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3화

Penulis: 목련청
나은이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엄마가 아빠를 정말 좋아하니까요. 아빠가 나은이를 안 좋아해도 괜찮아요. 그런데 엄마를 조금 더 좋아해 줄 수는 없나요? 앞으로 엄마한테 좀 더 잘해주실 수 있나요...?”

아이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작고 가벼웠다. 크고 또렷한 눈망울이 배서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배서준의 눈빛이 흔들렸다.

‘역시.’

그는 남설아의 의도가 순수하게 아이 때문일 리 없다고 예상했었다.

“그 말 네 엄마가 시킨 거야?”

배서준의 목소리는 차갑고 그 속엔 냉기가 섞여 있었다.

“아니에요!”

배나은은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배서준은 쉽게 믿지 않았다. 그의 눈빛은 점점 더 차가워졌다.

배나은은 자신이 아빠를 화나게 한 것 같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사실 아이는 알고 있었다. 자신은 인어공주처럼 오래 살지 못할 거라는 것을 말이다. 엄마는 병이 나았다고 했지만, 나은이는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은 분명 심각하게 아팠다.

그런데도 아이는 만약 자신이 거품이 되어 바다로 돌아가야 한다면 그 후에도 엄마가 사랑받기를 바랐다.

배나은은 일어나 푹신한 카펫을 밟으며 작은 책장으로 갔다. 그리고 오래된 가죽 노트 하나를 꺼내 배서준에게 건넸다.

“아빠, 엄마가 아빠를 정말 좋아해요. 여기 안에 그게 다 적혀 있어요.”

배서준은 멈칫하며 나은이의 간절한 눈빛을 바라봤다. 그는 마지못해 그 오래된 노트를 받았다.

“꼭 읽어보세요.”

나은은 해맑게 웃었다.

배서준은 남설아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걸 굳이 글로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그는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노트를 펼칠 마음이 없었다.

그저 형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다.

그날 밤, 남설아가 따뜻한 우유를 가지고 오는 동안, 나은은 곧장 잠이 들었다.

남설아는 조심스럽게 배서준을 방 밖으로 이끌었다. 문을 닫고 멀리 떨어지자 그녀가 말했다.

“내일 아침에 직접 나은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세요. 손님방은 안 쓰셔도 돼요. 제가 잘 테니까요.”

배서준은 그 말을 듣고 냉소를 지었다.

“왜? 또 밤에 내 침대에 몰래 들어올 생각이야?”

그 모진 비아냥에 남설아의 얼굴이 순간 창백해졌다.

과거가 떠올랐다.

결혼 초기에, 그녀는 실제로 그런 바보 같은 짓을 저질렀다.

그것이 어른들의 강요 때문이었든 아니면 자신의 어리석은 기대 때문이었든 간에 지울 수 없는 흑역사였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남설아는 입술을 꽉 깨물며 말했다.

“그럴 일 없어요. 절대.”

배서준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러길 바라.”

남설아는 그가 믿지 않는다는 걸 알았지만 더는 해명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그를 향한 감정을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

그때, 배서준의 핸드폰이 울렸고 화면에는 ‘유라'라는 이름이 선명하게 떴다.

남설아는 말없이 뒤돌아섰고 뒤에서 배서준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라야... 오늘 밤은 못 갈 것 같아. 잘 자.”

남설아는 텅 빈 마음으로 걸음을 옮겼다.

...

다음 날 아침, 남설아는 나은의 옷을 차분히 정리해주었다.

배서준은 옆에서 무심히 지켜봤다.

남설아는 아무렇지 않은 듯 물병과 가방을 자연스럽게 그에게 건넸다.

배서준은 핑크색 물병과 가방을 보며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장우진이 옆에서 그것을 받으려 하자, 남설아가 단호하게 막았다.

“서준 씨, 잘 들고 계세요.”

배서준의 눈빛이 잠시 복잡해졌지만 결국 묵묵히 그것들을 받았다.

장우진은 평소 차갑기만 했던 배서준이 이토록 어울리지 않는 물건들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고 순간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

하지만 나은의 눈에는 그저 행복만 가득했다.

TV에서만 보던 장면을 실제로 보게 되다니.

엄마도 있고 아빠도 있고...

아이는 진심으로 행복했다.

남설아는 나은의 이마에 살며시 입을 맞추며 말했다.

“밥 잘 먹고 선생님 말씀도 잘 들어야 해.”

그런 다음 배서준에게 고개를 돌렸다.

“나은이를 부탁드릴게요.”

