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해당 작품은 여남박 여공남수물입니다. (표지는 챗지피티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인기 아이돌 그룹 화이트 스완의 리더 주백희는 겉은 요정처럼 가녀리고 아름다운 천상 미인이지만, 남다른 입담과 사차원적인 생각 사고방식 때문에 팬들 사이에서 입 열면 무너지는 런던 다리로 불리고 있다. 이렇게 숨기는 거 하나 없을 것 같던 그녀에게도 남들에게 당당히 말하지 못할 특이한 성벽이 있는데, 그건 바로 남자에게 박고 싶다는 것. 물론 그 정도야 요즘 같은 시대엔 평범한 욕구... 는 개뿔. 어쩌다 이런 취향을 드러낼 때마다 주변에서 미친 사람 취급받기 일상인 나날. 그렇게 속으로 눈물을 삼키며 청순녀(?) 코스프레를 하던 어느 날, 같은 소속사의 인기 남돌 그룹 알타이르의 대기실 안에서 이상한 신음 소리가 들리는데.
View More“응, 아앗...!”
“좀만, 힘 좀 빼봐. 손가락 저려.”
“그게, 읏... 마음대로... 되는게......”
놓치면 큰일이라도 날까, 겁을 잔뜩 집어먹은 채 얇은 실크 소매 꽉 붙들고 있는 손이 애처로웠다. 이러다 의상이 찢어지거나 늘어나기라도 하면 큰일인데. 문득 이 상황과 맞지 않는 합리적인 걱정이 올라왔지만, 나는 손을 멈출 수가 없었다. 저 야한 얼굴을 눈앞에 두고 손을 멈추라니. 부처를 데려와도 절대 불가능할 거라고 나는 확신했다.
손가락에 감긴 내벽이 뜨겁고 축축했다. 쏟아지는 체액으로 인해 젖은 손이 불쾌하게 느껴질 법도 하것만, 고개를 들면 보이는 얼굴. 닫혀있어야 할 곳이 억지로 넓어지는 고통에 울면서도 그 안에서 조금씩 올라오는 쾌감에 넋을 놓아 탁해진 눈을 볼 수만 있다면 이딴 생리적인 불쾌함은 오히려 포상이라고 느껴졌다.
‘아... 얘 진짜 예쁘다.’
꽉 다문 입술 사이로 간간이 터져 나오는 높은 신음, 제 손길을 느끼며 움찔움찔 튀어 오르는 몸이 정말 미치도록 짜릿했다. 늘 무대에서 날카롭고 힘 있게 빛나던 눈이 겨우 뒤를 쑤시는 손길 하나에 총명함과 카리스마를 잃고 가냘프게 일렁였다. 그 알타이르의 리드보컬 레이라가 화이트 스완의 눈물이 그렁그렁 매달고 제게 절정을 조르는 모습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솔직히, 양심 고백하자면 잠깐. 아주 잠깐 상상을 해본 적이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제가 만든 얼굴은 상상으로 그렸던 그의 얼굴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진짜 존나게 꼴렸다.
*
화이트 스완.
올해로 데뷔 육 년 차가 된 인기 걸그룹. 나는 그 그룹의 리더이자 맏언니인 베타. 본명 주백희이다. 열다섯, 꽃답고 난해한 나이에 소속사에 들어와 스물에 극적으로 데뷔하여 죽기 살기로 노력해, 이젠 이름만 알면 다 아는 국민 아이돌이 되어 있었다.
처음 무대에 올랐을 때, 팬들을 나를 두고 요정이 날아왔다며 환호했다. 소속사, 멤버들, 심지어 나조차도 어느 정도 예상은 한 반응이었다. 예쁘다는 말은 태어나면서부터 지겹게 들어왔기도 했고 애초에 이 외모 덕에 길거리 캐스팅을 받아 여기까지 왔던 거니까. 하지만 그 환호 섞인 칭찬은 어디까지나 제 외모만 보고 할 수 있는 말. 데뷔 일 년이 채 되기도 전에 팬들이 나를 부르는 호칭은 백팔십도 바뀌게 된다.
