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구준이 입을 열려고 하려던 순간......“대표님, 염 부장님!”손가을의 개인 비서, 즉 그 당시 홍 어르신께서 남겨둔 딸, 홍천기는 휴대폰을 들고 숨을 헐떡이며 달려와 말했다.“오, 오샤나지 그룹이 우리한테 소송을 걸었어!”“그들 말로는, 우리 손씨 그룹이 출시한 코코넛 스킨케어 시리즈의 샘플이 자기들의 합법적인 권리를 침해해서, 우리가 책임을 물어야 한대!”‘방귀 뀐 놈이 성낸다?!’“알겠어.”염구준은 침착한 얼굴로 홍천기에게 살짝 손을 저은 뒤, 고개를 돌려 손가을을 보고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이런 일은 내가 알아서 해결할게.”“기다려!”말이 끝나고, 그는 뒤돌아 오피스 건물 입구를 향해 갔다.“구준 씨!”손가을이 뒤를 따라오더니 급히 불렀다. “어디 가?”염구준은 발걸음을 멈추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아내를 돌아보고는 가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오샤나지 그룹, 국내 지사!”오샤나지 그룹 지사 꼭대기 층은 대표 사무실이다.“손씨 그룹 기소는 어떻게 됐어?”화자는 오샤나지 그룹의 아가씨, 앨리스였다!그녀는 블랙호크국과 성조국의 혼혈이다.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푸른 눈동자를 가졌고, 세련된 얼굴은 마치 서양 신화 속의 천사 같아, 어릴 때부터 각종 패션 잡지의 러브콜을 종종 받았다.그녀의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은 오샤나지 그룹의 최대 협력자, 어렸을 때부터 블랙호크국에서 자랐지만, 진정한 용하 사람, 김씨 가문 큰 도련님, 김천성이었다!“아리따운 앨리스 아가씨.”김천성은 정장을 빼입고, 머리를 정갈하게 하고 손에는 커피를 들고 웃으며 한 모금 마시더니 말했다.“걱정 마, 우리 ‘코코넛 스킨케어’는 손씨 그룹 ‘코코넛 시리즈’ 보다 더 먼저 출시됐고, 법적인 면에서 보면 그들이 우리의 합법적 권익을 침해한 거야.”“용하국은 법치를 중요시하는 곳이니, 난 믿어......”목소리가 사라졌다.“앨리스 아가씨, 김 대표님!”로비에서 당직을 서던 매니저 한 명이 긴장한 표정으로 사무실로 뛰어들어와 숨을 몰아쉬며 말했
총 스무몇 명의 경비가 염구준에게 의해 쓰러졌고 접대 아가씨들도 놀라서 안색이 창백해져서 감히 막지도 못했다. “실력 괜찮은데!” 멀지 않은 곳의 엘리베이터에서 김천성이 비웃는 표정으로 얻어터져 쓰러져 있는 경비들을 보더니 다시 염구준을 보며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청해에 실력이 강한 왕이 있다더니,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냥 여자한테 빌붙어서 사는 비겁한 놈 같은데, 내 사람을 건드리다니, 어떻게 할 거야?” 염구준은 고개를 저으며 김천성의 질문에 개의치 않고 차가운 눈빛과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정 따지고 싶다면 우리 한 판 붙자.” “코코넛 1호는 손씨 가문에서 개발한 거고, 오샤나지 그룹에서 제품 배합 정보를 훔쳐 가서 악의적으로 시장에 충격을 가하고 사실을 왜곡해 우리에게 소송을 제기한 거잖아. 이건 어떻게 해결할 건데?” ‘사실을 왜곡했다고?’김성천은 미친 듯이 웃었다. “하하!” 그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 모금 깊이 들이마시더니 비웃는 얼굴로 염구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간단해! 너희 손씨 가문에서 우리 오샤나지 그룹에게 배상하면 끝날 문제야. 그리고 우리가 상업비밀을 훔쳤다고? 증거 있어? 증거가 없으면 비방이라고. 합법적인 권리를 침범한 것도 모자라 악의적인 비방까지… 허허! 염구준, 이번에 배상하지 않으면 법정에서 보자 나는…”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염구준은 김천성을 주시하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이번에 원래는 적당하게 경고만 하고 가려고 했는데, 네가 하는 걸 봐서는 시간 낭비인 것 같다. 내가 3일을 줄 테니 오샤나지 코코넛 시리즈 화장품 시장에서 퇴출해. 그리고 손씨그룹의 손실을 배상하고 기자회견을 열어서 손씨그룹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해. 그럼 없었던 일로 해줄게. 그렇지 않으면 내가 오샤나지 그룹을 파산시킬 거야.” ‘쟤 방금 뭐라고? 오샤나지를 파산시킨다고?’김천성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웃겨 정말! 오샤나지 그룹이 얼마나 큰데, 게다가 본사가 블랙호크국에 있어 업무가 전 세계적