배서준은 잠시 침묵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장 비서, 대주주들한테 연락해서 30분 후에 회사에서 회의한다고 해.”

“알겠습니다.”

장우진은 곧장 뛰어가 차 문을 열어주었고 배서준과 나은은 차에 올라탔다.

짧고 어색한 침묵 속에서 나은은 옆눈으로 아빠를 몰래 훔쳐보았다.

그저 아빠와 함께 있는 이 순간이 너무 소중했다.

아이는 더 많은 시간을 바라기 시작했다.

내일도, 모레도, 그다음 날도.

그게 너무 욕심일까 싶었지만 아이는 멈출 수 없었다.

“아빠...”

배서준은 살짝 시선을 옮겼다.

“왜?”

나은은 작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살짝 기침하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오늘 유치원 끝나고 아빠가 저 데리러 와줄 수 있나요? 너무 바쁘시면 괜찮아요...”

목소리가 점점 더 작아졌다.

배서준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어제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아이에게 나쁜 감정은 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아이의 아빠로서 시간을 보내리라 남설아에게 약속했다.

그렇다면 데리러 가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몇 시에 끝나는데?”

나은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4시 반이요!”

“알았어.”

그 대답 하나에 나은은, 마치 폭신한 구름 속에 떠 있는 듯했다.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배서준은 살짝 웃음을 지었다. 그런 나은의 얼굴을 바라보다 복잡한 감정이 얽힌 듯 미묘하게 눈을 감았다. 이 아이가 남설아의 딸이 아니었다면 그는 정말로 좋아했을지도 모른다.

배나은은 유치원에 도착하자마자 참지 못하고 손목시계에 대고 엄마에게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

“엄마, 엄청난 소식이 있어요! 오늘 아빠가 나 데리러 온대요!”

아기 같은 말투에 자랑이 한껏 묻어났고 목소리를 크게 내는 바람에 옆에 있던 친구들까지 고개를 돌려 쳐다봤다.

“나은아, 오늘 아빠가 진짜 데리러 와?”

한 여자아이가 궁금한 듯 물었다.

배나은은 콧노래를 부르면서 자신 있게 말했다.

“당연하지!”

“좋겠다!”

그 여자아이는 진심으로 기뻐해 주었다.

반 아이들은 평소 배나은에게 아빠가 없다며 ‘아빠 없는 아이’라고 놀리곤 했는데 이제는 아무도 그런 말 못 할 거다.

배나은은 마음속으로 빨리 하교 시간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

한편, 남설아는 딸의 음성 메시지가 재생되는 걸 들으며 잠시 시선을 부드럽게 낮췄다.

"엄마, 엄청난 소식이 있어요! 오늘 아빠가 나 데리러 온대요!”

그녀의 눈빛이 살짝 누그러들며 입가에는 저도 모르게 작은 미소가 번졌다.

하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는 알 수 없는 아릿한 통증이 번졌다.

이제 남은 시간 동안, 나은이가 조금이라도 더 행복할 수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었다.

남설아는 따뜻하게 딸에게 음성 메시지를 다시 보냈다.

“그럼 오늘은 엄마가 안 가도 되겠다. 나은아, 힘내!""

그리고 무심코 SNS를 열었을 때, 피드의 첫 게시물이 눈에 들어왔다.

장우진이 올린 게시물이었는데 사진 속에는 한 쌍의 핑크 다이아몬드 귀걸이가 반짝이고 있었다.

사진 아래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대표님이 특별히 신경 쓴 경매품. 오늘도 서유라 씨가 부러운 하루. 세상에 부자인 사람은 이렇게 많은데 왜 나는 부자가 아닐까ㅠㅠ”
Lanjutkan membaca buku ini secara gratis
Pindai kode untuk mengunduh Aplikasi
Komen (1)
goodnovel comment avatar
이호정
2025. 06. 07. AM 05:16
LIHAT SEMUA KOMENTAR

