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약산시 기업들이 힘을 합쳐서 손 씨 그룹 자사를 몰아내려는 속셈인 것 같았다,“염구준 씨. 기사가 또 떴습니다. 근데 저희와는 크게 관계가 없어 보입니다.”양희준은 말하면서 휴대폰을 염구준에게 보여줬다.“윤씨 가문에서 하자 약을 생산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약물이 중독되었고 3명이 사망했다.그 뉴스를 보던 염구준은 머릿속이 울리면서 분노가 치솟았다.이 사건은 십중팔구 윤씨 가문에서 벌인 짓이다.전에 분명 경고를 했는데 끝내 사달을 내고야 말았다.심지어 사람이 죽지 않는다고 장담했었다.목적에 도달하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윤씨 가문에 따지러 가려고 했다.“준영아. 우리 병원으로 가자.”염구준이 서둘러 일어서며 재촉했다.용준영과 양희준은 서로 마주보더니 한 마음 한 뜻 이구동성으로 말했다.“우리 코도 석자인데 그걸 신경 쓸 겨를이 없어요!” 지금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당연히 회사 일부터 처리하는 것이다.염구준은 두 사람을 보며 조곤조곤 말했다.“그거랑 달라요. 중독자들을 해결하면 회사 위기도 벗어날 수 있어요.”그는 이미 회사의 위기 따위 해결했다고 여겼다.“알겠습니다. 어쨌든 형님 말을 따르면 틀린 적이 없었으니까요.”방금 한 말처럼 염구준은 그를 실망하게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저는 여기 남아서 회사를 돌볼게요.”양희준은 그렇게 사무실로 돌아갔다. 염구준이 처리를 하든 말든 회사에서는 최선을 다해야 했다.필경 회사 대표이자 천산약시 자사 담당자니까.병원으로 가는 길에 염구준이 이제마에게 전화를 걸었다.“윤씨 가문의 뉴스를 봤어요?”“그렇게 큰 사달을 냈는데 진작에 다 알고 있죠. 중독자는 200명 넘고 4명이 사망했어요.”이제마다 대답했다.제약을 담당하는 윤씨 가문에서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쌍두 성뱀의 역린 분말을 갖고 천약산시에 구조하러 오세요. 빨리 오셔야 해요.”염구준이 단호하게 말했다.이 물건은 세상의 모든 독을 해독할 수 있기에 이름 모르는 독이라도 문제없
”의사 선생님. 저희 엄마.. 가.. 계속 토하고 있어요. 와서 좀 봐주세요.”“내 아들이 호흡이 미약해요. 누가 와서 도와줘요…!“ “너무 괴로워요. 제발 살려주세요...”한 병원에서 수백 명이나 되는 응급 환자를 받아들이기에 한계가 있었지만 지금도 계속 몰려들고 있을 뿐이였다. “젠장. 윤씨 방계들은 시장에 얼마나 많은 약을 판 거야?”염구준이 속으로 혀를 끌끌 찼다.본인의 이익을 위해 무고한 사람들을 해치다니 흑풍 조직과 별반 다를바 않았다.이런 인간들은 아예 세상에 남겨서는 안 된다.염구준은 다시금 처참한 현장을 둘러볼 수중에 있는 역린 가루 한 병을 함부로 사용하지 못했다.혹시나 양을 조절하지 못해 모두를 구하지 못하면 오히려 사태가 심각해지기 때문에 지금 할 수 있는 건 그저 이제마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네가 내 아들을 해쳤어.”병원 입구에서 몇몇 성인이 젊은 의사를 둘러싸더니 팔다리를 휘두르며 때리기 시작했다.“죄송합니다. 정말 최선을 다했는데..!”의사는 얻어맞으면서도 연신 사과했다.환자들이 눈앞에서 죽어 나가자 그도 너무 괴로웠지만 약의 약효가 너무 강해서 손쓸 방법이 전혀 없었다.“네 목숨을 내놔.”보호자들은 가족들이 죽자 감정을 통제 못하고 무자비로 때렸다.이러다가 의사가 죽을 것 같았다.한 남자가 어디서 벽돌을 들고 와서 의사 머리를 내리치려고 했다.그대로 내리치면 의사는 바로 황천길 행이다.탁!중요한 순간에 염구준이 나서서 그 남자의 팔을 잡아 불상사를 막아냈다! “이보세요. 이러면 안 돼요.”이미 이성을 잃은 남자가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화를 참다 못해 염구준을 노려보며 소리질렀다.“이거 놔. 아니면 너도 죽여버릴 테니까.”이성을 잃은 사람은 눈에 뵈는 것이 없어 말이 통하지 않자 염구준은 무력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었다.촥!그는 인파를 누비면서 두 손으로 이성을 잃은 사람들에게 뺨을 날렸다.그들이 무슨 일인지 반응하기 전에 뺨을 맞고 옆으로 튕
