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 순간. “죽어!” 헤스버그가 손가을이 죽지 않았다고 하는 순간, 낮고 늙은 목소리와 함께 어두운 그림자가 1층 로비에서 달려 나왔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염구준은 동공이 진동하고 있었다. 기습은 순식간에 이루어졌고, 같은 전신이라고 해도 정면으로 습격을 받으면 죽지 않아도 중상을 입게 된다. 하지만 합일경계의 전신강자라도 강약의 구분은 있다. “흑풍존주, 또 너야?” 흑풍존주가 기습하여 손을 쓰는 순간, 염구준의 심신이 갑자기 응집되더니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정신적인 물결이 미간에서 터져 나왔다. 마치 잔잔한 호수에 무게가 천근이 넘는 큰 바위를 던져진 것 같았다. 잔잔한 물결이 급속히 확산되어 순식간에 사방 10미터를 뒤덮었다! 정신력을 실질화하고 허화를 구체화시킨 것이었다! 이게 바로 지상 전신의 반응 속도이고, 전신 전주에게만 속하는 절강의 수단이며 전신 영역 위의 심오한 뜻이었다. 이건 고유란이 남긴 가장 강한 무학이며 염구준의 비장의 카드였다. 시간, 공간, 세상의 모든 것이 이 순간 모든 의미를 잃은 것 같았다. 흑풍존주는 마치 수렁에 빠진 것처럼 손에 날카로운 가시를 쥐고 있었다. 앞에서 끊임없이 전해오는 정신적인 물결이 그의 속도를 늦추었다. 그의 전신 영역은 이 순간 모든 위력을 잃은 것 같았다. 심지어 그의 정신력조차도 염구준에 의해 철저히 억압되어 방출할 수가 없었다. “존주님, 도망가세요.” 이때, 지휘건물 위쪽에서 헤스버그가 이를 악물고 허리춤에 차고 있던 권총을 꺼냈다. 탕하는 소리와 함께 합금 탄알이 공기 중에서 마찰을 일으키더니 염구준의 관자놀이로 직행했다. “후!” 염구준은 긴 숨을 내쉬며 왼쪽 손바닥으로 공기를 치자 오른쪽 손바닥이 갑자기 흔들렸다. 강한 기파는 흑풍존주를 그 자리에서 날려 보냈고 허공으로 날아온 합금 총알도 마찬가지로 기풍에 막혀 떨어졌다.유일하게 아쉬운 것은 헤스버그의 말에 정신을 팔아서 수법의 위력이 약간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그는 흑풍존주에게 치명적인 부상을 가하
40여 메터 높이의 지휘빌딩 꼭대기에서 헤스버그는 자기도 모르게 몸이 기력에 의해 움직일 수 없어 쾅하고 염구준의 앞에 떨어져 지면에 떨어졌다. “말해.” 염구준의 눈빛은 번개 같았고 왼손으로 허공을 휘젓더니 흑풍존주에게서 떨어진 USB를 손에 넣고 헤스버그에게 물었다. “USB안에 뭐가 있는데? 가을이 정말 살아있어?” “거짓말이라면 내가 널 죽는 것보다 더 괴롭게 할 거야.” ‘존주의 말이 맞았어. 염구준 이 바보는 손가을이라는 여자밖에 몰라.’ 헤스버그는 힘겹게 기어 일어나 고개를 들어 냉담한 염구준을 바라보며 웃다가 조롱으로 섞인 말투로 말했다. “염구준, 난 그냥 해본 말인데 그걸 믿다니.” “손가을이 살아있을 리가 없잖아? 비탄이 주작호를 명중했으니 파리 한 마리도 살아남을 수 없어! 나는 단지 존주가 도망갈 수 있게 거짓말을 한 거야. 손가을을 언급하면 네가 쫓지 않을 테니까.” “너…” 탁하는 소리와 함께 헤스버그의 머리가 터졌다. 머리가 날려간 몸은 제자리에서 몇 번 휘청거리다가 결국 쓰러졌다. 성조국 4성 상위, 버틀리 군사기지의 최고 지휘관이자 흑풍조직의 흑살이 죽었다. “USB.” 염구준은 헤스버그의 시체를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그의 조롱을 무시하고 깨진 USB를 보며 눈에 빛이 스쳤다. ‘헤스버그가 말한 것이 사실이든 거짓이든 한 가지는 확실해. 바로 가을이와 주작의 시체를 찾지 못했어. 그럼 아직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거고.’ “현무!” 그는 핸드폰을 꺼내 재빨리 G.J호 전투기에게 전화를 걸었다. “즉시 나와 합류하여 데이터 복구를 진행할 준비 해. 흑풍존주의 USB에 어떤 대단한 내용이 있는지 봐야겠어!” ……. 약 20분이 지난 후, G.J호전투기는 다시 하늘로 날아올라 전신호 항공모함이 있는 태평양해역으로 재빨리 접근했다. “주군, 데이터 손상이 너무 심해 짧은 시간에 모두 복구할 수 없지만 이거 한 번 보세요!” 기네에서 현무전존은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손가락으로 컴퓨터 키보드를 빠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반드시 찾아야 해.” 그러자 신주 전투기는 허공을 뚫고 날아가 빠른 속도로 염풍도 방향으로 접근했다. ……. 반대편, 성조국 헥사곤빌딩. “보고합니다.” 위성관찰 화면 앞에서 헬멧을 착용한 군사 관철원이 조건반사처럼 의자에서 일어나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전신전주 염구준이 방금 버틀리 군사기지를 파괴하고 4성 상장인 헤스버그를 격살했습니다. 그리고 위성 정보에 따르면 염구준이 신원을 알 수 없는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남자와 맞붙었다가 검은색의 USB를 가져갔습니다.” ‘뭐?’ 지휘석에서 성조국군대 제1인자인 존과 제2인자인 윌은 서로 마주 보며 상대방의 눈에서 극도의 분노를 보았다. 