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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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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쓰레기 제946화
그의 시선이 잠시 임다혜에게 머물렀다. 쉽게 눈에 띄지 않지만 분명한 온기가 섞여 있었다.임다혜는 소미란을 데리고 동정과 호기심이 뒤섞인 시선 속에서 연회장 옆 탈의실로 향했다.문이 닫히자 바깥의 소란은 단번에 차단됐다.임다혜 얼굴에 있던 나약함과 억울함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그녀는 몸을 돌려 무표정하게 소미란을 바라봤다. 입가엔 비웃는 듯하지만 명확한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가 스쳤다.소미란은 달라진 임다혜의 태도에 잠시 어리둥절하다가 곧 상황을 깨닫고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누르지 못했다.“임다혜 씨, 그 연기는 누구 보여주려고 한 거죠? 방금 밖에서 그 불쌍한 표정, 전부 쇼였죠?”임다혜는 서두르지 않고 옷걸이 쪽으로 걸어가 여벌 드레스들을 하나씩 살폈다. 그녀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낮고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소미란 씨, 그 얄팍한 수작은 그만두시죠. 여긴 우리 둘밖에 없잖아요. 사람들이 다 바보로 보이나 봐요?”“제가 무슨 수작을 부렸다고 그래요?”소미란이 핏대를 세웠다.“일부러 그런 거 아니라고 했잖아요! 방심한 건 당신이었어요!”임다혜는 연한 하늘빛 롱드레스를 들어 몸에 대고 거울 너머로 소미란을 바라봤다. 눈빛엔 서늘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강연찬 때문이죠, 맞죠? 오늘은 분명히 말해둘게요. 강연찬한테 저는 아무 감정 없어요. 우리 임씨 가문이랑 강씨 가문은 사업 파트너일 뿐이고 서로에게 이익을 바랄 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유치한 방법으로 저를 겨냥하다니, 본인 체면 생각은 안 합니까?”소미란은 속내를 찔린 듯 얼굴이 굳었지만, 입으로는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다.“헛소리하지 말아요. 아무 감정이 없다는 사람이 왜 그렇게 친한 척을 하는 거죠? 옷도 그렇게... 요란하게 입고 말이에요!”그녀가 가리킨 건 임다혜의 샴페인 색 드레스였다.임다혜는 코웃음을 흘리며 몸을 돌려 느릿하게 소미란 쪽으로 걸어왔다.“내가 뭘 입든, 누구와 얘기하든, 그건 내 자유죠. 오히려 소미란 씨야말로 이런 짓을 해서 남는 게 뭔가요?
굿바이 쓰레기 제945화
임다혜는 눈가가 붉어지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억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소미란을 바라봤다.“소미란 씨, 강 대표님이 저한테 잘해주셔서 마음이 좋지 않으신 거겠죠. 하지만 공사는 구분하셔야죠. 저와 강 대표님의 협력은 어디까지나 비즈니스적입니다. 아무리 저를 못마땅하게 여기셔도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저를 곤란하게 만드시면... 여긴 다들 체면 있는 분들이 계시는 자리인데 저는 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죠?”그 말투와 촉촉한 눈빛, 거기에 가슴과 치맛자락에 번진 선명한 와인 얼룩이 더해지자 보는 사람들은 곧바로 소미란이 잘못했다고 생각하게 됐다.안 그래도 소미란의 태도에 불편함을 느끼던 손님들은 이 기회에 더 수군거렸다.“미란 씨도 참, 아무리 임 대표가 마음에 안 들어도 이렇게 사람 많은 데서 이러는 건 아니지 않나?” 세련된 차림을 한 여성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니까 말이야. 아까도 말투가 묘하더니, 결국 임 대표한테 시비 거는 거였네. 임 대표는 성격도 참 좋아. 치마 얘기도 친절하게 해줬는데.” 다른 여성이 맞장구쳤다.“내가 보기엔 강 대표님이랑 같이 있는 거 보고 질투한 거지 뭐. 이런 건 너무 치졸하다니까.”그 말들에 날개라도 달린 듯, 한 글자도 빠짐없이 소미란의 귀에 들어왔다.강연찬의 무심함과 임다혜의 태연한 태도에 이미 속이 끓어오르던 소미란은 이번엔 사람들의 시선과 수군거림까지 더해져 얼굴이 화끈거렸다.뭔가 변명하고 싶었지만, 임다혜가 이미 “강 대표님 때문”이라는 말과 “비즈니스적인 관계”라는 말로 분위기를 굳혀놓은 터라 누가 봐도 소미란이 질투심에 시비를 건 것처럼 보였다.소미란은 입술을 달싹이며 목이 바짝 마른 듯 힘겹게 말했다.“저... 저 진짜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임 대표님, 오해하지 마세요...”하지만 그 변명은 설득력이 없었고 임다혜의 처연한 모습과 대비되며 오히려 더 궁색하게 들렸다.강연찬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고 소미란을 바라보는 눈빛이 한층 냉정해졌다.임다혜는 잠시 숨을 고르듯 가볍게 호
