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돌아가면 장모님도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네.”정영팀은 이유를 묻지 않고 각자 준비하러 갔다.염구준이 무사한 것만 알면 충분했다.그가 설씨네 집으로 돌아오자 모두 그를 에워싸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하지만 염구준이 곧 떠난다는 소식을 알고 너무 아쉬워 무조건 축하주라도 마시고 떠나라고 한사코 사정했다.어떤 이유로 동맹을 맺었든 염구준은 그들을 도와 강적을 물리쳤으니 이처럼 큰 은혜를 조금이라도 갚고 싶었다.다들 열정적으로 초대했지만 염구준은 전부 거절하고 부두로 향했다.지금은 한시라도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남극 빙원에 청목 조직이 사라지면 악당들도 사라지고 혼란스러운 환경도 바뀔 줄 알았는데 쉽게 변하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해 충돌이 생길 때면 동맹은 와해되어 여전히 혼란스러웠다.하지만 염구준이 관할할 범위가 아니니 이런 일에 신경 쓰지 않았다.부두에서 망망한 바다를 보고 있으니 돌아가는 것이 큰 문제였다.남극 빙원은 용하와 직행으로 수만 해리 떨어져 있어 전투기로 이동하긴 무리였다.그렇다고 항모를 파견하면 여기까지 왔다 다시 돌아가려면 많은 시간이 소모된다.“주상님, 화물선이 있습니다.”망원경으로 전방을 관찰하던 주작이 보고했다.“가자, 선장과 가격을 흥정하고 청해까지 데려다 달라고 해야지.”염구준은 배를 전세 낼 생각으로 짐과 정영 팀을 데리고 배가 정착하는 곳으로 갔다.뿌우웅!기적 소리가 울리면서 대형 화물선이 바닷가에 멈추자 한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딱 봐도 좋은 사람들 같지 않았다.염구준은 전혀 위축하지 않고 당당하게 질문했다.“선장은 어디 있어? 할 말이 있어.”“네가 뭔데 선장을 찾아? 저리 꺼져.”한 선원이 오만한 투로 말했다.평소 그들은 횡포에 익숙해서 사람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주작, 이놈들한테 제대로 말하는 방법을 가르쳐.”염구준은 뒤로 물러서서 재미있는 무술 공연을 감상할 준비했다.“어이, 아가씨.”선원은 여자를 보자마자 이내 불량배 본성을 드러냈다.촤아악!주작
청목 조직은 이미 전멸되어 도망친 부하들이 있다고 해도 절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꼼짝 말고 기다려!”선장은 속으로 세상 물정을 모르는 놈이 다 있냐며 가장 가까운 기지에 연락했다.그런데 받는 사람이 없어서 다른 기지에 연락했다.그래도 받지 않았다.연속 열 곳 넘게 연락을 했는데 전부 받지 않았다.마음이 초조해 식은 땀을 흘릴 때 드디어 한 곳에서 전화를 받았다.하지만 그가 말하기 전에 상대방이 먼저 다급하게 말했다.“조직이 염구준의 손에 전멸했어. 존주님도 살해당해서 너도 빨리 살 길을 찾아!”상대방은 자기 말만 하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탁!그 말에 충격을 받은 선장은 휴대폰을 떨어트리고 주인 잃은 표정을 지었다.창창한 미래가 사라진 것이다.지난 달, 청목 조직의 명성이 자자하여 고민도 없이 가입했는데 이렇게 전멸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선장은 너무 속상해 울고 싶었다.“확인했으면 방향을 돌려서 용하국 청해시로 가자. 화물들은 내 몫이야.”염구준은 일어서서 선장에게 다가갔다.청목 조직의 물건을 빼앗는데 전혀 죄책감이 들지 않았다.“너… 넌 대체 뭐야?”선장이 몸을 벌벌 떨며 말했다.“염구준이다.”청목 조직이 멸망했으니 신분을 숨길 필요가 없었다.“네… 네가…”선장은 말을 잇지 못했다.눈앞에 있는 사람이 청목 조직을 전멸시킨 장본인이라니 믿기지 않았다.하마터면 깜짝 놀라 쓰러질 뻔했다.“이제 출발하지? 내가 시간이 없어서 말이야.”염구준이 덤덤하게 말했다.“그럼요. 지금 바로 출발하겠습니다.”강적 앞에서 선장은 감히 지체할 수 없어 바로 부하들에게 지시했다.“연유를 채우고 화물을 싣고 출항한다.”선장은 조금이라도 꾸물거렸다가 염구준이 참지 못하고 죽일까 봐 두려웠다.한 시간 정도 모든 준비를 마치고 화물선이 출발했다.돌아가는 길은 순조롭고 평화로웠다.어느덧 용하 해역에 진입하고 30분 뒤면 청해에 도착한다.하지만 염구준은 집안일이 생각처럼 되지 않아 속을 끙끙 앓았다.“내가 무능해서 부인을 지
