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떠올린 오부라은은 감격에 겨운 얼굴로 염구준을 향해 다시 한번 허리를 굽혔다. 그러다가 옆에 있던 손가을을 보고는 물었다.“내 짐작이 틀리지 않았다면 이분이 바로... 사모님?”꽤 똑똑한 청년이다!“추억을 회상하려고 오늘 찾아온 게 아니야.”염구준은 미소를 지으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너에게 부탁 하나 할까 하는데 괜찮지?”명색의 전신전, 절대 전신이 ‘부탁’이라고 하고 있다. 이 얼마나 영광스럽고 명예로운 일인가!동시에 밀려오는... 공포!“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제가 부끄러워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네요.”깜짝 놀란 오부라은은 재빨리 무릎을 꿇었다.“염 선생님을 위해 힘을 쓸 수만 있다면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어요. 그러니 마음껏 지시하세요.”무릎을 꿇었다!오부라은의 행동에 모두가 입이 떡 벌어졌다. 손가을마저도 너무 예상 밖이었다. 염구준이 그의 생명의 은인이라고 공손한 것은 알겠으나 무릎까지 꿇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너무 놀라운 일이다!“방금 말했듯이 사소한 일이야.”염구준은 손사래를 쳤고 보이지 않는 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는 오부라은을 부축하며 말했다.“약 15분 전에 삼죽문의 주인 딸, 왕서희가 납치되어 황혼대로에 왔는데 아직까지 행방불명이야.”“10분내로 왕서희의 행방을 찾을 수 있겠어?”염 선생이 지시한 것이니 할 수 없어도 반드시 해내야 한다.“당연하죠. 걱정하지 마세요.”오부라은은 허리를 굽히고는 몸을 돌려 카지노의 군중들을 향해 소리쳤다.“5분 줄 테니 서희 아가씨의 위치를 파악한다! 빨리 움직여!”말이 끝나기 무섭게 카지노에 있던 사람들은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빛의 속도로 움직였다. 그들은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가 하면 재빨리 밖으로 뛰쳐나가며 각자 책임진 구역으로 달려갔다.황혼대로는 그들의 구역이다.살아있는 인간을 찾는 데에 기껏해야 3분도 채 걸리지 않을 것이다!...한편, 라은 카지노에서 약 5 km 떨어진 어느 한 버려진 낡은 맥주 공장 창고.검은 천에 눈이
오정형이 음흉한 미소를 지은 채 왕서희의 굴곡진 몸매를 훑으며 말했다.“진 도련님한테 연락하고 올 테니, 죽지 않게 적당히 다뤄. 우리도 한참 즐겨야지!”그 말을 끝으로 그는 진서호에게 전화 걸기 위해 창고 밖으로 나갔다.“큭큭!”거구의 남자 일곱 명이 침을 질질 흘리며 왕서희를 향해 다가왔다. 그중 몇몇은 이미 허리띠까지 푼 상태였다.“아가씨, 너무 무서워할 거 없어. 이 오빠가 금방 즐겁게 해줄게!”왕서희는 창고 끝자락에 눈물범벅인 채 몸을 덜덜 떨었다. 남자들이 점차 거리를 좁히며 다가왔다. 하지만 그녀는 손과 발이 묶여 있는 것도 모자라, 입에도 천이 물려 있어 비명조차 지를 수 없었다.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나부터 할게!”“아니, 나부터 해야지! 아까 형님과 먼저 상의한 것도 난데!”“자, 자. 급할 거 없어. 충분히 시간 있으니까, 천천히 즐겨보자고! 좀 이따가 형님이 통화 마치고 돌아오면 먼저 좀 맛보게 해주자!”일곱 거한이 서로 앞다투어 왕서희에게 다가가려 했다. 하지만 이때, 이성을 유지하고 있던 한 명이 창고 밖에서 통화하고 있던 오정형을 떠올리곤 외쳤다.“형님, 통화 아직 멀었습니까? 형님부터 즐기시라고 자리 남겨뒀습니다!”그 시각 오정형은 아직 한참 통화 중이었다.“진 도련님!”진서호가 전화를 받자마자 오정형은 곧바로 상황을 전하며 굽신거렸다.“왕서희는 무사히 납치했어요. 대외적으로는 염구준이 한 걸로 발표했으니까, 왕종서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적은 적으로 무찌른다! 오정형은 진서호의 음모에 따라 왕서희를 납치한 죄명을 모두 염구준에게 뒤집어씌울 준비를 마쳤다. 염구준의 실력이 아무리 대단하더라도, 삼죽문 전체를 이길 수 없을 터, 그는 해명할 틈도 없이 왕종서와 삼죽문 제자들의 공격을 받게 될 것이다. 진서호는 그 순간이 너무나 기대되었다. 모든 계획이 착착 잘 진행되고 있었다. 이제 염구준이 죽었다는 소식만 기다리면 됐다.“잘했어.”진서호가 칭찬과 함께 살기 가득한 표정으로 덧붙였다.“염
