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어린애를 괴롭힐 셈입니까?”원종은 흐린 얼굴로 낮게 소리쳤다. “가주의 명령이다. 젊은 자제들 외에는 누구도 곽인강과 싸우면 안 된다! 맹주 영패일 뿐이다. 가져갈 재주가 있어서 가져간 거다. 언젠가는 우리 원씨 가문에서 다시 되돌려 받을 것이다!”10명의 원씨 가문 종사는 굴욕적인 얼굴을 한 채 맹주 영패의 주인이 바뀌는 걸 지켜봐야 했다. 영패는 공중에서 곡선을 그리며 곧 곽인강 손에 들어가게 되었다.그때.휙!누군가의 그림자가 나타났다!흐릿하지만 딱 봐도 민첩한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림자는 마치 평지에 불어온 광풍같이 아주 빠르게 지나갔다. 그 그림자는 맨눈으로 똑똑히 볼 수조차 없는 빠른 속도로 곽인강앞을 스쳐 갔다.“탁”하고 가벼운 소리가 났다!그 그림자는 아주 손쉽게 금빛의 무림 맹주 영패를 손에 넣었다.“무슨 일이야?”현장에 있는 사람 중 실력이 가장 강한 자는 원종이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깜짝 놀란 얼굴을 보였다.그 사람인가?열차 천장 위에서 한 수로 자기를 꺾은 젊은 고수, 청해의 무관왕, 염구준!“원 가주님.”그때, 염구준의 모습이 점점 뚜렷해졌다. 그는 손에 영패를 쥐고 원종을 향해 담담하게 웃었다.“초대도 없이 이렇게 직접 찾아왔는데, 원씨 가문에 폐를 끼치진 않았겠지?”“보아하니 그쪽 가문에 큰 문제가 생긴 것 같은데, 영패까지 내놓을 정도야?”원종이 입을 열기도 전 그의 뒤에 서 있던 한 종사가 화를 냈다!그들은 원종을 따라 청해로 갔다가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해 북방 명문들의 비웃음을 받았다. 그 모든 원인이 염구준이다! 예전의 일도 아직 끝을 보지 못했는데 감히 이렇게 찾아오다니? 염구준, 도대체 무엇이 하고 싶은 걸까?그도 곽인강처럼 우릴 망신 시키러 온 걸까?!"여러분, 오해하신 것 같은데."염구준은 눈길을 돌려 10명의 종사들을 찬찬히 훑어보고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그리고 곁에 있던 곽인강을 보며 말했다.“아까 용하국 젊은이 중에 자네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이
참 무서운 소리네!염구준은 추호의 감정 변화도 없이 웃었다. 왼손에 맹주 영패를 쥐고 있는 염구준은 싸움 자세도 취하지 않고 곽인강을 향해 오른손 식지를 폈다 구부렸다 하며 말했다. “어서 덤벼봐.”“빨리 해결하자, 시간이 많지 않다.”사람을 너무 업신여기네! 곽인강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함을 지르며 오른발로 세게 땅을 내디뎠다. 암스테르담에서 배운 권법이 그의 속도를 많이 높여줬다. 그의 몸은 마치 총알처럼 빠르게 염구준을 향해 다가갔다.두 다리를 번갈아 내딛으며 점점 속도를 높였다!염구준과 10여 미터 떨어진 곳에 다다랐을 때 그의 속도는 최고치에 달했다. 그의 몸은 흐릿한 그림자가 된듯했고 오른 주먹은 공기와 마찰하면서 불꽃 같은 빛을 발했다.필살의 일격, 폭보붕산타.상상을 초월하는 무시무시한 주먹이다. 염구준과 아직 반 미터 떨어졌지만 이미 강한 바람이 느껴졌다. 마치 갑자기 공포의 기운을 가진 고압 폭탄이 공중에 나타난 것 같았다. 강한 기운은 바로 염구준의 가슴 앞까지 밀려왔다.“빠르고 정확하고 힘도 강하네. 재미가 좀 있군.”염구준은 담담하게 웃으며 오른손을 내밀었다. 그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용하국 젊은이 중, 자네 20위 안에는 들 수 있을 것 같네. 하지만 여전히 나의 상대는 아니다.”펑.나지막한 소리가 났다.쉽게 막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필살의 일격은 절대 움직일 수 없는 높은 산을 만난 듯했다. 곽인강의 주먹은 염구준의 손바닥에 닿지도 않았다. 그들 사이에는 맨눈으로 보이지 않는 끈적한 기류가 감돌았고 아주 쉽게 곽인강의 철권을 막아냈다.딱 봐도 누가 더 강한지 알았다!종사 대원만일 뿐이다. 종횡무진 전신전 전주 눈에는 우스개처럼 보였을 것이다.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왕자, 당신 정진 왕자... 아니, 단진 무성이야!”그때, 곽인강의 안색이 완전히 변했다. 마치 괴물을 본 것 같이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실력을 조금도 숨기지 않고 있는 힘껏 주먹으로 공격했다. 방금 왕자의 실력을
