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구준은 이번엔 정말 화가 끝까지 났다! 그를 죽이지 않으면 잠도 안 올것만 같았다. 염구준이 퇴역한 뒤 많은 사람이 “G.J 전신”의 위명을 잊었다. 이번에 양원을 잡게 된다면, 후배들도 그의 무서움을 느끼게 될것이다! “주군의 명을 받습니다!”주작 전존이 건물에서 나와 크게 소리쳤다.“주군의 명에 따라 바로 출발한다. 목표는 청해시 동부, 주군과 함께 성조국으로 간다!”“출발!”...약 두 시간 후, 태평한 인근, 성조국.“보, 보고드립니다!”경비가 삼엄한 성조국의 헥사곤 빌딩, 젊은 감시원이 위성 레이더를 보며 크게 소리쳤다. “아군 상공의 미확인 비행물체,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고 있습니다!”뭐라고?!멀지 않은 곳, 어깨에 금빛 별이 달린 백발의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급하게 레이더 앞에 가서 성조국과 가까워지는 빨간 점을 보고는 갑자기 동공이 움츠러들었다.빠, 빠르다!현재 성조국의 최신 6세대 전투기는 전 세계 최고의 기술로 만들어져 반중력 장치까지 탑재되어 있다. 빨리 난다면 음속까지 비행할 수 있어 하늘의 제왕으로 불린다.하지만, 지금 레이더의 빨간 점 역시 음속의 속도로 성조국의 비행 기술을 상회할 정도의 속도였다!“이런 음속의 속도로 나는 전투기라면, 전 세계 유일한...”백발의 노인이 창백해진 얼굴로 말했다. “그다, 분명히 그가 틀림없어. 용제국의 G.J 전신전 전주, 전 세계 최고의 전신! 그의 전용기, G.J 호다!”바로 그 순간, 만미터 상공에 하얗게 칠해진 전투기의 날개에는 G.J라고 금색이 새겨져 있었고 성조국의 하늘을 찢으며 날아왔다. “주군!”전투기의 운전석에 빨간색 전투복을 입고 앉아 있는 주작 전존이 화면을 보며 고개를 한번 숙이고 걸려 오는 전화를 보고 있었다. “성조국 쪽에서 온 전화입니다. 받을까요?”염구준이 담담하게 “그래”라고 대답했다. “뭐라고 하는지나 보지.”치직......짧은 전자음이 들리고, 양측의 위성 통화가 연결되었다. 백발의 노인은 성조국 국방부의 이인자, 윌튼이었
“염 전주님!”윌턴은 주먹은 꽉 쥐었다 폈다를 여러 번 반복한 뒤, 서서히 부드러운 태도로 돌아왔다. “너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전신이니, 내가 이번만은 체면을 살려주지! 탈주범을 잡으면 더 이상 내 성조국에서 알짱거리지 말고 곧바로 용제국으로 돌아가거라!”염구준이 웃었다.그 역시 당연히 윌턴이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만약 지금 기대에 가장 강력한 전신이 성조국의 고위 간부를 암살한다면, 어떤 방어에도 아무런 저항을 받지 않을 것이다.“윌턴,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군.”염구준은 화면의 윌턴을 보며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걱정마시게. 나는 성조국 고위 간부에는관심이 없으니 안심해.”말을 마치자 “팟” 소리를 내며 통신이 끊겼다.“주군님.”옆에 있던 주작전존이 GPS를 추적하고 있다가 손을 뻗어 화면의 작은 불빛을 가리켰다. 불빛은 약하게 빛나고 있었다. “저희는 몇 분 안에 시카고에 도착할 거고, 그곳에 양원이 있습니다!”염구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눈빛이 점점 더 빨리 반짝거렸다.양원......기다려라!시카고의 미시간호 근처의 호화로운 요트 갑판 위, 양원은 갑판 앞쪽의 선베드에 누워있었다. 누가봐도 아무 걱정없이 아주 잘 지내는 모습이었다. 품에는 몸이 드러나는 비키니를 입은 동연정을 안고, 호수에 비추는 햇살을 받으니, 얼굴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흡족해 보였다.어젯밤, 그는 ‘생명 1호’의 비법을 이미 심범에게 전수해 주어, 큰돈을 손에 넣었다.그 돈으로 동연정을 데리고 밤새 비행기를 타고 성조국으로 와서 완벽한 인생을 시작한 것이다.“원이 오빠.”동연정은 뱀처럼 허리를 베베 꼬며 태블릿을 들고 웃으며 말했다. “이것 봐, 훈이 도련님이야. 기자회견을 하고 있네?”양원은 태블릿을 흘끗 보더니 입꼬리가 서서히 올라갔다.화면 속에서는 심 씨 가문의 삼풍 그룹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었다.‘삼풍 드링크’의 런칭 계획을 발표하자마자 많은 기자들이 앞다퉈 질문을 시작할 정도로 건강식품 업계를 완전히 흔
