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아래에 있던 철판이 합쳐지더니 구멍난 곳을 막기 시작했다. 아마 이곳의 응급 시스템이 작동한 것 같았다."괜찮은 디자인이네." 이 모습을 본 염구준은 당황했지만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우웅!"경보. 경보. 적의 침입이 있으니 모든 경비원들은 A구역으로 가서 적을 섬멸하기 바람."통로 안에서 앞을 비추던 조명이 갑자기 꺼지더니 대신 적색 경보등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쯧. 들어오자마자 발각되다니.'잠시 후 멀지 않은 곳에서 무거운 발자국 소리들이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매 개의 몸무게가 정상인의 3배 정도인가?'"공격해라!"곧 통로 양쪽이 사람들로 가득 찼는데 그들은 모두 기계적인 소리를 내며 그를 공격했다.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전부 전멸하고 말았다.염구준의 눈에 그들은 그저 시간을 낭비할 뿐, 아무 쓸모도 없었다. 마음대로 왔다갔다 해도 전부 처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몸에서 떨어진 건 대부분이 금속 부품이었는데, 마치 로봇 개조인간인 것 같았다.염구준은 불현듯 막 전신전에 들어갔을 때 들었던 용하국의 미친 과학자 얘기가 떠올랐다. 그는 산 사람을 로봇으로 개조 하려고 했는데 사람의 뇌와 강철의 몸이 있는 강력한 전쟁 기계를 만들기 위해서였다는 했다. 이에 국주는 당연히 동의하지 않았고 그를 밖으로 추방시켜 버렸다."설마 다시 돌아온 건가?"염구준은 의혹을 품은 채로 건물들을 누비며 총통제실을 찾아 다녔다. 이런 인간성을 없애려는 옛 과학자는 가만히 남겨둘 수 없었다. 한편, 총통제실에서 CCTV를 보고 있던 한 중년 남자가 화가 나서 온몸을 떨며 벽에 주먹을 날렸다."흑풍 이 나쁜 놈이 화연 종사를 해결해주면 된다더니, 저게 어디 종사의 실력이야?""나쁜 놈, 나쁜 놈 같으니라고! 감히 날 함정에 빠뜨려?"상대방은 방호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뒤에는 잎사귀 그림이 있었다. 조직의 표식인 것 같았다."1번, 2번, 가서 해결하고 필요하면 그냥 자폭해." 한 중년 남자
"다음에는 순식간에 폭발하는 걸로 설계해. 하지만, 아쉽게도 다음이라는 게 없을 것 같네."염구준은 말하며 중년 남자에게 다가갔다."이럴 리가 없어. 가슴 부분은 초고밀도 합금을 덧씌웠는데 어떻게 뚫릴 수가 있지?"중년 남자는 충격적인 얼굴로 염구준을 바라보았다. 그는 염구준이 이렇게까지 강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완전 괴물이잖아!'"나이를 보니 소문의 그 과학 괴짜는 아닌 것 같은데?" 염구준이 남자를 살짝 떠봤다.배후의 사람까지 알아내 한 번에 뿌리를 뽑을 수 있으면 그야말로 좋았다. 이런 사람들은 세상에 남아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니까 말이다. "하하. 선생님께서는 대학살 무기를 연구하고 있는데, 그게 완성되는 날 너희는 모두 죽을 거야. 선생님께서 공을 세우시는 날이 바로 용하국이 멸망하는 날일 거다."사회에 보복하는 상상을 하며 미친듯이 웃는 모습을 보면 이 중년 남자는 아무리 봐도 정상인이 아니었다.'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 같네.'"그럼, 그냥 죽어라."염구준은 그가 버튼을 누르려는 걸 보고 바로 죽여 버렸다. 참으려 했지만 또 문제가 생겨서는 안되니깐 말이다. 하지만 중년 남자는 마지막까지도 뻔뻔하게 웃으면서 아주 편안하게 죽었다. 연구 데이터를 이미 업로드한 뒤였기 때문에 그가 죽더라도 누군가는 그의 위대한 계획을 계속 완성해나갈 것이기 때문이었다.염구준은 곧바로 모퉁이에 앉아있는 지천만을 보며 물었다."한패인가요?""아니... 아니야."몸에서 부품이 떨어지는 사람은 그 역시 처음 봤기 때문에 지금 매우 놀란 상태였다."그럼 왜 이 호수로 도망온 거죠?" 염구준이 계속 물었다.거위 호수 쪽에는 아무것도 없으니 이쪽으로 도망치는 건 죽음을 자초하는 것과도 같았다. "집에서 나온 후, 호숫가로 도망치면 살 수 있을 거라고 말하는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을 만났었어.. 참, 그 검은 옷에는 검은 단풍이 수놓아져 있었어."지천만은 방금 전의 일을 회상하며 살기 위해 전부 털어놓았다.