염구준이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그는 담담한 얼굴로 곽인강을 바라보며 말했다.“40전에 왕자는 되겠다. 만약 열심히 수련하면 60전에 무성이 될 수도 있겠어.”“하지만 지금, 맹주 영패를 뺐는 건 굴욕을 자초하는 거랑 다름이 없어. 원종 선배가 계속 보관하는 게 좋을 거야.”그러고는 손목을 가볍게 튕겼다.슛!손에 쥐어있던 맹주 영패가 하늘을 날아 가볍게 원종 손에 떨어졌다.“굴욕을 자초하다니...”곽인강은 염구준의 말을 되새기더니 얼굴의 오만함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는 갑자기 무릎을 꿇고 부끄러움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각하의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진심으로 탄복했습니다!”그렇게 말을 남긴 곽인강은 원종과 그 뒤에 서 있던 10명의 원씨 가문 종사에게 허리 굽혀 인사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성큼성큼 떠나버렸다.염구준이 말한 대로다.계속 그 자리에 남아있는 건 굴욕을 자초하는 일이다. 눈앞의 이 젊은이는 이미 그의 모든 자랑과 교만을 깨뜨렸다. 염구준 앞에서 그는 방금 걸음마를 뗀 아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의 실력으로 무도의 정상까지 오르려면 앞으로 갈 길이 너무 멀었다!“염구준...”원씨 가문 종사당 문 앞, 맹주 영패를 쥔 원종은 안색이 계속 변했다. 그의 마음은 말할 수 없이 복잡했다.열차 천장 위에서의 전쟁을 거친 후 그는 이미 염구준의 실력을 높이 평가했다. 적어도 왕자 지상의 실력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절대 염구준의 실력을 높게 평가한 게 아니라 여전히 과소평가한 것이다!염구준의 진정한 실력은 적어도 단진 무성이다!이렇게 젊은 무성이라니...너무 무서웠다!원종 뒤에 서 있던 10명의 종사도 모두 믿을 수 없다는 듯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종사를 돌파하고 무도 왕자가 되는 게 그들 평생의 추구였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염구준은 25, 26밖에 되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벌써 무도의 길에서 이렇게 큰 성과를 얻었다니!그들의 자질로는 평생 무성이 될 수 없었다. 다시 말해, 평생을 노력해도 염구준의 실력을
염구준의 말을 들은 원종은 피를 내뿜을뻔했다!당당한 무성이 원씨 가문에 도전을 내걸다니!이건 대놓고 사람을 괴롭히려는 것이 아닌가?지난번에 염구준과 싸워 졌지만 아무도 어떻게 된 건지 보지 못했다. 그래서 집안 명성에는 영향이 없었다. 염구준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도전을 내건다면 원종은 응할 수밖에 없다. 둘이 싸운다면 결과는 명백했다. 원씨 가문은 철저하게 패배할 것이다. 그 외의 결과는 없다!여지없이 참패할 것이다!만약 이 소식이 북방에 전해지고 전국에 퍼지면 원씨 가문의 체면은 완전히 구겨져 다시는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많은 명문 세력이 불난 집에 부채질할 것이고, 그러면 원씨 가문은 철저히 망할 것이다.참 잔인하다. 거절하지도 응하지 않을 수도 없이 응전할 수밖에 없다!“뭘 묻고 싶은 거야?”원종이 몸을 돌려 염구준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하늘에 맹세할 수 있다. 자네가 뭘 묻든, 내가 아는 건 아무 숨김도 없이 모두 털어놓을 것이다!”진작 이렇게 나오면 좋았잖아!염구준은 웃음을 거두고 가볍게 말했다. “흑풍.”흑풍?원종은 몸이 떨려왔다. 그는 숨을 고르고 한참을 소리 없이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다른 걸 물어보면 뭐든 대답할 수 있겠는데, 흑풍에 대해서 내가 아는 건 오직 아주 신비로운 조직이라는 것뿐이다. 많은 무림 세력이 엮여 있을 거다.”“그들의 수령과 조직구성은 아마도 그 조직에 속해있는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것도 꽤 높은 자리에 있어야 알 수 있을 것이야.”여기까지 말한 원종은 깊은숨을 내쉬며 정중하게 말했다.“내가 보증하지. 흑풍에 관한 정보가 있으면 바로 청해로 소식을 전해줄게. 염구준, 이걸로 됐나?”염구준은 잠시 침묵하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원종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을 거다. “흑풍” 조직은 너무 신비로워 제경용정, 지존 용주밑의 정보기관에도 오직 30여 년 전에 있었던 동란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도저히 그들
아무리 전략을 세워도 손가을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태세를 전환하지 못했다. 지금 부딪힌 가장 큰 문제는 제품 공급망이 폭력적으로 파괴 당한 것이다.바다로 운송하려던 대량의 제품은 부두에 도착하자마자 강제로 압류되었다!“운수직원을 구하려면 반드시 우리가 북방 시장을 포기해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손가을은 입술을 깨물고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북방 시장을 지키는 건 이미 불가능해졌다. 상대방이 제시한 기한은 오직 3일. 3일 후에도 손씨 그룹의 제품이 보이면 압류된 직원들은 모두 죽을 것이다!“다들 안색이 좋지 않네.”더 이상 회의 진행이 되지 않을 때,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회의실 입구에서 명랑한 웃음소리가 흘러 들어왔다.