그건 그들에게 있어서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들은 사전에 이미 설명했었다. 이는 성조국 내부사무로서 반드시 군부에서 직접 헤스버그를 군사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그런데 염구준이 감히 헤스버그를 죽이다니? 헤스버그가 중범죄를 저지른 건 사실이지만, 성조국 군대의 4상장으로서 성조국 군대의 위엄을 대표했다.“USB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우리 성조국의 군위야!” 존의 눈가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더니 전방의 위성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이를 갈았다. “통신요청을 보내. 내가 직접 염구준과 통화해야겠어. 지금 당장 보내.” 다급하고 짧은 전류 소리가 나더니 전방의 위성화면에 젊고 든든한 남자의 그림자가 점차 뚜렷해졌다. 배경은 현대 과학기술감이 넘치는 전투기 기내이고 옆에는 전투복을 입은 현무전존과 전자공격 부대원들이 있었다. 그건 신주호 기내였고 화면 속의 남자는 염구준이었다. “염구준.”존은 늙은 몸을 곧게 세우더니 염구준를 보며 분노를 억제할 수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성조국군대에서 당신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주겠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헤스버그를 격살했어. 그건 성조국 법률을 위반한 행위라고. 아무리 당신이 전신전주고, 세계최강 전신이라고 해도 반드시 이 대가를 치러야 해. 성조국의 위엄은 침범할
존의 입가가 떨리더니 주먹을 쥐었다가 펴기를 얼마나 반복했는지 짧은 손톱이 손바닥을 뚫을 기세였다.화가 치밀어 오르는데 능력이 안 됐다.만약 그의 앞에 있는 게 다른 사람이었더라면, 심지어 어느 나라의 위협을 받더라도 성조국 군대는 아무 걱정 없이, 심지어 개의치도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지금 그들이 마주하고 있는 사람은 다른 누구, 세력도 아닌 전 세계가 공인하는 가장 강한 전신이자 여러 강대국에서 이름을 떨친 무서운 인물인 전신전 전주, 염구준이다."더 이상 할 말 없어."염구준이 눈을 돌려 앞에 있는 레이더 디스플레이를 보고는 다시 통화하고 있는 존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힘이 남아돌면 군 내부에 흑풍 조직이 잠입했는지 확인해 보는 게 어때?""그 큰 성조국에서 4성 상위가 자국을 배신한 것도 모르니. 얼마나 바보 같은 일이야!"퍽하면서 통화가 바로 끝어졌다."주군."염구준의 뒤에 현무 전존이 노트북을 치며 두 눈은 검색 결과가 나온 모니터를 뚫어져라 보며 잠시 머뭇거리더니 낮은 소리로 말했다."전신호가 이미 염풍도 근처에 도착했답니다.""지금까지 보아 이 무명도에서 아무런 흔적도 발견하지 못 했습니다. 저는 이 무명도의 주변의 자기장이 저희 쪽의 장비에 간섭하는 것 같습니다.""그저...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다른 방법을 찾는다라?염구준이 내부에 서서 눈을 작게 뜨며 생각했다.무슨 다른 방법이 또 있단 말인가?!육안으로나 전신호의 과학기술 장비를 동원해도 이 무명도에서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이것 말고 또 다른 방법이 있단 말인가?"설마..."염구준이 뭔가 생각난 듯이 눈앞의 분석 결과를 다시 보더니 눈에 빛이 났다.데이터를 다시 보니 다른 옥패 사이에 아주 특별한 연관이 있는 것 같았다.총 8개의 옥패가 있는데, 매 옥패마다 새겨져 있는 도형이 달랐다.그러나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이것들 모두 같은 물건에서 유래한 듯 했다."옥패..."빠르게 생각을 하더니 염구준이 손을 저으며 낮은 목소리로
그녀는 염진이 말한 그 물건이 뭘 말하는지 알았다.그건 염씨 가문이 대대로 전해지는 옥팔찌로 염씨 가문이 며느리에 대한 인정을 뜻하기도 했다.전에는 고유란의 것이었다면 지금은 한설의 손에 있다.다음 주인은 당연히 염구준의 아내인 손가을이다."내 전화를 받을까요?"한설이 폰을 꺼내 손가을의 번호를 찾아 한참 망설이다가 전화를 걸려고 하는 그때...두두두!별장 위에서 커다란 소리와 함께 신주호가 하늘에서 나타나더니 몇백 미터 상공에 천천히 떠 있었다.젊은이가 비행체에서 뛰어내리더니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서재 앞에 착지했다."누구냐?!"별장 내부에서 집사 염옥정, 두 대종사인 서문당과 북궁야, 세 사람이 나타나며 멀리 떨어진 젊은이를 보더니 이내 기쁜 표정을 하고 말했다."도, 도련님?!"이 호칭에 대해 염구준은 신경 쓰지 않고 그저 세 사람에게 간단히 목례를 하고 바로 염가네 서재로 들어갔다."구준... 아니, 염 전주"서재 내에 염진과 한설이 동시에 몸을 일으켰으나 기뻐하던 얼굴이 갑자기 어두워지며 염구준에게 인사했다."어서 오십시오. 염 전주님이 오시는데 이 염진이 마중 나가지 못한 죄를 물어주십시오!"