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하고 그녀는 또다시 고개를 돌려 염구준과 진숙영을 보며 교만한 표정을 지었다."염구준, 봤어? 이분이 바로 내 사돈이자 여가 쥬얼리의 사장님이셔!""사돈, 저 염 씨 녀석이 글쎄 사람을 시켜 여기서 연기를 하게 했지 뭡니까? 도련님들을 사칭하고... 아, 그리고 저 사람은 염구준의 장모이자 제 오랜 동창인 진숙영이에요! 오늘 반드시 저를 도우셔야 합니다. 저 친구가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하게 만들어야 해요!"여승지는 온몸이 얼어붙었고 이가 심하게 떨려왔다.이해했다!그는 모두 알아차렸다!눈앞의 저 염구준이라는 사람은 틀림없이 숨어 있는 귀한 명문가의 도련님일 것이다. 심지어 다섯 도련님을 제압할 수 있는 정도일 것이다! 이 빌어먹을 왕연이 염 도련님에게 미움을 산 것도 모자라 다섯 명의 도련님들까지 끌어들였다!심지어 이제 와서 여 씨 집안의 도움을 받으려 한다!여 씨 집안은 그녀로 인해 큰 화를 입을 것이다!"한 도련님!"순간 여승지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빠르게 한진에게 다가가 갑자기 한쪽 무릎을 꿇고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제 아들이 무식해 어리석은 제 장모에게 현혹되어 한 도련님의 친구를 불쾌하게 했나 봅니다. 용서해 주십시오!"뭐, 뭐라고?!여승지가 무릎을 꿇자, 연회장 전체가 바로 떠들썩해졌다.여휘조, 왕연, 고연민, 그리고 옆에 있는 20여 명의 경호원, 한 무리의 동창들까지... 모두 넋을 놓고 눈앞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들의 뇌리에는 한가지 생각이 저도 몰래 떠올랐다.저 용모가 뛰어나지 않은 청년이 정말 한씨 집안 도련님인 건가?그리고 답은 분명했다. 여승지는 한진을 잘못 알아볼 리가 없으며 이유 없이 일반인에게 인사를 하고 무릎까지 꿇으며 공손히 대할 리가 없다!그럼...이분이 한 도련님인 이상 다른 네 분의 신분은 말하지 않아도 뻔하다.분명 한 도련님과 동등한 지위를 갖고 있는 용하국의 5대 명문가 도련님일 것이다!"아버지... 아버지!"여휘조는 그제야 무언가를 깨달은 듯 깜짝 놀란 얼굴로 반
여승지는 벼락을 맞은 듯 머릿속에서 ‘쿵’하는 소리가 울렸다. 한쪽 무릎을 꿇고 있던 몸도 참다못해 살짝 휘청거렸고 속으로 조금의 요행도 바라지 않았다!염 선생님...‘방금 역시나 내 생각이 맞았어. 한 도련님마저 염 선생님이라고 부를 정도니, 여휘조 저 녀석과 왕연이 오늘 얼마나 무서운 사람에게 미움을 샀는지 뻔하지!’"사, 사돈?"한진과 다른 도련님의 신분은 더 이상 의심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왕연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일그러진 웃음을 띠고 말했다."다, 다시 한번 잘 보세요. 정말 한 도련님 맞아요? 잘못 본 거 아닙니까? 염구준이 어떻게 한 도련님 같은 분을 알겠어요? 게다가 도련님들을 모두 불러오다니 분명 말도 안 돼요! 쓸데없는 사람인 데다 데릴사위라..."‘찰싹!’또다시 맑은 소리를 내는 따귀다!"미쳤네!"여승지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세게 왕연의 뺨을 내리쳤다. 그리고 연거푸 그녀를 걷어차며 화난 목소리로 소리쳤다."도련님들 앞에서 감히 행패를 부려? 당신이 아니었다면 우리 아들이 오늘 도련님들께 미움 살 일이 있겠어? 그것도 모자라 우리 여 씨 집안까지 끌어들여서 당신을 돕게 하려고? 꿈도 꾸지 마!"말을 마치고 그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붉게 물든 눈동자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여휘조를 매섭게 노려보았다."쓸데없는 녀석! 지금 바로 두 가지 선택 기회를 줄게. 당장 고연민이랑 이혼한 뒤 왕연과 사이를 철저히 잘라내고 염 선생님과 도련님들께 큰절을 올려서 사죄드려! 그렇지 않으면 지금 당장 널 때려죽이고 여 씨 집안 족보에서 없앨 거다!"‘때려죽이고 족보에서 없애다니...’여휘조는 몸을 벌벌 떨었고 두려움으로 인해 심장이 터질 지경이었다!여 씨 집안은 여승지를 제외하고 또 여러 사촌 형제가 있다. 아무나 선택해도 여가의 가업을 이어받을 수 있기에 그가 있든 없든 중요치 않다!게다가 그가 오늘 건드린 것은 일반인이 아니라 다섯 명의 거물급 인물들이다... 아니, 다섯 명이 아니라 여섯 명이