뒤에 쫓아오던 보트가 앞에서 달리던 보트를 뒤엎고 계속 화물선을 향해 달리는 것이다.“우리를 향해 오고 있어.”염구준이 나지막하게 말했다.무법천지인 놈 때문에 짜증이 확 밀려왔다.“주상님, 저 사람들 화물선에 무슨 일로 오죠?”주작은 상대방의 의도를 몰라 질문했다.“누가 알아. 내가 저놈들 뱃속에 들어있는 회충도 아닌데.”만약 화물선에 올라와 소란을 피우면 한바탕 때리고 던져버릴 생각이었다.슈우웅!보트가 화물선 옆으로 다가오자 여덟 명 정도 되는 남자가 뛰어올라왔다.그중에 한 사람은 부상을 입은 청년을 어깨에 메고 있었다.청년의 상태를 보니 곧 죽을 것 같았다.일행은 화물선에 올라오자마자 기운을 발사하며 위세를 부렸다.전신지상 한 명, 전신 경지 세 명, 나머지는 단진 무성으로 실력이 약하지 않았다.어쩌면 은신 가문에서 온 강호인일 수도 있었다.“방금 누가 방송으로 개소리 지껄였어?”우두머리가 싸늘하게 물었다.“제… 제가 그랬어요.”선장은 기세에 눌려 말을 버벅거렸다.염구준이 옆에 없었더라면 진작에 놀라 무릎을 꿇었을 것이다.“흥, 감히 나한테 명령했어? 가만두지 않겠어.”우두머리가 말을 마치자 뒤에 있던 부하가 선장을 향해 공격했다.그들은 선장이 무례한 말을 했다고 복수하러 온 것이다.펑!부하는 공격하려다 순식간에 입가에 피를 흘리며 뒤로 날아갔다.“그런 실력으로 쪽팔리게 나서지 마.”주작이 주먹을 거두며 시큰둥하게 말했다.상대방이 먼저 공격했으니 주작도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전신지상이야.”주작의 기운을 감지한 우두머리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인상을 찌푸렸다.평범한 화물선에 이런 고수가 숨어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선장이 먼저 우리한테 무례했어. 먼저 사과하면 바로 갈 거야.”우두머리의 기세가 많이 죽었다.여자의 실력이 강한 것을 눈치챘지만 부하들 앞에서 했던 말을 거둘 수 없었다.“하하하. 비켜 가라는 말이 무례한 거냐? 게다가 반말 아니고 존댓말을 썼어.”주작도 억지 앞에서 어쩔 수 없었다.
“맞아야겠네.”염구준은 말이 떨어지기 전에 빠른 속도로 공격했다.“조심해!”우두머리가 조심하라 일렀지만 이미 늦었다.순식간에 일행은 염구준의 공격에 쓰러져 고통을 호소했다.안 그래도 짜증나서 화풀이할 곳이 필요했는데 상대가 기어코 죽음을 자초했다.“우리를 공격했어? 겁대가리를 상실했구나.”우두머리는 아직도 상황 판단이 되지 않았다.“시끄러워 죽겠네.”염구준은 다가가 주먹으로 무자비하게 때렸다.꿀꺽!그 장면을 본 일행은 마른 침을 꼴깍 삼키며 벌벌 떨었다.상대방이 미친듯이 날뛰며 그들을 전부 죽일까 봐 두려웠다.“말해. 정체가 뭐냐?”염구준은 충분히 협박했다 생각하고 옆 사람에게 질문했다.그런데 다들 입을 꾹 다물고 한 글자도 뱉지 않았다.염구준은 더는 상대하기 귀찮아 주작에게 지시했다.“전신전에 끌고 가서 대답할 때까지 천천히 심문해.”그리고 손가락으로 모든 사람들의 단전을 봉쇄해 기운을 쓰지 못하게 했다.“자혈수야!”누가 고대 수법을 알아보고 소리치더니 이내 입을 꾹 다물었다.일행을 선실에 가둔 후, 염구준은 중상을 입은 청년에게 다가가 따뜻한 기운을 주입했다.청년은 추살을 당했으니 상대방의 정체를 알 것이다.몇 시간 뒤, 화물선이 청해 해변가에 정착했다.드디어 집에 돌아왔다.선장은 청목 조직과 결탁했단 명분으로 경찰에게 맡겨 법으로 처벌을 받게 했다.주작 일행은 중도에서 체포한 신비한 일행을 데리고 전신전으로 돌아갔다.그리고 청년은 목숨은 구했지만 아직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다.염구준은 모든 일을 처리한 후 드디어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가는 길에 초상비가 집안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고 장모가 사고 칠 것 같다고 말했다.집안은 이미 난장판이 되었다.손태석, 진숙영, 손가을 세 사람은 얼굴을 붉힐 때까지 싸우며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심지어 손태석과 손가을은 같은 편이고 진숙영이 혼자 상대했지만 전혀 밀리지 않았다.“엄마, 왜 말을 안 들어. 삼선 클럽은 또 뭐야? 그거 사기야.”손가을이 최선을
