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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97화

Author: 잔영
청룡이 막 입을 열려는 순간, 염구준이 말을 잘랐다.

“됐어, 쓸데없는 소리는 듣고 싶지도 않고, 너도 말하지 마. 나 지금 아무 일 없는 거 아냐.”

자신의 상태에 대해 염구준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강철 같은 의지를 지닌 청룡이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눈가가 촉촉해졌다. 마음속엔 온갖 생각이 엉켜 있었다.

막상 마주하고 나서야 알았다. 어떤 일은 죽음을 무릅쓰는 전투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걸.

염구준은 선배로서 농담조로 말했다.

“됐고, 너도 참 대단하다. 며칠 사라지더니, 미녀 하나 낚아 왔더군.”

청룡은 얼굴을 붉히며 머리를 긁적였다.

“예쁘긴 하죠!”

“하하하!”

칠살 일행이 박장대소했다.

하지만 석월이 여전히 치료 중인 것을 보고는 다들 입을 막았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 여인은 앞으로 '형수님'이라고 불러야 할 사람이다.

현장의 분위기가 한층 누그러졌다.

“그 아가씨, 너 위해서 목숨까지 내놓더라. 앞으로 잘해줘라. 아니면 내가 가만 안 둔다.”

염구준은 항상 정에 얕은 사람을 가장 싫어했기에, 따끔하게 조언했다.

“석월에게 잘할게요.”

청룡은 치료 중인 석월을 바라보며 단호히 약속했다.

“후우…”

석월은 한숨과 함께 탁한 기운을 내뱉으며 치료를 마쳤지만, 표정은 밝지 않았다.

“석월, 깼구나. 몸은 좀 어때?”

청룡은 달려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는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

“정말… 날 떠날 거야?”

석월은 청룡 품에 안기며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청룡을 보내기 싫었다. 그리고 지금 상황이라면, 염구준과의 전투는 절대 불가능했다.

청룡의 어리숙한 모습을 본 염구준은 바로 끼어들어 거들었다.

“석월 아가씨, 여기서 얘기하는 것도 좀 그런데… 네 부락으로 잠시 들러도 될까?”

청룡과 석월의 관계는 단순히 말 몇 마디로 설명될 일이 아니었다. 자세히 이야기할 시간이 필요했다.

염구준의 본래 계획은 청룡을 찾으면 그에게 운석을 맡겨 용제국으로 돌아가게 하고, 자신은 오승 전주를 계속 추적하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우선은 잠시 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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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신의 귀환   제2603화

    염구준이 이 검술을 보았다면, 과연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석월이 그 검술을 펼친 순간, 전세는 순식간에 역전되었다. 단 한 명이 세 사람을 압도했다.하늘의 뜻은 예측할 수 없는 법, 노월과 두 족로는 그 변수인 ‘천시’를 간과했던 것이다.“후… 역시 달신검, 여전히 강력하군.”“안 되겠다, 철수하지. 목숨까지 잃을 순 없지.”오족로와 육족로는 퇴각할 생각에 사로잡혀 서로를 설득했다.그들이 석월의 중상을 들은 후에야 감히 달신 부락을 공격하러 온 것인데, 아무리 중상이라도 이 정도로 강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노월은 말이 없었다. 얼굴은 어둡게 굳어 있었다. 이번이야말로 그들에게 주어진 절호의 기회였다.중상인 지금도 못 쓰러뜨린다면, 그녀가 회복한 이후에는 더는 기회가 없다.푸웁!바로 그때, 석월이 무리를 해서 진기를 억지로 운용한 탓에, 더는 부상을 억누르지 못하고 선혈을 토했다.창백한 얼굴은 더욱 초췌해졌고,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하하하, 지금이다! 저년은 이미 벼랑 끝이다!”노월은 기뻐하며 기회를 놓치지 않고, 두 족로를 이끌고 맹렬히 돌격했다.백여 차례의 교전 끝에 석월은 끝내 패배하여 붙잡히고 말았다.달신 부락 최강자마저 쓰러지자, 남은 이들은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차례로 제압당했다.최정예 전력이 내분으로 중상을 입은 마당에, 반란자들을 막을 방법은 없었다.“조상의 땅 열쇠를 내놔라!”노월은 석월 앞으로 다가와 손을 내밀며 요구했다.달신검도 손에 넣었고, 이제 조지까지 장악한다면 달신 부락은 완전히 그들의 손에 들어오는 셈이었다.“흥!”석월은 고개를 돌려 노월을 외면했다.비록 졌지만, 그녀는 이 반역자들을 사람으로도 여기지 않았다.“같은 족속이라 차마 강압적인 수단을 쓰고 싶진 않았지만… 너희가 날 이렇게 만들었어.”노월의 손에 어느새 단검 하나가 들려 있었다. 그는 천천히 그 칼끝을 석월의 얼굴 앞으로 들이댔다.청룡이 다급히 석월 앞을 막아서며 외쳤다.“우리가 조상의 땅으로 데려가겠다! 열쇠는…