그럼...손가을은 입술을 가볍게 깨물고 고개를 돌려 염구준의 옆모습을 보며 착잡한 눈빛을 드러냈다.옆에 서 있는 이 남자는 자기 남편이지만 마치 베일에 싸인 사람처럼 가까이에 있어도 멀리 있는 것 같았다. 아무리 큰 문제라도 그는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다.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문자 하나로 다섯 명의 도련님을 불러와 동창회에서 엄마의 체면을 세워주었다!‘구준 씨보다 더 훌륭한 사위가 또 있을까?’정답은 없을 것이다."한진 씨."외부인이 자리에 있으니, 한진에 대한 염구준의 호칭도 자연히 조금 달랐다. 그는 여가 부자와 왕연 모녀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오늘은 장모님의 동창회에요. 상황을 너무 보기 좋지 않게 하고 싶지 않네요. 상관없는 사람들은 모두 물러보내고 동창회를 계속 진행하는 게 어떨까요?"서로 의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진의 귀에는 다르게 들렸다.이것은 상의가 아니라 전신전 전주의 명령이다!"이리 와!"한진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손을 세게 흔들었다."여가 부자와 왕연 모녀를 전부 쫓아내고 지금부터 용두에 여가 쥬얼리는 더 이상 없을 거야! 바로 실행해!"연회장 밖에는 스프링 호텔에서 근무하는 50여 명의 경호원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와 여가 부자와 수행경호원을 모두 때려눕혀 발목을 잡아 연회장 밖으로 끌고 나갔다.그리고 왕연 모녀!이 악랄한 여인에게 경호원들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방망이로 정면을 내리쳤다. 왕연은 울며불며 난리가 났고 결국 몽둥이에 맞아 기절해 발목을 잡힌 채 밖으로 끌려 나갔다.연회장이 조용해졌다!바깥 복도에서 여승지의 울부짖는 소리만 간간이 들려왔다."한 도련님, 용서해 주세요... 이 녀석아, 진작 이혼하라고 했잖냐. 여가에는 이젠 너 같은 자식이 없다... 왕연, 우리 여가를 이렇게 만들었으니, 너도 잘 지낼 생각 하지 마! 여가를 위해 당신과 당신 딸을 죽일 거야..."소리가 점점 멀어지다 더 이상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사위 잘 둔 덕에 이제 재벌들과 한자리에 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민아!”함께 학교를 다닐 때도 곽민과 친하게 지냈고 방금 전 왕연이 못 되게 굴 때도 진숙영의 편을 들어준 건 곽민뿐이었기에 진숙영은 다른 사람들은 깔끔하게 무시한 채 곽민의 손을 잡고 환하게 웃어보였다.“이리 와. 우리 사위는 저쪽에 앉았어. 내가 소개해 줄게. 다른 도련님들한테 얼굴 도장도 찍을겸.”한편, 그녀의 말에 곽민은 안색이 창백하게 질리고 진숙영의 팔을 잡은 손에도 힘이 꽉 들어갔다.다른 도련님들?‘동창들 중에서 나름 잘 나간다는 애들도 도련님들에 비할 바야 못 되지.’곽민을 제외한 다른 동창들 역시 산해진미를 앞에 두고도 젓가락질 한 번 못한 채 눈치만 살필 뿐이었다.초특급 재벌들의 자제들, 그 수치를 헤아릴 수조차 없는 막대한 자산, 용하국 권력과 재력의 상징을 이렇게 직접 눈앞에서 본다는 것만으로도 가문의 영광이라 할 수 있는 일이었고 워낙 강력한 포스에 다들 인사는커녕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한편, 손가을의 손을 꼭 잡은 염구준은 다른 사람들에겐 눈빛도 주지 않은 채 바로 곽민의 앞으로 다가갔다.“방금 전, 상황에서 장모님의 편을 들어주신 건 사모님뿐이셨습니다. 저희 장모님과 아주 돈독한 사이신가 보네요. 그리고 아까 애기를 들어보니 사모님 남편분은 의대 출신이고 지금 사모님은 가정주부시라죠?”한진을 힐끗 돌아본 염구준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그건 한진 씨한테 맡기시죠.”‘한진한테 맡긴다고? 그... 그게 무슨 소리인지...’“아, 아니 그게...”한진을 힐끗 바라보던 곽민이 다시 잔뜩 겁 먹은 얼굴로 염구준을 돌아보았다. 정말 기가 많이 죽었는지 목소리마저 살짝 떨리고 있었다.“난 그냥 평범한 사람이야. 포부 같은 것도 별로 없고. 한진 대표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데... 내가 뭐라고 내 일자리까지 알아봐 주겠어.”이에 염구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살짝 웃었다.‘장모님 친구라는 것만으로도 그런 대접받으실 자격 충분한데.’“
방금 전엔 꽤 멀리 떨어져있어서 제대로 실감이 안 났다면 바로 눈앞에서 귀티가 좔좔 흐르는 얼굴을 보고 있자니 태산 같은 부담이 가슴을 턱 막고 있는 것 같은 기분에 말조차 꺼낼 수 없었다.“어머, 쟤 지금 그 사람들 옆에 앉은 거야?”“학교 다닐 때부터 숙영이랑 친했잖아. 룸메이트였을걸.”“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아까 상황에서 곽민 쟤만 숙영이 편 들어서 저런 대접받는 거 아니야. 솔직히 나도 나서려고 했는데 휴... 타이밍을 놓쳤네.”같은 공간, 다른 동창들은 멀리서 이 광경을 바라보며 부러운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그냥 옆자리에 앉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평생 자랑할 만한 얘기거리였으니까.“말씀 편하게 하세요. 저희보다 훨씬 더 어른이시잖아요. 모르는 사람들이야 저희더러 대표네, 도련님이네 하지만 어차피 아무 의미 없어요.”염구준의 부탁이니 한진 역시 곽민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었다.“사모님, 무슨 부탁이신지는 모르겠지만 뭐든 말씀하세요.