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쪽한테 연락해!”멘딘 해니가 느끼한 미소를 지었다.“오늘 밤 6시, 용지 호텔에서 만나자고 말이야. 손가을, 그 여자와 깊은 대화를 나눠야겠어.”당일 저녁 6시, 용지 호텔.사치스럽다는 단어를 실체화하면 이런 곳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화려한 이곳은 멘딘 가문이 운영하는 호텔 중 하나이자 연맹이 고객을 접대하는 장소기도 했다.전 세계 유명 셰프들이 직접 만든 산해진미, 동남아 특산품인 신선한 과일들, 그리고 억대의 고급 술까지.이 모든 것이 바로 손가을을 위해 준비된 것이었다.“6시네. 이제 곧 꿈에 그리던 미인을 만날 수 있겠어.”룸 앞.눈이 이미 뜨겁게 달아오른 멘딘 헤니는 자꾸만 복도 쪽을 힐끗거리며 중얼거렸다.그리고 그의 곁을 지키는 보디가드의 이름은 라오프, 2미터가 넘는 거구에 밀리터리룩에 험한 표정, 그리고 허리춤에 차고 있는 군용 나이프까지. 보통 사람은 말조차 걸 수 없을 정도로 거칠고 강한 포스를 자랑했고 해니의 오른쪽에는 이번 미팅 담당자이자 멘딘 가문의 집사 역할을 하고 있는 솔라공이 서있었다.“약속 시간까지 아직 2분 정도 남았습니다.”시간을 확인한 솔라공이 말했다.“용하국 사람들은 워낙 시간 개념이 철저하니 지각은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도련님, 이번 미팅은 몸을 좀 사리시는 게 어떨지요. 손 대표 보디가드라는 염구준 말입니다. 용하구 북부에서 군인으로 있었다는데 제가 아는 정보망 모두를 뒤져봐도 그자의 정보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정보를 찾을 수 없어?’솔라공의 조언에도 멘딘 해니는 딱히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용하국 내부 자료니 미처 알아내지 못했을 수도 있고 설령 찾지 못한다 해도 그건 아마 별 볼일 없는 말단 군인이니까 그렇겠거니 싶었다.‘나더러 몸을 사리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이곳은 동남아, 멘딘 가문의 구역이다. 일개 용하국 퇴역 군인 따위가 설칠 수 있는 곳이 아니야. 용하국은 세계 5대 나라 중 하나지만 군인 한 명으로 외교 문제로 번질 리도 없고. 염구준이고
살짝 당황하던 솔라공은 먼저 인사를 나눈 뒤 뒤에 있는 멘딘 해니를 소개했다.“미팅 전 소개해 드릴 분이 있습니다. 이쪽은 저희 멘딘 가문의 후계자이신 멘딘 해니님이십니다. 앞으로 무역 관련해선 해니 도련님께서 담당하시게 될 테니...”하지만 이미 이성 따위 욕정으로 가득 뒤덮인 멘딘 해니는 솔라공의 말이 채 끝나지 않았음에도 손가을을 향해 손을 뻗었다.“대표님. 정말 아름다우십니다. 이렇게 아름다우신 분은 처음이에요. 아, 왜 이런 말이 튀어나온 거지... 뭐 비즈니스 협력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하, 저게 그 유명한 바람둥이 멘딘 해니란 말이지?’“만나서 반갑습니다.”경박한 말투며 행동이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비즈니스 자리인만큼 손가을은 최대한 예의를 갖추어 악수에 응했다.살짝 터치만 하고 손을 빼려던 그때.“손이 참 부드러우시군요.”기다리고 기다리던 스킨십 기회를 놓칠 리 없는 멘덴 해니는 그녀의 손을 꽉 부여잡았다.“대표님, 동남아에 대해 얼마나 아십니까? 뭐 공적인 일이야 저희가 고개만 끄덕이면 아래 사람들이 알아서 할 일이고... 전 대표님과 사적인 친분을 맺고 싶은데. 친구로 지내시는 게 어떨까요?”‘친구 좋아하시네.’무례한 요구와 꽉 잡은 손에서 은은하게 느껴지는 통증에 손가을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제가 대신 얘기하겠습니다.”이때 보다 못한 염구준이 멘딘 해니의 오른손을 살짝 잡았다.“해니 씨, 저희는 일 얘기만 하러 왔습니다.”콰직.살짝 힘을 줬을 뿐이지만 손목이 부러질 것만 같은 고통에 멘딘 해니는 기겁하며 손을 거둬들이려 했다.“이거 놔. 이거 놓으라고. 어디서 보디가드 주제에 비즈니스 자리에 입을 열어. 그리고 감히 멘딘 가문의 후계자인 내 몸에 손까지 대? 이게 정말 죽으려고.”‘보디가디 주제에?’하지만 염구준은 여전히 손에 힘을 준 채 대답했다.“해니 씨께서 오해하신 모양인데 제가 손 대표 경호원인 건 맞지만 일반 경호원은 아닙니다. 전 손씨 그룹의 경호팀 팀장이자 이사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하하!"염구준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멘딘 해니를 살짝 잡아당겼고, 군도 칼날을 회수한 뒤 그를 꽉 껴안으며 말했다."해니 도련님, 제 고향에서는 이렇게 악수를 가까이할수록 더 열정적인 거랍니다!""방금 제 아내에게 너무 열정적이셔서, 저 또한 도련님께 더욱 열정적으로 대한 거였으니 예의에 어긋나지는 않은 거겠죠?"쓱!공중에서 라오프의 군도가 갑자기 멈췄고, 멘딘 해니의 머리에 거의 꽂힐 뻔했다.멘딘 해니는 잠시 넋을 잃더니, 뼈가 쪼개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 손목을 주무른 뒤, 뒤를 돌아 손가을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고향에서 이런 식으로 악수를 한다고?