손자 역시 어안이 벙벙한 상태였다. 어떻게 돌을 던진 걸로 이렇게나 큰 물보라를 일으킬 수 있는지 던진 자기마저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두 사람이 말하는 사이에 호수에서 다시 물보라가 일더니 곧이어 염구준이 뭍으로 올라왔다."쯧. 짜증나네."그저 단순한 계획이었는데 남의 속임수에 넘어가 버렸으니 기분이 좋지 않은게 당연했다. 그러나 흑풍 존주에게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짧은 시간 내에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판을 다 짜낸 뒤였다. "할아버지, 저 알았어요. 저 사람이 한 것 같애요."손자가 염구준을 가리켰다. 구체적인 상황은 중요하지 않으니 우선 남한테 덮어씌우는 게 급선무였다. "물건 정리하고 이만 돌아가세요. 여기는 곧 수사 지역이 될 테니까요."말을 마친 후 염구준은 휴대폰을 꺼내 현지의 주군에게 전화를 걸었다.이렇게 큰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다가는 사람들의 두려움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거위 호수의 물귀신마저 그에게 잡힐 줄 누가 알았겠나! "존주님, 염구준이 뭍으로 올라왔는데, 조금도 다치지 않았습니다!"10여킬로메터 떨어진 고층건물에서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한 남자가 망원경을 보고는 놀라며 보고했다. "상관없어. 그냥 바둑알일 뿐인걸."흑풍 존주는 가볍게 말했지만 눈에는 살짝 실망감이 어려있었다. 매번 염구준을 잡으려는 계획을 실시할 때마다 사실 속으로 이길거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럼 이제 어떻게 할까요?" 부하가 물었다."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려면 고씨 가문부터 봐야 해. 이 일은 신경 쓸 필요 없어."흑풍 존주는 말을 마치고 힘없이 의자에 기대었다.염구준과 같은 강대한 적수를 상대로 정말 싸우고 싶지 않았지만 옥패를 가지기 위해서라면 싸우는 방법밖에 없었다.사실 속으로는 매우 모순적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말이다. … 그날 밤, 손씨 그룹 경비실.염구준은 책상 옆에 앉아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사람들을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모두 입꼬리가 올라가 있네요. 성과가 좋은가 보죠? 그럼
사람들은 알겠다고 한 후 염구준에게 인사를 하고 떠났다.염구준이 해야 할 일은 다 큰일이기에 그들도 감히 막지 않았다.수안 등이 떠난 후 염구준은 문 밖을 보고 싱겁다는 듯 말했다."왔으면 왔지, 굳이 뭘 숨는 거지?"'역시 예민하네. 이것도 다 발견할 수 있다니.'문밖의 사람은 놀라면서 어둠 속에서 나와 경비실로 들어오자마자 재빨리 문을 닫았다."고대영?"그가 아직 살아 있을 줄은 몰랐던 터라 염구준은 잠시 놀랐다."맞아, 바로 나야."고대영은 염구준의 앞에 와서 의자를 옮겨 앉았는데 표정은 역시나 담담했다."싸우러 온 거야, 아니면 이야기를 나누려고 온 거야?" 염구준은 돌려 말하지 않고 직접 물었다. 만약 상대방이 정말 싸우러 왔다면 시간 낭비 말고 그냥 붙으면 된다. "오해하지 마. 나는 싸울 생각 없어."고대영은 손을 저으며 해명했다. 그는 갈등을 더 빚고 싶지 않았다. "그럼 먼저 말해봐. 길에서 습격당한 일부터."염구준은 그 일에 대해 줄곧 신경 쓰고 있었다."하. 다 그 개자식들 짓이었어…”고대영은 이를 갈며 씩씩대다가 감정을 추스린 뒤 천천히 이야기를 꺼냈다.그는 말할수록 더욱 흥분해서 사람을 잡아먹을 것처럼 눈이 붉어지고 이마에 핏줄이 튀어나올 정도였다. 잠시 후 이야기가 끝나자 그의 눈에는 원한이 가득 어려있었다."역시 흑풍 존주였군."염구준은 오히려 담담하게 계속 수중의 자료를 찾아 보았다. 이전에 추측한 것과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일은 고씨 가문 사람들이 어리석어 이렇게 명백한 함정조차 알아보지 못한 걸 탓해야 했다.파견된 사람들 중 고황호만 살아돌아간 건 너무 불합리 했다. 습격 당했으면 당연히 전멸해야 하는 게 아닌가! 아니면, 고씨 가문에서는 이미 알아차렸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이 기회를 빌어 옥패를 빼앗으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염구준의 마음속에는 이미 몇가지 추측이 있었는데, 어느 쪽인지 확정할 수는 없었다.한편, 고대영은 염구준의 표정을 보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어둠의 원소군.'그가 반보 천인에 들어가며 깨우친 것은 가장 기괴한 어둠의 원소의 힘이었다 매우 깊게 깨우친 터라 불과 며칠 만에 이미 이 힘을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뒤로 왔네."염구준은 발끝을 가볍게 하고 앞으로 뛰어올라 여러 번 점프해서 그림자 공격을 피했다. "어떻게 내 공격 궤적을 알아맞힐 수가 있지?" 