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진 후, 송청연은 겨우 마음을 진정시키고 걱정스럽게 말했다.“송찬휘가 적지 않은 경호원들을 데리고 나가서 아마 일손이 부족할 거예요.”하지만 염구준은 아무렇지 않은 듯 미소를 지었다.“바라던 바예요. 위기가 닥쳤을 때 내 부하들이 나타날 겁니다.”송청연은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얼떨떨했다.어두운 동굴 속, 신비한 기지에 등이 켜진 방이 있었다.그 안에서 한 사람은 컴퓨터 앞에 앉아 여러 개의 CCVT를 감시하고 있었다.“송씨 가문에서 경호를 강화했어. 여러 번이나 공격했지만 실패하고 많은 사람을 잃었어.”“절반 산업이 강철 도시로 흘러서 공격하기 쉬운데, 그곳에 염구준이 있잖아.”“뭐가 무서워. 우리 함께 달려들면 꼼짝도 못하고 당할걸? 최신 소식인데 거기 갑자기 문제가 생겨서 지금 경호가 소홀하대.”이 사람들은 모두 청목 존주의 부하들이다.송씨네 공장을 습격한 것도 모두 이 사람들의 작품이다.모여서 한참이나 상의했지만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하고 쓸데없는 말만 늘어놓았다.“진목아. 넌 우리 중에서 최고 지휘관이잖아. 말 좀 해 봐.”한 사람이 이름을 부르며 물었다.“일이 쉽지 않아.”진목의 두서 없는 말에 다들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왜 청목 존주가 이런 사람을 아끼는지 이해되지 않았다.“우리 부품이 한참이나 부족해. 청목 존주의 계획을 망치면 안 된단 말이야.”시급한 일이기 때문에 그들도 위험을 무릎 쓰고 송씨네 공장을 습격한 것이다.한참을 생각하던 진목이 좋은 방법을 떠올렸다.“강철 도시 공격에 동의하는 사람 손 들어.”그 중 이해관계는 다들 잘 알고 있지만 청목 존주가 너무 다그쳐서 어쩔 수 없었다.말이 끝나기 바쁘게 과반수가 손을 들었다.한 번만 위험을 무릎 쓰면 기계 부품도 충분히 보충할 수 있었다.“그래. 그럼 강철 도시로 가자.”“우리 두 팀으로 가자. 한 팀이 공격을 시도하다 방어가 약해지면 두 번째 팀이 전면 공격하는 거야.”진목은 느린 속도로 짧게 말했지만 실행 가능성이
“네.”송청연은 오해한 것이 부끄러워 쥐 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정말 창피해 죽겠어.’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염구준이 왠지 부끄러운 일을 할 것만 같았다.순간 가슴이 너무 아팠다.어둠이 드리우자, 공장 내부에 등이 하나씩 켜졌다.공장에 지금 경호원들이 순찰을 돌고 있었다.대표님 사무실도 등이 켜져 있었다.“우리 밤새 여기에 있어야 해요?”송청연이 피곤한 내색을 하며 하품했다.“졸리면 주무세요. 저기 소파에 침낭이 있어요.”염구준은 고개를 숙여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방어 위치를 조정했다.‘내가 여자로서 매력이 부족한가?’그 모습을 본 송청연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하루 종일 이상한 생각만 하는 자신에게 뺨이라도 갈기고 싶었다.“아내분, 엄청 예쁘시겠네요.”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그녀는 일상적인 얘기를 꺼냈다.“예쁘죠. 내 마음속에 아내는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제일 착하고 제일 현명한 여자예요.”아내 자랑을 늘어놓는 염구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세 번에나 ‘제일’을 사용해서 최고임을 설명했다.“참 부럽네요. 나도 곁에서 비바람을 막아주는 남자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근데 지금은 혼자 힘으로 해결해야 해요.”송청연의 말에 외로움이 느껴졌다.“뭐가 부러워요? 인생은 원래 본인의 능력에 의지하는 거예요.”한 때 염구준의 좌우명을 그녀에게 말해주었다.지금 그는 강자가 되어 팔방의 적을 물리칠 수 있지만 몇 년 전에 전장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전사였다.오늘의 성과는 본인의 힘으로 이룬 것으로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고생했는지는 말할 것도 없었다.“저도 그렇게 생각해요.”송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최선을 다해 운명을 바꿔서 송씨 가문의 가주가 되고 싶었다.그때 염구준이 휴대폰을 집어넣고 그녀에게 다가왔다.‘뭐야? 다가오고 있잖아. 어떻게 해야 하지?’송청연은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걱정하던 일이 드디어 발생하나 싶었다.역시 남자들은 말하는 것과 행동이 달라서 믿을 놈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던 찰나…“뭐 하세