아주 공경한 태도로 말이다.염구준이 아무런 감정이 담기지 않은 눈으로 눈앞의 생부를 보며 말했다."옥패 주시죠!"염진은 잠시 벙쪘다가 바로 심장이 쿵광대는 것을 느꼈다.‘구준이가 옥패를 달라고 하는 거지?’그가 드디어 자신을 아버지로 인정한다는 뜻이 아닌가?!"옥패는 원래 유란이가 남긴 것이야. 난 그저 대신 보관하고 있었던 것 뿐이야."염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품에서 옥패를 내주었다."듣자 하니 네가 북방에서 광산을 캐는 도중에 또 다른 옥패를 찾았다고 하던데 이번에 와서 옥패를 가지려는 게 그것과 상관이 있는 거니?""사실 내가 먼저 너한테 연락하려고 했었어. 유란이가 전에 말했었다. 옥패사이에 모종의 신비한 연결이 존재한다고. 일정한 범위에 들어가면 신기한 현상이 나타난다고..."팍!염진이 말을 끝내기도
"충성. 제2부대 수색 임무 마쳤습니다. 반경 100해리 이내에 아무 이상 없습니다.""제1부대 수색 범위 반경 100해리 이내에 아무 이상 없습니다.""제6부대 현재 수색 중 육안과 레이다로 탐색하는 중에 아무것도..."계속 올라오는 보고가 전신호 제어센터에서 들려왔다.청룡 전존이 앞에 있는 위성 탐측 디스플레이를 엄중한 표정으로 주시하고 있었다.30시간이 넘었다.주작호 일이 터지고 이미 하루가 꼬박 지났다.손가을, 주작 전존, 백호 전존의 시체도 지금까지 찾지 못했다.무명도의 구체적인 좌표도 아무런 단서가 없었다.무명도가 진짜로 존재하는 건가?알아야 하는 것은 지금 전 세계의 각 강대국이 모두 전신호의 동향을 살피고 있다는 것이다.전신전 휘하의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집단의 조그마한 움직임도 각 세력의 민감한 곳을 건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만약 계속 이렇게만 수색한다면 다른 국가들이 개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노릇이다.그러나 주군은..."주군께서 왔습니다."청룡 전존 앞의 전사 한 명이 갑자기 일어서더니 화면에 있는 빨간 화살표를 가리키며 흥분한 표정으로 말했다."신주호입니다. 주군이 타신 신주호입니다. 주군께서 돌아오셨습니다."30시간이 지난 후에 염구준이 앉은 신주호 전투기가 다시 여기에 돌아왔다."수색하라!"염구준이 전투기 안에서 옥패를 멀리 떨어진 해면을 향해 들면서 명령했다."반경 천 해리 이내에 바로 수색한다. 당장 실시한다!"전투기가 빠른 속도로 해역의 상공을 누볐다.1분, 5분, 10분...염구준 손에 들려있던 옥패에서 진동이 느껴졌다.‘옥패 감응!’동시에 100미터 이내의 거센 해면이 순식간에 잠잠해졌다. 아주 큰 하나의 전신 영역이 나타난 것마냥 시간이 멈춘 듯 했다.지잉- 지잉-옥패의 진동과 함께 해면위에는 마치 육안으로 식별이 안 되는 투명한 벽이 존재하는 듯했다.옥패의 진동고ㅑ 함께 그 투명한 벽이 깨지고 붕괴하며 사라졌다.이 일련의 과정이 5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안에 발생
주작전존의 부축에 손가을이 고개를 천천히 들어 올려 상공에 점차 선명해지는 적룡전투기를 보며 눈가가 촉촉해졌다.그다.진짜로 그다!비록 거리는 아주 멀었지만, 그녀는 입구에 서있는 그 그림자를 아주 똑똑히 보아냈다.바로 그녀가 계속 그리워하던 남편이자 아이의 아버지, 그녀의 사랑, 염구준이다!"주... 아니, 염 선생님!!"이 시각, 주작 전존과 백호 전존도 G.J호를 발견하고 놀랐다."염 선생님, 저희 여기에 있어요. 사모도 여기에 계십니다. 모두 여기에 있습니다."지면과 300미터 떨어진 상공에 있는 염구준은 섬 중심의 손가을을 보며 전투기가 착륙 전에 바로 뛰어내렸다."가을아!""내가 왔어."무명도의 중심에 두 사람이 서로를 꽉 끌어안았다.오랜만에 만난 듯이 말이다.비록 3시간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이 시간은 그들에게 한 세기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손가을도 그녀의 남편인 염구준이 그녀의 행방을 찾느라고 얼마나 갖은 노력을 했는지 상상도 안 갈 것이다.전신전을 이끌어 온 성조국군대와 대치하고, 4성급 상위 헤스버그를 사살하고, 흑풍 전주에게 중상을 입히고 북방과 태평양 해역을 왕복하는 등...그녀는 그저 꿈이 아닌 남편의 품에서 떨면서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괜찮아."염구준이 손가을의 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면서 주작전존과 백호전존더러 잠시 전신호로 복귀하라는 눈빛을 보내면서 다정하게 말했다."가을아. 이번에 네가 나한테 큰 도움을 줬어. 내가 이 은혜를 너한테 갚게 해줘."손가을은 눈물이 고인 눈으로 남편의 눈을 바라봤다.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울먹거리며 말했다."왜 은혜를 갚겠다는 건데? 내가 당신을 또 힘들게 했잖아. 나를 찾기 위해서 엄청 고생했을 걸 알아. 내가 미안해해야 하는 일이야."손가을이 무사하자 염구준의 마음이 놓였다.그는 아내의 손을 잡고 오른손으로 어머니가 남긴 옥패를 쥐며 미소 지었다."이것 좀 봐."옥패의 움직임이 느껴졌다.이때 염구준의 손바닥의 옥패가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높은 빈