고대영은 몸을 드러내고는 신기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그가 깨우친 건 어두운 원소였기에 이 먹구름이 잔뜩 낀 밤에 특히나 우세를 차지했다.'그런데도 염구준의 옷자락조차 건드리지 못했어.'"이 정도 실력이면 그냥 비무를 끝내도 될 것 같네."하지만 염구준은 실망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특수한 특성을 깨우친 반보천인을 만나면 통쾌하게 한 번 싸울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고대영의 실력은 그렇게 강하지 않았다."얕보지 마. 이 수법은 나 자신조차도 통제할 수 없으니까."고대영의 손에는 아직 묘수가 더 있었지만 사용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여졌다."마음대로 써. 죽으면 어차피 내 탓이니까."염구준은 말을 마치고 싸우기 위해 몸을 약간 움직였다. 고대영이 말한 묘수가 대체 무엇일지 그는 매우 궁금했다. "허. 암야 입체!"고대영이 힘껏 외치자 몸에 강한 흡인력이 생기며 주변의 어두운 원소를 모두 체내로 흡입했다. 서서히 어두운 원소가 밀려들면서 고대영의 피부는 점차 검은색으로 변하였고 나중에는 완전히 검은색으로 변하였다.블랙 시저? "몸이 어둠에 물들면 마음도 어둠에 침식 돼서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워."염구준은 옛날 책들을 많이 본 탓에 어둠의 원소에 대해 적지 않게 알고 있었다. '이제 내가 상대해야 할 건 미친 악마겠지.'"죽어!"고대영이 기세를 올리고 소리를 지르자 그 주위의 모든 것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무척 강한 에너지네.'곧이어 고대영은 몸을 흔들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순식간에 염구준의 앞에 나타났다.쾅!순식간에 나타난 검은 그림자에 염구준은 한 대 맞아 버렸고 그가 있던 자리는 아래층
쾅!큰 소리와 함께 고대영의 몸은 높이 튕겨나가 천장을 뚫고 계류장에 떨어지고 말았다.염구준은 발끝을 가볍게 튕기고 윗층에 올라갔는데. 고대영의 몸을 덮었던 검은색이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그는 전투가 끝났음을 직감했다.이번 전투는 썩 괜찮았지만 금방 끝나 별로 즐기지는 못했다. '고대영이 좀 더 강했으면 좋았을 텐데.'"커헉…!"고대영은 몸을 돌려 바닥에 반쯤 엎드린 채 피를 토해냈는데, 중상을 입은 것 같아 보였다.다른 사람이었다면 반보 천인이 첫 전투에 이렇게 완패할 것이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전력을 다한 것아냐…?" 고대영이 고개를 들어 묻자 염구준은 힘을 거두고 정중하게 말했다. "전력에 가까웠어. 비무일 뿐이니 죽일 각오로 할 필요는 없으니까."두 사람 사이에 비록 불화가 있었긴 했지만 고대영은 존중할 만한 대상이였다.누구나 한 번쯤은 잘못할 수 있으니, 잘못을 고치기 위해 노력한다면 그래도 좋은 사람이다. "반보천인은 역시 만만치 않군. 나는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아." 고대영은 비틀거리며 일어나 중얼거렸다. "응, 하지만 그 힘은 적게 쓰는 게 좋겠어. 완전히 어둠에 빠지면 자아를 잃게 되고 돌아올 수 없을 테니까."염구준은 고개를 끄덕인 후 살짝 일깨워 주었다. 고대영이 괴물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였다. "고맙네. 나도 정도는 알아."고대영은 포권을 하며 감사를 표한 뒤 한마디 더 물었다."고황호가 죽을 때, 고통스러워 했나?""아니. 고황호는 '인제' 를 쓴 탓에 생명력이 사라져서 자연스레 죽었어. 안락사와 비슷하지."염구준이 사실대로 털어 놓았다. 만약 그가 복수를 원한다 해도 얼마든지 상대해줄 수 있었다. "머리가 조금 나쁜 게 문제였지만 그래도 재능있는 아이었는데." 고대영은 탄식하며 매우 완곡하게 말했다.물론 고대영은 복수할 생각이 없었다. 애초에 고씨 가문과 손씨 그룹의 싸움부터 잘못됐다고 생각해 굳이 싸움을 이어갈 필요는 없었다.잠시 침묵을 한 후 고대영은 포권을 하고 다
”응, 힘을 통제 못 했어.”염구준이 인정했다.하지만 당시 현장을 사실대로 말할 용기는 없어서 대충 둘러댔다.“휴, 당신들 세계는 엄청 버라이어티 하구나?”손가을은 긴 한숨을 내쉬며 염구준의 품에 안겼다.따지는 것이 아닌, 남편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 물어본 것이였다.염구준은 손가을이 말하는 그 세계가 강호를 가리킨다는 걸 알아차렸다. 를 통해 손가을은 점점 더 많은 강호 인사들과 접촉하게 되었기 때문이다.예를 들자면 원종, 정경림을 만나면서 강호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다 비슷해. 버라이어티한 정도까지는 아니고, 강호보다 난 가족들과 사는 게 더 좋아.”자신의 아내가 마음을 열어놓고 얘기하니 염구준도 솔직하게 대답했다.”“그럼 나한테 다 말해줄 수 있어?”손가을은 더 알고 싶었다.“알았어.”염구준은 기묘한 강호 이야기를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강호는 우리 생활 속에 존재하면서 우리 삶에 영향을 주지만 대부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아.”이야기는 밤늦게 손가을이 잠들 때까지 계속했다.