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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Penulis: 목련청
이 피드는 그녀를 차단하는 걸 잊은 게 분명했다.

그녀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지만, 그 어떤 감정의 흔들림도 보이지 않았다.

어제 보낸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오늘은 서유라의 손에 쥐어진 걸 보니 그 빠른 처리 속도가 감탄스러울 정도였다.

그럴 만도 했다. 어차피 서유라는 배서준이 마음속에 가장 아끼는 사람이니까.

남설아는 희미하게 웃었다. 막 휴대폰을 끄려던 찰나, 한 통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설아야, 나 열흘 후에 귀국해.]

프로필 사진은 새까맸고 이니셜 ‘kyc'가 적혀있었다..

오랫동안 연락처 목록에 잠들어 있던 사람, 계산해보면 둘이 연락하지 않은 지도 벌써 6년이 흘렀다.

남설아는 가라앉은 숨을 내쉬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후 4시 20분, 배서준은 무거운 회의에서 막 빠져나온 참이었다. 장우진의 알림이 없었더라면 배나은을 데리러 가야 한다는 걸 잊을 뻔했다.

곧장 차량에 올라타 유치원으로 향했다.

배서준은 피곤한 이마를 문지르며 낮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빨리 가.”

운전기사는 그 눈빛을 보고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대표님.”

배서준은 아이를 데려다 남설아에게 맡긴 후 서유라의 집으로 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침묵을 깨고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는 선명하게 ‘서유라'라는 세 글자가 떠 있었다.

배서준은 눈빛이 살짝 흔들렸지만 망설임 없이 전화를 받았다.

전화기 너머,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유라는 울먹이며 말했다.

“서준아, 짱아가 너무 아파. 지금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졌는데, 의사 선생님이 이번엔 정말 힘들 수 있다고...”

짱아는 서유라가 키우는 강아지로 한때 배서준이 생일 선물로 준 아이였다.

둘이 헤어진 뒤로도 짱아는 줄곧 서유라의 곁을 지키며 그녀가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데 큰 위안이 되어줬다.

서유라에게 짱아는 둘 사이의 아이 같은 존재였다.

배서준의 눈빛이 어두워졌지만 목소리는 평온했다.

“걱정하지 마. 이따가 금방 갈게.”

“아니야... 지금 빨리 와줘...”

서유라의 목소리는 이미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 떨림이 심했고 이제는 거의 오열하는 듯했다.

“짱아가 버티지 못할까 봐 너무 무서워...”

그 순간, 배서준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서유라의 흐느낌이 들려오는 동안, 그의 머릿속에는 다른 누군가의 기대 어린 눈빛이 스쳤다. 그 눈빛이 떠오를 때마다 목이 꽉 막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결국, 배서준의 선택은 배나은이 아니라 서유라였다.

서유라는 지금 그가 필요했다.

“알았어. 지금 갈게.”

전화를 끊은 뒤, 배서준은 운전기사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방향 돌려. 러브펫 병원으로 가.”

운전기사는 잠시 멈칫했지만,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배서준은 핸드폰을 들어 장우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배나은을 대신 데리러 가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다시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그의 시선은 잠시 옆에 놓인 딸기를 올린 작은 케이크에 머물렀다. 장우진이 일부러 준비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끝내 눈을 감아버렸다. 더는 보고 싶지 않았다.

...

배나은은 하늘에서 가랑비가 내리는 걸 바라봤다. 살을 에는 찬바람이 그녀를 계속해서 스쳤고 작은 얼굴은 하얗게 질려갔다. 반 친구들은 모두 이미 집으로 돌아간 뒤였다.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여자아이가 궁금한 듯 물었다.

“나은아, 오늘 아빠가 데리러 온다고 하지 않았어...?”

그때 다른 남자아이가 웃으며 말했다.

“쟤 거짓말쟁이야. 무슨 아빠야, 그 말을 속냐?”

배나은의 눈에서 자신감이 서서히 사라졌다. 작은 가슴이 답답하게 조여왔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자신에게 정말 아빠가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아이들의 아빠는 학부모 모임에도 운동회에도 참석했지만, 그녀의 아빠는 단 한 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남자아이가 말을 끝내자 그의 아버지가 머리를 툭 치며 혼냈다.

“뭐라는 거야? 선생님, 죄송합니다.”

그렇게 아버지는 아들을 데리고 떠났다.

선생님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은아, 오늘 아빠 안 오시니?”

배나은은 정말 오늘은 아빠가 데리러 올 거라고 믿고 싶었지만, 혹시라도 자신이 아빠를 곤란하게 만든 건 아닐까 걱정됐다. 아빠를 귀찮게 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씩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 엄마가 오실 거예요.”

“그래? 그럼 엄마한테 전화해 볼까?”

선생님은 다정하게 물었다.

배나은은 조금의 서운함을 꾹 눌러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선생님, 부탁드릴게요. 감사합니다.”

남설아가 전화를 받고 유치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차가운 바람과 빗방울에 눈조차 제대로 뜨기 어려웠다.

헐레벌떡 달려온 남설아의 눈에 구석에 작게 웅크리고 떨고 있는 배나은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 순간, 그녀의 심장이 무너져내렸다. 마치 누군가 가슴 깊숙이 칼을 꽂아 피가 쏟아지는 듯했다.

