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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9화

Author: 목련청
소미란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비웃듯 웃어넘겼다.

“떼어낸다고요? 왜 떼어내야 해요?”

배서준은 그녀를 바라보며 뒷말을 기다렸다.

“당초에 남설아가 어떻게 이설 그룹의 자산을 배건 그룹에 밀어 넣었는지 기억 안 나요? 지금은 그 반대로 하면 되는 거예요. 배건 그룹이 이설 그룹 전체를 통째로 삼켜버리면 되잖아요.”

소미란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그 여자는 이설 그룹 지분에 기대서 배건 그룹에 자리 잡으려는 거잖아요. 그럼 그 기반을 아예 뿌리째 뽑아버리면 되는 거죠. 빈털터리로 내쫓는단 말이에요.”

배서준의 눈빛이 잠시 흔들리더니 몸을 약간 앞으로 기울였다.

“소미란 씨, 정말 그렇게 하겠다는 겁니까? 이건 위험부담이 커요. 이설 그룹이 예전만 못하다고 해도 규모가 만만치 않아요. 무리하게 인수하려다간 배건 그룹 자체도 큰 타격을 입을 겁니다. 게다가 이번에 소씨 가문에서 막 투자한 자금도...”

“그게 뭐가 두려워요?”

소미란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남설아 저 여자만 완전히 밟아버릴 수 있다면, 이 정도 위험쯤이야 감수할 수 있어요. 돈은 다시 벌면 되지만 남설아를 가만두는 건 절대 안 돼요. 게다가... 배 대표님이 있잖아요. 우리 배 대표님께서 이 정도 일쯤이야 거뜬히 처리할 수 있지 않아요?”

그녀의 거침없는 말투와 남설아를 향한 명확한 악의에 배서준은 이미 판단을 내린 듯 눈빛이 의미심장해졌다.

“좋습니다.”

그는 더 말하지 않고 한 마디를 내뱉고는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천 비서, 가서 전달해. 30분 뒤에 긴급 이사회 소집이야. 단, 문 선생님과 남설아 이사는 제외하고. 나머지는 전원 참석하라고 해.”

전화를 끊고 나서 배서준은 소미란에게 손짓했다.

“소미란 씨,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이후 진행은 공신인 미란 씨가 직접 나서주셔야 하니까요.”

소미란은 턱을 치켜들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야 물론이죠.”

30분 후, 배건 그룹 회의실에는 남설아와 그녀를 지지하는 문영도를 제외한 모든 이사진이 자리를 채웠다.

그들은 회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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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미란은 눈을 깜빡이며 흥분을 가라앉히고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엄마, 그 뜻은...?”“내 말은.” 소씨 사모님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앞으로 배건 그룹에서 우리 소씨 가문을 조금이라도 무시하거나 이상한 수작을 부릴 생각을 한다면 우리가 나설 필요도 없어. 세간의 여론이 먼저 그들을 질식시킬 거야. 사랑을 위해 투자한다는 소씨 가문을 욕할 사람이 어디 있겠니? 그 공로자인 네가 무시라도 당하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건 걔네야.”소미란의 눈이 반짝였다.“맞네요! 우리한테 함부로 굴면 은혜를 원수로 갚는 꼴이 되는 거죠!”“그뿐이 아니지.” 소씨 사모님은 말을 이었다.“이젠 너도 당당하게 배건 그룹에 드나들 수 있어. 소씨 가문이 투자한 돈이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 확인하러 간다는 명분이 충분하잖아. 누가 널 막을 수 있겠어?”소미란은 더 이상 불만도 없고 얼굴엔 다시 의기양양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녀는 엄마 품에 안기며 투정을 부렸다.“엄마가 최고예요! 흥, 남설아 따위가 나랑 붙겠다고? 어림도 없지!”소씨 사모님은 딸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됐어, 너무 우쭐대진 말고. 배서준 쪽도 잘 살펴야 해.”“알았어요, 엄마!” 소미란의 목소리가 다시 들떴다.“저 준비해서 내일 바로 배건 그룹에 시찰 다녀올게요!”다음 날 아침, 소씨 가문 저택 밖에는 아직도 포기하지 않은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짜증이 치밀었다.“아가씨, 차는 준비됐습니다. 뒷문으로 가실까요?” 가정부가 조심스레 물었다.“당연하지! 정문으로 나갔다간 귀찮은 파리떼만 늘잖아.”소미란은 가정부를 흘겨보며 머리카락을 살짝 정돈하고는 하이힐 소리를 또각또각 내며 뒷문으로 향했다.길이 막히지 않아 소미란은 곧바로 배건 그룹 빌딩으로 향했다.배건 그룹의 프런트 직원은 소씨 가문의 장녀인 그녀를 알아보고는 허둥지둥 접대하더니 곧장 그녀를 최상층 사장실로 안내했다.배서준은 문서 작업 중이었는데 노크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그는 소미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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