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신시아의 전남편은 얼음처럼 차갑고 매정한 사람이다. 낮에는 비서로, 밤에는 아내로 그를 보필하며 보낸 결혼 생활 2년 동안 신시아는 이 남자에게서 따뜻한 진심 한 조각 건네받지 못했다. 전남편의 첫사랑이 귀국하던 날, 신시아는 남편과 함께 아주 차분하게 이혼 합의서에 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이혼한 지 반년 뒤, 그녀에게 예상치 못한 새 생명이 찾아왔다. 오랫동안 짝사랑해온 전남편 따위 이제 미련 없다. 그녀는 배 속의 아이와 함께 단호하게 도망치기로 결심했다. 전남편이 첫사랑과 공개연애를 한다고? 알 게 뭐야. 전남편이 첫사랑에게 프러포즈했다고? 신시아는 쿨하게 축하 인사를 보냈다. 부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고 조만간 2세 소식도 기대한다고 말이다. 그런데 대체 왜? 차갑기만 했던 전남편이 그녀가 출산하던 날, 분만실 앞을 지키고 서 있는 걸까? “우리 다시 시작해!” 신시아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차갑게 내뱉었다. “정 대표님, 뭔가 오해하시나 본데 이 아이, 당신 애 아니거든요?” 정우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대답했다. “내 애가 아니면 어때. 내 아이로 키우면 되지!”
View More“너 남자친구 있었어?”장건우의 얼굴에 의아함이 서렸다.신시아가 정말 연인이 있거나 남편이 있다면 왜 소개팅 자리에 나왔을까?처음 대시했을 때부터 말해줬어야 하는 거 아닌가?신시아는 말문이 막혔다.장건우의 질문에 즉각 대답할 수가 없었다.남자는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평소의 담담한 표정으로 돌아왔다.“미안. 혹시 내가 괜히 귀찮게 한 건 아니지?”그는 자신이 아침저녁으로 보낸 안부 메시지나 회사 안팎의 소문이 신시아에게 곤란한 상황을 만들지 않았을까 걱정하는 눈치였다.혹여나 아이의 아빠가 이 사실을 알게 되어 그녀가 곤욕을 치르는 건 아닐까?“아니야, 그런 거. 내가 좀 예민했지?”신시아가 나직이 물었다.그녀 역시 한채은 때문에 받은 충격으로 기분이 바닥을 쳤다.이런 상황에서 거친 말을 내뱉은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임신 사실을 굳이 말한 것은 괜찮았다. 장건우는 정우진과 전혀 접점이 없었으니.하지만 자신의 태도나 말투가 너무 무례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아니야. 괜찮아.”장건우는 자연스럽게 한 걸음 물러나 거리를 두었다.“실은 오늘 어머니 퇴원하시는 날이라 도와드리러 왔거든. 가족들이 다 기다리고 계셔서 이만 갈게.”신시아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두 사람은 병원 앞에서 헤어지고 각자 갈 길을 갔다....신시아가 집에 돌아왔을 때, 김지원은 여전히 자고 있었다.빈이와 한참을 놀아준 뒤에야 김지원이 겨우 잠에서 깨어나 엉금엉금 기어 나왔다.소파에 털썩 주저앉더니 신시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그녀 품에 있던 빈이를 덥석 낚아챘다.“아들, 너 이러다 친엄마보다 이모를 더 따르는 거 아니야?”빈이는 김지원의 품에서 옹알대며 대답했고 신시아는 그 모습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아무리 오래 데리고 있어도 결국은 엄마밖에 모를걸.”“아니, 난 얘가 나보다 너를 더 따랐으면 좋겠어. 그래야 나중에 네가 집에서 애 보고 난 밖에 나가 돈 벌고 실컷 놀 거 아니야.”김지원은 빈이가 말을 잘 들을
신시아는 한채은에게 서류 봉투를 건넸다.“이건 사본이에요. 원본은 전부 내 손에 있으니 약속 안 지키면 이 증거들 가지고 법정으로 갈 거예요.”한채은을 향한 신시아의 마지막 배려와 일말의 애정조차 이 순간 완전히 재가 되어 사라졌다.그녀가 미련 없이 돌아서자 다급해진 한채은이 뒤를 쫓아왔다.“아니, 시아야! 그 4천만 원 안 받으면 되잖아, 그치? 그동안 쓴 돈은 그냥 애들 먹이고 입히는 데 썼다고 치고...”신시아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금속 문이 스르륵 닫히며 한채은의 목소리는 물론 그 구역질 나는 얼굴도 시야에서 영원히 차단되었다.문이 닫히는 순간,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던 한채은의 표정은 언제 그랬냐는 듯 180도 바뀌었다.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큰일 났어요! 