이튿날, 그녀가 회사의 옥상에 도착했을 때 깜짝 놀랐다.두 사람이 싸워서 남긴 흔적이라고는 상상이 되지 않았다.대외에는 운석이 충돌하여 파괴되었다고 주장했다.…한 편, 청해 교외 어느 별장.“누구야?”소파에 앉은 노인이 놀라더니 몸의 기운을 모아 공격 준비를 했다.“형, 나야.”노인을 부르는 동시에 한 그림자가 나타났다.바로 고대영이었다!“둘째야, 안 죽었구나.”노인이 벌떡 일어나 고대영의 어깨를 붙잡고 눈물을 흘렸다. 잃고 나서 다시 얻는다는 것이 얼마나 고맙고 어려운 일인가?“형님. 운이 좋아서 살아남았어요..”고대영도 눈물을 글썽거렸다.“하하하. 그래. 염구준의 손에서 살아났으니 대단한 거야.”고대강은 그의 등을 툭툭 치며 기뻐했다.“형님, 염구준이 아니라 흑풍이 벌인 일이예요.”고대영은 일전에 발생했던 일들에 대해 다 털어 놓았다. “흑풍, 이 원한은 고씨 가문에서 꼭 갚을 것이다.”고대강은 듣자마자 대
”그럼 먼저 데려올게.”고대영은 더는 말하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별장에서 나왔다.그가 가자마자 고대강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에휴. 바보 같은 대영아. 매사에 원칙을 지켜서 뭐 하냐? 그런 시대는 이미 지났어.”고씨 가문의 부가주가 되려면 실력 외에 독특한 수단도 있어야 했다.“여봐라!”“부가주님, 부르셨습니까.”“청해에 있는 고씨 가문의 모든 고수들을 불러오거라.”“네.”고대강은 주변 상황을 고려하면서 다른 계획을 세웠다.한 시간 뒤, 염구준은 고대영을 따라 별장으로 가고 있었다.“네 형이 나랑 손을 잡겠다고 했다고?”염구준은 믿기지 않았다. 비록 고대강과 본 적은 없었지만, 최근 그의 움직임을 관찰하면 절대 타협할 사람이 아니었다. 일처리가 악랄하며 항상 사람을 이용해 여지를 두지 않는 편이었다.“그래. 형이 직접 대답했으니 거짓말이 아니야.”고대영이 단호하게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형이 자신은 속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나와 네 형이 붙으면, 누구 편을 들 거야?”하지만 염구준은 수상쩍었다.“그럴 리가 없어. 형님은 한 번 알겠다고 하면 절대 공격하지 않아.”고대영은 질문을 피했다.솔직히 말해서 그도 자신의 형이 어떤 선택을 할지 몰랐다. 그러자 염구준은 더는 난처하게 하지 않았다.“만약 나까지 말리면 너를 바로 죽여버릴 거야.”처음부터 고대영을 좋게 보았지만 본인을 죽이려 든다면 사정을 봐주지 않을 것이다.세력 간의 싸움은 이렇게 잔혹했다. 우정 따위 없다. “알았어.”고대영은 운전하면서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니 염구준의 말도 일리가 있는 듯 했다.솔직히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필요한 경우 직면해야 했다.끼이익!큰 자동차 브레이크 소리를 내며 별장 앞에 차를 주차한 후 두 사람은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그런데 예상과 달리 별장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염구준이 주변을 둘러보면서 수상한 점을 발견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살해할 목적으로 초대했다면 그럴 능력이 있는지나 보
그의 재력이라면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 향유고래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바다가 고래의 고향이라 그러지 않았다.“선장, 고래가 엄청난데 잡지 않아요?”갑판에서 몸이 건장한 흑인 선원이 불만을 토로했다.눈앞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돈이니 그럴만했다.“독수리, 주둥이 닥쳐!”선장은 아직도 누군가 향유고래에 미련을 두자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보는 사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독수리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나머지 선원들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선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저기, 아직 볼일이 남았어요?”선장은 염구준이 조용히 앉아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요.”염구준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곳은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단 상륙한 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그게…”선장은 난처한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려우면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폭행을 휘두르면서 강요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선장의 태도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분명하게 말했다.