오늘 제대로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을 알려줘야겠군!’"염 선생님이라고 하셨죠? 만나서 반갑네요!"멘딘 해니는 손목을 문지른 후 열정적인 척 염구준을 껴안았고, 염구준의 귀에 입을 갖다 대었다.그의 목소리는 매우 낮았고, 말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염 선생님, 정말 대단하네요, 방금 내 손목이 으스러졌어요.""내 추측이 맞다면 당신은 라오프와 마찬가지로 무인이겠죠?""당신이 내진종사이든, 정진왕자이든 우리 멘딘 가문한테는 다 쓰레기나 마찬가지예요! 말해 보시죠, 당신이 원하는 조건이 뭡니까? 손가을 씨만 포기한다면 어떤 조건이든 다 들어줄 수 있습니다."이 겁 없는 바람둥이는 확실히 손가을을 노리고 있었다! "멘딘 해니 씨, 용하국에 이런 옛말이 있습니다. 음탕한 것에는 위험이 따른다고요."염구준 또한 목소리를 낮추며 냉랭하게 대꾸했다."내가 당신을 죽이려 한다면 그 누구도 당신의 생명을 지켜줄 수는 없을 겁니다.""멘딘 가문이든, 멘딘 연맹이든, 심지어 동남아의 모든 군대가 총 출동한다고 해도 난 당신의 목을 베어버릴 수 있습니다!""그러니 살고 싶다면 얌전히 협조하시고, 죽고 싶다면, 기꺼이 도와드리죠!"염구준의 협박은 당연히 멘딘 해니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그만한 자신감이 있었다! 위엄 있는 멘딘 가문은 동남아시아를 지배하고 있었고, 십
그는 바보가 아니었다! 염구준은 멘딘 해니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린 뒤 놀란 표정으로 가득 찬 손가을을 돌아보며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가을아, 해니 도련님께서 매우 열정적이셔서 아주 즐겁게 얘기를 나눴어."‘즐겁게라니…’멘딘 해니의 안색이 바뀌더니 천천히 몇 걸음 물러난 후 갑자기 손을 흔들었다. "라오프, 솔라공, 오늘 비즈니스 회담은 끝났으니 이만 가지!"말을 마친 그는 염구준을 매섭게 쳐다보다가 손가을의 예쁜 얼굴을 힐끗 훑어본 뒤 팔을 휘두르며 라오프와 솔라공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 "구준 씨?"손가을은 멘딘 해니의 뒷모습을 보았고, 떨리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한 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염구준의 팔을 잡았다."방금 무슨 얘기를 한 거야? 해니 씨가 분명 화가 난 것 같은데.""어…… 방금 부지 얘기를 한 걸 들은 것 같은데? 그 사람이 우리한테 부지를 주겠다는 거야? 그리고 그 사람 태도가 너무 이상했어, 나한테……"염구준은 아내의 손을 잡고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할 말은 이미 끝났으니 이제 멘딘 해니가 어떻게 반응할지 지켜봐야 했다.만약 그가 이해했다면 순순히 무역항을 개방하고 용하국과 협력을 맺어야 할 것이다.이해하지 못했다면……그럼 그에게 전신전 전주의 수단을 보여줄 수밖에! ..."망할 염구준!"호텔 정문 밖에서 멘딘 해니는 연장 방탄차에 올라타 시가를 입에 꽉 문 채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어떻게 그 자식이 용하국 사람일 수 있느냔 말이야, 게다가 나를 협박해?!"‘용하국 사람이라고?’전용차 뒷좌석에 앉아 있던 라오프와 솔라공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용하국은 무적이지 않은가! 오늘날 세계 5대 강대국의 수장이며, 공개적으로만 5개의 군단이 있었고 각 군단마다 한 명의 전신이 진수하여 용하국의 종합적인 힘은 전 세계적으로도 강력했다! 멘딘 가문은 용하국에 비하면 새 발의 피나 다름이 없었고, 전혀 같은 수준이 아니었다!"염구준의 정체는 확실히 좀 수상하단 말이지."솔라공은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작
이게 무슨 뜻이지? 고의로 염구준을 자신의 곁에서 떼어놓으려는 속셈인가? "구준 씨."문자 메시지를 읽은 후 손가을은 얇은 입술을 깨물며 옆에 있는 염구준을 바라보았다. "양자 무역은 우리 그룹에게 매우 중요해. 코코넛 스킨케어 계열은 이곳의 코코넛 열매가 필요하고, 우린 반드시 쟁취해야 해.""나… 내일 나 혼자 약속 장소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해?"염구준은 미소를 지었다."괜찮아."그는 손가을의 손을 잡았고, 그의 미소에는 언제나처럼 강한 자신감이 담겨 있었다. "가고 싶으면 가야지, 망설이지 마. 난 항상 당신을 위하고 있으니까!"그의 말에 손가을은 안심했고, 염구준의 눈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응!"...다음날 아침, 정각 8시.호텔 문 앞에서 멘딘 해니는 12대의 장갑차 호위대와 함께 글로벌 한정판 은색 코닉세그를 직접 운전해 왔으며, 그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패기가 넘쳤다. "구준 씨, 멘딘 해니가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어."