굿바이 쓰레기 제944화
“강 대표님, 임 대표님, 안녕하세요.”소미란은 꿀이 뚝뚝 떨어질 듯 애교가 가득한 목소리로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려 했다.강연찬은 그냥 덤덤하게 그녀를 한 번 훑어보더니 고개만 살짝 끄덕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고 곧바로 다시 임다혜 쪽으로 고개를 돌려 대화를 이어갔다. 마치 그냥 행인을 대하는 듯했다.임다혜는 오히려 꽤 여유 있는 표정으로 소미란에게 웃어 보였다.“소미란 씨, 안녕하세요.”공손한 웃음을 띠고 있었지만, 눈빛엔 탐색하는 기색이 스쳤다. 소미란의 속내는 강연찬을 통해 대략 들어 알고 있었기에 미리 대비하고 있었다.소미란은 강연찬에게 이렇게 대놓고 무시당하니 얼굴에 있던 미소가 금방 굳어졌다. 속으론 울화가 치밀었고 시선은 임다혜를 훑으며 은근히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임 대표님, 오늘 정말 예쁘시네요. 이 드레스가 참 잘 어울려요. 그런데...”그녀는 살짝 삐뚤어진 말투로 말을 이었다.“제가 알기론 이 디자인은 어느 작은 브랜드에서 작년에 선보였던 제품이 아닌가요? 임 대표님은 가문이 그렇게 부자인데 어쩌다 시즌 지난 옷을 입으셨을까 해서요.”이 말이 끝나자 옆에서 듣고 있던 몇몇 사람들은 서로 의미심장한 눈빛을 주고받았다.임다혜는 얼굴이 잠시 굳었지만, 곧 다시 부드러운 미소를 띠었다. 그녀는 전혀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놀랍다는 표정으로 소미란을 바라봤다.“소미란 씨, 정말 눈썰미가 좋네요. 이 드레스는 말씀하신 대로 대단한 명품 신상은 아니에요. 하지만 제 어머니께서 젊으셨을 때 무척 좋아하시던 디자이너의 작품이에요. 지금은 이미 은퇴하신 분이라 다시는 구할 수 없죠. 어머니께서 직접 꺼내주시면서 행운을 가져다줄 거라고 하셨어요. 저에겐 그 어떤 신상보다 의미 있는 옷이에요.”진심 어린 말투로 이렇게 설명하니 때 지난 제품이란 지적은 오히려 옷의 가치를 더 끌어올렸고 그 덕에 소미란이 괜한 트집을 잡는 속 좁은 사람처럼 보였다.주변 사람들도 속으로 임다혜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그녀는 명품이 아니라 마음과 추억을
굿바이 쓰레기 제943화
남설아는 서유라의 말을 듣고도 그리 놀라지 않았고 손가락으로 찻잔 가장자리를 가만히 쓸며 무언가를 곱씹는 듯했다.그녀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한참 후에야 고개를 들어 말했다.“유라 씨, 당신이 나를 위해 목소리를 내주고 소미란이 빨리 대가를 치렀으면 하는 마음은 알겠어. 하지만 생각해봐. 소미란이 아무리 밉다고 해도 배건 그룹 쪽에선 아직 인맥이 좀 있고 겉으로는 큰 사고를 친 것도 아니잖아. 우리가 너무 서두른다면 모든 게 나 남설아가 한 짓이라고 소문날 거고 자칫하면 속 좁고 복수심 강하다는 이미지로 비칠 수도 있어. 그럼 여론이 우리 편이 아닐 수도 있지.”서유라는 이 말을 듣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원래 성격이 급해 일을 빨리 끝내는 걸 좋아했는데 남설아의 말을 듣고 보니 일리가 있었다.“그 말이 맞네. 내가 좀 성급했어. 그럼 지금은 그냥 가만히 지켜보자는 거야?”“가만히만 있진 않을 거야.”남설아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소미란이 무슨 생각 하는지야 우리 둘 다 뻔히 알잖아. 위로 올라가고 싶어서 연찬이한테 들러붙을 게 분명해. 그러다 보면 가만히 있질 못할 거야. 우린 그냥 어떻게 판을 망치는지 구경하면 돼. 사실 스스로 자멸하게 두는 게 우리가 손대는 것보다 훨씬 깨끗하고 편하지.”서유라의 눈이 번쩍였다.“알겠어. 강 대표님 쪽에서도 자기 방식이 있을 테니까. 소미란이 그 눈앞에서 잔머리를 굴리다간 손해만 보겠네.”그녀는 찻잔을 들어 남설아의 잔과 살짝 부딪쳤다.“그럼 그렇게 해. 대신 설아 씨, 나한테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해줘.”남설아는 짧게 알겠다고 대답했다.그렇게 시간이 흘렀다.강연찬과 임다혜의 협력 프로젝트는 순조롭게 진행됐고 두 사람은 업무로 인해 자주 만났다.이 바닥 사람치고 눈치 없는 사람은 없다.임다혜는 젊고 예쁘며 능력도 있고 게다가 임씨 가문의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이었다. 강연찬과 나란히 있는 모습이 제법 잘 어울렸다.점점 업계에는 강 대표와 임 대표 사이가 심