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는 거라면 뭐든 돕겠습니다.”“그... 그게...”살아생전 한진 대표에게서 사모님 소리를 들을 줄이야.다리에 힘이 풀리는 기분에 살짝 휘청이던 곽민은 진숙영과 손가을의 부축을 동시에 받고 나서야 겨우 안정을 되찾고 용기를 내 말했다.“별 건 아니고... 내가 사실은 일자리를 못 찾는 게 아니라 안 찾는 거예요. 나이도 많고 손주도 봐줘야 하는데 출근까지 하면 체력이 못 따라갈 것 같아서요. 사실 문제가 있는 쪽은 우리 남편이에요. 이제 겨우 51살에 의사로서 능력도 나쁘지 않은데 동네 진료소에서 일하는 모습만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안 좋아서요. 그래도 왕년에는 용두 의대까지 나온 수재였어요. 솔직히 용두 대학병원에서 일하려고 했었는데 그땐 용두에서 방 한 칸 얻기 힘들 정도로 집안 사정이 안 좋아서... 결국 현실 앞에서 꿈을 접은 거죠.”곽민의 설명에 한진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용하국의 중심 도시로서 용두는 땅 한 평이 곧 금싸라기 같은 곳, 게다가 대학병원이 있는 곳
“아, 원장님. 참... 무슨 말씀을 드려야지 할지... 정말, 정말 너무 고맙습니다.”휴대폰을 꼭 쥔 곽민은 어찌나 기쁜지 횡설수설을 이어갔다.“내일 바로 그이 대학병원으로 보내겠습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참... 정말...”화상춘 역시 곽민의 감격스러운 감정을 그대로 느꼈는지 목소리가 한결 더 가벼워졌다.“제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인걸요. 감사인사는 한 대표님, 아니 염 대표님과 진숙영 여사님께 하시죠.”‘아, 맞네.’순간 멍한 표정을 짓던 곽민은 전화를 끊지도 않고 염구준과 진숙영을 향해 눈시울을 붉혔다.“숙영아, 구준아...”“아니에요, 사모님. 남편분 실력이 워낙 뛰어나시니 이런 기회도 오는 거죠.”그리고 염구준은 옅은 미소를 띤 채 질투와 부러움으로 가득한 표정의 다른 동창들을 향해 말했다.“이건 하늘에서 뚝 떨어진 행운이 아니라 평소 덕을 쌓은 덕분이라고 보는 게 맞죠. 사모님처럼 언제 어디서든 불의에 맞서고 맞는 건 맞다, 아닌 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게 대단한 분이시니 이런 행운과 기회도 찾아오는 겁니다. 다른 분들도 그렇게 생각하시죠?”염구준의 말에 다른 동창들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붉어졌다.하늘에서 떨어진 행운이 아니라 평소 덕을 쌓은 덕분이라는 말이 왠지 무겁게 느껴져 고개조차 들 수 없었다.“미... 미안해, 숙영아.”잠깐의 침묵 끝에 누군가 먼저 입을 열었다.“솔직히 왕연이 한 말 다 거짓말이라는 거 알고 있었어. 그런데 아까 그 상황에서 괜히 나섰다가 보복이라도 당하면 어쩌나 그게 무서워서 네 편 못 들어줬어...”“그래, 숙영아. 우리가 미안했어.”“숙영아, 아까 왕연이 그렇게 당할 때 솔직히 우리 다들 속이 시원했어. 그리고 네 덕분에 이렇게 높으신 분들과 같이 식사 자리도 함께 하고. 이런 영광을 어디서 누리나 그래.”“구준아, 우리가 원망스러운 마음은 알겠지만... 왕연 성격도 알잖아. 그래서 차마 말을 못 꺼냈어. 그런데 이번
염풍도?진영주와 인사를 나눈 염구준은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손가을과 시선을 마주쳤다.얼마 전 주작호 사고가 있었을 때 염구준은 염풍도의 자기장을 뚫고 손가을을 구조하는 데 성공했었다.그때 정확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다른 사람들은 모르고 있으니 지금까지도 공식적인 입장은 ‘염풍도의 천연 자기장이 갑자기 사라져 쌍둥이섬이라는 기묘한 자연경관을 만들어냈다’는 것뿐이었다.이런 뉴스가 자연스레 묻힐 수 있었던 건 뭐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야 먹고 살기 바쁘다 보니 이 세상 어느 한 곳에 그렇게 신기한 곳이 생겼구나라는 뉴스 한 줄로 넘겼던 무반응 덕분이었다.일일 소비금액만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럭셔리 휴가지를 갈 생각 자체를 아예 안 하고 있을 테니까.“글쎄 요즘 염풍도 모험이 그렇게 유행이라잖아.”향산 저택으로 향하는 길, 뒷자리에 앉은 진영주는 손가을과 진숙영의 팔을 번갈아 잡아당기며 재잘거림을 이어나갔다.“그런데 그 사람들이 뭘 발견했는지 알아? 글쎄 거기 화산이 있었대. 그 휴화산에서 특별한 자기장이 나왔던 건데 이젠 자기장이 거의 소모돼서 화산 온천만 남았대. 거기에 몸을 담그면 그렇게 편하다잖아.”“그래?”아무렇지 않은 척 되물었지만 손가을의 마음은 어느새 흔들리기 시작했다.자기장이 처음 사라졌을 때 손가을은 이미 염구준과 화산 모험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고 그 화산에서 옥패 하나를 발견했다. 지금까지 획득한 옥패는 총 3개, 옥패 하나, 하나마다 어마무시한 고대 비밀이 숨겨져있다고 하지만...손가을이 신경 쓰는 건 그게 아니었다.염구준과 결혼한 뒤로 제대로 된 웨딩촬영도, 신혼여행도 못 가본 터라 아쉬움이 많이 남은 그녀였다.“염풍도... 나도 가보고 싶어.”운전 중이던 염구준이 백미러로 손가을을 힐끗 바라보았다.“그래. 아, 물론 이번엔 제대로 준비하고 가자. 경호원들도 대동해서.”저번 납치사건이 깊은 트라우마로 남은 것도 있고 흑풍 조직까지 나타났으니 걱정이 앞서는 염구준이었다.정경림도, 용준영도 있고 뢰인과