손가을은 방금 갈아입은 정장 투피스를 입고 바닥에서 천장까지 이어지는 창문 앞에 서 있었다.그녀는 창문을 통해 호텔 앞의 장갑 호위대를 바라보았고, 그녀의 예쁜 얼굴은 불안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럼… 이제 아래층으로 내려갈게?"그러자 염구준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걸 챙겨가."그는 주머니에서 작고 정교한 여성용 손목시계를 꺼내 손가을의 오른쪽 손목에 착용해 주었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당신이 있는 곳에 내가 있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구준 씨는 절대 날 속이지 않아…’손가을은 고개를 숙여 시계를 보았고, 그녀의 예쁜 얼굴이 약간 붉어지며 남편의 뺨에 부드럽게 입을 맞춘 다음 스위트룸에서 나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멘딘 해니, 정말 나를 이렇게 쉽게 따돌릴 수 있다고 생각해?"염구준은 창문으로 걸어가 아래층에 있는 코닉세그를 바라보며 차가운 미소를 지은 뒤 즉시 휴대폰을 꺼내 현지 전화번호를 눌렀다.아모스 렌터카 회사의 번호였다!"이건……"같
아모스 회사는 다양한 렌터카 모델을 제공하고 있으며, 글로벌 한정판 최고급 스포츠카든, 가장 일반적인 비즈니스 모델 차량이든, 고객이 필요로 하는 한 언제든지 렌트할 수 있다.하지만 모델이 고가일수록 보증금도 높아졌기에, 이렇게 고급스러운 렌터카를 원하는 회원을 직원도 처음 접해보는 것이었다! "지존 회원이시라면 보증금은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접수원은 감히 소홀히 할 수 없어 재빨리 멤버십 서비스 항목을 둘러본 뒤 설명하기 시작했다."고객님, 몇 억 상당의 람보르기니를 약 10분 안에 배치해 두겠습니다."‘십분? 충분해!’염구준은 "네"라고 대답한 뒤 전화를 끊고 재빨리 휴대폰에서 앱 하나를 열었다.전신전 내부 앱인, 추척 앱이었다! 권한 명령이 없다면 해당 앱을 실행해도 일반적인 호텔 조회 소프트웨어일 뿐이었지만, 지정된 명령 코드만 입력하면 실제 기능이 즉시 구현되었다.이 앱의 가장 강력한 점은 전자 추적이다!손가을의 손목에 있는 여성용 시계는 전신전 위성 조직에 직접 연결되어 기지 본부와 완벽한 정보 동기화를 이루어 낸다.실시간 위치 추적은 2미터 이내로 매우 정확했고, 오늘날 GPS 기능의 정점에 이르는 수준이었다! "가을이의 현재 위치는... 용지 시 시내 상가이군."염구준이 권한 명령을 입력하자 휴대폰 화면에서 깜빡이는 붉은 빛을 주시했고,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매우 정상이다. 깜박이는 붉은 빛은 손가을의 심장박동 수를 나타내며, 현재로서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그 손목 시계는 단순히 위치 추적 기능만 제공하는 것이 아닌, 염구준이 그녀를 위해 준비한 생명을 구하는 수단이기도 했다!위기의 순간에서 그는 시계 내부에 설치된 초음파 탐지기를 원격 제어해, 순식간에 음파를 방출해 100미터 내의 모든 사람들을 즉시 혼수상태에 빠지게 할 수 있었다! 물론 손가을 자신도 이러한 무차별적인 공격에 예외는 아니었고, 잠에서 깬 후 약간의 현기증을 느낄 뿐 그녀의 절대적인 안정은 보장할 수 있었다. 약 10분 뒤…
"하지만 이런 형식적인 협력은 당연히 함부로 할 수는 없겠죠. 제가 이미 개인적으로 간단한 연회를 준비해 놓았으니 술 한잔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건 어떻겠습니까? "‘술을 마시자고?’손가을의 예쁜 얼굴은 다소 고민에 빠진 듯했고, 잠시 머뭇거린 후 손 씨 그룹의 코코넛 수요를 고려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월척이다!’멘딘 해니는 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했고, 그의 눈에는 불길한 기운이 번쩍이며 즉시 손을 흔들었다."그럼 갑시다!"부르릉!호위대는 교외 도로를 따라 다시 출발했고, 용지 시 북부 교외에 있는 고급 개인 와이너리로 빠르게 향했다.한편. "가을이의 좌표가 또 바뀌었잖아!"멘딘 해니의 차량 행렬에서 약 2km 떨어진 곳에 있는 염구준은 람보르기니를 몰고 휴대폰 화면의 붉은빛을 유심히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뭔가 잘못되었다!추적 신호에 따르면 붉은빛의 박동 빈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즉, 손가을의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며 그녀가 긴장을 하고 있다는 걸 의미했다. "멘딘 해니, 당신 목숨을 소중히 여기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염구준은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눈을 더욱 가늘게 뜬 채 오른발로 천천히 액셀을 밟았다! 쉬익! 람보르기니는 빠르게 달려 손가을이 있는 방향으로 접근했다!...약 30분 후, 용지 시 비너스 프라이빗 와이너리.손가을을 환영하기 위해 멘딘 해니는 확실히 잘 준비해 놓고 있었고, 와이너리 전체에 등불과 꽃으로 장식을 해 놓았다.심지어 직원들도 특별히 용하국의 전통 의상을 입고 있었고, 20개가 넘는 술상 위에는 특산 과일과 값비싼 와인이 가득했다."가을 씨, 여기로 모실게요!"라오프가 뒤를 따랐고, 멘딘 해니가 앞장서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꺼냈다."이곳의 와인들은 모두 50년이 넘은 고급 와인입니다, 심지어는 돈으로도 살 수 없죠!""가을 씨 같은 미인만이 이런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여기!"멀지 않은 곳에서 멘딘 가문의 직원 세