통칭 입 열면 무너지는 런던 다리. 솔직히 나는 왜 그런 별명이 붙었는지 납득이 안 가, 처음엔 멤버들을 붙잡고 내가 어딜 봐서 무너지는 다리냐며 한탄했으나 멤버들은 하나같이 진짜 몰라서 그러냐고 황당한 표정을 보이곤 했다. 음, 뭐. 솔직히 나도 말만 그렇게 했지 어렴풋이 이유를 알 것 같긴 했다. 내가 생각해도 내 어휘력이 그렇게 고상한 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아 씨발, 존나 쩐다.”
그래, 인정하겠다. 난 생각하기 전에 말이 입 밖으로 먼저 나오는 그런 사람이다.
연습생 때, 처음 이 팀이 결성되자마자 데면데면한 동생들과의 어색함을 풀려고 몇 마디 했다가 삼십 분도 안 되어 미친 사람이란 욕을 먹었고 데뷔 후 첫 단체 인터뷰 땐 입을 열기도 전에 옆에 있던 막내에게 입이 틀어막혀버렸다. 그때까지만 해도 막내가 맏언니한테 너무 버릇없이 구는 거 아니냐는 사소한 불만이 팬들 사이에서 터져 나왔으나 곧 첫 팬미팅에서 나를 직접 마주한 팬들은 곧 내가 아닌 막내 미래. 본명 연미라를 동정하며 칭송하였다.
베타의 주둥이는 세상이 감당하기에 너무 자유분방하다.
팬들의 차가운 팬미팅 후기가 가슴에 날아와 비수처럼 꽂혔다. 내가 뭐 그렇게 말을 많이 했다고! 처음에만 몇 마디 하고 그 뒤엔 미라한테 등짝 맞으면서 쫓겨났는데! 완전 쫓겨난 건 아니고 그냥 뒤편에 짱 박혀 있던 거긴 하지만 아무튼. 뭐, 연차가 점점 쌓이다 보니 이젠 팬들이 그 주둥이마저 사랑한다며 입 열면 무너지는 런던 다리보단 갭모에 요정 내지는 여러 말을 많이 생략하여 테토녀 정도로 불러주고 있긴 하다. 그만큼 내 능력, 인간성, 스타성... 뭐 기타 등등 내 입을 순화시켜 줄 만큼의 노력을 보여줄 만큼 다 보여주고 입증할 만큼 다 입증하기고 했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팬덤도 슬슬 내 이런 모습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들만 남아 견고해졌으니.
이젠 사람들 머릿속에 박힌 내 이미지를 그들의 기대 대로 바꾸기보단 이미 박혀버린 그 이미지가 나쁘게 왜곡되지 않도록 관리할 때였다. 그러니 슬슬 솔직한 내 모습을 보이는 게 큰 부담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내겐 아직 팬들에게 걸려선 안 되는 게 남아있었다. 내 언어 필터링 능력과는 비교도 안 될 만한 쇼크를 줄 만한 비밀이.
그건.
[아앙! 아!]
“아, 언니, 진짜!!!”
남자가 박혀서 우는 모습을 보는 걸 환장하도록 좋아한단 사실. 다시 말해 단시간에 존중받기는 절대 불가능할 성벽을 가지고 있단 사실이었다.
뭐 그렇다고 막 이건 들키면 진짜 좆된다! 하고 필사적으로 숨기고 있는 건 아니지만. 그 반증으로 나와 함께 동고동락한 멤버들은 내 성벽에 대해 A부터 Z까지 다 알고 있었다. 본인들 말로는 알고 싶지 않았다나 뭐라나. 아무튼 다 아는데 굳이 숨길 이유가 있나 싶어 숙소 안에서는 별 조심을 하지 않았는데.
“언니는 매너란 걸 배우기는 한 거야?! 그딴 건 좀 혼자 보라고! 혼자!”
“아 왜! 같이 보면서 너희도 양기 충전하면 좋잖아~!”
“양기 충전은 개뿔. 소리라도 줄이던가! 소리 새어 나가면 책임질 거야?!”
“뭐... 여기가 방음이 안 되는 것도 아니고... 누가 들으면 좀 어때. 건전하게 욕구 풀고 있는......”
“그니까 그 욕구를 왜 거실에서 푸냐고!!”