선박은 어부들 것이니 강제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선장은 솔직하게 말했다.“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요. 이제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손해가 엄청납니다.”그들은 염구준이 무섭지만 돈을 벌지 못해 가족들이 굶는 것이 더 무서웠다.“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얼마를 원하세요? 육지에 도착하면 내가 줄게요.”염구준에게 있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100만 달러.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선장은 믿지 않는지 거액의 가격을 부르면서 떠보았다.듣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따져보면 수리비용, 연료, 인건비 등등 모두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으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이걸로 담보할게요. 어차피 당신네 선박에 있으니까 도망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상대방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주은 주먹
이튿날, 미지의 바다에서 향유고래 한 마리가 헤엄치고, 등에 한 사람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그 사람은 바로 염구준이었다.사방에 온통 푸른 바다라 지금 어느 곳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지금은 고래가 바닷가로 데려가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고래야, 잘 부탁한다.”“우웅!”둘은 서로의 말을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수시로 교류했다.염구준이 눈을 감고 운기조식하다가 배고프면 심해의 눈물로 에너지를 보충했다.신기한 것은 한 방울만 먹어도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뿌우우우웅!그때 멀리서 선박 소리가 들렸다. 염구준은 눈을 번쩍 뜨고 소리를 질렀다.“저기요! 여기 사람 있어요!”목소리에 기운을 담았더니 쩌렁쩌렁한 소리를 지를 때마다 수면이 음파에 진동하는 것 같았다.어디선가 나타난 선박에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슥!그런데 선박에 다가간 순간, 상대방이 고래를 잡는 쇠고랑을 발사하는 것이었다.염구준은 재빨리 검기로 밧줄을 잘라버렸다.선박은 그를 구하러 온 것이 아니라 향유고래를 잡으러 온 것이었다.생각하지 않아도 고래의 용연향을 얻기 위함일 것이다.스스슥!선박에 있는 사람들은 고장난 줄 알고 이번에 작살을 던졌지만 역시 염구준에게 잘려서 바다 밑으로 들어갔다.상대방과 가까워지자, 염구준은 그들의 선박에 번쩍 뛰어올라 엄숙하게 경고했다.“멈춰. 아니면 무력으로 대응할 거야.”선원들은 대부분 기운이 없는 평범한 어부였다.그들은 염구준이 먼 곳에서부터 뛰어올라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는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여기서는 고래를 잡는 걸 허락해요.”한참 뒤, 선장은 국제 감독기관에서 온 줄 알고 시큰둥하게 대답했다.“이 고래는 내 친구예요. 어떻게 할지 잘 알겠죠?”염구준은 선장을 노려보며 차갑게 되물었다.“알았어요. 이 사람 말을 못 들었어? 당장 작살을 내려놔!”선장은 상대방이 보통이 아니란 걸 눈치챘는지 바로 선원들에게 지시했다.그러자 당황한 선원들은 정신을 차리고 지시대로 작살을 내려놓았다.염구
감히 그의 전우나 다름없는 고래를 잡아먹으려고 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만약 향유고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지금쯤 심해 밑에서 죽었을 것이다.“염 선생님, 안 돼요!”당황한 노신기 일행이 다급히 나서서 말렸지만 염구준은 듣지 않았다.그는 요트를 타고 서해충에게 다가가 검을 휘둘러 공격했다.“당장 토해!”염구준은 두 손으로 검을 들고 번쩍 뛰더니 위에서 서해충을 자르려고 했다.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고래를 살려낼 것이다.“하악!”뿔난 서해충이 나지막하게 울부짖더니 커다란 입을 벌이고 염구준을 통째로 삼키고는 물속으로 들어갔다.그 장면을 본 사람들은 모두 경악하고 말았다.심지어 천기문의 고위층들도 진정할 수 없었다.“염 선생님!”“안 되겠어. 모든 음성탐지기를 던져!”노신기는 당황한 마음에 맞서 싸우려고 명을 내렸다.유동심연의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이번에 오면서 대량의 음성탐지기를 챙겼었다.그러나 워낙 위력이 강한 무기라 함부로 사용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염 선생님, 제발 잘 버텨줘요.’