“뭐야, 또 무슨 문제가 생겼어?”염구준이다!작잉산에서 돌아온 후 염구준은 바로 회사로 돌아왔고 마침 긴급회의 중인 사람들을 만났다!“염 부장!”“정말 염 부장이네요, 돌아오셨어요!”“구준 씨...”염구준이 돌아온 걸 보자 다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얼굴의 근심이 말끔하게 사라졌다.손가을의 남편, 손씨 그룹의 경호원 부장, 청해의 무관의 왕, 염구준이다!언제 무슨 어려움이 닥쳐도 염구준이 나서면 모든 잘 해결이 됐다. 이는 손씨 그룹의 임원진들이 믿어 의심치 않은 진리이자, 그들의 확고한 신념이다.한번 또 한 번의 위기는 염구준의 실력을 증명했다. 그는 명실상부 청해의 왕이다!“관씨 가문의 일은 나도 들었다.”염구준은 회의실로 들어가며 임원들더러 앉으라고 손을 흔들고 가볍게 웃었다.“이번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다들 안심해도 된다.”후!회의실 안을 감돌았던 긴장감은 순식간에 사라졌다!염구준이 그렇게 말하니 하늘이 무너져도 두려울 게 없었다. 단씨 가문에서도 총력을 기울였지만 염구준이 다 쉽게 해결했었잖아? 이번 위기도 예외 없이 잘 넘길 것이다!“구준 씨, 어떻게 할 거야?”임원들이 있었지만 손가을은 숨길 수 없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곁에 있는 염구준을 바라봤다.
둘째는...염 부장이 직접 해결할 것이다!...진북시.이곳은 남쪽 세 바다를 통제하고 북쪽 아홉 성까지 닿을 수 있는 곳이어서 자고로 사람들이 서로 자기 걸로 만들려고 다툼이 빈번한 곳이다. 진북의 상업 가치는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 적게라도 나눠 가질 수 있다면 이류 명문 정도의 위치는 충분히 지킬 수 있다.그래서 진북은 여러 명분의 사냥터가 되었고 전국 각지에서, 심지어 외국에서도 여러 세력이 몰려들어 도시의 사회구조가 매우 복잡했다.청방, 홍문, 삼연방, 흑수당... 그중 지방 세력도 많았는데 그들도 만만치 않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소도회”가 바로 지방 세력 중 실력이 가장 뛰어난 조직이다!그 시각.진북 부두 항구, 허리에 합금 단도를 찬 마른 체구의 남자가 부두 주위를 떠도는 세척의 화물선을 바라보며 앞에 서 있는 회장님을 향해 두 손을 맞잡고 예를 표했다.“형님, 손씨 그룹 사람을 남겨둘 필요가 있습니까? 다 죽이는 게 어떨까요?”마른 체구의 남자가 말하는 “형님”은 바로 소도회의 지배자인 원활이다.이름처럼 원화는 일 처리가 원활했고 친구도 많이 사귀었다.가끔 명문가 자제들과 요트를 타고 휴가를 즐기기도 하고 길거리 청소하는 청소부랑도 형제처럼 지낼 수 있었다. 진북의 어장 상인은 모두 그의 밀정이나 다름이 없어 소식도 아주 빨랐다.관씨 가문에서 손씨 그룹에 전쟁을 선포하자 원활은 바로 이 지름길을 노리게 되었다. 그가 수하들을 데리고 손씨 그룹의 화물선을 억류한 것은 관씨 가문과 가까워지기 위해서였다!“원 회장!”부두 옆의 화물선에서 꽁꽁 묶인 양복 차림의 남자가 목을 꼿꼿이 세우고 겁 없게 소리쳤다.“우리를 죽이려고?”“우리를 죽이기는 쉽지, 하지만 우릴 죽이는 후폭풍은 잘 생각해 봐야 할 거야! 우리 손 대표의 남편은 염구준, 청해의 무관의 왕이라고! 우리를 죽이면 염 부장이 반드시 복수하러 올 거야! 그럼 너희 소도회 사람들 자 죽어!”원활은 배를 내밀고 시가를 피웠다. 그는 양복 차림 남자의 얼굴을 향
“손발을 끊어버리고 다 바다에 던져버려. 고기밥이나 줘! 화물선에 실린 물건들은 모두 관씨 가문으로 보내. 처음 만나는데 선물은 제대로 챙겨야지.”쏴, 쏴, 쏴!원활 뒤에 있던 남자들, 아까 말을 하던 마른 체구의 남자를 포함해 50명이 넘는 사람이 전부 손에 합금으로 된 단도를 쥐고 화물선 갑판을 뛰어내렸다. 그들은 바로 전지봉과 손씨 그룹의 사람을 처리하려고 했다.그때...“원활, 원 회장.”갑자기 한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매서운 바닷바람 사이로 그의 목소리는 유난히 또렷하게 전해졌다.“친구를 많이 사귄다고 들었는데, 그 많은 친구들이 오늘 자네 목숨을 구해줄지 모르겠네.”뭐라고?원활의 뚱뚱한 몸이 가볍게 떨렸다. 그는 조건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봤다.염구준이다!앞에 나타난 젊은 남자는 캐주얼 양복 차림에 스니커즈를 신고 있었다. 그의 뒤에 얼굴이 시커먼 건장한 남자가 따라왔는데 소도회의 정보에 의하면 그가 바로 청해의 무관의 왕 염구준이다!그리고 그의 뒤를 따라온 남자는 바로 뢰인이다!“두 사람뿐이다...”원활은 눈을 가늘게 뜨고 빠르게 염구준과 뢰인을 훑어보았다. 그리고 누가 더 따라오는지 그들의 뒤를 살펴보았다. 그는 속으로 추측했다.염구준과 그를 따르는 뢰인이라는 부하, 두 사람의 힘으로 직원들을 모두 구하겠다고?죽는 게 두렵지 않는 것인가, 아니면 의지한 무언가가 있는 것인가?“형제들, 돌아와!”그는 바로 싸우지 않고 손을 들어 50여 명의 형제들을 모두 부두로 돌아오게 했다. 그는 염구준을 훑어보며 나지막하게 웃었다.“염구준 당신 실력이 남다르다고 듣긴 했지만, 아까 한 말은 잘 못 들은 것 같다.”“나를 죽이려고? 그 말, 다시 할 수 있겠어?” 염구준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이미 한 말이다. 알아들었는지 말았는지는 상관없다. 화물선과 사람들을 찾았으니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이 필요 없다. 손씨 그룹을 건드렸으니 반드시 피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염구준이 고개를 저었다...고개를 젓다니. 과연 무슨