‘파… 파신?’오베리부는 잠깐 멍하더니 뭔가를 알아차린 듯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형, 방금… 염 전주라고 했어?” “그래.” 오베로나는 핸드폰이 있는 주머니를 가리키더니 어쩔 수 없는 말투로 말했다. “방금 너와 4국 연합군을 조직해서 용하국 서북쪽의 광산자원을 쟁취할지 말지 상의하려고 했는데, 이제 보니 필요 없겠어.” “염 전주가 부대에서 나왔지만 마음은 아직 용하국에 있나 봐. 방금 문자를 보내온 것도 우리에게 경고하는 것 같아… 용화국을 침범하려면 전신전의 분노를 감당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전신전, 염전주…’오베리부의 하얗게 질린 얼굴은 더 보기 흉해졌다. 그는 몸을 굽히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알았어!” “그래, 가봐.” 오베로나는 가볍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반디엘과는 너무 많이 말하지 마. 그냥 내 뜻이라고 하면 그가 알아서 할 거야!” 빈디엘은 엘 가문의 족장이자 앨리스의 아버지였다. “그럼 김씨 가문은?” 오베리부는 몸을 돌리려다 말고 물었다. “오샤나지 그룹에 김씨 가문의 지분도 있는데 파산했으니 그들에게도 통지해야 하는 거 아니야?” 오베로나는 콧방귀를 뀌었다. ‘김씨 가문이 뭔데? 용제국에서 블랙호크국으로 도망온 비참한 가문주제에. 우리가 살려주면 살 수 있는 것이고 우리가 살려주지 않으면 죽어야 하는 가문.’ ……. “뭐라고?” 약 3분 후, 용하국 제경. 앨리스는 사무빌딩 꼭대기 층의 사무실에서 핸드폰을 들고 빨간 입을 벌린 채 놀란 말투로 물었다. “아버지, 그룹 파산시키려고요?” ‘미치신 건가?’방금, 그녀는 갑자기 아버지의 전화를 받았는데 아버지가 전화에서 손씨그룹에 대한 소송을 취소하고 오샤나지 그룹 국내 계열사를 파산시키라는 통지였다. 코코넛 시리즈 화장품이 출시도 하지 못하고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다니! “집행해.” 전화 속의 반디엘은 어쩔 수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국왕의 결정이야. 우린 복종할 수밖에 없어.” 앨리스는 몸이 휘청거리더니
“너 오샤나지 그룹 파산시키겠다며?” 사무빌딩 1층 홀에서 김천성이 담배를 피우며 비웃는 표정으로 염구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방금 문자 보냈지? 네 아내 손가을한테 보낸 거 아니야? 하하! 병신은 병신이라니까. 손씨 가문에 의존하지 않으면 아무 쓸모없는 자식!” 염구준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하지 않았다. 우매무지한 사람이 바로 김천성 같은 사람이었다. “때가 된 것 같아. 이제 곧 결과를 알게 되겠지.” 그는 웃으며 김천성에게 말했다. “이것만 기억해. 오샤나지 그룹은 너 때문에 망한 거야. 내가 기회를 줬는데 네가 소중히 여기지 않았으니까.” 김천성은 미친 듯이 웃으며 손에 있던 담배를 버리더니 손가락으로 염구준의 얼굴을 가리키며 비웃는 말투로 말했다. “나도 이것만 알려줄게. 태양이 서쪽에서 떠오르지 않는 이상 오샤나지는 절대로 파산하지 않을 거야. 너…” 이때 메시지 알림음이 울렸고 그가 앨리사를 위해 만든 커플 번호였다. “앨리스? 내가 보고 싶어서 문자 했나?” 김천성은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입가에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더 이상 염구준을 상대하지 않고 바로 핸드폰을 꺼내 기대에 가득 찬 얼굴로 화면을 보았다. 하지만 문자 내용을 본 순간, 그의 미소는 굳어버렸다. 그리고 입술을 떨며 중얼거렸다. “국왕의 명령, 강제파산… 이, 이럴 리가 없어.” 그는 갑자기 고개를 들고 염구준을 바라보며 소리를 질렀다. “이건 가짜야. 난 믿을 수 없어!” “오샤나지는 파산할 리가 없어. 국왕이 이런 황당한 명령을 내릴 리가 없다고. 앨리스까지 나보고 널 건드리지 말라고 하다니… 염구준, 너 대체 누구야?” 그가 궁금해하는 눈앞의 사람이 바로 온 블랙호크국에서도 건드리지 못하는 무서운 존재이자 전신전 전주였다. 그야말로 전 세계에서 최강전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람이었다. “난 청해의 데릴사위이자 네가 말한 병신이잖아.”염구준은 손가락을 세우고 김천성을 향해 흔들며 말했다. “그리고 넌 병신보다도 못한 소인배일 뿐이야!”