  • 군신의 귀환   제26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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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신의 귀환   제26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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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신의 귀환   제2600화

    청룡은 오래된 부상이 재발하며 무릎을 꿇었다.솟구치는 피기운을 더 이상 억누를 수 없었다.목숨을 건 일격의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청룡!”석월이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표정으로 달려와 그를 부축했다.“괜찮아. 요즘 보약을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가 봐.”청룡은 석월을 안심시키며 농담처럼 말했다.염구준의 검이 없었더라면 지금쯤 정말 위험했을지도 몰랐다.한편, 달신 부락의 전사들이 중상을 입은 광월을 들것에 실어가 치료를 시작했다.염구준은 검을 거두고 두 사람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결혼식, 계속할 건가요?”“계속합니다!”이번만큼은 석월과 청룡이 완벽한 호흡을 자랑하며 동시에 대답했다.염구준은 아무 말 없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조용히 바라볼 뿐, 속으로 가득한 축복의 말 한 마디조차 꺼내지 않았다.달신 부락에서는 결혼식을 주관하는 사람이 제사장이었고, 증인 같은 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달신의 신상이 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부락 사람들의 믿음일 뿐이니 어찌 보면 당연했다.한두 시간이 흐른 뒤, 의식은 조용히 끝이 났다.두 사람의 얼굴엔 일생일대 가장 환하고 행복한 미소가 떠올랐다.그 후, 신랑 신부는 부락 사람들에게 술을 돌린 뒤,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 중요한 첫날밤을 준비했다.칠살 일행이 장난스럽게 떠들며 혼례방을 깨겠다고 나섰지만, 달신 부락에는 그런 풍습이 없었다.“전존, 용제국에 돌아가면 제대로 보상하셔야 합니다. 절대 빠지면 안 돼요.”그저 떠들썩하게 외친 것뿐이었다.염구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아무도 감히 방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했다.그가 막으면 이길 자가 없었다.모두가 축제를 즐기고 있을 무렵, 한 여 부락인이 염구준 앞으로 다가와 공손히 인사한 뒤 입을 열었다.“존귀한 손님, 석월 족장님께서 당신의 부상을 치유할 수 있는 장소로 안내해달라 하셨습니다.”염구준의 몸 상태는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의 육신은 이미 여덟 할 가까이 회복된 상태였고, 특별한 약제가 없다면 남은