보장? 뭔 수로 보장한다는 거야?원활은 합금 비수를 잡고 참지 못해 큰 소리로 웃었다."염구준, 넌 정말 네가 백전백승하는 전신인 줄로 아느냐? 전신이라도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사람은 내 손에 있는데 네가 무슨 수로 구하겠니?""문을 나설 때 '오늘의 운세'를 확인해 보지 않았지? 여기는 진북시야, 우리 소도회의 지역이라고!""네가 청해에서 라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진북시에서는 개방귀보다도 못하지!"말하고 나서 부두 위에 서 있는 수척한 남자를 향하여 흉악스러운 눈길을 던지더니 "광대야! 시작해! 염구준과 뢰인의 어깨 한쪽 씩 만 잘라내! 반항이라도 하면 나는 즉시 전지봉의 목을 딸 거야!"쑥쑥쑥광대와 50여 명의 소도회 성원들은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한꺼번에 몰려갔다. 손에는 모두 합금 단도를 휘두르고 있었는데 새하얀 칼빛 바람을 일으키며 염구준과 뢰인을 향해 덮쳐왔다."뢰인아, 이 자식들은 네가 맡아."염구준은 꿈쩍도 하지 않고 갑판 위의 원활을 담담하게 쳐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인질로 나를 위협하려는가 아니었어? 전부장의 인후는 바로 너의 칼날 위에 있으니 손을 쓰려면 어디 해봐!"말하는 사이에 뢰인은 이미 분노하며 출전하였다. 종사 경계에 처음으로 진입한 뢰인은 염구준으로부터 몸소 무공을 전수받아 광대와 소도회 성원들을 대처하기에는 식은 죽 먹기였다. 펀치와 킥마다 신체를 하나씩 날려버렸는데 수박이 깨지는 듯한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퍼졌다. 하나, 둘, 셋...광대를 포함한 50여 명의 졸개들은 뢰인의 옷자락조차 만지지 못하고 모두 쓰러졌다. 어떤 이는 팔다리가 끊어지고 어떤 이는 가슴이 가라앉아 입으로는 내장 조각이 섞인 피를 끊임없이 토해냈다. "미, 미쳤다!"갑판 위의 원활은 어리벙벙해지더니 부두 위에서 몸부림치고 뒹굴고 있는 졸개를 보고서 합금 비수를 더욱더 굳게 잡고 전지봉의 인후 앞에 갖다 댔다. 그리고 염구준을 향하여 영악하게 포효하며 "염씨, 전지봉의 생사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이지? 뢰씨더러 그
그의 재력이라면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 향유고래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바다가 고래의 고향이라 그러지 않았다.“선장, 고래가 엄청난데 잡지 않아요?”갑판에서 몸이 건장한 흑인 선원이 불만을 토로했다.눈앞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돈이니 그럴만했다.“독수리, 주둥이 닥쳐!”선장은 아직도 누군가 향유고래에 미련을 두자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보는 사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독수리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나머지 선원들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선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저기, 아직 볼일이 남았어요?”선장은 염구준이 조용히 앉아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요.”염구준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곳은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단 상륙한 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그게…”선장은 난처한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려우면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폭행을 휘두르면서 강요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선장의 태도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분명하게 말했다.선박은 어부들 것이니 강제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선장은 솔직하게 말했다.“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요. 이제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손해가 엄청납니다.”