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옥 앞 광장에 순백색 마세라티가 천천히 멈췄다. 앨리스는 차 문을 열고 내려 먼저 살기가 가득한 손씨 그룹 경호원을 쳐다보고는 바로 염구준에게 다가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 소개를 좀 하자면, 저는...”“엘 가문의 아가씨, 앨리스 씨.”앨리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염구준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신분을 말한 후 다시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김씨 가문의 일 때문에 온 겁니까? 얘기하세요!”‘염구준이 나를 알고 있다고?’앨리스는 어리둥절했다가 문득 뭔가 깨달은 듯했다.염구준이 혼자 오샤나시 그룹 용하국 분부로 향할 때, 고개를 들어 옥상을 바라본 적이 있었다. 소문에 따르면 일부 실력이 뛰어난 무도 강자는 멀리서도 다른 사람의 생명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그걸 보면 눈앞에 있는 이 염 선생님은 분명 그런 무서운 강자이다!“김씨 가문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잠시 놀란 후, 앨리스는 다치 침착하게 염구준을 향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무력 면에서 제가 염 선생님과 견줄 수 없지만, 정보 면에서는 제가 예 선생님보다 한 수 위인 것 같네요.”‘그래?’“김씨 가문의 휘하에, 청홍방 18타주가 흩어져서 용하국으로 들어온다고 합니다.”염구준은 마치 사소한 일인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중 9대 분타는 분산해서 국제 항공편을 이용하여 6시간 후에 용하국에 도착하죠.”“그리고 나머지 9타주는 밀항 크루즈를 타고 해로를 따라 청해시에 접근하고, 오늘 밤 자정 무렵 청해시 연안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되죠.”“앨리스 씨, 내 말이 맞나요?”앨리스는 완전히 멍해졌다!엘 가문은 김씨 가문과 긴밀한 협력을 하는 관계다. 철저히 방비된 김씨 가문의 고성에도 엘 가문의 눈과 귀가 있어 일부 정보를 입수하는 건 쉬운 일이었다.그런데, 눈앞의 이 염 선생님은 어떻게 이러한 소식을 입수한 걸까? 게다가 엘 가문이 얻은 정보보다 훨씬 더 정확하다!“오샤나지 그룹이 용하국 시장에서 철수한 것은 제 결정입니다.”염구준은 앨리스의 눈을
“우르르 …”해수면에 물결이 일렁이더니 짐을 가득 실은 화물선 한 척이 천천히 기슭에 이르렀다. 어둠이 짙었지만 배는 불빛 하나 없었다.“왔다!”부두 해안에서 수상한 두 그림자가 슬그머니 바다 위의 화물선을 바라보더니 긴장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은 청해시의 밀수 무리인데 전문적으로 사람들의 밀수를 돕고 암암리에 인신매매했다. 비록 이윤이 어마어마했지만 그만큼 위험했기에 발 뻗고 잘 수가 없을 정도였다. 오늘 받은 의뢰는 블랙호크 국에서 온 한 무리의 거물들을 데리러 가는 것이었다. 그들은 오늘 새벽 항구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구체적인 정보를 알 길이 없었으나 단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번 작전에서 한 치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조직 전체가 몰락할 지도 모른다.솨솨솨!화물선이 서서히 기슭에 닿자 아홉 개의 음산한 그림자가 줄줄이 드러났고, 그 뒤로는 70여명의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하나같이 모두 건장하고 살벌하며 위협적이었으며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기세가 엿보였다.“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무리의 두 졸개가 서둘러 앞으로 나오더니 아홉 그림자를 향해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실례지만 어느 분이 기 선생이십니까? 저희 형님께서......”“아무 말도 할 필요 없어.”9명의 청홍방 타주 가운데 한 명인 기수원은 두 명의 졸개가 말을 다 하기도 전에 흉악한 웃음을 짓더니 손을 번쩍 들었다.쾅!굉음과 함께 두 졸개는 자기가 어떻게 죽었는지도 알지 못한 채 머리통이 날아갔다.“우리가 여기 도착했다는 걸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다.”기수원은 그 둘의 시체를 빤히 쳐다보더니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 나서 손을 들더니 입을 열었다.“자! 이제 출발한다. 목표는 손씨 그룹이다.”우르릉!화물선 갑판에 10여 대의 봉고차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기수원과 8명의 타주들은 차례대로 차에 올랐고, 뒤를 따라는 엘리트들도 즉시 손씨 그룹을 향해 갔다.항구를 빠져나오는