이렇게나 마음이 넓은 사람도 있다니 염구준은 젊은 의사를 보며 감탄했다.만약 입장을 바꾼다면 그는 절대로 그렇게까지는 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이 먼저 건드리면 반드시 반격을 하거나 악을 쓰고 때렸을 것이다.“의사 선생님. 저의 엄마를 좀 봐주세요.”한 사람이 큰소리로 불렀다.“갑니다.”젊은 의사는 자신의 상처 따위 신경도 쓰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대답하면서 달려갔다.그 모습을 보던 염구준은 젊은 의사를 자신의 개인 병원에 스카우트하고 싶다는 마음이생겼다.“형님. 일이 끝나면 제가 한 번 얘기해 볼게요.”용준영이 눈치채고 말했다.“그래.”염구준이 뿌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역시 일처리 능력이 훌륭한 사람이 곁에 있으면 귀찮은 일이 줄어든다. “의사 선생님. 윤씨 가문에 연락해 보셨어요? 독약을 만들어 놓았으면 책임을 져야죠.”“게다가, 윤씨 가문에 최고 의사가 있는데 그중 몇명만 보내면 안 되나요?”윤씨 가문은 지위가 하도 높아 일반 사람들은 접촉할 수 없어서 병원 측에서 먼저 연락하기를 바랬다. “지금 상의하고 있습니다.”젊은 의사는 진료를 보면서 대답했다.사실 윤씨 가문의 제약 공장에 문제가 생겨서 이미 도마 위에 올랐으니 이 시기에 나타날 리는 없었다. “아아악.”이때 갑자기 한 노인이 소리를 지르더니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입에 거품을 물었다.약에 중독되어 버려 죽기 전에 다들 이런 증상이 발생한 것이다. 길게는 8분도 못 버티고 사망해 버렸다.그 순간은 사신이 나타나 노인의 목을 겨누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엄마, 왜 그래?”노인의 아들이 어찌할 바를 몰라 소리를 지르며 젊은 의사에게 간청했다. “우리 엄마를 살려주세요! 그 은혜는 평생 갚을게요… 그러니 제발..!” “…”의사도 환자를 구하고 싶은 마음이 누구보다 굴뚝 같았지만 지금으로서는 해독 수약을 놓아주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세상에는 정말 만병통치약이라는 게 없는 걸까?’이런저런 생각에 의사는 문득 궁금해졌다.툭툭!
그들에게 진실을 말하는 것은 잔혹하지만 그렇다고 거짓 희망을 줄 수는 없었다.“신의 이제마 선생을 말씀하시는 겁니까?”젊은 의사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이제마는 그의 롤모델이라 이름에 유독 예민하게 반응한 것이다.“네, 맞아요. 내가 특효약을 부탁해서 지금 오는 길일 겁니다.”의사는 그 말을 듣고 펄쩍 뛰며 환호성을 질렀다.“다들 버티세요. 신의가 도착하면 무슨 병이든 고칠 수 있을 겁니다!”말이 끝나자마자 촉박한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한 젊은 여자가 포대기에 싼 아이를 안고 옆으로 다가왔다.“의사 선생님. 제 아이를 살려주세요.”젊은 의사가 한번 살펴보더니 능력 밖의 상황이라 염구준에게 부탁했다.“선배님. 아이를 살려주세요.”염구준도 어린 생명을 구하고 싶었지만 아기 혈자리가 어디 있는지 몰랐다.만일 잘못 건드리면 목숨을 잃게 된다.“은인…”여자는 무릎을 꿇고 빌었다.“이러지 마세요.”염구준은 여자가 말하기 전에 부축했다.오늘 무릎을 꿇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신 같은 대우를 받은 것에 적응되지 않았다.‘그걸 쓸 수밖에 없네.’염구준은 호주머니에서 작은 병을 꺼냈다.그 안에는 쌍두 성뱀의 역린 가루가 들어있다.이 약재는 모든 독을 해독할 수 있으니 윤씨 가문에서 만든 독약은 말할 것도 없었다.하지만 양을 얼마나 사용해야 할지 몰랐다.“여기 약을 복용하면 해독할 수 있어요. 저를 믿어주시겠어요?”염구준이 병을 보여주며 물었다.“그게…”여자는 말끝을 흐리며 생각에 잠겼다.아이의 목숨이 달린 일이라 병에 담긴 내용물이 무엇인지 몰라 망설였다.“응애!”그때 아기가 울기 시작했다.애처롭게 우는 소리가 옆에서 듣는 사람의 가슴을 찢어 놓았다.여자는 이를 꽉 물고 간곡히 부탁했다.“이 약을 아기에게 주세요.”“안 됩니다.”그때 병원 입구에서 우렁찬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고개를 돌려 보니 병원 원장이 의사와 간호사를 거느리고 나타난 것이다.“신우빈, 네 신분이 뭔지 생각해. 넌 현대사회 의사야. 자꾸 옛것을 들
감히 염구준의 앞에서 행패를 부리다니 사람을 골라도 잘못 골랐다. “아악!”그때 한 경호원이 갑자기 나타나서 인파를 뚫고 염구준에게 주먹을 휘둘렀다.하지만 순식간에 돼지 멱을 따는 소리를 내며 공격도 다 못한채 튕겨 나가 버렸다. 확실하게 말했는데도 원장에게 아부하기 위해 목숨까지 내건 경호원이 안쓰러웠다.“공공장소에서 소란을 피워?”전 원장은 화가 치밀어 올라 머리 뚜껑이 열릴 정도였다.“웃기시네요. 사람을 시켜 나를 쫓아내라는 것은 되고 난 스스로 방어도 못해요?”이런 사람들은 유독 거부감을 들었다.“응애.”그때 아이가 고통스러운지 또 울기 시작했다.“그래, 결정했어. 투약해. 만약 출처불명의 약을 쓰면 우리 병원에서 거부할 거다.”원장의 태도를 보아 염구준과 해보자는 뜻이었다.반대로 염구준도 욱해서 환자의 생사에 관심이 없는 원장에게 화가 치밀어 올랐다.“치료할 수 있어요. 당신이 치료할 수 없어서 겁을 먹은 건 아닌가요?”“하! 네가 사람을 죽일까 봐 걱정되어서 그런다.”원장은 콧방귀를 끼며 자신이 무척이나 정의로운 척 말했다.“그럼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보세요.”염구준은 앞으로 다가가 젖병에 가루를 조금 넣고 여자에게 돌려주었다.상대방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자 염구준이 위로했다.“저 노인은 무서워하지 마세요. 만약 거부하면 내가 청해에서 최고로 좋은 병원에서 무료로 치료받게 해드릴게요.”