상대의 실력이 자신보다 강하다는 것을 알아챈 그는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공격 한 번 참 시끄럽게 한다."염구준은 상대방의 공격이 가소롭게만 느껴져 재빨리 타이밍을 찾아 상대방의 두 팔을 꽉 잡고 힘을 주었고, 곧 '뚜둑' 하는 소리와 함께 두 팔을 전부 부러뜨렸다.팔을 잃었으니 이 개조 로봇은 이제 고철과 다를 바가 없었지만 염구준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검을 들어 상대방을 절반으로 잘라버렸다."지잉."짧은 기계음과 함께 개조 로봇은 눈에서 빛이 흩어지더니 곧 완전히 움직이지 못했다.상대방의 목적이 먼저 송청연을 해결한 후 강철 도시, 송씨 가문이 우두머리를 잃게 만들어 계획을 더 순리롭게 실행하려는 것임이 너무 확연했다.지잉, 지잉.모든 걸 처리함과 동시에 송청연의 휴대폰들이 울렸다."아가씨, 7번 공장이 습격을 당했습니다. 지원 바랍니다.""5번 공장이 막대한 손실을 입었습니다. 이곳 경비원은 더 이상 상대방을 막을 능력이 없어요.""아가씨, 빨리 가세요. 저희가 적들을 막을게요."걸려온 전화 중 좋은 소식은 하나도 없었다.염구준은 옆에서 진지하게 경청하며 속으로 묵묵히 공장의 수를 셌다.'총 8개인가?'비록 많은 전화들이 걸려왔지만 손해를 본 공장은 강철 도시의 공장 중 10분의 1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가 크지 않았다.'지금 떠보는 거군.'이 방법은 염구준이 예전에 많이 썼었던 것이었기에 그는 한 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전 신경 쓰지 마시고 가서 아랫사람들을 도와주세요."송청연이 재촉했다.이렇게 큰 규모의 싸움을 겪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마음이 급할 수 밖에 없는 게 당연했다."당신의 안전을 먼저 보장해야 합니다. 당신이 잡히면 일이 더 귀찮아지 거든요. 그쪽 사람들은 다른 공장 사람들더러 지원하라고 할테니 걱정마요."염구준은 떠날 생각이 없었기에 바로 휴대폰을 꺼내 경비원들더러 위치를 움직이라고 명령했다.한편, 바닥에 누워있던 개조 로봇은 최저의 에너지로 작동하며 이곳의 대화를 멀리서 대기하고 있는
"다 계획대로 되어가고 있으니까 걱정마요."상대방의 근거 없는 자신감에 송청연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청룡!"이때, 염구준이 크게 외치자 공포스러운 기운을 내뿜는 사람 한 명이 창문으로 들어왔다."부르셨습니까, 대표님."그는 비록 지금 현재 전신전의 주인이지만 여전히 염구준을 공손한 태도로 대했다."나는 나가서 한 바퀴 돌아볼 테니까 이 아가씨 곁을 잘 지켜."염구준은 상대방의 인사말을 듣고 분부했다."하지만..."원래 사람을 지키는 임무가 아닌 싸움 임무를 맡을 줄 알았고, 정말 적들과 붙어보고 싶기도 했기 때문에 그는 염구준의 말을 반박했으나 염구준은 바로 그의 말을 끊었다."이 나이에 왜 여전히 솔로인지 정말 모르겠어?"말을 마친 뒤 그는 상대방의 반응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사무실을 나섰다.전신전은 염구준이 처음 계획을 세울 때부터 생각해둔 비장의 카드였다.얼마 뒤, 염구준은 고층 건물 위에서 손을 등 뒤에 지고 서서 강철 도시 전체를 내려다보았다.도시안의 불빛을 빌어 그는 멀리서부터 많은 검은 점들이 빠르게 도시 쪽으로 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각종 싸움 소리, 고함 소리가 한데 뒤섞여 지금 도시는 매우 혼란스러웠다."적이 이미 쳐들어 왔으니 저희도 나설까요?"전신전 내부 채널에서 백호, 주작 등이 잇달아 그의 답을 기다렸다. "그건 급하지 않아. 적이 아직 도시 안에 들어오지 않았으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염구준이 바로 대답했다. '이런 규모의 함정을 만들기 위해 며칠이나 걸렸는데, 당연히 한번에 가능한 한 많은 적을 죽여야지.'시간이 지남에 따라 도시에 진입하는 적들은 줄어들었고, 대부분의 개조 로봇들은 이미 도시 안에 진입했다."행동해. 이번 작전의 코드명은 문을 닫고 개를 때리자야.""알겠습니다."염구준의 명령하에 강철 도시중의 호텔, 민박집에서 좋은 장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우르르 뛰쳐나와 개조 로봇을 죽였다.이 모습을 본 그는 곧 서서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이렇게 대규모의 전투를