왕서희가 울며불며 용서를 구하는 사이, 오정형은 벌써 허리띠를 풀고 욕망 풀 준비를 마쳤다.“고분고분하게 나오지 않겠다면, 거칠게 다뤄질 각오해야할 거야! 거기 너, 이 년 옷 벗겨!”그러자 즉시 거한 중 한 명이 히죽거리며 왕서희의 옷깃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옷이 찢기기 직전, 쾅 하고 귀가 터질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동시에 굳게 닫혀 있던 창고문이 폭탄을 맞은 듯 산산조각 났다. 창고 안은 부서진 문 조각들과 먼지들로 뿌옇게 변했다.“이런 젠장!”오정형은 갑작스러운 굉음에 제대로 상황을 확인하지도 못하고 호통쳤다.“감히 이 중요한 순간에 나를 방해하다니! 누구든 상관하지 말고 당장 족쳐라!”그러자 주변에 있던 남자들이 얼굴을 굳히며 주변에 있던 무기들을 집어 들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깨진 유리병, 어떤 이는 쇠 갈고리, 그것마저 없는 이들은 맨주먹으로 서서히 먼지가 걷히고 있는 창고 입구로 향했다.그런데 이때,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왕서희 씨, 눈 감으세요.”자욱한 먼지 너머 어딘가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낮게 울려 퍼졌다.“앞으로 벌어질 일은 여자가 보기엔 좀 잔인할 수 있어요.”‘이 목소리의 주인은… 설마 염구준?’상대의 정체를 알아차린 오정형은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는 본능적으로 왕서희를 뒤로 끌어안으며 품고 있던 단도를 그녀의 목에 겨누었다.먼지 때문에 모습이 보이지 않았지만, 오정형은 목소리의 주인이 염구준임을 확신했다. 진서호가 죽도로 증오하는 남자, 손씨 가문의 데릴사위, 염구준!“염, 염 선생님….”두려움이 환희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왕서희는 목에 칼이 겨눠진 상황에도 왠지 모르게 자신은 죽지 않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그녀는 애써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며 염구준을 향해 소리쳤다.“두렵지 않아요. 염 선생님이 온 이상, 전 아무것도 겁나지 않아요!”‘그렇다면… 잘됐군.’염구준은 망설임 없이 창고 안으로 걸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거구의 남자들과 맞닥뜨리기 일보 직전, 그의 얼굴엔 일말
아무리 세상이 넓고 강자는 많다고 하지만, 염구준도 그에 해당될 줄이야… 오정형은 그가 인간이 아니라 사신 또는 악마처럼 보였다.“오정형.”염구준이 서서히 오정형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발에 찰박찰박하고 피 웅덩이가 밟혔다. 하지만 염구준은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죽음이 두려운가? 하지만 죽지 않는다고 해서 과연 너에게 평온한 삶이 주어질 것 같으냐? 자, 네가 직접 선택해 봐. 죽음이냐, 아니면 삶이냐.”죽음 아니면 삶, 오정형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만약 여기서 삶을 선택한다면, 차라리 죽음을 바랄 정도로 고통스러운 삶이 주어질 것이라 염구준은 경고하고 있었다.“누, 누, 누가… 겁먹을 줄 알고!”오정형이 몸을 떨며 왕서희의 목을 겨누고 있는 단도를 더 날카롭게 그러쥐었다.“내 손에 인질이 있다는 걸 잊지 마! 이 칼 안 보여? 함부로 움직이면 당장 이년의 목을 그어버릴 거야! 난 절대로 혼자 죽지 않아!”‘혼자 죽지 않겠다라, 가소롭군!’오정형의 협박에도 염구준은 전혀 흔들림이 없이 무덤덤한 얼굴로 말했다.“사느냐 죽느냐, 선택하지 못하겠다면 내가 대신 결정해 주지. 내 선택은….”펑! 염구준은 말을 끝맺지 않고 곧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주변의 공기가 진동하며 갑자기 무형의 기운이 폭발했다. 창고 안이 요동치며 동시에 오정형의 양팔이 무언가에 짓이겨진 듯 뭉개졌다.오정형의 팔은 쥐고 있던 단도와 함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지며 허공에 흩뿌려졌다. 하지만 옆에 있던 왕서희에겐 어떠한 타격도 피도 튀기지 않았다.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무형의 장벽이 그녀를 단단히 감싸 안으며 보호했기 때문이다. “안 돼, 안 돼! 아아악!”두 팔이 부서지는 고통과 함께 오정형은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울부짖었다.“염구준, 이 악마 같은 놈아! 어디 죽일 테면 죽여! 난 악귀가 되어서 평생 널 따라다니며 괴롭힐 테니! 진 도련님도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손가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염구준을 부르며 다가왔다. 다행히 그는 무사해 보였다. 하지만 곧 바닥에 흩뿌려진 핏자국들과 바닥에 쓰러져 있는 왕서희를 발견하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저분이 왕서희 씨?”염구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계속 밧줄에 묶인 채로 있어서 몸이 마비되었을 거야.”