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신시아의 전남편은 얼음처럼 차갑고 매정한 사람이다. 낮에는 비서로, 밤에는 아내로 그를 보필하며 보낸 결혼 생활 2년 동안 신시아는 이 남자에게서 따뜻한 진심 한 조각 건네받지 못했다. 전남편의 첫사랑이 귀국하던 날, 신시아는 남편과 함께 아주 차분하게 이혼 합의서에 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이혼한 지 반년 뒤, 그녀에게 예상치 못한 새 생명이 찾아왔다. 오랫동안 짝사랑해온 전남편 따위 이제 미련 없다. 그녀는 배 속의 아이와 함께 단호하게 도망치기로 결심했다. 전남편이 첫사랑과 공개연애를 한다고? 알 게 뭐야. 전남편이 첫사랑에게 프러포즈했다고? 신시아는 쿨하게 축하 인사를 보냈다. 부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고 조만간 2세 소식도 기대한다고 말이다. 그런데 대체 왜? 차갑기만 했던 전남편이 그녀가 출산하던 날, 분만실 앞을 지키고 서 있는 걸까? “우리 다시 시작해!” 신시아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차갑게 내뱉었다. “정 대표님, 뭔가 오해하시나 본데 이 아이, 당신 애 아니거든요?” 정우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대답했다. “내 애가 아니면 어때. 내 아이로 키우면 되지!”
Lihat lebih banyak두 사람의 시선이 백미러 속에서 마주쳤다.네온 불빛이 막 켜지기 시작했고 촘촘히 박힌 빛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차 안은 명암이 교차하며 흐릿해졌다.신시아의 눈에는 남자의 깊게 파인 눈매만이 그림자처럼 짙게 박혔다.그녀가 먼저 시선을 피하고 묵묵히 앞을 바라보며 운전했다.“건우가 대표님과 비교나 될 리가 있나요.”“그렇지.”정우진의 말투는 서늘했다.“사람 보는 눈이 갈수록 형편없어져.”영문도 모른 채 핀잔을 들은 신시아는 어리둥절했다.“대표님 말씀이 다 맞아요.”잠시 침묵하던 그녀가 덧붙였다.“그렇지만 제 사생활은 제가 알아서 할 테니 부디 공과 사를 구별해주셨으면 합니다.”내 사생활은 당신과 하등 상관없는 일이다.그러니 당신이 은유라와 벌이는 일들도 나를 끌어들이지 마라. 그런 무언의 선 긋기였다.정우진은 무심한 표정으로 손목시계 테두리를 천천히 문질렀다. 그의 얼굴에는 알 수 없는 복잡한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반 시간 후, 고씨 저택.신시아가 차에서 내렸다. 그녀는 어깨선이 단아한 연회색 원피스에 플랫슈즈 차림이었다.정우진의 곁에 서자 훤칠한 몸매의 남자와 키 차이가 확연했다.완벽하게 어우러지는 키 차이, 시선을 사로잡는 수려한 외모와 특유의 분위기까지, 두 사람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주변의 이목을 끌었다.발을 딛기가 무섭게 고현조와 민여정이 다가왔다.“정 대표님,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 저희 결혼기념일에 이렇게 직접 발걸음 해주시다니 정말 영광입니다.”고현조는 한껏 자세를 낮추었다.정재형과 비슷한 연배임에도 한참 어린 정우진 앞에서 전혀 거리낌 없이 몸을 낮추는 모습에서 그가 얼마나 대단한 인내심을 가진 인물인지 짐작게 했다.정우진은 평온한 기색으로 화답했다.“과찬이십니다, 고 대표님. 저야말로 영광이죠. 덕분에 좋은 기운을 나누고 갑니다.”“정 대표님도 곧 결혼한다는 소식을 진작 들었는데 저도 국수 먹을 자격이 될지 모르겠네요.”정우진과 고현조가 앞장서서 나란히 걸었다.한편 신시아는 민여정과
정다슬이 은유라를 언급하자,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 미간으로 파리라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신시아는 가슴속에서 밀려오는 씁쓸함을 간신히 가라앉혔다.그녀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이제 일하러 가세요. 출근 첫날이니까 부서 사람들이 뒷말하지 않게 잘해야 해요.”집안일이다 보니 정다슬은 다른 친구들에게 함부로 털어놓을 수 없었다. 괜히 집안 망신을 시킬까 봐 걱정됐던 것이다. 오랜만에 신시아를 만나니 그동안 쌓인 말을 한꺼번에 쏟아 냈다.그래도 할 말이 남았는지 아쉬운 얼굴로 말했다.“그럼 다음에 한가할 때 함께 밥 먹어요. 그때 나머지 얘기도 해 줄게.”“알았어요. 얼른 일 보세요.”신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사무실이 조용해지자 신시아는 눈앞의 서류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글자가 좀처럼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점심때가 가까워져서야 신시아는 급한 서류 몇 건을 처리하고 회사를 나섰다.