'큰일 났네.'진목은 자리에서 일어나 초조하게 집안을 서성거리다가 끝내 결정을 내렸다."비상 계획을 실시한다. 정예 부대를 올려보내."'승패는 이 계획에 달려있어. 염구준이 나서지 않기를 바라야지.'한편, 강철 도시.끊임없이 피해를 입은 개조 로봇은 남쪽으로 몰렸고 활동범위도 매우 작아졌다.앞에서는 염구준 등이 맹공을 하고있고 뒤의 퇴로에는 매복한 사람들이 단단히 막고있어 그들은 도무지 뚫고 나갈 수가 없었다.지금 그들의 신세는 독 안에 든 쥐와도 같았다. 즉 언제든지 전멸할 수 있다는 거다."기습이다! 뒤를 조심해!"이때, 남쪽의 방어선에서 누군가가 소리를 지르자 평소에 제대로 훈련을 받은 전신전의 성원들은 바로 몸을 돌려 적들과 맞설 준비를 했다.이곳을 맡은 사람들은 전신전의 여섯 전왕이며 그 중 세 사람은 이미 전신경지에 발을 들여놓은 상태였다.슉슉.그들의 눈 앞에는 30명의 사람들이 나타났는데, 적들은 방어선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맹렬한 공세를 취했다.30명 모두 전신경지의 고수들이었다.이에 대부분이 멍해졌다. 이렇게 강한 적들을 이길 수 있을 리 없었다."죽더라도 싸워라!"선두에 선 전왕은 소리를 지르며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그의 태도에서부터 물러설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을 보아낼 수 있었다.전신전의 사람은 전사를 할 수는 있어도 겁에 질려 물러설 수는 없었다. "하압!"이윽고 3대 전신경지의 고수들이 전방에서 버티고 나머지 사람들은 삼각형 방정으로 흩어진 뒤 두 손을 앞사람의 등에 대고 기운을 불어넣었다.그들이 고전진을 이루자 곧바로 반구형의 공기방패가 펼쳐지며 사람들을 감싸면서 강대한 에네르기를 내뿜었다.쾅쾅!적들의 공격에 방어막은 심하게 흔들리며 거미줄을 친 것처럼 금이 심하게 갔지만 그래도 함께 30명의 전신경지의 강자들의 공격을 막았으니 충분히 자랑스러운 일이었다.쾅!그러나 적들은 더 심하게 각종 공격들을 퍼부었고 방어막은 끝내 처참히 부서졌다.절대적인 실력 앞에서 이런 보조적인 기술 따위는
선두에 선 전왕은 양심의 가책을 느껴 고개를 푹 숙인 채 낮은 소리로 말했다. 이 절체절명의 위급 상황에 염구준이 도착해 막아준 것이다."알면 됐어. 앞으로 많이 배우고 연습해서 더 높은 경지에 이르는 걸 목표로 해."염구준은 이 기회를 틈타 한바탕 채찍질 했지만 솔직히 상대방의 활약에 만족한 상태였다. 그러나 칭찬을 하면 상대방이 게을러질 수도 있으니 더 엄하게 요구했다."네!"선두에 선 전왕은 예의 바르게 인사한 후 다른 싸움터를 향해 돌진했다.염구준이 여기에 온 이상 이 위험한 개조 로봇들은 그가 상대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염구준, 이 음험한 자식 같으니라고. 오늘 꼭 죽여버리겠어!"이때, 개조 로봇들 중 한 명이 갑자기 욕설을 퍼부었다. 배후에 있는 청목 조직의 책임자 중 한 명이 그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기 위해 한 것임이 틀림없었다. "젠장, 너희들의 머리를 쪼개도 그렇게 움직일 수 있는지 두고 보자고."염구준은 기운을 끌어올리며 온몸을 불로 감싼 뒤 개조 로봇들을 향해 달려갔다. 상대방은 모두 정예들이기 때문에 염구준은 그들을 그냥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강한 놈이니 죽을 각오로 싸워라."이에 기계음과 함께 30명의 개조 로봇들의 눈이 전부 붉게 바뀌었다. 이건 언제든지 자폭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이었다. "하앗!"염구준은 바로 개조 로봇의 가슴을 향해 주먹을 날려 어마무시한 힘으로 상대방의 에너지 원천을 파괴했고, 개조 로봇은 금세 눈에서 빛이 없어지며 고장 나버렸다.여러 차례 맞붙어 본 적이 있는 터라 어떻게 해야 개조 로봇을 빨리 부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는 일격에 상대방을 쓰러뜨리고 계속 공격했다. 끼익.그러나 이때, 여섯 명의 개조 로봇이 순식간에 그가 움직일 수 없도록 꽉 붙잡았다.'이럼 위험한데.'염구준은 몸을 흔들어서 그들을 떨궈내고 싶었지만 개조 로봇들은 그를 붙잡은 순간부터 자폭하려는 듯이 무서운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쾅!움직일 새도 없이 전신의 경지에 이른 여섯