같은 날 밤, 김웅신은 쉽게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끝났어. 정말 끝장났어.”적막이 흐르는 침실에서 김웅신은 혼이 나간 사람처럼 입술을 덜덜 떨었다. “타주 아홉이 국제선 항공편으로 입국했다가 도착하자마자 세관에 통제돼 반역죄로 총살당하나? 왜 소식 한 통 없고 데려간 사람들도 감감무소식이지? 정말 끝났어......”성공을 눈앞에 두고 실패한 격이다. 심지어 그는 자신이 왜 실패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현실은 이토록 가혹했다.청홍방의 열여덟 타주는 하룻밤 사이에 모두 목숨을 잃었고 손씨 그룹 빌딩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주인님, 몸을 조심하십시오.”김웅신의 곁에는 두 명의 사사가 그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 있었다.“주인님, 옛말에 그런 말도 있지 않습니까? 산이 남아있는 한 땔나무 걱정은 없습니다. 비록 막대한 손실이 일어난 건 사실이지만 아직 희망이 남아있습니다. 열다섯 당주가 남아있지 않습니까? 또 봉황국에 카지노 사업도 크게 하셨잖습니까? 용하국에 다시 가지 못한다고 해도 블랙호크국에서도 떵떵거리면서 살 수 있지 않습니까?”‘용하국에 돌아가지 못한다고? 거기는 김씨 가문의 자존심이 걸린 곳이라고!’“내려가 있어. 혼자 있고 싶어.”김웅신은 무심코 손짓하고는 잠옷을 걸치고 터벅터벅 침실에서 나와 뒤뜰의 자갈길을 따라 밀실로 천천히 걸어갔다. 밀실 입구에 막 다다른 순간, 그는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발걸음을 멈추고는 소리쳤다.“누구야?”그는 어둠 속에서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피더니 오만한 태도로 말했다.“찾아왔으면 나와! 왜 비겁하게 숨어있어!”팍, 팍, 팍......들릴 듯 말 듯 한 발소리가 고요한 뒤뜰에서 유난히 선명하게 들렸다! 백발이 어깨까지 드리운 한 사내가 철검을 등에 메고 있었고, 마치 캄캄한 밤에 걸어 다니는 유령처럼 천천히 걸어 나와 그의 두 눈을 빤히 응시했다.그 백발의 사내는 바로 냉혈하기 그지없는 안무정이었다. 그는 전에 김웅신의 부하였다. 그래서 김웅신은 방금까지 잔뜩 가지고 있었던 경계심을
“정말 웃기지? 아마 그때 진실이 뭔지 알게 됐나 봐?”두 사람의 살벌한 공격과 수비는 한참 동안 계속되었고, 김웅신은 손에 힘을 주더니 안무정의 검 끝을 날려버렸다. 그러고 나서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바보라도 되는 게 좋지 않았을까? 왜 이제 와서 똑똑한 척을 할까? 진실을 알게 된 게 무슨 도움이 되는데? 그 여자가 다시 살아나기라도 하나? 이 정도 실력으로 그 여자 대신 나한테 복수라도 하고 싶었던 건가?”말이 끝나기 무섭게 김웅신의 동작은 훨씬 더 민첩해졌고, 안무정이 들이대는 칼을 끊임없이 쳐냈다. 방어만 하던 데로부터 이제는 입장이 바뀌어 공격 태세로 들어갔다.그의 말에 안무정은 대꾸조차 하지 않았고 그저 필사적으로 그의 목숨을 거둬들이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버텼다.그런 안무정을 보며 김웅신은 비웃듯이 말했다.“그때 그 여자를 죽게 하고 나서 계속 이용했어. 내 부하가 되고 나서 작전에 보낼 때마다 사람들을 붙였었지. 설마 내가 정말 사람을 붙여준 거로 생각하진 않겠지? 그저 검법을 익히고 무예를 연구하기 위해서 사람을 옆에 붙인 거야. 그리고...... 무방비 상태에서도 너 하나쯤은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앨 수 있어. 넌 내 손바닥 안에 있다고!”이때, 그의 온몸에서는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손바닥 표면은 검은빛으로 번뜩거리고 육체는 마치 철로 변한 것 같았으며 피부 표면에는 보호막 같은 것이 나타났다. 전신의 위엄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블랙호크국에서 청록색 옥패를 찾은 그 순간부터 그 속에 숨겨진 신기한 무술을 연구하고 수년 동안 노력 끝에 전신의 경지에 이른 것이다.“이건 전신 경지에 이르른 건가......” 그 순간, 안무정은 짧은 감격 끝에 다시 한번 칼로 그를 공격했다. 동작이 느린 것 같기도 했지만, 폭발력 있는 공격임이 틀림없었고, 목숨을 건 한 수였다.검술도 뛰어났고, 혼을 담아 공격했으며, 단전에서 끌어올린 힘을 담은 데다가 의지까지 담겼으니, 모든 것이 완벽했다. 안무정의 실력 또한 거의
안무정은 염라탈명단을 김웅신을 향해 세차게 던진 다음, 공중에 몸을 날려 담벼락을 빠르게 넘었다. “이….”곧이어 안무정이 어둠속에 모습을 감췄고 그제야 김웅신은 쫓던 것을 멈췄다. 하지만 이내 바닥에 떨어진 염라탈명단을 보며 분노의 표효를 질렀다.‘빌어먹을 안무정!’그것은 어떠한 가지도 없는 쇳덩어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젠장! 더럽게 센 주먹이네!”김씨 가문 성으로부터 약 20키로 떨어진 외딴 폐품 수거장, 안무정은 창백하게 지친 얼굴로 벽에 기대어 있었다.그는 김웅신과 싸우게 된다면, 죽이진 못하더라도 크게 밀리진 않을 거라 확신했었다. 하지만 김웅신의 실력은 그가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안무정은 정말 허무할 정도로 졌다.