손가을이 염구준의 팔을 꽉 잡은 채 몸을 살짝 떨고 있었다.이 대형 동물의 뼈 구조는 그녀도 어디서 본 적이 없었다.어떤 것은 사자와 같고, 또 어떤 것은 신화에서 나오는 괴물일 것만 같았다.그러나 이 동물들 모두 아주 오래전에 이미 지구상에서 멸종했다는 것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잔류한 뼈들도 아주 중요한 연구 가치가 있어."옥패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화산 입구 끝까지 걸어가자, 염구준이 고개를 돌려 이 사람과 대형 동물의 뼈를 보더니 손가을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돌아가서 사람더러 이 뼈들을 가지고 가서 연구하라고 할게. 도대체 뭐가 나올지 궁금하네."손가을은 염구준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응!"여기까지 도착하자 이미 지면과 500미터 떨어져 있었다.주위는 손을 뻗어 손가락을 보려고 해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차갑고 고독한 분위기를 풍겼다.그저 널브러진 뼈들 아래에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빛이 염구준 손의 옥패를 부르는 것 같았다."저거구나!"동공이 작아지더니 염구준은 정신력을 내보냈다. 옥패를 반복하여 검사해서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손을 휘저으며 주위의 뼈를 모두 날려 보냈다.옥패가 날아서 안정적으로 염구준의 손바닥에 안착했다.이 옥패는 고유란이 남긴 옥패와 거의 비슷하게 생겼다.유일하게 다른 점이라면 새 옥패의 문양이 조금 반짝거린다는 것이다.염진한테서 가져온 옥패의 문양은 아무런 반짝임이 없었다."이건..."옥패를 손에 넣는 그 순간에 옆에 있던 손가을은 아무런 다른 점을 보아내지 못했다.그러나 염구준의 온몸이 떨리더니 그 전에 보지 못했던 황홀함을 보아냈다.자연 에너지!또는 용하국 고대 무술전적에 기재되어 있는, 무술의 가장 높은 경계에 이를 시 다투어 차지하려는 에너지. 익숙한 또 다른 이름을 지닌 ‘천웅기’이다. 천웅기는 고대 무술전적에서도 흔히 보이지 않는 이름이다.마치 전설의 달마 조사 혹은 무술을 창시한 거장처럼.모두가 무도 수행의 최후의 단계인 전신 지상을 넘지 못했다.많
그의 재력이라면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 향유고래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바다가 고래의 고향이라 그러지 않았다.“선장, 고래가 엄청난데 잡지 않아요?”갑판에서 몸이 건장한 흑인 선원이 불만을 토로했다.눈앞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돈이니 그럴만했다.“독수리, 주둥이 닥쳐!”선장은 아직도 누군가 향유고래에 미련을 두자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보는 사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독수리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나머지 선원들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선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저기, 아직 볼일이 남았어요?”선장은 염구준이 조용히 앉아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요.”염구준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곳은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단 상륙한 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그게…”선장은 난처한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려우면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폭행을 휘두르면서 강요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선장의 태도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분명하게 말했다.선박은 어부들 것이니 강제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선장은 솔직하게 말했다.“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요. 이제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손해가 엄청납니다.”그들은 염구준이 무섭지만 돈을 벌지 못해 가족들이 굶는 것이 더 무서웠다.“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얼마를 원하세요? 