염구준은 이 장면을 보고 개조 로봇들이 자폭을 하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고 소리를 지르며 돌진했다.전신전에서는 직위가 높든, 낮든을 막론하고 전부 한 가족처럼 지냈기 때문이다. 그가 막 돌진하자나자 나머지 15명의 개조 로봇들이 즉시 몸을 돌려 염구준을 향해 달려갔다.도망칠 수 없는 이상 어떻게든 염구준을 죽이겠다는 의도였다.염구준을 죽인다면 큰 공을 세운 셈이기 때문에 청목 존주에게 개조 로봇을 잃었다고 혼이 나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칠상권, 칠권합일!"염구준은 체내의 오장육부가 크게 충격을 입을 정도로 소리를 지르며 오른손을 휘둘러 거대한 주먹의 허영이 나타나게 했다.전에도 이 권법을 쓰긴 했으나 지금 그가 쓴 건 한 단계 더 발전한 버전이었다.쾅쾅!주먹을 한 번 휘두르자 달려오던 개조 로봇들은 전부 폭발하여 일개 부품으로 되어 버렸다.보기에는 화려한 주먹이었지만 이 공격은 몸에 큰 부담을 주기 때문에 공격이 끝남과 동시에 그의 입가에서는 피가 흘러내렸다.정예 부대가 전멸된 후 전신전의 사람들은 별 볼 것 없는 나머지 개조 로봇들을 공격했고, 그들이 쓰러질 때쯤, 싸움도 거의 끝났다."주상, 제 실수로 몇이 도망가게 했습니다. 벌을 내려주십시오."선두에 선 전왕이 말을 하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일부러 도망치게 했으니 일어나."이에 염구준은 손을 뻗어 눈앞의 사람을 부축했다.모두 죽이려고 했다면 일찌감치 그들의 뒤를 쫓아가 전부 부숴버렸을 것이다.염구준이 그들을 풀어준 이유는 낚시를 하기 위해서였다. 큰 물고기를 잡으려면 낚시줄을 긴 걸 써야 하니까 말이다."주상, 도시 안에 남아있던 적들을 전부 처리했습니다.""주상, 천목 시스템을 언제든지 쓸 수 있도록 준비해두었습니다."이때, 강철 도시에서 백호, 주작 등이 달려왔다."주작, 시작해."염구준은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며 새로운 임무를 하달했다."네!"주작은 짧게 대답하고 각종 선진적인 감시 기기가 들어있는 검은색 비즈니스카에 올라탔는데, 용하국의 대부분의
프로펠러의 소리와 함께 헬리콥터들은 천천히 하늘로 날아올라 사방으로 흩어졌다.염구준이 가려는 곳은 토단 김치 공장이라는 곳으로, 강철 도시에서 별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곧 목적지에 도착할 것 같으니 윙슈트를 준비해."최대 시속으로 비행하면 도착하기까지 한 시간도 안 걸렸다.사실 김치 공장은 허울에 불과하고 그곳은 청목 조직의 기지 중 하나였다.구덩이 몇 개만 파서 김치를 담구는 회사는 없으니 말이다."빨리 기계들을 모두 차에 실어." 이곳의 책임자가 공장 문 앞에서 큰 소리로 재촉했다.계획이 실패한 후, 진목은 일이 꼬인 것을 깨닫고 그에게 과감하게 철수하라고 통지했었지만 다년간의 심혈을 들인 것들인데 모든 걸 단번에 포기할 수는 없었다."대장, 헬리콥터가 날아왔습니다."이때, 주위를 살피고 있던 사람이 소리쳤다."가자!"갑자기 나타난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가 없으니 책임자는 바로 결정을 내렸다.사람들이 모두 차에 오른 뒤 여러대의 차들이 나가기 위해 줄을 지었다.쾅!그러나 시동을 걸자마자 누군가가 하늘에서 내려오더니 길의 중간을 막고 섰다. 바로 염구준이었다. 그가 이렇게 빨리 도착한 이유는 몇 십 미터밖에 안 되는 높이라서 별로 높지 않은 것 같아 그냥 뛰어내렸기 때문이었다."속도 줄이지 말고 부딪쳐!" 자신을 막아선 사람을 본 뒤 조수석에 탄 사람이 크게 소리쳤다.부릉.이에 기사는 액셀을 끝까지 밟고 두 손으로 핸들을 꽉 잡은 채로 차를 곧장 앞으로 몰았다.중장비트럭은 무게가 엄청 나가기 때문에 나가는 속도가 빠르지 않았지만 그에 따르는 관성도 작지 않았다."팔극철산!"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차를 보며 염구준은 옆으로 몸을 돌리고 오른쪽 어깨로 차를 겨누면서 기운을 모은 뒤 그대로 돌진했다.'미쳤어, 완전 미쳤어!'기사는 비록 중장비트럭을 운전하고 있긴 했지만 사실 자신이 없었다.쾅!순식간에 차와 사람이 부딪치며 큰 소리가 났다. 염구준은 꼼짝도 하지 않았지만 트럭의 앞부분은 들어갔고 동시에 길
파악!곧이어 물기둥이 하늘로 솟구치며 거대한 향유고래가 염구준과 멀지 않는 곳에 떨어진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마치 떠나기 아쉬워하는 듯했다.촤악!염구준은 몸을 날려 향유고래의 머리 위로 뛰어오른 뒤, 세 척의 어선 쪽으로 진기를 날려 물보라 일게 했다.이에 향유고래는 곧장 방향을 틀고, 어선을 향해 빠르게 헤엄치기 시작했다.말이 통하지 않아 이런 방식으로 밖에 교류할 수 없었지만 별로 큰 문제는 없었다.그 시각, 1호 어선은 다른 어선보다 조금 더 시끌벅적했다.노대영은 배의 지휘권을 장악한 뒤, 끝까지 저항한 소수만을 제거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포로로 붙잡아두었다.물론 그가 자비로워서가 아니었다.그저 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어떻게 복수하는지 지켜보게 하기 위해서였다.“대영 문주님, 준비 완료됐습니다. 언제든 시작 가능합니다.”노대영에게 붙은 아첨꾼 하나가 다가와 공손하게 말했다. 이번에 출정한 천기문 문도 중 절반 이상이 이미 노대영 편이었다.