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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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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을 떠나려던 날, 황제가 변했다 380 화
호진충은 정성을 다해 강만여를 영수궁으로 안내했고, 가마가 멈추자 마치 조상님을 모시듯 강만여를 극진하게 부축했다. “마마, 정말 장소를 잘 고르셨습니다. 후궁의 수많은 전각 중에서 곤녕궁을 제외하고는 영수궁이 건청궁과 가장 가깝습니다. 예전에 제빈 마마께서 숙비였을 때, 부친의 공로를 들먹이며 다른 후궁과 같이 살고 싶지 않다고 폐하께 간청했습니다. 폐하께서 그분을 총애하시어 이 큰 영수궁을 주셨지요. 마마께서도 그 시절 숙비 마마의 위세를 아시겠지요.”강만여는 호진충의 부축을 거절하지 않고 뜰에 서서 영수궁의 굳게 닫힌 문을
궁을 떠나려던 날, 황제가 변했다 379 화
기양은 수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의 눈은 갈등으로 얽혀 있었다. 한참 후에야 결심한 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람을 시켜 영수궁의 동별전을 정리하게 하라. 강미인이 들어가서 살 것이다.” 손량언은 놀란 얼굴로 말했다. “폐하께서는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막 잡혀 돌아왔는데, 폐하와 가장 가까운 궁전으로 옮기는 것은 부적절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무엇이 부적절하다는 말이냐?” 기양은 담담하게 말했다. “짐이 그녀의 직위를 올린 것도 아니고, 단지 거처를 바꿔주는 것뿐이다. 너는 외부
궁을 떠나려던 날, 황제가 변했다 378 화
“강미인은 사람입니다. 생각할 줄 알고 존엄이 있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그런 사람입니다. 약간의 총애로 아무 생각도 없이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격앙된 목소리로 말하던 서청잔은 한동안 기침을 했다. 기침 때문인지 눈가에 물기가 가득했다. “폐하, 총애와 사랑은 다릅니다. 강미인에게 향하는 마음이 총애인지 사랑인지 확신할 수 있습니까?”남서고는 침묵에 잠겼고, 간혹 서청잔의 억눌린 기침 소리만 들렸다. 기양은 굳은 얼굴로 손에 낀 비취가락지를 묵묵히 돌렸다. 그의 검은 눈동자 깊은 곳에서는 소용돌이가 쳤다. 한참
궁을 떠나려던 날, 황제가 변했다 377 화
서청잔은 한참 후에야 도착했다. 기양의 인내심이 바닥날 무렵 도착한 서청잔을 보고 그는 차가운 얼굴로 불쾌하게 말했다. “누구보다 강미인을 가장 걱정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강미인이 아픈데도 조금도 조급해하지 않는 것 같구나?” 날씨는 하루가 다르게 따뜻해졌고, 서청잔도 드디어 얇은 봄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렇게 되자 그의 야윈 몸이 더욱 드러났고, 키도 커 보였다. 그는 주먹을 쥐어 입술에 대고 몇 번 기침하더니 말했다. “폐하, 노여움을 푸십시오. 며칠 동안 자리를 비워 동창과 사례감에 많은 일이 쌓였습니다. 이틀 동안 동
궁을 떠나려던 날, 황제가 변했다 376 화
강만여는 고개를 돌려 눈을 감고, 마음속 쓰라림을 억누르며 이룡 문양의 옥패를 받아 들었다. “손 대총관, 감사합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도 마음을 열었습니다.” 손량언은 안쓰럽게 그녀를 바라봤다. “마음을 열었다니 다행입니다. 마마, 명심하십시오. 모든 일은 천천히 도모해야 합니다. 조급하면 일을 그르칩니다. 마마께서 아직 젊으시니, 앞으로의 살아갈 날들이 더 많습니다. 인내심을 가지시고 조급해하지 마십시오. 혹시 어느 날 천지신명님께서 갑자기 마음을 바꿔 먹을지 누가 알겠습니까?” 마지막 말은 강만여를 거의 통제 불능
궁을 떠나려던 날, 황제가 변했다 375 화
강빈은 얼굴이 시뻘게져서 숨이 막혀 죽을 뻔했다. 서별전의 궁녀들과 내관들은 모두 고개를 숙이고 입을 다물고 비웃었다. 어떤 사람이 이 이야기를 강만여와 자소에게 전했다. 자소는 웃음을 터뜨렸다. “호 총관의 입은 정말이지 사람을 화나게 하면서도 웃기게 만드는군요.” 그러면서 강만여를 바라보았지만, 그녀가 전혀 웃지 않는 것을 보고는 황급히 웃음을 거두고 나지막이 속삭이며 그녀를 달랬다. “마마, 이렇게 된 이상 마음을 좀 너그럽게 가지세요. 번민하고 걱정하는 것은 그저 몸만 상하게 할 뿐입니다.” “나도 안다. 다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