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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작가: 목련청
“유라야, 너 어디야? 무슨 일이야?”

“배서준, 네가 내 조카를 그렇게 괴롭혔다며? 내가 널 쉽게 놔줄 것 같아? 네가 그렇게 아끼는 그 여자는 죽게 될 거야!”

남도일의 목소리는 전화기 너머로 날카롭고 잔인하게 울렸다.

“헛소리하지 마!”

배서준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평소엔 늘 차가운 그였지만 서유라와 관련된 일에서는 두려움과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살리고 싶으면 당장 와.”

남도일은 이 한마디를 내뱉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곧장 휴대폰으로 주소가 전송되었고 그는 곧바로 서유라를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다 너 때문이야. 뻔뻔한 불륜녀 주제에 남의 가정을 망쳐놓고도 당당해?”

“아, 아니야. 내가 먼저 서준이랑 사귄 거야.”

서유라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 애썼다.

하지만 남도일은 배서준이 아니었다.

그에게는 동정심 같은 건 없었다.

남설아가 이혼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고 그렇게 되면 자신 역시 아무런 이득도 볼 수 없다는 걸 뼛속 깊이 알고 있었다.

그는 분노를 참지 않고 서유라의 뺨을 거칠게 내리쳤다.

“합법적으로 부부인 사람들 사이에 끼어든 게 사랑이야? 너 같은 더러운 계집애는 맞아야 정신 차리지.”

“날 때렸어? 당신 가만 안 둘 거야! 배서준이 널 가만 안 둘 거라고!”

서유라는 고통에 얼굴을 감싸 쥐었지만 이내 독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협박했다.

하지만 남도일은 이제 막다른 길에 선 사람이었다.

그런 위협 따위엔 아랑곳하지 않고 주먹과 발길질을 퍼부으며 그녀가 울면서 애원할 때까지 폭력을 멈추지 않았다.

한편, 남설아는 조용히 아이의 물건들과 자신의 짐을 정리했다.

사실 이 결혼은 진작 끝냈어야 했다.

아이까지 떠난 마당에 더 이상 붙잡을 이유는 없었다.

나은이가 마지막까지 자신을 걱정했다는 걸 떠올리며, 남설아는 이를 악물었다.

‘반드시 살아야 해. 그래야 나은이에게 부끄럽지 않지...’

마지막으로 몇 년 동안 살던 집을 돌아봤다.

그들이 남긴 물건이 사라지자, 집은 오히려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이었다.

그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화면에는 배서준의 이름이 떠 있었다.

그가 먼저 연락해오다니,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귀를 찢는 듯한 고함이 쏟아졌다.

“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유라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너 절대 가만 안 둬.

지금 당장 현장으로 와. 넌 진짜 끔찍한 여자야. 혐오스러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었지만, 남설아는 조용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예상대로 장우진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녀는 장우진의 입을 통해 남도일이 또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런데도 남설아는 해명하려 하지 않았다.

어차피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현장에 도착하자 서유라는 온 얼굴이 부어오른 채 눈물을 뚝뚝 흘리며 한없이 가여운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배서준은 잔뜩 흥분해 있었고 남설아를 보자마자 거칠게 팔목을 붙잡아 그녀를 밀쳐냈다.

남설아는 중심을 잃고 휘청였지만 겨우 몸을 가누며 남도일 앞에 섰다.

그녀는 살짝 눈썹을 찌푸리더니 쓴웃음을 지었다.

“삼촌, 왜 그러세요?”

“왜긴 왜야? 배서준이랑 자식까지 낳고 살았던 건 너잖아. 이 여자가 너희 가정을 부쉈으니 당연히 가만둘 수 없지.”

남도일은 혀를 차며 손에 쥔 과일칼을 그녀의 손에 억지로 쥐여주었다.

“난 네 삼촌이야. 네가 당한 걸 보고만 있을 수 없잖아? 어때, 이 여자 얼굴 싹 다 긁어버릴까?”

그는 남설아의 손을 붙잡고 칼끝을 서유라의 얼굴 가까이 가져갔다.

그 모습을 본 배서준은 눈에 핏발이 섰다.

“남설아, 너 유라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넌 끝이야. 제발, 사람만 놓아줘. 원하는 게 뭐든 다 들어줄게.”

