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고마워. 내일 업무까지 끝내서 내일 시간 있어.”“무슨 말인지 알았어.”두 사람은 말을 마치고 이불속에서 밤 늦게까지 사랑을 속삭였다.이른 아침, 손가을은 잠옷을 입고 남편의 가슴에 엎드렸다.“구준 씨, 어제 사무실에서 갑자기 정진왕자 경지에 도달했어. 근데 아직도 기운을 사용하는데 서툴러. 당신이 가르쳐줄 수 있어?”용의 기운은 정말 대단했다.경지가 낮은 무술인에게 주입했더니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 알아서 실력이 강해졌다.하지만 기운만 있고 싸울 줄 모른다면 같은 경지라도 최하 실력에 속했다.지금 손가을의 상황이 그랬다.만약 부부가 한 사람은 같은 경지에서 무적이고 다른 사람은 가장 실력이 약하다면 즐거운 일들이 수두룩할 것이다.“알았어. 이따가 무관에 가서 가르쳐줄게.”염구준은 거절하지 않았다.오늘 하늘이 무너져도 아내와 함께 있을 것이다.“당신이 최고야!”손가을은 남편에게 달콤한 키스를 하고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아침을 먹고 집안일을 마친 후, 부부는 제이든을 데리고 신위무관으로 향했다.탐문하러 간 초상비는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 더는 소식이 없었다.염구준은 며칠 더 기다렸다가 정 안 되면 직접 오스타국에 찾아갈 생각이었다.“귀한 손님이 오셨네. 염 선생, 손 대표님. 어떻게 왔어?”입구 테이블에서 차를 마시던 원종과 정경림이 일어서서 반갑게 맞이했다.이 무관도 염구준이 세운 거지만 바지사장이라고 할 수 있었다.그러나 지금 무관의 수익은 따지지 않고 두 사람에게 맡긴 것 같았다.“그냥 보러 왔어요. 조용한 훈련장 있으면 빌려주세요. 아내랑 연습하고 싶어요.”염구준은 별생각 없이 두 사람에게 부탁했다.‘연습? 애정행각하는 건 아니고?’두 사람은 서로 눈빛을 마주치고 각자 다른 생각을 했지만 염구준에게 대놓고 말하지 못했다.“안으로 들어가. 연습할 공간은 얼마든지 있어.”두 사람 안내를 따라 염구준 부부는 무관으로 들어갔다.먼저 도착해서 무술을 연습하는 사람들이 많았다.신위무관은 청해에서 가장 큰
“그럼 됐어. 전부 가르쳐줘.”손가을은 기뻤지만 아직 어떤 것들을 마주해야 할지 몰랐다.“그게… 가장 효율적인 것은 실전이야. 근데 쉽게 다칠 수 있어.”염구준은 약간 말을 더듬었지만 솔직하게 말했다.아내를 아껴줘도 부족한데 정말 손을 대기가 어려웠다.“괜찮아. 나 약하지 않아.”손가을은 남편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고 오히려 설득했다.잠깐 생각에 잠긴 염구준이 아내의 눈빛을 보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일단 시험해 보자.”그는 경계를 낮춰 똑같은 정진왕자 초기 단계로 맞추었다.이런 상황에서 봐줄 수도 없고 너무 경지를 낮춘다면 아내가 자존심이 상할 것이다.“알았어.”손가을은 공격 자세를 취했다.전에 염구준이 권법을 가르쳤지만 한번도 실전으로 사용한 적이 없었다.“가을아, 준비됐으면 자유롭게 공격해.”염구준이 말했다.“조심해.”손가을은 주의를 주면서 작은 주먹을 앞으로 무찔렀다.염구준은 두통이 지끈 아팠다.아내의 동작에 허점이 가득하고 보조와 자세가 너무나 엉성했다.하지만 같은 경지에서 기운은 약하지 않아 거칠게 사용했다.탁!염구준은 아내가 날린 주먹을 피해 옆으로 비키고 한쪽 발을 휘두른 것만으로 쉽게 넘어트릴 수 있었다.두 사람은 같은 경지지만 실전 경험이나 기술 차이가 천차만별이었다.염구준은 쏜살같이 달려가 두 손으로 아내의 허리를 감쌌다.“와우, 우리 실력 차이가 너무 나. 당신 기운을 전혀 느끼지 못 했어.”손가을은 충격을 먹었다.“아니면 실전 말고 노하우 몇 개를 알려 줄게.”염구준은 감히 손을 대지 못했다.눈앞에 있는 사람은 부하가 아니라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아내이기 때문이었다.“알았어. 당신 말 들을게.”손가을은 남편이 난감해하자 더는 강요하지 않았다.“앉아.”염구준은 작은 칠판을 가져와 현장에서 가르치려 했다.반보천인 고수의 수업은 흔히 들을 수 없으니 이미 전신 경지를 돌파한 원종과 정경림도 작은 공책을 들고 다가왔다.두 사람은 나이가 많아서 기회가 없다면 아마도 계속
눈만 마주쳤을 뿐인데 염구준은 아내가 무엇을 어려워하는지 알고 피식 웃었다.“당신은 운기만 해. 내가 인도할게.”염구준은 한 손을 손가을의 머리 위에 올리고 기운을 조금씩 주입하면서 운기하는 규칙을 가르쳤다.운기하는 회수가 늘어날수록 손가을은 자신의 운기에 점점 익숙해졌다.반보천인 고수가 직접 가르치니 옆에서 지켜보는 무술인들은 정말 부럽기 그지없었다.한 시간 뒤 손가을이 눈을 떴다.그녀는 피곤해 보였지만 그래도 환한 미소를 지었다.“구준 씨, 이제 혼자 할 수 있어.”염구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욕심내면 안 돼.”기운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며칠을 배워야 할 것이다.염구준은 옆에 있는 원종과 정경림에게 다가갔다.“혹시 강호에서 이런 문자를 보신 적이 있습니까?”그는 본인의 휴대폰에서 사진 한 장을 보여주었다.어제 민씨 가문에서 가져온 서책을 사진으로 찍은 것이었다.