“옥패 가진 사람들만 다 불러들인 이유가 있었군! 이미 손에 넣었던 거야! 정말 음흉하기 짝이 없는 놈이구나!”좀 전의 상황을 떠올린 안무정은 충격에, 속에서 핏덩이가 울컥하고 솟구쳤다. 그는 아주 오래전부터 불길함을 느끼고 김웅신을 감시해 왔으나, 그 어디에도 이러한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안무정은 다시 한번 김웅신의 계략에 감탄하는 동시에 두려움이 몰아쳤다. 그는 조심스레 옷을 벗었다. 단 일격만으로 그의 오른손은 물론 갈비뼈까지 부러졌다. 안무정은 지금 숨 쉬는 것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모두가 옥패에 담긴 무학을 탐내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옥패의 위력은 대단했다!“나로서는 더 이상 김웅신을 상대할 수 없겠어.”그는 잠시 안정을 취한 뒤, 옷을 다시 걸치고 어둠 속으로 힘겹게 걸어갔다. 지금 안무정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은 단 한 명, 은인이자 감히 세계 최고 고수라 칭해도 아깝지 않을 염구준 뿐이었다! 그의 시선이 용하국 방향으로 향했다. 아무리 김웅신이 옥패를 가졌더라도 염구준의 상대는 되지 않으리! 그는 안무정이 걸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한편, 청해시 향산 로열 저택.“청홍방을 만만하게 보시면 안 돼요!”염구준의 요청에 원종은 손태석 부부와 염희주를 보호하기 위해 4대 호
“지금 염 방주께서 무력으로 세계 최고의 자리를 얻었다고는 하지만, 용하국에서 모습을 들어내지 않은 채 활동하는 은둔 고수들의 실력을 얕봐서는 안 돼요! 그들이야말로 이 용하국의 진정한 용들이라고 볼 수 있어요! 김웅신이 구했다는 그 인물도 마찬가지로, 최소 염 방주와 비등한 반보천인의 실력을 갖추고 있을 거라 봐도 무방해요!” 그 말을 들은 염구준은 흥미가 돋았다.“원 선배는 청홍방 방주 자리가 원래는 그 인물한테 주어졌어야 마땅했다고 보는 거죠?”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그가 다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이번에 제가 청홍방의 열여덟 타주들을 모두 처리했으니, 이제 청홍방도 옛날만큼 전력을 갖추지 못했을 거예요. 잘하면 그 인물이 직접 나설 수도 있겠네요?”원종도 이 부분이 가장 두려웠다. 그가 신중한 표정으로 염구준을 바라보며 말했다.“만일 사태를 대비해, 염 방주 식솔들은 가능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원종은 뒷말을 잇지 않았으나, 염구준은 충분히 그 뜻을 알아들었다. 반보천인의 실력을 가진 인물이 만에 하나 무작위로 사람을 도륙하고 다닌다면, 그 결과는 정말 상상하기조차 싫을 정도로 끔찍하리라.“그 인물이 실존한다면, 한 번쯤 만나보고 싶긴 하네요.”염구준이 미소를 지은 채, 창문을 통해 보이는 염희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런 다음, 결심한 듯, 눈빛을 빛내며 호탕하게 말했다.“원 선배님의 말대로, 저 세계 최강이예요. 용하국에 그림자가 드리웠는데, 제가 어떻게 가만히 있겠어요? 상대가 누구든, 싸우고자 한다면 전 물러날 생각 없어요. 김웅신이 누구를 등에 업고 오던 모조리 쓰러뜨릴 자신 있어요!”역시 최고의 전사다운 태도였다. 염구준은 진심으로 청홍방 뒤에 있는 그 인물을 두려워하고 있지 않았다.“이렇게 나올 줄 알았어요.”원종은 천천히 자리에 일어나 수심이 짙은 눈빛으로 블랙호크국 쪽으로 바라봤다. 이쯤이면 전국에 열여덟 타주들이 죽었다는 소식이 퍼졌을 것이다. 만약 그 미스터리
그의 모습이 사라진 후….“염구준!”김웅신은 창가에 서서 남자가 떠나간 방향을 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그동안 쌓였던 모든 울분이 한 번에 씻겨져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그는 남자의 실력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라면 반드시 염구준을 죽일 수 있으리라!다음날, 용하국 동북 밀림의 외딴 절벽 가장자리.“나와라.”검은 가면 남자가 회색 망토를 두른 채, 절벽 위에서 가볍게 손짓했다.“청홍방의 일여덟 타주들이 죽고 내 은인의 아들이 폐인이 되었다. 원수와 같은 하늘아래에 살 수는 없는 법, 너희들은 나와 함께 청해로 가 염구준의 목을 벤다!”스스슥….그러자 절벽에서부터 스무 명 가까이 되는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튀어나왔다. 모두 일년 내내 햇빛을 보지 못했는지 피부가 창백하고 해골을 연상시키는 깡마른 몸을 가지고 있었다.“어르신.”그 중 한 명이 가면 남자를 향해 살짝 몸을 숙이며 말했다.“저희는 은둔한지 오래 되어 속세에 개입하기 어렵습니다. 꼭 개입해야 한다면 가능한 조용히 움직이는 것이 가문의 규율입니다.”그 말에 가면 남자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나한테 감히 규율 따위를 운운해? 지금 당장 내 명을 받들어라! 즉시 국내 항공편을 타고 청해로 가, 염구준을 척살하라!”순식간에 그의 몸에서 강력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검은 옷 남자들은 잠시 망설였지만, 그 기운에 못 일제히 한쪽 무릎을 끓으며 답했다.“예!”반면, 아직 상황을 알아차리지 못한 염구준은 향산 로열 저택 침실에서 수련을 하고 있었다. 그는 침대 머리맡에 앉아 에메랄드 빛 옥패 세 개를 손바닥에 올린 채 숨을 들이켜고 내쉬고 반복했다. 그와 동시에 그의 단전에선 천둥 같은 소리가 울려 퍼지며 온 침실을 가득 채웠다.얼마나 지났을까, 굳게 감겨 있던 두 눈이 서서히 떠지며 신비한 광채가 스치고 지나갔다. 반보천인의 경지에 한 걸음 더 다가간 반응이었다.염구준의 경지는 이미 보통 사람의 범주를 훨씬 뛰어넘는, 그야말로 사람 모양을 한 핵폭탄급 수준이 되었다.