손씨 그룹에서 이 분야 사업은 비중이 크지 않지만 직원들의 생계가 연결되어 있어 작은 규모도 아니었다.“엄마, 회사 일은 상관하지 마. 돈이 없으면 내가 줄게.”손가을은 겉으로 타협하는 척하면서 원칙적인 문제에 한 치도 양보하지 않았다.“다 컸다고 엄마 말이 우습냐? 조금도 양보하지 않아!”진숙영은 계속 억지를 부렸다.“엄마 너무해.”참다 못한 손가을은 눈물을 흘리며 밖으로 나갔다.너무 억울해서 하소연할 사람이 필요했다.하지만 친어머니를 방치할 수도 없고 설득하면 또 억지를 부렸다.탁!그녀가 문을 열고 나갔을 때 마침 들어오는 염구준을 보고 달려갔다.그의 품이 너무 따뜻했다.“구준 씨. 흑흑.”손가을은 그동안 억눌린 서러운 감정이 폭발하여 염구준을 끌어안고 엉엉 울었다.여린 몸이 계속 그의 품을 파고들었다.“가을아, 울지 마. 내가 돌아왔으니까 나한테 맡겨.”염구준은 아내를 꼭 끌어안고 안전감을 주었다.손가을의 모습을 보고 가슴이 너무 아팠다.“응!”손가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순식간에 모든 걱정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밖에서 그녀는 한 그룹의 대표이자 여성 사업가지만 염구준의 앞에서 걱정 없는 아내가 되고 싶었다.“먼저 집에 들어가자. 나중에 천천히 얘기해.”염구준은 아내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다정하게 말했다.“근데 엄마가…”손가을은 방금 싸웠던 장면을 떠올리면 두통이 밀려왔다.“괜찮아. 내가 처리할게.”염구준은 가슴을 툭툭 치며 장담했다.두 사람은 현관문을 열고 거실로 향했다.“구준이 돌아왔어? 왜 말을 하지 않았어. 내가 데리러 갔을 텐데,”두 사람은 염구준을 보고 다정하게 맞이했다.염구준이 가운데서 중재한 덕에 누구에게도 밉보이지 않았다.“네, 일을 마치고 이제 돌아왔어요. 장인어른, 장모님한테 걱정을 끼쳤네요.”염구준이 웃으면서 대답했다.“얼른 네 아버지한테 무사하게 도착했다고 연락 드려. 아니면 계속 걱정하셔.”손태석은 진숙영이 말하기 전에 먼저 말했다.그리고 염구
‘제대로 보여준다고?’세 사람은 서로 눈치만 볼 뿐, 갈피를 잡지 못했다.‘설마 울트라맨의 변신기가 나오나?’“이런 물건 아마 처음 볼 거야.”진숙영이 가방에서 작은 유리병을 꺼냈다.외형이 평범하다면 틀림없이 안에 물건에 문제 있을 것이다.“장모님, 이게 뭐예요?”염구준이 웃으면서 물었다.“신의 물이라고 삼선 클럽 제품이야. 매일 한 방울만 복용해도 정신이 맑아지고 젊어진대.”진수영은 유리병을 흔들며 자랑스럽게 말했다.그 말에 거실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정말 이런 효능이 있다면 약효가 좋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보물로 취급되어야 하지 않은가.염구준은 워낙 식견이 넓어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구준아, 나 대신 한 방울만 먹어 봐. 신의 물이 얼마나 신통한 약인지 알 수 있을 거야.”“알았어요.”염구준은 무슨 물건인지 보고 싶었다.신의 물 한 방울을 마신 그는 두 눈을 크게 떴다.마치 벼락에 맞은 듯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삼선 클럽에서 어떻게 이런 수법으로 돈을 갈취할 수가 있지?’신의 물은 개뿔, 사람의 생명력을 착취하고 많이 마실수록 빨리 죽는 독약이었다.마시는 순간 확실히 활력이 넘치고 젊어진 것 같지만 잠깐일 뿐, 장기간 복용하면 100년을 살 수명이 30년으로 단축될 수 있다.만성 독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삼선 클럽의 수법은 돈을 갈취할 뿐만 아니라 사람의 생명까지 해쳤다.아직 신의 물의 성분을 알 수 없어 이제마에게 맡길 생각이었다.“구준아, 느낌이 어때?”진숙영은 그가 반나절 지나도 말을 하지 않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아무 느낌 없는데요.”염구준은 어깨를 으쓱하며 기운으로 약을 해독하며 태연하게 말했다.“그럴 리가 없어. 회원들이 효능이 엄청 좋다고 했어.”진숙영은 고개를 저으며 직접 마셔보려고 손을 뻗었다.그녀는 삼선 클럽이 절대 사기꾼이 아니라고 굳게 믿었다.“장모님, 정말 효과가 없어요. 전에 안 마셔보셨어요?”염구준이 작은 유리병을 호주머니에 슬쩍 넣으면서 물었다.