빠르고 매섭게 양원의 얼굴에 뺨 한 대를 내리쳤다.“오, 오해, 이건 오해야!”양원은 비틀거리며 뒷걸음칠 쳤다. 손을 들어 얼굴을 반쯤 가렸는데, 입가에는 피가 맺히고, 놀라서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장관님, 저는 법을 어긴 것도 아닌데, 왜 때리세요. 저는......”짝!양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작전존은 양손으로 양쪽에서 화살을 쏘아, 그를 바닥에 쓰러뜨렸다.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덜덜 떨고 있는 동연정을 보고 낮게 말했다. “남자에 환장하는 년이, 감히 주군의 미움을 사다니! 사는 게 지겨운가 보구나!”동연정은 놀라서 얼굴이 새파래질 정도였다. 계속 뒷걸음질 치며 억지로 웃어보았지만, 웃는 얼굴이 우는 얼굴보다 못나 보였다.“장, 장관님, 어떤 주군님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몰라?주작전존은 차갑게 웃고는 뒤로 반보 물러나 기관실 문을 향해 살짝 허리를 숙여 인사한 뒤 정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주군님을 공손히 맞이하라!”촤아!기관실 문 앞에서 염구준이 무표정한 얼굴로 가볍게 뛰어올라 양원과 동연정 앞에 살짝 착지했다.“염, 염구준?!”양원은 바닥에 넘어져, 주작전존에게 맞아 엉망이 된 얼굴로 하늘에서 내려온 염구준을 보며 놀라 덜덜 떨며 말했다. “네, 네가 전설의 전신전 전주? 마, 말도 안 돼!”동연정도 양원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눈앞이 캄캄해져 넘어질 뻔했다.머릿속에는 단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다.‘망했다!’전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전설의 인물, 용제국의 수호신,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전신으로 불리는 사람이 손가을의 남편, 손 씨 가문의 데릴사위라니!하지만...... 여기는 용제국이 아니라, 성조국인데!염구준의 전투기가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지? 어떻게 찾아온 거야?대체 왜, 어떻게!“주작.”염구준은 바닥에 있는 양원은 보지도 않은 채, 동연정을 흘끗 보고는 담담히 말했다. “이런 벌레 같은 것들은 죽여봤자 내 손만 더러워져.”주작전존은 허리를 살짝 숙이고는 손을 휘둘렀다.촤악
용제국, 해동성 성회, 운해시.운해 호텔, 꼭대기 층 럭셔리 홀.삼풍 그룹이 개최한 기자회견은 이미 오전 내내 진행되고 있었다.각 언론사와 매체에서 온 기자들이 떼를 지어 모여들어, 서로 앞다퉈 심훈을 인터뷰하기 바빴다.“여러분의 열띤 관심에 심 씨 가문은 대단히 감사드립니다!”심 씨 가문 가주로써, 심훈은 다양한 예기치 못한 현장을 경험했지만, 이렇게 큰 규모의 기자회견을 진행해 본 적은 없었다.그렇기에 그의 얼굴에는 짙은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삼풍 드링크를 개발하기 위해, 우리 삼풍 그룹은 국내외 30여 명의 유명 전문가를 초빙했고, 수백억을 투자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드디어 드링크의 최종 제조법을 완성했습니다!“그는 장내를 내려다보며 만족감을 감추지 못했다.“심 씨 가문은 드링크가 식품안전 법의 위생기준에 부합하며, 건강식품 효능이 시장의 동일 제품 대비 훨씬 뛰어나다는 것을 보장합니다. 여러분의 적극적인 보도를 통해 중장년층 소비자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시기 바랍니다!”짝짝짝!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열렬한 박수소리가 쏟아졌다.“심 선생님!”무대 아래서 예쁜 여기자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제가 알기론, 청해시 새로운 손 씨 그룹에서도 건강식품을 개발하면서, 초기에 홍보를 크게 했었는데요. 근데 삼풍 그룹은 소리 소문 없이 갑자기 연구 개발 성공을 발표했는데, 혹시 무슨 비밀이라도 있는 겁니까?”심훈은 낯빛이 살짝 바뀌더니 하하 웃으며 말했다. “보잘것없는 새로운 손 씨 그룹에서 홍보를 어떻게 하더라도 감히 저희 삼풍 그룹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겠습니까? 심 씨 가문은 새로운 손 씨 그룹에 유감을 표하며, 삼풍 그룹의 탄탄한 실력으로, 그들이 어떠한 노력을 하던, 따라 할 수밖에 없으니, 삼풍을 뛰어넘을 생각은 영원히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겁니다!”짝짝짝!여기저기서 기자들의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카메라의 플래시가 반짝거렸고, 심훈의 얼굴에는 만족스럽다는 듯한 웃음이 가득했다.“허허!”심훈의 뒤에서 심범이 인
