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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Penulis: 목련청
“나은아!”

남설아는 비명을 지르며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눈물이 멈출 수 없이 쏟아졌고 가슴이 뭔가에 꽉 막힌 듯 답답해져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그녀는 알았다.

나은이가 떠났다.

세상에 잠시 왔다가 이 세상을 보고 결국 실망한 채 하늘로 돌아갔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곳으로 돌아갔다.

“나은아,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

남설아는 아이의 작은 몸을 꼭 끌어안았다.

차가워진 나은의 얼굴을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감싸고 떨리는 입술로 수없이 입을 맞추며 사죄했다.

모든 게 자기 잘못이었다.

무리하게 배서준에게 매달린 것도 아이에게 이런 고통을 준 것도 모두 다 자신 때문이었다. 그런 자신이 나은의 엄마가 될 자격이 없었다.

나은이는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마음을 추슬렀다. 직접 아이의 몸을 씻기고 나은이 가장 좋아하던 분홍색 공주 드레스로 갈아입혔다.

이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사랑스럽게 보내주고 싶었다.

병원 의사와 간호사들은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모두가 작은 천사 같던 나은을 정말 아꼈기에 이 갑작스러운 이별이 믿기지 않았다.

그런데 정작 남설아는 더 이상 울지도 않았다.

눈물조차 말라버린 듯한 얼굴로 울고 있는 간호사들을 오히려 다독였다.

“그동안 나은이를 잘 돌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녀는 슬픈 미소를 지으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

“설아 씨... 괜찮으신 거예요?”

간호사는 걱정스럽게 물었다. 어떤 엄마가 아이를 잃고도 이렇게 담담하게 웃을 수 있을까.

그 모습이 오히려 더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 후, 남설아는 남은 마지막 현금 400만 원으로 분홍색 유골함을 샀다. 나은이 가장 좋아했던 색이었다. 이게 그녀가 나은이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이었다.

그렇게 나은의 유골함을 품에 안고 그녀는 온기가 사라진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의 물건을 정리하고 모든 걸 정리한 뒤 조용히 이곳을 떠날 생각이었다.

그런데 집 앞에서 예상치 못한 사람을 마주쳤다.

남설아의 인생을 불행으로 몰아넣은 모든 비극의 시작점인 사람이었다.

“여긴 왜 왔어요?”

그녀는 이를 악물고 그를 노려보며 가슴에 꼭 껴안은 작은 유골함을 지키듯 안았다.

“뭐? 이게 누구한테 말버릇이야? 난 네 외삼촌이라고!”

남도 일은 히죽 웃으며 다가왔지만, 남설아의 품에 든 유골함을 본 순간, 얼굴이 굳었다.

“이, 이게 뭐야?”

“나은이 죽었어요.”

그녀의 목소리엔 아무런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

마치 죽은 게 자기 딸이 아닌 그저 남의 일처럼 덤덤했다.

“뭐라고? 어떻게? 그 계집애도 참 한심하네. 뭐 그렇게 쉽게 죽어버려?”

남도일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찼다.

아이의 죽음보다 그걸로 배서준에게서 얼마나 뜯어낼 수 있을지 계산하는 얼굴이었다.

“안 되지. 이건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야! 내가 배서준한테 가서 제대로 따져줄게. 그 인간한테 돈이라도 받아내야지.”

그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들에 남설아는 싸늘하게 식어갔다.

“삼촌, 우리 엄마는 이미 오래전에 돌아가셨어요. 앞으로 제 앞에 다시 나타나지 마요. 우린 이제 아무런 관계도 아니니까.”

그녀의 목소리는 차갑고 흔들림 없었다.

“저는 이제 혼자예요. 곧 이혼도 할 거니까 앞으로 그 쪽한테 줄 돈도 없어요. 그러니까 제발 꺼져요.”

그녀의 눈빛엔 더는 어떤 기대도 남아있지 않았다.

가족이라고 믿었던 사람이 자신과 나은을 철저히 이용해왔다는 걸 이제야 완전히 깨달았다.

“뭐라고? 너 진짜 사람이냐? 내가 아니었으면 네가 배서준 침대에 올라타서 그 애나 낳을 수 있었겠어? 결국 네가 못난 거잖아. 이제 겨우 하나 남은 계집애도 죽었으니, 당연히 배서준이 너랑 이혼하겠지. 쓸데없는 놈, 설마 이혼하면서 한 푼도 못 챙기는 건 아니겠지?”