  • 군신의 귀환   제2599화

    쿵!광월의 손에서 내리꽂힌 거대한 도끼가 땅을 강타하며 먼지가 자욱이 일었다.일반 반보천인!염구준은 상대의 진기 파동을 감지하고 속으로 평가했다.‘힘은 제법이군.’하지만 그의 생각은 단순했다.결혼이란 건 서로 좋으면 되는 일 아닌가? 누가 뭐라 할 문제도 아니다.그러나 여기는 달신 부락, 남의 풍속도 존중해야 했다.이건 단순한 혼인이 아니라 부락의 존엄이 걸린 문제였다.염구준은 개입하지 않기로 했다. 이 일은 청룡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광월, 내가 너에게 도전하겠다!”청룡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고,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거칠게 퍼져나갔다.최강 반보천인!경지로는 청룡이 한 수 위였다.하지만 그는 아직 부상 중,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였다.신부를 빼앗으러 누가 들이닥쳤으니, 청룡으로선 더 이상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하하하하!”“좋다. 그 기회를 주마.”광월이 시원하게 웃었다.그는 석월 외엔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 자였다.결혼식장이 순식간에 결투장이 되었다.“청룡, 너의 상처가……!”석월은 걱정으로 얼굴이 하얘졌다.미리 알고 있었다면 예외적으로 조상의 성지에 들어가 치료하게 할 걸 그랬다.“괜찮아. 반드시 이길게.”청룡은 석월을 향해 다정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광월을 향해 걸어갔다.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물러서며 공간을 비워줬다.이 싸움은 겉보기엔 단순한 무력 대결,달신 부락의 제일 전사 자리를 놓고 겨루는 시합이었다.하지만 염구준은 알고 있었다.청룡에게 이건 ‘사생결단’이었다.지면 곧 죽음!부우우웅——“검을 받아라!”염구준은 검함을 열고 손을 들어 검 하나를 던졌다.자신이 아끼는 구자검법의 주검이었다.그가 해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였다.“감사합니다, 주상!”청룡은 그 검을 받아들고, 몸속 진기를 전부 끌어올렸다.부상 중인 그는 반드시 속전속결로 끝내야 했다.“허억!”광월이 포효하며 도끼를 높이 들고 첫 공격을 날렸다.청룡도 이에 지지 않고 검을 들고 맞섰다.신부를 건 결투

  • 군신의 귀환   제2598화

    “좋아, 그럼 오늘 결혼식 올리자. 내가 주례 서줄게. 이견 없지?”염구준은 불쏘시개 역할을 톡톡히 했다.결정은 어디까지나 두 사람에게 맡긴 것이다.청룡의 그 소심한 성격으로는, 자칫 몇 년이고 질질 끌 상황이었다.“좋아요! 염 형님, 정말 감사합니다!”석월은 이미 이 문제에 대해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는지, 곧바로 수락했다.이 우림 깊숙한 곳에 사는 이들은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만큼, 마음도 순수한 경우가 많았다.문제는 청룡 쪽이었다.“하지만……”말을 꺼냈다가 도로 삼킨 그는, 대신 석월의 손을 꽉 쥐었다.아직도 마음속에 남아 있는 망설임이 있었던 것이다.“말하고 싶은 거 있으면 그냥 말해. 다들 여기 있고, 내가 너 억지로 떠민 적은 한 번도 없다.”염구준은 청룡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있었지만, 직접 입으로 말하길 바랐다.“휴우……”청룡은 크게 숨을 들이쉬고, 마음속 이야기를 전부 털어놓았다.“주상, 결혼하고 나면 석월과 함께할 테니… 용제국으로는 돌아가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그는 고아였고, 그의 유일한 인연은 전신전의 동료들뿐이었다.“남든, 떠나든… 그건 네 선택이야. 나는 강요 안 해. 하지만, 네 목숨까지 내줄 수 있는 여자를 만나는 건… 흔치 않은 기회야.”염구준의 말은 청룡을 향한 것이었지만, 동시에 자기 자신에게도 하는 말이었다.일부 인연은, 한 번 놓치면 평생 다시는 오지 않는다.“청룡, 혼례 끝나면, 부락 일 정리하고 나도 너랑 함께 용제국으로 갈게.”석월이 먼저 입을 열어 청룡의 고민을 덜어주었다.“석월, 고마워!”청룡은 감격에 찬 표정으로 석월을 꼭 안았다.그는 잘 알고 있었다.이 결정은 석월에게도 큰 희생이 따르는 것이란 걸.이제 더는 문제가 없었다.두 사람 모두 결혼에 동의했다.염구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청룡을 바라봤다.“봐라, 겁쟁이 녀석. 결국 여자가 먼저 나서야 하냐?”“헤헤.”청룡은 바보 같은 웃음을 지었다.어쨌든 자기 여자가 되었으니, 누가 뭐라 하든 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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