멤버들은 이런 내 모습에 치를 떨곤 했다. 제발 알고 싶지 않은 언니의 TMI를 남발하지 말아 달라 어쩌구 저쩌구. 이미 알 대로 아는 내 모습에 저리 경기를 일으킬 이유가 있나? 이해가 안 가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으면 늘 저렇게 포효를 지르며 애꿎은 지들 머리를 마구 헤집어 놓곤 하는데, 그러다 땜빵 생기면 큰일이니 머리는 뜯지 말라고 했다가 내 볼이 쥐어뜯긴 적도 수두룩했다.
대체 뭐가 문제인데?! 억울함에 울먹이며 물음표 수백 개를 띄우고 있으면 어김없이 한숨 소리가 들렸다. 데뷔 때부터 제 브레이크 역할을 해준 막내. 연미라가 슬슬 시동을 거는 소리였다.
“자, 자. 백희 언니. 우리는 언니의 사생활은 매~우 존중하지만, 바깥에 알려지면 우리 이미지는 언니 모가지와 함께 저세상으로 떨어질 테니 제발 그 흉물은 언니 방에서만 봅시다, 응?”
“쳇. 알았어. 들어간다, 가. 됐지?”
나는 툴툴거리면서도 순순히 노트북을 접곤 백기를 들었다. 몇십 년을 화이트 스완에서 모두와 동고동락하며 깨달은 건 미라의 말을 들으면 자다 가도 떡이 생긴다는 다는 것이다. 냉정하고 약삭빠른 미라는 머리가 잘 굴리는 덕에 상황 판단이 빨랐고, 덕분에 언어가 성숙하지 못했을 시기의 어린 멤버들이 저도 모르게 논란이 될 발언을 할 뻔하거나 멋모르고 이상한 곳에 흘러 들어갈 뻔했을 때, 마치 슈퍼맨처럼 튀어나와선 멤버들의 입을 틀어막고 손을 잡아끌어 와 위험한 상황에서 구해주곤 했다.
어떻게 보면 화이트 스완이 큰 논란 없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일등 공신이자, 멤버들 사이에선 지옥의 주둥아리인 내가 팬들 사이에선 런던 다리 정도의 귀여운 별명으로 불릴 수 있었던 것도 다 미라의 노력 덕인 셈이다. 정작 본인은 데뷔 당시 겨우 열네 살밖에 되지 않는 어린애였는데. 그런 애가 어쩜 그렇게 어른스러웠는지. 볼 때마다 참 기특하고 대견한 녀석이다.
물론 가끔 한 대 쥐어박고 싶을 정도로 얄밉기도 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방에 들어오자마자 미라는 인상을 확 찌푸리며 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언니는 눈치가 다 뒤졌어? 듣기 싫다는데 굳이 죽치고 앉아서 그걸 끝까지 처 보고 있어?”
“내가 뭘! 지들도 거실에 모여서 야동 볼 거 다 봐 놓고.”
“다른 언니들은 이불 뒤집어쓰고 보고 싶은 사람만 봤지. 언니처럼 볼륨 최대로 키우고 대놓고는 안 봤어.”
“쳇.”
또박또박 맞는 말만 하는 똑 부러지는 자식.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한 나는 차마 대놓고 표현하지 못하는 불만을 입술로만 웅얼대며 다시 보던 것에나 집중했다. 쫀득한 살결을 가진 남정네 두 명이 끈적하게 엉켜선 기분 좋은 신음을 내뱉고 있는 은혜로운 영상을.
잠시 끊겼던 민망한 소리가 다시 방안을 가득 채우자, 미라는 질색하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호기심이 일었는지 어느새 내 곁으로 다가와 같이 영상을 시청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뜬금없이 묻는다는 말이.
“언니 이성애자 맞지?”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뜬금없이 건 또 왜?”
“아니, 뭐... BL파는 여자야 흔하긴 한데 언니는 꼴리는 게 그쪽이 아니잖아.”
“뭐... 그렇긴 하지.”