그리고는 부탁한다는 듯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덧붙였다.“가을아, 넌 일단 왕서희 씨 부축해 나가 있어. 여기는 내가 마무리 지을게.”손가을은 잠시 망설였지만, 바닥에서 발광하는 오정형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지체 없이 창백한 안색의 왕서희를 부축해 창고를 나섰다.이제 창고에는 오정형과 염구준, 그리고 오부라은과 그의 형제들만 남게 되었다.이때, 오부라은이 앞으로 나서며 바닥에 쓰러져 있는 오정형을 향해 얼굴을 험악하게 일그러뜨렸다.“제가 왕 선생님을 대신해, 이 개자식을 밤낮으로 울부짖게 만들겠습니다!”염구준은 오부라은의 태도에 아주 만족스러웠다. 그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이 오정형을 향해 말했다.“죽음은 사치지. 넌 죽음을 선택하지 않은 걸 후회하게 될 거야!”그 말을 끝으로 염구준은 오부라은을 향해 가볍게 손짓했다.“저놈의 다리와 허리를 부러뜨려 진씨 가문으로 돌려보내. 그리고 진서호에게 내가 보낸 선물이라고 꼭 전해주고! 절대로 거절할 수 없게 해!”왕서희를 납치하라고 지시하다니, 이건 염구준의 역린을 건드린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절대로 진서호를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오정형은 그 시작을 알리는 지표였다.오부라은은 망설임 없이 오정형에게 다가가 두 다리와 중심 부위를 으스러뜨렸다. 오정형은 반항할 틈도 없이 고통에 그대로 혼절하고 말았다.“지금 바로 이 쓰레기를 진씨 가문으로 보내!”약 20분 후, 봉황국 동북 교외에 있는 진씨 가문 정문.번호판을 달지 않는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진씨 가문 정문을 지나가며, 쓰레기봉투처럼 보이는 것을 툭 던지고 빠르게 모습을 감췄다. 너무나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경호원은 미처 반
앨리스가 아무리 총명해도 엘 가문의 힘만으로 김웅신을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했다.“그 얘긴 그만하고 네 얘기나 좀 해봐.”진무석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진서호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의 얼굴엔 아직도 선명한 손바닥 자국이 남아 있었다. 진무석의 미간이 사정없이 찌푸려졌다.“앨리스가 주최했던 연회장에서 네가 뺨을 맞았다는 소문이 돌던데, 사실이야? 도대체 누가 감히 널 때려?”그 말에 진서호는 연회장에서 염구준과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아직도 뺨이 얼얼하게 아리는 듯했다. 화가 다시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올랐다.“아버지, 안 그래도 제가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손씨 그룹 규모가 생각했던 보다 더 큰 것 같아요….”“큰일 났습니다!”그런데 이때, 진서호의 말을 자르며 경호원이 허겁지겁 뛰어 들어왔다.“가주님, 도련님, 오정형이 누군가에게 당해 폐인이 되었습니다. 팔과 다리는 물론 남자의 급소까지 잘린 채 돌아왔습니다!”그 말에 진무석과 진서호는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여기요. 여기!”이어서 경호원 세명이 검은색 쓰레기봉투를 헐떡이며 거실에 내려놓았다. 곧이어 버러진 쓰레기봉투 안에서 고약한 악취와 피범벅이 된 살갗이 보였다.동시에 진무석과 진서호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이토록 잔인한 수법이라니, 부자는 등골이 오싹해졌다.오정형은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듯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이대로 병원에 이송된다고 하더라도 살아남기 어려워 보였다. 아니, 살아난다고 하더라도 폐인이 될 게 뻔했다. 진씨 가문에 폐인이라니, 필요 없는 존재였다. “내다 버려! 알아서 죽게 내버려둬!”진서호가 경멸이 담긴 표정으로 오정형이 담긴 쓰레기봉투를 바라보며 경호원에게 명령했다.“오정형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지? 내가 보낸 사람들은 다 어디 있어?”그 말에 잠시 망설이던 경호 대장이 아래 사람들에게 얼른 오정형을 내보내라고 손짓했다. 그런 다음, 조용히 진서호의 질문에 대답했다.“좀 전에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저택 입구를 지나면서 오정형을 버