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몰라도 염구준의 말을 듣는 순간 여자는 안심하고 아이에게 약을 먹였다.“이런 엉터리 의사도 병을 고칠 수 있다면 난 의료계에서 퇴출할 것이다.”원장은 하자 약의 성분을 밝히기도 전에 어떤 방법으로도 치료할 수 없다고 자부했다.“꺄르르.”아기는 젖병을 물고 꿀꺽 꿀꺽 마시더니 이내 얼굴에 윤기가 돌며 미소가 지어졌다.약효가 영단에 가까울 정도로 빨랐다.젊은 의사가 깜짝 놀라며 아기에게 다가가 청진기로 심장 박동과 호흡을 관찰했다.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온 것에 놀라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신우빈. 뭐
”애기 엄마. 그 약 효과가 좋나요?”“네. 우리 아기가 이거 먹자마자 바로 낳았어요!”여자의 대답을 듣자마자 다른 환자의 가족들이 염구준에게 공손히 부탁했다.“저의 와이프에게도 한 입만 주면 안 될까요?”그러자 염구준은 젖병을 건네며 당부했다.“여기 환자들이 많기 때문에 딱 한 모금만 마셔야 합니다.”꿀꺽!환자가 한 모금을 마시더니 1분도 되지 않어 바로 혈기가 왕성해졌다.“나 살아났어요. 이제 머리도 어지럽지 않고 배도 안 아파요!”환자는 팔다리를 움직이더니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흥분했다. 이 부부가 제일 먼저 도착하지 않았다면 다들 염구준이 데리고 와서 쇼를 하는 줄 알았을 것이다.한참이나 조용하던 현장이 바로 북적거리기 시작했다.“저도 주세요. 제발 부탁합니다.”보호자들은 서로 앞다투어 염구준에게 무릎을 꿇고 간청했다. 약효가 어떤지 직접 두 눈으로 확인했으니 그들도 더는 의심하지 않았다.옆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던 전 원장은 이 상황이 부럽기도 하면서 시샘이 났다.의료계에 몸을 담근지 10년이 넘었는데 그는 지금까지 이런 존대를 받은 적이 없었다.“여러분, 잠시 제 말 좀 들어보세요!”염구준이 우렁찬 목소리로 모든 사람을 단번에 진정시켰다.“약이 많지 않아서 가장 위급한 환자에게 우선으로 복용하는 게 어떻습니까?”젖병에 들어 있는 양으로 보아 최대 10명은 마실 수 있었다.“제가 돈을 드릴테니 저한테 주시지요!”다들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일 때 누가 냅다 소리를 질렀다.많은 사람들은 돈이 많지 않았기에 정말 경매를 시작한다면 가족들이 죽는 걸 지켜보기만 할 뿐일 것이다. “저 사람은 유일현이라고 대동회사 대표인데, 앞장서서 자사를 몰아냈 장본인입니다.”용준영이 앞으로 다가가 간단하게 보고했다.“팔지 않겠습니다. 위독하면 분한테 먼저 드리겠습니다.”염구준은 바로 거절했다.돈은 그에게 가장 흥미가 없는 물건이다.여기에 와서 귀한 쌍두 성뱀 역린 가루를 내놓은 것도 모두 불쌍한 사람들을 구하기 위
몇몇 의사가 대답하면서 병원 안쪽으로 들어갔다.“저들을 막아! 이 약이 빠른 효과가 있는 걸 보니까 분명 부작용 또한 있을 거야.”전 원장은 아직도 억지를 부렸다. 이렇게 자신의 공과 이욕만을 추구하는 사람은 의사는 커녕 한 병원의 원장이 될 자격이 없다.“준영아. 저 인간에게 사람의 도리를 가르쳐줘라.”염구준은 이런 사람에게 손도 대기 싫어 옆사람에게 맡겼다.스윽!말이 떨어지기 전에 용준영은 이미 원장의 앞에 나타난 뒤였다.무술 실력은 평범하지만 일반인 8명, 10명 정도는 거뜬히 상대할 수 있었기에 눈 깜짝할 사이에 원장 앞에 나타나 발로 차버리고 얼굴을 밟아버렸다. “우리 의사들이 들어가겠다는데 무슨 문제 있습니까?”“거칠고 야만적이네.”전 원장은 밟히면서도 여전히 굴복하지 않았다.“맞아요. 난 거친 사람이에요. 그러나 이기적으로 남을 해치지 않아요. 우리한테 약이 있는데 환자를 치료도 못하게 하는 당신은 살인자와 무슨 차이가 있죠?”용준영은 가슴속에 묻었던 화를 전부 분출했다.“이런 행패가 어디 있어. 우리 병원 환자인데 내가 어떻게 치료하든 너희들과 무슨 상관이야.”원장은 자신의 체면을 위해 계속 고집만 부렸다. 그 말에 용준영은 물론 현장에 있던 환자와 가족들도 화를 참을 수 없었다.“원장님. 그게 대체 무슨 말이세요? 우리가 환자를 데리고 왔으면 끝까지 책임져야죠.”“맞아요. 당신이 뭐라고 마음대로 하세요!”“실력이 없으면 나서지를 말든가, 환자를 죽일 셈이에요?”뭇사람들이 따지고 들자 원장의 안색이 점점 일그러졌다.그동안 쌓아온 명성이 한순간에 바닥을 쳤다.“난 그동안 수많은 환자들을 치료해 왔어. 너희들이 가르칠 자격이 있어?”원장이 언성을 높이는 것이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을 것 같아 보였다. “아아악!”용준영은 그와 따지기도 싫어서 한쪽 팔을 힘껏 잡아당겼다.“당신은 병원을 그만두고 모든 결정원을 신우빈 의사한테 넘기세요. 아니면 더 악랄한 수법으로 괴롭힐 수 있어요.”환자들이 워낙 많아서 병원