지는 건 두렵지 않은데, 문제는 어떻게 졌는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염구준은 단지 문자를 하나 보냈을 뿐인데 이렇게 큰일이 일어나다니! 그는 누구한테 문자를 보냈을까? 국왕은 왜 그런 놀라운 결정을 내렸을까? 이 모든 건 알 수 없는 미스테리야…’“그만하자.” 앨리스는 한참 생각하더니 천천히 몸을 돌려 김천성에게 말했다. “난 용하국에서 마무리를 지을 거야. 그러니 넌 직원들과 함께 돌아가. 더 이상 일 벌이지 말고.” ‘귀국하라고?’ 김천성은 주먹을 불끈 쥐고 앨리스의 뒷모습을 째려보더니 씩씩거리며 사무실을 나가 쾅하고 문을 닫았다. 문이 닫히는 순간, 그는 핸드폰을 꺼내 연락처에 있는 번호들을 보며 이를 악물고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 전화가 연결되자 김천성은 독기가 가득한 표정으로 울부짖었다. “졌어요. 우리가 염진의 아들 염구준에게 졌다고요.” ‘북방의 염씨 가문에게 지다니!’ “염씨 가문, 염진…….” 전화 맞은편, 블랙호크국 바닷가의 섬에 있는 유럽식 고성에서 김천성이 손에 오래된 골동전화를 들고 주름이 깊은 얼굴로 말했다.“염진 아들인 거 확실해?” “확실합니다.” 김천성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북방세력 재편성 건은 이미 국내에서 소문이 퍼졌어요. 그리고 그렇게 만든 자가 바로 염구준이예요! 제가 ‘코코넛’시리즈로 손씨가문에게 충격을 가해 염구준의 실력을 깎아내리려고 했지만…”‘염구준의 문자 하나로 블랙호크국 국왕을 움직여 오샤나지 그룹을 강제파산시킬 줄은 몰랐어!’ “염구준의 신분이 이상해요.” 김웅신은 잠깐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는 예전에 전신전에 있었어. 지금은 비록 나왔다지만 실력을 만만하게 봐서는 안 돼.” “천성아, 우리 김씨 가문이 해외에서 30년간 떠돌았지만 언젠가는 북방으로 다시 돌아가서 원래 우리의 것을 빼앗아 와야 해. 이번이 바로 마지막 시발점이라고 봐. 이제 염씨 가문에도 대가를 치를 때가 온 거야.” ‘대가를 치른다고?’김천성은 멍해서 핸드폰을 꽉 쥐고 가쁜
‘한씨 아주머니?’염구준은 순간 알아채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 사람은 바로 염진의 현부인이자 염구준의 계모였다. 손가을은 입술을 깨물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당신 아버지잖아. 그리고 그때의 일도 오해라고 밝혀졌고, 난 당신과 아버지 사이의 관계가 조금이라도 개선되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나도 한설 아주머니에게 꼭 당신 데리고 가겠다고 약속했단 말이야. 날 봐서라도 함께 가자. 응?” 손가을의 말을 들은 염구준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아내의 머리결을 만지며 말했다. “알았어!” …이튿날 점심, 염씨 가문의 집사 염옥정은 일찍부터 북방 국제공항에서 염구준과 손가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염진과 한설도 염씨 저택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염진은 한설 앞에서 염구준의 얘기를 잘 꺼내진 않지만 집사인 염옥정과 한설은 모두 알고 있었다. 눈앞의 반백살이 넘은 아버지가 아들을 얼마나 걱정하는지를. “어르신, 사모님.” 염옥정은 미소를 지으며 염구준과 손가을을 데리고 마당에 들어서며 격분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도련님과 아가씨께서 도착하셨어요. 도련님?” 염구준은 염씨 저택에 발을 들이자마자 귀를 쫑긋거리더니 얼굴에 아무런 표정이 없이 말했다. “일단 가을이 먼저 데리고 들어가세요. 그리고 서문과 북궁의 두 할아버지도 오시라고 하세요.” 염옥정은 잠깐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바로 알아챈 듯 더 이상 감히 말을 하지 못하고 손가을에게 말했다. “아가씨, 안으로 들어가시죠!” ‘도련님의 실력으로 뭔가 이상을 느낀 게 분명해. 하지만 지금은 따질 때가 아니라 도련님의 뜻을 따라야 해. 얼른 가서 서문과 북궁 두 호위를 데려와 손가을 아가씨의 안전을 확보해야겠어.’“구준 씨.” 손가을도 염구준의 이상을 느끼고 긴장한 표정으로 그를 보며 말했다. “조심해!” 말을 마친 그녀는 염옥정의 뒤를 따라 재빨리 염씨 저택으로 들어가자 음식이 아주 풍성하게 차려져 있었다. 아들과 며느리를 영접하려고 염진은 전문적인 북방 셰프를 찾아와 120가지의 반