와인을 맡은 후, 손가을은 마음이 조금 풀렸다. 그녀는 잔에 든 와인을 다 마시지 않고, 멘딘 해니와 잔을 부딪친 후 가볍게 한 모금 마시고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제가 술을 잘 못 마셔서, 해니 씨한테 미안하네요."그렇게 말하고, 다 마시지 않은 잔을 다시 하녀가 들고 있는 쟁반에 갖다 놓았다.하하하, 가을 씨는 역시 시원시원하네요!"멘딘 해니는 큰 소리로 웃으며 자신의 와인을 단숨에 마신 후 손을 흔들며 말했다."계약서에 이미 서명했으니 지금 가을 씨를 호텔로 데려다줄게요. 라오프,출발해!"‘부릉부릉!’그의 차량 대열은 다시 출발하여 개인 와이너리를 천천히 떠나 용지 시내로 계속 접근했다.용지시 외곽에 도착할 무렵."음......"코닉세그의 조수석에 앉은 손가을은 몸이 약간 흔들리고, 힘이 점차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운전하고 있는 멘딘 해니를 쳐다보았고, 갑자기 마음속에 불안감이 엄습했다."해니 씨, 저, 왜 갑자기 머리가 어지럽죠? 설마 술에..."술에는 당연히 무언가가 섞여 있었겠지!"가을 씨, 내 땅은 공짜가 아니에요!"지금 멘딘 해니는 더 이상 가식을 떨 필요가 없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얼굴이 새빨개진 손가을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당신은 내 땅을 가지고, 난 당신이랑 자고. 얼마나 공평해요!""내가 당신을 어디로 데려가는지 알아요? 30킬로만 더 가면 내 개인 장원이야. 내가 당신에게 여자로서의 즐거움을 맛보게 해줄 거고, 나한테 철저히 복종하게 할 거야!"‘멘딘 해니, 이 짐승만도 못한 놈!’이 순간, 손가을의 얼굴은 절망으로 가득했고, 어지러움은 점점 더 심해졌다. 지금 그녀의 마음속에는 단 한 가지 생각뿐이다.‘구준 씨... 나 좀 구해줘!’지금 이 순간, 염구준의 눈빛은 차가웠고, 그의 람보르기니는 질주하고 멘딩 해니의 차량 대열에 빠르게 접근하고 있었다.손가을이 위험하다!휴대폰 화면에는 손가을의 심박수가 계속해서 느려지고 있었고, 이미 분당 심박수가 35회로 떨어졌다. 일
그의 재력이라면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 향유고래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바다가 고래의 고향이라 그러지 않았다.“선장, 고래가 엄청난데 잡지 않아요?”갑판에서 몸이 건장한 흑인 선원이 불만을 토로했다.눈앞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돈이니 그럴만했다.“독수리, 주둥이 닥쳐!”선장은 아직도 누군가 향유고래에 미련을 두자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보는 사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독수리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나머지 선원들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선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저기, 아직 볼일이 남았어요?”선장은 염구준이 조용히 앉아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요.”염구준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곳은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단 상륙한 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그게…”선장은 난처한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려우면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폭행을 휘두르면서 강요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선장의 태도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분명하게 말했다.선박은 어부들 것이니 강제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선장은 솔직하게 말했다.“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요. 