쿵!노대영은 부도 갑옷을 입은 채로 웃으면서 팔을 휘둘러 노신기를 바닥에 내던졌다.“악독한 놈. 네가 내 아버지를 죽였으니 난 오늘 아버지의 복수를 할 거다.”며칠 전에 대의를 위해서라면 혈연관계는 얼마든지 끊을 수 있다는 그의 말은 그저 노신기를 안심시키기 위함에 불과했다. 그의 가슴 속에 맺힌 복수심은 한순간도 식지 않았었다.“하아...”노신기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의 창백한 얼굴엔 깊은 후회가 서려 있었다.‘그때 불쌍해 보인다고 해서 검은 머리 짐승을 거두는 게 아니었는데.’그는 생각했다. “모든 일은 내가 벌인 거니까 찢어죽이든, 뭘하든 나한테만 해.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 건드리지 말고.”지금 이런 상황에 이른 이상, 그는 더 도리를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전에 이미 노대영에게 그의 출신을 말해주며 그의 아버지가 눈 깜빡하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는 변태 악마라고 말해주었으나 그는 전혀 듣지 않았기 때문에 말해봤자 쓸모가 없다는 걸 알아서였다.스승과 제자의
염구준을 향해 날아오는 것은 엄청난 기운을 내뿜고 있는 금강 방망이 한 개 뿐이었다. 기운의 량으로 보아 세 명의 힘이 전부 들어있는 게 분명했다.이건 베르 일행이 전력을 건 최후의 일격이었다.쾅!한 자루의 검과 한 개의 방망이가 충돌하며 눈부신 불꽃을 일으켰다.폭발적인 에너지가 주변에 퍼져나가며 양측은 잠시 균형을 이루었다.세 사람의 실력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막았다! 얼른 보트 준비해, 후퇴한다!”베르의 창백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비틀거리며 일어나 부하들에게 소리쳤다.루카와 슈카 역시 서로 부축하며 일어섰다.이미 힘이 고갈된 지라 그들의 얼굴엔 혈색도 없었고, 기운조차 미약했다.더 이상의 싸움은 무리였다.“하압!”염구준은 팔에 힘을 주어 금강 방망이를 밀어내려 했지만, 방망이가 꼼짝도 하지 않는 걸 발견했다. 이 전법은 오묘했다. 상대방이 시전하고 조종하지 않아도 타겟을 쫓아 움직이는 것처럼 홀로 움직였으니까 말이다.이대로라면, 몸이 먼저 나가떨어질 판이었다.베르는 떠나기 전에 염구준을 보며 독한 말을 남겼다.“염구준, 자만하지 마라. 스텔라성은 아직 남아 있으니까. 돌아가서 강자들을 전부 불러와 널 죽여주지.”“돌아갈 수 없을 겁니다.”얼음처럼 차가운 염구준의 목소리에 모두가 몸을 살짝 떨었다.이미 흑풍의 사태로 배운 바가 있었기 때문에 염구준은 적을 쉽게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흥, 말은 누구나 하지. 하지만 나중에 지키지 못하면, 네 얼굴에 침 뱉는 꼴이 될 걸?”베르는 비웃으며 염구준의 말을 맘 속에 담아두지 않았다. 자신의 필살기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염구준은 검을 쥔 양손을 살짝 옆으로 움직이며, 손을 놓았다.우웅!그러자 구자검은 더 이상 금강 방망이와 대치하지 않고, 잔상을 남기며 쏜살같이 전방을 향해 날아갔다.같은 시각에 금강 방망이 역시 미친 듯한 속도로 염구준의 왼쪽 가슴을 향해 돌진했다.이건 자신의 목숨으로 적의 목숨을 바꾸는 방식이었다.꽈악!염구준
“염 선생님, 저희가 가서 막을까요?”노신기는 갈등하며 조심스레 물었다.비록 상대가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염구준 덕분에 얻은 것이 많았기에 돕고 싶어서였다.“아니요. 그냥 가만히 계시면 됩니다.”염구준은 단호하게 거절하며 대형 방패를 계속 내리쳤다.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연달아 울렸다.노신기 일행의 실력으로는 개입해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염구준은 잘 알고 있었다. 가봤자 죽을 게 분명하다는 것도 말이다.한편, 전장의 중심에 선 세 사람은 자신들이 고립무원의 상황에 처해있으며, 살려면 스스로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죽을 각오로 덤벼!”쾅!베르의 눈엔 살기가 가득했다. 손에 쥔 대형 방패는 마침내 한계에 도달하며 산산이 부서졌다.그의 피로 물든 두 손에는 어느새 짧은 단검이 들려 있었고, 그는 그것으로 염구준의 가슴을 향해 휘둘렀다.하지만 날카로운 칼날이 스쳐 지나간 자리에 남은 건 얕은 두 줄의 상처뿐, 역시 깊이 파고들지는 못했다.일반적인 공격은 염구준에게 통하지 않았다. 과거, 염구준이 육체의 한계를 돌파한 리아성전의 전주를 쓰러뜨린 것도 필살기와 정제된 진기 덕분이었었다. 심지어 한 번에 쓰러뜨린 것도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싸웠었다.