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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Penulis: 목련청
“콜록, 콜록...”

배나은은 다시 한번 심하게 기침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기침이 멈추지 않아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했다.

조그마한 몸이 바닥에 무릎을 꿇었고 피를 한입 가득 토해냈다.

“나은아!”

남설아의 목소리가 떨려왔고 그녀는 황급히 아이에게 다가갔다.

배나은의 얼굴은 열기로 새빨갛게 달아올랐지만, 입술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엄마, 괜찮아요...”

남설아는 서둘러 아이를 품에 안았다.

“엄마가 병원에 데려갈게.”

배나은은 작은 손으로 남설아의 옷자락을 꼭 잡았다. 이미 눈가가 새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병원에 도착해 혈액 검사를 마친 후, 두 사람은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배나은이 나지막하게 물었다.

“엄마, 아빠는 저를 싫어하는 거예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남설아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진실을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나은아, 아빠는 너를 싫어하는 게 아니야. 아빠가 싫어하는 건... 나야. 만약 네가 서유라의 아이로 태어났다면 지금쯤 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행복했을 거야.’

남설아는 눈물을 머금은 채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나은아. 아빠는 널 싫어하지 않아. 그냥 너무 바빠서 그래...”

배나은은 힘겹게 미소를 지었다. 창백한 얼굴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작은 손으로 엄마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엄마가 행복하면 돼요.”

그 말에 남설아는 눈물이 무너질 뻔했다. 하지만 참아야 했다. 눈물을 삼키고 오히려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 순간, 날카롭고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의사 선생님!”

남설아는 온몸이 굳었다. 두 모녀는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여기 있을 리 없는 배서준이 서 있었다.

그의 두 팔에는 또 다른 여자가 안겨 있었다. 서유라였다.

배나은은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아빠.”

그 한마디에 배서준의 눈길이 순간 흔들렸다. 그는 남설아와 배나은을 보며 잠시 멈칫했다.

그 순간, 배서준의 품 안에 있던 서유라가 그의 소매를 꼭 잡았다.

“서준아, 나 아파...”

배서준의 눈빛이 약간 또렷해졌다. 그는 부드럽게 말했다.

“곧 의사가 올 거야.”

곧바로 의사가 달려왔다. 배서준은 남설아와 나은을 외면한 채, 주저 없이 의사와 함께 사라졌다.

배나은은 멍하니 아빠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엄마, 아빠는 왜 다른 아줌마를 안고 있었어요...?”

남설아는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숨이 턱 막히는 듯했지만, 간신히 미소를 지었다.

“아마 회사 동료가 다친 걸 거야.”

“정말요?”

배나은은 흐릿한 눈으로 고개를 갸우뚱했다.

“근데 저도 아픈데 왜 아빠는 우리보다 다른 사람을 걱정해요?”

그 순간, 남설아는 깨달았다. 아무리 거짓말을 쌓아 올려도 현실 앞에서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걸.

아이조차 느낄 수 있을 만큼, 배서준의 차별은 너무나도 명확했다.

남설아의 눈가가 붉어졌다.

“아마 아줌마 상태가 더 급해서 그런 걸 거야...”

배나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침묵이 남설아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한 시간 뒤, 검사 결과를 찾으러 가는 길에 남설아와 배나은은 복도에서 배서준과 마주쳤다.

배서준의 옆에는 휠체어에 앉은 서유라가 있었다.

남설아는 순간 굳어버렸다. 가슴이 먹먹하게 막혀왔다.

그 순간 그녀는 간절히 바랐다. 차라리 배서준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의 사랑을 받지 못했던 지난날의 상처도 수많은 모욕과 수치도 감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아이가 같은 고통을 겪는 것만큼은 견딜 수 없었다.

그때, 배나은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빠...”

배서준과 서유라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배서준의 얼굴이 살짝 굳었지만 이내 차분하게 말했다.

“나은아.”

배나은은 서유라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빠, 이 아줌마는 누구예요...?”

배서준의 냉정하고 잘생긴 얼굴에 복잡한 기색이 스쳤다. 그는 뭐라고 말하려다 멈칫했다.

그 순간, 서유라가 그의 손을 꼭 잡았다. 힘없이 웃으며 말했다.

“아이야, 난 너희 아빠의... 친구란다.”

서유라는 그 말을 하고 나서 더 창백해졌고 목소리마저 떨리고 있었다.

너무나도 연약하고 불쌍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심지어 남설아조차 서유라가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배서준의 안색이 살짝 굳었고 그의 목소리는 낮고 무겁게 가라앉았다.

“나은아, 이분은 아빠의 여자친구야.”

그 말을 듣는 순간, 남설아의 심장은 뜨겁게 달궈진 쇳물이 부어지는 듯한 고통에 휩싸였다. 그러나 그녀는 끝까지 평온한 척했다. 역시나, 그는 서유라가 조금이라도 상처받는 걸 용납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녀는 이 순간이 오면 더 이상 감출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나은아, 이모는 유라 이모야. 아빠의 여자친구란다.”

남설아의 목소리는 놀랍도록 차분했다.

배나은의 작은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남설아는 딸의 작은 얼굴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무릎을 꿇고 눈높이를 맞췄다.