한참 핸드폰을 들여다보던 진서호가 결심한 듯 어딘가로 연락을 넣었다. 그리고는 낮게 깔린 목소리로 바로 본론을 꺼냈다.“이번에 좋은 건수가 있는데, 성공하면 이천억 줄게. 어때, 할 수 있겠어?”이천억인데,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총황션은 내용도 듣지 않고 크게 웃으며 곧바로 수락했다.“당연하죠. 말씀만 하십시오. 사례금이 이천억인데, 무엇이든 못할까요? 안 돼도 되게 해야죠!”진서호와 총황션이 통화하는 그 시기, 염구준은 손가을 등을 데리고 다시 호텔 객실로 돌아왔다. 염구준과 손가을이 머물고 있던 로열 스위트룸은 매우 컸기에 충분히 모든 인원을 수용했다. 손가을은 객실로 돌아오자마자 왕서희를 데리고 욕실로 향했다. 갑작스러운 납치에 매우 놀랐을 텐데, 뜨거운 물에 몸을 불리다 보면 긴장이 조금 풀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염 선생님, 일 처리 잘 끝났습니다.”오부라은이 소파에 앉아 있던 염구준을 향해 살짝 몸을 숙이며 공손히 말했다.“지금쯤 오정형도 죽었겠네요. 진씨 가문에서도 이제 움직이기 시작할 겁니다. 저도 염 선생님에게 더 도움이 되고 싶지만….”봉황호텔은 봉황국 북쪽에 위치해 있어 황혼대로에 속하지 않아 그의 관리 밖에 있었다.봉황국엔 암묵적인 룰이 있었다. 용하국 출신 사람은 함부로 황혼대로에 들어갈 수 없었고, 황혼대로 쪽 사람도 용하국 사람들이 머무는 북구 지역에 함부로 들어가서는 안 됐다!“규칙이란 사람이 정한 것.”염구준이 골치 아픈 듯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뭐 하나만 묻자. 도대체 왜 이렇게 용하국 출신 사람들만 차별하는 거지? 용하국과 무슨 일이 있었어? 넌 황혼대로의 실질적 지배자이니, 이 부분에 대한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아?”“염 선생님, 부디 노여움을 풀어주세요. 제가 아무리 담이 크더라도 어떻게 용하국을 함부로 대할 수 있겠습니까? 금지구역에 대한 건 정말….”지잉...이때, 갑자기 오부라은 상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연락이 온 것 같았다.“염 선생님, 잠시만 실례
전화 너머 총황션의 위협적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오부라은, 규칙을 어기고 황혼대로에 용하국 사람을 들여보내다니, 이건 같은 황혼대로 사람들한테 반기를 드는 거나 마찬가지! 너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주지. 왕서희를 데려와 오늘 있었던 일을 없었던 일로 만들거나, 아니면 나랑 직접 대면해! 하지만 나랑 만나게 된다면, 제대로 해명해야 할 거야! 아니면… 각오해!”그 말을 끝으로 총황션은 오부라은의 답을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젠장, 빌어먹을!”오부라은은 분노가 치솟았지만, 염구준 앞이라 함부로 표출하지 못하고 숨을 들이쉬면서 화를 삭였다.“조급해할 것 없어.”염구준이 오부라은의 표정을 보며 가볍게 손을 내저었다.“통화했던 일은 잠시 미뤄두고, 일단 용하국 출신 사람 금지하는 구역이 어떻게 생기게 된 건지 말해봐.”이 일은 5년 전에 시작되었다!“제가 봉황국에 정착하게 된 건 5년 전입니다.”오부라은이 분노를 가라앉히며 낮은 목소리로 염구준의 질문에 답하기 시작했다.“그때 용하국 사람들은 지금만큼 강하지 않았죠….”5년 전, 전신전은 설립되었지만, 아직 전 세계적으로 퍼진 전쟁이 꺼지지 않았던 시기였다. 하지만 봉황국은 비교적 전쟁의 영향을 덜 받아 많은 기업의 피난처가 되어주었다. 그런데 봉황국은 13개의 도로, 26개의 구역으로 나누어진 매우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었다. 구역도 많은데 서로 모두 다른 출신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살다 보니, 자주 충돌이 일어났다. 결국 나라에서 보다 못해 직접 나서 충돌을 억제하며 지금의 남북지역이 생기게 되었다.오부라은은 황혼대로의 지배자가 된 후로, 줄곧 금지구역을 해제해 용하국과 다른 기업들의 교류를 활발히 이뤄지게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총황션과 다른 사람들을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며 금지구역 구도를 유지하려 했다. 그리하여 생기게 된 규칙이었다!총황션은 이 규칙을 명목으로 오부라은에게 왕서희를 내놓으라고 압박한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사이가 좋지 않더라도 충돌하면 서로 큰 피해가
