 나를 신비한 조직에 팔아버렸어요. 나랑 함께 그곳에 간 아이들은 혹독하고 잔인한 훈련을 받으면서 피비린내 진동하는 살인 도구로 살았어요.”“그러다 반 년 전에 내가 조직의 두목을 죽이고 도망쳤어요. 그곳을 이가 갈리도록 원망해요. 선배님은 실력이 강한 무술인이란 걸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았어요. 나를 가엽게 여기고 옆에 하인으로 있게 해주면 안 돼요?”예상하지 못한 말에 염구준은 흠칫 놀라더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만약 네 말이 사실이라면 사정이 딱하긴 해. 그렇다고 난 도와주지 않아.”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지만 로사는 용하인이 아니기에 더더욱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그리고 곁에 하인을 두면 귀찮은 일만 생기기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무공 수련법 한 장을 준 것도 의리를 다한 셈이었다.“그래도 나를 구

  • 군신의 귀환   제2506화

    염구준은 육신이 극한에 도달한 이후로 공격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너… 악!”촤아악!바다의 유령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비수를 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순식간에 뒷목에 서늘한 것이 스치는 것을 느끼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버렸다.나머지 여섯 명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피바다에 고꾸라졌다.“내가 준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자신을 탓해.”염구준은 검을 한바퀴 돌려 피를 털어버리고 검갑에 집어넣었다.그 동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깔끔했다.“다… 당신 사람을 죽였어.”먼 발치에서 사람이 죽는 장면을 본 선장은 너무 놀라 주저앉았다.로사는 그나마 무덤덤하고 나머지 선원들도 많이 놀랐는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솔직히 일곱 명의 무술인이 어떻게 죽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은혜도 모르는 놈들 죽어 마땅하지 않아요?”염구준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이런 악당들이 죽으면 아무도 자신들을 해치지 않아서 기뻐해야 할 마당에 선장은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보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그… 그래도 사람이잖아요.”이제 보니 선장은 그동안 잔인하게 고래를 잡았으면서 사람에게 관대했다.만약 염구준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로사는 비참하게 당했을 거고, 선장 일행은 비참하게 죽었을 것이다.그때 독수리가 기회를 잡고 맞장구를 쳤다.“저 사람들은 당신을 노리고 왔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우리가 억울하게 당한 거라고요. 당장 우리 선박에서 내려요!”“…”독수리의 말에 선원들은 경악하며 쳐다보았다.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정말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촤아악!염구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날카로운 검기를 내리치자 다들 너무 무서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안 돼요. 아직 아이란 말이에요.”분위기가 살벌해지자 로사가 반쯤 드러난 가슴을 감싸고 독수리의 앞을 막았다.구자검의 검기는 소녀의 옆을 스쳐 바다 표면에 물보라를 일으켰다.염구준은 공격하지 않고 협박투로 말했다.“또 나한테

  • 군신의 귀환   제2505화

    드디어 구명보트를 탄 일행이 선장의 도움으로 선박으로 올라왔다.모두 여덟 명으로 그동안 먹지를 못했는지 몸은 수척해지고 탈수 증상이 있었다.“주방에서 음식들 갖고 와. 그리고 링겔을 놔줘.”선장은 일행은 관찰한 후 응급처치를 하기 시작했다.“그런데 음식은 그분한테 줘야 하는데요.”염구준을 무서워하는 선원 한 명이 작은 소리로 일깨워주었다.그러자 선장이 엄숙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일단 이 사람들 주고, 다시 만들어서 보내면 돼.”만약 염구준이 있었다면 일행을 전부 알아보았을 것이다.두 시간의 응급처치를 거쳐서 여덟 명은 드디어 혈색이 돌아왔다.아직 몸이 많이 허약하지만 그래도 목숨을 부지해서 참 다행이었다.“큰일은 없으니까 한동안 쉬면 괜찮아질 겁니다.”선장은 웃으면서 선원들에게 안으로 모셔서 쉬게 하라 일렀다.모두 마음이 어진 어부들이라 바다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보고도 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지금이야!”바로 그때, 돌변상황이 발생했다.구조된 일행 중에서 누군가 소리치자 여덟 명이 동시에 기운을 끌어올려 선원들을 공격했다.평범한 선원들은 저항하지도 못하고 단번에 제압당하고 말았다.“악!”로사는 모두가 방심한 틈을 타 종사지경에도 도달하지 못한 무술인의 목을 베었다.그런데 방금 공격으로 이미 기진맥진했다.“대장, 여자가 있어.”“가만히 있어. 내가 상대할게.”그들은 동료가 죽은 것도 개의치 않고 모두 로사의 몸매만 쳐다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쿵!대장이라는 무술인이 기운을 폭발시키더니 갑자기 덮쳐서 로사를 제압했다.“발버둥쳐. 반항해 봐. 그럴수록 더 흥분되니까. 하하하.”이렇게 혈기왕성한 모습이라니, 방금 전에 죽을 것처럼 시들시들하던 인간 같지 않았다.그 장면을 본 선장은 가슴이 칼로 에이는 것 같았다.지금까지 어부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이런 악당들을 만났다.“너희들 뭐하는 짓이야? 방금 우리가 너희를 살렸어.”선장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놈들의 행위가 이해되지 않았다.“우리를 구했다고?