이제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손해가 엄청납니다.”그들은 염구준이 무섭지만 돈을 벌지 못해 가족들이 굶는 것이 더 무서웠다.“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얼마를 원하세요? 육지에 도착하면 내가 줄게요.”염구준에게 있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100만 달러.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선장은 믿지 않는지 거액의 가격을 부르면서 떠보았다.듣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따져보면 수리비용, 연료, 인건비 등등 모두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으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이걸로 담보할게요. 어차피 당신네 선박에 있으니까 도망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상대방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주은 주먹
이튿날, 미지의 바다에서 향유고래 한 마리가 헤엄치고, 등에 한 사람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그 사람은 바로 염구준이었다.사방에 온통 푸른 바다라 지금 어느 곳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지금은 고래가 바닷가로 데려가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고래야, 잘 부탁한다.”“우웅!”둘은 서로의 말을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수시로 교류했다.염구준이 눈을 감고 운기조식하다가 배고프면 심해의 눈물로 에너지를 보충했다.신기한 것은 한 방울만 먹어도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뿌우우우웅!그때 멀리서 선박 소리가 들렸다. 염구준은 눈을 번쩍 뜨고 소리를 질렀다.“저기요! 여기 사람 있어요!”목소리에 기운을 담았더니 쩌렁쩌렁한 소리를 지를 때마다 수면이 음파에 진동하는 것 같았다.어디선가 나타난 선박에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슥!그런데 선박에 다가간 순간, 상대방이 고래를 잡는 쇠고랑을 발사하는 것이었다.염구준은 재빨리 검기로 밧줄을 잘라버렸다.선박은 그를 구하러 온 것이 아니라 향유고래를 잡으러 온 것이었다.생각하지 않아도 고래의 용연향을 얻기 위함일 것이다.스스슥!선박에 있는 사람들은 고장난 줄 알고 이번에 작살을 던졌지만 역시 염구준에게 잘려서 바다 밑으로 들어갔다.상대방과 가까워지자, 염구준은 그들의 선박에 번쩍 뛰어올라 엄숙하게 경고했다.“멈춰. 아니면 무력으로 대응할 거야.”선원들은 대부분 기운이 없는 평범한 어부였다.그들은 염구준이 먼 곳에서부터 뛰어올라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는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여기서는 고래를 잡는 걸 허락해요.”한참 뒤, 선장은 국제 감독기관에서 온 줄 알고 시큰둥하게 대답했다.“이 고래는 내 친구예요. 어떻게 할지 잘 알겠죠?”염구준은 선장을 노려보며 차갑게 되물었다.“알았어요. 이 사람 말을 못 들었어? 당장 작살을 내려놔!”선장은 상대방이 보통이 아니란 걸 눈치챘는지 바로 선원들에게 지시했다.그러자 당황한 선원들은 정신을 차리고 지시대로 작살을 내려놓았다.염구
감히 그의 전우나 다름없는 고래를 잡아먹으려고 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만약 향유고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지금쯤 심해 밑에서 죽었을 것이다.“염 선생님, 안 돼요!”당황한 노신기 일행이 다급히 나서서 말렸지만 염구준은 듣지 않았다.그는 요트를 타고 서해충에게 다가가 검을 휘둘러 공격했다.“당장 토해!”염구준은 두 손으로 검을 들고 번쩍 뛰더니 위에서 서해충을 자르려고 했다.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고래를 살려낼 것이다.“하악!”뿔난 서해충이 나지막하게 울부짖더니 커다란 입을 벌이고 염구준을 통째로 삼키고는 물속으로 들어갔다.그 장면을 본 사람들은 모두 경악하고 말았다.심지어 천기문의 고위층들도 진정할 수 없었다.“염 선생님!”“안 되겠어. 모든 음성탐지기를 던져!”노신기는 당황한 마음에 맞서 싸우려고 명을 내렸다.유동심연의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이번에 오면서 대량의 음성탐지기를 챙겼었다.그러나 워낙 위력이 강한 무기라 함부로 사용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염 선생님, 제발 잘 버텨줘요.’촤아악!이제 막 음성탐지기를 내려놓고 가동하려고 할 때 눈앞에서 거센 물보라가 솟구치는 것이었다.해저 지진으로 거센 파도가 밀려오면서 일으킨 쓰나미였다.“다들 선실로 들어가!”위급한 상황에서 노신기는 어쩔 수 없이 먼저 가문을 지켜야 했다.선박 세 척은 쓰나미에 밀려 먼 곳까지 흘러갔다.한편, 바다 밑은 난리도 아니었다.서해충 체내에 들어간 염구준은 선사 시대의 바다 생물과 전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그가 공격할 때마다 서해충은 심한 고통을 느꼈는지 커다란 몸집을 꿈틀거렸다.실은 서해충이 삼킨 것이 아니라 그것이 도망칠까 봐 염구준이 스스로 잡혀 먹힌 것이었다.한참 공격하면서 돌진했더니 드디어 향유고래가 있는 곳까지 다가갔다.“구자검법! 검일참공!”그는 기운을 폭증시켜 강력한 살술로 서해충의 몸에 길이가 10미터되는 상처를 냈다.잘린 부위에서 바닷물이 역류하여 들어올 때, 염구