그중에서 한 글자만 염구준이 직접 쓴 것이다.“못 봤어. 아마도 용하의 문자와 같은 맥락일 거야.”두 사람은 고개를 흔들었다.서책에 관한 옥패의 정보를 수많은 사람들에게 물어봤지만 아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이 일은 조급해 말고 천천히 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어차피 지금 한가하니 염구준은 두 사람과 무술에 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얼마나 습득할지는 본인에게 달려 있다.무관 내에서 모두 화기애애한 분이기에 각자 무술을 연습하느라 바쁘게 움직였다.바로 그때 한 여자의 목소리가 밖에서 들렸다.“실력이 좋은 무술인을 찾아서 연습해야 돼. 평범한 무술인은 일방적으로 맞는다니까.”“그럼요. 신위무관은 청해에서 가장 큰 무관이라서 다양한 무술인들이 있어요. 분명 적합한 상대를 찾을 겁니다.”한 남자가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열 명 정도 되는 일행이 위풍당당하게 신위무관에 들어섰다.“당신들 관장은 어디 있어? 나와보라고 해.”남자는 주변을 둘러보면서 건방지게 말했다.그 말에 무관에서 연습하던 무술인들이 동작을 멈추고 입구 쪽을 쳐
김대석이란 인물은 알고 있었다.손씨 그룹 산하 파트너인데 손가을의 눈치를 살피면서 밥벌이를 하는 사람이었다.“저기요. 여기 관장 있어요?”김영영이 큰소리로 물었다.“나다. 무슨 일이 있으면 말해.”원종은 거들떠도 보지 않고 제자리에 서서 말했다.그들이 신위무관에 들어오자마자 언성을 높여서 기분이 매우 언짢았다.“왕자 경지 무술인과 연습하고 싶어요. 가격을 부르세요.”김영영은 바로 가격으로 해결하려 들었다.“하, 돈거래는 자발적으로 나서야지 난 절대 강요하지 않아.”나이 있는 원종은 말을 재치 있게 받아 치면서 뜻을 확실히 전달했다.“알았어요. 그럼 훈련장을 내주세요. 그래줄 수 있죠?”김영영은 억지를 부리지 않고 순순히 따랐다.“한 시간에 5만 원이야. 편한대로 해.”원종은 말을 끝내고 더는 상대하지 않았다.그런데 김영영도 조급하지 않았다.그녀는 일행과 무관 내부를 관람하듯 천천히 둘러보았다.한참 둘러보더니 발걸음을 멈추고 손가을이 있는 훈련장을 가리켰다.“저기 마음에 드네. 저분한테 자리 비켜달라고 해.”저분이라고 말했지만 강도 짓이나 다름없었다.둘러보면 빈 훈련장이 많았는데 굳이 다른 사람 것을 빼앗으려고 했다.심보가 나쁘거나 시비를 거는 것이 틀림없었다.“알겠습니다. 성녀님.”김영영 곁에 서 있던 중년 남자가 대답하더니 번쩍 뛰어서 손가을에게 돌진했다.전신 경지 고수였다.쿵!남자가 허공에 떴을 때 예상치 못한 한 줄기 검기에 휩쓸려 피를 토하며 뒤로 날아갔다.바닥에 떨어진 후 아예 일어나지 못했다.“감히 내 아내를 건드려? 죽고 싶어?”반보천인의 기운이 사방으로 퍼지자 곁에 사람들은 숨을 쉬기 힘들었다.염구준은 엄청 화가 났다.“선배님, 일부러 그런 게 아닙니다. 부디 용서해 주세요.”당황한 남자는 바로 꼬리를 내렸다.이런 고수에게 함부로 대항할 수 없었다.하지만 김영영은 주제를 모르고 반보천인 고수 앞에서 당당하게 굴었다.“선배님, 저희 해치지도 않았는데 왜 이러는 겁니까? 게다가 저희 가문
압도적인 기운이 사라지자 김영영 일행은 몸이 홀가분해졌다.드디어 제대로 숨을 쉴 수 있었다.눈치가 있었다면 지금 당장 떠나겠지만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도전장을 내밀면 대결해줄 수 있어?”체면이 구긴 김영영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염구준 부부를 노려보았다.리아성전의 성녀가 된 이후로 이런 대접을 받은 적이 없었다.“너를 죽일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어. 하지만 내 손을 더럽히고 싶지 않아.”염구준은 그녀를 경멸하듯 쳐다봤다.두 사람의 실력은 하늘과 땅 차이여서 대결이고 자시고 할 것 없이 주먹 한방으로도 해결할 수 있었다.“아니, 당신 아내 말이야.”김영영은 손가을을 가리켰다.비열하게 만만한 상대를 고른 것이다.“하, 저놈이 내 아내를 공격하려고 해서 저 지경이 되었어. 보고도 모르겠어?”염구준은 손가을의 앞을 가로막았다.그의 몸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오자 분위기가 더 살벌해졌다.만약 여기서 물러서지 않는다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다.“구준 씨!”손가을은 염구준의 분노를 느끼고 가볍게 옷자락을 당겼다.괜히 일을 크게 벌이지 말라는 뜻이었다.“휴.”염구준은 긴 숨을 내쉬고 주변의 기운을 거두었다.그러자 손가을이 앞으로 나서며 놀라운 결정을 내렸다.“받아줄게. 넌 내 첫 상대야.”염구준은 경악하며 아내를 쳐다봤다.속으로 걱정되어 지금 김영영을 죽일까 생각하고 있었다.어쨌든 아내가 위험하게 둘 수 없었다.염구준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자 손가을이 안심시켰다.“구준 씨, 괜찮을 거야. 게다가 당신이 많은 보물을 줬잖아.”“알았어. 당신 결정을 존중할게.”염구준은 대답하면서 속으로 다른 계획을 생각했다.만약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아내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상대방을 가차없이 살해할 것이다.반대로 김영영은 복수할 기회를 찾아서 속으로 기쁘기 그지없었다.“흥, 당신 남편이 무례하게 굴었으니 날 탓하지 마.”완전히 상황 판단이 안 되고 염구준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도 알지 못했다.그녀가 손가을을 이겨도 여기서 멀