이제마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하하!"서로의 공손한 태도가 어색하게만 느껴져 두 사람은 눈을 마주치자마자 폭소를 터뜨렸다. 그 후 염구준은 몇 마디를 당부한 뒤 차를 타고 떠났다.그는 윤씨 가문의 방계들이 사람을 죽인 죗값을 치르게 할 생각이었다. 목숨은 목숨으로 갚는 게 당연하니까.성남의 여러 약국은 이번 불량약들이 유출된 곳이자 윤씨 가문의 방계들이 운영하는 곳이었다.병원에 있을 때 모두 똑똑히 물어보았기 때문에 염구준은 이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어서오세요. 찾으시는 약 있는지 먼저 둘러보세요."그가 약국에 들어가자 약사는 고개도 들지 않고 대충 인사한 후 계속 모바일 게임을 하고 있었다.염구준은 상대방을 신경 쓰지 않고 안에 들어가 진열된 약들을 둘러보다가 빠르게 그 불량약을 찾았다.약지 포장지에 윤씨 가문의 위조 방지 마크가 찍혀 있는 걸 본 그는 이 약이 윤씨 가문의 것임을 확신했다. 이건 틀릴 수가 없으니까. '방계들이 죄를 뒤집어씌우기 위해 머리를 잘 굴리긴 했네.'"이거 계산해 주세요."염구준은 이곳에서 약을 산 후 다른 약국에도 가보려고 했다.모든 일엔 증거가 필요한 법이니 말이다.그는 증거물들을 가지고 윤씨 가문의 방계가 사는 곳에 가서 그들이 왜 죽어야 하는지 똑똑히 알려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때, 밖에서 7, 8명이 달려들어와 진열대에 있는 불량약들을 가리키며 말했다."빨리 다 치워. 한 개도 빠뜨리지 말고!""운호 님, 오셨습니까?" 갑자기 안으로 들이닥친 사람의 얼굴을 본 약사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상대방을 맞이했다.그가 윤씨 가문의 방계이자 소두목으로, 계획을 실시하는 것을 책임졌다. "응."윤운호는 대충 대답하고 염구준의 손에 있는 불량약을 보며 호통을 쳤다."이 약은 팔지 않을 거야. 윤씨 가문에서 전부 회수할 계획이니 다른 약 사든가."흔적을 지우려면 증거부터 없애야 하니 그는 불량약들을 전부 없앨 계획이었다.그러나 염구준은 그의 말을 들은 뒤 약을 몇 번 가늠해 보더니 입
스스로 조소하던 로사는 카트 아래에서 가운을 꺼내 몸을 감쌌다.상대방이 이런 취향이 아닌데 계속 이러고 있으면 오히려 반감만 생긴다.솔직히 처음으로 당당하게 남자를 유혹하려 하는데 단번에 거절당해서 매우 부끄러웠다.한참이 지나도 말을 하지 않자 염구준이 소녀의 생각을 추측했다.“내가 대신 복수해줘? 탈출시켜줘, 아니면 무공을 알려줘?”“전부 다요!”로사는 그가 전부 맞힐 줄은 상상도 못했다.염구준은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이 미리 쓴 원고를 던지며 말했다.“거기에 적힌 대로 하면 무공을 터득할 수 있어. 나머지는 너를 도와줄 의무가 없어.”그가 이렇게 호의를 베푸는 것은 소녀가 정말 무공을 배우기에 적합한 인재이기 때문이었다.로사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래도 강요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그럼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어요?”“말해.”마침 염구준도 시간이 있기에 로사의 말을 들어주고 나중에 복수하는 것을 포기시킬 생각이었다.그러면서 음식을 먹는 것을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로사는 일단 생각을 정리하고 조리 있게 말하기 시작했다.“난 고아예요. 아주 어릴 때 고아원에 들어갔었죠. 그곳은 낙원일 줄 알았는데 원장이 나를 신비한 조직에 팔아버렸어요. 나랑 함께 그곳에 간 아이들은 혹독하고 잔인한 훈련을 받으면서 피비린내 진동하는 살인 도구로 살았어요.”“그러다 반 년 전에 내가 조직의 두목을 죽이고 도망쳤어요. 그곳을 이가 갈리도록 원망해요. 선배님은 실력이 강한 무술인이란 걸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았어요. 나를 가엽게 여기고 옆에 하인으로 있게 해주면 안 돼요?”예상하지 못한 말에 염구준은 흠칫 놀라더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만약 네 말이 사실이라면 사정이 딱하긴 해. 그렇다고 난 도와주지 않아.”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지만 로사는 용하인이 아니기에 더더욱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그리고 곁에 하인을 두면 귀찮은 일만 생기기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무공 수련법 한 장을 준 것도 의리를 다한 셈이었다.“그래도 나를 구