원씨 가문 가주 원종, 나름 강자니까 우리 경호를 맡기기엔 충분해. 우리가 염풍도로 가기 전까지 무조건 모시고 올게. 여기에 경림 아저씨까지 합류하면 나름 안전할 거야. 기다리고 있어.”그리고 염구준은 단 이틀만에 모든 협상을 끝냈다.염구준이 직접 나선 이상, 원씨 가문에서 부탁을 거절할 리가 없었고 가주인 원종이 직접 최정상 고수 2명과 함께 청해시로 향해 정경림과 각각 손씨 그룹 본부와 항산 별장의 경호를 맡게 되었다.그렇게 손태석, 손씨 그룹 임원진들의 안전까지 보장한 뒤...“여긴 걱정하지 말고 재미있게 놀다와.”빈해 공항.손태석과 진숙영은 흐뭇한 얼굴로 염구준 일행을 바라보았다.“염 서방이 있어서 마음이 놓여.”손태석이 염구준의 어깨를 토닥였다.“희주도 학교에서 잘 지내고 있대. 경림이 형이 잘 지키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정경림, 용준영, 뢰인, 그리고 12명의 엘리트 경호원들이 학교 주위를 물 샐 틈 없이 지키고 있는 데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바로 지하 벙커로 옮기기로 되어 있어 흑풍 존주가 직접 오지 않는 한, 위험할 상황은 벌어질 리 없었다.그리고 흑풍 존주는...염구준과의 결투에서 중상을 입은 터라 완치까지 적어도 1년은 걸릴 것이니 그 동안은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되었다.“장인어른, 장모님, 그럼 저희 가보겠습니다.”그렇게 부푼 가슴을 안고 염구준 일행은 염풍도로 향했다....한편, 염풍도.“염구준이 이미 옥패 3개를 손에 넣었다고 합니다.”거센 파도의 바다 위, 20여 명의 장정들이 대형 선박 갑판 위에 서있다.그들 중 검은색 망토를 두른 이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조직에서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염구준이 염풍도로 향하고 있다고 한다.”이에 다른 남자들은 동시에 미간을 찌푸렸다.염구준이 자기장을 파괴하고 옥패까지 획득했다는 건 조직 내부에서 이미 공공연히 알고 있는 사실, 그런데...옥패까지 다 가져간 마당에 왜 다시 돌아온 걸까?“왜 다시 돌아온 건지 이유는 알 수 없어.”망토
스스로 조소하던 로사는 카트 아래에서 가운을 꺼내 몸을 감쌌다.상대방이 이런 취향이 아닌데 계속 이러고 있으면 오히려 반감만 생긴다.솔직히 처음으로 당당하게 남자를 유혹하려 하는데 단번에 거절당해서 매우 부끄러웠다.한참이 지나도 말을 하지 않자 염구준이 소녀의 생각을 추측했다.“내가 대신 복수해줘? 탈출시켜줘, 아니면 무공을 알려줘?”“전부 다요!”로사는 그가 전부 맞힐 줄은 상상도 못했다.염구준은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이 미리 쓴 원고를 던지며 말했다.“거기에 적힌 대로 하면 무공을 터득할 수 있어. 나머지는 너를 도와줄 의무가 없어.”그가 이렇게 호의를 베푸는 것은 소녀가 정말 무공을 배우기에 적합한 인재이기 때문이었다.로사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래도 강요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그럼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어요?”“말해.”마침 염구준도 시간이 있기에 로사의 말을 들어주고 나중에 복수하는 것을 포기시킬 생각이었다.그러면서 음식을 먹는 것을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로사는 일단 생각을 정리하고 조리 있게 말하기 시작했다.“난 고아예요. 아주 어릴 때 고아원에 들어갔었죠. 그곳은 낙원일 줄 알았는데 원장이 나를 신비한 조직에 팔아버렸어요. 나랑 함께 그곳에 간 아이들은 혹독하고 잔인한 훈련을 받으면서 피비린내 진동하는 살인 도구로 살았어요.”“그러다 반 년 전에 내가 조직의 두목을 죽이고 도망쳤어요. 그곳을 이가 갈리도록 원망해요. 선배님은 실력이 강한 무술인이란 걸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았어요. 나를 가엽게 여기고 옆에 하인으로 있게 해주면 안 돼요?”예상하지 못한 말에 염구준은 흠칫 놀라더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만약 네 말이 사실이라면 사정이 딱하긴 해. 그렇다고 난 도와주지 않아.”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지만 로사는 용하인이 아니기에 더더욱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그리고 곁에 하인을 두면 귀찮은 일만 생기기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무공 수련법 한 장을 준 것도 의리를 다한 셈이었다.“그래도 나를 구