신시아는 백화점 안에 있는 식당에서 김지원을 만나기로 했다. 둘은 먼저 점심을 먹고 쇼핑했다.오후 5시, 신시아는 차를 몰고 회사로 돌아가 정우진을 태우러 갔다.정우진은 검은 정장에 흰 셔츠, 연한 파란색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자신감 넘치면서도 차분한 분위기였다. 그가 서 있는 곳에서는 주변의 모든 것이 빛을 잃는 듯했다.신시아가 그의 곁에 차를 세우고 문을 열어 기다렸다.정우진은 통화 중이었다. 그녀를 돌아보자 정우진은 손가락 사이에 끼고 있던 불붙이지 않은 담배를 담뱃갑에 도로 넣었다.“은유라 씨가 아직 정확한 시간을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요즘 박 선생님께도 자주 전화했는데 연락이 닿지 않는답니다.”“은유라를 철저히 조사해. 해외에 있던 지난 2년 동안 어디서 뭘 했는지도 전부.”정우진의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았다.“은씨 집안도 면밀히 지켜보고, 움직임이 있으면 바로 보고해.”임정현은 무슨 큰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임정현은 잔뜩 긴장한 채 대답하고 정우진의 지시대로 움직이기로 했다.“장 팀장 건은 어떻게 됐어?”정우진
“다슬 씨, 선은 지켜야 합니다. 아무 말이나 하지 말고요.”신시아가 옆으로 눈을 돌려 정다슬을 바라봤다.정다슬이 곧장 말을 고쳤다.“신 상무님.”“호칭 이야기하는 거 아니에요.”신시아가 눈짓으로 알아들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정다슬은 혀를 쏙 내밀었다.“내가 두어 마디 했다고 우리 오빠랑 언니가 결혼까지 했고 같이 잔 사이라는 걸 누가 알겠어요?”띵.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문밖에는 정우진이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 서 있었다. 그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엘리베이터 안의 두 사람을 훑어봤다.“오빠, 아니, 정 대표님.”정다슬이 얼른 호칭을 바꿨다.“새로 온 홍보 팀장 정다슬입니다.”정우진의 시선이 자신에게도 향하자 신시아는 두피가 저릿했다.“정 대표님.”정우진은 짧게 대꾸하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신시아와 정다슬은 서둘러 밖으로 나와 고개를 숙인 채 걸었다.“근무 시간에 잡담 금지.”천천히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틈으로 정우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두 사람의 발걸음이 동시에 멈췄다.신시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녀는 방금 상황을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정다슬은 뒤돌아보니 이미 문이 닫힌 뒤였다. 그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오빠가 들었겠죠?”“그만 하세요. 갑시다.”신시아는 더는 그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 회의실 쪽으로 걸었다.“괜찮아요. 말은 내가 했으니 오빠가 화내도 나한테 낼 거예요.”정다슬이 재빨리 따라붙었다.“설마 언니가 뒤에서 나랑 오빠 얘기를 했다고 생각하겠어요?”정우진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신시아도 알 수 없었다. 다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던 순간 자신을 보던 그의 눈빛이 평소와 달랐다는 건 분명했다.“조용히 하세요. 회의 들어가야죠.”신시아는 가방을 사무실에 내려놓고 정다슬과 함께 회의실로 들어갔다.정우진이 회의에 참석하자 임원들은 모두 얌전해졌다. 한승윤은 불만이 가득한 얼굴이었지만 더는 행동으로 시비를 걸지 않았다.회의는 순조롭게 끝났다.회의 후 정다슬이 신시아의 사무실