‘엄청 날카로운 검이잖아.’검술에 능한 전문가들은 손가을의 검이 비범하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봤다.“흥.”그래도 김영영은 불복하지 않았다.그녀는 부러진 검을 홱하고 바닥에 던지고 신속하게 이동하면서 기회를 노렸다.리아성전에서 키운 성녀도 실력이 만만치 않았다.그녀가 빙빙 돌자 손가을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김영영은 그 기회를 노리고 공격했다쿵!하지만 손가을은 멀쩡하고 김영영이 공격을 받아 뒤로 튕겼다.그때 손가을의 손목에 있던 옥 팔찌가 반짝거렸다.두 차례 공격에서 김영영은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다.왠지 평범한 사람이 신에게 대항하는 느낌이었다.관전하던 염구준은 손에 식은 땀을 쥐고 있었다.방금 김영영이 공격했을 때 하마터면 나서서 죽일 뻔했다.“흥, 재미없어. 잔꾀만 부리잖아!”김영영은 흔히 보는 부잣집 아가씨처럼 씩씩거리면서 입구로 걸어갔다.상대방이 무장한 것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리아성전은 워낙 궁핍해서 남을 탓할 것도 없지.”염구준이 날카롭게 쏘아붙였다.김영영은 화가 났다.수중에 있는 무기는 상대방에게 불쏘시개처럼 무력하게 부러져서 반박할 힘마저 없었다.원래 손가을을 이겨서 체면을 찾으려고 했는데 아예 다가가지도 못했다.아내가 무사하자 염구준도 나서지 않았다.주변에서 관전하던 무술인들은 지루한지 하나둘씩 흩어졌다.솔직히 하나도 재미없었다.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몰랐다.“이렇게 이겼어?”손가을은 어리둥절했다. 그녀는 검만 뽑았을 뿐, 나머지는 모두 귀한 무기 덕분이었다.“가을아, 승전을 축하해. 우리 가서 축하주라도 마시자.”염구준은 크게 칭찬했다.그녀가 고생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아니면 조금만 더 훈련할까?”손가을이 씨익 웃으면서 의견을 물었다.그녀는 본인의 실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만약 무장하지 않았다면 싸울 상대도 되지 않았다.“알았어. 조금만 훈련하자.”염구준은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해 그저 묵묵히 옆에서 지켜보았다.부부는 무관에서 오후까
“아닙니다. 저희는 서서 말할게요.”염구준에게 사과하러 왔으니 당연히 성의껏 태도를 보여야 했다.그 모습을 본 리아성전의 성녀 김영영은 참지 못하고 불쾌함을 토로했다.“할아버지, 이 사람 무서워할 필요 없어요. 이 세상에서 저희 성전은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거든요.”“이 녀석아, 넌 닥치고 있어.”김대석은 속으로 제발 가만히 있으라고 으름장을 놓았다.리아성전이고 뭐고 그가 알바가 아니었지만 손씨 그룹은 용하에서 얼마나 큰 세력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정말 상대방에게 밉보인다면 김씨 가문의 작은 사업은 파산하고도 남을 것이다.“사실인데. 고작 청해 무술인이 얼마나 강하다고.”김영영은 속으로 중얼거렸다.하지만 염구준은 그들의 말다툼을 들어줄 인내심이 없었다.“그딴 말을 하러 왔으면 가세요. 듣기도 싫습니다.”본래 큰일도 아니어서 상대방이 진심으로 사과한다면 받아주려 했다.그런데 이런 태도라니 정말 오지 않는 것보다 더 역겨웠다.“선배님, 저는 진심으로 사과하러 왔어요.”쿵!전삼권은 말을 하면서 아들을 발로 차서 두 무릎을 꿇렸다.사과하는 방법이 김대석보다 훨씬 단호했다.“염… 염 선생님. 죄송합니다.”전기룡은 사과하고 있지만 목소리가 딱딱한 것이 아직도 불만이 차 있었다.“억지로 사과할 필요 없어. 네 아버지가 좋은 사람이라서 참은 거야. 아니면 네가 소란을 피우러 왔을 때마다 죽지 않았으면 병신이 되었어.”염구준이 태연하게 말했다.그리고 전삼권에게 아들을 부축하라 하고 더는 따지지 않았다.전기룡은 이런 경험이 많았다.신위무관에서 소란을 피우고 돌아갔을 때마다 아버지에게 두들겨 맞았지만 상처가 나으면 또 잊어버렸다.솔직히 전기룡의 의도는 신위무관에 소란을 피운 것으로 아버지보다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용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전삼권은 공수하면서도 아들을 일으키지 않았다.눈앞에서 전삼권 부자가 쉽게 모순을 해결하자 김대석은 마음이 조급했다.그도 쿵하고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염 선생님, 제가 손녀 대신 사