한설은 보고 들은 것이 많아 이런 장면을 직면해도 당황하지 않고 열정적인 얼굴로 손가을의 손을 잡고 말했다. “널 보면 꼭 젊었을 때 날 보는 것 같아.” 그녀는 말을 하며 서랍에서 진작에 준비해 둔 빨간색 나무상자를 꺼내 손가을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신중하게 손가을의 손에 건네며 자상하게 말했다. “가을아, 이거 받아.” ‘이건…’손가을은 어쩔 줄을 몰라 조심스럽게 받고 물었다. “아주머니, 이건…” “이건 원래 너 주려고 했던 거야.” 한설은 손가을의 손등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옛날에 유란 언니가 많이 아파서 내가 정략결혼을 했잖아. 그땐 사모님이 살아계실 때였어. 사모님이 나의 손을 잡고 이걸 곡 구준이의 아내에게 남겨달라고 당부하셨어.” “가을아, 네가 구준이와 찰떡궁합인 것 같으니 넌 앞으로 우리 염씨 가문의 작은 부인이야. 나도 드디어 사모님의 유언을 지킨 셈이지.” ‘염씨 사모님이라면 구준 씨의 할머니?’손가을은 엄숙한 표정으로 손에 든 나무상자에 절을 한 후 망설이며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는 윤기가 도는 초록색 팔찌가 들어있었다. 투명하고 광택이 나는 걸로 보아 가격이 엄청 비싼 팔찌 같았다. “구준이 집에 들어오지 않은 걸로 봐서는 위험을 느낀 것 같아.” 한설은 팔찌를 꺼내 손가을의 오른쪽 손목에 채워주었다. 그리고 정당 문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유란 언니의 아들이라 실력이 강하잖니. 그러니 어떤 위험이 닥쳐와도 전화위복 할 수 있을 거야. 유란 언니가 하늘에서 지켜줄 거야.” 손가을은 걱정되는 마음으로 문 밖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위험한 일은 없기를…’ …염씨가문의 장원 입구에서 염구준은 아무런 표정도 없이 주위의 모든 것을 느끼며 속으로 계산하고 있었다. “하나, 둘, 셋…” ‘주변에 자객이 7명 잠복해 있어. 무성3명에, 무성지상2명, 그리고 반보전신이 2명이야! 실력이 이렇게 강하다니, 이건 절대로 북방 현지의 세력이 아니야!’“염구준, 염 전주!”이때 몇 백미터 밖에서 비웃
그 사람이 말을 마치자 7명의 자객은 점점 멀어져 갔다. 각자 다른 길로 간 걸 보아 염구준과 정면으로 싸울 용기가 없으니 도망간 것 같았다! “흑풍존주가 버틀리 군사기지에서 나한테 공격당한 상처는 그렇게 빨리 완쾌할 수가 없어.” 1초도 안 되어 염구준은 판단을 내렸고 발로 힘껏 땅을 굴렀다. 그러자 몸이 쏜살같이 나아갔다. ‘흑풍 조직원이라는 걸 안 이상 쉽게 봐줄 수 없어.’그의 첫 번째 목표는 두 반보무성 중 한 명이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이 바로 정식으로 전신 경계에 도달하려는 자객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건……. 염구준이 염씨 저택의 대문을 떠나는 순간 멀리 떨어진 나무 꼭대기에서 갓을 쓴 그림자가 천천히 내려오더니 가슴에서 금이 간 거친 옥석을 꺼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거다.‘성공했어!존주께서 직접 주신 천기석 자체는 아무런 위력이 없지만 숨결을 숨길 수 있지. 생명 탐지기로 테스트하지 않는 이상 절대로 행방이 유출될 가능성이 없다고.’방금 염구준의 정신력 탐시하에 천기석은 금이 갔다. 몇 분만 더 지났다간 산산조각이 날 뻔했다. “존주께서 염씨 가문을 망가뜨리려고 이렇게까지 하다니…” 갓을 쓴 남자는 천천히 고개를 젓더니 금이 간 천기석을 버리고 염씨 장원으로 달려갔다. 한편, 염씨 장원정당. “왔어!” 연회석 옆에서 염진은 단정하게 앉아있었고, 염옥정은 엄숙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으며 서문당과 북궁야는 대적을 만난 듯 온몸에 살기가 풍겼다. 다른 한편, 한설은 손가을의 어깨를 꼭 껴안고 그녀를 위로했다. “괜찮아, 괜찮아, 염진 오빠가 해결할 거야.” 훅하는 소리와 함께 갓을 쓴 남자가 염씨 가문으로 들어와 가볍게 날아오르더니 순간 정당에 나타났다. “너였어?”수척한 남자를 본 순간 서문당과 북궁야는 동공이 수축되며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 “흑풍조직의 우호법, 도천연?” 흑풍존주의 우호법이자 30년 전 염씨 가문을 공격했던 주력 중 한 명이었다. 일찍 반보전신에 들어서 전신경지와 한
그의 재력이라면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 향유고래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바다가 고래의 고향이라 그러지 않았다.“선장, 고래가 엄청난데 잡지 않아요?”갑판에서 몸이 건장한 흑인 선원이 불만을 토로했다.눈앞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돈이니 그럴만했다.“독수리, 주둥이 닥쳐!”선장은 아직도 누군가 향유고래에 미련을 두자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보는 사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독수리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나머지 선원들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선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저기, 아직 볼일이 남았어요?”선장은 염구준이 조용히 앉아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요.”염구준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곳은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단 상륙한 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그게…”선장은 난처한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려우면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폭행을 휘두르면서 강요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선장의 태도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분명하게 말했다.