염구준은 육신이 극한에 도달한 이후로 공격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너… 악!”촤아악!바다의 유령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비수를 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순식간에 뒷목에 서늘한 것이 스치는 것을 느끼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버렸다.나머지 여섯 명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피바다에 고꾸라졌다.“내가 준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자신을 탓해.”염구준은 검을 한바퀴 돌려 피를 털어버리고 검갑에 집어넣었다.그 동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깔끔했다.“다… 당신 사람을 죽였어.”먼 발치에서 사람이 죽는 장면을 본 선장은 너무 놀라 주저앉았다.로사는 그나마 무덤덤하고 나머지 선원들도 많이 놀랐는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솔직히 일곱 명의 무술인이 어떻게 죽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은혜도 모르는 놈들 죽어 마땅하지 않아요?”염구준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이런 악당들이 죽으면 아무도 자신들을 해치지 않아서 기뻐해야 할 마당에 선장은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보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그… 그래도 사람이잖아요.”이제 보니 선장은 그동안 잔인하게 고래를 잡았으면서 사람에게 관대했다.만약 염구준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로사는 비참하게 당했을 거고, 선장 일행은 비참하게 죽었을 것이다.그때 독수리가 기회를 잡고 맞장구를 쳤다.“저 사람들은 당신을 노리고 왔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우리가 억울하게 당한 거라고요. 당장 우리 선박에서 내려요!”“…”독수리의 말에 선원들은 경악하며 쳐다보았다.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정말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촤아악!염구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날카로운 검기를 내리치자 다들 너무 무서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안 돼요. 아직 아이란 말이에요.”분위기가 살벌해지자 로사가 반쯤 드러난 가슴을 감싸고 독수리의 앞을 막았다.구자검의 검기는 소녀의 옆을 스쳐 바다 표면에 물보라를 일으켰다.염구준은 공격하지 않고 협박투로 말했다.“또 나한테
드디어 구명보트를 탄 일행이 선장의 도움으로 선박으로 올라왔다.모두 여덟 명으로 그동안 먹지를 못했는지 몸은 수척해지고 탈수 증상이 있었다.“주방에서 음식들 갖고 와. 그리고 링겔을 놔줘.”선장은 일행은 관찰한 후 응급처치를 하기 시작했다.“그런데 음식은 그분한테 줘야 하는데요.”염구준을 무서워하는 선원 한 명이 작은 소리로 일깨워주었다.그러자 선장이 엄숙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일단 이 사람들 주고, 다시 만들어서 보내면 돼.”만약 염구준이 있었다면 일행을 전부 알아보았을 것이다.두 시간의 응급처치를 거쳐서 여덟 명은 드디어 혈색이 돌아왔다.아직 몸이 많이 허약하지만 그래도 목숨을 부지해서 참 다행이었다.“큰일은 없으니까 한동안 쉬면 괜찮아질 겁니다.”선장은 웃으면서 선원들에게 안으로 모셔서 쉬게 하라 일렀다.모두 마음이 어진 어부들이라 바다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보고도 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지금이야!”바로 그때, 돌변상황이 발생했다.구조된 일행 중에서 누군가 소리치자 여덟 명이 동시에 기운을 끌어올려 선원들을 공격했다.평범한 선원들은 저항하지도 못하고 단번에 제압당하고 말았다.“악!”로사는 모두가 방심한 틈을 타 종사지경에도 도달하지 못한 무술인의 목을 베었다.그런데 방금 공격으로 이미 기진맥진했다.“대장, 여자가 있어.”“가만히 있어. 내가 상대할게.”그들은 동료가 죽은 것도 개의치 않고 모두 로사의 몸매만 쳐다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쿵!대장이라는 무술인이 기운을 폭발시키더니 갑자기 덮쳐서 로사를 제압했다.“발버둥쳐. 반항해 봐. 그럴수록 더 흥분되니까. 하하하.”이렇게 혈기왕성한 모습이라니, 방금 전에 죽을 것처럼 시들시들하던 인간 같지 않았다.그 장면을 본 선장은 가슴이 칼로 에이는 것 같았다.지금까지 어부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이런 악당들을 만났다.“너희들 뭐하는 짓이야? 방금 우리가 너희를 살렸어.”선장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놈들의 행위가 이해되지 않았다.“우리를 구했다고?