육체가 극한으로 강해진 상대를 쉽게 이긴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염구준은 베르를 걷어차 밀어낸 뒤, 곧바로 루카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세 명을 상대할 때 가장 확실한 방식은, 하나씩 쓰러뜨리는 것이었다.“젠장!”염구준이 갑자기 타겟을 바꿀 줄 몰랐던 루카는 급히 막아섰지만 한 칼에 밀려났고 이어진 두 번째 공격에 부상을 입고 말았다.강자들의 승부는 한 수, 한 수가 치명상이라 조금의 방심도 용납되지 않았다. 자칫하다간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베르는 상황이 좋지 않음을 직감하고 이를 악물며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삼절진을 쓰자!”두 형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빠르게 베르 뒤로 이동한 뒤, 손을 그의 등에 얹었다.이 필살기에 승패가
베르 세 사람을 포함해 이 싸움을 지켜보던 반보천인들조차 염구준이 쓰는 게 무슨 전술인줄 몰라 어리둥절해졌다.방어를 완전히 포기하고 정면으로 달려드는 행위는 자살이나 다름없으니까 말이다.“건방지긴!”“내가 막을 테니 너희는 죽을 힘을 다해 공격해!”이에 베르의 일그러진 얼굴에는 약간의 기쁨이 섞였다. 그는 달려오는 염구준을 보며 포효하듯이 명령을 내렸다. 해저에서의 전투 경험에 의하면, 그는 자신이 특별히 제작한 대형 방패로 염구준의 공격을 최소 서른 번은 막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쾅!그러나 시작에 불과한 염구준의 첫 공격에 베르는 몇 걸음이나 밀려났고, 방패엔 반 치 정도 깊이의 칼자국이 선명히 새겨졌다.이 방패는 염구준의 공격을 막기 위해 베르가 특별히 주문 제작한 거라 다른 것보다 더욱 단단하고 두꺼웠다.텅텅!루카와 슈카도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동시에 염구준의 옆구리를 향해 칼을 박아넣었다.손목에 힘을 잔뜩 실은 터라 염구준의 호체진기를 가뿐히 뚫었지만 몸에는 옅은 상처밖에 내지 못했다.아무리 힘을 더 실어도, 더 깊숙이 찌를 수가 없었다.“육체의 극한까지 도달했다고?”싸움을 지켜보던 반보천인들은 일제히 감탄을 내뱉었다.두 명의 최강 반보천인의 공격을 오직 맨몸으로 버텼다는 것부터 염구준의 육체가 이미 극한까지 도달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쾅! 쾅!염구준은 루카 형제의 공격을 거의 무시한 채, 계속해서 베르에게 맹공을 퍼부었다.공격이 계속 되면서 방패에는 칼자국이 점점 더 많아졌고, 베르도 연달아 밀려났다. 이 엄청난 충격력에 그의 손바닥은 결국 찢어져 버렸고, 상처에서는 붉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 “공격 안 해? 밥 안 먹었어?”베르는 체내의 기혈이 요동치는 것을 느끼며 방패를 들고 소리쳤다.그제야 그는 그가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 했음을 깨달았다.‘방패가 30번의 공격을 버틴다고 해도 내가 버티지 못해.’염구준의 몸이 반보천인의 극한에 다다른 이후, 방어력 뿐만 아니라 힘도 강해져서 전보다 공격이
모두가 향유고래의 위를 보고 눈이 커졌다.기뻐하는 사람도,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었다.사람과 고래가 마음을 합쳐 수많은 고난을 뚫고 마침내 위험천만한 해저 심연에서 빠져나온 거다.그 과정의 험난함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노신기는 드디어 마음이 놓였다는 듯, 기뻐하며 입을 열었다. “염 선생님, 돌아가시지 않으셨군요?”말을 내뱉은 후, 그도 이상함을 느꼈지만, 이미 말을 마친 후라 뭐라고 바꿀 수도 없었다. “어... 네, 살아있긴 합니다.”염구준은 대수롭지 않게 답하며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냈다.솔직히, 좀 웃긴 질문이었다.조금 떨어진 곳에서, 완전히 멀쩡한 염구준을 본 베르는 숨이 턱 막혔다.“염구준, 너...”깊고 깊은 바다 밑에서 화산 폭발과 함께 대지진이 일어난 상황에, 잠수 장비도 없다는 건 그냥 죽음을 의미했다.하지만 염구준은 그 위기 속에서 향유고래를 몰아 드라마처럼 살아 돌아왔다.베르로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었다.“진정해, 나이도 있는데 괜히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와서 그 자리에서 죽으면 곤란하잖아.”염구준은 베르를 바라보며 말했다. 진짜로 열받아서 죽어버리길 바라는 눈치였다.서로 죽이려 드는 사이끼리 예의는 사치일 뿐이었다.