선박은 어부들 것이니 강제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선장은 솔직하게 말했다.“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요. 이제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손해가 엄청납니다.”그들은 염구준이 무섭지만 돈을 벌지 못해 가족들이 굶는 것이 더 무서웠다.“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얼마를 원하세요? 육지에 도착하면 내가 줄게요.”염구준에게 있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100만 달러.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선장은 믿지 않는지 거액의 가격을 부르면서 떠보았다.듣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따져보면 수리비용, 연료, 인건비 등등 모두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으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이걸로 담보할게요. 어차피 당신네 선박에 있으니까 도망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상대방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주은 주먹
이튿날, 미지의 바다에서 향유고래 한 마리가 헤엄치고, 등에 한 사람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그 사람은 바로 염구준이었다.사방에 온통 푸른 바다라 지금 어느 곳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지금은 고래가 바닷가로 데려가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고래야, 잘 부탁한다.”“우웅!”둘은 서로의 말을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수시로 교류했다.염구준이 눈을 감고 운기조식하다가 배고프면 심해의 눈물로 에너지를 보충했다.신기한 것은 한 방울만 먹어도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뿌우우우웅!그때 멀리서 선박 소리가 들렸다. 염구준은 눈을 번쩍 뜨고 소리를 질렀다.“저기요! 여기 사람 있어요!”목소리에 기운을 담았더니 쩌렁쩌렁한 소리를 지를 때마다 수면이 음파에 진동하는 것 같았다.어디선가 나타난 선박에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슥!그런데 선박에 다가간 순간, 상대방이 고래를 잡는 쇠고랑을 발사하는 것이었다.염구준은 재빨리 검기로 밧줄을 잘라버렸다.선박은 그를 구하러 온 것이 아니라 향유고래를 잡으러 온 것이었다.생각하지 않아도 고래의 용연향을 얻기 위함일 것이다.스스슥!선박에 있는 사람들은 고장난 줄 알고 이번에 작살을 던졌지만 역시 염구준에게 잘려서 바다 밑으로 들어갔다.상대방과 가까워지자, 염구준은 그들의 선박에 번쩍 뛰어올라 엄숙하게 경고했다.“멈춰. 아니면 무력으로 대응할 거야.”선원들은 대부분 기운이 없는 평범한 어부였다.그들은 염구준이 먼 곳에서부터 뛰어올라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는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여기서는 고래를 잡는 걸 허락해요.”한참 뒤, 선장은 국제 감독기관에서 온 줄 알고 시큰둥하게 대답했다.“이 고래는 내 친구예요. 어떻게 할지 잘 알겠죠?”염구준은 선장을 노려보며 차갑게 되물었다.“알았어요. 이 사람 말을 못 들었어? 당장 작살을 내려놔!”선장은 상대방이 보통이 아니란 걸 눈치챘는지 바로 선원들에게 지시했다.그러자 당황한 선원들은 정신을 차리고 지시대로 작살을 내려놓았다.염구
감히 그의 전우나 다름없는 고래를 잡아먹으려고 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만약 향유고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지금쯤 심해 밑에서 죽었을 것이다.“염 선생님, 안 돼요!”당황한 노신기 일행이 다급히 나서서 말렸지만 염구준은 듣지 않았다.그는 요트를 타고 서해충에게 다가가 검을 휘둘러 공격했다.“당장 토해!”염구준은 두 손으로 검을 들고 번쩍 뛰더니 위에서 서해충을 자르려고 했다.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고래를 살려낼 것이다.“하악!”뿔난 서해충이 나지막하게 울부짖더니 커다란 입을 벌이고 염구준을 통째로 삼키고는 물속으로 들어갔다.그 장면을 본 사람들은 모두 경악하고 말았다.심지어 천기문의 고위층들도 진정할 수 없었다.“염 선생님!”“안 되겠어. 모든 음성탐지기를 던져!”노신기는 당황한 마음에 맞서 싸우려고 명을 내렸다.유동심연의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이번에 오면서 대량의 음성탐지기를 챙겼었다.