기자가 있는 현장에서 심범은 창피당하기 싫어 염구준의 눈을 죽일 듯이 노려만 보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어떤 일을 하고자 하든, 지금 당장 나가주세요!”염구준은 천천히 인터뷰 석을 향해 걸어가며 웃는 듯 안 웃는 듯 말했다. “이렇게 급하게 쫓아내다니요? 뭐가 두려우신가요? 혹시 삼풍 그룹에서 뭔가 숨기는 것이라도 있나요?”쾅!둘째 아들이 염구준에게 농락당하자, 심훈의 얼굴에는 이미 분노가 가득찼다.심훈이 매섭게 테이블을 내려치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염구준! 지금 현장에 기자들이 있으니, 너랑 쓸데없는 소리 할 시간 없어! 눈치가 있으면 나중에 우리 가문 무례하다고 하지 말고 알아서 썩 꺼져!”염구준은 미소가 짙어지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심 씨 가주님, 저는 못 알아듣겠네요. 삼풍 드링크가 성대하게 런칭했다고 해서 제가 특별히 축하드리러 왔는데, 감사히 여기긴커녕, 천리 밖에서부터 거절하는 것은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너......!”심훈은 말을 하려다 멈추고 입꼬리를 억지로 천천히 올려 가식적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염구준, 너희 새로운 손 씨 그룹의 인기를 우리 삼풍 드링크가 빼앗아서, 손가을이 소란을 피우라고 보낸 건가? 허허!”“팩트로 말하지, 우리는 해동성의 모든 사람들에게 우리 심 씨 앞에서 무슨 새로운 손 씨 같은 건 부스러기만도 못하다는 걸 알려줄 거야!”염구준은 살짝 웃고는 갑자기 차가운 얼굴로 매섭게 말했다.“심훈, 심범! 너희 부자 두 사람은 악의적으로 영업 비밀을 빼돌리고, 새로운 손 씨 그룹 생명 1호의 완전한 제조법을 훔쳐 갔어. 이 더러운 짓을 하고도 기자회견을 열 낯짝이 있어? 나는 도대체 너희의 그 용기가 어디서 나온 건지 궁금할 뿐이야!”확!염구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홀 전체가 웅성거렸다.여기에 있는 기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자극적인 폭로다. 특히 이런 대기업 간의 원한은 조금만 자극적이면 바로 헤드라인을 장식할 수 있다.이 말을 듣자마자, 갑자기 모든 기자들의
“얼마 전, 저는 심범에게 돈을 받고, 생명 1호의 제조법에 관한 자료를 훔쳤고, 해외로 도망쳤습니다......”그는 심범과의 거래 과정을 한 글자도 빠짐없이 모두 자백한 뒤, 고개를 푹 숙인 채 말 못할 죄책감을 느꼈다.“새로운 손 씨 그룹 보안 팀장 염구준씨가 저의 죄를 뉘우치고 양심의 가책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이렇게 제가 용기내 여러분께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 있었습니다.”펑!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완전히 폭주했다.수많은 플래시가 일제히 심범을 향했다.기자들은 끊임없이 질문을 퍼부었다. “심 씨 도련님, 양원씨가 하신 말씀이 모두 사실입니까? 정말 생명 1호의 제조법을 훔치셨나요?”“저희는 진작에 알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손 씨 그룹의 생명 1호가 막 출시되려고 할 때, 어떤 사건으로 인해 하는 수 없이 연기되었습니다. 심 씨 도련님, 이 모든 것이 도련님 때문인가요?”“삼풍 그룹이 영업 비밀을 훔쳤다면, 상업 경쟁 원칙을 위반한 것인데, 심 씨 도련님께서는 해당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심 씨 도련님......”기자들의 질문은 점점 더 날카로워졌다. 심범의 얼굴을 갈수록 어두워지고, 주먹을 꽉 쥔 채 이만 바득바득 갈 뿐이었다.“다 헛소리에요!”인터뷰 석에 있던 심훈의 얼굴이 완전히 바뀌었다.그는 멀리서 양원을 가리키며 분노에 가득 차 욕설을 퍼부었다. “거기 양 씨, 우리가 뭐 잘못한 거라도 있나? 왜 이렇게 우리를 피 보게 만드는 거야?!”“기자님들, 저희는 목숨을 걸고 맹세합니다. 애초에 어떠한 영업 비밀도 훔치지 않았으며, 저 사람은 염구준의 산업 스파이입니다. 그의 말을 믿지 마세요!”산업 스파이?염구준은 고개를 돌려 심범을 보며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심 씨 도련님, 이제 더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실까요?”심범은 입을 꾹 다물고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심훈은 이 일에 대해 대략적인 내용만 알고 있다. 하지만 심범은 모든 거래 과정에 참여하였고, 양원은 쌍방 거래의 완벽한 증거를 손에 쥐고 있