남자가 여자한테 박히는 영상은 찾기가 너무 힘든 탓에 어쩔 수 없이 게동 보며 대리 만족을 하고 있긴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건 어디까지나 성관계 때 아래에 깔려서 예쁘게 우는 남자의 얼굴이지 남자끼리 박고 박히는 걸 좋아하는 건 아니었다. 그렇다고 BL을 싫어하는 건 아니긴 하지만, 남자 여자를 떠나서, 실질적인 내 욕망은 내 손으로 이 꼴리는 얼굴을 만드는 것이니까. BL과는 다르지. 암.
나는 화면 안에서 울고 있는 남자를 가리키며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동조를 요구했다.
“봐봐, 이 얼굴! 존나 꼴리지 않냐고!”
“징그러워.”
“쳇. 꼴알못 같으니라고.”
“언니야말로.”
뭐, 기대도 안 했다. 취향만 남다를 뿐 뼛속까지 이성애자인 나와는 달리 미라는 뼛속까지 레즈. 그러니까, 동성애자였기 때문이었다. 사실 얘는 내 성벽만 듣곤 내가 양성애자일 거라 지레짐작했단다. 그런데 이야기를 좀 해보고 내가 남자한테만 심장이 뛰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된 이후에는 김이 팍 샜다나 뭐라나.
“솔직히 난 이해를 못 하겠다. 암만 생각해도 여자가 우는 게 더 꼴리지 않아? 몸도 그렇고. 난 사내놈들은 얼굴 보면 꼴리다가도 그 징그러운 아랫도리 보면 천년의 욕정도 식던데.”
“미라야. 네가 여미새인 건 알겠는데 듣는 남미새 상처받으니까 고딴 생각은 제발 속으로 지껄여 주면 안 되겠니?”
“남미새는 무슨. 언니가 무슨 남미새야? 남자 엉덩이 무새지.”
“씨발 넌 날 너무 잘 알아서 가끔 암살 마려워.”
“그래? 난 매일 암살 마려운데 쌤쌤이네. 우리가 이렇게 잘 맞아~ 그치?”
슬슬 허리가 아파 왔는지, 미라는 기지개를 한 번 켠 후에 그대로 뒤로 눕더니 특유의 심드렁하고 나긋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인간적으로 청부 의뢰는 언니가 한 사 년 정도 늦게 하자. 난 언니보다 하루라도 더 오래 살고 싶거든.”
“내가 너 새끼 엿 먹이고 싶어서라도 꼭 백년해로 하고 만다.”
“지랄, 백년해로 이러고 있네. 어떤 불쌍한 중생 데리고 백년해로 하시게?”
비웃음 섞인 목소리에 스팀이 오르다가도, 현실을 생각하면 그녀의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게나 말이다.”
솔직히 내가 아무리 주변 눈치에 어둡다곤 해도 내 성적 취향이 예사롭지 않단 건 알고 있다. 아무리 날 사랑한다 해도 나한테 박혀달라 요구하면 순순히 뒤를 내 줄 남자가 있을까? 절대 없겠지. 평소에 온갖 망상을 하며 행복의 나래를 펼치는 내 머리가 저 장면만은 도저히 그리지 못하는 것만 봐도 그랬다.
뭐, 세상은 넓으니 작정하고 뒤지면 그런 남자가 없진 않겠지. 하지만 그런 남자를 찾으려 여기저기 뒤지고 다니기엔 내가 가진 직업은 사람들 눈에 띄기 너무 쉬운 직업이었다. 나도 나지만, 나로 인해 같이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게 될 남자와 멤버들은 무슨 죄인지. 그런 생각을 하면 그냥 이대로 조용히 대리만족 아닌 대리만족만 하며 사는 게 모두를 위해 훨씬 나았다. 이렇게 살아도 별 피해 보는 건 없었으니까.
그저 좀 아쉬울 뿐이지.
그래서 정말 기대 따윈 하지 않았다. 내 주변에서 그런 남자를 찾게 될 줄은. 남들에게 말하면 절대 좋은 소리는 못 들을 이 너저분한 촉을 건드리는 소리를 무려 음방 대기실 복도에서 듣게 될 줄도 몰랐고.
“응... 흣......”