베르는 동시에 방어한다면 염구준의 공격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하나씩 파괴되는 것을 보고 괴성을 질렀다.“아아아악!”염구준의 검은 여전히 날카롭게 베르의 방어벽까지 쉽게 깨 부셨다.갑자기 대량의 에너지를 사용했더니 구자검이 전처럼 날카롭게 움직이지 않았다.“반격!”이때다 싶어 베르는 다섯 명과 함께 기운을 끌어올려 반격에 나섰다.쿵!맹렬한 공격으로 쌍방은 각자 뒤로 물러서고 그 충격으로 수중에 회오리바람을 만들어 동굴이 심하게 흔들렸다.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미처 방어벽으로 막지 못해 회오리바람에 휘말려 잠수 장비가 깨지고 심해의 수압에 경련을 일으키다 익사했다.그 장면을 본 일부 무술인들은 괜히 끼어들다 죽을까 봐 한참 뒤로 물러섰다.돌기둥에 돌아온 염구준은 아직도 심해의 눈물이 흐르는 것을 발견했다.이렇게 귀한 물건을 낭비할 수 없어, 다른 사람의 산소통을 빼앗아 검으로 자르고는 거기에 담기 시작했다.심해의 눈물이 워낙 밀도가 강해서 산소통의 물이 알아서 흘러나왔다.그때 전체 동굴이 심하게 흔들리더니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아아악!”또 갑작스럽게 닥친 변고에 다들 주변을 경계했다.베르의 표정은 가관이었다.눈앞의 강적도 죽이지 못했는데 또 알 수 없는 위험이 닥쳐서 미치고 팔짝 뛸 것만 같았다.“불꽃으로 비춰!”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몇몇 불꽃이 위를 비추었다.대부분 부하들은 가방에 보물을 하나라도 더 쑤셔 넣으려고 전등이나 불꽃을 만드는 장비를 전부 던졌다.불꽃이 이동할 때마다 주변을 비추었는데 위험한 생물체는 보이지 않았다.대신 아무런 상처도 없는 죽은 시체가 모두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그것을 본 순간 불길한 느낌이 몸을 감싸는 것 같았다.적의 정체를 모르니 아무리 힘이 있어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응?”염구준도 수상한 기운을 느끼다 갑자기 누군가 숨통이 끊어지는 것을 감지했다.죽은 모습은 전에 보물을 찾으러 왔던 무술인들의 시체와 증상이 똑같았다.‘엄청난 생명이 움직
운이 좋게 기회를 잡은 염구준은 옥패에 적힌 무학을 펼쳐 체내의 기운을 최대로 끌어올려 이 에너지를 흡수했다.그러자 예전에 다쳤던 상처들이 급속도로 회복하는 것이었다.“염구준, 목숨을 내놔라!”세라는 꼼짝하지 않는 염구준을 노려보며 비수를 앞으로 찔렀다.그동안 참았던 원한을 모두 이 비수에 담았다.아들과 손자를 폐인으로 만든 복수, 그날 중상을 입고 도망쳤던 수치스러움을 오늘 전부 갚을 작정이었다.슈웅!비수가 염구준의 심장을 찌를 무렵, 그가 눈을 번쩍 뜨고 한 주먹으로 세라의 가슴을 쳤다.“칠상권종극오의, 칠권합일!”갑자기 주먹을 휘두르는 바람에 세라는 미처 방어하지 못했다.몸을 뚫어버린 것 같은 공격에 그녀는 피를 토하며 뒤로 수십 미터나 떨어지고 말았다.그 충격에 잠수 장비가 폭발하여 세라는 심해의 압박을 견디지 못해 곧 죽을 위기에 처했다.나이를 먹어서 염구준보다 육신이 강하지 못했다.이어서 염구준이 구자검을 들고 체내의 에너지를 감지하며 천천히 일어섰다.지금까지 이토록 강력한 힘을 느껴 보기는 처음이었다.‘극한 육신에 도달했어.’오랫동안 육신을 단련하고 여러 번이나 시도한 끝에 드디어 극한 육신을 만들어내다.이것은 모두 세상에 존재하는 기괴한 물건이 도와준 덕분이었다.심지어 외부 상처와 내상마저 전부 치료되어서 다시 예전의 전투력을 회복했다.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다시 간담이 서늘하게 만들었다.“이… 이럴 수가!”베르는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방금 여섯 명의 공격을 받고 곧 죽을 것 같던 적이 갑자기 멀쩡하게 살아나서 정말 미쳐버릴 지경이었다.심지어 그의 기운은 전보다 더 강해진 것 같았다.스스슥!염구준은 잠수 장비가 없어 말은 하지 못하지만 검을 들고 다섯 명의 반보천인에게 빛의 속도로 달려갔다.육신이 극한 반보천인 경지에 도달하여 이제는 심해의 압력을 받아도 미세한 영향만 미쳤다.한 순간에 육신을 탈변하고 승화시켜 한 단계 높은 경지로 도달한 것이다.“다 같이 공격해요! 혼자서
대어당의 당주는 아직도 염구준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않아 정면으로 충돌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게다가 1대1 싸움에서 평범한 반보천인들이 먼저 죽을 가능성이 높았다.…염구준은 통신기에서 포효하는 소리가 들리자 단호하게 꺼버리고 조용히 돌기둥의 에너지를 감지했다.지금 그들은 진짜 옥패가 염구준이 갖고 있다고 단정했다.“내가 꼭 네놈의 숨통을 끊어버릴 거야!”베르는 다시 결심하며 반보천인 세 명을 이끌고 돌진했다.고대 옥패가 나타난 이상 더는 참을 이유가 없었다.“내가 돕겠습니다. 일단 염구준을 죽이고 나중에 얘기하죠.”메노스도 반보천인 부하 한 명을 이끌고 가담했다.염구준의 실력이 워낙 강해서 이런 위험한 인물은 일찌감치 제거해야 안심할 수 있었다.동시에 반보천인 여섯 명이 의기투합하여 공격했다.‘살기야.’뒤에서 서늘한 살기를 느낀 염구준은 돌기둥에서 물러나 검을 들고 그들과 맞섰다.쿵!하지만 여섯 명의 공격을 동시에 막아내더니 바로 뒷걸음을 치며 물러섰다.본래 전투력이 80%밖에 회복되지 않았는데 또 6대1의 상황에 직면하게 되니 승산이 거의 없었다.