시아가 다 알아버렸어요. 어떻게든 해결해 줘야 해요...”“그러니까 누가 탐욕스럽게 4천만 원이나 더 뜯어내라고 했어요?”수화기 너머로 차가운 음성이 들려왔다.“본인이 싼 똥은 본인이 치워요.”“뭐라고요? 안 도와주면 당신까지 다 불어버릴 거야!”한채은이 으름장을 놓았다.수화기 너머로 몇 초간 침묵이 흐른 후 귀에 담기도 힘든 욕설이 터져 나왔다.욕설을 퍼붓고 나니 수화기 너머의 상대가 악을 썼다.“X발! 내가 어떻게 수습하냐고!”“시아가 날 고소한대요. 제발 좀 나서서 막아달란 말이에요!”“자업자득이죠 뭐. 불고 싶으면 불어요. 어차피 난 신시아랑 진흙탕 싸움 벌이는 거 겁도 안 나니까!”한채은의 협박은 수화기 너머의 인물에게 단 한 치의 위협도 되지 않았다. 전화가 끊기자 한채은의 얼굴은 잿빛으로 변했다....엘리베이터 안은 사람들로 가득 찼고 그 바람에 신시아는 구석으로 밀려났다.사람은 갈수록 많아졌고 더 이상 숨 쉴 틈도 없이 꽉 들어찼다.그녀는 양손으로 배를 감싸 안았다. 어지럽던 마음이 빽빽한 인파에 밀려 오히려 현실로 돌아왔다.“괜찮아?”머리 위에서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에 신시아가 고개를 들었다.앞쪽에 서
한채은은 이런 짓을 벌인 게 한두 번이 아닐 터였다.임보나는 이내 평소처럼 사과를 크게 베어 물었다.“나와요. 할 얘기 있으니까.”신시아의 맑은 눈동자에 은근한 분노가 서렸다.그 시선에 한채은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먼저 병실을 나선 신시아가 복도 끝에서 기다렸다.한참이 지나서야 마지못해 따라 나온 한채은이 쏘아붙였다.“병실에서 말하지 왜 여기까지 나와? 보나 혼자 두는 게 얼마나 불안한데.”괜히 투덜거리는 말투 속에는 짙은 불안감이 배어 있었다.켕기는 구석이 있다는 증거였다!한편 신시아는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서류 봉투를 건넸다.“해명해봐요.”“무슨 해명?”한채은은 봉투를 밀쳐내며 외면했다.“할 말 있으면 그냥 해.”신시아의 손이 힘없이 떨어졌다. 그녀는 싸늘한 눈길로 한채은을 응시했다.“내용 확인하고 해명하든가 이대로 경찰서 가든가, 알아서 선택해요.”“뭐라고? 지금 뭐 하는 거야?”한채은이 기겁하며 서류 봉투를 낚아챘다.내용을 훑어본 그녀의 호흡이 눈에 띄게 거칠어졌고 얼굴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이게 다 뭐야?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네!”“돈은 다 어디 갔어요?”신시아는 끝까지 시치미 떼는 그녀를 무시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더는 변명이 통하지 않음을 깨달은 한채은은 결국 뻔뻔하게 본색을 드러냈다.“그래, 보나 안 아파! 다 내가 한 짓이야. 그렇지만 너랑 지원이를 위해서 그랬어. 경원에서 이렇게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데 왜 굳이 떠나겠다는 거니? 보육원 식구들이 전부 너희만 바라보고 사는데...”“그동안 나랑 지원이가 번 돈 대부분을 원장님이 가져갔어요. 보육원에서 우릴 키워준 은혜보다 우리가 보육원에 베푼 게 더 많다고요!”신시아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우리도 우리만의 삶과 계획이 있어요. 보육원 지원은 절대 끊지 않겠다고 약속했잖아요. 이런 식으로 우리 신뢰를 저버린 건 더 따지지도 않을게요. 보나가 몇 살인지는 알아요? 그렇게 어린 애한테 이런 짓을 벌이는 게 마음속에 얼마나 큰 상
현재 인력이 부족한 지사는 꽤 많은 편이다. 정우진이 몇 군데를 추려주면 그중 가장 먼 곳을 골라잡는 신시아, 일단 경원을 떠나고 보자는 각오일까?“일단 기다려. 정하면 말할게.”정우진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신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더 이상 이 남자에게서 이어지는 말이 없자 그녀가 조심스럽게 덧붙였다.“더 하실 말씀 없으시면 이만 가보겠습니다.”사실 정우진이 그녀를 부른 목적은 애초에 인사 발령이 아니었다.정작 물어야 할 ‘다른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였지만, 목구멍에서 맴돌 뿐 끝내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다.그는 문을 향해 멀어지는 신시아의 뒷모습을 말없이 응시했다.이내 사무실 문이 닫히고 시야에서 그녀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다.정우진은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빼내어 손안에서 거칠게 뭉개버렸다. 