육지에 도착하면 내가 줄게요.”염구준에게 있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100만 달러.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선장은 믿지 않는지 거액의 가격을 부르면서 떠보았다.듣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따져보면 수리비용, 연료, 인건비 등등 모두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으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이걸로 담보할게요. 어차피 당신네 선박에 있으니까 도망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상대방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주은 주먹
이튿날, 미지의 바다에서 향유고래 한 마리가 헤엄치고, 등에 한 사람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그 사람은 바로 염구준이었다.사방에 온통 푸른 바다라 지금 어느 곳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지금은 고래가 바닷가로 데려가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고래야, 잘 부탁한다.”“우웅!”둘은 서로의 말을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수시로 교류했다.염구준이 눈을 감고 운기조식하다가 배고프면 심해의 눈물로 에너지를 보충했다.신기한 것은 한 방울만 먹어도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뿌우우우웅!그때 멀리서 선박 소리가 들렸다. 염구준은 눈을 번쩍 뜨고 소리를 질렀다.“저기요! 여기 사람 있어요!”목소리에 기운을 담았더니 쩌렁쩌렁한 소리를 지를 때마다 수면이 음파에 진동하는 것 같았다.어디선가 나타난 선박에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슥!그런데 선박에 다가간 순간, 상대방이 고래를 잡는 쇠고랑을 발사하는 것이었다.염구준은 재빨리 검기로 밧줄을 잘라버렸다.선박은 그를 구하러 온 것이 아니라 향유고래를 잡으러 온 것이었다.생각하지 않아도 고래의 용연향을 얻기 위함일 것이다.스스슥!선박에 있는 사람들은 고장난 줄 알고 이번에 작살을 던졌지만 역시 염구준에게 잘려서 바다 밑으로 들어갔다.상대방과 가까워지자, 염구준은 그들의 선박에 번쩍 뛰어올라 엄숙하게 경고했다.“멈춰. 아니면 무력으로 대응할 거야.”선원들은 대부분 기운이 없는 평범한 어부였다.그들은 염구준이 먼 곳에서부터 뛰어올라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는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여기서는 고래를 잡는 걸 허락해요.”한참 뒤, 선장은 국제 감독기관에서 온 줄 알고 시큰둥하게 대답했다.“이 고래는 내 친구예요. 어떻게 할지 잘 알겠죠?”염구준은 선장을 노려보며 차갑게 되물었다.“알았어요. 이 사람 말을 못 들었어? 당장 작살을 내려놔!”선장은 상대방이 보통이 아니란 걸 눈치챘는지 바로 선원들에게 지시했다.그러자 당황한 선원들은 정신을 차리고 지시대로 작살을 내려놓았다.염구
감히 그의 전우나 다름없는 고래를 잡아먹으려고 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만약 향유고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지금쯤 심해 밑에서 죽었을 것이다.“염 선생님, 안 돼요!”당황한 노신기 일행이 다급히 나서서 말렸지만 염구준은 듣지 않았다.그는 요트를 타고 서해충에게 다가가 검을 휘둘러 공격했다.“당장 토해!”염구준은 두 손으로 검을 들고 번쩍 뛰더니 위에서 서해충을 자르려고 했다.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고래를 살려낼 것이다.“하악!”뿔난 서해충이 나지막하게 울부짖더니 커다란 입을 벌이고 염구준을 통째로 삼키고는 물속으로 들어갔다.그 장면을 본 사람들은 모두 경악하고 말았다.심지어 천기문의 고위층들도 진정할 수 없었다.“염 선생님!”“안 되겠어. 모든 음성탐지기를 던져!”노신기는 당황한 마음에 맞서 싸우려고 명을 내렸다.유동심연의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이번에 오면서 대량의 음성탐지기를 챙겼었다.그러나 워낙 위력이 강한 무기라 함부로 사용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염 선생님, 제발 잘 버텨줘요.’촤아악!이제 막 음성탐지기를 내려놓고 가동하려고 할 때 눈앞에서 거센 물보라가 솟구치는 것이었다.해저 지진으로 거센 파도가 밀려오면서 일으킨 쓰나미였다.“다들 선실로 들어가!”위급한 상황에서 노신기는 어쩔 수 없이 먼저 가문을 지켜야 했다.선박 세 척은 쓰나미에 밀려 먼 곳까지 흘러갔다.한편, 바다 밑은 난리도 아니었다.서해충 체내에 들어간 염구준은 선사 시대의 바다 생물과 전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그가 공격할 때마다 서해충은 심한 고통을 느꼈는지 커다란 몸집을 꿈틀거렸다.실은 서해충이 삼킨 것이 아니라 그것이 도망칠까 봐 염구준이 스스로 잡혀 먹힌 것이었다.한참 공격하면서 돌진했더니 드디어 향유고래가 있는 곳까지 다가갔다.“구자검법! 검일참공!”그는 기운을 폭증시켜 강력한 살술로 서해충의 몸에 길이가 10미터되는 상처를 냈다.잘린 부위에서 바닷물이 역류하여 들어올 때, 염구