Bab terbaru

  • 굿바이 쓰레기   제517화

    서유라는 목걸이 하나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배서준과 강연찬을 번갈아 보며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들었다.“1억 9천만 원!”배서준은 다시 한번 번호판을 들며 가격을 올렸고 조금 얼어붙은 분위기를 깨버렸다. 그는 도박하듯 번호판을 높이 들었다. 그러면서 도발의 눈빛으로 강연찬을 빤히 보면서 우쭐댔다. 파티장에서는 감탄하는 소리가 나직하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긴장한 얼굴로 그들을 지켜보았다.그저 평범한 자선 경매가 될 줄 알았건마는 배서준과 강연찬이 이렇듯 재미난 구경거리를 제공해줄 줄은 몰랐다. 게다가 한 여자를 위해서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닌가. 여러 가지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미묘했던 분위기는 어느새 흥분으로 바뀌었다.남설아는 미간을 살짝 구겼다. 배서준의 갑작스러운 집착이 이해되지 않았다.‘목걸이 하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한다고? 아니면 목표가 목걸이가 아니라... 나인가?'이런 생각이 들자 불길함이 그녀를 휩싸기 시작했다. 평소와 다른 배서준의 모습을 보니 어딘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강연찬은 배서준의 도발에도 여전히 담담했다. 그저 차가운 눈빛으로 배서준을 보고 있었지만 입꼬리는 살짝 올라가 있어 그를 비웃는 듯했다.“2억.”그는 여전히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알 수 없는 위엄이 느껴졌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번호판을 들며 가격을 올렸다. 동시에 고개를 살짝 돌려 뒤에 있던 비서에게 눈빛을 보냈다. 그의 뜻을 바로 알아챈 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산을 넘겨서라도 반드시 목걸이를 낙찰받고 말겠다는 의미였다.배서준은 그런 강연찬의 여유가 흘러넘치는 모습을 보니 더 화가 치밀었다. 강연찬이 냉정하면 할수록 그는 분을 못 이겨 날뛰는 광대처럼 보였다. 그는 강연찬이 일부러 자신을 이러는 것으로 생각했다. 남설아의 앞에서 망신을 주기 위해 말이다. 생각할수록 화가 치민 그는 점차 이성을 잃어갔다.“2억 2천만 원!”배서준은 거의 포효하듯 가격을 올려 불렀다. 얼마나 흥분한 것인지 목소리마저 살짝 달라지고

  • 굿바이 쓰레기   제516화

    “1억 2천만 원.”누군가가 또 가격을 올렸다. 남설아는 고개를 들어 무대 위에 올라온 목걸이를 보았다. 보면 볼수록 점점 더 익숙한 기분이 강렬하게 들었고 꼭 어디선가 목걸이를 보거나 비슷한 디자인을 본 것 같았다.그녀는 이 익숙한 느낌이 대체 어디에서 온 것인지 떠올려 보려고 노력했다. 머릿속에는 퍼즐 조각 같은 기억들이 떠올랐다. 흐릿하기도 했고 아주 오래전의 기억 같았지만 불쾌한 기분은 없었고 오히려 마음을 따듯하게 해주었다.강연찬은 그런 남설아의 상태를 눈치채고 나직하게 물었다.“설아, 저 목걸이가 마음에 들어?”그는 다정한 목소리로 떠보았다. 그제야 정신이 든 남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뭔가... 특별한 것 같아.”그녀는 목걸이가 눈에 익다는 말을 하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대답했다.“1억 4천만 원.”이때 배서준이 갑자기 번호판을 들며 가격을 올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서늘한 한기가 느껴졌다. 그러자 파티장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저마다 고개를 돌려 배서준을 보았다.배서준이 경매에 참여했다니. 게다가 그의 입에서는 1억 4천만 원이라는 금액이 나왔다. 대체 누구와 경쟁을 벌이는지 궁금했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배서준과 남설아를 번갈아 보았다. 아마 다들 같은 생각인 듯했다.그가 남설아를 위해 경매에 참여한 것으로 생각해서 그런지 파티장의 분위기가 미묘하게 변했다. 서유라의 안색도 좋지 못했다. 그녀는 배서준이 목걸이를 낙찰받기 위해 나설 줄은 몰랐다.‘설마 서준이도 저 목걸이가 예쁘다고 생각한 건가? 아니면 남설아를 위해서 참여한 건가?’이런 생각에 그녀의 머릿속에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서둘러 그의 팔에 팔짱을 끼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서준아, 너도 저 목걸이를 낙찰받으려고? 저 목걸이가 확실히 예쁘긴 해.”그녀는 일부러 떠보기 위해 이런 애교를 섞어 말한 것이다. 배서준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배서준은 서유라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남설아에게 고정되어 있었고 차가우면