촤아악!이제 막 음성탐지기를 내려놓고 가동하려고 할 때 눈앞에서 거센 물보라가 솟구치는 것이었다.해저 지진으로 거센 파도가 밀려오면서 일으킨 쓰나미였다.“다들 선실로 들어가!”위급한 상황에서 노신기는 어쩔 수 없이 먼저 가문을 지켜야 했다.선박 세 척은 쓰나미에 밀려 먼 곳까지 흘러갔다.한편, 바다 밑은 난리도 아니었다.서해충 체내에 들어간 염구준은 선사 시대의 바다 생물과 전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그가 공격할 때마다 서해충은 심한 고통을 느꼈는지 커다란 몸집을 꿈틀거렸다.실은 서해충이 삼킨 것이 아니라 그것이 도망칠까 봐 염구준이 스스로 잡혀 먹힌 것이었다.한참 공격하면서 돌진했더니 드디어 향유고래가 있는 곳까지 다가갔다.“구자검법! 검일참공!”그는 기운을 폭증시켜 강력한 살술로 서해충의 몸에 길이가 10미터되는 상처를 냈다.잘린 부위에서 바닷물이 역류하여 들어올 때, 염구
동물의 감각은 때론 인간보다 훨씬 뛰어났다.특히 바다에서 자란 생물이라면, 웬만한 레이더보다도 훨씬 빨리 감지할 수 있었다.쿠쿵!혹시라도 싸울 수 있기 때문에 다들 몸에서 기운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아래쪽에서 뭔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어.”염구준은 날카로운 눈으로 바다밑을 바라보며 말했다. 작은 검은 점 하나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었다.아직 수면까지 오지도 않았는데, 그 그림자는 이미 성체 향유고래와 맞먹는 크기였다.‘설마, 진짜 서해충이 있는 건가?’“목표가 공격 범위에 진입했습니다. 모든 작살 준비 완료했습니다.”대원들은 지시가 떨어지고 나서 3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내에 모든 준비를 마쳤다.“쏴!”노신기는 참을성 없이 바로 명령을 내렸다.‘망했다!’염구준은 말리려고 했지만 결국 말리지 못했다.물속의 거대한 생물체는 어선보다도 커서 자칫하다간 오히려 배가 끌려갈 수도 있었다.슥! 슥! 슥!고래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세 척의 어선에서 수십 발의 대형 작살이 물밑의 검은 그림자를 향해 발사되었다.타겟의 몸집이 컸기 때문에 대부분의 작살이 정확하게 꽂힐 수 있었다.“끌어 올려!”노신기는 고래 잡이를 할 때 쓰던 방식을 운용하며 숙련하게 명령을 내렸으나 기계를 최대치로 올려도 타겟을 끌어오리지 못했다.이에 조타실에서 다급하게 소식을 전했다.“큰일입니다. 어선이 저것에 의해 유동심연 쪽 소용돌이로 끌려가고 있어요!”배는 엄청난 속도로 끌려갔다. 배 자체가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속도였다.“밧줄을 끊어!”염구준은 노신기의 무전기를 낚아채고 지휘권을 넘겨받았다.“속도가 너무 빠른 탓에 꽉 감겨서 끊을 수가 없습니다.”조타실에서 절박한 답변이 돌아왔다.현대식 어선은 전부 인공지능 시스템이라 이 상황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우웅!염구준은 결국 검기를 날렸고, 날카로운 검광이 연달아 번쩍이며, 단숨에 밧줄들을 잘라냈다.이에 배가 거대한 관성에 휘청이며 흔들렸고, 균
오늘 만약 염구준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들은 전부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빨리 항행하라고 하세요. 뭔가 이상합니다.”염구준의 갑작스러운 말에 사람들은 이해가 되지 않아 어리둥절해졌다. “네, 말하고 오겠습니다!”그러나 눈치가 생긴 사람들은 염구준의 뜻을 알지 못해도 그대로만 하면 된다는 걸 알고 있어 곧바로 달려갔다.그들은 염구준을 한치도 의심하지 않았다.염구준은 흡족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면을 바라보며 물었다.“스텔라성의 성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십니까?”이번에 스텔라성의 성주는 두 개의 판을 짰는데, 하나는 겉면으로 보이는 부성주 베르였고, 다른 하나는 오랫동안 숨어있던 노대영이었다. 다른 걸 다 따지고 나서 판을 짠 것만 본다면 정말 훌륭한 계획이었다.그랬기에 염구준은 그를 중시했다.노신기와 아타는 미간을 찌푸리고 서로를 바라본 뒤, 늙은 아타가 입을 열었다. “성주의 이름은 노세입니다. 압도적인 실력의 소유자로, 진 적이 없습니다.”“하지만 지난 20년간, 외부에서는 그의 모습을 본 이가 없습니다. 폐관 중이라는 소문도 있고, 이미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지요.”“그의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라, 저희도 아는 게 많지 않습니다.”이야기를 들은 염구준은, 오히려 흥분한 듯한 웃음을 지었다.“흐음, 전부 사실이라면 꽤 괜찮은 상대가 되겠군요.”방금, 막 육체의 극한을 돌파한 염구준은 적당한 시험 상대가 필요했다.‘대단해.’주변 고위 간부들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염구준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다만 약간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었다.스텔라성 성주 같은 괴물은, 대부분 기겁하며 피하려 하는데, 정면 승부를 기대한다니까 말이다.“그나저나 염 선생님, 전에 올라오실 때, 인원이 적던데, 혹시 아래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노신기는 다른 걸 얘기하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아, 이거 아십니까?”그의 손에는 투명한 비닐에 담긴 작은 물방울이 들려 있었는데, 외부에는 진기가 감돌았다.‘어라?’조금 더