굿바이 쓰레기 제942화
그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경고하는 말투로 말했다.“남설아와 관련된 건 내 사적인 일이야. 그리고 분명히 말하는 데 우리 사이는 학창 시절 동문이었다는 것 외엔 아무것도 아니야. 앞으로도... 오해를 살만한 행동은 하지 않았으면 해.”그가 말하는 건 소미란이 사람을 시켜 미행하고 몰래 사진을 찍은 짓이었다.소미란의 얼굴이 순간 하얗게 질렸다. 강연찬의 말은 가슴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칼날 같았다.그가 이미 알고 있었다니? 알고도 그냥 두고 있었다니? 그렇다면 남설아에게 보냈던 그 사진들은 전부 웃음거리가 된 게 아닌가.“내... 내가 뭘 했다고 그래? 연찬아, 혹시 어디서 이상한 소문이라도 들은 거야?”그녀는 끝까지 잡아떼려 했다.“알만한 사람들끼리는 돌려서 말 안 해.”강연찬은 담담하게 대답했다.“너는 배건 그룹 일에나 더 신경 써. 그게 지금 네가 해야 할 일이야.”그 말을 끝으로 그는 소미란을 더 이상 거들떠보지 않고 다른 손님들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자리에 홀로 남은 소미란은 강연찬의 냉정함에 당황하고 분노했다.그는 옛 인연 따위는 전혀 개의치 않았고 오히려 남설아를 두둔하고 있다. 멀지 않은 구석 자리에서 서유라는 이 장면을 똑똑히 지켜보고 있었다.이제 소미란은 배신했지만, 사업장에서 서로 견제해 온 만큼 소미란의 속내쯤은 훤히 꿰뚫고 있었다.서유라는 강연찬에게 마음이 있는 게 아니었다. 단지 소미란이 망가지는 꼴이 꽤 흥미로웠다.“보아하니 강연찬이 소미란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모양이네.”서유라는 와인잔을 흔들며 소미란의 풀이 죽은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계획을 세웠다.그녀는 최근 들은 남설아와 소미란 사이의 일들을 떠올리며 하나의 수를 떠올렸다.며칠 후, 한 고급 회원제 클럽의 룸. 남설아는 맞은편에 앉은 서유라를 차분하게 바라보았다.“유라 씨가 무슨 일로 나를 불렀지?”“그야 당연히 중요한 일이 있어서지.”아직 병원에서 막 퇴원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소미란의 추잡한 짓을 알게 된 후 서유라는 서둘러 남설아
굿바이 쓰레기 제941화
두 사람이 가볍게 하는 건배, 임다혜가 강연찬에게 보내는 시선, 그리고 강연찬 입가에 그려지는 미소는 보는 이로 하여금 어쩐지 잘 어울린다고 느끼게 하였다.소미란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와인잔을 쥔 채 그 모습을 지켜보며 립스틱을 또다시 덧칠했다.오늘은 일부러 차려입고 우연을 가장해 강연찬을 마주칠 생각이었는데 이런 장면을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사진은 남설아를 자극하려고 일부러 찍게 한 거였지만 지금 눈앞의 생생한 광경은 사진보다 훨씬 더 가슴을 아프게 했다.강연찬의 비서가 그의 귓가에 대고 무슨 말을 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무심하게 소미란 쪽을 쳐다보았다.그의 입꼬리가 조금 더 올라간 듯했다. 그는 소미란이 있는 걸 모를 리 없었다.화승 그룹의 보안은 절대 허술하지 않다. 프로젝트 부지 근처에서 사설탐정이 사진을 찍던 행동이 소미란 쪽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아내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을 터.그의 오늘 행보는 비즈니스일 뿐만 아니라 소미란을 의식한 연출이었다.소미란은 웃는 얼굴로 와인잔을 들고는 우아하게 걸어갔다.강연찬과 임다혜의 대화가 잠시 끊긴 틈을 타 그녀는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연찬아, 요즘 잘 안 보이던데 뭐 하면서 지냈어?”강연찬은 몸을 돌려 소미란을 바라봤지만, 표정에는 특별한 변화가 없었다. 그는 거리를 둔 채 고개를 끄덕였다.“미란아.”그 말투는 아까 임다혜를 대할 때와는 달리 차가웠다.임다혜는 고개를 들어 소미란을 바라보았다.모르는 얼굴이었지만 이 여자가 강연찬을 바라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 그녀는 직감적으로 느꼈다.“연찬아, 이분은 누구셔?”소미란은 임다혜를 훑으며 물었다.“이분은 임다혜 대표님이셔. 우리 화승 그룹의 중요한 비즈니스 파트너야.”강연찬은 간단히 소개한 뒤 임다혜에게 말했다.“임 대표님, 이쪽은 소미란 씨입니다.”“소미란 씨, 안녕하세요.”임다혜는 의례적인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소미란은 가볍게 손을 맞잡았다가 금세 놓으며 시선을 다시 강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