염구준은 육신이 극한에 도달한 이후로 공격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너… 악!”촤아악!바다의 유령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비수를 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순식간에 뒷목에 서늘한 것이 스치는 것을 느끼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버렸다.나머지 여섯 명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피바다에 고꾸라졌다.“내가 준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자신을 탓해.”염구준은 검을 한바퀴 돌려 피를 털어버리고 검갑에 집어넣었다.그 동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깔끔했다.“다… 당신 사람을 죽였어.”먼 발치에서 사람이 죽는 장면을 본 선장은 너무 놀라 주저앉았다.로사는 그나마 무덤덤하고 나머지 선원들도 많이 놀랐는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솔직히 일곱 명의 무술인이 어떻게 죽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은혜도 모르는 놈들 죽어 마땅하지 않아요?”염구준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이런 악당들이 죽으면 아무도 자신들을 해치지 않아서 기뻐해야 할 마당에 선장은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보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그… 그래도 사람이잖아요.”이제 보니 선장은 그동안 잔인하게 고래를 잡았으면서 사람에게 관대했다.만약 염구준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로사는 비참하게 당했을 거고, 선장 일행은 비참하게 죽었을 것이다.그때 독수리가 기회를 잡고 맞장구를 쳤다.“저 사람들은 당신을 노리고 왔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우리가 억울하게 당한 거라고요. 당장 우리 선박에서 내려요!”“…”독수리의 말에 선원들은 경악하며 쳐다보았다.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정말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촤아악!염구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날카로운 검기를 내리치자 다들 너무 무서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안 돼요. 아직 아이란 말이에요.”분위기가 살벌해지자 로사가 반쯤 드러난 가슴을 감싸고 독수리의 앞을 막았다.구자검의 검기는 소녀의 옆을 스쳐 바다 표면에 물보라를 일으켰다.염구준은 공격하지 않고 협박투로 말했다.“또 나한테
드디어 구명보트를 탄 일행이 선장의 도움으로 선박으로 올라왔다.모두 여덟 명으로 그동안 먹지를 못했는지 몸은 수척해지고 탈수 증상이 있었다.“주방에서 음식들 갖고 와. 그리고 링겔을 놔줘.”선장은 일행은 관찰한 후 응급처치를 하기 시작했다.“그런데 음식은 그분한테 줘야 하는데요.”염구준을 무서워하는 선원 한 명이 작은 소리로 일깨워주었다.그러자 선장이 엄숙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일단 이 사람들 주고, 다시 만들어서 보내면 돼.”만약 염구준이 있었다면 일행을 전부 알아보았을 것이다.두 시간의 응급처치를 거쳐서 여덟 명은 드디어 혈색이 돌아왔다.아직 몸이 많이 허약하지만 그래도 목숨을 부지해서 참 다행이었다.“큰일은 없으니까 한동안 쉬면 괜찮아질 겁니다.”선장은 웃으면서 선원들에게 안으로 모셔서 쉬게 하라 일렀다.모두 마음이 어진 어부들이라 바다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보고도 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지금이야!”바로 그때, 돌변상황이 발생했다.구조된 일행 중에서 누군가 소리치자 여덟 명이 동시에 기운을 끌어올려 선원들을 공격했다.평범한 선원들은 저항하지도 못하고 단번에 제압당하고 말았다.“악!”로사는 모두가 방심한 틈을 타 종사지경에도 도달하지 못한 무술인의 목을 베었다.그런데 방금 공격으로 이미 기진맥진했다.“대장, 여자가 있어.”“가만히 있어. 내가 상대할게.”그들은 동료가 죽은 것도 개의치 않고 모두 로사의 몸매만 쳐다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쿵!대장이라는 무술인이 기운을 폭발시키더니 갑자기 덮쳐서 로사를 제압했다.“발버둥쳐. 반항해 봐. 그럴수록 더 흥분되니까. 하하하.”이렇게 혈기왕성한 모습이라니, 방금 전에 죽을 것처럼 시들시들하던 인간 같지 않았다.그 장면을 본 선장은 가슴이 칼로 에이는 것 같았다.지금까지 어부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이런 악당들을 만났다.“너희들 뭐하는 짓이야? 방금 우리가 너희를 살렸어.”선장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놈들의 행위가 이해되지 않았다.“우리를 구했다고?