‘지원군을 부르라고?’김영영은 어리둥절했다. 다른 사람들은 리아성전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알아서 물러섰는데 염구준은 오히려 강력하게 맞섰다.대단한 뒷배가 있거나 죽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하지만 이렇게까지 말한 이상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물러설 그녀가 아니었다.“알았어. 딱 기다려!”이젠 좋게 말로 끝낼 상황이 아니었다.김대석은 조바심이 났지만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몰라 혈압만 올라갔다.“걱정 마. 아무데도 가지 않을 테니까.”염구준은 여유롭게 차를 마시면서 상대방의 지원군이 오길 기다렸다.김영영이 전화를 걸었다.“저 지금 청해에 있습니다. 지금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는데 와서 도와주세요.”그녀는 리아성전을 찾지 않고 강호 무술인을 찾았다.필경 성녀이니 자주 조직을 부른다면 실력을 의심받게 될 것이다.그녀가 강호에서 인연을 맺은 무술인들은 모두 그녀의 신분을 알고 먼저 찾아온 것이었다.“알았어요. 성녀의 일은 우리의 일이죠.”상대방은 흔쾌히 대답하더니 갑자기 이런 질문을 했다.“그런데 상대방 이름이 뭡니까?”청해에서 대부분 무술인들은 딱 한 사람은 건드리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염구준이에요. 건방지기 짝이 없어요. 빨리 오세요.”김영영은 아주 의기양양하게 염구준을 노려봤다.그녀가 용하에 온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그녀의 신분을 알고 아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난 당신 같은 사람 몰라요. 잘 있어요. 다시는 보지 맙시다.”결국 지원군은 경악하면서 황급히 전화를 끊어버렸다.상대방이 염구준이라면 목숨이 백 개라도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뚜뚜뚜…김영영은 끊어진 연결음 소리를 듣고도 포기하지 않았다.이번에는 다른 무술인에게 연락했지만 역시 염구준의 이름을 말하자마자 절교하자는 대답만 들었다.“젠장! 다들 입에 바른 소리만 했던 거야?”탁!화난 김영영은 휴대폰을 바닥에 메치고 말았다.정말 멍청하기 그지없었다. 강호의 무술인들이 그녀에게 아부한 것은 리아성전이라는 뒷배를 이용하려는 수작이지 그녀의 실력 때문
스스로 조소하던 로사는 카트 아래에서 가운을 꺼내 몸을 감쌌다.상대방이 이런 취향이 아닌데 계속 이러고 있으면 오히려 반감만 생긴다.솔직히 처음으로 당당하게 남자를 유혹하려 하는데 단번에 거절당해서 매우 부끄러웠다.한참이 지나도 말을 하지 않자 염구준이 소녀의 생각을 추측했다.“내가 대신 복수해줘? 탈출시켜줘, 아니면 무공을 알려줘?”“전부 다요!”로사는 그가 전부 맞힐 줄은 상상도 못했다.염구준은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이 미리 쓴 원고를 던지며 말했다.“거기에 적힌 대로 하면 무공을 터득할 수 있어. 나머지는 너를 도와줄 의무가 없어.”그가 이렇게 호의를 베푸는 것은 소녀가 정말 무공을 배우기에 적합한 인재이기 때문이었다.로사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래도 강요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그럼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어요?”“말해.”마침 염구준도 시간이 있기에 로사의 말을 들어주고 나중에 복수하는 것을 포기시킬 생각이었다.그러면서 음식을 먹는 것을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로사는 일단 생각을 정리하고 조리 있게 말하기 시작했다.“난 고아예요. 아주 어릴 때 고아원에 들어갔었죠. 그곳은 낙원일 줄 알았는데 원장이 나를 신비한 조직에 팔아버렸어요. 나랑 함께 그곳에 간 아이들은 혹독하고 잔인한 훈련을 받으면서 피비린내 진동하는 살인 도구로 살았어요.”“그러다 반 년 전에 내가 조직의 두목을 죽이고 도망쳤어요. 그곳을 이가 갈리도록 원망해요. 선배님은 실력이 강한 무술인이란 걸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았어요. 나를 가엽게 여기고 옆에 하인으로 있게 해주면 안 돼요?”예상하지 못한 말에 염구준은 흠칫 놀라더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만약 네 말이 사실이라면 사정이 딱하긴 해. 그렇다고 난 도와주지 않아.”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지만 로사는 용하인이 아니기에 더더욱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그리고 곁에 하인을 두면 귀찮은 일만 생기기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무공 수련법 한 장을 준 것도 의리를 다한 셈이었다.“그래도 나를 구