염구준은 자리에서 우뚝 선 채, 검은 옷을 입은 남자를 향해 담담히 미소를 지었다.“날 만나고 싶다면 직접 오라고 해. 너희 둘만으로 날 끌고 갈 능력은 되는 것 같지 않으니까!”아주 매를 버는 애송이구나!두 남자가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순식간에 몸을 날려 염구준의 양팔을 잡아챘다. 이들의 손가락 표면엔 미세한 빛이 감싸고 있었는데, 최소 왕자의 경지엔 다다른 고수로 보였다.“약해 빠졌군.”염구준은 표정도 바꾸지 않고 팔을 비틀어 두 남자를 공중으로 들어올렸다.용하국 고대 무학, 금룡수!강인함과 부드러움이 동시에 공존하는 기운이 굵은 밧줄처럼 두 남자를 몸을 속박해 바바닥에 내리 찍었다. “이정도면 너희 어르신에 대한 선물로 충분하겠지?”염구준은 가볍게 박수를 치며 장난스럽게 웃었다.“이제 말해봐. 너희 그 어르신은 지금 어디에 있지?”밤은 아직 길었다. 향산 로열 저택으로부터 약 5키로정도 떨어진 해안 북쪽 외딴 지역, 검은 가면 남자는 뒷짐진 채 산 꼭대기에 우뚝 서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풍화된 조각상처럼 조금의 인기척은 물론 생명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시간이 꽤 지났는데, 다섯째랑 여섯째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느냐?”칠흙 같은 어둠속을 뚫어져라 보던 남자가 고개를 돌려 언덕 기슭에 있는 검은 인영들을 행해 말했다.“지금쯤이면 도착할 때가….”대답하던 검은 인영의 목소리가 뚝하고 끊겼다. 그의 눈에 일렁이는 그림자 세 개가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어둠속에서 한 젊은 남자가 양손에 검은 옷을 입은 두 인영을 매단 채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어둠속에 있는데도 눈빛이 야명주처럼 번쩍이고 있었다. “저것은 반보천인의 경지에 다다른 이들만 갖는다는….”그 순간 검은 가면의 얼굴빛이 변했다.“염구준이로군!”남자가 자신을 알아보자, 염구준은 미소를 지으며 양손에 들고 있던 두 남자를 옆으로 내던졌다.“그쪽이 바로 청홍방의 진짜 방주이자, 김웅신에게 목숨을 빚졌다는 그 자인가보네? 은둔 가문 출신이면 계속
스스로 조소하던 로사는 카트 아래에서 가운을 꺼내 몸을 감쌌다.상대방이 이런 취향이 아닌데 계속 이러고 있으면 오히려 반감만 생긴다.솔직히 처음으로 당당하게 남자를 유혹하려 하는데 단번에 거절당해서 매우 부끄러웠다.한참이 지나도 말을 하지 않자 염구준이 소녀의 생각을 추측했다.“내가 대신 복수해줘? 탈출시켜줘, 아니면 무공을 알려줘?”“전부 다요!”로사는 그가 전부 맞힐 줄은 상상도 못했다.염구준은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이 미리 쓴 원고를 던지며 말했다.“거기에 적힌 대로 하면 무공을 터득할 수 있어. 나머지는 너를 도와줄 의무가 없어.”그가 이렇게 호의를 베푸는 것은 소녀가 정말 무공을 배우기에 적합한 인재이기 때문이었다.로사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래도 강요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그럼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어요?”“말해.”마침 염구준도 시간이 있기에 로사의 말을 들어주고 나중에 복수하는 것을 포기시킬 생각이었다.그러면서 음식을 먹는 것을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로사는 일단 생각을 정리하고 조리 있게 말하기 시작했다.“난 고아예요. 아주 어릴 때 고아원에 들어갔었죠. 그곳은 낙원일 줄 알았는데 원장이 나를 신비한 조직에 팔아버렸어요. 나랑 함께 그곳에 간 아이들은 혹독하고 잔인한 훈련을 받으면서 피비린내 진동하는 살인 도구로 살았어요.”“그러다 반 년 전에 내가 조직의 두목을 죽이고 도망쳤어요. 그곳을 이가 갈리도록 원망해요. 선배님은 실력이 강한 무술인이란 걸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았어요. 나를 가엽게 여기고 옆에 하인으로 있게 해주면 안 돼요?”예상하지 못한 말에 염구준은 흠칫 놀라더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만약 네 말이 사실이라면 사정이 딱하긴 해. 그렇다고 난 도와주지 않아.”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지만 로사는 용하인이 아니기에 더더욱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그리고 곁에 하인을 두면 귀찮은 일만 생기기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무공 수련법 한 장을 준 것도 의리를 다한 셈이었다.“그래도 나를 구