무대 리허설이 끝나고 뜨거워진 머리를 식히러 잠시 산책을 하는데, 어디선가 야릇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처음엔 어떤 신인이 첫 음방에 감격스러워서 울고 있나 했지만, 듣다 보니 이건 우는 소리랑은 차원이 다른 소리였다. 대체 뭐지? 너무 놀란 나머지 난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 버리고 말았다. 아니 어떤 미친놈들이 여기서 떡을 쳐?! 경악에 찬 나머지 인상을 찌푸리고 소리가 들리는 곳을 이 잡듯이 찾았다. 어떤 피 끓는 청춘인지 모르겠다만 이건 아니지! 암! 처음엔 그냥 그 성욕에 미친 중생들을 찾아서 선배의 이름으로 따끔하게 혼쭐을 내줄 생각이었는데.
‘소리가 하나뿐이네?’
아무리 들어도 신음이 한 사람분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럼 혼자 자기 위로 하고 있단 말? 아니, 물론 음방의 열기란 게 생각보다 주체하기 힘들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런 데서 자기 위로를... 잘못 하다 협찬받은 의상 망가뜨리면 어쩌려고 그런 짓을 하냐. 뭐... 떡치는 것보단 나으니까 이해해 줘야 하나? 이해고 자시고, 원래라면 이쯤에서 자리를 피해주거나 하는 게 맞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나는 발걸음을 돌릴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남자가 자위하면서 저런 신음을 내던가?’
소싯적에 오빠와 이층 침대를 쓰며 숱하게 들었던 경험상. 아무리 들어도 이건 남자가 앞을 만지면서 내는 신음이 절대 아니었다. 어딘가를 잘못 건드려서 놀라 펄쩍 뛰는 소리, 무언가 막혀서 내보내지 못하고 끙끙대는 것 같은 소리, 기분 좋은 부분에 스쳐 지레 놀라선 큰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
이건 분명 뒤를 쑤시는 소리였다.
그걸 인지하자마자 홀린 듯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발이 향하기 시작했다. 신음에 묻혀 잘 들리지 않던 말소리가 점차 또렷해지기 시작했을 때. 나는 확신했다. 이 문 너머에서 제 뒤를 쑤시고 있는 남자는.
“하... 슬슬, 팔... 아픈데... 하으... 아앗!”
분명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일 거라고.
나는 소리의 근원지인 어느 대기실 앞에 우두커니 서서 흥분된 숨을 가라앉히기 위해 애썼다. 여기서 자칫하다간 나도, 이 문 너머의 상대도 서로의 얼굴을 볼 때마다 격한 이불 킥을 날릴 평생의 흑역사를 생성할지도 몰라. 하지만 알면서도 멈출 수가 없었다. 저 남자도 같은 심정이겠지. 누군가에게 걸리면 좆될지도 모른단 걸 앎에도 저 쾌감을 포기할 수 없었을 테니.
나는 조심스레 굳게 닫혀있던 대기실의 문을 열었다. 대체 무슨 깡이었는지 잠금장치가 걸려 있지 않은 문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문을 열고 안에 들어서니, 밖에서 들었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야하고 조급한 신음이 방안을 후덥지근하게 메꿨다. 그 열기가 어찌나 뜨거운지, 그를 향해 다가가는 내내 내 얼굴과 가슴 또한 후끈하게 달아올랐다. 제가 그러거나 말거나, 남자는 끙끙대며 쉽게 도달하지 못하는 지점을 향해 필사적으로 제 손가락을 놀리며 끙끙대고 있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 정말 기분 좋아질 것 같은데.
알면서도 두려움에 과감하게 손을 움직이지 못하는 그가 애처로워 보이기도 하고, 또 너무 꼴리기도 해서. 나는 평소에 늘 그랬듯이 생각이 미처 떠오르기도 전에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이렇게 묻고 말았다.
“저기, 내가 도와줄까?”
놀란 그가 퍼뜩 고개를 들고 내 쪽을 바라보았다. 격한 움직임으로 인해 얼굴에서 흘러내린 은테 안경과 눈물이 가득 고인 눈동자. 흐트러진 옷매무새와 제 뒤를 쑤시면서 쾌감에 떨고 있는 하얀 팔뚝. 야한 액체가 뚝뚝 흐르고 있는 얇은 손가락 하나하나 꼴리지 않는 부분이 없어,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음에도 난 나도 모르게 그에게 손을 뻗어버리고 말았다.