동물의 감각은 때론 인간보다 훨씬 뛰어났다.특히 바다에서 자란 생물이라면, 웬만한 레이더보다도 훨씬 빨리 감지할 수 있었다.쿠쿵!혹시라도 싸울 수 있기 때문에 다들 몸에서 기운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아래쪽에서 뭔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어.”염구준은 날카로운 눈으로 바다밑을 바라보며 말했다. 작은 검은 점 하나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었다.아직 수면까지 오지도 않았는데, 그 그림자는 이미 성체 향유고래와 맞먹는 크기였다.‘설마, 진짜 서해충이 있는 건가?’“목표가 공격 범위에 진입했습니다. 모든 작살 준비 완료했습니다.”대원들은 지시가 떨어지고 나서 3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내에 모든 준비를 마쳤다.“쏴!”노신기는 참을성 없이 바로 명령을 내렸다.‘망했다!’염구준은 말리려고 했지만 결국 말리지 못했다.물속의 거대한 생물체는 어선보다도 커서 자칫하다간 오히려 배가 끌려갈 수도 있었다.슥! 슥! 슥!고래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세 척의 어선에서 수십 발의 대형 작살이 물밑의 검은 그림자를 향해 발사되었다.타겟의 몸집이 컸기 때문에 대부분의 작살이 정확하게 꽂힐 수 있었다.“끌어 올려!”노신기는 고래 잡이를 할 때 쓰던 방식을 운용하며 숙련하게 명령을 내렸으나 기계를 최대치로 올려도 타겟을 끌어오리지 못했다.이에 조타실에서 다급하게 소식을 전했다.“큰일입니다. 어선이 저것에 의해 유동심연 쪽 소용돌이로 끌려가고 있어요!”배는 엄청난 속도로 끌려갔다. 배 자체가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속도였다.“밧줄을 끊어!”염구준은 노신기의 무전기를 낚아채고 지휘권을 넘겨받았다.“속도가 너무 빠른 탓에 꽉 감겨서 끊을 수가 없습니다.”조타실에서 절박한 답변이 돌아왔다.현대식 어선은 전부 인공지능 시스템이라 이 상황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우웅!염구준은 결국 검기를 날렸고, 날카로운 검광이 연달아 번쩍이며, 단숨에 밧줄들을 잘라냈다.이에 배가 거대한 관성에 휘청이며 흔들렸고, 균
오늘 만약 염구준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들은 전부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빨리 항행하라고 하세요. 뭔가 이상합니다.”염구준의 갑작스러운 말에 사람들은 이해가 되지 않아 어리둥절해졌다. “네, 말하고 오겠습니다!”그러나 눈치가 생긴 사람들은 염구준의 뜻을 알지 못해도 그대로만 하면 된다는 걸 알고 있어 곧바로 달려갔다.그들은 염구준을 한치도 의심하지 않았다.염구준은 흡족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면을 바라보며 물었다.“스텔라성의 성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십니까?”이번에 스텔라성의 성주는 두 개의 판을 짰는데, 하나는 겉면으로 보이는 부성주 베르였고, 다른 하나는 오랫동안 숨어있던 노대영이었다. 다른 걸 다 따지고 나서 판을 짠 것만 본다면 정말 훌륭한 계획이었다.그랬기에 염구준은 그를 중시했다.노신기와 아타는 미간을 찌푸리고 서로를 바라본 뒤, 늙은 아타가 입을 열었다. “성주의 이름은 노세입니다. 압도적인 실력의 소유자로, 진 적이 없습니다.”“하지만 지난 20년간, 외부에서는 그의 모습을 본 이가 없습니다. 폐관 중이라는 소문도 있고, 이미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지요.”“그의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라, 저희도 아는 게 많지 않습니다.”이야기를 들은 염구준은, 오히려 흥분한 듯한 웃음을 지었다.“흐음, 전부 사실이라면 꽤 괜찮은 상대가 되겠군요.”방금, 막 육체의 극한을 돌파한 염구준은 적당한 시험 상대가 필요했다.‘대단해.’주변 고위 간부들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염구준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다만 약간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었다.스텔라성 성주 같은 괴물은, 대부분 기겁하며 피하려 하는데, 정면 승부를 기대한다니까 말이다.“그나저나 염 선생님, 전에 올라오실 때, 인원이 적던데, 혹시 아래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노신기는 다른 걸 얘기하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아, 이거 아십니까?”그의 손에는 투명한 비닐에 담긴 작은 물방울이 들려 있었는데, 외부에는 진기가 감돌았다.‘어라?’조금 더