"삼풍 경구액은 출시 요건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았습니다. 손 씨 그룹의 생명 1호야말로 진품입니다. 바이오 전문가 수십 명의 심혈을 기울인것으로, 손 씨 그룹이 중장년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개발한 양심 보건품입니다!"격렬한 박수갈채가 순식간에 홀 전체에 울려 퍼졌다!모든 기자, 카메라맨, 취재 마이크와 카메라가 모두 염구준에 맞춰졌는데 생명 1호의 건강 관리 효과와 출시 시간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는 등하며 현장 분위기는 다시 절정을 이뤘다.심가 부자와 양원, 그들의 불법 거래는 곧 경찰이 넘겨받아 처리할 것이며 법에 따라 다시 단속할 예정이다."염구준....."인터뷰석에서 심훈은 뭇사람들에 의해 둘러쌓여 있는 염구준을 바라보다가 눈앞이 갑자기 어두워졌고 곧 땅바닥으로 넘어졌는데 머릿속에는 한가지 생각만 남았다.이번엔...... 진짜.... 다 끝났어!심씨 집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오후 2시까지 계속되었는데 기자들은 달갑지 않게 각자의 언론기관으로 돌아가 오늘 취재 결과를 속히 공개했다."삼풍 그룹, 영업기밀 절도, 상업범죄 혐의!""손 씨 그룹 '생명1호' 출시 임박, 보건효과 가능!""심가 부자,곧 옥살이 하다. 경찰에 의해 현장 체포됐는데......"뉴스 이슈 하나하나가 빠르게 해동성 주요 도시의 뉴스 헤드라인에 올랐고, 심 씨 집안 삼풍그룹은 하루아침에 패명하였으며 성조국 나스닥 패널의 거래지수가 그대로 떨어져 100억이 넘는 손실을 입었다."구준이가 정말 잘했어!"이날 밤늦게, 관양동네,손가.손태석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염구준에게 직접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이번에 판을 다 지고 그룹 전체가 함께 들어가야 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어! 에이, 말 말자. 술 마셔, 술 마셔!"손가을 역시 몇 잔 마셨고 염구준의 잘생긴 얼굴을 주시하다가 그녀는 얼굴이 붉게 변했다. 오늘 하루 종일 그녀와 그룹 고위층들과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했으며 어떻게 하면 좋을지도 전혀 몰랐었다.하지만 순식간에 구준은 손
말을 하다가 그의 얼굴빛이 살짝 어두워졌고 눈가는 은근히 촉촉해졌다. "나도 결국엔 손씨 집안 사람인지라, 어르신 그쪽을..... 안심할수가 없단다."그가 말한 어르신은 그의 아버지, 즉 한때 손 씨 집안의 가주였던 손중천이다!구준은 홀로 운성으로 가서 청강으로부터 옛 손씨 그룹을 탈환한 이후 손태진과 손호민 부자도 청해시에서 쫓겨나 운해시로 도망쳐 손태산한테 투항했다.그리고 온몸이 마비된 손중천은 무참히 버려져 청해시 '노을홍복지원'으로 실려갔고, 곁에는 아무도 그를 모시지 않았기에 처참하게 지냈다.온몸이 마비된 노인이 병상에서 창밖의 높은 담벼락을 보며 말없이 눈물을 흘린다......이런 모습을 생각하니 손태석은 눈물을 흘렸다."어르신은 이번생에 정말 많은 잘못을 저질렀다. 차별대우 하고, 자기편은 무조건 감싸주고, 흐리멍텅하고..... 나도 그가 일찍 죽기를 간절히 바랄 정도로 그를 미워해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내 아바지인건 변함없는 사실이란다. 비록 나를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나를 버리지 않았고, 더 나아가 나를 굶어죽게 하지도 않았지. 오직 이것들만으로도 그가 외롭게 늙어 죽는 것을, 가족도 없이 혼자인것을 눈뜨고 바라볼 수만은 없어...."말을 한뒤 손태석의 감정은 걷잡을 수 없이 풍부해졌고 그는 끝내 눈물을 흘렸다."태석 오빠......"식탁 옆에는 진숙영이 염희주를 안은 채 고통의 눈물을 흘리는 남편을 보며 마음이 아파왔다. "예전에는 나도 어르신에 대해서 좀 의견이 있었는데 지금은......""구준아, 가을아, 어르신이 나이가 들어서 판단이 흐려질 수 밖에 없어. 그래도 우리가 아랫사람으로서 좀 더 배려해 주는건 어떻니?"가을은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돌려 예규슈를 바라보았는데 눈가가 조금 붉었다."아버지, 어머님. 오늘 저녁에 집 좀 치워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구준은 싱겁게 웃었다."어르신들과 어린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은 저희 용제국의 전통이니, 어르신께서는 불의할 수 있어도 저희는 불의할 수 없죠. 그러니 내
