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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을 떠나려던 날, 황제가 변했다 398 화
태후의 손이 떨렸고, 찻잔에서 가벼운 소리가 났다. 강만여는 얼굴을 차갑게 굳혔다. “이런 도움은 저로서는 드릴 수 없습니다. 태후 마마께서는 다른 현명한 분을 찾으십시오!” 태후는 황급히 찻잔을 내려놓고 일어나 그녀를 붙잡았다. “조급해할 것 없다, 내 말부터 들어보아라.” “더 이상 할 말은 없습니다.” 강만여는 단호한 태도로 차갑게 말했다. “와라 사람들이 우리 국경을 침범하여 약탈하고 불태웠습니다. 심장안과 수많은 장병이 피 흘리며 싸운 끝에 오늘날의 화담을 이끌어냈는데, 마마께서 심장안에게 와라들과 손잡고 반란
궁을 떠나려던 날, 황제가 변했다 397 화
“태후 마마, 더는 말씀하지 마십시오.” 강만여는 얼굴을 손으로 가린 채, 손가락 사이로 흘러나오는 억눌린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어떻게 할 수 있겠습니까? 저조차도 벗어나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들을 보호할 능력이 있겠습니까?” “너에게 그 능력이 있다.” 태후가 말했다. “네가 원하기만 한다면, 그들을 평생 무사히 보호할 수 있을 거다.” 강만여는 손을 내려놓으며 붉은 눈으로 약간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태후 마마의 말씀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태후는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그녀의 한 손을 잡고 낮은 소리
궁을 떠나려던 날, 황제가 변했다 396 화
태후는 자녕궁에서 이미 차를 우려내 강만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들어오는 것을 보자, 태후는 웃으며 그녀에게 손짓했다. “예의는 차릴 것 없다. 어서 와서 앉아라. 올해 태호에서 새로 들여온 다과를 맛보거라.” 강만여는 태후에게 예를 올린 후에야 그녀 맞은편에 앉았고, 차는 건드리지 않았다. “소첩은 최근 잠을 잘 못 자서, 차를 마시면 밤에 또 잠이 오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잠을 잘 못 자는구나?” 태후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무슨 걱정이라도 있느냐? 내게 말해보아라.”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마 여
궁을 떠나려던 날, 황제가 변했다 395 화
“다만 영수궁은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아 먼저 정리해야 하니, 태후 마마께서 공주를 다른 곳에 잠시 머물게 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그 일은 제가 알아서 할 테니 염려치 마십시오.” 태후가 웃으며 말했고, 이어서 심장안을 바라보았다. “심 장군은 어서 폐하께 사죄하고 감사를 표하라.” “태후 마마의 사려에 감사합니다.” 심장안은 먼저 태후에게 감사 인사를 올린 뒤, 기양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소신이 성정이 급하고 말도 직설적으로 하며 융통성이 없었습니다. 폐하께서 양해해 주길 바랍니다.”기양은 그를 차갑게 쳐다보
궁을 떠나려던 날, 황제가 변했다 394 화
대전은 쥐 죽은 듯 고요했고, 모든 사람이 숨을 죽였다. 강만여는 손수건을 꽉 쥐었다. 입술을 깨물어 피가 날 지경이었다. 고요한 침묵 속에서 서청잔이 가볍게 기침 두어 번을 하고 앞으로 나섰다. “폐하.” “입 다물어라! 물러가라!” 기양은 날카롭게 그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다. 감히 한마디라도 더 하면, 짐이 네 목을 베어버릴 것이다.” 서청잔은 물러서지 않고 옷자락을 걷어 올리고 심장안의 옆에 무릎을 꿇었다. “소신과 심 장군은 형제처럼 친합니다. 폐하께서 심 장군의 목을 베시면, 소신
궁을 떠나려던 날, 황제가 변했다 393 화
강만여는 고개를 들어 태후를 흘끗 보고는, 처음에는 거절하려 했으나, 제빈이 남긴 쪽지를 떠올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러겠습니다.” 두 사람이 낮은 목소리로 대화하는 동안, 기양은 심장안의 소개를 받으며 사신들에게 일일이 고개를 끄덕여 인사했다. 총 열여덟 명의 사신이 공주를 모시고 수도로 들어왔는데, 대장은 와라국의 철기왕으로 불리는 타보전이었다. 그는 키가 크고 건장했으며, 준수한 용모에 유목민 특유의 강인한 기운을 풍겼다. 그러나 이제 패전국 신분으로 천조에 왔으니, 제아무리 강인하더라도 겸손한 자세를 취해야