“맞아.”염구준은 소녀의 몸에서 악한 기운을 느꼈지만 덤덤하게 말했다.기운만 보아도 사람 몇 명을 살해한 것 같았다.“날 잡으러 왔어요?”로사는 비수를 꽉 쥐고 또 물었다.“아니야. 길이나 안내해.”염구준이 그 사이 소녀를 관찰한 결과, 무술을 배우기에 좋은 재목이었지만 아쉽게도 인도할 스승이 없었다.두 사람은 오늘 처음 만났으니 더는 소녀의 일에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휴, 무례하게 대해서 죄송해요.”그제야 로사는 비수를 넣으며 사과했다.소녀는 앞장서 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금 싸우려는 자세만 봐도 건장한 남자를 상대하는 것은 문제없어 보였다.선장 침실에 도착하자 로사는 이불을 바꾸고는 한마디만 하고 떠났다.“쉬세요. 음식이 되면 여기로 가져다 줄게요.”“그래. 볼일 봐.”쿵!염구준은 문을 닫고 침대에 쓰러져서 잠들었다.이런 포근함을 오랜만에 느끼는 것 같았다.그리고 머릿속에 그동안 발생했던 일들을 정리했다.황계웅에게서 옥패의 단서를 발견하고, 유동심연에 도착했을 때 나머지 세력이 따라온 덕에 비슷한 정보를 얻었다는 것을 알아냈다.이 정보는 어쩌면 같은 사람이 흘렸을 수도 있다.그리고 심해에서 봤던 가짜 옥패는 흑풍의 표식을 남긴 것을 보아 틀림없이 그놈의 짓이다.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상황은 이랬을 것이다.몇 년 전에 흑풍이 심해에서 진짜 옥패를 찾았는데 위험한 곳이란 걸 알고 적을 죽이려고 함정을 판 것이다.마침 강적을 만난 그는 시기가 되자 일부러 고대 옥패의 단서를 남겨 죽이려고 했는데, 계획과 다르게 적의 육신이 극한 경지에 도달하게 만들었다.…이런 생각을 하다가 염구준은 잠에 빠졌다.밖에 날씨가 화창하고 바람도 적게 불어 항행하기 딱 좋았다.이번은 선장이 직접 나서서 전속으로 달리고 있었다.지금 그는 빨리 부두에 도착하여 염구준의 돈을 받는 즉시 선박에서 내보낼 생각이었다.어쩐지 그는 사람이 아니라 핵폭탄 같았다.조종석에서 할 일이 없는 몇몇 선원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잡
그의 재력이라면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 향유고래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바다가 고래의 고향이라 그러지 않았다.“선장, 고래가 엄청난데 잡지 않아요?”갑판에서 몸이 건장한 흑인 선원이 불만을 토로했다.눈앞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돈이니 그럴만했다.“독수리, 주둥이 닥쳐!”선장은 아직도 누군가 향유고래에 미련을 두자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보는 사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독수리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나머지 선원들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선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저기, 아직 볼일이 남았어요?”선장은 염구준이 조용히 앉아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요.”염구준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곳은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단 상륙한 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그게…”선장은 난처한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려우면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폭행을 휘두르면서 강요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선장의 태도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분명하게 말했다.선박은 어부들 것이니 강제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선장은 솔직하게 말했다.“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요. 이제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손해가 엄청납니다.”그들은 염구준이 무섭지만 돈을 벌지 못해 가족들이 굶는 것이 더 무서웠다.“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얼마를 원하세요? 육지에 도착하면 내가 줄게요.”염구준에게 있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100만 달러.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선장은 믿지 않는지 거액의 가격을 부르면서 떠보았다.듣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따져보면 수리비용, 연료, 인건비 등등 모두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으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이걸로 담보할게요. 어차피 당신네 선박에 있으니까 도망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상대방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주은 주먹