신시아는 빈이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정말 아파서 우리 집에서 딱 하룻밤만 묵은 거야.”“이제 다 나았대?”김지원이 빈이를 안고 소파로 돌아가 앉았다. 신시아도 겉옷을 벗고 그 옆에 앉아 빈이를 받아 안았다.“거의 다 나았겠지. 다슬 씨도 왔으니까 돌봐 줄 거야.”“아아, 그래서 오늘은 집에 안 데려왔구나. 돌봐 줄 사람이 생겼다는 거네.”김지원이 의미심장하게 말끝을 늘였다.“그런데 왜 정다슬이야? 정우진의 예비 신부는 어디 갔대?”결혼식이 코앞이니 두 사람은 한창 좋을 때일 텐데.은유라 이야기가 나오자 신시아의 미소가 옅어졌다.“몰라.”김지원이 빈이를 다시 받아 안았다.“자, 이모 씻고 옷 갈아입게 해 주자. 우리 밥 먹으러 가야지.”육아 도우미가 이미 저녁 식사를 준비해 놓았다. 신시아는 위층으로 올라가 간단히 씻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김지원의 집으로 갔다.육아 도우미는 볶음 요리를 특히 잘했다. 먹는 걸 좋아하는 김지원은 물론, 평소 음식에 별 관심 없는 신시아도 칭찬할 만큼 맛있었다.“내일 시간 되면 나랑 백화점 가서 드레스 좀 봐줘. 저녁에 행사가 있거든.”신시아는 다음 날 오전에 정다슬의 입사 관련 일을 처리하고 오후에는 일찍 나와 저녁 행사 준비를 할 생각이었다.김지원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마침 빈이도 계절 바뀌었으니까 옷 사야 해. 경원은 아직 그렇게 덥지 않은데 율제시는 벌써 여름이잖아.”“그러자. 대신 쇼핑하고 나면 난 행사 가야 하니까 넌 먼저 돌아가.”신시아가 빈이를 바라봤다.“혼자 데리고 돌아가도 괜찮겠어?”“소민 언니랑 같이 가면 되지.”육아 도우미는 신시아와 김지원보다 나이가 많아 두 사람 모두 소민 언니라고 불렀다.빈이에게 이유식을 먹이던 소민도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좋죠. 두 분은 아기 옷 원단이 어떤 게 좋은지 잘 모르실 테니까 제가 같이 봐 드릴게요.”그렇게 약속을 정하고 저녁을 먹은 뒤 신시아는 자기 집으로 돌아왔다.신시아는 이틀 연속 자정이 넘도록 고생한 터라
정다슬은 겉으로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기현주가 방을 나가자마자 그 뒷모습을 향해 입을 삐죽거렸다....한편, 은유라의 손을 잡고 주방으로 향하던 정우진과 서로 밀착해 앉아 있던 두 사람의 잔상이 신시아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차라리 보지나 말걸...’돌아오는 길에서 신시아는 찬 밤바람을 맞으며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허기진 배를 달래려 편의점에서 따뜻한 죽 한 그릇을 먹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왔다.이어진 며칠 동안 정우진과 은유라의 결혼 임박 뉴스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정작 신시아를 초조하게 만든 것은 사직서에 대한 아
신시아는 자신도 모르게 패딩 자락을 끌어당겨 아직 평평한 배를 가렸다.“했어요 출근. 올해는 유독 추위를 타네요. 나이를 먹었나 봐요.”그녀는 자리에 앉으며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제 노트북이 필요하신가요? 그럼 차에서 가져올게요.”“내 거 써.”정우진이 노트북을 그녀 앞으로 내밀었다.잠금 화면에 남녀의 뒷모습이 담긴 오래된 사진 한 장이 띄워져 있었다.신시아는 한눈에 알아봤다. 남자는 정우진이고 여자의 실루엣을 보아 은유라와 닮아 있었다.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곧장 파일을 열어 기계적으로 회의록을 작성하기 시작
거실에 있던 몇 사람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위층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정우진의 어머니 기현주가 다급하게 계단을 내려왔다.쉰을 바라보는 나이였지만 그녀의 몸매는 30대처럼 완벽하게 관리되어 있었다.그녀는 빨간 숄 하나만 어깨에 걸친 채 영하 10도에 달하는 바깥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손님을 맞으러 나섰다.눈이 부시던 헤드라이트가 꺼지자 신시아는 비로소 정우진과 함께 차에서 내리는 은유라를 똑똑히 보게 됐다.평소 신시아 앞에서는 고고하게 거리만 두던 기현주가 은유라에게는 제 팔짱을 흔쾌히 내어주고 있었다.정우진은 입가에
은유라가 사무실에 들어섰을 때, 임정현은 한창 비행기 티켓을 예매 중이었다.“오빠는요? 비행기 티켓은 왜 예매해요?”“휴식실에 계세요. 지사에 급한 일이 생겨 대표님께서 급히 출국하셔야 합니다.”임정현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은유라가 가방에서 여권을 꺼냈다.“내 것도 같이 예매해줘요. 따라갈 테니까.”“네?”임정현이 당황한 듯 그녀를 쳐다보았다.이에 은유라는 당연하다는 식으로 대꾸했다.“왜요? 우진 오빠한테 직접 확인이라도 받으라고요?”지난 반년, 정우진이 가는 곳엔 늘 은유라가 있었다.임정현은 씁쓸하게 그녀의 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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