손가을은 말대꾸하지 않고 속상해서 고개를 푹 숙였다.그 모습을 포착한 염구준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장모님, 저희 볼일이 있어서 일어날게요. 병원에 친구들이 입원해서 병문안 가야 해요.”지금까지 겨우 진숙영을 설득했으니 초상비에게 찾아가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해야 했다.“그래. 일 봐.”진숙영은 대답하고는 삼신상 앞에 앉아 혼잣말로 중얼거렸다.“휴. 난 바람 쏘이러 나가야겠다.”손태석은 심호흡을 하며 밖으로 나갔다.최근 진숙영 때문에 심신이 지쳐 10년은 빨리 늙은 것 같았다.필경 자신의 아내라 그냥 둘 수 없었다.염구준과 손가을은 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구준 씨, 엄마 점점 빠지는 거 아닐까?”손가을은 걱정되었다.“그럴 수도 있어. 근데 내가 그렇게 두지 않을 거야.”염구준은 운전하며 엄숙하게 말했다.돌아오기 전에 두 가지 계획을 세웠다.한 가지는 단번에 해결하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천천히 해결하는 것이다.두 가지 방법 즉시 사용할 수 있지만 효과가 있는지 장담하지 못했다.결국은 운에 맡겨야 했다.“말을 좀 해주면 안 돼?”손가을은 본인이 속수무책인 일에 염구준은 왜 쉽게 해결하는지 너무 궁금했다.“하하하. 말하면 효과 없어.”염구준이 멋쩍게 웃었다.급하게 세운 계획은 불확실하고 리스크가 따르기 때문에 아내가 걱정하는 걸 바라지 않았다.최근에 손가을은 이미 많은 걸 감당했다.“구준 씨, 조금만 말해 봐. 내가 누구한테도 말하지 않을게.”결국 손가을은 애교부리며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염구준은 못 이긴 척 타협했다.“알았어. 말할게.”그는 짧은 시간에 말하면 안 될 부분을 지우고 설명하기 시작했다.“이 방법은 바로 삼선 클럽을 날려버리는 거야. 그러면 장모님은 상대방을 찾을 수 없으니까 차차 잊혀지는 거지.”“두 번째 방법은 조금 어려워. 장모님이 삼선 클럽을 믿지 못하게 만들고 심지어 역겨워서 멀리 떨어지게 하는 거야.”말은 쉬워도 정작 실행하려면 어려웠다.손가을이 미간을 찌푸렸다
“말도 하고 움직이는 거 보니까 심하게 다치지 않았네요.”그때 염구준이 병실에 들어섰다.“매제!”“염구준!”염구준이 나타나자 두 사람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맞이했다.그의 앞에서 다들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앉아요. 인사는 됐어요.”염구준이 손을 흔들며 사양했다.두 사람 표정이 밝은 걸 보고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손 대표님, 환자분이 치료받지 않아요.”간호사가 손가을을 보고 바로 일러바쳤다.용필은 손씨 그룹의 경호원이라 대표님이 나서면 무조건 말을 들을 거라 생각했다.“치료 받을게요. 받으면 되죠?”예상대로 용필은 더는 억지 부리지 않았다.하찮은 일로 고발당해서 몹시 불쾌했다.용필을 치료한 후, 간호사는 나가서 문을 닫아버렸다.병실에 외부인이 사라지자 염구준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그때 상황을 자세히 말해 보세요.”손가을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끼고 조용히 의자를 끌고 옆에 앉았다.‘역시 내가 모르는 일이 있었어.’반천인 고수의 공격을 받아도 멀쩡하던 용필이 갑자기 팔이 부러지다니, 분명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내가 말할게.”초상비가 먼저 일의 전말을 설명했다.“네가 간 뒤로 나와 용필 형이 부하들을 데리고 몰래 사모님을 보호했어. 처음에 조용하던 삼선 클럽이 며칠 뒤에 갑자기 사모님을 몇 번이나 초대하더라고. 그래서 사모님이 가는 곳마다 미행해서 현장을 부수고 다녔지. 사모님이 그놈들과 접촉하지 않게 말이야. 근데 어제 그놈들이 우리를 유인하려고 함정을 판 거야. 그때 속수무책으로 당한 거고.”손가을이 옆에 있어서 살벌한 과정은 생략했다.“잘했어. 그놈들 거주지는 파악했어?’염구준이 다시 물었다.“응. 용하에 꽤 많더라고. 청해에는 소봉산에 있는데 누가 리더인지 아직 파악하지 못했어.”초상비는 아는 것을 전부 털어놓았다.“치료 잘하고, 나머지는 내가 처리할게.”염구준이 말하면서 돈봉투를 내밀었다.그는 두 사람을 만나기 위해 병원에 올 겸 상황을 물어본 것이다.어차피 말해도 핵심 정보가 없다는 것은 알