이튿날, 미지의 바다에서 향유고래 한 마리가 헤엄치고, 등에 한 사람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그 사람은 바로 염구준이었다.사방에 온통 푸른 바다라 지금 어느 곳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지금은 고래가 바닷가로 데려가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고래야, 잘 부탁한다.”“우웅!”둘은 서로의 말을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수시로 교류했다.염구준이 눈을 감고 운기조식하다가 배고프면 심해의 눈물로 에너지를 보충했다.신기한 것은 한 방울만 먹어도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뿌우우우웅!그때 멀리서 선박 소리가 들렸다. 염구준은 눈을 번쩍 뜨고 소리를 질렀다.“저기요! 여기 사람 있어요!”목소리에 기운을 담았더니 쩌렁쩌렁한 소리를 지를 때마다 수면이 음파에 진동하는 것 같았다.어디선가 나타난 선박에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슥!그런데 선박에 다가간 순간, 상대방이 고래를 잡는 쇠고랑을 발사하는 것이었다.염구준은 재빨리 검기로 밧줄을 잘라버렸다.선박은 그를 구하러 온 것이 아니라 향유고래를 잡으러 온 것이었다.생각하지 않아도 고래의 용연향을 얻기 위함일 것이다.스스슥!선박에 있는 사람들은 고장난 줄 알고 이번에 작살을 던졌지만 역시 염구준에게 잘려서 바다 밑으로 들어갔다.상대방과 가까워지자, 염구준은 그들의 선박에 번쩍 뛰어올라 엄숙하게 경고했다.“멈춰. 아니면 무력으로 대응할 거야.”선원들은 대부분 기운이 없는 평범한 어부였다.그들은 염구준이 먼 곳에서부터 뛰어올라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는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여기서는 고래를 잡는 걸 허락해요.”한참 뒤, 선장은 국제 감독기관에서 온 줄 알고 시큰둥하게 대답했다.“이 고래는 내 친구예요. 어떻게 할지 잘 알겠죠?”염구준은 선장을 노려보며 차갑게 되물었다.“알았어요. 이 사람 말을 못 들었어? 당장 작살을 내려놔!”선장은 상대방이 보통이 아니란 걸 눈치챘는지 바로 선원들에게 지시했다.그러자 당황한 선원들은 정신을 차리고 지시대로 작살을 내려놓았다.염구
감히 그의 전우나 다름없는 고래를 잡아먹으려고 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만약 향유고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지금쯤 심해 밑에서 죽었을 것이다.“염 선생님, 안 돼요!”당황한 노신기 일행이 다급히 나서서 말렸지만 염구준은 듣지 않았다.그는 요트를 타고 서해충에게 다가가 검을 휘둘러 공격했다.“당장 토해!”염구준은 두 손으로 검을 들고 번쩍 뛰더니 위에서 서해충을 자르려고 했다.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고래를 살려낼 것이다.“하악!”뿔난 서해충이 나지막하게 울부짖더니 커다란 입을 벌이고 염구준을 통째로 삼키고는 물속으로 들어갔다.그 장면을 본 사람들은 모두 경악하고 말았다.심지어 천기문의 고위층들도 진정할 수 없었다.“염 선생님!”“안 되겠어. 모든 음성탐지기를 던져!”노신기는 당황한 마음에 맞서 싸우려고 명을 내렸다.유동심연의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이번에 오면서 대량의 음성탐지기를 챙겼었다.그러나 워낙 위력이 강한 무기라 함부로 사용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염 선생님, 제발 잘 버텨줘요.’촤아악!이제 막 음성탐지기를 내려놓고 가동하려고 할 때 눈앞에서 거센 물보라가 솟구치는 것이었다.해저 지진으로 거센 파도가 밀려오면서 일으킨 쓰나미였다.“다들 선실로 들어가!”위급한 상황에서 노신기는 어쩔 수 없이 먼저 가문을 지켜야 했다.선박 세 척은 쓰나미에 밀려 먼 곳까지 흘러갔다.한편, 바다 밑은 난리도 아니었다.서해충 체내에 들어간 염구준은 선사 시대의 바다 생물과 전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그가 공격할 때마다 서해충은 심한 고통을 느꼈는지 커다란 몸집을 꿈틀거렸다.실은 서해충이 삼킨 것이 아니라 그것이 도망칠까 봐 염구준이 스스로 잡혀 먹힌 것이었다.한참 공격하면서 돌진했더니 드디어 향유고래가 있는 곳까지 다가갔다.“구자검법! 검일참공!”그는 기운을 폭증시켜 강력한 살술로 서해충의 몸에 길이가 10미터되는 상처를 냈다.잘린 부위에서 바닷물이 역류하여 들어올 때, 염구