“맞아.”염구준은 소녀의 몸에서 악한 기운을 느꼈지만 덤덤하게 말했다.기운만 보아도 사람 몇 명을 살해한 것 같았다.“날 잡으러 왔어요?”로사는 비수를 꽉 쥐고 또 물었다.“아니야. 길이나 안내해.”염구준이 그 사이 소녀를 관찰한 결과, 무술을 배우기에 좋은 재목이었지만 아쉽게도 인도할 스승이 없었다.두 사람은 오늘 처음 만났으니 더는 소녀의 일에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휴, 무례하게 대해서 죄송해요.”그제야 로사는 비수를 넣으며 사과했다.소녀는 앞장서 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금 싸우려는 자세만 봐도 건장한 남자를 상대하는 것은 문제없어 보였다.선장 침실에 도착하자 로사는 이불을 바꾸고는 한마디만 하고 떠났다.“쉬세요. 음식이 되면 여기로 가져다 줄게요.”“그래. 볼일 봐.”쿵!염구준은 문을 닫고 침대에 쓰러져서 잠들었다.이런 포근함을 오랜만에 느끼는 것 같았다.그리고 머릿속에 그동안 발생했던 일들을 정리했다.황계웅에게서 옥패의 단서를 발견하고, 유동심연에 도착했을 때 나머지 세력이 따라온 덕에 비슷한 정보를 얻었다는 것을 알아냈다.이 정보는 어쩌면 같은 사람이 흘렸을 수도 있다.그리고 심해에서 봤던 가짜 옥패는 흑풍의 표식을 남긴 것을 보아 틀림없이 그놈의 짓이다.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상황은 이랬을 것이다.몇 년 전에 흑풍이 심해에서 진짜 옥패를 찾았는데 위험한 곳이란 걸 알고 적을 죽이려고 함정을 판 것이다.마침 강적을 만난 그는 시기가 되자 일부러 고대 옥패의 단서를 남겨 죽이려고 했는데, 계획과 다르게 적의 육신이 극한 경지에 도달하게 만들었다.…이런 생각을 하다가 염구준은 잠에 빠졌다.밖에 날씨가 화창하고 바람도 적게 불어 항행하기 딱 좋았다.이번은 선장이 직접 나서서 전속으로 달리고 있었다.지금 그는 빨리 부두에 도착하여 염구준의 돈을 받는 즉시 선박에서 내보낼 생각이었다.어쩐지 그는 사람이 아니라 핵폭탄 같았다.조종석에서 할 일이 없는 몇몇 선원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잡
그의 재력이라면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 향유고래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바다가 고래의 고향이라 그러지 않았다.“선장, 고래가 엄청난데 잡지 않아요?”갑판에서 몸이 건장한 흑인 선원이 불만을 토로했다.눈앞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돈이니 그럴만했다.“독수리, 주둥이 닥쳐!”선장은 아직도 누군가 향유고래에 미련을 두자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보는 사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독수리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나머지 선원들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선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저기, 아직 볼일이 남았어요?”선장은 염구준이 조용히 앉아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요.”염구준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곳은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단 상륙한 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그게…”선장은 난처한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려우면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폭행을 휘두르면서 강요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선장의 태도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분명하게 말했다.선박은 어부들 것이니 강제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선장은 솔직하게 말했다.“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요. 이제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손해가 엄청납니다.”그들은 염구준이 무섭지만 돈을 벌지 못해 가족들이 굶는 것이 더 무서웠다.“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얼마를 원하세요? 육지에 도착하면 내가 줄게요.”염구준에게 있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100만 달러.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선장은 믿지 않는지 거액의 가격을 부르면서 떠보았다.듣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따져보면 수리비용, 연료, 인건비 등등 모두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으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이걸로 담보할게요. 어차피 당신네 선박에 있으니까 도망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상대방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주은 주먹