오늘 만약 염구준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들은 전부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빨리 항행하라고 하세요. 뭔가 이상합니다.”염구준의 갑작스러운 말에 사람들은 이해가 되지 않아 어리둥절해졌다. “네, 말하고 오겠습니다!”그러나 눈치가 생긴 사람들은 염구준의 뜻을 알지 못해도 그대로만 하면 된다는 걸 알고 있어 곧바로 달려갔다.그들은 염구준을 한치도 의심하지 않았다.염구준은 흡족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면을 바라보며 물었다.“스텔라성의 성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십니까?”이번에 스텔라성의 성주는 두 개의 판을 짰는데, 하나는 겉면으로 보이는 부성주 베르였고, 다른 하나는 오랫동안 숨어있던 노대영이었다. 다른 걸 다 따지고 나서 판을 짠 것만 본다면 정말 훌륭한 계획이었다.그랬기에 염구준은 그를 중시했다.노신기와 아타는 미간을 찌푸리고 서로를 바라본 뒤, 늙은 아타가 입을 열었다. “성주의 이름은 노세입니다. 압도적인 실력의 소유자로, 진 적이 없습니다.”“하지만 지난 20년간, 외부에서는 그의 모습을 본 이가 없습니다. 폐관 중이라는 소문도 있고, 이미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지요.”“그의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라, 저희도 아는 게 많지 않습니다.”이야기를 들은 염구준은, 오히려 흥분한 듯한 웃음을 지었다.“흐음, 전부 사실이라면 꽤 괜찮은 상대가 되겠군요.”방금, 막 육체의 극한을 돌파한 염구준은 적당한 시험 상대가 필요했다.‘대단해.’주변 고위 간부들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염구준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다만 약간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었다.스텔라성 성주 같은 괴물은, 대부분 기겁하며 피하려 하는데, 정면 승부를 기대한다니까 말이다.“그나저나 염 선생님, 전에 올라오실 때, 인원이 적던데, 혹시 아래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노신기는 다른 걸 얘기하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아, 이거 아십니까?”그의 손에는 투명한 비닐에 담긴 작은 물방울이 들려 있었는데, 외부에는 진기가 감돌았다.‘어라?’조금 더
이 독에 중독된 무인은 일시적으로 기운이 흩어지고, 단전이 봉쇄되어, 꼼짝없이 폐인 신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만약 과다 복용할 경우, 목숨까지 위험해질 수 있었다.“이런 희귀한 독약은 스텔라성 성주가 준 거겠지?”염구준이 흥미롭게 물었다.그는 이번에 처음으로 진짜 산기봉단을 보았고, 게다가 그 양이 상당했기 때문에 꽤나 관심이 갔다.“맞아. 얼른 저 녀석을 잡아!”노대영은 승리자처럼 손을 휘저으며 부하들에게 명령했다.그는 희귀한 독약인 산기봉단에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에휴.”아타 등 사람들은 이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염구준마저 당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이제 구세주가 사라졌으니, 최악의 경우 전부 몰살당할 수도 있었다.“가서 두들겨 패! 나 아까 진짜 쫄아서 오줌 쌀 뻔했단 말이야!”몇몇이 소리치며 달려들었고, 염구준을 한껏 때려서 화풀이를 하려 했다.반보천인급 고수를 때릴 기회는 흔하지 않으니까 말이다.우웅. 그러나 그 순간, 검광이 번쩍이더니 달려들던 사람들 전부가 쓰러졌다. 그들의 목에는 옅은 혈흔이 있었는데, 상처는 아주 작았지만 모두 목숨을 잃었다.“이 독이 아무리 강해도, 나를 상대하려면 아직 한참 멀었어.”염구준은 조용히 진기를 운용하며, 체내에 남아 있던 독기를 모두 없애버렸다.육신이 이미 반보천인의 극한의 경지에 다다른 탓에 약물 저항성도 엄청나게 강해져 그는 산기봉단 같은 독약 따위를 두려워하지 않았다.“너... 이건 말도 안 돼!”노대영은 절규하듯 외쳤다.희망이 눈앞에서 산산조각 나자, 정신이 붕괴되기 직전이었다.곧 있으면 승리할 수 있었는데, 이젠 그게 다 물거품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그는 차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스텔라성 성주랑 뭘 꾸민 거지?”염구준은 서두르지 않고 물었다.해독제 같은 건 이제 관심 없었다. 상대가 정직하지 않으니까 말이다.“난 진작 그분의 문하로 들어갔어. 언젠가는 그분이 내 복수를 도와줄 거다!”“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다는데, 내가 무슨 잘못이 있어
염구준은 주머니를 집어 들어 곁에 있던 그레이에게 휙 던져주며 분부했다.“먼저 기운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독제를 나눠줘.”“네.”그레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노대영을 흉악하게 노려보았다.반보천인으로서 이런 함정에 걸려들었다는 게 조금 창피해서였다.노대영은 사태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흘러가는 걸 감지하고,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할 말이 있습니다.”“해.”염구준은 싸늘한 표정으로, 단 한 마디만 툭 내뱉었다.그레이와 다른 이들이 힘을 회복하고 나면, 그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기에 곧 죽을 이의 유언쯤은 들어줄 수 있었다.노대영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얼른 말을 이었다.