  • 굿바이 쓰레기   제515화

    남설아는 무대 위로 올라온 흑요석 목걸이에 시선을 사로잡히고 말았다. 흑요석은 밝은 무대 조명 아래서 광택을 내고 있었다. 그 광택은 너무 화려하지도 않았고 신비한 느낌에 저도 모르게 홀린 듯 빤히 보게 되었다. 무언가 깊은 사연이 담겨 있는 듯한 물건이었다.그녀는 손끝으로 자신의 목을 만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휑한 목이었지만 무대 위에 있는 목걸이가 자신을 부르고 있는 것 같았다. 곰곰이 생각하던 그녀는 눈빛이 그윽하게 변했다.그런 그녀의 옆에 서 있던 강연찬은 당연히 그녀의 시선을 눈치채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그녀가 빤히 보고 있는 것을 본 그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는 경매가 기대되었고 흑요석 목걸이를 목에 걸 남설아가 기대되었다.배서준도 남설아가 흑요석 목걸이에 흥미를 보인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강연찬에게 닿았고 어둡게 빛났다. 다정한 두 사람의 모습과 은은하게 지어진 남설아의 미소를 보니 질투가 독사처럼 그의 가슴을 휘감았다. 그는 남설아가 행복하게 사는 꼴을 절대 볼 수 없었다. 특히 강연찬과 함께 있을 때 말이다.서유라도 남설아가 그 목걸이를 마음에 들어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남설아의 빛나는 눈과 남설아를 향한 배서준의 음험한 눈빛도 보았다. 질투라는 감정이 그녀의 마음속에 빠르게 싹이 트면서 자랐다. 그녀는 일부러 배서준의 곁으로 다가가 애교 부리듯 말했다.“서준아, 저 목걸이 너무 예쁘다. 디자인도 특이한 것 같지 않아?”서유라의 목소리는 너무도 달콤하게 들렸다. 그러나 배서준의 신경은 온통 남설아와 강연찬에게 쏠려 있었던지라 그런 그녀의 목소리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건성건성 대답했다.“어.”서유라의 미소가 굳어지고 화가 치밀었다.배서준의 머릿속은 온통 남설아의 기분을 망칠 생각뿐이었다. 그는 절대 행복하게 웃는 남설아와 강연찬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이때 사회자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여러분, 곧이어 오늘의 하이라이트! 이 흑요석 목걸이, ‘미드나잇

  • 굿바이 쓰레기   제514화

    서유라의 안색이 더 창백해졌다. 이때 남설아와 강연찬이 다가왔다. 그들도 두 사람의 소란을 들은 듯 담담히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남설아의 눈빛은 유난히도 평온했다. 마치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싸움을 구경하듯 말이다. 심지어 배서준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강연찬의 팔에 팔짱을 낀 채 앞으로 걸어갔다.강연찬의 두 사람을 1초간 보았다. 그러던 중 변해버린 남설아의 기분을 느끼고 살짝 고개를 숙여 작게 물었다.“왜 그래?”그의 목소리는 다정하기 그지없었고 그녀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었다. 남설아는 고개를 저었다. 입꼬리를 올리며 픽 웃었다.“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보지 말아야 할 걸 봐서 그런지 속이 좀 울렁거리네.”그녀는 아주 담담한 어투로 두 사람을 향한 증오를 드러냈다. 강연찬은 그녀의 뜻은 단번에 알아챘다. 남설아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배서준과 서유라가 있었다. 그의 눈빛도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한겨울에 부는 눈보라처럼 말이다. 그러고는 묵묵히 남설아의 앞으로 나서며 배서준의 시선을 가려버렸다. 몸으로 남설아의 시야에서 그들을 치워버린 것이다.“우린 저쪽으로 가보자. 오늘 자선 파티에 아주 특별한 주얼리가 있다고 했거든.”강연찬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화제를 돌렸다. 남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팔에 팔짱으로 끼고 경매구역으로 갔다.서유라도 다정한 남설아와 강연찬의 모습을 발견했다. 이내 이를 빠득 갈았다. 그녀는 남설아가 너무도 미웠다. 자신에게서 배서준을 빼앗고 자신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으니까.“남설아! 이 악랄한 년아! 네가 언제까지 건방을 떨 수 있는지 지켜볼 거야!”서유라는 남설아의 뒷모습을 보며 저주를 퍼부었다. 그러자 수많은 사람들이 시선을 돌려 서유라를 보았다. 배서준은 그런 그녀가 너무도 창피해 얼른 그녀를 끌고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서유라, 그만해! 얼른 가!”그는 서유라의 손을 잡고 이곳을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서유라는 그의 손을 뿌리치면서 더 발악했다.“안 가!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