이 독에 중독된 무인은 일시적으로 기운이 흩어지고, 단전이 봉쇄되어, 꼼짝없이 폐인 신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만약 과다 복용할 경우, 목숨까지 위험해질 수 있었다.“이런 희귀한 독약은 스텔라성 성주가 준 거겠지?”염구준이 흥미롭게 물었다.그는 이번에 처음으로 진짜 산기봉단을 보았고, 게다가 그 양이 상당했기 때문에 꽤나 관심이 갔다.“맞아. 얼른 저 녀석을 잡아!”노대영은 승리자처럼 손을 휘저으며 부하들에게 명령했다.그는 희귀한 독약인 산기봉단에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에휴.”아타 등 사람들은 이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염구준마저 당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이제 구세주가 사라졌으니, 최악의 경우 전부 몰살당할 수도 있었다.“가서 두들겨 패! 나 아까 진짜 쫄아서 오줌 쌀 뻔했단 말이야!”몇몇이 소리치며 달려들었고, 염구준을 한껏 때려서 화풀이를 하려 했다.반보천인급 고수를 때릴 기회는 흔하지 않으니까 말이다.우웅. 그러나 그 순간, 검광이 번쩍이더니 달려들던 사람들 전부가 쓰러졌다. 그들의 목에는 옅은 혈흔이 있었는데, 상처는 아주 작았지만 모두 목숨을 잃었다.“이 독이 아무리 강해도, 나를 상대하려면 아직 한참 멀었어.”염구준은 조용히 진기를 운용하며, 체내에 남아 있던 독기를 모두 없애버렸다.육신이 이미 반보천인의 극한의 경지에 다다른 탓에 약물 저항성도 엄청나게 강해져 그는 산기봉단 같은 독약 따위를 두려워하지 않았다.“너... 이건 말도 안 돼!”노대영은 절규하듯 외쳤다.희망이 눈앞에서 산산조각 나자, 정신이 붕괴되기 직전이었다.곧 있으면 승리할 수 있었는데, 이젠 그게 다 물거품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그는 차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스텔라성 성주랑 뭘 꾸민 거지?”염구준은 서두르지 않고 물었다.해독제 같은 건 이제 관심 없었다. 상대가 정직하지 않으니까 말이다.“난 진작 그분의 문하로 들어갔어. 언젠가는 그분이 내 복수를 도와줄 거다!”“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다는데, 내가 무슨 잘못이 있어
염구준은 주머니를 집어 들어 곁에 있던 그레이에게 휙 던져주며 분부했다.“먼저 기운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독제를 나눠줘.”“네.”그레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노대영을 흉악하게 노려보았다.반보천인으로서 이런 함정에 걸려들었다는 게 조금 창피해서였다.노대영은 사태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흘러가는 걸 감지하고,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할 말이 있습니다.”“해.”염구준은 싸늘한 표정으로, 단 한 마디만 툭 내뱉었다.그레이와 다른 이들이 힘을 회복하고 나면, 그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기에 곧 죽을 이의 유언쯤은 들어줄 수 있었다.노대영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얼른 말을 이었다.“자식으로서 아버지의 원수에게 복수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그래.”염구준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딱히 다른 변수가 없다면, 이 말을 부정할 이유가 없어서였다.‘어라?’이에 주변 사람들은 놀라 눈을 크게 떴다.말투로만 보면, 염구준이 노대영의 편을 들어주려는 것 같아서였다.그러나 방금 전에는 또 그들을 구해주었기 때문에 그들은 염구준이 무슨 생각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노대영은 염구준의 마음을 돌린 줄 알고 속으로 기뻐하며 바로 말을 이었다.“이 도리를 알고 계시니, 그럼 행동에 옮겨도 되겠죠.”노대영은 혹여나 다른 변수가 있을까 두려워 단검을 꽉 쥐고 중상을 입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노신기에게 달려들었다.그레이 등이 조금 있다가 어떻게 나올지는 크게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복수를 하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말이다.쾅!하지만 달려가자마자 염구준의 발에 얼굴을 맞아서 옆으로 나가떨어졌다.그의 코와 입에서는 순식간에 피가 줄줄 흘렀다.“날 가지고 노는 거냐, 염구준!”“허, 내가 나설지 안 나설지 짐작이 안 됐나봐?”염구준은 비웃으며 말했다.그는 노대영의 말을 부정하진 않았지만 상대방의 행위를 몹시 혐오했다.아버지를 죽인 원수에게 대놓고 복수하는 건 괜찮지만, 그 아비가 악행을 일삼던 사람이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 방식에,
