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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1화

작가: 목련청
“이 선생님은 당연히 전문의시지!”

서유라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졌다. 그 안엔 분명 당황한 기색이 섞여 있었다.

“서준아, 쓸데없는 생각 좀 하지 마. 이 선생님은 내가 잘 아는 친구가 소개해준 사람이야. 정신과 쪽에선 꽤 유명한 전문가라고 해서 너 잘되라고 데려간 거잖아. 널 위해 그런 건데 어떻게 그렇게 의심할 수 있어?”

“날 위해서?”

말을 되받아 읊조리는 배서준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너 자신을 위해서였던 건 아니고?”

“배서준!”

서유라의 목소리가 결국 날카롭게 치솟았다.

“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해? 내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지 정말 몰라? 널 위해서 내가 얼마나 많은 걸 포기하고 얼마나 많은 걸 해왔는지 다 잊은 거야? 지금 네 몸 상태 좀 괜찮아졌다고 나부터 의심하고 따져 묻는 거야? 그게 네가 날 대하는 방식이야?”

서유라의 목소리는 점점 울먹거리는 듯했고 듣는 사람마저도 눈물이 맺힐 정도로 서러워 보였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서유라의 반응에 배서준은 당장이라도 마음이 약해졌을 것이다.

사과하고 잘못을 인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의 가슴속엔 오직 마비된 감정과 깊은 의심뿐이었다.

“유라야, 너를 의심하려는 게 아니야. 그냥 진실이 알고 싶을 뿐이야.”

배서준의 목소리는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여전히 담담했다.

“정말 날 위한 거라면 약의 성분이랑 그 의사에 대한 정보를 나한테 알려줘. 그래야 내가 마음이 놓이지 않겠어?”

한동안 전화기 너머는 아무 말이 없었다.

더욱 무겁고도 길게 침묵하는 것으로 보아 서유라는 무언가를 따지고 계산하고 망설이는 것처럼 보였다.

배서준의 마음도 그 침묵과 함께 점점 더 가라앉았다.

그는 느낄 수 있었다.

그 긴 침묵이 이미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는 걸.

“서준아, 이제 정말 날 믿지 못하겠다는 거야?”

서유라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지만 그 속엔 절망과 슬픔이 깃들어 있었다.

“널 믿을 수 있게 해줄 이유를 줘.”

배서준의 목소리는 싸늘하고 단호했다.

“알겠어, 이제 이해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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