파악!곧이어 물기둥이 하늘로 솟구치며 거대한 향유고래가 염구준과 멀지 않는 곳에 떨어진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마치 떠나기 아쉬워하는 듯했다.촤악!염구준은 몸을 날려 향유고래의 머리 위로 뛰어오른 뒤, 세 척의 어선 쪽으로 진기를 날려 물보라 일게 했다.이에 향유고래는 곧장 방향을 틀고, 어선을 향해 빠르게 헤엄치기 시작했다.말이 통하지 않아 이런 방식으로 밖에 교류할 수 없었지만 별로 큰 문제는 없었다.그 시각, 1호 어선은 다른 어선보다 조금 더 시끌벅적했다.노대영은 배의 지휘권을 장악한 뒤, 끝까지 저항한 소수만을 제거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포로로 붙잡아두었다.물론 그가 자비로워서가 아니었다.그저 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어떻게 복수하는지 지켜보게 하기 위해서였다.“대영 문주님, 준비 완료됐습니다. 언제든 시작 가능합니다.”노대영에게 붙은 아첨꾼 하나가 다가와 공손하게 말했다. 이번에 출정한 천기문 문도 중 절반 이상이 이미 노대영 편이었다.쿵!노대영은 부도 갑옷을 입은 채로 웃으면서 팔을 휘둘러 노신기를 바닥에 내던졌다.“악독한 놈. 네가 내 아버지를 죽였으니 난 오늘 아버지의 복수를 할 거다.”며칠 전에 대의를 위해서라면 혈연관계는 얼마든지 끊을 수 있다는 그의 말은 그저 노신기를 안심시키기 위함에 불과했다. 그의 가슴 속에 맺힌 복수심은 한순간도 식지 않았었다.“하아...”노신기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의 창백한 얼굴엔 깊은 후회가 서려 있었다.‘그때 불쌍해 보인다고 해서 검은 머리 짐승을 거두는 게 아니었는데.’그는 생각했다. “모든 일은 내가 벌인 거니까 찢어죽이든, 뭘하든 나한테만 해.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 건드리지 말고.”지금 이런 상황에 이른 이상, 그는 더 도리를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전에 이미 노대영에게 그의 출신을 말해주며 그의 아버지가 눈 깜빡하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는 변태 악마라고 말해주었으나 그는 전혀 듣지 않았기 때문에 말해봤자 쓸모가 없다는 걸 알아서였다.스승과 제자의
염구준을 향해 날아오는 것은 엄청난 기운을 내뿜고 있는 금강 방망이 한 개 뿐이었다. 기운의 량으로 보아 세 명의 힘이 전부 들어있는 게 분명했다.이건 베르 일행이 전력을 건 최후의 일격이었다.쾅!한 자루의 검과 한 개의 방망이가 충돌하며 눈부신 불꽃을 일으켰다.폭발적인 에너지가 주변에 퍼져나가며 양측은 잠시 균형을 이루었다.세 사람의 실력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막았다! 얼른 보트 준비해, 후퇴한다!”베르의 창백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비틀거리며 일어나 부하들에게 소리쳤다.루카와 슈카 역시 서로 부축하며 일어섰다.이미 힘이 고갈된 지라 그들의 얼굴엔 혈색도 없었고, 기운조차 미약했다.더 이상의 싸움은 무리였다.“하압!”염구준은 팔에 힘을 주어 금강 방망이를 밀어내려 했지만, 방망이가 꼼짝도 하지 않는 걸 발견했다. 이 전법은 오묘했다. 상대방이 시전하고 조종하지 않아도 타겟을 쫓아 움직이는 것처럼 홀로 움직였으니까 말이다.이대로라면, 몸이 먼저 나가떨어질 판이었다.베르는 떠나기 전에 염구준을 보며 독한 말을 남겼다.“염구준, 자만하지 마라. 스텔라성은 아직 남아 있으니까. 돌아가서 강자들을 전부 불러와 널 죽여주지.”“돌아갈 수 없을 겁니다.”얼음처럼 차가운 염구준의 목소리에 모두가 몸을 살짝 떨었다.이미 흑풍의 사태로 배운 바가 있었기 때문에 염구준은 적을 쉽게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흥, 말은 누구나 하지. 하지만 나중에 지키지 못하면, 네 얼굴에 침 뱉는 꼴이 될 걸?”베르는 비웃으며 염구준의 말을 맘 속에 담아두지 않았다. 자신의 필살기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염구준은 검을 쥔 양손을 살짝 옆으로 움직이며, 손을 놓았다.우웅!그러자 구자검은 더 이상 금강 방망이와 대치하지 않고, 잔상을 남기며 쏜살같이 전방을 향해 날아갔다.같은 시각에 금강 방망이 역시 미친 듯한 속도로 염구준의 왼쪽 가슴을 향해 돌진했다.이건 자신의 목숨으로 적의 목숨을 바꾸는 방식이었다.꽈악!염구준
“염 선생님, 저희가 가서 막을까요?”노신기는 갈등하며 조심스레 물었다.비록 상대가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염구준 덕분에 얻은 것이 많았기에 돕고 싶어서였다.“아니요. 그냥 가만히 계시면 됩니다.”염구준은 단호하게 거절하며 대형 방패를 계속 내리쳤다.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연달아 울렸다.노신기 일행의 실력으로는 개입해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염구준은 잘 알고 있었다. 가봤자 죽을 게 분명하다는 것도 말이다.한편, 전장의 중심에 선 세 사람은 자신들이 고립무원의 상황에 처해있으며, 살려면 스스로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죽을 각오로 덤벼!”쾅!베르의 눈엔 살기가 가득했다. 손에 쥔 대형 방패는 마침내 한계에 도달하며 산산이 부서졌다.그의 피로 물든 두 손에는 어느새 짧은 단검이 들려 있었고, 그는 그것으로 염구준의 가슴을 향해 휘둘렀다.