동물의 감각은 때론 인간보다 훨씬 뛰어났다.특히 바다에서 자란 생물이라면, 웬만한 레이더보다도 훨씬 빨리 감지할 수 있었다.쿠쿵!혹시라도 싸울 수 있기 때문에 다들 몸에서 기운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아래쪽에서 뭔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어.”염구준은 날카로운 눈으로 바다밑을 바라보며 말했다. 작은 검은 점 하나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었다.아직 수면까지 오지도 않았는데, 그 그림자는 이미 성체 향유고래와 맞먹는 크기였다.‘설마, 진짜 서해충이 있는 건가?’“목표가 공격 범위에 진입했습니다. 모든 작살 준비 완료했습니다.”대원들은 지시가 떨어지고 나서 3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내에 모든 준비를 마쳤다.“쏴!”노신기는 참을성 없이 바로 명령을 내렸다.‘망했다!’염구준은 말리려고 했지만 결국 말리지 못했다.물속의 거대한 생물체는 어선보다도 커서 자칫하다간 오히려 배가 끌려갈 수도 있었다.슥! 슥! 슥!고래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세 척의 어선에서 수십 발의 대형 작살이 물밑의 검은 그림자를 향해 발사되었다.타겟의 몸집이 컸기 때문에 대부분의 작살이 정확하게 꽂힐 수 있었다.“끌어 올려!”노신기는 고래 잡이를 할 때 쓰던 방식을 운용하며 숙련하게 명령을 내렸으나 기계를 최대치로 올려도 타겟을 끌어오리지 못했다.이에 조타실에서 다급하게 소식을 전했다.“큰일입니다. 어선이 저것에 의해 유동심연 쪽 소용돌이로 끌려가고 있어요!”배는 엄청난 속도로 끌려갔다. 배 자체가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속도였다.“밧줄을 끊어!”염구준은 노신기의 무전기를 낚아채고 지휘권을 넘겨받았다.“속도가 너무 빠른 탓에 꽉 감겨서 끊을 수가 없습니다.”조타실에서 절박한 답변이 돌아왔다.현대식 어선은 전부 인공지능 시스템이라 이 상황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우웅!염구준은 결국 검기를 날렸고, 날카로운 검광이 연달아 번쩍이며, 단숨에 밧줄들을 잘라냈다.이에 배가 거대한 관성에 휘청이며 흔들렸고, 균
오늘 만약 염구준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들은 전부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빨리 항행하라고 하세요. 뭔가 이상합니다.”염구준의 갑작스러운 말에 사람들은 이해가 되지 않아 어리둥절해졌다. “네, 말하고 오겠습니다!”그러나 눈치가 생긴 사람들은 염구준의 뜻을 알지 못해도 그대로만 하면 된다는 걸 알고 있어 곧바로 달려갔다.그들은 염구준을 한치도 의심하지 않았다.염구준은 흡족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면을 바라보며 물었다.“스텔라성의 성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십니까?”이번에 스텔라성의 성주는 두 개의 판을 짰는데, 하나는 겉면으로 보이는 부성주 베르였고, 다른 하나는 오랫동안 숨어있던 노대영이었다. 다른 걸 다 따지고 나서 판을 짠 것만 본다면 정말 훌륭한 계획이었다.그랬기에 염구준은 그를 중시했다.노신기와 아타는 미간을 찌푸리고 서로를 바라본 뒤, 늙은 아타가 입을 열었다. “성주의 이름은 노세입니다. 압도적인 실력의 소유자로, 진 적이 없습니다.”“하지만 지난 20년간, 외부에서는 그의 모습을 본 이가 없습니다. 폐관 중이라는 소문도 있고, 이미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지요.”“그의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라, 저희도 아는 게 많지 않습니다.”이야기를 들은 염구준은, 오히려 흥분한 듯한 웃음을 지었다.“흐음, 전부 사실이라면 꽤 괜찮은 상대가 되겠군요.”방금, 막 육체의 극한을 돌파한 염구준은 적당한 시험 상대가 필요했다.‘대단해.’주변 고위 간부들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염구준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다만 약간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었다.스텔라성 성주 같은 괴물은, 대부분 기겁하며 피하려 하는데, 정면 승부를 기대한다니까 말이다.“그나저나 염 선생님, 전에 올라오실 때, 인원이 적던데, 혹시 아래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노신기는 다른 걸 얘기하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아, 이거 아십니까?”그의 손에는 투명한 비닐에 담긴 작은 물방울이 들려 있었는데, 외부에는 진기가 감돌았다.‘어라?’조금 더