염구준은 육신이 극한에 도달한 이후로 공격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너… 악!”촤아악!바다의 유령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비수를 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순식간에 뒷목에 서늘한 것이 스치는 것을 느끼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버렸다.나머지 여섯 명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피바다에 고꾸라졌다.“내가 준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자신을 탓해.”염구준은 검을 한바퀴 돌려 피를 털어버리고 검갑에 집어넣었다.그 동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깔끔했다.“다… 당신 사람을 죽였어.”먼 발치에서 사람이 죽는 장면을 본 선장은 너무 놀라 주저앉았다.로사는 그나마 무덤덤하고 나머지 선원들도 많이 놀랐는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솔직히 일곱 명의 무술인이 어떻게 죽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은혜도 모르는 놈들 죽어 마땅하지 않아요?”염구준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이런 악당들이 죽으면 아무도 자신들을 해치지 않아서 기뻐해야 할 마당에 선장은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보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그… 그래도 사람이잖아요.”이제 보니 선장은 그동안 잔인하게 고래를 잡았으면서 사람에게 관대했다.만약 염구준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로사는 비참하게 당했을 거고, 선장 일행은 비참하게 죽었을 것이다.그때 독수리가 기회를 잡고 맞장구를 쳤다.“저 사람들은 당신을 노리고 왔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우리가 억울하게 당한 거라고요. 당장 우리 선박에서 내려요!”“…”독수리의 말에 선원들은 경악하며 쳐다보았다.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정말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촤아악!염구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날카로운 검기를 내리치자 다들 너무 무서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안 돼요. 아직 아이란 말이에요.”분위기가 살벌해지자 로사가 반쯤 드러난 가슴을 감싸고 독수리의 앞을 막았다.구자검의 검기는 소녀의 옆을 스쳐 바다 표면에 물보라를 일으켰다.염구준은 공격하지 않고 협박투로 말했다.“또 나한테
드디어 구명보트를 탄 일행이 선장의 도움으로 선박으로 올라왔다.모두 여덟 명으로 그동안 먹지를 못했는지 몸은 수척해지고 탈수 증상이 있었다.“주방에서 음식들 갖고 와. 그리고 링겔을 놔줘.”선장은 일행은 관찰한 후 응급처치를 하기 시작했다.“그런데 음식은 그분한테 줘야 하는데요.”염구준을 무서워하는 선원 한 명이 작은 소리로 일깨워주었다.그러자 선장이 엄숙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일단 이 사람들 주고, 다시 만들어서 보내면 돼.”만약 염구준이 있었다면 일행을 전부 알아보았을 것이다.두 시간의 응급처치를 거쳐서 여덟 명은 드디어 혈색이 돌아왔다.아직 몸이 많이 허약하지만 그래도 목숨을 부지해서 참 다행이었다.“큰일은 없으니까 한동안 쉬면 괜찮아질 겁니다.”선장은 웃으면서 선원들에게 안으로 모셔서 쉬게 하라 일렀다.모두 마음이 어진 어부들이라 바다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보고도 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지금이야!”바로 그때, 돌변상황이 발생했다.구조된 일행 중에서 누군가 소리치자 여덟 명이 동시에 기운을 끌어올려 선원들을 공격했다.평범한 선원들은 저항하지도 못하고 단번에 제압당하고 말았다.“악!”로사는 모두가 방심한 틈을 타 종사지경에도 도달하지 못한 무술인의 목을 베었다.그런데 방금 공격으로 이미 기진맥진했다.“대장, 여자가 있어.”“가만히 있어. 내가 상대할게.”그들은 동료가 죽은 것도 개의치 않고 모두 로사의 몸매만 쳐다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쿵!대장이라는 무술인이 기운을 폭발시키더니 갑자기 덮쳐서 로사를 제압했다.“발버둥쳐. 반항해 봐. 그럴수록 더 흥분되니까. 하하하.”이렇게 혈기왕성한 모습이라니, 방금 전에 죽을 것처럼 시들시들하던 인간 같지 않았다.그 장면을 본 선장은 가슴이 칼로 에이는 것 같았다.지금까지 어부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이런 악당들을 만났다.“너희들 뭐하는 짓이야? 방금 우리가 너희를 살렸어.”선장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놈들의 행위가 이해되지 않았다.“우리를 구했다고?