이게 그와 나의 첫 관계이자, 앞으로도 지독히 엮일 이 남자. 김한별과의 시작점이었다.
*알타이르.화이트 스완의 데뷔 동기이자 우리 못지않게 빠른 성공을 거둔 남자 아이돌 그룹. 같은 시기에 데뷔한 데다 우연하게도 둘 다 그룹명이 새와 관련되어 있어서인지 이모저모로 서로 엮어가며 마케팅을 하는 편이었고 팬들 사이에서도 한 번씩 서로의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알게 모르게 끈끈하게 엮인. 한마디로 줄이자면 실질적 접점은 많이 없었을지언정 내적 친밀감은 엄청 쌓인 팀이란 소리다.때문에 이 남자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알타이르의 리드 보컬 레이라. 본명 김한별은 전형적인 고양이상의 앙칼지고 도도한 인상을 가진 미인인 그는 외모와 상반되는 따뜻한 음색과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데뷔 때부터 크게 주목받아 알타이르에서 손꼽히는 인기 멤버 중 하나였다. 하지만 외모값을 하는 건지 뭔지 세간엔 낯가림이 심하고 예민하다고 소문이 쫙 퍼져 있었고 실제로도 그랬다. 말을 붙여보려 하면 우물쭈물하다 멤버들 사이로 숨어들기 일쑤였고 예능에서 마주하면 메인 MC가 말을 걸기 전까진 한마디도 안 하거나 멤버들 말에 추임새나 넣는 식으로 있는 듯 없는 듯 있다가 가곤 하는 그런 녀석.그러니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 레이라가 제 뒤를 쑤시며 야하게 우는 사람일 줄.경직되어 있던 구멍 안이 슬슬 부드럽게 풀리는 게 느껴져, 나는 슬쩍 손가락 개수를 늘리자 한별이 새된 비명을 지르려다 황급히 제 입술을 깨물어 소리를 삼켰다. 세 개의 손가락이 한껏 예민해진 몸을 들쑤시자 아무래도 이건 너무 버거웠는지 벌벌 떨리는 몸으로 도망이라도 가려는 양 뒤로 몸을 빼려 했으나 어림도
“응, 아앗...!”“좀만, 힘 좀 빼봐. 손가락 저려.”“그게, 읏... 마음대로... 되는게......”놓치면 큰일이라도 날까, 겁을 잔뜩 집어먹은 채 얇은 실크 소매 꽉 붙들고 있는 손이 애처로웠다. 이러다 의상이 찢어지거나 늘어나기라도 하면 큰일인데. 문득 이 상황과 맞지 않는 합리적인 걱정이 올라왔지만, 나는 손을 멈출 수가 없었다. 저 야한 얼굴을 눈앞에 두고 손을 멈추라니. 부처를 데려와도 절대 불가능할 거라고 나는 확신했다.손가락에 감긴 내벽이 뜨겁고 축축했다. 쏟아지는 체액으로 인해 젖은 손이 불쾌하게 느껴질 법도 하것만, 고개를 들면 보이는 얼굴. 닫혀있어야 할 곳이 억지로 넓어지는 고통에 울면서도 그 안에서 조금씩 올라오는 쾌감에 넋을 놓아 탁해진 눈을 볼 수만 있다면 이딴 생리적인 불쾌함은 오히려 포상이라고 느껴졌다.‘아... 얘 진짜 예쁘다.’꽉 다문 입술 사이로 간간이 터져 나오는 높은 신음, 제 손길을 느끼며 움찔움찔 튀어 오르는 몸이 정말 미치도록 짜릿했다. 늘 무대에서 날카롭고 힘 있게 빛나던 눈이 겨우 뒤를 쑤시는 손길 하나에 총명함과 카리스마를 잃고 가냘프게 일렁였다. 그 알타이르의 리드보컬 레이라가 화이트 스완의 눈물이 그렁그렁 매달고 제게 절정을 조르는 모습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솔직히, 양심 고백하자면 잠깐. 아주 잠깐 상상을 해본 적이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제가 만든 얼굴은 상상으로 그렸던 그의 얼굴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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