이 순간, 배서준은 한없이 관대했다. 그러나 그 관대함은 남설아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다른 여자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나은이랑 같이 있어 달라고 했잖아? 약속할게. 내가 꼭 나은이 곁에 있을게.”

나은이의 이름이 나오자, 남설아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그녀는 천천히 돌아서서 양손으로 과일칼을 꽉 움켜쥔 채 배서준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녀와 나은이는 그가 집에 돌아와 함께 있어 주길 늘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그는 단 한 번도 시간을 내주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다른 여자를 위해서라면 그렇게 쉽게 모든 걸 내줄 수 있단 말인가.

정말 기가 막혔다.

사랑받지 못한 사람만이 끝내 웃음거리가 되는 법이다.

남설아는 아무 말 없이 걸어가 서유라의 밧줄을 풀어주었다.

그리고는 무표정하게 말했다.

“가.”

“안 돼! 나은이를 저들이...”

“20억, 20억 줄게요!”

남설아가 갑자기 소리치며 남도일의 말을 단번에 끊어버렸다. 그녀의 눈빛은 결연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배서준이 나은이의 죽음을 알아서는 안 됐다.

그렇게 되면 그녀는 더는 이곳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이 집도, 이 사람도, 그리고 그녀의 모든 젊음과 사랑도 이제는 정말 끝내고 싶었다.

다 버리고 떠나고 싶었다.

“20억?”

남도일의 얼굴에 욕심이 번졌다.

“네가 그런 돈이 어디서 나와?”

배서준도 당황한 기색이었다.

그녀가 20억이라는 거액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다는 거지?

그 사이 서유라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재빨리 배서준의 품에 안겼다.

“서준아, 너무 무서웠어.”

그녀는 작은 몸을 떨며 그에게 꼭 매달렸다.

그러나 눈동자 깊은 곳엔 남설아에 대한 분노와 원망이 가득 차 있었다.

“배서준 씨, 이혼하겠다는 말, 아직 유효해요?”

남설아의 시선이 곧장 배서준에게 향했다.

“전에 했던 조건도 아직 그대로죠?”

배서준은 분명 이혼을 강하게 원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막상 그녀의 질문 앞에서 순간적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서준아?”

서유라는 이상함을 감지하고 살짝 그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그제야 정신이 든 듯 그녀의 애타는 눈빛을 마주한 순간, 배서준의 마음은 또 한 번 약해졌다.

“그래.”

그는 결국 낮게 대답했다.

“좋아요.”

남설아는 준비해둔 이혼 서류를 꺼내 그의 앞에 내밀었다.

“20억을 이 사람한테 보내요. 그럼 우린 완전히 끝이에요.”

그렇게 말을 남긴 뒤, 남설아는 단숨에 돌아서서 그 자리를 떠났다.

흐르려던 눈물도 억지로 삼켜냈다. 이제는 더 이상 배서준 때문에 울고 싶지 않았다.

그는 정말 눈물조차 아까운 사람이었다.

“우리 약속은 지킬게. 한 달 동안 내가 나은이랑 있을게.”

배서준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이유도 모른 채 그렇게 말해버렸다.

곧 후회가 밀려왔지만, 또 한편으로는 남설아가 돌아봐 주길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남설아는 걸음을 멈춰 선 뒤, 깊게 숨을 들이쉬며 천천히 말했다.

“필요 없어요. 나은이는 더는 필요 없어요.”

이미 나은이는 세상을 떠났고 그런 가식적인 ‘함께’는 이제 아무 의미도 없었다.

그는 원래부터 나은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았다.

그의 ‘함께’라는 말도 그저 형식일 뿐이었다. 그런 허울뿐인 아빠는 더는 필요하지 않았다.

“남설아, 대체 뭘 꾸미는 거야? 또 무슨 속임수야?”

배서준의 목소리는 금세 냉랭하게 변했다.

“넌 왜 맨날 이런 어린애 같은 짓을 하는데?”

그녀는 이미 모든 감정이 다 바닥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그녀가 연극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남설아는 발걸음을 멈추더니 천천히 돌아서서 배서준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아주 조용하게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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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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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미
너무 재미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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