이 독에 중독된 무인은 일시적으로 기운이 흩어지고, 단전이 봉쇄되어, 꼼짝없이 폐인 신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만약 과다 복용할 경우, 목숨까지 위험해질 수 있었다.“이런 희귀한 독약은 스텔라성 성주가 준 거겠지?”염구준이 흥미롭게 물었다.그는 이번에 처음으로 진짜 산기봉단을 보았고, 게다가 그 양이 상당했기 때문에 꽤나 관심이 갔다.“맞아. 얼른 저 녀석을 잡아!”노대영은 승리자처럼 손을 휘저으며 부하들에게 명령했다.그는 희귀한 독약인 산기봉단에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에휴.”아타 등 사람들은 이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염구준마저 당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이제 구세주가 사라졌으니, 최악의 경우 전부 몰살당할 수도 있었다.“가서 두들겨 패! 나 아까 진짜 쫄아서 오줌 쌀 뻔했단 말이야!”몇몇이 소리치며 달려들었고, 염구준을 한껏 때려서 화풀이를 하려 했다.반보천인급 고수를 때릴 기회는 흔하지 않으니까 말이다.우웅. 그러나 그 순간, 검광이 번쩍이더니 달려들던 사람들 전부가 쓰러졌다. 그들의 목에는 옅은 혈흔이 있었는데, 상처는 아주 작았지만 모두 목숨을 잃었다.“이 독이 아무리 강해도, 나를 상대하려면 아직 한참 멀었어.”염구준은 조용히 진기를 운용하며, 체내에 남아 있던 독기를 모두 없애버렸다.육신이 이미 반보천인의 극한의 경지에 다다른 탓에 약물 저항성도 엄청나게 강해져 그는 산기봉단 같은 독약 따위를 두려워하지 않았다.“너... 이건 말도 안 돼!”노대영은 절규하듯 외쳤다.희망이 눈앞에서 산산조각 나자, 정신이 붕괴되기 직전이었다.곧 있으면 승리할 수 있었는데, 이젠 그게 다 물거품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그는 차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스텔라성 성주랑 뭘 꾸민 거지?”염구준은 서두르지 않고 물었다.해독제 같은 건 이제 관심 없었다. 상대가 정직하지 않으니까 말이다.“난 진작 그분의 문하로 들어갔어. 언젠가는 그분이 내 복수를 도와줄 거다!”“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다는데, 내가 무슨 잘못이 있어
염구준은 주머니를 집어 들어 곁에 있던 그레이에게 휙 던져주며 분부했다.“먼저 기운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독제를 나눠줘.”“네.”그레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노대영을 흉악하게 노려보았다.반보천인으로서 이런 함정에 걸려들었다는 게 조금 창피해서였다.노대영은 사태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흘러가는 걸 감지하고,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할 말이 있습니다.”“해.”염구준은 싸늘한 표정으로, 단 한 마디만 툭 내뱉었다.그레이와 다른 이들이 힘을 회복하고 나면, 그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기에 곧 죽을 이의 유언쯤은 들어줄 수 있었다.노대영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얼른 말을 이었다.“자식으로서 아버지의 원수에게 복수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그래.”염구준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딱히 다른 변수가 없다면, 이 말을 부정할 이유가 없어서였다.‘어라?’이에 주변 사람들은 놀라 눈을 크게 떴다.말투로만 보면, 염구준이 노대영의 편을 들어주려는 것 같아서였다.그러나 방금 전에는 또 그들을 구해주었기 때문에 그들은 염구준이 무슨 생각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노대영은 염구준의 마음을 돌린 줄 알고 속으로 기뻐하며 바로 말을 이었다.“이 도리를 알고 계시니, 그럼 행동에 옮겨도 되겠죠.”노대영은 혹여나 다른 변수가 있을까 두려워 단검을 꽉 쥐고 중상을 입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노신기에게 달려들었다.그레이 등이 조금 있다가 어떻게 나올지는 크게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복수를 하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말이다.쾅!하지만 달려가자마자 염구준의 발에 얼굴을 맞아서 옆으로 나가떨어졌다.그의 코와 입에서는 순식간에 피가 줄줄 흘렀다.“날 가지고 노는 거냐, 염구준!”“허, 내가 나설지 안 나설지 짐작이 안 됐나봐?”염구준은 비웃으며 말했다.그는 노대영의 말을 부정하진 않았지만 상대방의 행위를 몹시 혐오했다.아버지를 죽인 원수에게 대놓고 복수하는 건 괜찮지만, 그 아비가 악행을 일삼던 사람이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 방식에,