그들은 염구준이 무섭지만 돈을 벌지 못해 가족들이 굶는 것이 더 무서웠다.“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얼마를 원하세요? 육지에 도착하면 내가 줄게요.”염구준에게 있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100만 달러.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선장은 믿지 않는지 거액의 가격을 부르면서 떠보았다.듣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따져보면 수리비용, 연료, 인건비 등등 모두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으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이걸로 담보할게요. 어차피 당신네 선박에 있으니까 도망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상대방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주은 주먹
이튿날, 미지의 바다에서 향유고래 한 마리가 헤엄치고, 등에 한 사람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그 사람은 바로 염구준이었다.사방에 온통 푸른 바다라 지금 어느 곳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지금은 고래가 바닷가로 데려가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고래야, 잘 부탁한다.”“우웅!”둘은 서로의 말을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수시로 교류했다.염구준이 눈을 감고 운기조식하다가 배고프면 심해의 눈물로 에너지를 보충했다.신기한 것은 한 방울만 먹어도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뿌우우우웅!그때 멀리서 선박 소리가 들렸다. 염구준은 눈을 번쩍 뜨고 소리를 질렀다.“저기요! 여기 사람 있어요!”목소리에 기운을 담았더니 쩌렁쩌렁한 소리를 지를 때마다 수면이 음파에 진동하는 것 같았다.어디선가 나타난 선박에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슥!그런데 선박에 다가간 순간, 상대방이 고래를 잡는 쇠고랑을 발사하는 것이었다.염구준은 재빨리 검기로 밧줄을 잘라버렸다.선박은 그를 구하러 온 것이 아니라 향유고래를 잡으러 온 것이었다.생각하지 않아도 고래의 용연향을 얻기 위함일 것이다.스스슥!선박에 있는 사람들은 고장난 줄 알고 이번에 작살을 던졌지만 역시 염구준에게 잘려서 바다 밑으로 들어갔다.상대방과 가까워지자, 염구준은 그들의 선박에 번쩍 뛰어올라 엄숙하게 경고했다.“멈춰. 아니면 무력으로 대응할 거야.”선원들은 대부분 기운이 없는 평범한 어부였다.그들은 염구준이 먼 곳에서부터 뛰어올라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는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여기서는 고래를 잡는 걸 허락해요.”한참 뒤, 선장은 국제 감독기관에서 온 줄 알고 시큰둥하게 대답했다.“이 고래는 내 친구예요. 어떻게 할지 잘 알겠죠?”염구준은 선장을 노려보며 차갑게 되물었다.“알았어요. 이 사람 말을 못 들었어? 당장 작살을 내려놔!”선장은 상대방이 보통이 아니란 걸 눈치챘는지 바로 선원들에게 지시했다.그러자 당황한 선원들은 정신을 차리고 지시대로 작살을 내려놓았다.염구
감히 그의 전우나 다름없는 고래를 잡아먹으려고 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만약 향유고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지금쯤 심해 밑에서 죽었을 것이다.“염 선생님, 안 돼요!”당황한 노신기 일행이 다급히 나서서 말렸지만 염구준은 듣지 않았다.그는 요트를 타고 서해충에게 다가가 검을 휘둘러 공격했다.“당장 토해!”염구준은 두 손으로 검을 들고 번쩍 뛰더니 위에서 서해충을 자르려고 했다.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고래를 살려낼 것이다.“하악!”뿔난 서해충이 나지막하게 울부짖더니 커다란 입을 벌이고 염구준을 통째로 삼키고는 물속으로 들어갔다.그 장면을 본 사람들은 모두 경악하고 말았다.심지어 천기문의 고위층들도 진정할 수 없었다.“염 선생님!”“안 되겠어. 모든 음성탐지기를 던져!”노신기는 당황한 마음에 맞서 싸우려고 명을 내렸다.유동심연의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이번에 오면서 대량의 음성탐지기를 챙겼었다.그러나 워낙 위력이 강한 무기라 함부로 사용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염 선생님, 제발 잘 버텨줘요.’촤아악!이제 막 음성탐지기를 내려놓고 가동하려고 할 때 눈앞에서 거센 물보라가 솟구치는 것이었다.해저 지진으로 거센 파도가 밀려오면서 일으킨 쓰나미였다.“다들 선실로 들어가!”위급한 상황에서 노신기는 어쩔 수 없이 먼저 가문을 지켜야 했다.선박 세 척은 쓰나미에 밀려 먼 곳까지 흘러갔다.한편, 바다 밑은 난리도 아니었다.서해충 체내에 들어간 염구준은 선사 시대의 바다 생물과 전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그가 공격할 때마다 서해충은 심한 고통을 느꼈는지 커다란 몸집을 꿈틀거렸다.실은 서해충이 삼킨 것이 아니라 그것이 도망칠까 봐 염구준이 스스로 잡혀 먹힌 것이었다.한참 공격하면서 돌진했더니 드디어 향유고래가 있는 곳까지 다가갔다.“구자검법! 검일참공!”그는 기운을 폭증시켜 강력한 살술로 서해충의 몸에 길이가 10미터되는 상처를 냈다.잘린 부위에서 바닷물이 역류하여 들어올 때, 염구