염구준은 육신이 극한에 도달한 이후로 공격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너… 악!”촤아악!바다의 유령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비수를 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순식간에 뒷목에 서늘한 것이 스치는 것을 느끼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버렸다.나머지 여섯 명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피바다에 고꾸라졌다.“내가 준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자신을 탓해.”염구준은 검을 한바퀴 돌려 피를 털어버리고 검갑에 집어넣었다.그 동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깔끔했다.“다… 당신 사람을 죽였어.”먼 발치에서 사람이 죽는 장면을 본 선장은 너무 놀라 주저앉았다.로사는 그나마 무덤덤하고 나머지 선원들도 많이 놀랐는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솔직히 일곱 명의 무술인이 어떻게 죽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은혜도 모르는 놈들 죽어 마땅하지 않아요?”염구준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이런 악당들이 죽으면 아무도 자신들을 해치지 않아서 기뻐해야 할 마당에 선장은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보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그… 그래도 사람이잖아요.”이제 보니 선장은 그동안 잔인하게 고래를 잡았으면서 사람에게 관대했다.만약 염구준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로사는 비참하게 당했을 거고, 선장 일행은 비참하게 죽었을 것이다.그때 독수리가 기회를 잡고 맞장구를 쳤다.“저 사람들은 당신을 노리고 왔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우리가 억울하게 당한 거라고요. 당장 우리 선박에서 내려요!”“…”독수리의 말에 선원들은 경악하며 쳐다보았다.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정말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촤아악!염구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날카로운 검기를 내리치자 다들 너무 무서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안 돼요. 아직 아이란 말이에요.”분위기가 살벌해지자 로사가 반쯤 드러난 가슴을 감싸고 독수리의 앞을 막았다.구자검의 검기는 소녀의 옆을 스쳐 바다 표면에 물보라를 일으켰다.염구준은 공격하지 않고 협박투로 말했다.“또 나한테
드디어 구명보트를 탄 일행이 선장의 도움으로 선박으로 올라왔다.모두 여덟 명으로 그동안 먹지를 못했는지 몸은 수척해지고 탈수 증상이 있었다.“주방에서 음식들 갖고 와. 그리고 링겔을 놔줘.”선장은 일행은 관찰한 후 응급처치를 하기 시작했다.“그런데 음식은 그분한테 줘야 하는데요.”염구준을 무서워하는 선원 한 명이 작은 소리로 일깨워주었다.그러자 선장이 엄숙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일단 이 사람들 주고, 다시 만들어서 보내면 돼.”만약 염구준이 있었다면 일행을 전부 알아보았을 것이다.두 시간의 응급처치를 거쳐서 여덟 명은 드디어 혈색이 돌아왔다.아직 몸이 많이 허약하지만 그래도 목숨을 부지해서 참 다행이었다.“큰일은 없으니까 한동안 쉬면 괜찮아질 겁니다.”선장은 웃으면서 선원들에게 안으로 모셔서 쉬게 하라 일렀다.모두 마음이 어진 어부들이라 바다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보고도 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지금이야!”바로 그때, 돌변상황이 발생했다.구조된 일행 중에서 누군가 소리치자 여덟 명이 동시에 기운을 끌어올려 선원들을 공격했다.평범한 선원들은 저항하지도 못하고 단번에 제압당하고 말았다.“악!”로사는 모두가 방심한 틈을 타 종사지경에도 도달하지 못한 무술인의 목을 베었다.그런데 방금 공격으로 이미 기진맥진했다.“대장, 여자가 있어.”“가만히 있어. 내가 상대할게.”그들은 동료가 죽은 것도 개의치 않고 모두 로사의 몸매만 쳐다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쿵!대장이라는 무술인이 기운을 폭발시키더니 갑자기 덮쳐서 로사를 제압했다.“발버둥쳐. 반항해 봐. 그럴수록 더 흥분되니까. 하하하.”이렇게 혈기왕성한 모습이라니, 방금 전에 죽을 것처럼 시들시들하던 인간 같지 않았다.그 장면을 본 선장은 가슴이 칼로 에이는 것 같았다.지금까지 어부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이런 악당들을 만났다.“너희들 뭐하는 짓이야? 방금 우리가 너희를 살렸어.”선장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놈들의 행위가 이해되지 않았다.“우리를 구했다고?