“자식으로서 아버지의 원수에게 복수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그래.”염구준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딱히 다른 변수가 없다면, 이 말을 부정할 이유가 없어서였다.‘어라?’이에 주변 사람들은 놀라 눈을 크게 떴다.말투로만 보면, 염구준이 노대영의 편을 들어주려는 것 같아서였다.그러나 방금 전에는 또 그들을 구해주었기 때문에 그들은 염구준이 무슨 생각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노대영은 염구준의 마음을 돌린 줄 알고 속으로 기뻐하며 바로 말을 이었다.“이 도리를 알고 계시니, 그럼 행동에 옮겨도 되겠죠.”노대영은 혹여나 다른 변수가 있을까 두려워 단검을 꽉 쥐고 중상을 입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노신기에게 달려들었다.그레이 등이 조금 있다가 어떻게 나올지는 크게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복수를 하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말이다.쾅!하지만 달려가자마자 염구준의 발에 얼굴을 맞아서 옆으로 나가떨어졌다.그의 코와 입에서는 순식간에 피가 줄줄 흘렀다.“날 가지고 노는 거냐, 염구준!”“허, 내가 나설지 안 나설지 짐작이 안 됐나봐?”염구준은 비웃으며 말했다.그는 노대영의 말을 부정하진 않았지만 상대방의 행위를 몹시 혐오했다.아버지를 죽인 원수에게 대놓고 복수하는 건 괜찮지만, 그 아비가 악행을 일삼던 사람이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 방식에,
그러나 몸속에 독이 퍼진 탓에 기운을 끌어올릴 수가 없어 모두 답답하게 속만 태울 수밖에 없었다. 노대영이 혓바닥을 자르려고 할 때, 멀리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대영 문주님, 염구준인 것 같습니다!”이름을 듣자마자, 노대영의 얼굴에서 희열이 싹 사라지고, 이내 짙은 어둠이 드리웠다.기습에 성공한 후 바로 도망쳤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고래를 타고 쫓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염구준 한 사람만으로 충분히 그들을 몰살할 수 있었다.“어서 고래잡이 작살이랑 그물 그리고 멀리에서 공격할 수 있는 무기들을 준비해.”노대영의 가슴 깊은 곳에서 두려움이 급속히 퍼져갔다.허겁지겁 지시를 내리긴 했지만 겨우 쇳조각 몇 개로 염구준을 막겠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휙휙!염구준은 하늘을 가르며 날아오는 작살, 그물, 조명탄 따위를 보며 입꼬리를 비웃듯이 끌어올렸다.아직 사격거리에도 들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공격을 했기 때문이었다.‘적지 않게 겁을 먹었나 보네.’그는 생각했다. 역시나 첫 번째 공격은 전부 허탕이었다.염구준은 거대한 향유고래를 타고 빠르게 이동했고, 이윽고 두 번째 공격이 시작됐다.커다란 작살 하나가 고래의 머리를 향해 곧장 날아들었는데, 맞으면 죽지 않더라고 심각한 부상을 입을 게 뻔했다.우웅!염구준은 검기 한 줄기를 내보내 날아오던 작살을 두 동강 낸 뒤, 작살에 묶인 쇠사슬 위로 몸을 던져, 빠르게 어선으로 돌진했다.풍덩!향유고래는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물속으로 잠수했다.노대영은 염구준이 미친 듯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걸 보자마자 다급히 소리쳤다.“어서, 어서 배에 못 올라오게 사슬을 끊어!”그도 자신이 염구준과 맞서봤자, 단 한 줌의 승산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구자검법, 검일참공!”염구준은 배 위 인원들의 움직임을 보자마자 망설임 없이 강한 검술을 발동해 검기를 날렸다.제대로 검기를 축적하진 못했기에, 완벽하게 완성된 검일참공은 아니었고, 약간의 반동
파악!곧이어 물기둥이 하늘로 솟구치며 거대한 향유고래가 염구준과 멀지 않는 곳에 떨어진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마치 떠나기 아쉬워하는 듯했다.촤악!염구준은 몸을 날려 향유고래의 머리 위로 뛰어오른 뒤, 세 척의 어선 쪽으로 진기를 날려 물보라 일게 했다.이에 향유고래는 곧장 방향을 틀고, 어선을 향해 빠르게 헤엄치기 시작했다.말이 통하지 않아 이런 방식으로 밖에 교류할 수 없었지만 별로 큰 문제는 없었다.그 시각, 1호 어선은 다른 어선보다 조금 더 시끌벅적했다.노대영은 배의 지휘권을 장악한 뒤, 끝까지 저항한 소수만을 제거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포로로 붙잡아두었다.물론 그가 자비로워서가 아니었다.그저 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어떻게 복수하는지 지켜보게 하기 위해서였다.“대영 문주님, 준비 완료됐습니다. 언제든 시작 가능합니다.”노대영에게 붙은 아첨꾼 하나가 다가와 공손하게 말했다. 이번에 출정한 천기문 문도 중 절반 이상이 이미 노대영 편이었다.