하지만 날카로운 칼날이 스쳐 지나간 자리에 남은 건 얕은 두 줄의 상처뿐, 역시 깊이 파고들지는 못했다.일반적인 공격은 염구준에게 통하지 않았다. 과거, 염구준이 육체의 한계를 돌파한 리아성전의 전주를 쓰러뜨린 것도 필살기와 정제된 진기 덕분이었었다. 심지어 한 번에 쓰러뜨린 것도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싸웠었다.육체가 극한으로 강해진 상대를 쉽게 이긴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염구준은 베르를 걷어차 밀어낸 뒤, 곧바로 루카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세 명을 상대할 때 가장 확실한 방식은, 하나씩 쓰러뜨리는 것이었다.“젠장!”염구준이 갑자기 타겟을 바꿀 줄 몰랐던 루카는 급히 막아섰지만 한 칼에 밀려났고 이어진 두 번째 공격에 부상을 입고 말았다.강자들의 승부는 한 수, 한 수가 치명상이라 조금의 방심도 용납되지 않았다. 자칫하다간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베르는 상황이 좋지 않음을 직감하고 이를 악물며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삼절진을 쓰자!”두 형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빠르게 베르 뒤로 이동한 뒤, 손을 그의 등에 얹었다.이 필살기에 승패가
베르 세 사람을 포함해 이 싸움을 지켜보던 반보천인들조차 염구준이 쓰는 게 무슨 전술인줄 몰라 어리둥절해졌다.방어를 완전히 포기하고 정면으로 달려드는 행위는 자살이나 다름없으니까 말이다.“건방지긴!”“내가 막을 테니 너희는 죽을 힘을 다해 공격해!”이에 베르의 일그러진 얼굴에는 약간의 기쁨이 섞였다. 그는 달려오는 염구준을 보며 포효하듯이 명령을 내렸다. 해저에서의 전투 경험에 의하면, 그는 자신이 특별히 제작한 대형 방패로 염구준의 공격을 최소 서른 번은 막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쾅!그러나 시작에 불과한 염구준의 첫 공격에 베르는 몇 걸음이나 밀려났고, 방패엔 반 치 정도 깊이의 칼자국이 선명히 새겨졌다.이 방패는 염구준의 공격을 막기 위해 베르가 특별히 주문 제작한 거라 다른 것보다 더욱 단단하고 두꺼웠다.텅텅!루카와 슈카도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동시에 염구준의 옆구리를 향해 칼을 박아넣었다.손목에 힘을 잔뜩 실은 터라 염구준의 호체진기를 가뿐히 뚫었지만 몸에는 옅은 상처밖에 내지 못했다.아무리 힘을 더 실어도, 더 깊숙이 찌를 수가 없었다.“육체의 극한까지 도달했다고?”싸움을 지켜보던 반보천인들은 일제히 감탄을 내뱉었다.두 명의 최강 반보천인의 공격을 오직 맨몸으로 버텼다는 것부터 염구준의 육체가 이미 극한까지 도달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쾅! 쾅!염구준은 루카 형제의 공격을 거의 무시한 채, 계속해서 베르에게 맹공을 퍼부었다.공격이 계속 되면서 방패에는 칼자국이 점점 더 많아졌고, 베르도 연달아 밀려났다. 이 엄청난 충격력에 그의 손바닥은 결국 찢어져 버렸고, 상처에서는 붉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 “공격 안 해? 밥 안 먹었어?”베르는 체내의 기혈이 요동치는 것을 느끼며 방패를 들고 소리쳤다.그제야 그는 그가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 했음을 깨달았다.‘방패가 30번의 공격을 버틴다고 해도 내가 버티지 못해.’염구준의 몸이 반보천인의 극한에 다다른 이후, 방어력 뿐만 아니라 힘도 강해져서 전보다 공격이
모두가 향유고래의 위를 보고 눈이 커졌다.기뻐하는 사람도,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었다.사람과 고래가 마음을 합쳐 수많은 고난을 뚫고 마침내 위험천만한 해저 심연에서 빠져나온 거다.그 과정의 험난함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노신기는 드디어 마음이 놓였다는 듯, 기뻐하며 입을 열었다. “염 선생님, 돌아가시지 않으셨군요?”말을 내뱉은 후, 그도 이상함을 느꼈지만, 이미 말을 마친 후라 뭐라고 바꿀 수도 없었다. “어... 네, 살아있긴 합니다.”염구준은 대수롭지 않게 답하며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냈다.솔직히, 좀 웃긴 질문이었다.조금 떨어진 곳에서, 완전히 멀쩡한 염구준을 본 베르는 숨이 턱 막혔다.“염구준, 너...”깊고 깊은 바다 밑에서 화산 폭발과 함께 대지진이 일어난 상황에, 잠수 장비도 없다는 건 그냥 죽음을 의미했다.하지만 염구준은 그 위기 속에서 향유고래를 몰아 드라마처럼 살아 돌아왔다.베르로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었다.