“맞아.”염구준은 소녀의 몸에서 악한 기운을 느꼈지만 덤덤하게 말했다.기운만 보아도 사람 몇 명을 살해한 것 같았다.“날 잡으러 왔어요?”로사는 비수를 꽉 쥐고 또 물었다.“아니야. 길이나 안내해.”염구준이 그 사이 소녀를 관찰한 결과, 무술을 배우기에 좋은 재목이었지만 아쉽게도 인도할 스승이 없었다.두 사람은 오늘 처음 만났으니 더는 소녀의 일에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휴, 무례하게 대해서 죄송해요.”그제야 로사는 비수를 넣으며 사과했다.소녀는 앞장서 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금 싸우려는 자세만 봐도 건장한 남자를 상대하는 것은 문제없어 보였다.선장 침실에 도착하자 로사는 이불을 바꾸고는 한마디만 하고 떠났다.“쉬세요. 음식이 되면 여기로 가져다 줄게요.”“그래. 볼일 봐.”쿵!염구준은 문을 닫고 침대에 쓰러져서 잠들었다.이런 포근함을 오랜만에 느끼는 것 같았다.그리고 머릿속에 그동안 발생했던 일들을 정리했다.황계웅에게서 옥패의 단서를 발견하고, 유동심연에 도착했을 때 나머지 세력이 따라온 덕에 비슷한 정보를 얻었다는 것을 알아냈다.이 정보는 어쩌면 같은 사람이 흘렸을 수도 있다.그리고 심해에서 봤던 가짜 옥패는 흑풍의 표식을 남긴 것을 보아 틀림없이 그놈의 짓이다.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상황은 이랬을 것이다.몇 년 전에 흑풍이 심해에서 진짜 옥패를 찾았는데 위험한 곳이란 걸 알고 적을 죽이려고 함정을 판 것이다.마침 강적을 만난 그는 시기가 되자 일부러 고대 옥패의 단서를 남겨 죽이려고 했는데, 계획과 다르게 적의 육신이 극한 경지에 도달하게 만들었다.…이런 생각을 하다가 염구준은 잠에 빠졌다.밖에 날씨가 화창하고 바람도 적게 불어 항행하기 딱 좋았다.이번은 선장이 직접 나서서 전속으로 달리고 있었다.지금 그는 빨리 부두에 도착하여 염구준의 돈을 받는 즉시 선박에서 내보낼 생각이었다.어쩐지 그는 사람이 아니라 핵폭탄 같았다.조종석에서 할 일이 없는 몇몇 선원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잡
그의 재력이라면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 향유고래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바다가 고래의 고향이라 그러지 않았다.“선장, 고래가 엄청난데 잡지 않아요?”갑판에서 몸이 건장한 흑인 선원이 불만을 토로했다.눈앞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돈이니 그럴만했다.“독수리, 주둥이 닥쳐!”선장은 아직도 누군가 향유고래에 미련을 두자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보는 사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독수리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나머지 선원들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선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저기, 아직 볼일이 남았어요?”선장은 염구준이 조용히 앉아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요.”염구준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곳은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단 상륙한 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그게…”선장은 난처한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려우면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폭행을 휘두르면서 강요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선장의 태도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분명하게 말했다.선박은 어부들 것이니 강제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선장은 솔직하게 말했다.“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요. 이제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손해가 엄청납니다.”그들은 염구준이 무섭지만 돈을 벌지 못해 가족들이 굶는 것이 더 무서웠다.“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얼마를 원하세요? 육지에 도착하면 내가 줄게요.”염구준에게 있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100만 달러.