“하하하, 다들 봤죠? 염구준이 막지 못했어요. 그쪽 세 명 함께 싸우지 않을래요?”일격에 자신감을 찾은 메노스는 대어당 일행을 유인했다.상황이 급변하자 대어당 당주는 앞뒤 상황을 계산하면서 생각에 잠겼다.그 사이에 염구준은 잠수 장비가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고 계속 기운을 끌어올렸다.적들을 물리치려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했다.“미쳤어? 잠수 장비가 없으면 육신으로 수압을 견뎌야 해!”베르는 염구준이 자살하려는 줄 알고 경악했다.아무리 반보천인 무술인이라도 육신이 극한에 도달하지 않으면 바다의 수압을 감당하기 힘들었다.“뭐 하는 겁니까? 이때 죽여야죠!”메노스는 엄숙한 표정으로 수중에서 빠르게 전진했다.어쩐지 알 수 없는 위기감이 그를 감싸는 것 같았다.촤아악!한 사람이 공격해 오자 염구준은 날카로운 검을 휘둘러 상대방을 물리쳤다.지금 염구준이 부상을 입어 절
염구준은 미련 없는 듯 베르에게 가짜 옥패를 던져버렸다.그로 인해 자신을 향한 적의를 상대방에게 전가했다. “뭐야?”갑작스럽게 옥패를 받은 베르는 어리둥절했다.염구준이 이렇게 쉽게 옥패를 내놓을 줄은 생각도 못한 것이다.“베르, 옥패를 내놓으세요!”이에 불만을 품은 메노스가 손을 뻗어 빼앗으려 했다.그도 이번에 옥패를 찾으라는 임무를 맡았기 때문에 절대 베르가 독차지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스스슥!대어당 일행은 염구준이 옥패를 넘겨주는 것을 보고도 끼어들지 않고 이내 메노스 편에 서서 베르와 대치했다.이제 쌍방의 실력은 거의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한편, 염구준은 돌기둥을 계속 쳐다보았다.방금 접촉할 때 안에서 에너지가 움직이는 것을 느꼈는데, 정체를 알 수 없어 함부로 건드리지 못했다.아직 시체가 상처 없이 죽은 수수께끼를 풀지 못했다.“염 선생님, 보물을 충분히 챙겼어요. 이제 어떻게 하죠?”그때 노신기가 일을 마쳤는지 부하들을 정렬하게 두 줄로 세우고는 물었다.두 사람은 염구준의 말을 여러 번이나 되새겨 본 후에 그의 지시에 따르기로 결정했다.어떤 물건들은 실력이 없으면 욕심을 내지 않는 것이 상책이었다.“먼저 절벽을 따라 올라가서 선박에서 기다려요.”염구준이 단호하게 지시했다.아직 알 수 없는 위험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니 미리 대피시킨 것이다.“알겠습니다.”노신기와 그레이는 더는 묻지 않고 방금 들어왔던 동굴로 되돌아갔다.염구준을 따르면 고생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이득을 볼 수 있기에 그냥 지시에 따르면 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여러 차례 큰 사건을 겪으면서 지켜본 결과, 염구준의 결정은 틀린 적이 없었다.천기문 일행이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염구준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이제 좀 눈치를 챙겼네.’만약 그들이 탐욕에 지배되어 끝까지 고집을 피운다면 그냥 죽게 내버려뒀을 것이다.이어서 염구준은 돌기둥 옆에 서서 한참을 관찰하다가 두 손바닥을 붙이고 에너지가 흐르는 것을 감지했다.하지만 잠수 장비로
염구준은 여광으로 모두의 움직임을 살피고는 갑자기 몸을 비틀어 일련의 검기를 발사했다.적들이 부상을 입은 상처에서 피가 흘러나와 사방을 벌겋게 물들였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이 나서서 도와주지 않으니 실력이 약한 부하들은 배추처럼 잘려 나갔다.그때 메노스가 다시 결단을 내렸다,“염 선생, 우리랑 함께 스텔라성을 물리치고 나중에 보물을 평등하게 나눠 가져요!”이것은 염구준을 옆에 유인하여 부하들이 옥패를 빼앗게 하려는 수작이었다.“관심 없어.”하지만 염구준이 싸늘하게 거절하고 더 무정하게 살해했다.어떤 세력이든 상관없이 그를 공격하는 사람들은 전부 적이라 생각했다.공포스러운 그의 전투력 앞에서 다들 맥없이 쓰러지고, 이러다 고대 옥패가 그의 손에 들어갈 것 같았다.격전을 벌이던 베르는 부적절한 점을 발견하고 바로 제안했다.“그만 싸우고 우리 함께 염구준을 공격합시다. 저놈을 죽이고 다시 상의해요!”“찬성합니다.”메노스가 멀리서 힐끗 보더니 흔쾌히 동의했다.솔직히 모두가 염구준을 먼저 처리하고 싶었다.쿵!격전을 벌이던 각 세력들은 에너지 충격력으로 각자 뒤로 물리었다.그렇게 고대 옥패를 위해 잠시 휴전하기로 협상했다.스스슥!이제 상황은 변하여 일부 반보천인들이 뭉쳐서 염구준을 공격했다.세라 일행은 실력이 따라갔다면 진작에 그와 싸웠을 것이다.그 외에 대어당을 포함한 세 가문은 원래 자리에 서서 구경했다.전에 깨끗하게 패배한 후, 그들은 다시 염구준과 싸우지 않겠다고 맹세했었다.세 가문의 힘을 잃은 메노스가 눈을 부릅뜨고 재촉했다.“당신들 뭐해요? 전에 우리랑 했던 약속을 잊었어요?”세 가주의 실력은 강하지 않지만 그래도 명백한 반보천인이라 강력한 조력자가 될 수 있었다.그런데 그들은 옥패 쟁탈권을 포기하고 말았다.“우린 저 싸움에 끼어들지 않고 보물들을 챙기자.” “염 선생, 우린 당신과 적이 되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나중에 여기서 나가도 우리한테 복수하지 마.”세 사람은 이득을 위해 스텔라성과 적이 될 수는 있어도