“맞아.”염구준은 소녀의 몸에서 악한 기운을 느꼈지만 덤덤하게 말했다.기운만 보아도 사람 몇 명을 살해한 것 같았다.“날 잡으러 왔어요?”로사는 비수를 꽉 쥐고 또 물었다.“아니야. 길이나 안내해.”염구준이 그 사이 소녀를 관찰한 결과, 무술을 배우기에 좋은 재목이었지만 아쉽게도 인도할 스승이 없었다.두 사람은 오늘 처음 만났으니 더는 소녀의 일에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휴, 무례하게 대해서 죄송해요.”그제야 로사는 비수를 넣으며 사과했다.소녀는 앞장서 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금 싸우려는 자세만 봐도 건장한 남자를 상대하는 것은 문제없어 보였다.선장 침실에 도착하자 로사는 이불을 바꾸고는 한마디만 하고 떠났다.“쉬세요. 음식이 되면 여기로 가져다 줄게요.”“그래. 볼일 봐.”쿵!염구준은 문을 닫고 침대에 쓰러져서 잠들었다.이런 포근함을 오랜만에 느끼는 것 같았다.그리고 머릿속에 그동안 발생했던 일들을 정리했다.황계웅에게서 옥패의 단서를 발견하고, 유동심연에 도착했을 때 나머지 세력이 따라온 덕에 비슷한 정보를 얻었다는 것을 알아냈다.이 정보는 어쩌면 같은 사람이 흘렸을 수도 있다.그리고 심해에서 봤던 가짜 옥패는 흑풍의 표식을 남긴 것을 보아 틀림없이 그놈의 짓이다.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상황은 이랬을 것이다.몇 년 전에 흑풍이 심해에서 진짜 옥패를 찾았는데 위험한 곳이란 걸 알고 적을 죽이려고 함정을 판 것이다.마침 강적을 만난 그는 시기가 되자 일부러 고대 옥패의 단서를 남겨 죽이려고 했는데, 계획과 다르게 적의 육신이 극한 경지에 도달하게 만들었다.…이런 생각을 하다가 염구준은 잠에 빠졌다.밖에 날씨가 화창하고 바람도 적게 불어 항행하기 딱 좋았다.이번은 선장이 직접 나서서 전속으로 달리고 있었다.지금 그는 빨리 부두에 도착하여 염구준의 돈을 받는 즉시 선박에서 내보낼 생각이었다.어쩐지 그는 사람이 아니라 핵폭탄 같았다.조종석에서 할 일이 없는 몇몇 선원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잡
그의 재력이라면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 향유고래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바다가 고래의 고향이라 그러지 않았다.“선장, 고래가 엄청난데 잡지 않아요?”갑판에서 몸이 건장한 흑인 선원이 불만을 토로했다.눈앞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돈이니 그럴만했다.“독수리, 주둥이 닥쳐!”선장은 아직도 누군가 향유고래에 미련을 두자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보는 사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독수리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나머지 선원들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선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저기, 아직 볼일이 남았어요?”선장은 염구준이 조용히 앉아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요.”염구준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곳은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단 상륙한 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그게…”선장은 난처한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려우면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폭행을 휘두르면서 강요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선장의 태도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분명하게 말했다.선박은 어부들 것이니 강제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선장은 솔직하게 말했다.“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요. 이제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손해가 엄청납니다.”그들은 염구준이 무섭지만 돈을 벌지 못해 가족들이 굶는 것이 더 무서웠다.“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얼마를 원하세요? 육지에 도착하면 내가 줄게요.”염구준에게 있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100만 달러.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선장은 믿지 않는지 거액의 가격을 부르면서 떠보았다.듣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따져보면 수리비용, 연료, 인건비 등등 모두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으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이걸로 담보할게요. 어차피 당신네 선박에 있으니까 도망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상대방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주은 주먹