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선장은 믿지 않는지 거액의 가격을 부르면서 떠보았다.듣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따져보면 수리비용, 연료, 인건비 등등 모두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으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이걸로 담보할게요. 어차피 당신네 선박에 있으니까 도망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상대방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주은 주먹
이튿날, 미지의 바다에서 향유고래 한 마리가 헤엄치고, 등에 한 사람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그 사람은 바로 염구준이었다.사방에 온통 푸른 바다라 지금 어느 곳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지금은 고래가 바닷가로 데려가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고래야, 잘 부탁한다.”“우웅!”둘은 서로의 말을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수시로 교류했다.염구준이 눈을 감고 운기조식하다가 배고프면 심해의 눈물로 에너지를 보충했다.신기한 것은 한 방울만 먹어도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뿌우우우웅!그때 멀리서 선박 소리가 들렸다. 염구준은 눈을 번쩍 뜨고 소리를 질렀다.“저기요! 여기 사람 있어요!”목소리에 기운을 담았더니 쩌렁쩌렁한 소리를 지를 때마다 수면이 음파에 진동하는 것 같았다.어디선가 나타난 선박에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슥!그런데 선박에 다가간 순간, 상대방이 고래를 잡는 쇠고랑을 발사하는 것이었다.염구준은 재빨리 검기로 밧줄을 잘라버렸다.선박은 그를 구하러 온 것이 아니라 향유고래를 잡으러 온 것이었다.생각하지 않아도 고래의 용연향을 얻기 위함일 것이다.스스슥!선박에 있는 사람들은 고장난 줄 알고 이번에 작살을 던졌지만 역시 염구준에게 잘려서 바다 밑으로 들어갔다.상대방과 가까워지자, 염구준은 그들의 선박에 번쩍 뛰어올라 엄숙하게 경고했다.“멈춰. 아니면 무력으로 대응할 거야.”선원들은 대부분 기운이 없는 평범한 어부였다.그들은 염구준이 먼 곳에서부터 뛰어올라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는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여기서는 고래를 잡는 걸 허락해요.”한참 뒤, 선장은 국제 감독기관에서 온 줄 알고 시큰둥하게 대답했다.“이 고래는 내 친구예요. 어떻게 할지 잘 알겠죠?”염구준은 선장을 노려보며 차갑게 되물었다.“알았어요. 이 사람 말을 못 들었어? 당장 작살을 내려놔!”선장은 상대방이 보통이 아니란 걸 눈치챘는지 바로 선원들에게 지시했다.그러자 당황한 선원들은 정신을 차리고 지시대로 작살을 내려놓았다.염구
감히 그의 전우나 다름없는 고래를 잡아먹으려고 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만약 향유고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지금쯤 심해 밑에서 죽었을 것이다.“염 선생님, 안 돼요!”당황한 노신기 일행이 다급히 나서서 말렸지만 염구준은 듣지 않았다.그는 요트를 타고 서해충에게 다가가 검을 휘둘러 공격했다.“당장 토해!”염구준은 두 손으로 검을 들고 번쩍 뛰더니 위에서 서해충을 자르려고 했다.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고래를 살려낼 것이다.“하악!”뿔난 서해충이 나지막하게 울부짖더니 커다란 입을 벌이고 염구준을 통째로 삼키고는 물속으로 들어갔다.그 장면을 본 사람들은 모두 경악하고 말았다.심지어 천기문의 고위층들도 진정할 수 없었다.“염 선생님!”“안 되겠어. 모든 음성탐지기를 던져!”노신기는 당황한 마음에 맞서 싸우려고 명을 내렸다.유동심연의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이번에 오면서 대량의 음성탐지기를 챙겼었다.그러나 워낙 위력이 강한 무기라 함부로 사용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염 선생님, 제발 잘 버텨줘요.’촤아악!이제 막 음성탐지기를 내려놓고 가동하려고 할 때 눈앞에서 거센 물보라가 솟구치는 것이었다.해저 지진으로 거센 파도가 밀려오면서 일으킨 쓰나미였다.“다들 선실로 들어가!”위급한 상황에서 노신기는 어쩔 수 없이 먼저 가문을 지켜야 했다.선박 세 척은 쓰나미에 밀려 먼 곳까지 흘러갔다.한편, 바다 밑은 난리도 아니었다.서해충 체내에 들어간 염구준은 선사 시대의 바다 생물과 전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그가 공격할 때마다 서해충은 심한 고통을 느꼈는지 커다란 몸집을 꿈틀거렸다.실은 서해충이 삼킨 것이 아니라 그것이 도망칠까 봐 염구준이 스스로 잡혀 먹힌 것이었다.한참 공격하면서 돌진했더니 드디어 향유고래가 있는 곳까지 다가갔다.“구자검법! 검일참공!”그는 기운을 폭증시켜 강력한 살술로 서해충의 몸에 길이가 10미터되는 상처를 냈다.잘린 부위에서 바닷물이 역류하여 들어올 때, 염구