“아가, 사실 엄마가 아직 말하지 않은 게 있어. 아빠랑 엄마는 이미 헤어졌어... 하지만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아빠는 여전히 너의 아빠이고, 엄마는 영원히 너의 엄마야.”

배서준은 처음엔 남설아가 또 무리하게 아이를 데리고 와서 소란을 피우는 줄 알았다. 과거에도 그녀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그를 괴롭힌 적이 있었으니까. 그래서 일부러 서유라의 존재를 밝히며 화풀이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이렇게 담담하게 사실을 말해버릴 줄은 몰랐다.

혹시 자신이 오해한 걸까?

배나은의 머릿속은 복잡하게 얽혔고 슬픔이 더해졌다.

“그럼 엄마는요?”

남설아의 손이 멈칫했다.

배나은의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나은이는 아빠도 있고 엄마도 있는데 엄마는 아무도 없잖아...”

그 순간, 남설아는 마치 심장이 산산이 조각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녀의 부서진 마음을 천천히 붙잡아주는 것 같았다.

그렇다. 그녀는 이미 가족을 잃었고 이제는 딸마저 잃을 위기에 처해 있었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딸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미소 지었다.

“엄마에겐 네가 있잖아. 자, 이제 유라 이모한테 인사하자.”

배나은은 작은 가슴이 터질 듯 답답했지만, 엄마가 항상 예의 바른 아이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던 걸 떠올렸다.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아빠가 다른 여자와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을 보며, 울음보다 더 아픈 미소를 지었다.

“유라 이모 안녕하세요...”

서유라는 그 어색하고 힘겨운 인사를 듣고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 하지만 옆에 배서준이 있기에, 억지로 입꼬리를 올려 보였다.

“나은아... 안녕.”

배서준은 미묘하게 얼굴이 굳어졌다.

나은이가 인사를 마친 뒤, 조용히 엄마 곁으로 돌아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평소처럼 떼를 쓰거나 아빠에게 매달리지도 않았다. 그리고 남설아는 단 한 번도 배서준을 향해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겉으로는 모든 것이 조용하고 평온했지만, 배서준의 가슴 어딘가에선 알 수 없는 불편함이 꿈틀댔다.

그때, 장우진이 병원비를 정산하고 서둘러 돌아왔다.

남설아는 조용히 나은이를 장우진에게 맡긴 후, 차분하게 배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잠시 얘기할 수 있을까요?”

“아이 앞에서 또 무슨 소란을 피우려고?”

배서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단박에 거절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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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정
2025. 06. 07. AM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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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굿바이 쓰레기   제1008화

    [배서준: 나는 너를 미워하지 않아. 하지만 절대 용서하지도 않을 거야. 네가 잃은 건 사업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인 거야.]짧은 몇 줄뿐이었지만 배서준은 숨이 막혔다.사람의 마음... 예전엔 자신이 가장 능숙하게 다루면서도 가장 가볍게 여겼던 것이었다.편지는 떨리는 손에서 미끄러져 떨어졌지만, 다시 집을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그는 그저 멍하니 작은 창문만 바라봤다. 창밖의 오동나무에서 잎이 빙글빙글 돌며 떨어져 땅 위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그건 그들이 처음 만났던 계절, 마찬가지로 오동잎이 흩날리던 때였다.하지만 이제는 그때의 시절도, 그때의 사람도 다시는 없었다.가슴은 텅 빈 듯했고 손에 잡히는 것도 없었다. 결국 그는 모든 걸 잃은 패자가 되고 말았다.저녁이 내려앉은 강씨 가문의 오래된 저택 잔디밭, 장미꽃과 불빛이 어우러져 은은한 향과 분위기를 자아냈다.공기에는 꽃향기와 하객들의 잔잔한 대화, 그리고 감미로운 음악이 흘렀다.남설아는 샴페인 빛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바닥을 스치는 드레스 자락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부드럽게 흔들렸고 조명 아래 한층 더 우아하게 빛났다.그녀는 강연찬의 팔에 팔을 걸고 천천히 레드카펫을 걸어갔다. 그 끝에는 꽃으로 장식된 화려한 아치형 문이 기다리고 있었다.강연찬은 짙은 색 예복 차림으로 한층 더 당당해 보였다. 그는 고개를 숙여 남설아를 바라봤고 그 눈빛엔 따스함이 가득했다.모여든 하객들은 대부분 재계에서 이름난 인사들이었다.그들의 시선은 두 사람에게 향했고 호기심과 축복이 함께 담겨 있었다.아치형 문 아래, 강영수는 한복 차림을 하고 당당하게 서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다.두 사람이 그 앞에 서자 강영수가 힘 있는 목소리로 장내에 인사를 건넸다.“여러분, 귀한 걸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그는 두툼한 족보를 펼쳐 들고 또렷하게 말했다.“오늘 우리가 모인 건, 한 가지 큰 경사를 함께 맞기 위해서입니다. 우리 강씨 가문의 족보는 대대로 이어져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 자

  • 굿바이 쓰레기   제10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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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굿바이 쓰레기   제10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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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굿바이 쓰레기   제10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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