동물의 감각은 때론 인간보다 훨씬 뛰어났다.특히 바다에서 자란 생물이라면, 웬만한 레이더보다도 훨씬 빨리 감지할 수 있었다.쿠쿵!혹시라도 싸울 수 있기 때문에 다들 몸에서 기운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아래쪽에서 뭔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어.”염구준은 날카로운 눈으로 바다밑을 바라보며 말했다. 작은 검은 점 하나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었다.아직 수면까지 오지도 않았는데, 그 그림자는 이미 성체 향유고래와 맞먹는 크기였다.‘설마, 진짜 서해충이 있는 건가?’“목표가 공격 범위에 진입했습니다. 모든 작살 준비 완료했습니다.”대원들은 지시가 떨어지고 나서 3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내에 모든 준비를 마쳤다.“쏴!”노신기는 참을성 없이 바로 명령을 내렸다.‘망했다!’염구준은 말리려고 했지만 결국 말리지 못했다.물속의 거대한 생물체는 어선보다도 커서 자칫하다간 오히려 배가 끌려갈 수도 있었다.슥! 슥! 슥!고래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세 척의 어선에서 수십 발의 대형 작살이 물밑의 검은 그림자를 향해 발사되었다.타겟의 몸집이 컸기 때문에 대부분의 작살이 정확하게 꽂힐 수 있었다.“끌어 올려!”노신기는 고래 잡이를 할 때 쓰던 방식을 운용하며 숙련하게 명령을 내렸으나 기계를 최대치로 올려도 타겟을 끌어오리지 못했다.이에 조타실에서 다급하게 소식을 전했다.“큰일입니다. 어선이 저것에 의해 유동심연 쪽 소용돌이로 끌려가고 있어요!”배는 엄청난 속도로 끌려갔다. 배 자체가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속도였다.“밧줄을 끊어!”염구준은 노신기의 무전기를 낚아채고 지휘권을 넘겨받았다.“속도가 너무 빠른 탓에 꽉 감겨서 끊을 수가 없습니다.”조타실에서 절박한 답변이 돌아왔다.현대식 어선은 전부 인공지능 시스템이라 이 상황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우웅!염구준은 결국 검기를 날렸고, 날카로운 검광이 연달아 번쩍이며, 단숨에 밧줄들을 잘라냈다.이에 배가 거대한 관성에 휘청이며 흔들렸고, 균
오늘 만약 염구준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들은 전부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빨리 항행하라고 하세요. 뭔가 이상합니다.”염구준의 갑작스러운 말에 사람들은 이해가 되지 않아 어리둥절해졌다. “네, 말하고 오겠습니다!”그러나 눈치가 생긴 사람들은 염구준의 뜻을 알지 못해도 그대로만 하면 된다는 걸 알고 있어 곧바로 달려갔다.그들은 염구준을 한치도 의심하지 않았다.염구준은 흡족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면을 바라보며 물었다.“스텔라성의 성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십니까?”이번에 스텔라성의 성주는 두 개의 판을 짰는데, 하나는 겉면으로 보이는 부성주 베르였고, 다른 하나는 오랫동안 숨어있던 노대영이었다. 다른 걸 다 따지고 나서 판을 짠 것만 본다면 정말 훌륭한 계획이었다.그랬기에 염구준은 그를 중시했다.노신기와 아타는 미간을 찌푸리고 서로를 바라본 뒤, 늙은 아타가 입을 열었다. “성주의 이름은 노세입니다. 압도적인 실력의 소유자로, 진 적이 없습니다.”“하지만 지난 20년간, 외부에서는 그의 모습을 본 이가 없습니다. 폐관 중이라는 소문도 있고, 이미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지요.”“그의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라, 저희도 아는 게 많지 않습니다.”이야기를 들은 염구준은, 오히려 흥분한 듯한 웃음을 지었다.“흐음, 전부 사실이라면 꽤 괜찮은 상대가 되겠군요.”방금, 막 육체의 극한을 돌파한 염구준은 적당한 시험 상대가 필요했다.‘대단해.’주변 고위 간부들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염구준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다만 약간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었다.스텔라성 성주 같은 괴물은, 대부분 기겁하며 피하려 하는데, 정면 승부를 기대한다니까 말이다.“그나저나 염 선생님, 전에 올라오실 때, 인원이 적던데, 혹시 아래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노신기는 다른 걸 얘기하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아, 이거 아십니까?”그의 손에는 투명한 비닐에 담긴 작은 물방울이 들려 있었는데, 외부에는 진기가 감돌았다.‘어라?’조금 더