이 독에 중독된 무인은 일시적으로 기운이 흩어지고, 단전이 봉쇄되어, 꼼짝없이 폐인 신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만약 과다 복용할 경우, 목숨까지 위험해질 수 있었다.“이런 희귀한 독약은 스텔라성 성주가 준 거겠지?”염구준이 흥미롭게 물었다.그는 이번에 처음으로 진짜 산기봉단을 보았고, 게다가 그 양이 상당했기 때문에 꽤나 관심이 갔다.“맞아. 얼른 저 녀석을 잡아!”노대영은 승리자처럼 손을 휘저으며 부하들에게 명령했다.그는 희귀한 독약인 산기봉단에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에휴.”아타 등 사람들은 이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염구준마저 당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이제 구세주가 사라졌으니, 최악의 경우 전부 몰살당할 수도 있었다.“가서 두들겨 패! 나 아까 진짜 쫄아서 오줌 쌀 뻔했단 말이야!”몇몇이 소리치며 달려들었고, 염구준을 한껏 때려서 화풀이를 하려 했다.반보천인급 고수를 때릴 기회는 흔하지 않으니까 말이다.우웅. 그러나 그 순간, 검광이 번쩍이더니 달려들던 사람들 전부가 쓰러졌다. 그들의 목에는 옅은 혈흔이 있었는데, 상처는 아주 작았지만 모두 목숨을 잃었다.“이 독이 아무리 강해도, 나를 상대하려면 아직 한참 멀었어.”염구준은 조용히 진기를 운용하며, 체내에 남아 있던 독기를 모두 없애버렸다.육신이 이미 반보천인의 극한의 경지에 다다른 탓에 약물 저항성도 엄청나게 강해져 그는 산기봉단 같은 독약 따위를 두려워하지 않았다.“너... 이건 말도 안 돼!”노대영은 절규하듯 외쳤다.희망이 눈앞에서 산산조각 나자, 정신이 붕괴되기 직전이었다.곧 있으면 승리할 수 있었는데, 이젠 그게 다 물거품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그는 차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스텔라성 성주랑 뭘 꾸민 거지?”염구준은 서두르지 않고 물었다.해독제 같은 건 이제 관심 없었다. 상대가 정직하지 않으니까 말이다.“난 진작 그분의 문하로 들어갔어. 언젠가는 그분이 내 복수를 도와줄 거다!”“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다는데, 내가 무슨 잘못이 있어
염구준은 주머니를 집어 들어 곁에 있던 그레이에게 휙 던져주며 분부했다.“먼저 기운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독제를 나눠줘.”“네.”그레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노대영을 흉악하게 노려보았다.반보천인으로서 이런 함정에 걸려들었다는 게 조금 창피해서였다.노대영은 사태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흘러가는 걸 감지하고,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할 말이 있습니다.”“해.”염구준은 싸늘한 표정으로, 단 한 마디만 툭 내뱉었다.그레이와 다른 이들이 힘을 회복하고 나면, 그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기에 곧 죽을 이의 유언쯤은 들어줄 수 있었다.노대영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얼른 말을 이었다.“자식으로서 아버지의 원수에게 복수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그래.”염구준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딱히 다른 변수가 없다면, 이 말을 부정할 이유가 없어서였다.‘어라?’이에 주변 사람들은 놀라 눈을 크게 떴다.말투로만 보면, 염구준이 노대영의 편을 들어주려는 것 같아서였다.그러나 방금 전에는 또 그들을 구해주었기 때문에 그들은 염구준이 무슨 생각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노대영은 염구준의 마음을 돌린 줄 알고 속으로 기뻐하며 바로 말을 이었다.“이 도리를 알고 계시니, 그럼 행동에 옮겨도 되겠죠.”노대영은 혹여나 다른 변수가 있을까 두려워 단검을 꽉 쥐고 중상을 입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노신기에게 달려들었다.그레이 등이 조금 있다가 어떻게 나올지는 크게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복수를 하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말이다.쾅!하지만 달려가자마자 염구준의 발에 얼굴을 맞아서 옆으로 나가떨어졌다.그의 코와 입에서는 순식간에 피가 줄줄 흘렀다.“날 가지고 노는 거냐, 염구준!”“허, 내가 나설지 안 나설지 짐작이 안 됐나봐?”염구준은 비웃으며 말했다.그는 노대영의 말을 부정하진 않았지만 상대방의 행위를 몹시 혐오했다.아버지를 죽인 원수에게 대놓고 복수하는 건 괜찮지만, 그 아비가 악행을 일삼던 사람이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 방식에,