  • 군신의 귀환   제2504화

    “맞아.”염구준은 소녀의 몸에서 악한 기운을 느꼈지만 덤덤하게 말했다.기운만 보아도 사람 몇 명을 살해한 것 같았다.“날 잡으러 왔어요?”로사는 비수를 꽉 쥐고 또 물었다.“아니야. 길이나 안내해.”염구준이 그 사이 소녀를 관찰한 결과, 무술을 배우기에 좋은 재목이었지만 아쉽게도 인도할 스승이 없었다.두 사람은 오늘 처음 만났으니 더는 소녀의 일에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휴, 무례하게 대해서 죄송해요.”그제야 로사는 비수를 넣으며 사과했다.소녀는 앞장서 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금 싸우려는 자세만 봐도 건장한 남자를 상대하는 것은 문제없어 보였다.선장 침실에 도착하자 로사는 이불을 바꾸고는 한마디만 하고 떠났다.“쉬세요. 음식이 되면 여기로 가져다 줄게요.”“그래. 볼일 봐.”쿵!염구준은 문을 닫고 침대에 쓰러져서 잠들었다.이런 포근함을 오랜만에 느끼는 것 같았다.그리고 머릿속에 그동안 발생했던 일들을 정리했다.황계웅에게서 옥패의 단서를 발견하고, 유동심연에 도착했을 때 나머지 세력이 따라온 덕에 비슷한 정보를 얻었다는 것을 알아냈다.이 정보는 어쩌면 같은 사람이 흘렸을 수도 있다.그리고 심해에서 봤던 가짜 옥패는 흑풍의 표식을 남긴 것을 보아 틀림없이 그놈의 짓이다.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상황은 이랬을 것이다.몇 년 전에 흑풍이 심해에서 진짜 옥패를 찾았는데 위험한 곳이란 걸 알고 적을 죽이려고 함정을 판 것이다.마침 강적을 만난 그는 시기가 되자 일부러 고대 옥패의 단서를 남겨 죽이려고 했는데, 계획과 다르게 적의 육신이 극한 경지에 도달하게 만들었다.…이런 생각을 하다가 염구준은 잠에 빠졌다.밖에 날씨가 화창하고 바람도 적게 불어 항행하기 딱 좋았다.이번은 선장이 직접 나서서 전속으로 달리고 있었다.지금 그는 빨리 부두에 도착하여 염구준의 돈을 받는 즉시 선박에서 내보낼 생각이었다.어쩐지 그는 사람이 아니라 핵폭탄 같았다.조종석에서 할 일이 없는 몇몇 선원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잡

  • 군신의 귀환   제2503화

    그의 재력이라면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 향유고래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바다가 고래의 고향이라 그러지 않았다.“선장, 고래가 엄청난데 잡지 않아요?”갑판에서 몸이 건장한 흑인 선원이 불만을 토로했다.눈앞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돈이니 그럴만했다.“독수리, 주둥이 닥쳐!”선장은 아직도 누군가 향유고래에 미련을 두자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보는 사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독수리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나머지 선원들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선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저기, 아직 볼일이 남았어요?”선장은 염구준이 조용히 앉아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요.”염구준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곳은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단 상륙한 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그게…”선장은 난처한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려우면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폭행을 휘두르면서 강요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선장의 태도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분명하게 말했다.선박은 어부들 것이니 강제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선장은 솔직하게 말했다.“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요. 이제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손해가 엄청납니다.”그들은 염구준이 무섭지만 돈을 벌지 못해 가족들이 굶는 것이 더 무서웠다.“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얼마를 원하세요? 육지에 도착하면 내가 줄게요.”염구준에게 있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100만 달러.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선장은 믿지 않는지 거액의 가격을 부르면서 떠보았다.듣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따져보면 수리비용, 연료, 인건비 등등 모두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으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이걸로 담보할게요. 어차피 당신네 선박에 있으니까 도망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상대방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주은 주먹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