“불꽃 피워!”갑작스러운 변고에 각 세력들은 동시에 소리나는 곳을 쳐다보았다.이곳에 들어온 후로 가주들은 부하들이 미친듯이 보물을 챙기고 있는 와중에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슈슈슉!허공에서 수많은 불빛이 아른거리며 한쪽을 대낮처럼 밝게 비추었다.눈앞에 지름이 50미터, 높이가 2미터되는 기둥이 우뚝 서 있는 것이었다.그 위에는 누구도 알지 못하는 신비한 도안이 새겨져 있었다.‘고대 옥패야.’염구준을 마주한 기둥 측면에 눈에 익은 옥패가 나타났다.그런데 이상하게도 그의 몸에 있는 옥패 4개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옥패야!”누군가 흥분하며 소리를 질렀다.각 세력들이 그렇게 바라던 옥패가 드디어 나타나자 수십 명의 무술인이 물속을 가르며 돌기둥에 접근했다.지금 고대 옥패가 눈앞에 나타났으니 다들 손에 넣어서 무공을 제고하고 싶었다.염구준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통신기를 다른 채널로 바꾸고 좋은 마음으로 경고했다.“그레이, 문주님, 당신들은 빼앗을 자격이 없어요. 보물을 챙기고 빨리 도망쳐요. 이곳은 생각하는 것처럼 안전하지 않아요.”그러나, 두 사람은 다른 속셈이 있는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이미 호의를 베푼 이상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본인들에게 달렸다.염구준은 검을 들고 돌기둥에 박혀 있는 옥패로 돌진했다.어떤 변고가 나타날지 모르니 항상 주변을 경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퍽퍽!쿵쿵!촤아악! 슝!돌기둥 주변에 격렬한 싸움일 일어나면서 각자의 기운으로 인해 물살이 거세게 일렁거렸다.순식간에 수많은 사상자들이 나타났다.보물을 봤을 때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던 가주들마저도 옥패가 나타난 순간 두 눈을 벌겋게 뜨고 달려들었다.아무런 이득도 챙기지 못한 베르는 배후 세력을 내세워 모두를 협박했다.“감히 스텔라성과 대응하면 적으로 간주하고 이곳에서 나가는 즉시 몰살할 겁니다.”스텔라성에서 사상자가 많이 생기면 그도 돌아가서 설명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었다.메노스는 갑자기 대어당 등 가문과 손을 잡고 베르 일행을 속수
염구준이 황금 산더미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모두가 주시했다.그는 혼자서도 모든 세력과 맞설 수 있으니 전혀 두려워하는 내색이 없었다.“너한테 고대 옥패 있지? 당장 내놔!”통신기에서 고막을 찢을 듯한 베르의 고함소리가 들렸다.한마디로 염구준을 모두의 표적으로 만들 작정이었다.“맞아요. 내 손에 옥패 4개 있는 걸 다들 알고 있죠. 원하면 얼마든지 와서 빼앗아요.”염구준은 개의치 않고 거대한 유혹으로 대응했다.‘4개씩이나?’베르는 물론 다른 세력들도 충격을 받았는지 입을 떡 벌이고 경악했다.그런데 잠시 생각해 보다가 ‘누가 이렇게 귀한 물건을 갖고 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하고 의심한 끝에 분명 손에 없다고 단정했다.염구준이 제일 처음으로 들어왔으니 있어도 이곳에 있는 옥패일 것이다.그런 생각에 모든 세력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염구준! 이곳의 옥패를 내놔. 그건 모두의 것이다.”기회를 잡은 베르는 항상 자신의 이익을 모두의 이익과 연결시켜서 말했다.왜냐면 모든 사람과 함께 염구준을 상대하면 승산이 높기 때문이었다.말이 끝나기 바쁘게 메노스, 대어당 등 세 가문에서도 염구준과 맞설 생각을 했지만, 다들 약아빠진 여우들이라 확실하지 않는 이익 앞에서 먼저 나서지 않았다.“나이가 먹어서 멍청한 건가, 아니면 치매가 왔어요?”염구준이 그를 경멸하며 맞받아쳤다.“내가 이곳의 옥패를 가졌다면 벌써 선박 위로 올라갔지, 역겨운 당신 면상을 보러 왔겠어요?”그의 말에 일리가 있다 느꼈는지 몇몇은 고개를 끄덕였다.이곳은 워낙 동굴이 많아서 몰래 돌아가면 누구도 발견할 수 없다.솔직히 베르는 염구준에게 괜한 시비를 걸고 있을 뿐, 옥패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무슨 꿍꿍이인지 누가 알아. 몸을 수색해야 알지.”펑!말이 끝나기 바쁘게 염구준이 홱 하고 날카로운 검기를 발사해 황금 산더미를 부쉈다.“당신 머리가 단단한지 내 검이 단단한지 겨뤄보죠.”이 세상에서 그의 몸을 수색할 자격은 손가을 외에 누구도 허락하지 않