이 독에 중독된 무인은 일시적으로 기운이 흩어지고, 단전이 봉쇄되어, 꼼짝없이 폐인 신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만약 과다 복용할 경우, 목숨까지 위험해질 수 있었다.“이런 희귀한 독약은 스텔라성 성주가 준 거겠지?”염구준이 흥미롭게 물었다.그는 이번에 처음으로 진짜 산기봉단을 보았고, 게다가 그 양이 상당했기 때문에 꽤나 관심이 갔다.“맞아. 얼른 저 녀석을 잡아!”노대영은 승리자처럼 손을 휘저으며 부하들에게 명령했다.그는 희귀한 독약인 산기봉단에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에휴.”아타 등 사람들은 이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염구준마저 당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이제 구세주가 사라졌으니, 최악의 경우 전부 몰살당할 수도 있었다.“가서 두들겨 패! 나 아까 진짜 쫄아서 오줌 쌀 뻔했단 말이야!”몇몇이 소리치며 달려들었고, 염구준을 한껏 때려서 화풀이를 하려 했다.반보천인급 고수를 때릴 기회는 흔하지 않으니까 말이다.우웅. 그러나 그 순간, 검광이 번쩍이더니 달려들던 사람들 전부가 쓰러졌다. 그들의 목에는 옅은 혈흔이 있었는데, 상처는 아주 작았지만 모두 목숨을 잃었다.“이 독이 아무리 강해도, 나를 상대하려면 아직 한참 멀었어.”염구준은 조용히 진기를 운용하며, 체내에 남아 있던 독기를 모두 없애버렸다.육신이 이미 반보천인의 극한의 경지에 다다른 탓에 약물 저항성도 엄청나게 강해져 그는 산기봉단 같은 독약 따위를 두려워하지 않았다.“너... 이건 말도 안 돼!”노대영은 절규하듯 외쳤다.희망이 눈앞에서 산산조각 나자, 정신이 붕괴되기 직전이었다.곧 있으면 승리할 수 있었는데, 이젠 그게 다 물거품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그는 차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스텔라성 성주랑 뭘 꾸민 거지?”염구준은 서두르지 않고 물었다.해독제 같은 건 이제 관심 없었다. 상대가 정직하지 않으니까 말이다.“난 진작 그분의 문하로 들어갔어. 언젠가는 그분이 내 복수를 도와줄 거다!”“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다는데, 내가 무슨 잘못이 있어
염구준은 주머니를 집어 들어 곁에 있던 그레이에게 휙 던져주며 분부했다.“먼저 기운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독제를 나눠줘.”“네.”그레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노대영을 흉악하게 노려보았다.반보천인으로서 이런 함정에 걸려들었다는 게 조금 창피해서였다.노대영은 사태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흘러가는 걸 감지하고,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할 말이 있습니다.”“해.”염구준은 싸늘한 표정으로, 단 한 마디만 툭 내뱉었다.그레이와 다른 이들이 힘을 회복하고 나면, 그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기에 곧 죽을 이의 유언쯤은 들어줄 수 있었다.노대영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얼른 말을 이었다.“자식으로서 아버지의 원수에게 복수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그래.”염구준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딱히 다른 변수가 없다면, 이 말을 부정할 이유가 없어서였다.‘어라?’이에 주변 사람들은 놀라 눈을 크게 떴다.말투로만 보면, 염구준이 노대영의 편을 들어주려는 것 같아서였다.그러나 방금 전에는 또 그들을 구해주었기 때문에 그들은 염구준이 무슨 생각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노대영은 염구준의 마음을 돌린 줄 알고 속으로 기뻐하며 바로 말을 이었다.“이 도리를 알고 계시니, 그럼 행동에 옮겨도 되겠죠.”노대영은 혹여나 다른 변수가 있을까 두려워 단검을 꽉 쥐고 중상을 입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노신기에게 달려들었다.그레이 등이 조금 있다가 어떻게 나올지는 크게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복수를 하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말이다.쾅!하지만 달려가자마자 염구준의 발에 얼굴을 맞아서 옆으로 나가떨어졌다.그의 코와 입에서는 순식간에 피가 줄줄 흘렀다.“날 가지고 노는 거냐, 염구준!”“허, 내가 나설지 안 나설지 짐작이 안 됐나봐?”염구준은 비웃으며 말했다.그는 노대영의 말을 부정하진 않았지만 상대방의 행위를 몹시 혐오했다.아버지를 죽인 원수에게 대놓고 복수하는 건 괜찮지만, 그 아비가 악행을 일삼던 사람이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 방식에,