동물의 감각은 때론 인간보다 훨씬 뛰어났다.특히 바다에서 자란 생물이라면, 웬만한 레이더보다도 훨씬 빨리 감지할 수 있었다.쿠쿵!혹시라도 싸울 수 있기 때문에 다들 몸에서 기운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아래쪽에서 뭔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어.”염구준은 날카로운 눈으로 바다밑을 바라보며 말했다. 작은 검은 점 하나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었다.아직 수면까지 오지도 않았는데, 그 그림자는 이미 성체 향유고래와 맞먹는 크기였다.‘설마, 진짜 서해충이 있는 건가?’“목표가 공격 범위에 진입했습니다. 모든 작살 준비 완료했습니다.”대원들은 지시가 떨어지고 나서 3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내에 모든 준비를 마쳤다.“쏴!”노신기는 참을성 없이 바로 명령을 내렸다.‘망했다!’염구준은 말리려고 했지만 결국 말리지 못했다.물속의 거대한 생물체는 어선보다도 커서 자칫하다간 오히려 배가 끌려갈 수도 있었다.슥! 슥! 슥!고래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세 척의 어선에서 수십 발의 대형 작살이 물밑의 검은 그림자를 향해 발사되었다.타겟의 몸집이 컸기 때문에 대부분의 작살이 정확하게 꽂힐 수 있었다.“끌어 올려!”노신기는 고래 잡이를 할 때 쓰던 방식을 운용하며 숙련하게 명령을 내렸으나 기계를 최대치로 올려도 타겟을 끌어오리지 못했다.이에 조타실에서 다급하게 소식을 전했다.“큰일입니다. 어선이 저것에 의해 유동심연 쪽 소용돌이로 끌려가고 있어요!”배는 엄청난 속도로 끌려갔다. 배 자체가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속도였다.“밧줄을 끊어!”염구준은 노신기의 무전기를 낚아채고 지휘권을 넘겨받았다.“속도가 너무 빠른 탓에 꽉 감겨서 끊을 수가 없습니다.”조타실에서 절박한 답변이 돌아왔다.현대식 어선은 전부 인공지능 시스템이라 이 상황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우웅!염구준은 결국 검기를 날렸고, 날카로운 검광이 연달아 번쩍이며, 단숨에 밧줄들을 잘라냈다.이에 배가 거대한 관성에 휘청이며 흔들렸고, 균
오늘 만약 염구준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들은 전부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빨리 항행하라고 하세요. 뭔가 이상합니다.”염구준의 갑작스러운 말에 사람들은 이해가 되지 않아 어리둥절해졌다. “네, 말하고 오겠습니다!”그러나 눈치가 생긴 사람들은 염구준의 뜻을 알지 못해도 그대로만 하면 된다는 걸 알고 있어 곧바로 달려갔다.그들은 염구준을 한치도 의심하지 않았다.염구준은 흡족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면을 바라보며 물었다.“스텔라성의 성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십니까?”이번에 스텔라성의 성주는 두 개의 판을 짰는데, 하나는 겉면으로 보이는 부성주 베르였고, 다른 하나는 오랫동안 숨어있던 노대영이었다. 다른 걸 다 따지고 나서 판을 짠 것만 본다면 정말 훌륭한 계획이었다.그랬기에 염구준은 그를 중시했다.노신기와 아타는 미간을 찌푸리고 서로를 바라본 뒤, 늙은 아타가 입을 열었다. “성주의 이름은 노세입니다. 압도적인 실력의 소유자로, 진 적이 없습니다.”“하지만 지난 20년간, 외부에서는 그의 모습을 본 이가 없습니다. 폐관 중이라는 소문도 있고, 이미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지요.”“그의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라, 저희도 아는 게 많지 않습니다.”이야기를 들은 염구준은, 오히려 흥분한 듯한 웃음을 지었다.“흐음, 전부 사실이라면 꽤 괜찮은 상대가 되겠군요.”방금, 막 육체의 극한을 돌파한 염구준은 적당한 시험 상대가 필요했다.‘대단해.’주변 고위 간부들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염구준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다만 약간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었다.스텔라성 성주 같은 괴물은, 대부분 기겁하며 피하려 하는데, 정면 승부를 기대한다니까 말이다.“그나저나 염 선생님, 전에 올라오실 때, 인원이 적던데, 혹시 아래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노신기는 다른 걸 얘기하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아, 이거 아십니까?”그의 손에는 투명한 비닐에 담긴 작은 물방울이 들려 있었는데, 외부에는 진기가 감돌았다.‘어라?’조금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