그러나 워낙 위력이 강한 무기라 함부로 사용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염 선생님, 제발 잘 버텨줘요.’촤아악!이제 막 음성탐지기를 내려놓고 가동하려고 할 때 눈앞에서 거센 물보라가 솟구치는 것이었다.해저 지진으로 거센 파도가 밀려오면서 일으킨 쓰나미였다.“다들 선실로 들어가!”위급한 상황에서 노신기는 어쩔 수 없이 먼저 가문을 지켜야 했다.선박 세 척은 쓰나미에 밀려 먼 곳까지 흘러갔다.한편, 바다 밑은 난리도 아니었다.서해충 체내에 들어간 염구준은 선사 시대의 바다 생물과 전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그가 공격할 때마다 서해충은 심한 고통을 느꼈는지 커다란 몸집을 꿈틀거렸다.실은 서해충이 삼킨 것이 아니라 그것이 도망칠까 봐 염구준이 스스로 잡혀 먹힌 것이었다.한참 공격하면서 돌진했더니 드디어 향유고래가 있는 곳까지 다가갔다.“구자검법! 검일참공!”그는 기운을 폭증시켜 강력한 살술로 서해충의 몸에 길이가 10미터되는 상처를 냈다.잘린 부위에서 바닷물이 역류하여 들어올 때, 염구
동물의 감각은 때론 인간보다 훨씬 뛰어났다.특히 바다에서 자란 생물이라면, 웬만한 레이더보다도 훨씬 빨리 감지할 수 있었다.쿠쿵!혹시라도 싸울 수 있기 때문에 다들 몸에서 기운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아래쪽에서 뭔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어.”염구준은 날카로운 눈으로 바다밑을 바라보며 말했다. 작은 검은 점 하나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었다.아직 수면까지 오지도 않았는데, 그 그림자는 이미 성체 향유고래와 맞먹는 크기였다.‘설마, 진짜 서해충이 있는 건가?’“목표가 공격 범위에 진입했습니다. 모든 작살 준비 완료했습니다.”대원들은 지시가 떨어지고 나서 3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내에 모든 준비를 마쳤다.“쏴!”노신기는 참을성 없이 바로 명령을 내렸다.‘망했다!’염구준은 말리려고 했지만 결국 말리지 못했다.물속의 거대한 생물체는 어선보다도 커서 자칫하다간 오히려 배가 끌려갈 수도 있었다.슥! 슥! 슥!고래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세 척의 어선에서 수십 발의 대형 작살이 물밑의 검은 그림자를 향해 발사되었다.타겟의 몸집이 컸기 때문에 대부분의 작살이 정확하게 꽂힐 수 있었다.“끌어 올려!”노신기는 고래 잡이를 할 때 쓰던 방식을 운용하며 숙련하게 명령을 내렸으나 기계를 최대치로 올려도 타겟을 끌어오리지 못했다.이에 조타실에서 다급하게 소식을 전했다.“큰일입니다. 어선이 저것에 의해 유동심연 쪽 소용돌이로 끌려가고 있어요!”배는 엄청난 속도로 끌려갔다. 배 자체가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속도였다.“밧줄을 끊어!”염구준은 노신기의 무전기를 낚아채고 지휘권을 넘겨받았다.“속도가 너무 빠른 탓에 꽉 감겨서 끊을 수가 없습니다.”조타실에서 절박한 답변이 돌아왔다.현대식 어선은 전부 인공지능 시스템이라 이 상황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우웅!염구준은 결국 검기를 날렸고, 날카로운 검광이 연달아 번쩍이며, 단숨에 밧줄들을 잘라냈다.이에 배가 거대한 관성에 휘청이며 흔들렸고, 균
오늘 만약 염구준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들은 전부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빨리 항행하라고 하세요. 뭔가 이상합니다.”염구준의 갑작스러운 말에 사람들은 이해가 되지 않아 어리둥절해졌다. “네, 말하고 오겠습니다!”그러나 눈치가 생긴 사람들은 염구준의 뜻을 알지 못해도 그대로만 하면 된다는 걸 알고 있어 곧바로 달려갔다.그들은 염구준을 한치도 의심하지 않았다.염구준은 흡족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면을 바라보며 물었다.“스텔라성의 성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십니까?”이번에 스텔라성의 성주는 두 개의 판을 짰는데, 하나는 겉면으로 보이는 부성주 베르였고, 다른 하나는 오랫동안 숨어있던 노대영이었다. 다른 걸 다 따지고 나서 판을 짠 것만 본다면 정말 훌륭한 계획이었다.그랬기에 염구준은 그를 중시했다.노신기와 아타는 미간을 찌푸리고 서로를 바라본 뒤, 늙은 아타가 입을 열었다. “성주의 이름은 노세입니다. 압도적인 실력의 소유자로, 진 적이 없습니다.”“하지만 지난 20년간, 외부에서는 그의 모습을 본 이가 없습니다. 폐관 중이라는 소문도 있고, 이미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지요.”“그의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라, 저희도 아는 게 많지 않습니다.”이야기를 들은 염구준은, 오히려 흥분한 듯한 웃음을 지었다.“흐음, 전부 사실이라면 꽤 괜찮은 상대가 되겠군요.”방금, 막 육체의 극한을 돌파한 염구준은 적당한 시험 상대가 필요했다.‘대단해.’주변 고위 간부들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염구준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다만 약간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었다.스텔라성 성주 같은 괴물은, 대부분 기겁하며 피하려 하는데, 정면 승부를 기대한다니까 말이다.“그나저나 염 선생님, 전에 올라오실 때, 인원이 적던데, 혹시 아래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노신기는 다른 걸 얘기하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아, 이거 아십니까?”그의 손에는 투명한 비닐에 담긴 작은 물방울이 들려 있었는데, 외부에는 진기가 감돌았다.‘어라?’조금 더