쿵!노대영은 부도 갑옷을 입은 채로 웃으면서 팔을 휘둘러 노신기를 바닥에 내던졌다.“악독한 놈. 네가 내 아버지를 죽였으니 난 오늘 아버지의 복수를 할 거다.”며칠 전에 대의를 위해서라면 혈연관계는 얼마든지 끊을 수 있다는 그의 말은 그저 노신기를 안심시키기 위함에 불과했다. 그의 가슴 속에 맺힌 복수심은 한순간도 식지 않았었다.“하아...”노신기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의 창백한 얼굴엔 깊은 후회가 서려 있었다.‘그때 불쌍해 보인다고 해서 검은 머리 짐승을 거두는 게 아니었는데.’그는 생각했다. “모든 일은 내가 벌인 거니까 찢어죽이든, 뭘하든 나한테만 해.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 건드리지 말고.”지금 이런 상황에 이른 이상, 그는 더 도리를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전에 이미 노대영에게 그의 출신을 말해주며 그의 아버지가 눈 깜빡하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는 변태 악마라고 말해주었으나 그는 전혀 듣지 않았기 때문에 말해봤자 쓸모가 없다는 걸 알아서였다.스승과 제자의
염구준을 향해 날아오는 것은 엄청난 기운을 내뿜고 있는 금강 방망이 한 개 뿐이었다. 기운의 량으로 보아 세 명의 힘이 전부 들어있는 게 분명했다.이건 베르 일행이 전력을 건 최후의 일격이었다.쾅!한 자루의 검과 한 개의 방망이가 충돌하며 눈부신 불꽃을 일으켰다.폭발적인 에너지가 주변에 퍼져나가며 양측은 잠시 균형을 이루었다.세 사람의 실력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막았다! 얼른 보트 준비해, 후퇴한다!”베르의 창백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비틀거리며 일어나 부하들에게 소리쳤다.루카와 슈카 역시 서로 부축하며 일어섰다.이미 힘이 고갈된 지라 그들의 얼굴엔 혈색도 없었고, 기운조차 미약했다.더 이상의 싸움은 무리였다.“하압!”염구준은 팔에 힘을 주어 금강 방망이를 밀어내려 했지만, 방망이가 꼼짝도 하지 않는 걸 발견했다. 이 전법은 오묘했다. 상대방이 시전하고 조종하지 않아도 타겟을 쫓아 움직이는 것처럼 홀로 움직였으니까 말이다.이대로라면, 몸이 먼저 나가떨어질 판이었다.베르는 떠나기 전에 염구준을 보며 독한 말을 남겼다.“염구준, 자만하지 마라. 스텔라성은 아직 남아 있으니까. 돌아가서 강자들을 전부 불러와 널 죽여주지.”“돌아갈 수 없을 겁니다.”얼음처럼 차가운 염구준의 목소리에 모두가 몸을 살짝 떨었다.이미 흑풍의 사태로 배운 바가 있었기 때문에 염구준은 적을 쉽게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흥, 말은 누구나 하지. 하지만 나중에 지키지 못하면, 네 얼굴에 침 뱉는 꼴이 될 걸?”베르는 비웃으며 염구준의 말을 맘 속에 담아두지 않았다. 자신의 필살기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염구준은 검을 쥔 양손을 살짝 옆으로 움직이며, 손을 놓았다.우웅!그러자 구자검은 더 이상 금강 방망이와 대치하지 않고, 잔상을 남기며 쏜살같이 전방을 향해 날아갔다.같은 시각에 금강 방망이 역시 미친 듯한 속도로 염구준의 왼쪽 가슴을 향해 돌진했다.이건 자신의 목숨으로 적의 목숨을 바꾸는 방식이었다.꽈악!염구준
“염 선생님, 저희가 가서 막을까요?”노신기는 갈등하며 조심스레 물었다.비록 상대가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염구준 덕분에 얻은 것이 많았기에 돕고 싶어서였다.“아니요. 그냥 가만히 계시면 됩니다.”염구준은 단호하게 거절하며 대형 방패를 계속 내리쳤다.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연달아 울렸다.노신기 일행의 실력으로는 개입해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염구준은 잘 알고 있었다. 가봤자 죽을 게 분명하다는 것도 말이다.한편, 전장의 중심에 선 세 사람은 자신들이 고립무원의 상황에 처해있으며, 살려면 스스로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죽을 각오로 덤벼!”쾅!베르의 눈엔 살기가 가득했다. 손에 쥔 대형 방패는 마침내 한계에 도달하며 산산이 부서졌다.그의 피로 물든 두 손에는 어느새 짧은 단검이 들려 있었고, 그는 그것으로 염구준의 가슴을 향해 휘둘렀다.하지만 날카로운 칼날이 스쳐 지나간 자리에 남은 건 얕은 두 줄의 상처뿐, 역시 깊이 파고들지는 못했다.일반적인 공격은 염구준에게 통하지 않았다. 과거, 염구준이 육체의 한계를 돌파한 리아성전의 전주를 쓰러뜨린 것도 필살기와 정제된 진기 덕분이었었다. 심지어 한 번에 쓰러뜨린 것도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싸웠었다.육체가 극한으로 강해진 상대를 쉽게 이긴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염구준은 베르를 걷어차 밀어낸 뒤, 곧바로 루카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세 명을 상대할 때 가장 확실한 방식은, 하나씩 쓰러뜨리는 것이었다.“젠장!”염구준이 갑자기 타겟을 바꿀 줄 몰랐던 루카는 급히 막아섰지만 한 칼에 밀려났고 이어진 두 번째 공격에 부상을 입고 말았다.강자들의 승부는 한 수, 한 수가 치명상이라 조금의 방심도 용납되지 않았다. 자칫하다간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베르는 상황이 좋지 않음을 직감하고 이를 악물며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삼절진을 쓰자!”두 형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빠르게 베르 뒤로 이동한 뒤, 손을 그의 등에 얹었다.이 필살기에 승패가