이튿날, 미지의 바다에서 향유고래 한 마리가 헤엄치고, 등에 한 사람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그 사람은 바로 염구준이었다.사방에 온통 푸른 바다라 지금 어느 곳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지금은 고래가 바닷가로 데려가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고래야, 잘 부탁한다.”“우웅!”둘은 서로의 말을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수시로 교류했다.염구준이 눈을 감고 운기조식하다가 배고프면 심해의 눈물로 에너지를 보충했다.신기한 것은 한 방울만 먹어도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뿌우우우웅!그때 멀리서 선박 소리가 들렸다. 염구준은 눈을 번쩍 뜨고 소리를 질렀다.“저기요! 여기 사람 있어요!”목소리에 기운을 담았더니 쩌렁쩌렁한 소리를 지를 때마다 수면이 음파에 진동하는 것 같았다.어디선가 나타난 선박에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슥!그런데 선박에 다가간 순간, 상대방이 고래를 잡는 쇠고랑을 발사하는 것이었다.염구준은 재빨리 검기로 밧줄을 잘라버렸다.선박은 그를 구하러 온 것이 아니라 향유고래를 잡으러 온 것이었다.생각하지 않아도 고래의 용연향을 얻기 위함일 것이다.스스슥!선박에 있는 사람들은 고장난 줄 알고 이번에 작살을 던졌지만 역시 염구준에게 잘려서 바다 밑으로 들어갔다.상대방과 가까워지자, 염구준은 그들의 선박에 번쩍 뛰어올라 엄숙하게 경고했다.“멈춰. 아니면 무력으로 대응할 거야.”선원들은 대부분 기운이 없는 평범한 어부였다.그들은 염구준이 먼 곳에서부터 뛰어올라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는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여기서는 고래를 잡는 걸 허락해요.”한참 뒤, 선장은 국제 감독기관에서 온 줄 알고 시큰둥하게 대답했다.“이 고래는 내 친구예요. 어떻게 할지 잘 알겠죠?”염구준은 선장을 노려보며 차갑게 되물었다.“알았어요. 이 사람 말을 못 들었어? 당장 작살을 내려놔!”선장은 상대방이 보통이 아니란 걸 눈치챘는지 바로 선원들에게 지시했다.그러자 당황한 선원들은 정신을 차리고 지시대로 작살을 내려놓았다.염구
감히 그의 전우나 다름없는 고래를 잡아먹으려고 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만약 향유고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지금쯤 심해 밑에서 죽었을 것이다.“염 선생님, 안 돼요!”당황한 노신기 일행이 다급히 나서서 말렸지만 염구준은 듣지 않았다.그는 요트를 타고 서해충에게 다가가 검을 휘둘러 공격했다.“당장 토해!”염구준은 두 손으로 검을 들고 번쩍 뛰더니 위에서 서해충을 자르려고 했다.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고래를 살려낼 것이다.“하악!”뿔난 서해충이 나지막하게 울부짖더니 커다란 입을 벌이고 염구준을 통째로 삼키고는 물속으로 들어갔다.그 장면을 본 사람들은 모두 경악하고 말았다.심지어 천기문의 고위층들도 진정할 수 없었다.“염 선생님!”“안 되겠어. 모든 음성탐지기를 던져!”노신기는 당황한 마음에 맞서 싸우려고 명을 내렸다.유동심연의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이번에 오면서 대량의 음성탐지기를 챙겼었다.그러나 워낙 위력이 강한 무기라 함부로 사용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염 선생님, 제발 잘 버텨줘요.’촤아악!이제 막 음성탐지기를 내려놓고 가동하려고 할 때 눈앞에서 거센 물보라가 솟구치는 것이었다.해저 지진으로 거센 파도가 밀려오면서 일으킨 쓰나미였다.“다들 선실로 들어가!”위급한 상황에서 노신기는 어쩔 수 없이 먼저 가문을 지켜야 했다.선박 세 척은 쓰나미에 밀려 먼 곳까지 흘러갔다.한편, 바다 밑은 난리도 아니었다.서해충 체내에 들어간 염구준은 선사 시대의 바다 생물과 전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그가 공격할 때마다 서해충은 심한 고통을 느꼈는지 커다란 몸집을 꿈틀거렸다.실은 서해충이 삼킨 것이 아니라 그것이 도망칠까 봐 염구준이 스스로 잡혀 먹힌 것이었다.한참 공격하면서 돌진했더니 드디어 향유고래가 있는 곳까지 다가갔다.“구자검법! 검일참공!”그는 기운을 폭증시켜 강력한 살술로 서해충의 몸에 길이가 10미터되는 상처를 냈다.잘린 부위에서 바닷물이 역류하여 들어올 때, 염구