이 독에 중독된 무인은 일시적으로 기운이 흩어지고, 단전이 봉쇄되어, 꼼짝없이 폐인 신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만약 과다 복용할 경우, 목숨까지 위험해질 수 있었다.“이런 희귀한 독약은 스텔라성 성주가 준 거겠지?”염구준이 흥미롭게 물었다.그는 이번에 처음으로 진짜 산기봉단을 보았고, 게다가 그 양이 상당했기 때문에 꽤나 관심이 갔다.“맞아. 얼른 저 녀석을 잡아!”노대영은 승리자처럼 손을 휘저으며 부하들에게 명령했다.그는 희귀한 독약인 산기봉단에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에휴.”아타 등 사람들은 이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염구준마저 당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이제 구세주가 사라졌으니, 최악의 경우 전부 몰살당할 수도 있었다.“가서 두들겨 패! 나 아까 진짜 쫄아서 오줌 쌀 뻔했단 말이야!”몇몇이 소리치며 달려들었고, 염구준을 한껏 때려서 화풀이를 하려 했다.반보천인급 고수를 때릴 기회는 흔하지 않으니까 말이다.우웅. 그러나 그 순간, 검광이 번쩍이더니 달려들던 사람들 전부가 쓰러졌다. 그들의 목에는 옅은 혈흔이 있었는데, 상처는 아주 작았지만 모두 목숨을 잃었다.“이 독이 아무리 강해도, 나를 상대하려면 아직 한참 멀었어.”염구준은 조용히 진기를 운용하며, 체내에 남아 있던 독기를 모두 없애버렸다.육신이 이미 반보천인의 극한의 경지에 다다른 탓에 약물 저항성도 엄청나게 강해져 그는 산기봉단 같은 독약 따위를 두려워하지 않았다.“너... 이건 말도 안 돼!”노대영은 절규하듯 외쳤다.희망이 눈앞에서 산산조각 나자, 정신이 붕괴되기 직전이었다.곧 있으면 승리할 수 있었는데, 이젠 그게 다 물거품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그는 차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스텔라성 성주랑 뭘 꾸민 거지?”염구준은 서두르지 않고 물었다.해독제 같은 건 이제 관심 없었다. 상대가 정직하지 않으니까 말이다.“난 진작 그분의 문하로 들어갔어. 언젠가는 그분이 내 복수를 도와줄 거다!”“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다는데, 내가 무슨 잘못이 있어
염구준은 주머니를 집어 들어 곁에 있던 그레이에게 휙 던져주며 분부했다.“먼저 기운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독제를 나눠줘.”“네.”그레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노대영을 흉악하게 노려보았다.반보천인으로서 이런 함정에 걸려들었다는 게 조금 창피해서였다.노대영은 사태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흘러가는 걸 감지하고,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할 말이 있습니다.”“해.”염구준은 싸늘한 표정으로, 단 한 마디만 툭 내뱉었다.그레이와 다른 이들이 힘을 회복하고 나면, 그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기에 곧 죽을 이의 유언쯤은 들어줄 수 있었다.노대영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얼른 말을 이었다.“자식으로서 아버지의 원수에게 복수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그래.”염구준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딱히 다른 변수가 없다면, 이 말을 부정할 이유가 없어서였다.‘어라?’이에 주변 사람들은 놀라 눈을 크게 떴다.말투로만 보면, 염구준이 노대영의 편을 들어주려는 것 같아서였다.그러나 방금 전에는 또 그들을 구해주었기 때문에 그들은 염구준이 무슨 생각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노대영은 염구준의 마음을 돌린 줄 알고 속으로 기뻐하며 바로 말을 이었다.“이 도리를 알고 계시니, 그럼 행동에 옮겨도 되겠죠.”노대영은 혹여나 다른 변수가 있을까 두려워 단검을 꽉 쥐고 중상을 입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노신기에게 달려들었다.그레이 등이 조금 있다가 어떻게 나올지는 크게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복수를 하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말이다.쾅!하지만 달려가자마자 염구준의 발에 얼굴을 맞아서 옆으로 나가떨어졌다.그의 코와 입에서는 순식간에 피가 줄줄 흘렀다.“날 가지고 노는 거냐, 염구준!”“허, 내가 나설지 안 나설지 짐작이 안 됐나봐?”염구준은 비웃으며 말했다.그는 노대영의 말을 부정하진 않았지만 상대방의 행위를 몹시 혐오했다.아버지를 죽인 원수에게 대놓고 복수하는 건 괜찮지만, 그 아비가 악행을 일삼던 사람이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 방식에,