“진정해, 나이도 있는데 괜히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와서 그 자리에서 죽으면 곤란하잖아.”염구준은 베르를 바라보며 말했다. 진짜로 열받아서 죽어버리길 바라는 눈치였다.서로 죽이려 드는 사이끼리 예의는 사치일 뿐이었다.“흥! 바다 밑에선 겨우 살아남았을지 몰라도, 여기선 끝이다.”“루카, 슈카! 저 녀석을 죽여라!”베르는 참지 못하고 이를 악물고 염구준을 가리켰다.휙휙.하지만 그 두 형제는 어깨를 으쓱이더니 빠르게 몸을 뒤로 빼며 보트를 밟고 전함 위로 훌쩍 올라가 버렸다.“부성주님, 저 녀석은 강하니 부성주님께서 직접 나서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입에 발린 소리로 한껏 띄워주니 베르도 그들에게 화를 낼 수 없었다.셋이 하나를 상대하는 상황임에도 정작 그의 마음속엔 불안감만이 가득했다.염구준의 강함이, 그에게 공포로 다가왔기 때문이다.염구준은 검을 들고 베르를 향해 겨누었다.“이제 끝을 보자.”이제 거의 모든 상황이 정리되었으니, 갚을 원한은 갚고, 끝낼 일은 끝낼 때였다.“
비록 인수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베르 일행이 드디어 수면 위로 올라왔다.여러 가문을 합쳐서 겨우 20명이 살아서 돌아오고 나머지는 심해에서 전사했다.신비한 생물체가 공격하는 바람에 또 한 번 참담한 손해를 보았다.“빨리 출발해!”베르는 선박에 올라오자마자 부하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다.지금 그의 안색은 보기 흉할 정도로 일그러졌다.정예병들을 잃고 강력한 조력자 세라까지 잃었는데, 고작 가짜 옥패를 찾다가 죽을 뻔했다.“출발해. 바다 화산이 곧 폭발할 거야!”“우리도 스텔라성이 복수하기 전에 이곳을 떠나야 한다!”다른 가문에서도 각자 선박과 잠수함을 타고 먼 곳으로 향했다.바다 밑의 움직임이 너무 커서 그들도 휘말릴까 봐 너무 무서웠다.지금 해수면에 남은 사람은 노신기와 아타의 선박뿐이었다.그들은 염구준이 살아서 돌아오길 기다렸다.저런 인간들도 살아서 돌아오는데 대단한 실력을 가진 염구준은 무조건 살아서 돌아올 거라 굳게 믿었다.“문주님, 소용돌이가 나타났어요.”선박에서 누군가 소리를 쳤다.“소용돌이?”모두의 시선이 그곳을 향했다.소용돌이가 점점 거세게 번지는데 이러다 선박 세 척까지 삼켜버릴 것 같았다.또 위기가 닥치자 그들은 안절부절하지 못했다.“아타 장로님, 저기…!”노신기가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뒷말을 흘렸다.솔직히 그도 염구준이 살아서 돌아오길 기다리고 싶지만 이러다가 백 명의 부하들이 전부 죽을까 봐 걱정되었다.“일단 철수하고 소용돌이가 사라지면 보트로 찾으러 오죠.”아타도 급속하게 퍼지는 소용돌이를 보고 일단 명령을 내렸다.해수면이 올라오면서 작은 섬들을 완전히 삼키고, 멀지 않은 곳에서 소용돌이가 미친듯이 주변을 삼켜 버리기에 이러다 정말 전멸할 것 같았다.노신기가 베르에게 다가가 나지막하게 물었다.“염 선생님은 어떻게 되었습니까?”“하하하, 당연히 내가 죽였지!”베르는 바다에 쩌렁쩌렁 울리도록 웃으면서 빌어먹을 허영심 때문에 또 허풍을 떨었다.당시 현장은 난장판이라 제대로 본 사람은 얼마되지 않
밖에서 보면, 절벽이 곧 무너질 것처럼 거세게 흔들렸다.게다가 바닥에서 진흙과 모래가 일면서 시야까지 가려, 앞에 무엇이 있는지 어느 방향인지 알아보기조차 힘들었다.“하하하, 염구준이 동굴에 묻혔으면 틀림없이 죽었을 거야.”이미 추동 장치로 수십 미터 올라간 베르가 유난히 신나게 웃고 있었다.염구준이 이곳에서 뼈가 부서지고 연기처럼 사라지길 바랬다.촤아아!그런데 기뻐한 지 10초도 되지 않아, 한 그림자가 혼탁한 바닷물을 뚫고 나타난 것이었다.염구준이 아니면 누구일까?“흥, 추동 장치도 없는데 수천 미터나 되는 심해에서 어떻게 올라오나 보자.”베르는 화가 나서 씩씩거리더니 더는 염구준을 상관하지 않고 위로 올라갔다.동굴 밖으로 나온 염구준은 마치 지옥에 온 것 같았다.검붉은 암장이 소용돌이치고 모래벌레들이 꿈틀거리며 사방을 헤엄치고 대왕 오징어도 균열을 뚫고 심연으로 빠져나왔다.이곳의 기괴한 생물체들도 도망치느라 인간을 봐도 공격하지 않았다.염구준은 동굴 밖에 나와서도 바다의 화산이 폭발하는 위기에 처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지금 잠수 장비와 추동 장치는 없고 산소통만 남는데 몇 숨만 쉬면 바닥날 것 같았다.갑작스러운 변고로 아래로 흡수하는 암류가 사라져서 올라가기 쉬웠지만 그래도 시간이 한참이나 필요했다.어쩌면 해수면으로 올라가기 전에 암장에 삼키거나 익사해 죽을 것 같았다.‘방법이 있어.’문뜩 좋은 방법이 생각난 그는 빠른 속도로 심해 모래벌레의 둥지로 향했다.그곳에 죽은 무술인들의 잠수 장비를 찾아볼 생각이었다.슈우웅!얼마 가지 못하고 지면이 점점 격렬하게 움직이며 대량의 암장이 사방으로 흘러나왔다.바다의 화산이 제대로 폭발한 것이다.분화점에서 가장 가까운 모래벌레 둥지는 순식간에 암장이 덮쳐버렸다.“뭐야. 나랑 해보자는 거야?”왠지 모든 불리한 요소들이 전부 염구준을 향하는 것 같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심해에서 알 수 없는 에너지에 의해 놀아나다가 죽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방금 전에 심해 눈물의 덕