동물의 감각은 때론 인간보다 훨씬 뛰어났다.특히 바다에서 자란 생물이라면, 웬만한 레이더보다도 훨씬 빨리 감지할 수 있었다.쿠쿵!혹시라도 싸울 수 있기 때문에 다들 몸에서 기운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아래쪽에서 뭔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어.”염구준은 날카로운 눈으로 바다밑을 바라보며 말했다. 작은 검은 점 하나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었다.아직 수면까지 오지도 않았는데, 그 그림자는 이미 성체 향유고래와 맞먹는 크기였다.‘설마, 진짜 서해충이 있는 건가?’“목표가 공격 범위에 진입했습니다. 모든 작살 준비 완료했습니다.”대원들은 지시가 떨어지고 나서 3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내에 모든 준비를 마쳤다.“쏴!”노신기는 참을성 없이 바로 명령을 내렸다.‘망했다!’염구준은 말리려고 했지만 결국 말리지 못했다.물속의 거대한 생물체는 어선보다도 커서 자칫하다간 오히려 배가 끌려갈 수도 있었다.슥! 슥! 슥!고래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세 척의 어선에서 수십 발의 대형 작살이 물밑의 검은 그림자를 향해 발사되었다.타겟의 몸집이 컸기 때문에 대부분의 작살이 정확하게 꽂힐 수 있었다.“끌어 올려!”노신기는 고래 잡이를 할 때 쓰던 방식을 운용하며 숙련하게 명령을 내렸으나 기계를 최대치로 올려도 타겟을 끌어오리지 못했다.이에 조타실에서 다급하게 소식을 전했다.“큰일입니다. 어선이 저것에 의해 유동심연 쪽 소용돌이로 끌려가고 있어요!”배는 엄청난 속도로 끌려갔다. 배 자체가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속도였다.“밧줄을 끊어!”염구준은 노신기의 무전기를 낚아채고 지휘권을 넘겨받았다.“속도가 너무 빠른 탓에 꽉 감겨서 끊을 수가 없습니다.”조타실에서 절박한 답변이 돌아왔다.현대식 어선은 전부 인공지능 시스템이라 이 상황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우웅!염구준은 결국 검기를 날렸고, 날카로운 검광이 연달아 번쩍이며, 단숨에 밧줄들을 잘라냈다.이에 배가 거대한 관성에 휘청이며 흔들렸고, 균
오늘 만약 염구준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들은 전부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빨리 항행하라고 하세요. 뭔가 이상합니다.”염구준의 갑작스러운 말에 사람들은 이해가 되지 않아 어리둥절해졌다. “네, 말하고 오겠습니다!”그러나 눈치가 생긴 사람들은 염구준의 뜻을 알지 못해도 그대로만 하면 된다는 걸 알고 있어 곧바로 달려갔다.그들은 염구준을 한치도 의심하지 않았다.염구준은 흡족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면을 바라보며 물었다.“스텔라성의 성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십니까?”이번에 스텔라성의 성주는 두 개의 판을 짰는데, 하나는 겉면으로 보이는 부성주 베르였고, 다른 하나는 오랫동안 숨어있던 노대영이었다. 다른 걸 다 따지고 나서 판을 짠 것만 본다면 정말 훌륭한 계획이었다.그랬기에 염구준은 그를 중시했다.노신기와 아타는 미간을 찌푸리고 서로를 바라본 뒤, 늙은 아타가 입을 열었다. “성주의 이름은 노세입니다. 압도적인 실력의 소유자로, 진 적이 없습니다.”“하지만 지난 20년간, 외부에서는 그의 모습을 본 이가 없습니다. 폐관 중이라는 소문도 있고, 이미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지요.”“그의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라, 저희도 아는 게 많지 않습니다.”이야기를 들은 염구준은, 오히려 흥분한 듯한 웃음을 지었다.“흐음, 전부 사실이라면 꽤 괜찮은 상대가 되겠군요.”방금, 막 육체의 극한을 돌파한 염구준은 적당한 시험 상대가 필요했다.‘대단해.’주변 고위 간부들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염구준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다만 약간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었다.스텔라성 성주 같은 괴물은, 대부분 기겁하며 피하려 하는데, 정면 승부를 기대한다니까 말이다.“그나저나 염 선생님, 전에 올라오실 때, 인원이 적던데, 혹시 아래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노신기는 다른 걸 얘기하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아, 이거 아십니까?”그의 손에는 투명한 비닐에 담긴 작은 물방울이 들려 있었는데, 외부에는 진기가 감돌았다.‘어라?’조금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