그러나 몸속에 독이 퍼진 탓에 기운을 끌어올릴 수가 없어 모두 답답하게 속만 태울 수밖에 없었다. 노대영이 혓바닥을 자르려고 할 때, 멀리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대영 문주님, 염구준인 것 같습니다!”이름을 듣자마자, 노대영의 얼굴에서 희열이 싹 사라지고, 이내 짙은 어둠이 드리웠다.기습에 성공한 후 바로 도망쳤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고래를 타고 쫓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염구준 한 사람만으로 충분히 그들을 몰살할 수 있었다.“어서 고래잡이 작살이랑 그물 그리고 멀리에서 공격할 수 있는 무기들을 준비해.”노대영의 가슴 깊은 곳에서 두려움이 급속히 퍼져갔다.허겁지겁 지시를 내리긴 했지만 겨우 쇳조각 몇 개로 염구준을 막겠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휙휙!염구준은 하늘을 가르며 날아오는 작살, 그물, 조명탄 따위를 보며 입꼬리를 비웃듯이 끌어올렸다.아직 사격거리에도 들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공격을 했기 때문이었다.‘적지 않게 겁을 먹었나 보네.’그는 생각했다. 역시나 첫 번째 공격은 전부 허탕이었다.염구준은 거대한 향유고래를 타고 빠르게 이동했고, 이윽고 두 번째 공격이 시작됐다.커다란 작살 하나가 고래의 머리를 향해 곧장 날아들었는데, 맞으면 죽지 않더라고 심각한 부상을 입을 게 뻔했다.우웅!염구준은 검기 한 줄기를 내보내 날아오던 작살을 두 동강 낸 뒤, 작살에 묶인 쇠사슬 위로 몸을 던져, 빠르게 어선으로 돌진했다.풍덩!향유고래는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물속으로 잠수했다.노대영은 염구준이 미친 듯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걸 보자마자 다급히 소리쳤다.“어서, 어서 배에 못 올라오게 사슬을 끊어!”그도 자신이 염구준과 맞서봤자, 단 한 줌의 승산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구자검법, 검일참공!”염구준은 배 위 인원들의 움직임을 보자마자 망설임 없이 강한 검술을 발동해 검기를 날렸다.제대로 검기를 축적하진 못했기에, 완벽하게 완성된 검일참공은 아니었고, 약간의 반동
파악!곧이어 물기둥이 하늘로 솟구치며 거대한 향유고래가 염구준과 멀지 않는 곳에 떨어진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마치 떠나기 아쉬워하는 듯했다.촤악!염구준은 몸을 날려 향유고래의 머리 위로 뛰어오른 뒤, 세 척의 어선 쪽으로 진기를 날려 물보라 일게 했다.이에 향유고래는 곧장 방향을 틀고, 어선을 향해 빠르게 헤엄치기 시작했다.말이 통하지 않아 이런 방식으로 밖에 교류할 수 없었지만 별로 큰 문제는 없었다.그 시각, 1호 어선은 다른 어선보다 조금 더 시끌벅적했다.노대영은 배의 지휘권을 장악한 뒤, 끝까지 저항한 소수만을 제거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포로로 붙잡아두었다.물론 그가 자비로워서가 아니었다.그저 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어떻게 복수하는지 지켜보게 하기 위해서였다.“대영 문주님, 준비 완료됐습니다. 언제든 시작 가능합니다.”노대영에게 붙은 아첨꾼 하나가 다가와 공손하게 말했다. 이번에 출정한 천기문 문도 중 절반 이상이 이미 노대영 편이었다.쿵!노대영은 부도 갑옷을 입은 채로 웃으면서 팔을 휘둘러 노신기를 바닥에 내던졌다.“악독한 놈. 네가 내 아버지를 죽였으니 난 오늘 아버지의 복수를 할 거다.”며칠 전에 대의를 위해서라면 혈연관계는 얼마든지 끊을 수 있다는 그의 말은 그저 노신기를 안심시키기 위함에 불과했다. 그의 가슴 속에 맺힌 복수심은 한순간도 식지 않았었다.“하아...”노신기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의 창백한 얼굴엔 깊은 후회가 서려 있었다.‘그때 불쌍해 보인다고 해서 검은 머리 짐승을 거두는 게 아니었는데.’그는 생각했다. “모든 일은 내가 벌인 거니까 찢어죽이든, 뭘하든 나한테만 해.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 건드리지 말고.”지금 이런 상황에 이른 이상, 그는 더 도리를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전에 이미 노대영에게 그의 출신을 말해주며 그의 아버지가 눈 깜빡하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는 변태 악마라고 말해주었으나 그는 전혀 듣지 않았기 때문에 말해봤자 쓸모가 없다는 걸 알아서였다.스승과 제자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