베르 세 사람을 포함해 이 싸움을 지켜보던 반보천인들조차 염구준이 쓰는 게 무슨 전술인줄 몰라 어리둥절해졌다.방어를 완전히 포기하고 정면으로 달려드는 행위는 자살이나 다름없으니까 말이다.“건방지긴!”“내가 막을 테니 너희는 죽을 힘을 다해 공격해!”이에 베르의 일그러진 얼굴에는 약간의 기쁨이 섞였다. 그는 달려오는 염구준을 보며 포효하듯이 명령을 내렸다. 해저에서의 전투 경험에 의하면, 그는 자신이 특별히 제작한 대형 방패로 염구준의 공격을 최소 서른 번은 막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쾅!그러나 시작에 불과한 염구준의 첫 공격에 베르는 몇 걸음이나 밀려났고, 방패엔 반 치 정도 깊이의 칼자국이 선명히 새겨졌다.이 방패는 염구준의 공격을 막기 위해 베르가 특별히 주문 제작한 거라 다른 것보다 더욱 단단하고 두꺼웠다.텅텅!루카와 슈카도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동시에 염구준의 옆구리를 향해 칼을 박아넣었다.손목에 힘을 잔뜩 실은 터라 염구준의 호체진기를 가뿐히 뚫었지만 몸에는 옅은 상처밖에 내지 못했다.아무리 힘을 더 실어도, 더 깊숙이 찌를 수가 없었다.“육체의 극한까지 도달했다고?”싸움을 지켜보던 반보천인들은 일제히 감탄을 내뱉었다.두 명의 최강 반보천인의 공격을 오직 맨몸으로 버텼다는 것부터 염구준의 육체가 이미 극한까지 도달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쾅! 쾅!염구준은 루카 형제의 공격을 거의 무시한 채, 계속해서 베르에게 맹공을 퍼부었다.공격이 계속 되면서 방패에는 칼자국이 점점 더 많아졌고, 베르도 연달아 밀려났다. 이 엄청난 충격력에 그의 손바닥은 결국 찢어져 버렸고, 상처에서는 붉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 “공격 안 해? 밥 안 먹었어?”베르는 체내의 기혈이 요동치는 것을 느끼며 방패를 들고 소리쳤다.그제야 그는 그가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 했음을 깨달았다.‘방패가 30번의 공격을 버틴다고 해도 내가 버티지 못해.’염구준의 몸이 반보천인의 극한에 다다른 이후, 방어력 뿐만 아니라 힘도 강해져서 전보다 공격이
모두가 향유고래의 위를 보고 눈이 커졌다.기뻐하는 사람도,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었다.사람과 고래가 마음을 합쳐 수많은 고난을 뚫고 마침내 위험천만한 해저 심연에서 빠져나온 거다.그 과정의 험난함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노신기는 드디어 마음이 놓였다는 듯, 기뻐하며 입을 열었다. “염 선생님, 돌아가시지 않으셨군요?”말을 내뱉은 후, 그도 이상함을 느꼈지만, 이미 말을 마친 후라 뭐라고 바꿀 수도 없었다. “어... 네, 살아있긴 합니다.”염구준은 대수롭지 않게 답하며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냈다.솔직히, 좀 웃긴 질문이었다.조금 떨어진 곳에서, 완전히 멀쩡한 염구준을 본 베르는 숨이 턱 막혔다.“염구준, 너...”깊고 깊은 바다 밑에서 화산 폭발과 함께 대지진이 일어난 상황에, 잠수 장비도 없다는 건 그냥 죽음을 의미했다.하지만 염구준은 그 위기 속에서 향유고래를 몰아 드라마처럼 살아 돌아왔다.베르로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었다.“진정해, 나이도 있는데 괜히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와서 그 자리에서 죽으면 곤란하잖아.”염구준은 베르를 바라보며 말했다. 진짜로 열받아서 죽어버리길 바라는 눈치였다.서로 죽이려 드는 사이끼리 예의는 사치일 뿐이었다.“흥! 바다 밑에선 겨우 살아남았을지 몰라도, 여기선 끝이다.”“루카, 슈카! 저 녀석을 죽여라!”베르는 참지 못하고 이를 악물고 염구준을 가리켰다.휙휙.하지만 그 두 형제는 어깨를 으쓱이더니 빠르게 몸을 뒤로 빼며 보트를 밟고 전함 위로 훌쩍 올라가 버렸다.“부성주님, 저 녀석은 강하니 부성주님께서 직접 나서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입에 발린 소리로 한껏 띄워주니 베르도 그들에게 화를 낼 수 없었다.셋이 하나를 상대하는 상황임에도 정작 그의 마음속엔 불안감만이 가득했다.염구준의 강함이, 그에게 공포로 다가왔기 때문이다.염구준은 검을 들고 베르를 향해 겨누었다.“이제 끝을 보자.”이제 거의 모든 상황이 정리되었으니, 갚을 원한은 갚고, 끝낼 일은 끝낼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