이튿날, 미지의 바다에서 향유고래 한 마리가 헤엄치고, 등에 한 사람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그 사람은 바로 염구준이었다.사방에 온통 푸른 바다라 지금 어느 곳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지금은 고래가 바닷가로 데려가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고래야, 잘 부탁한다.”“우웅!”둘은 서로의 말을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수시로 교류했다.염구준이 눈을 감고 운기조식하다가 배고프면 심해의 눈물로 에너지를 보충했다.신기한 것은 한 방울만 먹어도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뿌우우우웅!그때 멀리서 선박 소리가 들렸다. 염구준은 눈을 번쩍 뜨고 소리를 질렀다.“저기요! 여기 사람 있어요!”목소리에 기운을 담았더니 쩌렁쩌렁한 소리를 지를 때마다 수면이 음파에 진동하는 것 같았다.어디선가 나타난 선박에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슥!그런데 선박에 다가간 순간, 상대방이 고래를 잡는 쇠고랑을 발사하는 것이었다.염구준은 재빨리 검기로 밧줄을 잘라버렸다.선박은 그를 구하러 온 것이 아니라 향유고래를 잡으러 온 것이었다.생각하지 않아도 고래의 용연향을 얻기 위함일 것이다.스스슥!선박에 있는 사람들은 고장난 줄 알고 이번에 작살을 던졌지만 역시 염구준에게 잘려서 바다 밑으로 들어갔다.상대방과 가까워지자, 염구준은 그들의 선박에 번쩍 뛰어올라 엄숙하게 경고했다.“멈춰. 아니면 무력으로 대응할 거야.”선원들은 대부분 기운이 없는 평범한 어부였다.그들은 염구준이 먼 곳에서부터 뛰어올라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는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여기서는 고래를 잡는 걸 허락해요.”한참 뒤, 선장은 국제 감독기관에서 온 줄 알고 시큰둥하게 대답했다.“이 고래는 내 친구예요. 어떻게 할지 잘 알겠죠?”염구준은 선장을 노려보며 차갑게 되물었다.“알았어요. 이 사람 말을 못 들었어? 당장 작살을 내려놔!”선장은 상대방이 보통이 아니란 걸 눈치챘는지 바로 선원들에게 지시했다.그러자 당황한 선원들은 정신을 차리고 지시대로 작살을 내려놓았다.염구
감히 그의 전우나 다름없는 고래를 잡아먹으려고 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만약 향유고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지금쯤 심해 밑에서 죽었을 것이다.“염 선생님, 안 돼요!”당황한 노신기 일행이 다급히 나서서 말렸지만 염구준은 듣지 않았다.그는 요트를 타고 서해충에게 다가가 검을 휘둘러 공격했다.“당장 토해!”염구준은 두 손으로 검을 들고 번쩍 뛰더니 위에서 서해충을 자르려고 했다.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고래를 살려낼 것이다.“하악!”뿔난 서해충이 나지막하게 울부짖더니 커다란 입을 벌이고 염구준을 통째로 삼키고는 물속으로 들어갔다.그 장면을 본 사람들은 모두 경악하고 말았다.심지어 천기문의 고위층들도 진정할 수 없었다.“염 선생님!”“안 되겠어. 모든 음성탐지기를 던져!”노신기는 당황한 마음에 맞서 싸우려고 명을 내렸다.유동심연의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이번에 오면서 대량의 음성탐지기를 챙겼었다.그러나 워낙 위력이 강한 무기라 함부로 사용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염 선생님, 제발 잘 버텨줘요.’촤아악!이제 막 음성탐지기를 내려놓고 가동하려고 할 때 눈앞에서 거센 물보라가 솟구치는 것이었다.해저 지진으로 거센 파도가 밀려오면서 일으킨 쓰나미였다.“다들 선실로 들어가!”위급한 상황에서 노신기는 어쩔 수 없이 먼저 가문을 지켜야 했다.선박 세 척은 쓰나미에 밀려 먼 곳까지 흘러갔다.한편, 바다 밑은 난리도 아니었다.서해충 체내에 들어간 염구준은 선사 시대의 바다 생물과 전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그가 공격할 때마다 서해충은 심한 고통을 느꼈는지 커다란 몸집을 꿈틀거렸다.실은 서해충이 삼킨 것이 아니라 그것이 도망칠까 봐 염구준이 스스로 잡혀 먹힌 것이었다.한참 공격하면서 돌진했더니 드디어 향유고래가 있는 곳까지 다가갔다.“구자검법! 검일참공!”그는 기운을 폭증시켜 강력한 살술로 서해충의 몸에 길이가 10미터되는 상처를 냈다.잘린 부위에서 바닷물이 역류하여 들어올 때, 염구