염구준은 긴 한숨을 쉬고는 희미한 불빛에 의지하면서 계속 어둠속을 헤쳐갔다.어렵게 여기까지 왔는데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인기척이야.’염구준이 어렴풋이 비추는 빛을 통해 한 그림자가 머뭇거리더니 황금 산더미 뒤로 숨어버리는 것을 포착했다.이어서 일행이 뒤를 따라 수십 개의 불꽃을 발사하며 주변을 밝게 비추었다.그들이 팔다리를 흔들며 춤을 추는 것을 보니 보물을 찾은 모양이었다.물속에 들어오면 다들 통신기를 통해 연락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어떤 세력인지 알 수 없었다.게다가 공공 채널도 없는 것을 보니 독식하려는 것 같았다.그런데 일행은 보물을 챙기지 않고 각자 흩어져서 이 구역을 수색하는 것이었다.‘설마 저 사람들도 옥패를 찾나?’염구준은 산더미처럼 쌓인 황금 뒤에서 그들을 살펴볼 뿐 나서지 않았다.조건이 된다면 어부지리를 취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었다.그때 주변에 하나둘씩 불빛이 켜지더니 다른 동굴 입구에서 사람들이 나타났다.밖에 있는 절벽의 모든 입구는 이곳으로 통하는 것 같았다.들어온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이럴 줄 알았더라면 서로 기분 잡치게 경계하지 말고 바로 들어왔을 것이다.모든 세력들이 모이자 공공 채널이 다시 열렸다.“다들 무사히 도착한 걸 축하하고 매력적인 이 보물을 공유합시다. 절반은 스텔라성이 챙기고 나머지는 각 가문에서 나눠가지세요.”맨 처음으로 베르가 발언했다.말투는 다정해도 실제로 자신의 호주머니를 채우려는 욕심으로 가득했다.염구준까지 합치면 아홉 세력들이 모였는데 여덟 세력에서 절반의 재물을 나누어서 가지라니, 그 와중에 세력을 등에 업은 세라가 이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저희 캐틀린 가문에서 1할을 챙기겠습니다.”…두 사람의 말을 들은 나머지 세력들은 불평등한 대우에 욕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그레이, 너 2할 나 2할, 나머지는 염 선생한테 주자.”노신기는 베르와 세라의 분배 방식을 깡그리 무시하고 자신의 의견을 내놓았다.그레이는 바로 눈치채고 맞장구를 쳤다.“그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 세력들은 세라와 관계가 좋았지만 지금은 그녀가 스텔라성과 엮여서 믿을 수가 없었다.베르가 말한 동맹도 결국은 이익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었다.“염병할 놈!”베르는 염구준이 사라진 곳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에취!”한편, 바다의 동굴을 지나던 염구준이 재치기를 하더니 귓구멍을 파며 중얼거렸다.“또 어떤 놈이 뒤에서 나를 욕하는 거야?”그는 이미 수백 미터 안으로 들어가면서 동굴을 살펴보았다.오래전에 인공으로 만들어진 동굴로서 지하수도로 사용했거나 육지에서 지각이 변화하여 이곳에 가라앉을 가능성도 있었다.이제 동굴 내부에 완전히 적응되어서 속도를 낼 때가 되었다슝!위험도 없고 갈림길도 없으니 팔다리를 빨리 저으며 앞으로 전진했다.동굴 끝에 무엇이 있는지 참 기대가 되었다.그것이 고대 옥패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이다.푸!가는 도중에 갑자기 장어 같은 바다 동물의 습격을 받았지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누가 있어.’얼마나 헤엄쳤는지 모르겠지만 눈앞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염구준은 그 사람의 생사를 알 수 없어 한 줄기 검기를 발사했다.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고 죽은 사람이라 생각했다.가까이 다가가 보니 잠수복을 입은 시체는 부패되지도 않고 마치 자는 것처럼 보였다.그 옆에 커다란 가방이 있었는데, 열어보니 황금, 비취. 진주 등 값나가는 보물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진짜 보물이 있었네. 고대 옥패도 있을까?”그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보물이 가득한 가방은 뒤로 한 채 계속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시체들이 점점 더 많이 나타났다.염구준은 궁금했다.왜 시체들이 하나 같이 상처도 입지 않고 평온한 표정으로 죽었는지 말이다.이상한 상황으로 하여금 점점 주변을 경계하게 만들었다.앞으로 더 나아갔을 때, 동굴은 사라지고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이곳이 바로 목적지인 것 같았다.그리고 내부를 살펴보려고 수십 발의 불꽃을 발사하던 염구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