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궁의 주인들은 모두 혼비백산했다. 아무도 강만여가 이런 요구를 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그것도 황제와 정안 태비가 있는 앞에서 요구할 줄은 몰랐다. 그녀는 그저 각 궁에서 한 명씩 사람을 빌려 쓰는 것뿐인데, 주지 않으면 속이 좁은 것처럼 보일 것이고, 주자니 밤마다 잠 못 이루고 자신의 비밀이 새어 나갈까 봐 걱정되었다. 숨 막히는 침묵 속에서 현귀비가 먼저 입을 열었다. “황귀비로 책봉된 것을 축하하기 위해 어떤 선물을 줘야 할지 고민하던 참이었는데, 마침 가장 필요한 것이 인력이라고 하니, 가장 유능한 소희를 내놓
기양은 다소 실망했다. 강만여는 모두에게 일어나라고 한 후, 기양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의 승격에 대한 몇 가지 설명을 덧붙였다. 특히 육궁을 통솔하는 권한을 강조하며, 난귀비와 현귀비에게 앞으로 그녀를 잘 보좌하여 육궁의 일을 처리하라고 했다. 난귀비와 현귀비는 권력자에서 보조자로 한순간에 전락했다. 난귀비는 억지로라도 미소를 지을 수 없었다. 다행히 지금은 이월 공주의 상중이라 웃지 않아도 누가 뭐라고 할 사람이 없었다. 그녀는 그저 굳은 얼굴로 답한 뒤, 돌아가서 바로 자신의 업무를 강만여에게 인계하겠다고 했다.
대전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후궁들은 불만이 가득했다. 눈앞의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강만여가 황귀비가 되다니? 한낱 첩의 소생이 아무런 공도 없이 숨이 얼마 붙어있지도 않은 공주를 낳았다. 친정은 가문이 몰락하고 멸문당했다. 이런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황귀비가 되는가? 폐하께서 어떻게 저런 여인을 황귀비로 책봉할 수 있단 말인가? 폐하가 그녀의 지위를 승격시키려 한다면, 두 귀비 중에서 한 명을 황귀비로 책봉하고, 마땅히 귀비의 공석을 채우게 했어야지. 어떻게 바로 황귀비로 승격시킬 수 있단 말인가? 이렇게 되면 가문과 배경
장비는 멋쩍어서 아무 말도 못 했다. 가화 공주가 다시 강만여의 손을 잡았다. 순진한 얼굴로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정비 마마, 제 동생은 어디 갔어요? 동생이랑 놀고 싶어요.” 강만여는 몸이 휘청했고, 심장이 누군가에게 세게 찔린 것처럼 아파서 얼굴색이 변했다. 자소는 급히 손을 뻗어 그녀를 부축했다. “마마, 괜찮으세요?”장비의 표정은 더욱 어색해졌다. 연신 강만여에게 사과했다. “화내지 말거라, 가화는 아무것도 모른다. 아직 이 아이에게 그 일을 알리지 않았다.”가화 공주는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몰라,
강만여는 소복자가 있는 앞에서 봉호 문제를 더 이상 꼬치꼬치 따질 수 없었다. 어차피 그녀가 원하는 것은 그 자리였고, 봉호는 부차적인 문제였다. 기양이 그녀를 위해 글자를 바꾸어주는 것만으로도 이미 양보하는 것이니, 그녀도 너무 따질 수는 없었다. 그래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폐하. 소첩, 잘 생각했습니다.”기양은 그녀를 한 번 바라보고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손목을 들어 붓을 휘두르자, 용과 뱀이 춤추는 듯한 필체로 일필휘지하여 황귀비를 책봉하는 조서를 썼다.“정비 강씨는 현묘한 재주가 있고, 덕과
난각 안은 오랫동안 침묵에 잠겼다. 기양이 입을 열지 않자, 강만여도 재촉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그를 기다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화로 속의 은사탄이 소리를 내며 사방으로 불꽃을 튀겼고, 두 사람 사이의 침묵의 대치도 깨졌다.기양은 앉은 자세를 바꾸어 긴 다리를 온돌 가장자리에 늘어뜨리고 강만여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그는 소매 끝을 가볍게 털며 담담하게 말했다. “배짱이 대단하구나. 이참에 황후 자리를 요구하지 그랬느냐?”강만여가 말했다. “소첩은 재주도 덕도 없어 중궁의 자리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저 가장 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