동물의 감각은 때론 인간보다 훨씬 뛰어났다.특히 바다에서 자란 생물이라면, 웬만한 레이더보다도 훨씬 빨리 감지할 수 있었다.쿠쿵!혹시라도 싸울 수 있기 때문에 다들 몸에서 기운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아래쪽에서 뭔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어.”염구준은 날카로운 눈으로 바다밑을 바라보며 말했다. 작은 검은 점 하나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었다.아직 수면까지 오지도 않았는데, 그 그림자는 이미 성체 향유고래와 맞먹는 크기였다.‘설마, 진짜 서해충이 있는 건가?’“목표가 공격 범위에 진입했습니다. 모든 작살 준비 완료했습니다.”대원들은 지시가 떨어지고 나서 3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내에 모든 준비를 마쳤다.“쏴!”노신기는 참을성 없이 바로 명령을 내렸다.‘망했다!’염구준은 말리려고 했지만 결국 말리지 못했다.물속의 거대한 생물체는 어선보다도 커서 자칫하다간 오히려 배가 끌려갈 수도 있었다.슥! 슥! 슥!고래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세 척의 어선에서 수십 발의 대형 작살이 물밑의 검은 그림자를 향해 발사되었다.타겟의 몸집이 컸기 때문에 대부분의 작살이 정확하게 꽂힐 수 있었다.“끌어 올려!”노신기는 고래 잡이를 할 때 쓰던 방식을 운용하며 숙련하게 명령을 내렸으나 기계를 최대치로 올려도 타겟을 끌어오리지 못했다.이에 조타실에서 다급하게 소식을 전했다.“큰일입니다. 어선이 저것에 의해 유동심연 쪽 소용돌이로 끌려가고 있어요!”배는 엄청난 속도로 끌려갔다. 배 자체가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속도였다.“밧줄을 끊어!”염구준은 노신기의 무전기를 낚아채고 지휘권을 넘겨받았다.“속도가 너무 빠른 탓에 꽉 감겨서 끊을 수가 없습니다.”조타실에서 절박한 답변이 돌아왔다.현대식 어선은 전부 인공지능 시스템이라 이 상황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우웅!염구준은 결국 검기를 날렸고, 날카로운 검광이 연달아 번쩍이며, 단숨에 밧줄들을 잘라냈다.이에 배가 거대한 관성에 휘청이며 흔들렸고, 균
오늘 만약 염구준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들은 전부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빨리 항행하라고 하세요. 뭔가 이상합니다.”염구준의 갑작스러운 말에 사람들은 이해가 되지 않아 어리둥절해졌다. “네, 말하고 오겠습니다!”그러나 눈치가 생긴 사람들은 염구준의 뜻을 알지 못해도 그대로만 하면 된다는 걸 알고 있어 곧바로 달려갔다.그들은 염구준을 한치도 의심하지 않았다.염구준은 흡족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면을 바라보며 물었다.“스텔라성의 성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십니까?”이번에 스텔라성의 성주는 두 개의 판을 짰는데, 하나는 겉면으로 보이는 부성주 베르였고, 다른 하나는 오랫동안 숨어있던 노대영이었다. 다른 걸 다 따지고 나서 판을 짠 것만 본다면 정말 훌륭한 계획이었다.그랬기에 염구준은 그를 중시했다.노신기와 아타는 미간을 찌푸리고 서로를 바라본 뒤, 늙은 아타가 입을 열었다. “성주의 이름은 노세입니다. 압도적인 실력의 소유자로, 진 적이 없습니다.”“하지만 지난 20년간, 외부에서는 그의 모습을 본 이가 없습니다. 폐관 중이라는 소문도 있고, 이미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지요.”“그의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라, 저희도 아는 게 많지 않습니다.”이야기를 들은 염구준은, 오히려 흥분한 듯한 웃음을 지었다.“흐음, 전부 사실이라면 꽤 괜찮은 상대가 되겠군요.”방금, 막 육체의 극한을 돌파한 염구준은 적당한 시험 상대가 필요했다.‘대단해.’주변 고위 간부들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염구준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다만 약간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었다.스텔라성 성주 같은 괴물은, 대부분 기겁하며 피하려 하는데, 정면 승부를 기대한다니까 말이다.“그나저나 염 선생님, 전에 올라오실 때, 인원이 적던데, 혹시 아래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노신기는 다른 걸 얘기하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아, 이거 아십니까?”그의 손에는 투명한 비닐에 담긴 작은 물방울이 들려 있었는데, 외부에는 진기가 감돌았다.‘어라?’조금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