  • 굿바이 쓰레기   제513화

    서유라도 배서준을 발견했다. 망설이던 그녀는 조심스러워진 모습으로 배서준에게 다가갔다.“서준아...”서유라의 목소리에는 두려움이 담겨 있었다. 배서준은 미간을 구기며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서유라가 서 있었다. 그의 두 눈에 잠깐의 혐오가 담겨 있다가 빠르게 변했다. 그는 복잡한 마음으로 그녀를 보았다. 여하간에 서유라는 그가 가슴 속 깊이 사랑했던 여자니까. 아무리 서유라가 자신을 속이고 배신했다고 해도 여전히 마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여긴 왜 왔어?”배서준의 목소리는 차가웠고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서유라의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눈물이 흘러내렸다.“서준아, 나... 난 그냥 널 보러 온 거야.”그녀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서준아, 나도 알아. 네가 지금 화가 아주 많이 났다는 거. 나도 내가 뭘 잘못했는지 알고 있어. 널 속여서는 안 되었는데. 하지만 도현이는 내 동생이라 나도 어쩔 수가 없었어. 그래도 이것만은 믿어줘. 나도 고의는 아니었어. 처음에는 나도 도현이한테 속은 거야. 정말로 아무것도 몰랐어.”서유라는 눈물을 흘리며 가련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앞으로 다가가 배서준의 손을 잡으려고 했지만 배서준은 그녀의 손길을 피해버렸다. 서유라의 손이 허공에 덩그러니 남겨졌다. 이내 더욱 서러운 표정을 지었다.“서준아, 정말로 날 못 믿는 거야? 그래서 이대로 날 버릴 거야?”그녀는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목소리로 어느새 높아졌다.“서준아, 나한테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난 다 널 위해서 그런 거라고. 널 사랑해서 이렇게 변한 거라고! 다 남설아 때문이야. 남설아 그년이 우릴 이간질 한 거라고. 우리 사이를 갈라놓으려고!”서유라는 히스테리를 부리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면서 모든 책임을 남설아에게 돌렸다.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시선을 돌려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그들을 보았다. 배서준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짜증이 치밀었다. 지금 제일 듣고 싶지 않은 것이 서유라가 울면서 남 탓을 하는 것이었다.“남설

  • 굿바이 쓰레기   제512화

    비서는 조심스럽게 들어와 그에게 서류를 건넸다.“대표님, 재무팀에서 올린 보고서...”그러나 배서준은 짜증스럽게 손을 저으며 비서의 말을 잘랐다.“됐어. 그만 말해. 듣고 싶지 않으니까.”그는 지금 회사에 관한 서류를 보고 싶은 마음이 하나도 없었다. 듣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였으니까. 비서는 그런 그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고는 서류를 책상 위에 올려둔 뒤 조용히 나가버렸다.사무실은 다시금 정적이 흘렀다. 눈을 감은 배서준의 머릿속에는 남설아와 강연찬이 나란히 걸어가던 모습이 떠올랐다. 너무도 잘 어울리는 한 쌍은 어디를 가나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아 지금 초라한 그와 선명하게 차이 났다.질투와 원망, 후회의 감정이 독사처럼 그에게 감기며 그의 마음속에도 독처럼 퍼졌다. 그는 예전의 남설아를 떠올랐다. 그때의 남설아는 너무도 온화하고 세심하며 마음도 착했다. 게다가 그녀의 두 눈에는 오로지 그만 담겼고 애정이 흘러넘쳤다.만약 그가 그런 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차갑게 대하지 않았더라면, 그녀의 말을 귓등으로 흘려보내지 않았더라면 그와 남설아는 아마도 다른 결말을 맞이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생각은 하면 할수록 끝이 없었고 예전의 일까지 전부 떠올랐다. 이번에는 딸의 귀여운 목소리가 떠올랐다. 자신을 부르면서 천진난만한 미소를 짓던 귀여운 딸이 말이다. 그때의 그는 딸에게 약속한 적 있었다. 꼭 남들보다 백배 천배는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그런데 그는 그간 뭘 하고 있었을까.딸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남설아까지 잃었고 이제는 직접 키운 회사까지 잃게 생겼다. 그의 인생은 결국 남들의 웃음거리가 되고 만 것이다.배서준은 서랍을 열어 사진을 꺼냈다. 그 사진에는 그와 배나은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사진 속 배나은은 티 없이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었고 눈빛 또한 초롱초롱 빛났다. 마치 밤하늘에 뜬 별처럼.어느새 그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손을 올려 사진 속 딸의 얼굴을 쓰다듬으니 더 심한 죄책감과 그리움에 시달리게 되었다.“나은아, 아빠

Bab Lainnya
Jelajahi dan baca novel bagus secara gratis
Akses gratis ke berbagai novel bagus di aplikasi GoodNovel. Unduh buku yang kamu suka dan baca di mana saja & kapan saja.
Baca buku gratis di Aplikasi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