아빠가 오늘 데리러 온다며 기뻐하던 딸의 목소리가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남설아는 온몸에 피가 역류하는 듯했고 목구멍에는 금세 피비린내가 차올랐다.

그녀는 눈물을 닦고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나은아.”

배나은은 얼굴을 들어 엄마를 보자 그동안의 서러움과 외로움이 고스란히 녹아내렸다. 아이는 조그마한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이렇게 작은 아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런 원망도 없었다. 그저 얌전히 엄마라고 부를 뿐이었다.

남설아는 그 순간 후회했다. 만약 자신이 끝까지 배서준과의 관계를 고집하지 않았다면, 나은은 사랑받는 가정에서 태어났을까. 아빠가 아껴주고 엄마가 보살피는 따뜻한 집에서 자랐을까.

그녀는 배나은을 꼭 안아주며 말했다.

“엄마 왔어. 이제 집에 가자. 울지 마, 우리 아가.”

배나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집으로 돌아온 후, 나은은 몸이 너무 약해서 바로 고열에 시달렸다. 남설아는 뜨거운 아이의 얼굴을 만지며 심장이 저릿하게 아팠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 건 사람은 장우진이었다.

남설아는 배나은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방을 나와 전화를 받았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오늘 대표님께서 급한 일이 생겨서 저보고 나은 양을 데리러 가라고 하셨는데... 서류 처리에 바빠서 늦게야 메시지를 확인했습니다. 유치원에 도착하니 이미 모시고 가셨다고 하더군요...”

남설아는 이런 변명을 듣고 싶지 않았고 아무런 감정 없이 차갑게 물었다.

“서준 씨는 어디에 갔나요?”

평온하게 들렸지만 그 안에는 서늘한 기운이 스며들어 있었다.

장우진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남설아는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우진 씨, 저는 배건 그룹의 사모님으로서 남편이 어디에 있는지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결국 장우진은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서유라 씨의 강아지가 위독해져서 울면서 사장님을 불렀습니다. 그래서 대표님께서...”

남설아의 눈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자신의 아이는 서유라의 한 마리 강아지보다도 못한 존재였다.

참으로 우스웠다.

그녀는 목구멍에서 쓴맛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엄마...”

그 순간, 배나은이 비틀거리며 방에서 나왔다. 창백한 얼굴에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엄마, 아빠한테 화내지 마요, 네...? 아빠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잖아요. 아빠도 정말 바쁠 거예요. 저 다 이해해요.”

그 순간, 남설아의 마음은 무너져 내렸다.

배나은은 심하게 기침하더니, 힘겹게 엄마에게 다가와 꼭 안아주었다.

“엄마, 저는 엄마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남설아는 코끝이 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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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정
2025. 06. 07. AM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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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굿바이 쓰레기   제1008화

    [배서준: 나는 너를 미워하지 않아. 하지만 절대 용서하지도 않을 거야. 네가 잃은 건 사업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인 거야.]짧은 몇 줄뿐이었지만 배서준은 숨이 막혔다.사람의 마음... 예전엔 자신이 가장 능숙하게 다루면서도 가장 가볍게 여겼던 것이었다.편지는 떨리는 손에서 미끄러져 떨어졌지만, 다시 집을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그는 그저 멍하니 작은 창문만 바라봤다. 창밖의 오동나무에서 잎이 빙글빙글 돌며 떨어져 땅 위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그건 그들이 처음 만났던 계절, 마찬가지로 오동잎이 흩날리던 때였다.하지만 이제는 그때의 시절도, 그때의 사람도 다시는 없었다.가슴은 텅 빈 듯했고 손에 잡히는 것도 없었다. 결국 그는 모든 걸 잃은 패자가 되고 말았다.저녁이 내려앉은 강씨 가문의 오래된 저택 잔디밭, 장미꽃과 불빛이 어우러져 은은한 향과 분위기를 자아냈다.공기에는 꽃향기와 하객들의 잔잔한 대화, 그리고 감미로운 음악이 흘렀다.남설아는 샴페인 빛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바닥을 스치는 드레스 자락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부드럽게 흔들렸고 조명 아래 한층 더 우아하게 빛났다.그녀는 강연찬의 팔에 팔을 걸고 천천히 레드카펫을 걸어갔다. 그 끝에는 꽃으로 장식된 화려한 아치형 문이 기다리고 있었다.강연찬은 짙은 색 예복 차림으로 한층 더 당당해 보였다. 그는 고개를 숙여 남설아를 바라봤고 그 눈빛엔 따스함이 가득했다.모여든 하객들은 대부분 재계에서 이름난 인사들이었다.그들의 시선은 두 사람에게 향했고 호기심과 축복이 함께 담겨 있었다.아치형 문 아래, 강영수는 한복 차림을 하고 당당하게 서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다.두 사람이 그 앞에 서자 강영수가 힘 있는 목소리로 장내에 인사를 건넸다.“여러분, 귀한 걸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그는 두툼한 족보를 펼쳐 들고 또렷하게 말했다.“오늘 우리가 모인 건, 한 가지 큰 경사를 함께 맞기 위해서입니다. 우리 강씨 가문의 족보는 대대로 이어져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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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굿바이 쓰레기   제10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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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굿바이 쓰레기   제10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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