으스러진 잎들이 바짓단과 구두 위로 맥없이 흩어졌다.한참 뒤, 그는 짓이겨진 담배꽁초를 쓰레기통에 내던졌다. 마치 분풀이라도 하듯 묵직한 소리가 났다.사무실 밖.신시아는 복도로 나오자마자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굳게 닫힌 문 너머로 정우진이 당장이라도 쫓아 나올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곁에서 보좌한 시간이 얼마인데 이 남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리 없었다.아마 인사 발령 문제와 은유라와의 결혼 준비가 겹쳐 머릿속이 복잡한 모양이었다.신시아는 멈칫하던 발걸음을 옮겨 임정현의 사무실로 향했다. 미처 챙기지 못한 물건을 찾으러 갈 참이었다.노크하고 안으로 들어서자 임정현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신... 비서님, 대화는 잘 끝났어요?”그녀가 안으로 들어서며 되물었다.“무슨 대화요?”‘뭐겠어요! 신 비서님 임신에 관해서죠.’임정현은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말을 간신히 삼켰다. 그녀를 빤히 살펴보니 표정이 지나칠 정도로 평온했다.임신 사실을 들켰을 때 나타나는 당혹감이나 불안함 같은 건 찾아볼 수 없었다.“대표님이 방금 할 얘기가 있다고 하셔서요.”그가 조심스럽게 떠
술자리에서 마주칠 때마다 하선재는 어떻게든 정우진에게 시비를 걸려고 들었다.하지만 그의 상대가 될 리 만무하다는 걸 잘 알기에 비겁하게도 정우진의 주변 사람들을 건드리는 차선책을 택했다.예를 들자면 신시아처럼...신시아는 방향을 틀어 후문으로 빠져나가려 했다.이를 눈치챈 하선재가 응대하던 사람들을 밀쳐내고 쏜살같이 그녀를 따라왔다.신시아가 연회장을 막 빠져나왔을 때, 그는 좁은 구석에서 그녀를 가로막았다.“어머 이게 누구야? 신시아 씨? 난 또 잘못 봤나 했네.”정우진은 말수가 적고 냉철한 편이다. 잘생긴 외모에 훤칠한
연회장.정우진이 발길을 옮기는 곳마다 사람들이 떼를 지어 몰려들었다.그는 몇몇 상계 원로들과 대화를 나누면서도 틈틈이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정중히 응대했다.“우진 오빠.”은유라가 그에게 다가와 팔짱을 꼈다.정우진의 팔이 아주 잠깐 뻣뻣하게 굳었다가 이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부드럽게 풀렸다.“마침 잘 왔어. 인사해, 이분은 전 회장님이야.”은유라는 정우진의 팔에 살며시 몸을 기댄 채 그가 소개하는 상대에게 우아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전 회장님, 안녕하세요. 아버님께 익히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오늘 이렇게 뵙게 되어
신시아가 발걸음을 멈췄다. 숨이 턱 막히는 듯하더니 이내 얼굴이 굳어졌다.“왜 그래요?”이에 임정현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대표님께 직접 본인 불러 달라고 신청한 거 아니었어요?”신시아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저 사직서 내러 온 거예요.”임정현이 헉하고 숨을 들이켰다.“네? 갑자기 왜요?”“개인적인 이유예요.”그녀는 딱 잘라 말하고는 덧붙였다.“혹시 인사 발령 취소할 수 있을까요?”“그것 또한 대표님 허락을 받아야죠.”임정현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신시아는 차오르는 무기력함에 미간을 짚었다.“연말이라
정다슬은 겉으로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기현주가 방을 나가자마자 그 뒷모습을 향해 입을 삐죽거렸다....한편, 은유라의 손을 잡고 주방으로 향하던 정우진과 서로 밀착해 앉아 있던 두 사람의 잔상이 신시아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차라리 보지나 말걸...’돌아오는 길에서 신시아는 찬 밤바람을 맞으며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허기진 배를 달래려 편의점에서 따뜻한 죽 한 그릇을 먹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왔다.이어진 며칠 동안 정우진과 은유라의 결혼 임박 뉴스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정작 신시아를 초조하게 만든 것은 사직서에 대한 아
reviews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