그러나 몸속에 독이 퍼진 탓에 기운을 끌어올릴 수가 없어 모두 답답하게 속만 태울 수밖에 없었다. 노대영이 혓바닥을 자르려고 할 때, 멀리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대영 문주님, 염구준인 것 같습니다!”이름을 듣자마자, 노대영의 얼굴에서 희열이 싹 사라지고, 이내 짙은 어둠이 드리웠다.기습에 성공한 후 바로 도망쳤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고래를 타고 쫓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염구준 한 사람만으로 충분히 그들을 몰살할 수 있었다.“어서 고래잡이 작살이랑 그물 그리고 멀리에서 공격할 수 있는 무기들을 준비해.”노대영의 가슴 깊은 곳에서 두려움이 급속히 퍼져갔다.허겁지겁 지시를 내리긴 했지만 겨우 쇳조각 몇 개로 염구준을 막겠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휙휙!염구준은 하늘을 가르며 날아오는 작살, 그물, 조명탄 따위를 보며 입꼬리를 비웃듯이 끌어올렸다.아직 사격거리에도 들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공격을 했기 때문이었다.‘적지 않게 겁을 먹었나 보네.’그는 생각했다. 역시나 첫 번째 공격은 전부 허탕이었다.염구준은 거대한 향유고래를 타고 빠르게 이동했고, 이윽고 두 번째 공격이 시작됐다.커다란 작살 하나가 고래의 머리를 향해 곧장 날아들었는데, 맞으면 죽지 않더라고 심각한 부상을 입을 게 뻔했다.우웅!염구준은 검기 한 줄기를 내보내 날아오던 작살을 두 동강 낸 뒤, 작살에 묶인 쇠사슬 위로 몸을 던져, 빠르게 어선으로 돌진했다.풍덩!향유고래는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물속으로 잠수했다.노대영은 염구준이 미친 듯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걸 보자마자 다급히 소리쳤다.“어서, 어서 배에 못 올라오게 사슬을 끊어!”그도 자신이 염구준과 맞서봤자, 단 한 줌의 승산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구자검법, 검일참공!”염구준은 배 위 인원들의 움직임을 보자마자 망설임 없이 강한 검술을 발동해 검기를 날렸다.제대로 검기를 축적하진 못했기에, 완벽하게 완성된 검일참공은 아니었고, 약간의 반동
파악!곧이어 물기둥이 하늘로 솟구치며 거대한 향유고래가 염구준과 멀지 않는 곳에 떨어진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마치 떠나기 아쉬워하는 듯했다.촤악!염구준은 몸을 날려 향유고래의 머리 위로 뛰어오른 뒤, 세 척의 어선 쪽으로 진기를 날려 물보라 일게 했다.이에 향유고래는 곧장 방향을 틀고, 어선을 향해 빠르게 헤엄치기 시작했다.말이 통하지 않아 이런 방식으로 밖에 교류할 수 없었지만 별로 큰 문제는 없었다.그 시각, 1호 어선은 다른 어선보다 조금 더 시끌벅적했다.노대영은 배의 지휘권을 장악한 뒤, 끝까지 저항한 소수만을 제거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포로로 붙잡아두었다.물론 그가 자비로워서가 아니었다.그저 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어떻게 복수하는지 지켜보게 하기 위해서였다.“대영 문주님, 준비 완료됐습니다. 언제든 시작 가능합니다.”노대영에게 붙은 아첨꾼 하나가 다가와 공손하게 말했다. 이번에 출정한 천기문 문도 중 절반 이상이 이미 노대영 편이었다.쿵!노대영은 부도 갑옷을 입은 채로 웃으면서 팔을 휘둘러 노신기를 바닥에 내던졌다.“악독한 놈. 네가 내 아버지를 죽였으니 난 오늘 아버지의 복수를 할 거다.”며칠 전에 대의를 위해서라면 혈연관계는 얼마든지 끊을 수 있다는 그의 말은 그저 노신기를 안심시키기 위함에 불과했다. 그의 가슴 속에 맺힌 복수심은 한순간도 식지 않았었다.“하아...”노신기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의 창백한 얼굴엔 깊은 후회가 서려 있었다.‘그때 불쌍해 보인다고 해서 검은 머리 짐승을 거두는 게 아니었는데.’그는 생각했다. “모든 일은 내가 벌인 거니까 찢어죽이든, 뭘하든 나한테만 해.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 건드리지 말고.”지금 이런 상황에 이른 이상, 그는 더 도리를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전에 이미 노대영에게 그의 출신을 말해주며 그의 아버지가 눈 깜빡하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는 변태 악마라고 말해주었으나 그는 전혀 듣지 않았기 때문에 말해봤자 쓸모가 없다는 걸 알아서였다.스승과 제자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