“흥! 바다 밑에선 겨우 살아남았을지 몰라도, 여기선 끝이다.”“루카, 슈카! 저 녀석을 죽여라!”베르는 참지 못하고 이를 악물고 염구준을 가리켰다.휙휙.하지만 그 두 형제는 어깨를 으쓱이더니 빠르게 몸을 뒤로 빼며 보트를 밟고 전함 위로 훌쩍 올라가 버렸다.“부성주님, 저 녀석은 강하니 부성주님께서 직접 나서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입에 발린 소리로 한껏 띄워주니 베르도 그들에게 화를 낼 수 없었다.셋이 하나를 상대하는 상황임에도 정작 그의 마음속엔 불안감만이 가득했다.염구준의 강함이, 그에게 공포로 다가왔기 때문이다.염구준은 검을 들고 베르를 향해 겨누었다.“이제 끝을 보자.”이제 거의 모든 상황이 정리되었으니, 갚을 원한은 갚고, 끝낼 일은 끝낼 때였다.“
비록 인수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베르 일행이 드디어 수면 위로 올라왔다.여러 가문을 합쳐서 겨우 20명이 살아서 돌아오고 나머지는 심해에서 전사했다.신비한 생물체가 공격하는 바람에 또 한 번 참담한 손해를 보았다.“빨리 출발해!”베르는 선박에 올라오자마자 부하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다.지금 그의 안색은 보기 흉할 정도로 일그러졌다.정예병들을 잃고 강력한 조력자 세라까지 잃었는데, 고작 가짜 옥패를 찾다가 죽을 뻔했다.“출발해. 바다 화산이 곧 폭발할 거야!”“우리도 스텔라성이 복수하기 전에 이곳을 떠나야 한다!”다른 가문에서도 각자 선박과 잠수함을 타고 먼 곳으로 향했다.바다 밑의 움직임이 너무 커서 그들도 휘말릴까 봐 너무 무서웠다.지금 해수면에 남은 사람은 노신기와 아타의 선박뿐이었다.그들은 염구준이 살아서 돌아오길 기다렸다.저런 인간들도 살아서 돌아오는데 대단한 실력을 가진 염구준은 무조건 살아서 돌아올 거라 굳게 믿었다.“문주님, 소용돌이가 나타났어요.”선박에서 누군가 소리를 쳤다.“소용돌이?”모두의 시선이 그곳을 향했다.소용돌이가 점점 거세게 번지는데 이러다 선박 세 척까지 삼켜버릴 것 같았다.또 위기가 닥치자 그들은 안절부절하지 못했다.“아타 장로님, 저기…!”노신기가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뒷말을 흘렸다.솔직히 그도 염구준이 살아서 돌아오길 기다리고 싶지만 이러다가 백 명의 부하들이 전부 죽을까 봐 걱정되었다.“일단 철수하고 소용돌이가 사라지면 보트로 찾으러 오죠.”아타도 급속하게 퍼지는 소용돌이를 보고 일단 명령을 내렸다.해수면이 올라오면서 작은 섬들을 완전히 삼키고, 멀지 않은 곳에서 소용돌이가 미친듯이 주변을 삼켜 버리기에 이러다 정말 전멸할 것 같았다.노신기가 베르에게 다가가 나지막하게 물었다.“염 선생님은 어떻게 되었습니까?”“하하하, 당연히 내가 죽였지!”베르는 바다에 쩌렁쩌렁 울리도록 웃으면서 빌어먹을 허영심 때문에 또 허풍을 떨었다.당시 현장은 난장판이라 제대로 본 사람은 얼마되지 않
밖에서 보면, 절벽이 곧 무너질 것처럼 거세게 흔들렸다.게다가 바닥에서 진흙과 모래가 일면서 시야까지 가려, 앞에 무엇이 있는지 어느 방향인지 알아보기조차 힘들었다.“하하하, 염구준이 동굴에 묻혔으면 틀림없이 죽었을 거야.”이미 추동 장치로 수십 미터 올라간 베르가 유난히 신나게 웃고 있었다.염구준이 이곳에서 뼈가 부서지고 연기처럼 사라지길 바랬다.촤아아!그런데 기뻐한 지 10초도 되지 않아, 한 그림자가 혼탁한 바닷물을 뚫고 나타난 것이었다.염구준이 아니면 누구일까?“흥, 추동 장치도 없는데 수천 미터나 되는 심해에서 어떻게 올라오나 보자.”베르는 화가 나서 씩씩거리더니 더는 염구준을 상관하지 않고 위로 올라갔다.동굴 밖으로 나온 염구준은 마치 지옥에 온 것 같았다.검붉은 암장이 소용돌이치고 모래벌레들이 꿈틀거리며 사방을 헤엄치고 대왕 오징어도 균열을 뚫고 심연으로 빠져나왔다.이곳의 기괴한 생물체들도 도망치느라 인간을 봐도 공격하지 않았다.염구준은 동굴 밖에 나와서도 바다의 화산이 폭발하는 위기에 처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지금 잠수 장비와 추동 장치는 없고 산소통만 남는데 몇 숨만 쉬면 바닥날 것 같았다.갑작스러운 변고로 아래로 흡수하는 암류가 사라져서 올라가기 쉬웠지만 그래도 시간이 한참이나 필요했다.어쩌면 해수면으로 올라가기 전에 암장에 삼키거나 익사해 죽을 것 같았다.‘방법이 있어.’문뜩 좋은 방법이 생각난 그는 빠른 속도로 심해 모래벌레의 둥지로 향했다.그곳에 죽은 무술인들의 잠수 장비를 찾아볼 생각이었다.슈우웅!얼마 가지 못하고 지면이 점점 격렬하게 움직이며 대량의 암장이 사방으로 흘러나왔다.바다의 화산이 제대로 폭발한 것이다.분화점에서 가장 가까운 모래벌레 둥지는 순식간에 암장이 덮쳐버렸다.“뭐야. 나랑 해보자는 거야?”왠지 모든 불리한 요소들이 전부 염구준을 향하는 것 같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심해에서 알 수 없는 에너지에 의해 놀아나다가 죽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방금 전에 심해 눈물의 덕