그러나 몸속에 독이 퍼진 탓에 기운을 끌어올릴 수가 없어 모두 답답하게 속만 태울 수밖에 없었다. 노대영이 혓바닥을 자르려고 할 때, 멀리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대영 문주님, 염구준인 것 같습니다!”이름을 듣자마자, 노대영의 얼굴에서 희열이 싹 사라지고, 이내 짙은 어둠이 드리웠다.기습에 성공한 후 바로 도망쳤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고래를 타고 쫓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염구준 한 사람만으로 충분히 그들을 몰살할 수 있었다.“어서 고래잡이 작살이랑 그물 그리고 멀리에서 공격할 수 있는 무기들을 준비해.”노대영의 가슴 깊은 곳에서 두려움이 급속히 퍼져갔다.허겁지겁 지시를 내리긴 했지만 겨우 쇳조각 몇 개로 염구준을 막겠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휙휙!염구준은 하늘을 가르며 날아오는 작살, 그물, 조명탄 따위를 보며 입꼬리를 비웃듯이 끌어올렸다.아직 사격거리에도 들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공격을 했기 때문이었다.‘적지 않게 겁을 먹었나 보네.’그는 생각했다. 역시나 첫 번째 공격은 전부 허탕이었다.염구준은 거대한 향유고래를 타고 빠르게 이동했고, 이윽고 두 번째 공격이 시작됐다.커다란 작살 하나가 고래의 머리를 향해 곧장 날아들었는데, 맞으면 죽지 않더라고 심각한 부상을 입을 게 뻔했다.우웅!염구준은 검기 한 줄기를 내보내 날아오던 작살을 두 동강 낸 뒤, 작살에 묶인 쇠사슬 위로 몸을 던져, 빠르게 어선으로 돌진했다.풍덩!향유고래는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물속으로 잠수했다.노대영은 염구준이 미친 듯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걸 보자마자 다급히 소리쳤다.“어서, 어서 배에 못 올라오게 사슬을 끊어!”그도 자신이 염구준과 맞서봤자, 단 한 줌의 승산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구자검법, 검일참공!”염구준은 배 위 인원들의 움직임을 보자마자 망설임 없이 강한 검술을 발동해 검기를 날렸다.제대로 검기를 축적하진 못했기에, 완벽하게 완성된 검일참공은 아니었고, 약간의 반동
파악!곧이어 물기둥이 하늘로 솟구치며 거대한 향유고래가 염구준과 멀지 않는 곳에 떨어진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마치 떠나기 아쉬워하는 듯했다.촤악!염구준은 몸을 날려 향유고래의 머리 위로 뛰어오른 뒤, 세 척의 어선 쪽으로 진기를 날려 물보라 일게 했다.이에 향유고래는 곧장 방향을 틀고, 어선을 향해 빠르게 헤엄치기 시작했다.말이 통하지 않아 이런 방식으로 밖에 교류할 수 없었지만 별로 큰 문제는 없었다.그 시각, 1호 어선은 다른 어선보다 조금 더 시끌벅적했다.노대영은 배의 지휘권을 장악한 뒤, 끝까지 저항한 소수만을 제거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포로로 붙잡아두었다.물론 그가 자비로워서가 아니었다.그저 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어떻게 복수하는지 지켜보게 하기 위해서였다.“대영 문주님, 준비 완료됐습니다. 언제든 시작 가능합니다.”노대영에게 붙은 아첨꾼 하나가 다가와 공손하게 말했다. 이번에 출정한 천기문 문도 중 절반 이상이 이미 노대영 편이었다.쿵!노대영은 부도 갑옷을 입은 채로 웃으면서 팔을 휘둘러 노신기를 바닥에 내던졌다.“악독한 놈. 네가 내 아버지를 죽였으니 난 오늘 아버지의 복수를 할 거다.”며칠 전에 대의를 위해서라면 혈연관계는 얼마든지 끊을 수 있다는 그의 말은 그저 노신기를 안심시키기 위함에 불과했다. 그의 가슴 속에 맺힌 복수심은 한순간도 식지 않았었다.“하아...”노신기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의 창백한 얼굴엔 깊은 후회가 서려 있었다.‘그때 불쌍해 보인다고 해서 검은 머리 짐승을 거두는 게 아니었는데.’그는 생각했다. “모든 일은 내가 벌인 거니까 찢어죽이든, 뭘하든 나한테만 해.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 건드리지 말고.”지금 이런 상황에 이른 이상, 그는 더 도리를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전에 이미 노대영에게 그의 출신을 말해주며 그의 아버지가 눈 깜빡하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는 변태 악마라고 말해주었으나 그는 전혀 듣지 않았기 때문에 말해봤자 쓸모가 없다는 걸 알아서였다.스승과 제자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