그러나 몸속에 독이 퍼진 탓에 기운을 끌어올릴 수가 없어 모두 답답하게 속만 태울 수밖에 없었다. 노대영이 혓바닥을 자르려고 할 때, 멀리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대영 문주님, 염구준인 것 같습니다!”이름을 듣자마자, 노대영의 얼굴에서 희열이 싹 사라지고, 이내 짙은 어둠이 드리웠다.기습에 성공한 후 바로 도망쳤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고래를 타고 쫓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염구준 한 사람만으로 충분히 그들을 몰살할 수 있었다.“어서 고래잡이 작살이랑 그물 그리고 멀리에서 공격할 수 있는 무기들을 준비해.”노대영의 가슴 깊은 곳에서 두려움이 급속히 퍼져갔다.허겁지겁 지시를 내리긴 했지만 겨우 쇳조각 몇 개로 염구준을 막겠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휙휙!염구준은 하늘을 가르며 날아오는 작살, 그물, 조명탄 따위를 보며 입꼬리를 비웃듯이 끌어올렸다.아직 사격거리에도 들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공격을 했기 때문이었다.‘적지 않게 겁을 먹었나 보네.’그는 생각했다. 역시나 첫 번째 공격은 전부 허탕이었다.염구준은 거대한 향유고래를 타고 빠르게 이동했고, 이윽고 두 번째 공격이 시작됐다.커다란 작살 하나가 고래의 머리를 향해 곧장 날아들었는데, 맞으면 죽지 않더라고 심각한 부상을 입을 게 뻔했다.우웅!염구준은 검기 한 줄기를 내보내 날아오던 작살을 두 동강 낸 뒤, 작살에 묶인 쇠사슬 위로 몸을 던져, 빠르게 어선으로 돌진했다.풍덩!향유고래는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물속으로 잠수했다.노대영은 염구준이 미친 듯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걸 보자마자 다급히 소리쳤다.“어서, 어서 배에 못 올라오게 사슬을 끊어!”그도 자신이 염구준과 맞서봤자, 단 한 줌의 승산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구자검법, 검일참공!”염구준은 배 위 인원들의 움직임을 보자마자 망설임 없이 강한 검술을 발동해 검기를 날렸다.제대로 검기를 축적하진 못했기에, 완벽하게 완성된 검일참공은 아니었고, 약간의 반동
파악!곧이어 물기둥이 하늘로 솟구치며 거대한 향유고래가 염구준과 멀지 않는 곳에 떨어진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마치 떠나기 아쉬워하는 듯했다.촤악!염구준은 몸을 날려 향유고래의 머리 위로 뛰어오른 뒤, 세 척의 어선 쪽으로 진기를 날려 물보라 일게 했다.이에 향유고래는 곧장 방향을 틀고, 어선을 향해 빠르게 헤엄치기 시작했다.말이 통하지 않아 이런 방식으로 밖에 교류할 수 없었지만 별로 큰 문제는 없었다.그 시각, 1호 어선은 다른 어선보다 조금 더 시끌벅적했다.노대영은 배의 지휘권을 장악한 뒤, 끝까지 저항한 소수만을 제거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포로로 붙잡아두었다.물론 그가 자비로워서가 아니었다.그저 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어떻게 복수하는지 지켜보게 하기 위해서였다.“대영 문주님, 준비 완료됐습니다. 언제든 시작 가능합니다.”노대영에게 붙은 아첨꾼 하나가 다가와 공손하게 말했다. 이번에 출정한 천기문 문도 중 절반 이상이 이미 노대영 편이었다.쿵!노대영은 부도 갑옷을 입은 채로 웃으면서 팔을 휘둘러 노신기를 바닥에 내던졌다.“악독한 놈. 네가 내 아버지를 죽였으니 난 오늘 아버지의 복수를 할 거다.”며칠 전에 대의를 위해서라면 혈연관계는 얼마든지 끊을 수 있다는 그의 말은 그저 노신기를 안심시키기 위함에 불과했다. 그의 가슴 속에 맺힌 복수심은 한순간도 식지 않았었다.“하아...”노신기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의 창백한 얼굴엔 깊은 후회가 서려 있었다.‘그때 불쌍해 보인다고 해서 검은 머리 짐승을 거두는 게 아니었는데.’그는 생각했다. “모든 일은 내가 벌인 거니까 찢어죽이든, 뭘하든 나한테만 해.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 건드리지 말고.”지금 이런 상황에 이른 이상, 그는 더 도리를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전에 이미 노대영에게 그의 출신을 말해주며 그의 아버지가 눈 깜빡하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는 변태 악마라고 말해주었으나 그는 전혀 듣지 않았기 때문에 말해봤자 쓸모가 없다는 걸 알아서였다.스승과 제자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