신비한 생물체는 춤을 추듯 물속을 떠다니더니 공의 명령을 받았는지 우르르 몰려서 베르 일행을 공격했다.“공격을 멈추지 마세요!”두통이 밀려온 베르는 명령을 내리고 곧장 동굴로 도망쳤다.일부 무술인들도 그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각자 도망치기에 바빴다.생물의 정체와 아직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기에 일단 도망치는 것이었다.“살려줘요!”간신히 숨이 붙어 있는 세라는 베르가 도망치는 것을 보고 자신도 데려가길 바랐다.그런데 본인만 챙기느라 누구도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다.일단 한 걸음만 뒤처져도 바로 죽기 때문에 누구를 도울 여력이 없었다.“아악!”운이 나쁜 무술인들은 대량의 생물체에 공격당해 비명을 지르다 백골이 되어버렸다.그리고 몸에 한두 마리씩 들어간 무술인들은 경련을 일으키다 바로 기절했다.기괴한 생물체는 공격력은 약하지만 일단 몸에 닿으면 방어할 틈도 없이 살해했다.곧 도망친 사람들은 살아남고 늦게 움직이는 사람들은 전부 죽어버렸다.지금 심해에 염구준이 혼자 남았으니, 반투명한 생물체들이 모두 그에게 쏠렸다.“조금만 더!”염구준은 천천히 흐르는 심해의 눈물을 초조하게 바라보면서 여러 번이나 검기를 휘둘러 생물체를 제거했다.아무리 극한 반보천인이라고 해도 이름도 모르는 생물과 억지로 맞서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감당하지 못하면 백골이 되는 것은 한순간이니까.슈슈슝!신비한 생물체가 죽는 족족 살아 있는 생물체들이 계속 헤엄치며 다가왔다.염구준이 검을 휘둘러 죽일 때마다 더 많은 생물들이 나타나는 것 같았다.마치 그의 피와 살을 모조리 먹어 치울 기세였다.그래도 염구준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러 자신을 보호했다.그때 일부 생물체는 그가 방심한 틈을 타서 몸으로 스며들었다.“이것들이 정말 끈질기네.”염구준은 체내의 불 원소의 힘으로 몸 겉면에 황금색 화염을 형성했다.심해에서 불 원소의 힘은 압박을 받아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생물체를 제거하는 데는 효과가 있었다.치지직!그에게 접근한 생물체는 엄청
베르는 동시에 방어한다면 염구준의 공격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하나씩 파괴되는 것을 보고 괴성을 질렀다.“아아아악!”염구준의 검은 여전히 날카롭게 베르의 방어벽까지 쉽게 깨 부셨다.갑자기 대량의 에너지를 사용했더니 구자검이 전처럼 날카롭게 움직이지 않았다.“반격!”이때다 싶어 베르는 다섯 명과 함께 기운을 끌어올려 반격에 나섰다.쿵!맹렬한 공격으로 쌍방은 각자 뒤로 물러서고 그 충격으로 수중에 회오리바람을 만들어 동굴이 심하게 흔들렸다.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미처 방어벽으로 막지 못해 회오리바람에 휘말려 잠수 장비가 깨지고 심해의 수압에 경련을 일으키다 익사했다.그 장면을 본 일부 무술인들은 괜히 끼어들다 죽을까 봐 한참 뒤로 물러섰다.돌기둥에 돌아온 염구준은 아직도 심해의 눈물이 흐르는 것을 발견했다.이렇게 귀한 물건을 낭비할 수 없어, 다른 사람의 산소통을 빼앗아 검으로 자르고는 거기에 담기 시작했다.심해의 눈물이 워낙 밀도가 강해서 산소통의 물이 알아서 흘러나왔다.그때 전체 동굴이 심하게 흔들리더니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아아악!”또 갑작스럽게 닥친 변고에 다들 주변을 경계했다.베르의 표정은 가관이었다.눈앞의 강적도 죽이지 못했는데 또 알 수 없는 위험이 닥쳐서 미치고 팔짝 뛸 것만 같았다.“불꽃으로 비춰!”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몇몇 불꽃이 위를 비추었다.대부분 부하들은 가방에 보물을 하나라도 더 쑤셔 넣으려고 전등이나 불꽃을 만드는 장비를 전부 던졌다.불꽃이 이동할 때마다 주변을 비추었는데 위험한 생물체는 보이지 않았다.대신 아무런 상처도 없는 죽은 시체가 모두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그것을 본 순간 불길한 느낌이 몸을 감싸는 것 같았다.적의 정체를 모르니 아무리 힘이 있어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응?”염구준도 수상한 기운을 느끼다 갑자기 누군가 숨통이 끊어지는 것을 감지했다.죽은 모습은 전에 보물을 찾으러 왔던 무술인들의 시체와 증상이 똑같았다.‘엄청난 생명이 움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