남도 일은 계속해서 험담을 퍼부었다. 그는 이미 밖에서 빚더미에 앉아 있었고 정말 한 푼도 못 받게 되면 자기 몸조차 지킬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꺼져!”

남설아는 끝내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그녀는 이른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남도일에게 착취당해 왔다.

그렇지 않았다면, 배서준 앞에서 그토록 비굴하게 돈을 구걸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지금은 나은마저 떠났다.

그러나 나은이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을 걱정했다는 걸 알기에 그녀의 마음은 산산조각이 났다.

“좋아, 좋아. 천하의 배은망덕한 계집애, 두고 보자고!”

남도 일은 침을 뱉고 돌아섰다.

그런데 몇 걸음 가다 말고 다시 돌아와 비웃는 얼굴로 남설아를 내려다봤다.

“너 모르지? 어제 배서준이 서유라랑 기념일이라고 1억 2000만 원을 들여서 폭죽 터뜨렸대. 같은 여자인데 넌 진짜 한심하다, 안 그래?”

1억 2000만 원? 어제? 폭죽?

그 단어 하나하나가 남설아의 가슴을 난도질했다.

‘그래서였구나. 그래서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았던 거구나.’

그는 딸이 위급했던 날, 아내가 절박하게 매달렸던 날, 다른 여자와 함께 폭죽 아래 서 있었다.

1억 2000만 원은 나은이의 수술비였다.

1억 2000만 원이면 나은이를 살릴 수 있었다.

그런데 나은이는 지금 조그맣고 차가운 유골함 안에 고요히 잠들어 있을 뿐이었다.

“나가! 남도일, 이 악마 같은 인간아, 당장 꺼져!”

남설아는 완전히 무너져 절규했다.

남도 일은 여전히 욕설을 내뱉었지만, 그녀가 미쳐버릴 듯 소리치는 걸 보곤 결국 뒤돌아 걸어갔다.

남설아는 품속의 유골함을 더욱 꽉 끌어안고 끝없이 울었다.

나은이를 작은 납골당에 안치할 때도 그녀는 한 발짝도 그곳을 떠날 수 없었다.

그렇게까지 아꼈던 딸이 이제 한 줌의 재가 되어 그저 차가운 벽 안에 갇혀 있다는 현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남설아가 전혀 연락해오지 않자 배서준은 이상함을 느꼈다.

그녀는 언제나 전화하고 돈을 요구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혔었다.

이번에는 본인이 그녀의 계좌까지 정지시켰음에도 단 한 통의 전화조차 없었다.

그런 일이 처음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배서준은 그걸 생각할수록 마음이 불편해졌다.

불쾌함과 답답함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채로 계속 그를 짓눌렀다.

무심코 그는 며칠 전 나은이가 건넸던 낡은 일기장을 꺼내 들었다.

일기장 안에는 어린아이가 삐뚤빼뚤하게 쓴 글씨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배서준은 그걸 보고 작게 웃음을 흘렸다.

‘이 꼬맹이, 정말 귀엽네.’

일기장 속에는 가장 단순한 문장들로 아빠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이 담겨 있었다.

[아빠는 바쁘니까, 방해하면 안 돼.]

[나은이는 아빠가 제일 좋아, 엄마도 좋아.]

[아빠는... 나은이를 안 좋아하는 것 같아.]

그런 글자들 하나하나에 아이의 순수한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엄마가 자신에게 얼마나 헌신했는지 그녀가 가족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까지

모든 걸 작은 눈으로 보고 있었다.

그제야 배서준은 깨달았다.

적어도 아이의 눈에 비친 남설아는 그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그야말로 완벽한 엄마였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나은이 울면서 애원하던 마지막 날이 떠올랐다.

그 아이가 눈물로 얼룩진 얼굴로 애처롭게 자신을 올려다봤던 순간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가슴 어딘가에서 묘한 불안감이 차올랐다.

“장 비서.”

배서준은 일기장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핑크색 인형들 좀 준비해.”

그는 더 이상 일기를 다 읽지 않았다.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저 지금 당장 나은을 만나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그가 전화를 받자, 들려온 건 서유라의 절박한 비명이었다.

“서준아, 살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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