그러나 몸속에 독이 퍼진 탓에 기운을 끌어올릴 수가 없어 모두 답답하게 속만 태울 수밖에 없었다. 노대영이 혓바닥을 자르려고 할 때, 멀리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대영 문주님, 염구준인 것 같습니다!”이름을 듣자마자, 노대영의 얼굴에서 희열이 싹 사라지고, 이내 짙은 어둠이 드리웠다.기습에 성공한 후 바로 도망쳤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고래를 타고 쫓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염구준 한 사람만으로 충분히 그들을 몰살할 수 있었다.“어서 고래잡이 작살이랑 그물 그리고 멀리에서 공격할 수 있는 무기들을 준비해.”노대영의 가슴 깊은 곳에서 두려움이 급속히 퍼져갔다.허겁지겁 지시를 내리긴 했지만 겨우 쇳조각 몇 개로 염구준을 막겠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휙휙!염구준은 하늘을 가르며 날아오는 작살, 그물, 조명탄 따위를 보며 입꼬리를 비웃듯이 끌어올렸다.아직 사격거리에도 들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공격을 했기 때문이었다.‘적지 않게 겁을 먹었나 보네.’그는 생각했다. 역시나 첫 번째 공격은 전부 허탕이었다.염구준은 거대한 향유고래를 타고 빠르게 이동했고, 이윽고 두 번째 공격이 시작됐다.커다란 작살 하나가 고래의 머리를 향해 곧장 날아들었는데, 맞으면 죽지 않더라고 심각한 부상을 입을 게 뻔했다.우웅!염구준은 검기 한 줄기를 내보내 날아오던 작살을 두 동강 낸 뒤, 작살에 묶인 쇠사슬 위로 몸을 던져, 빠르게 어선으로 돌진했다.풍덩!향유고래는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물속으로 잠수했다.노대영은 염구준이 미친 듯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걸 보자마자 다급히 소리쳤다.“어서, 어서 배에 못 올라오게 사슬을 끊어!”그도 자신이 염구준과 맞서봤자, 단 한 줌의 승산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구자검법, 검일참공!”염구준은 배 위 인원들의 움직임을 보자마자 망설임 없이 강한 검술을 발동해 검기를 날렸다.제대로 검기를 축적하진 못했기에, 완벽하게 완성된 검일참공은 아니었고, 약간의 반동
파악!곧이어 물기둥이 하늘로 솟구치며 거대한 향유고래가 염구준과 멀지 않는 곳에 떨어진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마치 떠나기 아쉬워하는 듯했다.촤악!염구준은 몸을 날려 향유고래의 머리 위로 뛰어오른 뒤, 세 척의 어선 쪽으로 진기를 날려 물보라 일게 했다.이에 향유고래는 곧장 방향을 틀고, 어선을 향해 빠르게 헤엄치기 시작했다.말이 통하지 않아 이런 방식으로 밖에 교류할 수 없었지만 별로 큰 문제는 없었다.그 시각, 1호 어선은 다른 어선보다 조금 더 시끌벅적했다.노대영은 배의 지휘권을 장악한 뒤, 끝까지 저항한 소수만을 제거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포로로 붙잡아두었다.물론 그가 자비로워서가 아니었다.그저 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어떻게 복수하는지 지켜보게 하기 위해서였다.“대영 문주님, 준비 완료됐습니다. 언제든 시작 가능합니다.”노대영에게 붙은 아첨꾼 하나가 다가와 공손하게 말했다. 이번에 출정한 천기문 문도 중 절반 이상이 이미 노대영 편이었다.쿵!노대영은 부도 갑옷을 입은 채로 웃으면서 팔을 휘둘러 노신기를 바닥에 내던졌다.“악독한 놈. 네가 내 아버지를 죽였으니 난 오늘 아버지의 복수를 할 거다.”며칠 전에 대의를 위해서라면 혈연관계는 얼마든지 끊을 수 있다는 그의 말은 그저 노신기를 안심시키기 위함에 불과했다. 그의 가슴 속에 맺힌 복수심은 한순간도 식지 않았었다.“하아...”노신기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의 창백한 얼굴엔 깊은 후회가 서려 있었다.‘그때 불쌍해 보인다고 해서 검은 머리 짐승을 거두는 게 아니었는데.’그는 생각했다. “모든 일은 내가 벌인 거니까 찢어죽이든, 뭘하든 나한테만 해.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 건드리지 말고.”지금 이런 상황에 이른 이상, 그는 더 도리를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전에 이미 노대영에게 그의 출신을 말해주며 그의 아버지가 눈 깜빡하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는 변태 악마라고 말해주었으나 그는 전혀 듣지 않았기 때문에 말해봤자 쓸모가 없다는 걸 알아서였다.스승과 제자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