동물의 감각은 때론 인간보다 훨씬 뛰어났다.특히 바다에서 자란 생물이라면, 웬만한 레이더보다도 훨씬 빨리 감지할 수 있었다.쿠쿵!혹시라도 싸울 수 있기 때문에 다들 몸에서 기운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아래쪽에서 뭔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어.”염구준은 날카로운 눈으로 바다밑을 바라보며 말했다. 작은 검은 점 하나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었다.아직 수면까지 오지도 않았는데, 그 그림자는 이미 성체 향유고래와 맞먹는 크기였다.‘설마, 진짜 서해충이 있는 건가?’“목표가 공격 범위에 진입했습니다. 모든 작살 준비 완료했습니다.”대원들은 지시가 떨어지고 나서 3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내에 모든 준비를 마쳤다.“쏴!”노신기는 참을성 없이 바로 명령을 내렸다.‘망했다!’염구준은 말리려고 했지만 결국 말리지 못했다.물속의 거대한 생물체는 어선보다도 커서 자칫하다간 오히려 배가 끌려갈 수도 있었다.슥! 슥! 슥!고래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세 척의 어선에서 수십 발의 대형 작살이 물밑의 검은 그림자를 향해 발사되었다.타겟의 몸집이 컸기 때문에 대부분의 작살이 정확하게 꽂힐 수 있었다.“끌어 올려!”노신기는 고래 잡이를 할 때 쓰던 방식을 운용하며 숙련하게 명령을 내렸으나 기계를 최대치로 올려도 타겟을 끌어오리지 못했다.이에 조타실에서 다급하게 소식을 전했다.“큰일입니다. 어선이 저것에 의해 유동심연 쪽 소용돌이로 끌려가고 있어요!”배는 엄청난 속도로 끌려갔다. 배 자체가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속도였다.“밧줄을 끊어!”염구준은 노신기의 무전기를 낚아채고 지휘권을 넘겨받았다.“속도가 너무 빠른 탓에 꽉 감겨서 끊을 수가 없습니다.”조타실에서 절박한 답변이 돌아왔다.현대식 어선은 전부 인공지능 시스템이라 이 상황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우웅!염구준은 결국 검기를 날렸고, 날카로운 검광이 연달아 번쩍이며, 단숨에 밧줄들을 잘라냈다.이에 배가 거대한 관성에 휘청이며 흔들렸고, 균
오늘 만약 염구준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들은 전부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빨리 항행하라고 하세요. 뭔가 이상합니다.”염구준의 갑작스러운 말에 사람들은 이해가 되지 않아 어리둥절해졌다. “네, 말하고 오겠습니다!”그러나 눈치가 생긴 사람들은 염구준의 뜻을 알지 못해도 그대로만 하면 된다는 걸 알고 있어 곧바로 달려갔다.그들은 염구준을 한치도 의심하지 않았다.염구준은 흡족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면을 바라보며 물었다.“스텔라성의 성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십니까?”이번에 스텔라성의 성주는 두 개의 판을 짰는데, 하나는 겉면으로 보이는 부성주 베르였고, 다른 하나는 오랫동안 숨어있던 노대영이었다. 다른 걸 다 따지고 나서 판을 짠 것만 본다면 정말 훌륭한 계획이었다.그랬기에 염구준은 그를 중시했다.노신기와 아타는 미간을 찌푸리고 서로를 바라본 뒤, 늙은 아타가 입을 열었다. “성주의 이름은 노세입니다. 압도적인 실력의 소유자로, 진 적이 없습니다.”“하지만 지난 20년간, 외부에서는 그의 모습을 본 이가 없습니다. 폐관 중이라는 소문도 있고, 이미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지요.”“그의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라, 저희도 아는 게 많지 않습니다.”이야기를 들은 염구준은, 오히려 흥분한 듯한 웃음을 지었다.“흐음, 전부 사실이라면 꽤 괜찮은 상대가 되겠군요.”방금, 막 육체의 극한을 돌파한 염구준은 적당한 시험 상대가 필요했다.‘대단해.’주변 고위 간부들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염구준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다만 약간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었다.스텔라성 성주 같은 괴물은, 대부분 기겁하며 피하려 하는데, 정면 승부를 기대한다니까 말이다.“그나저나 염 선생님, 전에 올라오실 때, 인원이 적던데, 혹시 아래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노신기는 다른 걸 얘기하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아, 이거 아십니까?”그의 손에는 투명한 비닐에 담긴 작은 물방울이 들려 있었는데, 외부에는 진기가 감돌았다.‘어라?’조금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