신비한 생물체는 춤을 추듯 물속을 떠다니더니 공의 명령을 받았는지 우르르 몰려서 베르 일행을 공격했다.“공격을 멈추지 마세요!”두통이 밀려온 베르는 명령을 내리고 곧장 동굴로 도망쳤다.일부 무술인들도 그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각자 도망치기에 바빴다.생물의 정체와 아직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기에 일단 도망치는 것이었다.“살려줘요!”간신히 숨이 붙어 있는 세라는 베르가 도망치는 것을 보고 자신도 데려가길 바랐다.그런데 본인만 챙기느라 누구도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다.일단 한 걸음만 뒤처져도 바로 죽기 때문에 누구를 도울 여력이 없었다.“아악!”운이 나쁜 무술인들은 대량의 생물체에 공격당해 비명을 지르다 백골이 되어버렸다.그리고 몸에 한두 마리씩 들어간 무술인들은 경련을 일으키다 바로 기절했다.기괴한 생물체는 공격력은 약하지만 일단 몸에 닿으면 방어할 틈도 없이 살해했다.곧 도망친 사람들은 살아남고 늦게 움직이는 사람들은 전부 죽어버렸다.지금 심해에 염구준이 혼자 남았으니, 반투명한 생물체들이 모두 그에게 쏠렸다.“조금만 더!”염구준은 천천히 흐르는 심해의 눈물을 초조하게 바라보면서 여러 번이나 검기를 휘둘러 생물체를 제거했다.아무리 극한 반보천인이라고 해도 이름도 모르는 생물과 억지로 맞서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감당하지 못하면 백골이 되는 것은 한순간이니까.슈슈슝!신비한 생물체가 죽는 족족 살아 있는 생물체들이 계속 헤엄치며 다가왔다.염구준이 검을 휘둘러 죽일 때마다 더 많은 생물들이 나타나는 것 같았다.마치 그의 피와 살을 모조리 먹어 치울 기세였다.그래도 염구준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러 자신을 보호했다.그때 일부 생물체는 그가 방심한 틈을 타서 몸으로 스며들었다.“이것들이 정말 끈질기네.”염구준은 체내의 불 원소의 힘으로 몸 겉면에 황금색 화염을 형성했다.심해에서 불 원소의 힘은 압박을 받아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생물체를 제거하는 데는 효과가 있었다.치지직!그에게 접근한 생물체는 엄청
베르는 동시에 방어한다면 염구준의 공격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하나씩 파괴되는 것을 보고 괴성을 질렀다.“아아아악!”염구준의 검은 여전히 날카롭게 베르의 방어벽까지 쉽게 깨 부셨다.갑자기 대량의 에너지를 사용했더니 구자검이 전처럼 날카롭게 움직이지 않았다.“반격!”이때다 싶어 베르는 다섯 명과 함께 기운을 끌어올려 반격에 나섰다.쿵!맹렬한 공격으로 쌍방은 각자 뒤로 물러서고 그 충격으로 수중에 회오리바람을 만들어 동굴이 심하게 흔들렸다.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미처 방어벽으로 막지 못해 회오리바람에 휘말려 잠수 장비가 깨지고 심해의 수압에 경련을 일으키다 익사했다.그 장면을 본 일부 무술인들은 괜히 끼어들다 죽을까 봐 한참 뒤로 물러섰다.돌기둥에 돌아온 염구준은 아직도 심해의 눈물이 흐르는 것을 발견했다.이렇게 귀한 물건을 낭비할 수 없어, 다른 사람의 산소통을 빼앗아 검으로 자르고는 거기에 담기 시작했다.심해의 눈물이 워낙 밀도가 강해서 산소통의 물이 알아서 흘러나왔다.그때 전체 동굴이 심하게 흔들리더니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아아악!”또 갑작스럽게 닥친 변고에 다들 주변을 경계했다.베르의 표정은 가관이었다.눈앞의 강적도 죽이지 못했는데 또 알 수 없는 위험이 닥쳐서 미치고 팔짝 뛸 것만 같았다.“불꽃으로 비춰!”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몇몇 불꽃이 위를 비추었다.대부분 부하들은 가방에 보물을 하나라도 더 쑤셔 넣으려고 전등이나 불꽃을 만드는 장비를 전부 던졌다.불꽃이 이동할 때마다 주변을 비추었는데 위험한 생물체는 보이지 않았다.대신 아무런 상처도 없는 죽은 시체가 모두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그것을 본 순간 불길한 느낌이 몸을 감싸는 것 같았다.적의 정체를 모르니 아무리 힘이 있어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응?”염구준도 수상한 기운을 느끼다 갑자기 누군가 숨통이 끊어지는 것을 감지했다.죽은 모습은 전에 보물을 찾으러 왔던 무술인들의 시체와 증상이 똑같았다.‘엄청난 생명이 움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